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元 馥
1946년 대전 출생. 서울大 건축공학과, 독일 뮌스터大 상업미술학과 졸업. 뮌스터市 위촉디자이너, 청소년보호위원회 민간위원, 한국 애니메이션학회 회장, 덕성여대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저서:「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학습만화 세계사」, 「현대문명진단」 등.
한국에 신화 붐이 일면서 그리스와 터키 지방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집트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 중요한 유적탐사의 대상에서 빠질 리 없다. 그러나 정작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크레타 섬은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곳이 아니다. 1946년 대전 출생. 서울大 건축공학과, 독일 뮌스터大 상업미술학과 졸업. 뮌스터市 위촉디자이너, 청소년보호위원회 민간위원, 한국 애니메이션학회 회장, 덕성여대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저서:「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학습만화 세계사」, 「현대문명진단」 등.
크레타는 지중해에서 그리스와 이집트, 그리고 터키 등 소아시아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동방의 문명이 이곳을 거쳐 그리스로 건너가 사실상 서양문명의 요람인 셈이다.
지금부터 3500년 전에 지어진 크노소스 궁전의 유적지엔 지금도 선명한 색채 그대로 벽화들이 남아 있고, 궁전이 부분적으로 허물어지긴 했으나 고대 그리스 이전의 문명을 만난다는 설렘은 결코 헛되지 않다.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의 시대가 크노소스 궁전이 지어진 지 1500년 후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역사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크노소스(Knossos) 궁전은 크레타 섬의 최대도시 이라클리온에서 약 5km 정도 가면 된다. 성벽이 전혀 없어 매우 특이하고 화려한 여러 개의 벽화들도 훌륭하다. 수많은 방이 迷路(미로)처럼 얽혀 있다. 이들 중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女王의 방과 욕실이다. 여왕의 방 벽에는 선명한 색으로 돌고래 그림과 부드러운 모양의 기둥이나 벽이 묘한 분위기를 이룬다. 욕실에는 여왕이 사용한 욕조와 수세식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다. 왕이 앉았던 돌의자가 있는 왕좌의 방 벽엔 그피린이라는 상상의 동물이 사방에 그려져 있다(전화: 30-81-231940 ).
교통편 : 이라클리온 베니젤로 광장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로 약 20분 소요.
케냐의 차보 사파리 여행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케냐에 사파리여행을 다녀왔다. 사파리 중에서도 약간 규모가 작은 「차보 사파리」에 갔을 때 텐트로 된 로지(Lodge)에서 숙박하게 되었다. 말만 텐트이지 들어가 보면 아프리카 밀림 속에 초호화판 시설을 갖춘 고급호텔이고, 레스토랑도 최고급 수준이었다. 이곳에서 내오는 食器(식기)들도 세계 유수의 명품들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호텔직원이 텐트 로지로 손님들을 안내해 주는데, 기다란 장대로 앞길을 툭툭 치면서 앞장선다. 주변에 온통 악어떼가 득실대기 때문이다. 이 호텔에서 다음날 마사이族 운전사가 모는 지프로 초원으로 나왔는데 그만 고장이 나버렸다.
사자 출몰 지역이라는 말에 은근히 겁 먹고 있는데, 호텔 주인이 차를 가져와 「구원」해 주었다. 그는 마침 그의 자가용 비행기를 손수 운전하고 나이로비로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단다. 잊을 수 없는 호텔이었다.
●아프리카를 찾았다면 사파리, 즉 동물 탐험이 필수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사파리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오전 시간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뜨거운 한낮보다는 적합하다. 풍선기구를 타는 애드벌룬 투어, 봉고차를 타고 몇날 며칠을 만끽하는 경우가 있고, 경비행기를 이용해 하이라이트로 즐기기도 한다. 대부분은 나이로비에서부터 봉고차를 이용하는 본격적인 사파리를 선택한다.
차보 국립공원은 나이로비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특히 하마와 코끼리가 유명하다.
케냐 나이로비의 사파리 파크 호텔(SAFARI PARK HOTEL, 전화 254-2-802493)이나, 세르나 호텔(SERENA HOTELS, 전화: 254-2- 710511)이 유명하다.
더블린서 마시는 기네스 맥주독일 유학 시절 함께 지내던 일본인 교수와 아일랜드 여행을 했다. 문학 전공인 이 친구와는 어딜 가나 독일어로 대화를 하는데 주변에서 아주 신기한 눈길로 우리를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인 두 사람이 아일랜드의 펍에서 독일어로 떠든다고 상상해 보라. 그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아일랜드人들에게 기네스 흑맥주는 내셔널 아이덴티티이자 국민의 음료이다. 아일랜드人들에게는 뼛속 마디마디에 기네스의 맛이 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하는 친구답게 일본인 교수와 함께 여행하면 유명한 작가들이 즐겨 찾는 술집을 뒤져 꼭 들른다. 아일랜드의 수도는 더블린. 여기에는 아일랜드의 大文豪(대문호) 제임스 조이스가 매일 기네스를 마셨다는 「제임스 조이스 펍」이 있다. 이곳에서의 기네스 맥주 한잔 - 술 자체의 맛이라기보다는 문화의 현장에서 느끼는 「삶의 맛」이 더 진했다고나 할까!
●데이비 번스(Davy Byrne’s)는 제임스 조이스가 자주 들렀던 곳으로, 그의 애호가들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펍(Pup)이다. 듀크 거리에 있고 흑맥주는 물론, 스낵과 식사도 할 수 있다. 밤에는 생음악이 연주된다. 더블린의 음식은 대체로 다 맛있다. 식당들은 그래프턴(Grafton Street) 거리에 많다.
스페인의 「말라가 축제」세계 여러 곳의 축제를 보았지만 역시 태양이 빛나야 축제도 제맛이 난다. 독일의 라인 카니발은 마인드부터 뒤셀도르프까지 온통 난리지만 음습한 2월에 열리기 때문에 코가 비뚤어지게 술이나 퍼 마시고 假裝行列(가장행렬)하는 게 고작이다.
리오 카니발은 너무 규모가 크고 상업적 냄새까지 나는 데 비해, 피카소가 태어난 「말라가 축제」는 정말 「즐거운 잔치」다. 스페인에서도 가장 정열적인 안달루시아의 말라가港(항)에서 8월에 열리는 말라가 축제는 모든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거리로 나와 하루 종일 플라멩코 춤을 춘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들까지 캐스터네츠를 치면서 고사리손으로 플라멩코를 추는 모습은 새파란 하늘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과 대적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시에스터(낮잠)로 체력을 쌓고는 새벽 5~6시까지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니까.
●말라가는 「태양의 해안」이라 불리는 코스타 델 솔의 중심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이다.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하루 다섯 편, 8~9시간 걸린다. 그외 바로셀로나, 발렌시아, 안달루시아 등의 각 도시에서도 오가는 기차가 많다. 말라가에서는 기차보다는 버스를 이용해야 갈아 타는 불편 없이 안달루시아 각 도시를 다닐 수 있다. 겨울에도 일광욕을 즐길 수 있고 피카소의 生家가 라 메르세드 광장 15번지에 있다. 입장료는 없다. 광장 주변에는 레스토랑 있어 쉬어 가기 좋다. 해안에는 세련된 리조트 호텔들이 많다.
벨기에 브루게의 레스토랑나는 한국에서 양식당에 즐겨 가지 않는다. 모두들 正統(정통)을 강조하지만 이탈리아式이든 프랑스式이든 현지 식당들의 소박함이나 「참맛」은 없고 호화찬란한 인테리어와 말도 안 되는 가격 등 너무도 거품이 많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 찾는 식당은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든 관광객이 별로 없고, 그 지방 토박이들이 찾는 토박이 식당이다. 이런 식당들은 값도 적당하고 그 지방 고유의 맛과 「사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래도 도시 지역에서 제대로 와인까지 곁들여 한 끼를 먹으려면 대충 100 달러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 다녀온 식당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요리의 나라지만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의 브루게(Brugge) 시내 중심가의 식당인데, 음식 맛을 중요시해 언제나 식당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가르쳐 준다.
●브뤼셀의 중앙역이나 남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브루게 市內에서 2km 떨어진 기차역에 도착한다. 유레일 패스의 혜택이 많은 도시다. 시내교통은 도보가 충분한 작은 도시다. 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도 있고 특이하게 곳곳마다 자전거 대여점이 있어 시내 구경에 재미를 더 할 수도 있다.
중세기의 전설로 안내하는 건축물 몽생미셸이 세상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이 있지만 몽생미셸(Mt.St.Michel)처럼 「완벽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해변에 자리잡은 이 조그만 섬은 썰물이 되면 육지가 되는 바윗덩이다.
파리에서 1박2일 걸리는 여행코스이나 서두르면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중세기에는 수도원으로 쓰였던 요새가 한때는 중죄수를 가두어 두던 감옥으로 쓰이는 등 용도는 바뀌었어도 멀리서 갑자기 視野(시야)에 들어오는 삼각형의 건물 실루엣은 마치 중세기 전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여름에는 관광객이 너무 들끓어 구경보다 짜증이 나는 곳이니 만큼 늦가을이나 겨울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찾는다면 먼저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