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周 淸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연세大 경영학과 졸업. 여행가ㆍ골프 칼럼니스트ㆍ사진작가. 1980년대 중반 이후, 1년에 평균 3개월 이상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120여 개국을 여행.
인류 역사를 바꾼 마젤란 해협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파타고니아 지방의 음습하고 황량한 사바나를 가로지르게 된다. 멀리 안데스 산맥이 아스라이 보이자 氷河(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려 만들어낸 크고 작은 호수들이 수없이 나타난다.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연세大 경영학과 졸업. 여행가ㆍ골프 칼럼니스트ㆍ사진작가. 1980년대 중반 이후, 1년에 평균 3개월 이상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120여 개국을 여행.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핑고 호수 위를 떠다니는 집채만 한 流氷(유빙) 떼도 볼 만하고 그레이 폭포도 장관이지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은 파이네山이다. 이 산은 南美 대륙의 척추, 안데스 산맥의 맨 끝자락, 꼬리뼈가 된다. 흰 눈을 덮어쓰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파이네山은 어디서 봐도 좋지만 鹽湖(염호)가 말라버려 새하얀 소금밭이 된 소금호수에서 바라보는 것이 으뜸이다. 흰 소금밭 지나 검은 산 너머 새파란 하늘 아래 흰 파이네山의 절묘한 콘트라스트에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로 푼타아레나스(6시간), 여기서 버스로 푸에르토 나탈레스(5시간)까지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인구 2만도 안 되는 소읍,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선 세실리아집(Casa Cecilia) 테레사네집(Casa Teresa) 같은 조그만 민박집에서 자는 것이 주인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 人情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소금호수를 비롯해서 氷河(빙하)가 떠다니는 핑고湖, 그레이 폭포 등 현지 4륜구동 투어를 민박집에서 주선해 준다.
시리아 사막의 베두인族다마스쿠스를 출발, 그 옛날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왕국, 팔미라로 가던 중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베두인族 텐트를 발견, 찾아가 길을 묻자 대답은 안하고 다짜고짜 팔을 잡아 텐트 안으로 끌고 간다. 모래바닥 위에 깐 카펫에 앉자 달고 쓰고 진한 아랍 커피가 나오고 차가 나오고 빵과 양고기, 요거트가 이어진다.
별이 쏟아지는 상큼한 밤에 멀리 사막의 불빛을 보고 찾아갔더니 베두인族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끓이고 옥수수와 양고기를 구워 먹고 물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또다시 잡힌(?)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왜, 지나가는 나그네만 보면 이렇게 환대하느냐?』
그들의 명쾌한 대답은 지금도 귓전에서 맴돈다.
『오늘은 당신이 나그네지만, 내일은 내가 나그네가 되어 당신의 텐트 속에서 대접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산이 좋으니 물이 좋으니 해도 人情(인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시리아 사막에서 베두인 텐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고, 베두인을 만났다 하면 자고 먹는 것은 해결된 셈이다. 단, 남자가 없고 여자와 아이들만 있는 텐트에 발걸음을 멈췄다면 물 한 모금 얻어 마실 생각 말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떠날 때 주인 남자 몰래 아이 손에 몇 푼의 돈을 쥐어 주는 것이 도리이지 싶다. 사막에서 내가 주인 되어 나그네가 된 주인을 대접할 기회는 없을 테니까.
카라쿰 사막의 古都 히바히바(Khiva)는 우즈베키스탄의 서쪽 변방 사막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만 古都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이곳에 발을 들여 놓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土城(토성) 속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8세기부터 카스피海와 볼가江 쪽으로 가는 실크로드의 곁가지 길목에서 교역마을로 커오다가 10세기부터는 사막의 오아시스 왕국, 우르겐치의 수도가 되었다.
이곳은 공포의 오아시스였다. 사막에서 길 잃은 隊商(대상)은 노예 사냥꾼에게 나포되어 이곳 노예시장에 팔렸다. 사막의 등대였던 미나렛, 모스크, 이슬람 학교, 왕궁 등은 사마르칸트, 부하라에도 잘 보존되어 있지만 큰 유적 사이에 있던 백성들의 집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1000년 세월이 딱 멈춰 버린 곳은 히바뿐이다.
겉으로만 옛모습이 아니라 이 토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옛날 방식 그대로 옛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노예 거래 이외엔 선조들이 살아온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타슈켄트에서 히바로 가는 길은 비행기로 타슈켄트-우르겐치, 우르겐치에서 15달러를 주고 히바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
타슈켄트 공항에서 티케팅할 때 히바行 좌석이 없다는 말에 돌아서면 안 된다. 5달러의 웃돈을 내밀면 서슴없이 티켓이 나온다. 묵어야 할 곳은 호텔 아르곤치(Hotel Argonchi)다.
20달러에 욕실이 딸린 방에서 자고 朝·中·夕食이 제공되는데, 매 끼니마다 풀 코스로 나오는 우즈벡 전통음식은 한 끼에 50달러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티베탄 피시네팔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4륜구동으로 티베트 고원을 가로질러 라사까지 가는 길을 택한 것이 내 실수였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야 高山病(고산병)을 달랠 수 있는데 나는 멋모르고 逆行(역행), 둘째 날부터 5200~5300m의 라룽라 패스, 라그랄라 패스를 넘으면서 초주검이 되었다.
호흡곤란, 두통, 불면증, 무력증에 구토증은 식욕상실을 불렀다. 마지막 날인 닷새째, 시가체에서 얄루창포江을 따라 내려오자 해발고도가 4000m 아래로 떨어지며 고산병 증세가 사라지고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것이다. 그때 강에서 漢族(한족) 어부형제를 만났다(불교도인 티베트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지도 먹지도 않는다).
산천어와 흡사한 연어 육봉종 티베탄 피시(Tibetan fish) 두 마리로 손수 회를 떴다. 내 가방에서 튜브 고추장을, 어부들 텐트에서 식초(빙초산)를 얻어 초장을 만들어 자갈밭에 퍼질러 앉아 중국 어부들과 티베트 운전기사의 놀라는 시선도 아랑곳없이 걸신들린 듯 단숨에 먹어치웠다. 쫄깃하고 향기로운 티베탄 피시 회는 내 평생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시가체에서 라사로 내려오든 거꾸로 올라가든 얄루창포江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중국 어부들의 텐트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언제나 잡은 티베탄 피시를 그물에 가두어 강물 속에 넣어두고 있기 때문에 고추장만 갖고 가면 평생 잊지 못할 회맛을 볼 수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란 걸 명심하자
라오스의 土俗酒 「라오토」라오스 남부 블로방 고원 정글 속을 돌아다니다 소수 종족인 카투族이 사는 훈아이훈 마을에 들렀다. 一夫多妻制인 이곳에서 여자들은 밭에 나가 일하고 남정네들은 대낮부터 술타령이다.
「라오토」라 부르는 이 술은 火田(화전)에서 수확한 밭벼를 쪄서 누룩과 버무리는 데까지는 우리 막걸리 양조법과 같지만 여기에 환각제인 빈랑 열매·가지·뿌리를 넣고 생강, 고춧가루, 담뱃잎을 첨가해서 발효시킨다.
팔자 좋은 이 마을 남정네들의 술자리가 참으로 묘하다. 벌건 대낮에 창문을 닫아 어둠침침하게 만들어 호롱불을 켜놓고 술독가에 둘러앉아 장죽 같은 기다란 빨대를 술독에 박아 빨아 마시는 것이다. 벌써 술에 취하고 환각에 빠진 꾼들이 건네 주는 빨대를 받아 마지못해 한모금 빨아마신 나는 깜짝 놀랐다. 쌉쌀한 그 향미에 나는 입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몸은 하늘로 떠올랐다.
●라오토는 후아이훈 마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술인데, 우리의 막걸리처럼 라오스의 토속주다. 블로방 정글 속 화전 밭벼에 환각제 등 모든 걸 넣은 것을 최고로 친다. 그들이 빨다가 건네 주는 빨대를 손수건을 꺼내 싹싹 닦아 마시는 무례를 범하지 말 일이다.
브루나이의 엠파이어 호텔국제적으로 공인된 호텔 등급의 최고는 별다섯 개다. 그러나 세계 호텔 업계에서는 이 호텔을 「엠파이어」라 부르지 않고 그저 「七星」(칠성ㆍSeven Star)이라 부른다. 공식적으로는 세계 2위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최고 부자인 브루나이 國王이 호화의 극한점이 어디인가를 보여 주기 위하여 南중국海 바닷가에 5년여에 걸쳐 오일머니를 쏟아 부어 지은 호텔이다.
로비에 들어서자 7층 높이 한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바다를 내려다보는 아트리움에 현기증이 난다.
「번쩍이는 것이라고 모두가 금은 아니다」라는 서양속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잡이, 탁자, 의자, 액자, 거울, 에스컬레이터…. 번쩍이는 것은 모두 금이다. 심지어 엠페로룸 카펫엔 금가루가 뿌려져 있고 방 안에 풀장까지 갖췄다. 공중 화장실을 열다 말고 나는 잘못 들어간 줄 알고 깜짝 놀랐다. 화장실에 카펫이 깔렸고, 금장식 소파가 놓여 있었다.
●호텔과 리조트는 개념이 다르다. 리조트는 먹고 자는 호텔의 역할에다 즐길 수 있는 것이 함께 있는 것이라고 보면 이 초호화판 호텔은 리조트라고 봐야 한다.
호텔을 둘러싸고 바다를 따라가는 잭 니콜라우스 디자인의 18홀 골프코스에 담수 수영장, 해수 수영장, 최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테니스코트, 스쿼시, 바다낚시, 스노클링 다이브….
20년 후에 고갈되는 석유를 위하여 관광을 국책사업으로 지정, 저렴한 가격으로 관광객에게 손짓한다. 숙식+골프=25만원 (연락처 011-254-9211).
눈물을 자아낸 「엘콘도르 파사」악랄한 스페인 장교 피사로에 의해 알타와파王이 살해당하자 태양의 제국 잉카는 무너졌다. 한 무리의 왕족과 잉카人들은 스페인 군대의 눈을 피해 우르밤바江을 타고 사라진다. 그들이 세웠던 마추피추 위의 공중도시가 1911년 미국 청년 하이럼 빙엄에 의해 발견되었을 땐 몇 개의 여자 유골만 뒹구는 폐허였다.
잉카人들과 나는 몽골리안이라는 한뿌리 의식 때문인가, 마추피추에 오르자 벅차 오르는 감격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데 「엘콘도르 파사(El Condor Pass)」의 구슬픈 旋律(선율)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내 눈물의 둑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인디오들이 대나무 피리로 연주하고 있었다. 잉카의 후손들은 하늘을 旋回(선회)하는 콘도르(안데스 독수리)를 「先祖들의 寃魂(원혼)」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 음반社가 이 곡을 「철새는 날아가고」라 제목을 붙인 것은 無知의 소치다).
돌아오는 길, 마추피추를 출발한 협궤열차가 세 시간 만에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 언덕까지 올라와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갈 때 갑자기 열차 속이 깜깜하게 소등된다. 하늘의 별들은 손에 잡힐 듯하고 저 아래 쿠스코의 불빛은 은하수를 쏟아부어 놓은 듯하다. 숨소리조차 멈춘 정적 속에서 천천히 조용히 가늘게 그러나 장엄하게 「엘콘도르 파사」가 열차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자 나는 감전된 듯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四肢(사지)가 떨렸다.
●마추피추의 전진기지 쿠스코로 가는 길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는 비행 편이 있지만 상승기류 때문에 오전에만 이륙하고 결항도 잦다. 쿠스코엔 수많은 호텔과 민박집이 있고 마추피추 아래에도 작은 호텔이 있다.
쿠스코에서 잘 때는 원주민 인디오들이 가는 주막집을 찾아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마시면 라이브로 엘콘도르 파사를 들을 수 있다.
젠네의 모스크사하라 사막 아래쪽 언저리 隊商들의 오아시스인 젠네(Dgenne)에 서부 아프리카의 黃砂(황사) 하마탄이 몰아쳐 온 세상을 노랗게 덮어버렸다. 오후가 되자 황사가 가라앉으며 모래 언덕 위에 「별들의 전쟁」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城砦(성채)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 최대의 흙으로 지은 건물 젠네의 모스크(이슬람 사원)다.
사하라 이남의 모스크는 사헬 스타일(혹은 수단 스타일)로 이슬람 발원지 中東의 모스크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가장 오래 된 건축 자재인 흙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이렇게 웅장한 건물을 인간의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건 驚異(경이) 그 자체다.
건물 밖으로 돌출된 나무 기둥은 이 모스크의 조형미를 올려줄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시멘트 건물의 철근 역할, 그리고 짧은 雨期(우기)가 지난 후 보수작업을 할 때 사다리와 발판 역할도 한다.
아쉽게도 非이슬람교도가 내부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은 몇 년 전 유럽의 몰지각한 광고 제작팀이 이 성스런 모스크 속에서 半裸(반라)의 여자 모델을 촬영하고 난 후부터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몹티까지 버스로 13시간, 툭하면 기온이 50도를 뛰어넘는 4~5월에 가면 冷房이 안 되는 버스 속은 사우나다. 몹티에서 젠네까지 3시간 30분, 젠네에 갈 땐 모스코 앞에 서는 장날에 맞춰 월요일을 택해야 한다.
숙식은 냉방이 되는 몹티의 호텔 카낭가(Hotel Kananga)를 권하고 싶다. 몹티에서 탈(TAL)이라는 가이드를 찾으면 편리하다. 비용은 하루 25달러.
암스테르담의 섹스 박물관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엔 고흐 박물관, 유대 역사박물관 등 수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내가 본 가장 인상 깊었던 박물관은 섹스(Sex) 박물관이다.
유럽의 거미줄 한복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시내로 가는 담락 대로를 따라 내려오면 두어 블록 지나 오른쪽에 간판도 요란한 섹스 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호기심이란 낚싯밥을 물다가 들어가 보면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다른 나라 섹스 박물관과는 달리 이곳은 엄청난 규모에 방대하고 알찬 자료를 절묘하게 전시해 놓았다.
실물처럼 움직이는 밀랍인형 사드 백작이 귀부인의 히프에 채찍질을 하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활동사진 초창기의 포르노 필름이 계속 돌아가고 중세의 정조대, 콘돔의 발달과정, 그리고 궁녀들의 페니스 代用品, 음탕한 姦婦(간부)가 姦夫(간부)에게 보냈던 선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性的(성적) 골동품….
●섹스 박물관을 본 후, 지척에 자리 잡은 세계 최대의 암스텔담 紅燈街(홍등가)도 구경가 보자. 가히 라이브 섹스 박물관이다.
기상천외한 섹스용품이 산더미를 이룬 섹스 숍과 통유리 안에서 아슬아슬한 란제리만 걸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娼婦(창부)의 쇼윈도가 紅燈 아래 끝없이 늘어섰다. 사진촬영 절대 엄금!
南카리브海 크루즈내가 경험한 크루즈 중에서 또 한 번 가라면 나는 단연코 노르웨이 선적 모나크號의 7박8일 南카리브海 크루즈를 택할 것이다.
배 길이 270m에 승무원이 834명, 매일 18t의 얼음을 배 안에서 만들어 소비하고 열여덟 대의 엘리베이터가 14층을 오르락내리락거리고 젊은이를 위한 디스코테크부터 나이 지긋한 승객을 위해 옛노래가 흐르는 조용한 바까지 9개의 술집 등 없는 게 없는 떠다니는 도시 모나크號도 대단하지만 정박지 또한 절묘하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를 출항, 꼬박 하루를 달린 끝에 南美 대륙 위에 있는 작은 섬 프랑스領 마르티니크에 寄港(기항), 그곳에 내려 골프, 정글탐사, 시내쇼핑, 낚시, 잠수, 요트…. 원하는 놀이를 하고 오후 5시까지 배로 돌아온다.
밤새 모나크號는 카리브海를 가르다가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영국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섬나라 바베이도스, 다음날은 아프리카 흑인노예 후손들의 섬나라 앤티카 바부다, 다음날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섬을 분할 통치하고 있는 산 마틴, 다음날은 미국領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 꿈 같은 8일을 보내고 모나크號는 푸에르토리코로 귀항한다. 7개 섬을 돈 승객들은 下船(하선)하며 세계 일주를 했다고 말한다.
●크루즈의 참 매력은 낮에 정박한 기항지의 여러 가지 놀이보다는 떠다니는 도시인 배 안에서의 놀이에 무게가 실린다. 코미디 쇼를 보고 웃지는 못할지라도 자신의 의사표시는 할 수 있는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거의 모든 놀이가 승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있다. 맨 꼭대기 토플리스 갑판엔 남자도 올라갈 수 있지만 사진 금지다. 카지노에 지갑을 털어 넣지 않는다면 다른 여행에 비해 아주 싼 편이다. 비싼 방에 투숙할 필요가 없다. 눈을 감고 잠자는 시간 외에 방에 있을 시간이 없다.
호주의 생츄어리 코브 리조트호주 골드코스트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우리의 개념으로는 리조트라기보다 하나의 天國 같은 타운이다. 정글과 언덕, 운하 같은 수많은 水路와 초원으로 이루어진 135만 평의 광활한 천혜의 입지에 단층, 아니면 2층인 숙박시설이 정글 속에 水路 가에 수없이 박혀 있고 두 개의 아름다운 골프 코스엔 캥거루가 뛰어 논다.
테니스, 스쿼시, 볼링, 크로켓, 수영, 낚시, 요트, 스쿠버 다이빙, 정글 트레킹, 개구리 울음소리 듣기, 새 관찰…. 같은 에코투어까지는 참을 만(?)한데 마린 빌리지에서는 그만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리조트 안에 들어서면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마을인 마린 빌리지엔 은행, 우체국, 극장, 약국, 미장원, 세탁소, 카페, 당구장, 디스코테크, 각 나라 음식점….
작은 맥주공장도 있어 맥주 제조과정을 둘러보고 신선한 맥주를 즉석에서 마실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다녀본 수많은 리조트 중에 단연 발군이다.
●호주여행을 하면 골드 코스트는 빠질 수 없는 곳이지만 단체 여행에서 생츄어리코브 리조트 투숙은 없다. 우리나라도 이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후진국형 여행에서 서서히 탈피해 조용히 책도 읽고 산책도 하며 휴식을 취하는 선진국형 여행 패턴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바로 후자의 모델이다. 이 리조트에 있는 두 개의 18홀 골프 코스 중, 더 파인즈(The Pines)는 아놀드 파머가 디자인한 수려한 회원제 코스지만 이 리조트 투숙객은 라운드 가능하다. 퀸즐랜드 관광청 서울 사무소:011-9869- 8833
파푸아뉴기니의 고로카 싱싱축제추정인구 400만 명도 안 되는 나라에 800여 부족이 800개 언어를 구사하는 나라. 말이 통하면 형제요, 말이 안 통하면 敵(적)이 되는 「원 톡(One Talk) 시스템」이 법 위에 군림하는 나라.
요즘도 화살과 창이 난무하는 부족전쟁이 일어나 사상자가 널부러져도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 눈만 뜨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강력한 환각제 브아이를 질근질근 씹어 심지어 경찰도 하루종일 취해 있는 나라.
살벌한 이 나라에도 「싱싱」이라는 춤추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는 축제가 열릴 땐 부족 간에 싸움박질이 일어나지 않는다. 9월 중순에 이 나라 내륙 고원지대 고로카에서 열리는 「싱싱」 축제를 보러 프로펠러 비행기로 날아갔다. 이 산 저 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요란스런 치장을 하고 고로카로 모여든 부족들이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벌이는 싱그러운 原色의 축제는 大장관이다. 그들의 춤이란 대부분이 부족전쟁 勝戰(승전) 축하춤이다.
●마닐라에서 이 나라 수도 포트 모스비, 여기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고로카에 내리면 찌는 듯한 더위는 사라지고 시원한 열대고원의 쾌적함에 날아갈 것만 같다. 이곳 고로카는 말라리아 걱정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으로 갈 땐 꼭 주한 파푸아 뉴기니 대사관에 전화해서 축제일에 맞춰서 갈 일이다. 치안상태가 나쁜 곳이라 큰 호텔에 투숙해야 하고, 브아이를 씹을 때 침을 뱉어내지 않고 삼키면 초주검의 세계로 빠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