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炳 律
1946년 충남 서산 출생. 연세大 지질학과 졸업. 아시아나항공 서울여객지점장(이사), 여객영업담당 임원. 애바커스 담당임원, 신공항기획 담당임원 역임. 하이클래스 여행 모임 「여행인클럽」 회원.
중국 대륙의 동쪽 자락을 여행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上有天堂 下有蘇杭(상유천당 하유소항)」의 蘇州(소주), 杭州(항주)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黃山을 일정에 넣지 않는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黃山에 가보지 않고 五岳(오악: 중국의 5대 名山)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名山 중의 名山이란 얘기다. 1946년 충남 서산 출생. 연세大 지질학과 졸업. 아시아나항공 서울여객지점장(이사), 여객영업담당 임원. 애바커스 담당임원, 신공항기획 담당임원 역임. 하이클래스 여행 모임 「여행인클럽」 회원.
산 잘 타는 사람들은 직접 올라야 제 맛이지만, 케이블 카에 의지해도 부족함은 없다. 頂上인 연화봉에 당도하면 안전 난간 아래로 지나 온 길들이 까마득하고, 이리 저리로 俗塵(속진)처럼 몰려다니는 雲霧(운무) 속에서 黃山 자락이 머리를 내밀다 사라졌다 한다. 바위 틈에 아슬아슬 매달린 黃山松의 아취가 시야에 들어오면 신선도를 실물로 보는 착각에 빠진다. 몽환적 분위기에 그냥 몸을 맡기면 된다. 그냥 거기까지다.
4~5월 사이의 「黃山 가는 길」을 권한다. 杭州에서 黃山으로 가는 버스에서 바라다 보면 길가의 모든 들판이 유채꽃 천지다. 그런데 산 중턱은 온통 차밭이다. 초록색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입은 모습을 하고 있다. 수채화 한 폭을 받쳐들고 다가오는 듯, 黃山 여행의 숨은 진주다. 여행에 학점이 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黃山 가는 길」을 순례한 이들에게 A+학점을 내주리라. 杭州에서 버스로 8시간 걸린다. 근자에 上海에서 黃山까지 항공편이 여럿 생겨 교통이 좋아졌다.
누구에게나 훌륭한 사진을 선사하는 풍광-桂林의 ♥江「桂林의 山水는 천하 제일이다(桂林山水甲天下)」라고 했다. 名不虛傳(명불허전)이다. 이 지방의 명물인 奇岩怪石(기암괴석)은 桂林이 카르스트 지형인 데서 연유한다. 즉 지각변동으로 인해 海底(해저)가 지형적으로 돌출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혹 어느 화첩에서라도 저녁노을에 검은 빛깔의 새(가마우지)로 물고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을 본 적 있는가. 현지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면 평화로움과 따뜻함을 넘어 종교적 경건함에 가닿는다.
♥江(이강)의 풍광은 넉넉해서 누구에게나 후한 인심을 쓴다. 사진기만 있다면 아마추어라도 누구나 훌륭한 사진을 담아올 수 있다. 船上에서 바라다 본 봉우리들의 완만한 달음박질 대여섯 시간. 조물주의 예술적 손길이 桂林에서 陽朔(양삭)까지 ♥江 기슭 200리에 달한다.
♥江을 따라 내려가는 기슭에 「관암 동굴」을 들러 보면 좋다. 1995년부터 개발돼 현재는 약 3km정도만 공개되었는데, 이 동굴의 길이와 높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규모가 워낙 크고 내부 지형의 굴곡이 심해, 전기 기차ㆍ곤돌라 보트ㆍ엘리베이터 등 이색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관람을 끝낼 수 있으므로 오지 탐험을 하는 듯한 이색 체험의 즐거움을 준다.
유홍준 교수는 안내원의 입을 빌어 『북한 묘향산에서 아낄 것이 두 개 있는데 그 하나는 필름이요 다른 하나는 감탄사』라고 한 적이 있다. 桂林 ♥江 기슭에서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광동 요리의 영향을 받아서 야생동물을 재료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명물요리는 자라나 야생고양이 등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그 외에도 뱀장어, 메기, 비둘기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榕湖(룽후) 호텔內 별채로 되어 있는 金谷閣(진구거)이 유명하다. 거의 국빈관 수준이다. 소중한 손님과 동반하여 정통 중국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가격도 저렴하다. 계림 시내를 돌아다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쌀국수를 사먹는 것도 별미.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아예 입에도 못 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시리도록 깊고 푸른 물의 촉감 - 바이칼湖『바이칼湖에서 발생한 한랭 전선이…』 기상 캐스터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다. 바이칼 호수를 가려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부랴트 공화국의 울란우데를 거쳐 들어가는 바이칼湖가 제맛이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가도 되고, 비행기로 갈 수도 있다. 울란우데라는 지명이 말해 주듯 몽골 종족이 많이 산다. 과거 소련領이었다는 것만 생각하고 도착해서 호텔에 들어서니, 절로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이 나올 것만 같다. 한국 사람들과 어떻게 이리도 똑같이 생겼을까.
세계에서 가장 깊고 가장 넓은 호수. 우리들 마음이 이 호수만 같아라. 想念을 잠시 접어두고 모터 보트를 타고 바이칼湖의 한복판으로 미끄러지듯 달려나가면 깊고 푸른 호숫물의 촉감이 눈을 시리게 한다. 그 투명한 맑음에 절로 손바가지를 하고서 물 맛을 보자니 갑자기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淸明한 호수 위에서 클레멘타인의 音調에 맞춰 바이칼 노인과 맏딸 앙가라의 전설을 나누는 정겨움도 있다.
바이칼湖는 舊소련 시절 고급관리를 위한 휴양소가 많이 들어섰던 곳이라 주변에 운치 있는 통나무집들이 즐비하고 또 旅毒(여독)을 풀기에 적당한 자연 온천이 있다.
단애절벽과 丹楓의 하모니 - 도야마 구로베 협곡가늘고 길게 뻗은 日本 열도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야마縣은, 3000m의 연봉을 자랑하는 日本 北알프스의 다테야마 산맥에서부터 동해까지 이르는 웅대한 자연의 스케일을,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의 眞髓(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다테야마 연봉의 산허리를 관통하는 산악관광 루트에서 웅대한 자연의 秘景(비경)을 감상하고 너도밤나무의 단풍을 즐기는 맛이 제법이다. 10월 중순의 단풍이 최고다.
다테야마의 웅장한 山勢도 좋지만 「구로베 협곡」을 빼놓으랴. 日本에서 제일 깊은 최대의 협곡으로 斷崖(단애) 절벽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협곡을 따라 쭉 들어가는 구로베 협곡 철도는, 구간 중에 크고 작은 46개의 터널과 27개의 다리를 전차로 순회하며 絶景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玩賞(완상)하는 데 약 세시간 남짓이던가. 형형색색의 단풍에 취해 있다가 문득 이 산악 철도가 1930년대에 설치됐다는 설명을 듣자니, 기술도 기술이지만 일찍이 관광자원 상품화에 나선 그들의 지혜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겨울철엔 스키어의 천국이며 또 온천이 산재해 있어 좋다. 5월까지도 눈이 있어 다테야마 연봉으로 가는 도로변은 차량바퀴에 밀려 쌓인 설벽이 십수 미터를 넘어 지붕 뚫린 스노 터널을 만들어 낸다. 사계절 어느 때고 나름의 운치가 있지만 가을이 最善, 겨울은 次善.
●도야마의 명물 송어초밥은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적당히 지어 낸 밥 위에 송어를 얇게 썰어 얹은 생선초밥으로, 산죽 잎을 바닥에 깐 전통적인 용기에 들어 있다. 도야마 시내에 위치한 회전 초밥집에선 1인당 약 1500엔 정도면 별미를 맛 볼 수 있다.
연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 - 사할린일제 말기에 韓人 노무자들이 강제 징용되어 고난과 학대를 받았던 바로 그 사할린 섬. 하여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관광지」 공식에 사할린을 대입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가족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바로 『사할린』이라고 답한다. 왜냐고 물으면 「연어」 때문이다.
알래스카가 연어떼로 유명하다지만 사할린에 가보시라. 연어의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사할린 섬은 바다로 뻗는 곳 어디에든 다 연어가 올라온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강원도 남대천의 연어는 한 철 올라오고 마는데, 사할린의 연어는 회귀하는 기간이 연중 길게 이어진다. 연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7~8월에 사할린 동쪽과 쿠릴 열도의 사이에 있는 오호츠크海 인근에서는 연어가 바다에서 강과 민물로 올라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또 폭포수 밑에 있는 「沼(폭포수 연못)」마다 연어 떼가 몰려 있는데, 말 그대로 「물 半 고기 半」이다. 아니 물보다 고기가 더 많다.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얕은 냇가에서도 몸뚱이를 다 드러낸 채 상류로 치고 올라가는 연어의 무리를 볼 수 있다. 제법 폭이 넓은 하천에서는 포크레인으로 연어떼의 그물을 끌어 올리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여행하면 좋은 자연학습이 될 것이다.
한 가지 팁. 러시아의 수돗물은 석회분이 많으므로 가급적 生水를 구입해서 마시는 것이 좋고, 외출시에는 여권 또는 현지 신분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다소 원활하지 않으나 일반적인 시내버스는 한국산 봉고차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콜택시가 영업을 개시해 외국인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과도한 팁은 삼가해야 하며, 팁은 식당의 경우 食代의 5% 수준이면 된다. 日沒(일몰) 후에는 시내 중심가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이 많으므로 야간에 市內를 배회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출시에는 여권 또는 현지 신분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동양인에 대해서는 경찰이 가두 검문을 자주 실시하며, 신분증이 없으면 즉시 파출소로 연행된다.
방치된 人類의 재산 - 앙코르와트「때는 19세기 후반… 표본채집을 위해 캄보디아의 정글에 들렀다. … 눈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나는 그 규모와 정치함에 스스로 경건하여 무릎을 꿇는다…」
앙코르와트를 처음 발견했던 당시 프랑스 박물학자의 모습이 필시 그러했을 것이다.
바라문교 사원으로 지어져 불교사원으로 덧칠이 되었다가 결국 앙코르 왕조의 衰亡(쇠망)과 함께 근 500년 간 정글 속에 묻혀 있던 앙코르와트.
1.5km 안팎의 직사각형 외벽으로 둘러친 사원은 기다란 회랑을 따라 중앙사원으로 들어가는데, 성벽과 건축물 위로 집채만한 열대의 고목이 훠이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저 나무들이 건물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유가 무얼까. 혹시 戰禍(전화)와 약탈로 훼손돼 온 사원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건 아닐까.
십수년 전 발표에 의하면 앙코르와트의 중요 유물 30점 이상이 없어졌고, 전체 유적의 70%가 복원불능의 상태로 파괴됐다고 한다. 실제로 석벽에 손을 대보면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石質(석질)이 모래 성분 많은 沙岩(사암)이라 벽이나 기둥들이 풍화작용에 취약한 탓이리라.
인간의 이기심에 파괴되고 자연적 풍화작용에도 노출된 이 유적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또아리를 튼다. 방콕에서 매일 4~5편의 항공편이 있고 스케줄이 좋다. 호치민을 통해 가는 것도 좋지만 방콕 투어도 곁들일 수 있어 그 쪽을 권한다.
역사 유적의 야외 박물관 - 터키 이스탄불역사상 유럽의 3大 강국인 로마, 비잔틴,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곳. 그래서 이름도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로 바뀌어 온 곳.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이며,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합류하는 곳. 여행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손꼽으라면 나는 주저함이 없이 「이스탄불!」하며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것이다.
이곳은 오늘날까지도 도시 곳곳에 과거 번영의 흔적들이 보존돼 있는 생생한 역사 학습장이다. 터키는, 聖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와 같은 예술적 건축물을 접하는 기쁨 외에도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같은 자연 絶景과 聖바오로 유적지, 聖母 마리아 거처 등 기독교인들의 순례 코스도 보석처럼 빛난다.
터키 남서부의 이지미르 지역에는 고전 영화 속에서 보던 원형극장이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가 외로이 남아 있는 돌기둥의 스산함도 화려했던 시절의 포효를 상상토록 인도하는 맛이 있다.
터키 관광명소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의 요새라는 뜻을 지닌 「루메리히사르」 언덕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굽어 보는 일이다. 파아란 지중해에 점점이 떠있는 요트와 조각배들, 색바랜 건물들에 반사되는 자외선의 강렬한 이미지를 함께 음미해 볼 일이다.
터키 전통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에도 가야 한다. 지붕이 돔으로 되어 있는 실내 시장이다. 4000여 개의 상점과 67개의 골목길로 이뤄진 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됐는데, 출입구만도 20여 개나 된다. 가보라. 迷路(미로) 같아서 안내자 없이는 찾아 나오지도 못할 것이다. 물건 살 때는 상인이 부른 값의 절반을 깎는 게 기본이다.
●택시 지붕 위에 터키語로 「Taksi」라고 쓰인 노란 마크가 있어 알아보기 쉽다. 대도시의 택시 운전사는 도로사정에 밝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탑승시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려 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이스탄불의 모습을 배 위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페리보트를 탈 것.
에미뇌뉴에서 출발하여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야로바까지 운항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쉬시케밥을 맛봐야 한다. 터키 전통 음식으로 일종의 양고기 꼬치인데 중국, 프랑스 음식과 더불어 세계 3大 음식에 든다는 터키의 대표음식이다. 광활한 초원을 정복하며 간편히 먹기 위해 개발해 낸 음식이란다. 맛이 그만이다.
일본과 南國의 정취가 함께 녹아 있는 오키나와오키나와는 주 5일제가 정착된다면 2박3일의 주말 여행 코스로도 최적지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 가면 日本의 전통문화와 남국적 섬 문화가 어우러진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맛볼 수 있다.
산호섬인 오키나와에는 나시로, 문 비치, 미바루 같은 아름다운 해변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곳 해변에서는 멀리까지 수심이 얕아서 산호 사이를 헤엄치는 색색의 열대어와 물장난을 칠 수 있다. 간조 때는 앞바다까지 조수가 빠져서 가까이에서 산호초를 만난다. 해양스포츠나 휴양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곳들이다.
오키나와가 꽃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일본 벚꽃 축제의 출발지가 오키나와인데 1월 중순이면 이미 축제가 시작된다. 벚꽃만 아니라 다양한 아열대 꽃들과 각종 선인장들이 섬 도처에 공원이나 꽃 수족관이라는 이름으로 널려 있다.
일본의 깨끗함과 남국의 풍요로움이 조화를 이룬 곳. 순박한 원주민들의 친절한 미소가 떠오르는 곳. 휴양지로 이만하면 부족함이 있을까. 때로 산 속이나 해변가의 한적하고 깔끔한 숙박시설을 이용해 보는 것도 추억거리다. 本土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인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요리보다 전통 요리인 류큐 요리를 즐긴다. 류큐 요리는 돼지고기가 主재료가 된다. 요리 중에는 염소국, 바다뱀국 등이 있고, 일본 本土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요리가 많이 있다. 곳곳에 류큐 왕조의 전통 춤이나 민요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류큐요리 전문점이 많다.
류큐테이는 고품격 전통요리를 再現한 식당이다. 메뉴는 모두 코스요리며, 가격은 3000엔에서 8000엔까지다. 여러 가지 소를 뭉쳐 경단을 만들거나 고기나 야채에 싸놓은 요리가 主를 이룬다. 해산물을 맛보려면 헤이와도리 해산물 시장이 좋다. 국내 수산시장처럼 저렴한 가격에 회나 매운탕류를 먹을 수 있다.
어슬렁거릴 수 있어서 좋은 곳 -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샌프란시스코는 春夏秋冬이 如一하면서 한편으로는 하루에 4계절을 겪는 도시. 찌는 듯한 더위도, 살을 에는 추위도 없는 곳이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볼거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피셔맨스 워프」와 「차이나 타운」, 그리고 「스탠포드·버클리 대학」, 이 세 곳을 꼽는다.
오클랜드와 버클리를 건너다 보는 선창가에 자리잡은 피셔맨스 워프.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온다는 말이 실감나듯 관광객들로 언제나 人山人海를 이루는 곳이다. 각종 해산물을 판매하는 노점상들과 게를 삶는 길가의 솥단지, 수없이 늘어선 식당들과 기념품 가게들,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음악연주, 마술, 판토마임들. 언제 가보아도 마치 축제가 벌어진 양 왁자지껄한 저잣거리의 흥겨움과 생동감이 있다. 피셔맨스 워프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匿名性(익명성)에 숨어버리는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세계 도처에 있는 차이나 타운이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유독 별날 이유는 없을 터인데도 나는 이곳에 가면 중국 본토나 대만에서 찾기 어려운 전통적인 中國像(중국상)을 발견하고 상념에 빠지곤 한다. 청조 말 백인들의 멸시 속에 모여들었던 1만5000여 중국인 철도 노무자들의 피곤한 삶에 대해.
자녀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스탠포드나 UC 버클리에 꼭 들르길 바란다. 많은 미국인 부모들이 고등학생 자녀를 동반하여 명문대학 캠퍼스를 구경시키는 모습을 보시라. 그리고 과외와 학원에 매달려 목표하는 대학 캠퍼스 한번 구경하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시라.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 보려면 다양한 종류의 교통수단이 있는데 예를 들면 1960년대까지 서울 종로를 달렸던 전차와 최신시설의 쾌적한 지하철 (BART: Bay Area Rapid Transportation), 그리고 MUNI 라 불리는 경전차, 그 외에 일반 버스 및 택시 등이 있어 형편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그 중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 카를 빼놓을 수 없다. 1873년에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 이미 1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기도 하며, 또 관광상품이기도 한 케이블 카는 지금도 여전히 이곳 주민의 발 구실을 하고 있다.
케이블 카를 탈 땐 운전석 바로 뒤에 서 있지 말 것. 급정거할 때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조심. 교외를 돌아보려면 렌터카가 가장 편리한 수단이지만, 시내에서는 조금 불편하다. 보행자가 많이 다니며, 급경사의 언덕과 일방통행이 많기 때문. 「Grade」 혹은 「Hill」이라고 씌어 있는 거리 표지판에 긴장할 것. 경사가 30도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에스프레소의 잠 못 이루는 도시 - 시애틀면적의 5분의 1이 호수인 도시. 그래서 시애틀을 가리켜 흔히 「물의 도시」라 부른다. 한편 도심에서 차로 두어 시간만 달리면 워싱턴州의 울창한 대자연이 전개되는데 그래서 「숲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미국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유럽의 냄새가 진동하는 도시다. 시내 중앙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파이오니어 광장을 활보해 보면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자유분방한 복장을 한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중년들은 대개 정장차림을 하고 다니는 紳士의 도시다.
시애틀에서 스페이스 니들이나 언더그라운드 투어, 요트 정박장 갑문시설, 유니언 레이크, 워싱턴 주립대학 등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영화 「Sleepless In Seattle(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받은 느낌을 추종해 보면 어떨까 싶다. 도심은 온통 19세기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예스런 느낌을 준다.
이 운치에 그대로 몸을 얹으면 된다. 가랑비라도 내리는 초저녁이면 파이오니어 광장에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이어지는 길가 어느 카페든 좋으리라.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앞에 두고 「랩소디 인 블루」 한 곡 청해 듣는 즐거움을 어디다 비하랴. 이쯤 되면 비로소 미국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 넘버 원」으로 왜 이 도시를 손꼽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일과가 끝난 시애틀 시민들 속에 묻혀 매리너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세이프코 필드(SAFECO FIELD)」(야구전용 전천후 구장, 전에는 「킹 돔」이라 불렀음)로 우르르 몰려가 보자. 일과 가정과 스포츠가 일직선처럼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일상 삶의 궤적을 슬쩍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62년 세계박람회 때 만들어진 전장 1.2마일의 모노레일을 타면 다운타운에서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이 있는 시애틀 센터까지 단 90초 만에 갈 수 있다. 내부 측면은 모두 창이므로 경관이 볼 만하다. 삯은 왕복 3달러다. 매트로 버스는 시애틀 시내뿐 아니라 킹 카운터 일대를 돌아다니는 시민의 발이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다운타운 노선은 무료로 탈 수 있다.
시애틀의 음식은 단연 커피와 해산물이다. 커피광들이 모인 캐피틀 힐의 커피숍,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싱싱한 어류를 이용한 음식을 놓치지 말 것.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근처에 위치하여 해산물과 동남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Wild Ginger」 도 괜찮다. 음식값은 20달러 안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