결국 여행은 외적 조건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자만이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더불어 여행을 「일상 탈출」이라고도 표현한 그는 복잡한 세상사를 벗어난 「떠남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라고도 했다.
柳炳律 부사장의 여행과의 인연은 「일」에서 비롯됐다. 1973년 항공사에 입사한 이래 1999년까지 줄곧 영업파트에서 여행사와 여행상품 관련 일을 맡다 보니 머리 속 화두는 늘 「여행」이었다.
현재 사회 각계 각층의 중추적 인물들이 망라된 「여행인 클럽」에 가입, 떠남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는 그는 매년 맘먹고 두어 번은 짐을 꾸려야 직성이 풀리는 여행 마니아다. 그간 수십 개 국가는 족히 찾았다는 柳부사장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자신이 그랬듯 해외 출장 중 틈틈이 주변을 찾는 「잠깐 여행」도 훌륭한 여정이 될 수 있단다. 모든 여건이 불충분한 가운데 둘러 보고 싶었던 곳을 짤막하게나마 다녀오는 경우, 맘먹고 떠나는 때보다 오히려 스릴 있고 「쌈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全세계의 여행 상품이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질 정도라는 그가 꼽은 최고의 여행지는 「스페인」. 복잡한 유럽의 도심을 벗어나 툭 트인 들녁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肺腑(폐부)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곳이란다.
이에 못지않은 여행지로는 비잔틴 문화와 이슬람 문명이 공존하는 광활한 구릉지대 「터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쏟아낸 듯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청정 「바이칼湖」를 꼽았다. 柳부사장은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돼가는 요즘, 「가족단위 여행지」를 묻는 이들에게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여행지를 적극 추천한다. 가족여행에 動線(동선)이 길게 되면 자칫 심신이 피로해질 수 있어 재미가 半減(반감)되는 것을 우려해서이다. 또 가족단위 여행에는 대형 호텔보다는 독립된 휴식공간이 잘 마련된 산 속이나 호수 주변의 아담한 호텔을 권한다.
대다수 여행 마니아들이 그렇듯 柳부사장 역시 「식도락」을 여행의 최고 묘미로 꼽는다. 때문에 별미를 맛보는 데 드는 돈을 일종의 「문화 체험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때문에 해당 여행지의 대표적 음식은 반드시 맛을 보게 되는데, 특히 호텔식의 정제된 맛보다는 그 지역의 전통 손맛을 찾고 있다.
『점퍼를 벗고 심플한 세미정장을 입어보세요』柳炳律 부사장은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이것 만은 지켰으면」 하는 아쉬운 몇 가지를 제언한다. 그 첫 번째가 「공항 도착 前後 현지 지도를 펼쳐 자신의 현재 위치와 방향을 반드시 점검하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자신의 방향 감각을 한번 잡아 두게 되면 비록 낯선 곳일지라도 자신 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여행복으로 점퍼 일색에서 탈피, 심플한 세미정장(콤비 스타일) 차림을 갖춰보자」는 제안이다. 우리나라 여행객의 대다수가 휴양지, 도시여행 등을 떠나면서도 대부분 등산복 차림이 많은데, 결코 멋·품위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 것. 정돈된 옷을 입는 것 또한 여행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도움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 번째가 「여행지 국민과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해 줄 줄 아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가서는 마치 오금이 저리기라도 하듯 잔뜩 주눅든 사람들이 開途國(개도국)에 들러서는 우쭐대는 방종이란 꼴불견의 극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감탄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라」는 게 柳부사장의 특별한 주문이다. 새로운 관광지와 문화를 접하면서 큰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즐겁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춘 사람과 함께하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된다는 그만의 독특한 노하우인 셈이다.
한편, 제주도 牛島(우도), 안동 하회마을 등 국내 웬만한 명소는 빠짐 없이 둘러보았다는 柳부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 地自體에서 관광분야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퍽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개발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손놓고 있을 때보다야 훨씬 나은 게 아닙니까. 다만 유치자 입장이 아닌 관광객 입장에서, 그리고 지출을 유발시킬 수 있는 관점에서 모든 시설이 개발, 고안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처음 해외여행을 노크하는 이들에게 우리와 가까운 중국, 일본 등 주변부터 넓혀가는 여행 패턴을 권하는 그는 『몸과 마음의 군더더기를 모두 벗어 버릴 수 있는 일상탈출을 꿈꾸다 보니 매사가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