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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청부 살인자의 성모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 민음사 펴냄)

‘현실 속의 디스토피아’ 메데인의 젊은 청부 살인자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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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을 다루고 있다는 소개에 책을 집어 들었다. 메데인은 1980년대~1990년대 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에스코바르의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이름도 낯선 콜롬비아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해제와 연보까지 합쳐 200페이지 남짓한 책인데도 생각처럼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작중(作中) 화자(話者)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형식이어서 읽기 쉽지 않았다. 그가 젊은 청년들과 사랑을 나누는 늙은 동성애자(同性愛者)라는 것도 불편했다.
 
  무엇보다도 계속되는 이유 없는 살인들…. 거슬리는 음악을 크게 틀었다고 택시기사를 쏴 죽이고, 버스 안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웠다고 모자 세 명을 쏴 죽이고, 거리를 걸으면서 째려봤다고 쏴 죽이고, 그 장면을 목격했다고 쏴 죽이고…. 도대체 몇 명이나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였나를 세보다가 중간에 포기했을 정도다. 그렇게 거침없이 사람들을 쏴 죽이던 작중 화자의 애인인 젊은이도 총에 맞아 죽고, 그다음에 사귀게 된 애인(알고 보니 앞의 애인을 쏴 죽인 자였다!)도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성당에 찾아가 ‘도움의 성모’ 앞에서 갈구한다. 일을 맡게 해 달라고, 총알이 빗나가지 않게 해 달라고, 그리고 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런 일을 하는 청부 살인자들은 ‘열두 살, 열다섯 살, 아무리 많아도 열일곱 살을 넘지는 않아’라는 작중 화자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비록 소설이라는 외피(外皮)를 쓰긴 했지만 소설 속 메데인의 모습이 실재했던, 그리고 지금도 중남미의 ‘취약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 속의 디스토피아’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진다. ‘헬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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