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학장은 그동안 100여 개국이 넘는 나라를 찾았을 만큼 여행을 즐기는 보기 드문 여행 마니아다. 安학장은 여행을 한마디로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버리다 보면 저절로 얻게 되는 게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젊은 날의 여행은 『뭐든지 얻기 위해』, 나이 지긋해서는 『뭐든지 비우기 위해』 떠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했다.
아울러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내가 가진 돈과 명예, 지위 따위를 접어두고 여행을 즐기게 된다면 「견문」과 「홀가분함」이라는 여행의 묘미를 흠뻑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 자신도 여행지에서는 교수라는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뭐든지 열심히 묻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20여 개 나라 언어를 구사(여행자 수준 정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安학장의 본격 세계 여행은 대학 졸업 후 한 종합상사에 근무하면서부터다. 「수출역군」인 종합상사맨으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됐고, 틈만 나면 순수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서는 아르바이트조차도 지역을 옮겨 다니며 했을 만큼 여행 마니아가 됐다.
그는 여행의 매력을 물씬 느낀 여행지로 「古代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꼽았다. 문명의 始源(시원)을 생각할 수 있는 이곳에서 진정 여행에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 맘 먹고 떠나는 순수 여행만 매년 서너 차례씩 하고 있다는 그는 쉰 이전에는 주로 혼자 다녔으나 근래 들어 맘에 맞는 후배와 遠行(원행)에 나서고 있다. 安학장은 그간 기획여행도 즐겼다. 세계 4大 종교발상지와 聖地(성지), 文明의 발상지, 歐美(구미)지역 문학기행 등이 대표적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고 했다. 그만큼 事前 공부와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安학장의 경우는 어땠을까. 安학장은 여행에 나서기 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으로 旅程(여정) 또한 꼼꼼하게 챙긴다. 하지만 한때는 발길 닿는 대로 즉흥 여행도 곧잘 즐겼다. 이를 테면 파리 드골공항 등 도착 공항만 정한 뒤 비행기에 내려 처음 마주친 여성에게 고향을 묻고는 그 지역을 찾아 본다든지 하는 다분히 낭만적 기행의 妙味(묘미)도 즐겼던 것이다.
첫 해외여행자는 印度 여행을 떠나라安학장은 안경 너머로 비친 차분하고도 안온한 느낌과는 달리 여행가로서 터프한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죽지 않으면 큰 경험이 바로 여행』이라는 자세로 세계 곳곳을 누벼 왔노라고 했다. 낙타를 타고 수단 사막을 횡단할 만큼 「목숨 건」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떠날 때는 부인의 의견을 존중, 「안전지대」를 찾게 되는 어쩔 수 없는 家長이기도 하다.
安학장은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로 「터키」를 꼽았다. 첫 방문 때 매력을 느낀 이래 수차례 찾게 된 곳이다. 아울러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어 진한 아쉬움이 남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는 「그리스 산토리나섬」을 꼽았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경비 마련은 先決(선결) 문제. 安학장은 평소 한푼 두푼 모으거나 급하면 빚을 내어 쓴 뒤 갚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값비싼 호텔에서 묵거나 택시를 타지 않는 데다 현지의 대중적 음식을 즐기기에 경비의 대부분은 항공료가 차지한다. 단, 요긴한 책을 구입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安학장에게는 여느 여행가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가 있었다. 그간 수많은 곳을 여행해 오면서도 사진 촬영이나, 기록 등을 열심히 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安 학장은 그 이유로 『여행의 殘像(잔상)이 기억과 더불어 내 몸 속 어딘가에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때문에 지금껏 여행 관련 단행본을 낸 일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가이드북을 낼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해외여행의 大家는 국내여행도 곧잘 즐기는 편이다. 우리 山河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는 경남 함양에 자리한 「화림동 계곡」을 꼽았다. 유려한 주변 山勢(산세)와 明鏡止水(명경지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安학장은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대해서도 苦言(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내 여행의 가장 불편한 요소로 『저렴한 가격의 숙박시설(아침식사를 포함한) 부족』을 꼽았다. 또 유수의 관광대국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접객업 종사자의 태도」를 들었다. 우리의 경우, 관광 서비스업을 평생직업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 특히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 불식도 선행돼야 함을 충고한다.
安학장은 처음 해외여행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印度 여행」을 권했다. 결코 편하지만은 않을 인도를 둘러본 후부터는 모든 여행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또 허니무너들에게는 동남아의 작은 섬을,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네팔과 뉴질랜드로 떠나볼 것을 권했다.
올 겨울 짧은 중국 여행을 계획 중이며, 향후 古代 문명 발상지를 더 둘러보고 싶다는 安학장은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 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 이상으로 바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