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말·꼰대·꼴통(자유한국당) vs 정의·공정·세련(더불어민주당)
⊙ 20대의 최초 정치 행보는 ‘촛불집회’…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 現 정부의 견고한 지지층
⊙ 30대에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
⊙ 영호남의 지역色은 젊은 세대에도 여전
[편집자 註]
지난 8월 12일에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0.1%, 자유한국당 28.7%, 정의당 7%, 바른미래당 4.7%, 우리공화당 2.1%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50.4%), ‘잘 못하고 있다’(44.2%)였다. 1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 취임 2년을 맞아 조사한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25%, 정의당 8%, 바른미래당 5%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가 47%, ‘잘 못하고 있다’ 47%였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2~3%는 오차 범위에 있기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년 전보다 조금 올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취재원은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더욱 심한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희한하고, 반대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불가사의하다”고 말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확고한 지지층은 20~30대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90%에 가까운 ‘몰표’를 줬고, 2018년 8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대 긍정평가 62%, 30대 긍정평가 69%를 보였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8월 12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에서 평균 47%보다 후한 점수를 준 세대가 30대(잘하고 있다 56.6%)와 20대(51.2%)였다. 이들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반발한다.
2030은 왜 그렇게 자유한국당을 싫어할까. 《월간조선》은 지난 7월 22일~8월 9일 동안 20~30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직장인 등 40명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의 호칭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직함을 삭제한 경우도 있다.
⊙ 20대의 최초 정치 행보는 ‘촛불집회’…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 現 정부의 견고한 지지층
⊙ 30대에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
⊙ 영호남의 지역色은 젊은 세대에도 여전
[편집자 註]
지난 8월 12일에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0.1%, 자유한국당 28.7%, 정의당 7%, 바른미래당 4.7%, 우리공화당 2.1%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50.4%), ‘잘 못하고 있다’(44.2%)였다. 1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 취임 2년을 맞아 조사한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25%, 정의당 8%, 바른미래당 5%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가 47%, ‘잘 못하고 있다’ 47%였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2~3%는 오차 범위에 있기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년 전보다 조금 올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취재원은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더욱 심한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희한하고, 반대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불가사의하다”고 말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확고한 지지층은 20~30대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90%에 가까운 ‘몰표’를 줬고, 2018년 8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대 긍정평가 62%, 30대 긍정평가 69%를 보였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8월 12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에서 평균 47%보다 후한 점수를 준 세대가 30대(잘하고 있다 56.6%)와 20대(51.2%)였다. 이들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반발한다.
2030은 왜 그렇게 자유한국당을 싫어할까. 《월간조선》은 지난 7월 22일~8월 9일 동안 20~30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직장인 등 40명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의 호칭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직함을 삭제한 경우도 있다.
- 지난 6월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희망공감-국민 속으로, 황교안 X 2040 청년창업가 talk! talk!’ 행사에서 청년창업가들과 함께 했다.
“자유한국당, 짜증 난다”
“솔직히 정치, 별로 관심 없어요. 그냥 20대는 힘들어요. 최고의 직업은 공무원이에요. 너무 불쌍하고 암담한 인생인데,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보험을 들고 싶은 거예요.”
―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없어요. 중·고등학교 때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스펙(업적) 쌓느라 바빠요. 우리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아야 하는 세대’라고들 하잖아요. 그렇게 스펙 쌓았더니 기업에서는 경력직만 뽑는대요. 우리도 경력을 쌓고 싶어요. 회사에서 받아줘야 경력을 쌓을 거 아니에요. 우리한테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는대요. 노력은 다했는데 기회를 얻지 못하면 상실감, 박탈감이 드는 거예요.”
―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요구한다’니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세대든 20대 때 힘들지 않았을까요.
“어른들이 그랬잖아요, 요즘 20대가 제일 힘들다고. ‘N포 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라고 아저씨들이 그랬습니다. 정치인들도 ‘너희가 잘못된 게 아니라 사회가 잘못된 거’라고 말했어요. 공감하는 거예요. ‘그래,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사회의 부조리 때문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와, 근데 황당. 황교안이 스펙 없는 아들이 대기업 취업했으니까 우리한테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해요. 아들이 연대 법대라면서요. 짜증 나는 거죠.”
― 황교안 대표가 말해서 짜증이 나는 거예요, 연대 법대를 스펙 없다고 말한 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정확히 뭐예요.
“그냥 한국당(자유한국당) 사람들이 말을 하면 짜증이 나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 얘기 듣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김제동(방송인)이 우리 위로하려고 말만 한다는 걸 안다고요. 그래도 그런 말이 듣고 싶어요. ‘너희를 이해한다’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 솔루션이 없는 건 한국당이나 더민주(더불어민주당)나 마찬가지란 사실을 우리도 안다고요.”
―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논란이 있었는데요, 실망스럽지 않던가요. 앞과 뒤가 다르다는 식의.
“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바뀔 이미지가 아니에요, 김제동은.”
― 겉으로만 위로하는 척하고 뒤돌아서서 다른 소리 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적어도 우리 앞에서라도 이해하는 척해주세요. 자유한국당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몰라요.”
군(軍)에서 제대하고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의 말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여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당은 20대에게 상처만 줘요. 노력하면 다 된다고 계속 노력하라고 해요. 우리 엄마, 아빠처럼 제 인생에 관심이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엄마보다 더 잔소리를 하고 우리를 가르쳐요. 자기들이 무슨 권한으로. 그 말을,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요.”
2030이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이미지
20대의 유권자들은 1990~2000년 사이에 태어났다. 기성세대들이 우리나라 정치를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기억하고 있는 반면, 20대들이 기억하는 정치는 이명박 전(前) 대통령부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이들은 초등학생이었다. 30대는 1980~1989년에 태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김대중 대통령도 기억이 있다는 이들이 많았다.
2030세대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를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은 거의 같았다. 자유한국당은 ‘막말’ ‘꼰대’ ‘꼴통’ ‘낡음’ ‘적폐’ ‘호통’ ‘수구(守舊)’ ‘극우(極右)’ ‘친일(親日)’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 ‘공정’ ‘공공(公共)’ ‘세련’ ‘선(善)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바보’ 등의 이미지라고 답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여학생의 얘기다.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특히 자유한국당을 보면 호통치고, 시비 걸고, 꼰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은재 의원이 한컴오피스 일괄 구매를 트집 잡으며 ‘사퇴하세요’라고 소리 지르고, 홍준표 대표는 이유도 없이 호통을 치고, 김성태 의원 딸은 KT에 특혜로 입사하고…. 김무성 의원은 캐리어를 보좌관에게 밀면서 ‘노 룩 패스(No look pass)’를 보여줬죠. 제 주변에 ‘태극기 집회’를 하는 주체가 자유한국당이라고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더민주는 뭔가 세련되고 예쁜 느낌이 들어요. 처음에 ‘더’ ’더’ ‘더’라고 했을 때 주위에서 ‘예쁘다, 정치 로고도 저렇게 세련될 수 있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청탁・비리 하면 자유한국당이 먼저 떠오릅니다.”
― 정확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더민주도 ‘막말’ ‘성희롱’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요.
“더민주는 물결처럼 한 번 터졌다가 잠잠했다가 또 터졌다가 간극을 두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한국당은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뭔가 터지고, 내일도 터지고, 하루도 조용한 일이 없는 정당 같은 느낌이 들어요. 뭔가 터지면 ‘또 자유한국당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꿈꾼다는 한 남학생의 얘기다.
“한국당은 막말 정당의 이미지가 강하고, 더민주는 정의를 추구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국당이 빨갱이, 북한 궤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는 북한에 대해서 아무 감정이 없거든요.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도 안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갑자기 빨갱이 소리를 하면 ‘이게 뭐야?’란 생각이 듭니다. 더민주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거기서 거기니까. 하지만 뭔가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하는, 정의롭고자 애쓰는, 뭔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20대 대학생은 “나경원이 ‘달창 발언’을 했을 때 정말 ‘와~’란 소리밖에 안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자기들의 주장을 하는 것은 좋은데 표현이 너무 원색적이다. 좀 우아하게 상대방을 비판할 능력은 없는 사람들인가 싶다”고 말했다.
“20대가 바라는 것은 감성적 공감”
또 다른 20대 그룹의 인터뷰로 들어가 보자. 사회자는 기자다.
A: 자유한국당? 구리다.
B: 적폐, 꼰대.
C: 좋은 말을 붙이기 어려워요. 나쁜 단어는 그냥 다…. ‘사퇴하세요’도 떠오르네요.
사회: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20대에게 다가가고자 노력을 한다고 해요. 느껴지세요?
D: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감성적 공감, 세대적 공감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얘기하고 싶은데, 자유한국당을 보면 청년을 병풍 세워서 ‘우리는 청년 정당이야’라고 하는 느낌이 들어요. 청년의 언어로 소통하지 못해요.
E: 5060의 시선에서 청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2030에 대한 ‘앎’ 자체가 없어요. 아직도 ‘페북’(페이스북) 시대에서 못 벗어나요. 20대는 이미 ‘인스타’(인스타그램)로 넘어갔는데, 2030세대에 대해 공부를 안 해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젠더 이슈,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거든요. 어젠다를 다루지 않아요.
D: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유한국당 얘기를 하면, ‘박근혜 탄핵된 그 당?’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어요.
E: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가 혼난 친구가 있어요. ‘일베(일간베스트) 아니냐’는 말도 듣고, 그게 현실이에요.
G: 친구가 소개팅하는데 상대방 여자분이 지지정당을 물었대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했더니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사회: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가 있나요.
F: 대부분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요,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더하죠. 둘 다 개차반인데, 더민주는 그래도 지지할 뭔가의 이슈가 있다고 하는데 한국당은 없는 거죠.
D: ‘우리공화당’을 모르는 친구들이 태반이에요.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자유한국당은 그냥 싫은 거죠. 자유한국당은 박근혜고, 박근혜는 적폐였으니까.
한국당, 더민주 다 싫지만…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싫다는 20대를 만났다.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대학생과 그를 만나기 위해 온 2명의 한국 대학생이었다.
유학생은 “한국당과 더민주는 둘 다 바보다. 한국당은 뭔가 ‘똑똑한 척하는 바보’, 더민주는 ‘허허 웃는 바보’ 같다. 그런데 더민주는 뭔가 정의를 내세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되받은 한국 여대생의 말이다.
“둘 다 바보인 건 맞는데, 한쪽은 자기 감정 하나 컨트롤 못 하는, 자기 제어를 못 하는 사람이죠. 홍준표를 보고 ‘앵그리홍’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죠. 저들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뭔가가 바보 같아요. 자기가 호통치는 모습을 지지하는 세력만큼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모습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참…. 고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좀 댄디(dandy)하게 못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똑똑한 바보’보다는 차라리 ‘허허 웃는 바보’가 낫죠. 양쪽 다 싫은데, 한국당은 ‘택시기사’ 같고, 더민주는 ‘카카오택시’ 같아요.”
― 무슨 뜻이죠.
“택시를 타보면 제가 돈 내는 손님인데, 기사님이 운전하면서 누가 끼어들 때 막 화를 내는 분이 있어요. ‘야, 운전 제대로 못 해?’ 막 이래요. 뒤에 앉아 있는 제가 불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거죠. 그런데 카카오택시에서 그런 기사님을 만나면 후기에 제가 나쁜 평가를 할 수 있잖아요. 나쁜 일반 택시 기사님이 있는 반면에 더 좋은 기사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기사님을 여러 번 만나다 보면, ‘그냥 돈을 더 내더라도 카카오택시를 부르자’는 생각이 들어요.”
― 한국당에 본인이 선호할 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기존의 경험 때문에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렇죠. 여태 보여준 이미지가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조금 리스크가 덜한 ‘카카오택시’를 타는 거죠. 더민주가 좋은 것은 아닌데 한국당이 워낙 싫어서 그 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더민주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로남불’ 이미지요. 반미(反美) 하면서 자기 자식들은 미국 유학 보내는요.
“싫죠. 그래서 한국당이나 더민주나 둘 다 싫은 거거든요. (잠시 침묵) 굳이 말하자면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아닌 척, 젠틀한 척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뒤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요. 그게 정치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여학생이 대화에 끼었다.
“둘 다 싫은데 그냥 그쪽 그 라인(더불어민주당)이 좀 젠틀해 보여요. 지적(知的)으로 보여요. 조국, 강경화, 표창원….”
― 이미지로 따지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점잖은 이미지 아닌가요.
“네. 그래서 저는 처음에 황교안이 대표가 됐다기에 더민주 대표인지 알았어요. 보이는 이미지가 자유한국당이랑 너무 안 어울려요. 지금 하는 것을 보면 거기서 거기다 싶지만.”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한국당의 불통, 꼰대, 막말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이고 수준 낮은 막말성 조롱과 조소의 역사가 대중의 기억에 뿌리박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조롱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한국당의 주류로 있는 한 벗어나기 어려운 역사적 유증입니다. 더구나 현재 한국당은 ‘막말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일 년간 막말의 주역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친박(親朴)이라 공천이 불분명한 사람, 원외위원장이라 공천의 확실성을 높여야 하는 사람 또는 이미 한물가서 정치적인 수명이 다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구명줄은 당 안팎의 극단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지난 총선 이후로,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한국당은 이 트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승만은 미국 앞잡이, 박정희는 친일 독재자’라고 배워
스스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 한 남자 대학생은 “잘못된 역사의식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점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돼서 역사 공부를 새로 했습니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배운 것은 이승만은 ‘미국의 앞잡이’였고, 박정희는 ‘친일 독재자’라는 것이에요. 교과서에서 그렇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은 적폐세력이 완성한 국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국가에 대해 너무 창피하잖아요. 대학에 와서 역사 공부를 새로 시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이 좋은 국가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뿌리가 바뀌었습니다. 무너졌던 질서가 바로 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역사왜곡, 언론의 거짓 프레임 등으로 인해 거짓말에 기초한 가치관이 20대들에게 심어져 있으니 방향이 엇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 대다수의 20대가 비슷한 생각을 할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촛불집회 때 다 같이 일어났던 것도 잘못된 역사관이 일부 작용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박정희=독재’였기 때문에 우리가 적폐 청산에 앞장서야 하는 주체라고 느꼈습니다. 촛불집회는 진실을 추구하는 집회, 선(善)한 집단행위라고 생각을 했고, 이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자고 하면 적폐・수구라고 낙인찍었습니다.”
― 트리거 포인트가 된 태블릿PC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죠.
“20대에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가짜 뉴스, 진짜 뉴스를 따지지 않아요. 민주당은 선이고, 손석희도 선이에요. 찬찬히 따져보자라기보다는 ‘손석희는 그럴 리 없어…’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오늘날 언론, 문화, 종교를 좌파가 전부 접수했다고 느낍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의식적 부분에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가 없어요.”
― 20대들이 정치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꼽는다면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나베’(나경원 의원과 일본 아베 총리의 합성어)…. 친일 관련 기사가 나오면 꼭 박정희 대통령이랑 연결을 시켜요. 댓글에 많아요. ‘역시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는 다르네’라고요. 그렇게 조롱해요.”
― 잘못된 역사의식이 오늘날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요인이 됐다는 거군요.
“‘자유’에 대해서도 거의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20대는 독립심이 없고,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자신의 삶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 탓을 잘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어요. 제가 이렇게 말을 하면 저 역시 꼰대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다른 대학교 4학년 남학생의 얘기다.
“자본주의는 착취라고 배웠어요. ‘자낳괴’라는 말이 있어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준말인데, 돈만 밝히는 속물을 얘기해요. 자본주의에 대해 누가 얘기를 하면 ‘너도 자낳괴냐?’라고 말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또 막상 ‘사회주의가 좋으냐’고 물으면 아무도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 대놓고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거죠.”
“20대들이 正義를 찾는 이유”
20대들의 잘못된 역사의식이 오늘날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감의 근원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한국인의 ‘속성’에서 이들의 반감을 찾으려는 해석도 있다. 심리분석학자 황상민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 사람들은 착하고 바르게,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면 ‘이 정도는 얻어야 한다’는 기대 충족의 심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착하게 살았는데 현실은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본인의 기대에 충족할 만한 삶이 아닌 겁니다.”
― 20대들의 ‘단군 이래 최악의 힘든 세대’라는 피해의식도 같은 연장 선상일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할 만큼 했지만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생긴 겁니다. 한국인의 피해의식은 오늘날 생긴 것이 아닙니다. 1970년대에 이런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은 종교에 기댔습니다. ‘오, 주여, 하느님’이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종교가 구세주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그 해소방안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오늘날 2030 젊은이들에게는 그 피해의식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의=구세주’가 됐습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적 올바름, 정의, 공정 등을 중시하는 것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 하지만 자유한국당에 정의의 이미지가 없는 것인가요.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 ‘흙수저’를 만든 주체가 기성세대이고, 그 기성세대들이 바로 한국당이었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 극대화됐고, 여전히 한국당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당과 접점이 전혀 없는 20대로서는 자신들이 중시하는 가치인 ‘정의’와 한국당이 전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황교안 보좌관과 내가 똑같은 약자로 느껴져”
2030세대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특이점은 그들이 정치인, 혹은 정치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흡사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1인칭 화법’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2030은 인터넷으로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뉴스라고 하는 것을 소비하는 계층이 아니다. 사람의 심리는 자기의 선호에 맞는 것을 찾는다. 인터넷 콘텐츠는 그것이 특징이다. 뉴스든 영화든 그러면 당연히 자기 성향에 맞는 것을 찾아 들어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챔버’ 현상이 생깁니다. 한 번 빠져들면 나선형처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한 번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던 일들을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그 얘기를 하는 《조선일보》 뉴스가 조작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자기가 본 콘텐츠에서 ‘《조선일보》의 조작’이라고 하면 그대로 믿는 겁니다.”
― 무작정 믿어버린다는 겁니까.
“오늘날 유튜브를 보면 편향성이 없는 콘텐츠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먹방(먹는 방송 프로그램)도 점점 극단화되어가고 있고, 시사 유튜브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영향을 20대들이 받지 않나 싶습니다.”
한 대학생은 ‘박근혜의 어떤 점이 여태까지 용서가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유라(최순실의 딸)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유라가 ‘부자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비리로 학교 들어가고, 이화여대도 건성으로 졸업했잖아요. 그러면서 호의호식하면서 살았고, 공주라는 둥 언론에 보도됐잖아요. 너무 화가 나는 거죠.”
― 정유라가 내 것을 뺏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가 났나요.
“저는 하루하루 진짜 열심히 살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적이 많았어요. 정유라 얘기를 들으니까, ‘저런 애들이 내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조차 뺏어갔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 정유라와 직접 알고 지낸 것이 아닌데 내 일처럼 느껴졌다는 거군요.
“당시 그런 얘기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전해졌어요. SNS의 특징 중 하나가 서로 링크된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 그걸 읽다 보면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손에 닿는 곳의 얘기처럼 느껴지니까….”
대기업에 다니는 7년 차 30대 직장인의 얘기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 큰 반감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부재(不在) 때 국정 운영을 잘 했다고까지 생각을 했어요. 얼마 전에 황 대표가 휴가 기간 중에 국회에 출근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커피도 타줘서 나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은 정말 공감 능력이 없다고 느꼈어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는 거죠.”
― 왜 그렇게 느꼈나요.
“문득 황교안에게 줄 커피 타는 보좌관이 떠오르면서 제 경험과 오버랩이 되는 거예요. 우리 둘 다 약자 같은. 회사 전무님들 생각이 났어요. 황교안이 제가 밥 수발, 커피 수발을 들어야 하는 내 상사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조금 과한 비약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냥 그렇게 느껴져요. 제가 마치 그분을 보좌하는 처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출장 갔을 때 전무님이 커피를 사 오라고 해서 아메리카노를 사 갔는데 그냥 버리시더라고요. 원래 달콤한 라테를 드신대요. 그냥 한 번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요? 자유한국당과 더민주를 보면 딱 그 차이가 떠올라요.”
― 어떤 차이요.
“한국당은 아메리카노를 제 면전(面前)에서 버릴 것 같고, 더민주는 마시는 척을 하다가 제가 없을 때 버릴 것 같아요.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하소연을 하러 가면 더민주 국회의원은 ‘공감한다, 방법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해놓고서는 아무것도 안 할 것 같고, 한국당은 보좌관 몇 명 만나다가 끝내 국회의원 얼굴도 못 볼 것 같아요.”
“한국당, 새로운 얼굴·느낌 없다”
20대들이 자신의 세대의 어젠다와 정치적 올바름 등을 주로 얘기했다면, 30대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서너 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였다.
대기업 7년 차 직장인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죠.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고, 노무현 정부 때 일했던 사람들이 이 정부에도 들어가 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표방했던 정의, 서민, 상식, 분배 등의 어젠다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요.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좋은 느낌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건가요.
“30대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며칠 전에도 유튜브에서 ‘노무현 일대기’를 보면서 울었어요. 저런 대통령을 우리가 갖고 있었는데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거죠. 문재인 정부는 그 색채를 이어받았고, 더민주도 그 정신을 지키려고 하니까 당연히 지지할 수밖에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정치에 관심이 크다’고 말한 30대 여성 직장인의 얘기다.
“어느 국가든지 보수를 지향하는 당(黨)은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한국당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과거의 보수와 현재의 보수는 다를 수 있는데 오픈 마인드를 하지 않아요. 홍준표, 황교안, 나경원, 김성태, 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도 변하지 않았고요. 새로운 얼굴도 없고, 새로운 느낌도 없고…. ‘우리는 보수’라고 소리만 지르지, 자기들 내부에서조차 어떤 보수를 표방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보여요. 정치인들은 결국 일반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해야 하는데 공감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요.”
경제 실패로 문재인 정부 심판?
體感하기 어려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고,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30대 두 명의 대화를 살펴보자. 한 명은 “지난 대선에서 차마 홍준표에게 손이 안 가 안철수를 찍었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은 “그래도 홍준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A: 박근혜는 자신을 지지했던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어요. 정말 믿었는데 너무 처참한 거죠.
B: 박근혜가 잘못한 게 맞긴 한데, 지금 문재인 보면 ‘그래도 그 시절이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A: 나는 심지어 박근혜 탄핵에 반대를 했다니까. 주위 사람들한테 ‘평가는 나중에 해야 한다.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고까지 했는데.
사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나요.
A: 이런 말도 안 되는 탄핵이 벌어졌음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답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장제원이 컴백한 부분을 보고 정말…. 주위에서 한국당을 꼰대라고 하는데, 저는 꼰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대로 된 꼰대는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당을 보면 젊은이들을 이해할 생각은 없고, 달라진 것도 없고.
B: 저도 좀 그래요.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근거가 없어요. 곧 40대가 되는데 제 입장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죠.
사회: 직장인이니까 세금 문제에 민감할 것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가 침체된 것을 몸소 느끼지 않나요.
A: 한국당이 경제 실패를 문제 삼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는데, 저는 공감하기 어려워요. 제가 대기업에 다니다 보니 월급이 달라진 것은 없고요, 문재인 정책 때문에 2년 만에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B: 난 주 52시간제 하니까 오히려 좋더라. 예전에 야근을 얼마나 했는지. 물론 그렇다고 문재인이 잘했다는 건 아니고. ‘문빠’(문재인 지지세력)를 보면 불편하긴 하지. 뭘 믿고 저렇게 좋아하나.
A: 그에 못지않게 ‘문까’(문재인 반대세력)도 있으니까, 됐죠 뭐.
사회: ‘빠’와 ‘까’가 같이 존재하네요. 같은 세대에서도.
B: 30대는 특이한 게 중도층이 없어요. 예전에는 ‘너 누구 찍을 거야’ 하면 ‘그때 가서 생각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30대는 ‘모’ 아니면 ‘도’라는 느낌이 들어요. 문재인을 확실하게 좋아하든, 아니면 처절하게 싫어하든.
A: ‘빠’가 생기면 ‘까’가 생기고, ‘까’가 생기면 ‘빠’가 생기고.
사회: 여러분과 나이가 비슷한 세대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시즌 2’라고 하던데 동의하나요.
A: 같은 정부의 연속 선상에 있죠. 똑같은 사람들이 하고 있잖아요.
B: 노무현을 계승한 것은 분명하고 좀 더 정교하고 교활하게 계승한 것 같은데요.
“한국당, 표 타령만 한다”
30대들과의 인터뷰 속에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들을 접할 수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조차, 기자가 느끼기에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지식이 있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20~30대 직장인 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 사회자의 질문 없이 자유롭게 내년 4월 총선에서 누구를 찍을 건지 토론하라고 부탁했다.
이들 중 가장 선배인 30대 여성의 말이다.
“더민주 찍는 거죠. 한국당은 차마 찍을 수가 없잖아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추경 예산안 처리도 미루고, 더 웃긴 건 안 그런 척하면서 표(票) 타령만 하는데 제 소중한 한 표를 줄 수 없죠. 문재인 정부가 친북 정부라고, 북한에 퍼준다고 하는데 정말 짜증이 나더라고요.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했던 건 박근혜 아니에요? 반대로 말하면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이 그런 주장을 했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그걸 현실화시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친북이라고 하니까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어요.”
옆자리에 있는 두 번째 선배로 보이는 30대 여성의 말이다.
“우리가 기억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하나 봐요. 자기들이 한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뒤집죠? 북한에 당장 퍼주면 우리가 힘들어진다고 얘기를 하고,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는데,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북한이랑 관계를 유지하는 거예요.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나가고, 젊은 친구들이 한창때 군대 가고 그게 다 북한 때문인데,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그건 답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통일은 해야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군대에서 제대했다는 20대가 이를 이어받았다.
“북한 주민에게 가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그 돈이 결국 김정은한테 간다는 게 문제잖아요. 그걸 조장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고요. 그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죠. 군대에 있으면 우리의 주적(主敵)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게 되거든요. 한국당이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요.”
이들의 얘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한국당의 막말, 안보장사, 친일・반일 프레임, 노무현 정부의 연속 등이 화제로 이어졌다.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남녀(男女)간, 영호남별로 묘한 차이점이 있었다.
‘이니스프리’ vs ‘인이스탑’
그룹 인터뷰에 나선 20대들은 “20대 남자 대학생보다 여자 대학생이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지지층”이라고 말을 했다.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20대 여학생들의 얘기다.
A: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갔을 때 포털사이트에 사진이 올라왔는데 아이돌 같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근사한 대통령이 있었나’ 싶은 생각 있잖아요. 푸근하고 이해해줄 거 같고, 말을 다 들어줄 것 같은 이미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커피를 손에 들고 참모들이랑 내려오는 사진이 많아요. 문재인뿐만 아니라 임종석, 조국, 강경화 다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게 ‘문빠’(문재인 지지세력)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B: 저는 여대 다니는데 학교 카페에 가장 호응이 높았던 글 중의 하나가 ‘우리 인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였어요. ‘무엇을 하든 나의 지지를 줄 것이야’라는 식으로요.
사회: 대통령인데 연예인 같은 느낌이 드나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B: 진짜 그랬어요. 그냥 여태 보수 정권이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이왕 대통령이 된 마당에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요.
여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지자, 옆에 앉은 남자 대학생이 끼어들었다.
C: 그게 ‘이니스프리’잖아요. 화장품 브랜드를 본떠서 ‘인(人) is free’.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죠. 요즘은 ‘인이스탑’이 생겼어요. 편의점 중에 ‘미니스탑’ 있잖아요. 거기서 ‘미니(Mini)’의 ‘엠(M)’자를 빼서 ‘인이 스탑(인이 stop)’이라고 해요. ‘문재인 이제 그만’이라는 뜻이죠.
D: 문재인은 아이돌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이돌 좋아할 때 그냥 맹목적이잖습니까. 이유도 없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공격하면 마치 나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갖는데, 20대 여자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문재인 아이돌化’를 보는 두 개의 시선
20대들의 대통령을 향한 ‘아이돌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의 분석이다.
“아이돌 그룹, 연예인을 향한 집단활동을 하는 것이 ‘나꼼수 세대’의 특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아이돌 정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로 선출된 의로운 대통령, 구태의연한 것과 반대되는 심벌이 스스로 된 겁니다. 20대 중의 일부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같은 정치인의 한 명으로 생각을 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 20대 여대생의 대화를 보면 절대적 지지인데요.
“그것이 특징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아이돌이 열애설이 터져도, 무대에서 실수를 해도 지지하고 그저 예쁘게만 바라봅니다.”
―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 친북 성향이라고 하면요.
“그 어떤 것도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습니다. ‘대깨문’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기존의 이념 프레임으로 자꾸 문재인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듯이 보이니까 20대들이 오히려 반감을 갖는 겁니다.”
― 어쩔 때 이 ‘아이돌’에게서 벗어납니까.
“외부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돌이 스스로 부패했을 때,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을 때는 대중이 움직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왜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더 지지하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결과는 없습니다. 제 주관적 판단으로는 이 정부 들어 여성의 오래된 사회적 요구들이 일시에 공적(公的) 토론의 대상으로 부상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는 미투도 관여돼 있고, 고위 공직자의 여성 비율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있고요. 이는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효능감(efficacy)으로 이어졌고, 이 효능감이 정치적 지지의 핵심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 그것이 결국 대통령의 ‘아이돌化’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대통령의 아이돌화는 20대가 주도한 것이 아닙니다. 소위 ‘문빠’라고 자기 규정하는 집단의 대다수는 40~50대입니다. ‘아이돌처럼 무작정 지지’가 특수 현상은 아닙니다. 팬덤의 강도와 맹목성을 따지면 ‘태극기 부대’를 따를 수 없습니다. 탄핵 전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 역사상 가장 맹목적인 집단입니다. 김구,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20세기 내내 카리스마 정치를 했던 정치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20세기 카리스마 대(對) 최근의 아이돌 정치군요.
“둘의 차이는 후자(後者)의 변동성과 휘발성이 전자(前者)에 비해 심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돌 정치의 위험성은 정치의 맹목성과 대중주의적 성격이 아니라, 불완전성과 전복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처럼 느껴져”
2030세대에게는 여전히 영호남의 지역색이 엿보였다.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20대 대학생의 얘기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선임이 누구냐에 따라 TV채널이 달라졌습니다. 경상도 출신이 선임이 되면 ‘TV조선’을 틀었고요, 전라도 출신이 선임이 됐는데 습관적으로 틀었다가 ‘또 TV조선이냐, 다른 채널 틀어라’고 해서 바꿨고요. 저는 의경을 나왔는데, 특히 5·18 얘기를 할 때는 영호남 출신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그들이 분명 투표도 다르게 할 것이고요.”
이를 듣고 있던 또 다른 20대의 얘기다.
“20대도 분명히 출신 지역에 따라 지지정당이 다르고, 또 그 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어른들의 지역감정과는 달라요. 저는 그 부분에서 희망을 엿보고 싶은데요. 예전에는 경상도가 전라도를 배척하고, 또 전라도가 경상도를 배척했다면 요즘 20대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너와 나는 다른 지역 출신이구나. 고로 우리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고 서로 인정을 하는 거예요. 여전히 지역감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이 고향이라고 밝힌 대기업 7년 차 직장인의 얘기다.
“제가 기억하는 한 항상 민주당에 투표를 했습니다. 친척들 모여도 거기에 이견(異見)을 다는 사람은 아예 없고요.”
― 자유한국당은 경상도 당이라고 느껴지나요.
“경상도 당이라기보다 아직도 기득권 같아요. 따라서 저 같은 사람이 더욱 적극적으로 더민주를 지지해야 하는 것이고요.”
― 지금 여당은 더민주인데, 야당인 한국당이 기득권 같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요.
“맞는 말이에요. 지금 여당은 더민주예요. 그런데 호남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한국당이 집권당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그럴수록 결집해야 하는 거고요.”
앞으로 정치인을 꿈꾼다는 호남 출신 20대 대학생의 말이다.
“집안에 상(喪)이 있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제 소개를 하면서 ‘앞으로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고 하셨습니다. 친척 중에 더민주 당원도 있고 해서 한창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했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 친척분이 아버지를 불러서 ‘아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 어쩌다가 저렇게 됐냐’고 했다고 합니다. 호남에서 한국당 얘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는 “2030세대에서조차 지역적 성향은 당연히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나타났듯이 나이, 학력, 재산 정도를 통제하고도 지역의 효과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무상급식 눈물, 김무성의 ‘노 룩패스’, 김문수의 ‘119’ 영상 아직 나돌아
2030세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물은 질문이 있다. ‘언론이 좌파에게 장악당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도, 소셜미디어, SNS 등을 통해서 번지는 자유한국당의 희화화(戱畵化)된 이미지를 희한하게 생각했다. 30대 직장인 셋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이들이 공통적으로 본 동영상이 있었다. 이들의 얘기다.
“자유한국당이 싫고 좋고를 떠나서 웃길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들었어요. 김문수가 119에 전화를 걸어서 ‘저 도지사입니다’ 하는 녹취 있잖아요. 그게 완전히 코미디잖아요. 다시 들어도 웃긴 거죠.”
옆에 있던 직장인은 “가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김무성의 ‘노 룩 패스’ 동영상을 보면 헛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 등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억’이 아니라 오늘 현재까지 그 동영상(녹취록)은 2030세대들이 자주 찾는 포털사이트에 쉽게 노출이 돼 있다.
이들과의 대화 후 찾아보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19 상황실에 전화를 해서 적절치 못한 대응을 한 것은 2011년 12월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보인 것은 2011년 8월이었다. 김무성 의원이 공항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자신의 캐리어를 보좌진에게 밀어 입방아에 올랐던 사건은 2017년 5월이었다. 짧게는 2년 전에서 길게는 6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 아직까지 2030세대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은 거의 없었다. 2017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2018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던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과 8월에는 박찬근(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의원과 김훈(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추행 혐의로 제명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당대표들은 막말로 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5월 31일 추미애 당시 당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정은 대통령”이라고 말실수를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12월 28일 당내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빚자 공식 사과한 바 있다.
2030세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마지막 질문은 늘 같았다.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하면 한 번쯤 그들을 믿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당명(黨名)을 바꿔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 50%를 바꾸면 믿겠다” “정책으로 승부해라” “의석 수의 50%를 그나마 우리와 소통이 되는 40대에 공천하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대안을 내는 젊은이들조차 이렇게 말했다.
“다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답을 한 것입니다. 왜냐고요? 어차피 그들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임을 잘 아니까요.”⊙
“솔직히 정치, 별로 관심 없어요. 그냥 20대는 힘들어요. 최고의 직업은 공무원이에요. 너무 불쌍하고 암담한 인생인데,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보험을 들고 싶은 거예요.”
―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없어요. 중·고등학교 때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스펙(업적) 쌓느라 바빠요. 우리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아야 하는 세대’라고들 하잖아요. 그렇게 스펙 쌓았더니 기업에서는 경력직만 뽑는대요. 우리도 경력을 쌓고 싶어요. 회사에서 받아줘야 경력을 쌓을 거 아니에요. 우리한테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는대요. 노력은 다했는데 기회를 얻지 못하면 상실감, 박탈감이 드는 거예요.”
―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요구한다’니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세대든 20대 때 힘들지 않았을까요.
“어른들이 그랬잖아요, 요즘 20대가 제일 힘들다고. ‘N포 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라고 아저씨들이 그랬습니다. 정치인들도 ‘너희가 잘못된 게 아니라 사회가 잘못된 거’라고 말했어요. 공감하는 거예요. ‘그래,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사회의 부조리 때문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와, 근데 황당. 황교안이 스펙 없는 아들이 대기업 취업했으니까 우리한테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해요. 아들이 연대 법대라면서요. 짜증 나는 거죠.”
― 황교안 대표가 말해서 짜증이 나는 거예요, 연대 법대를 스펙 없다고 말한 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정확히 뭐예요.
“그냥 한국당(자유한국당) 사람들이 말을 하면 짜증이 나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 얘기 듣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김제동(방송인)이 우리 위로하려고 말만 한다는 걸 안다고요. 그래도 그런 말이 듣고 싶어요. ‘너희를 이해한다’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 솔루션이 없는 건 한국당이나 더민주(더불어민주당)나 마찬가지란 사실을 우리도 안다고요.”
―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논란이 있었는데요, 실망스럽지 않던가요. 앞과 뒤가 다르다는 식의.
“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바뀔 이미지가 아니에요, 김제동은.”
― 겉으로만 위로하는 척하고 뒤돌아서서 다른 소리 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적어도 우리 앞에서라도 이해하는 척해주세요. 자유한국당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몰라요.”
군(軍)에서 제대하고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의 말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여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당은 20대에게 상처만 줘요. 노력하면 다 된다고 계속 노력하라고 해요. 우리 엄마, 아빠처럼 제 인생에 관심이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엄마보다 더 잔소리를 하고 우리를 가르쳐요. 자기들이 무슨 권한으로. 그 말을,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요.”
2030이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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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비 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앉아 촛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늘날 20대의 첫 번째 정치행위 장소가 됐던 촛불집회 현장. |
2030세대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를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은 거의 같았다. 자유한국당은 ‘막말’ ‘꼰대’ ‘꼴통’ ‘낡음’ ‘적폐’ ‘호통’ ‘수구(守舊)’ ‘극우(極右)’ ‘친일(親日)’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 ‘공정’ ‘공공(公共)’ ‘세련’ ‘선(善)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바보’ 등의 이미지라고 답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여학생의 얘기다.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특히 자유한국당을 보면 호통치고, 시비 걸고, 꼰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은재 의원이 한컴오피스 일괄 구매를 트집 잡으며 ‘사퇴하세요’라고 소리 지르고, 홍준표 대표는 이유도 없이 호통을 치고, 김성태 의원 딸은 KT에 특혜로 입사하고…. 김무성 의원은 캐리어를 보좌관에게 밀면서 ‘노 룩 패스(No look pass)’를 보여줬죠. 제 주변에 ‘태극기 집회’를 하는 주체가 자유한국당이라고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더민주는 뭔가 세련되고 예쁜 느낌이 들어요. 처음에 ‘더’ ’더’ ‘더’라고 했을 때 주위에서 ‘예쁘다, 정치 로고도 저렇게 세련될 수 있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청탁・비리 하면 자유한국당이 먼저 떠오릅니다.”
― 정확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더민주도 ‘막말’ ‘성희롱’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요.
“더민주는 물결처럼 한 번 터졌다가 잠잠했다가 또 터졌다가 간극을 두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한국당은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뭔가 터지고, 내일도 터지고, 하루도 조용한 일이 없는 정당 같은 느낌이 들어요. 뭔가 터지면 ‘또 자유한국당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꿈꾼다는 한 남학생의 얘기다.
“한국당은 막말 정당의 이미지가 강하고, 더민주는 정의를 추구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국당이 빨갱이, 북한 궤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는 북한에 대해서 아무 감정이 없거든요.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도 안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갑자기 빨갱이 소리를 하면 ‘이게 뭐야?’란 생각이 듭니다. 더민주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거기서 거기니까. 하지만 뭔가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하는, 정의롭고자 애쓰는, 뭔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20대 대학생은 “나경원이 ‘달창 발언’을 했을 때 정말 ‘와~’란 소리밖에 안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자기들의 주장을 하는 것은 좋은데 표현이 너무 원색적이다. 좀 우아하게 상대방을 비판할 능력은 없는 사람들인가 싶다”고 말했다.
“20대가 바라는 것은 감성적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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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 일자리 3대 공약’과 ‘청년 취업 5대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
A: 자유한국당? 구리다.
B: 적폐, 꼰대.
C: 좋은 말을 붙이기 어려워요. 나쁜 단어는 그냥 다…. ‘사퇴하세요’도 떠오르네요.
사회: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20대에게 다가가고자 노력을 한다고 해요. 느껴지세요?
D: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감성적 공감, 세대적 공감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얘기하고 싶은데, 자유한국당을 보면 청년을 병풍 세워서 ‘우리는 청년 정당이야’라고 하는 느낌이 들어요. 청년의 언어로 소통하지 못해요.
E: 5060의 시선에서 청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2030에 대한 ‘앎’ 자체가 없어요. 아직도 ‘페북’(페이스북) 시대에서 못 벗어나요. 20대는 이미 ‘인스타’(인스타그램)로 넘어갔는데, 2030세대에 대해 공부를 안 해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젠더 이슈,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거든요. 어젠다를 다루지 않아요.
D: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유한국당 얘기를 하면, ‘박근혜 탄핵된 그 당?’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어요.
E: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가 혼난 친구가 있어요. ‘일베(일간베스트) 아니냐’는 말도 듣고, 그게 현실이에요.
G: 친구가 소개팅하는데 상대방 여자분이 지지정당을 물었대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했더니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사회: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가 있나요.
F: 대부분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요,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더하죠. 둘 다 개차반인데, 더민주는 그래도 지지할 뭔가의 이슈가 있다고 하는데 한국당은 없는 거죠.
D: ‘우리공화당’을 모르는 친구들이 태반이에요.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자유한국당은 그냥 싫은 거죠. 자유한국당은 박근혜고, 박근혜는 적폐였으니까.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싫다는 20대를 만났다.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대학생과 그를 만나기 위해 온 2명의 한국 대학생이었다.
유학생은 “한국당과 더민주는 둘 다 바보다. 한국당은 뭔가 ‘똑똑한 척하는 바보’, 더민주는 ‘허허 웃는 바보’ 같다. 그런데 더민주는 뭔가 정의를 내세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되받은 한국 여대생의 말이다.
“둘 다 바보인 건 맞는데, 한쪽은 자기 감정 하나 컨트롤 못 하는, 자기 제어를 못 하는 사람이죠. 홍준표를 보고 ‘앵그리홍’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죠. 저들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뭔가가 바보 같아요. 자기가 호통치는 모습을 지지하는 세력만큼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모습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참…. 고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좀 댄디(dandy)하게 못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똑똑한 바보’보다는 차라리 ‘허허 웃는 바보’가 낫죠. 양쪽 다 싫은데, 한국당은 ‘택시기사’ 같고, 더민주는 ‘카카오택시’ 같아요.”
― 무슨 뜻이죠.
“택시를 타보면 제가 돈 내는 손님인데, 기사님이 운전하면서 누가 끼어들 때 막 화를 내는 분이 있어요. ‘야, 운전 제대로 못 해?’ 막 이래요. 뒤에 앉아 있는 제가 불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거죠. 그런데 카카오택시에서 그런 기사님을 만나면 후기에 제가 나쁜 평가를 할 수 있잖아요. 나쁜 일반 택시 기사님이 있는 반면에 더 좋은 기사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기사님을 여러 번 만나다 보면, ‘그냥 돈을 더 내더라도 카카오택시를 부르자’는 생각이 들어요.”
― 한국당에 본인이 선호할 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기존의 경험 때문에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렇죠. 여태 보여준 이미지가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조금 리스크가 덜한 ‘카카오택시’를 타는 거죠. 더민주가 좋은 것은 아닌데 한국당이 워낙 싫어서 그 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더민주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로남불’ 이미지요. 반미(反美) 하면서 자기 자식들은 미국 유학 보내는요.
“싫죠. 그래서 한국당이나 더민주나 둘 다 싫은 거거든요. (잠시 침묵) 굳이 말하자면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아닌 척, 젠틀한 척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뒤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요. 그게 정치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여학생이 대화에 끼었다.
“둘 다 싫은데 그냥 그쪽 그 라인(더불어민주당)이 좀 젠틀해 보여요. 지적(知的)으로 보여요. 조국, 강경화, 표창원….”
― 이미지로 따지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점잖은 이미지 아닌가요.
“네. 그래서 저는 처음에 황교안이 대표가 됐다기에 더민주 대표인지 알았어요. 보이는 이미지가 자유한국당이랑 너무 안 어울려요. 지금 하는 것을 보면 거기서 거기다 싶지만.”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한국당의 불통, 꼰대, 막말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이고 수준 낮은 막말성 조롱과 조소의 역사가 대중의 기억에 뿌리박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조롱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한국당의 주류로 있는 한 벗어나기 어려운 역사적 유증입니다. 더구나 현재 한국당은 ‘막말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일 년간 막말의 주역들을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친박(親朴)이라 공천이 불분명한 사람, 원외위원장이라 공천의 확실성을 높여야 하는 사람 또는 이미 한물가서 정치적인 수명이 다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구명줄은 당 안팎의 극단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지난 총선 이후로,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한국당은 이 트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승만은 미국 앞잡이, 박정희는 친일 독재자’라고 배워
스스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 한 남자 대학생은 “잘못된 역사의식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점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돼서 역사 공부를 새로 했습니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배운 것은 이승만은 ‘미국의 앞잡이’였고, 박정희는 ‘친일 독재자’라는 것이에요. 교과서에서 그렇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은 적폐세력이 완성한 국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국가에 대해 너무 창피하잖아요. 대학에 와서 역사 공부를 새로 시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이 좋은 국가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뿌리가 바뀌었습니다. 무너졌던 질서가 바로 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역사왜곡, 언론의 거짓 프레임 등으로 인해 거짓말에 기초한 가치관이 20대들에게 심어져 있으니 방향이 엇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 대다수의 20대가 비슷한 생각을 할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촛불집회 때 다 같이 일어났던 것도 잘못된 역사관이 일부 작용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박정희=독재’였기 때문에 우리가 적폐 청산에 앞장서야 하는 주체라고 느꼈습니다. 촛불집회는 진실을 추구하는 집회, 선(善)한 집단행위라고 생각을 했고, 이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자고 하면 적폐・수구라고 낙인찍었습니다.”
― 트리거 포인트가 된 태블릿PC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죠.
“20대에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가짜 뉴스, 진짜 뉴스를 따지지 않아요. 민주당은 선이고, 손석희도 선이에요. 찬찬히 따져보자라기보다는 ‘손석희는 그럴 리 없어…’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오늘날 언론, 문화, 종교를 좌파가 전부 접수했다고 느낍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의식적 부분에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가 없어요.”
― 20대들이 정치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꼽는다면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나베’(나경원 의원과 일본 아베 총리의 합성어)…. 친일 관련 기사가 나오면 꼭 박정희 대통령이랑 연결을 시켜요. 댓글에 많아요. ‘역시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는 다르네’라고요. 그렇게 조롱해요.”
― 잘못된 역사의식이 오늘날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요인이 됐다는 거군요.
“‘자유’에 대해서도 거의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20대는 독립심이 없고,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자신의 삶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 탓을 잘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어요. 제가 이렇게 말을 하면 저 역시 꼰대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다른 대학교 4학년 남학생의 얘기다.
“자본주의는 착취라고 배웠어요. ‘자낳괴’라는 말이 있어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준말인데, 돈만 밝히는 속물을 얘기해요. 자본주의에 대해 누가 얘기를 하면 ‘너도 자낳괴냐?’라고 말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또 막상 ‘사회주의가 좋으냐’고 물으면 아무도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 대놓고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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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1일 청와대 조국(오른쪽) 당시 민정수석과 임종석(왼쪽) 당시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2030 세대들은 이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한국 사람들은 착하고 바르게,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면 ‘이 정도는 얻어야 한다’는 기대 충족의 심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착하게 살았는데 현실은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본인의 기대에 충족할 만한 삶이 아닌 겁니다.”
― 20대들의 ‘단군 이래 최악의 힘든 세대’라는 피해의식도 같은 연장 선상일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할 만큼 했지만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생긴 겁니다. 한국인의 피해의식은 오늘날 생긴 것이 아닙니다. 1970년대에 이런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은 종교에 기댔습니다. ‘오, 주여, 하느님’이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종교가 구세주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그 해소방안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오늘날 2030 젊은이들에게는 그 피해의식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의=구세주’가 됐습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적 올바름, 정의, 공정 등을 중시하는 것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 하지만 자유한국당에 정의의 이미지가 없는 것인가요.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 ‘흙수저’를 만든 주체가 기성세대이고, 그 기성세대들이 바로 한국당이었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 극대화됐고, 여전히 한국당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당과 접점이 전혀 없는 20대로서는 자신들이 중시하는 가치인 ‘정의’와 한국당이 전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황교안 보좌관과 내가 똑같은 약자로 느껴져”
2030세대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특이점은 그들이 정치인, 혹은 정치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흡사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1인칭 화법’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2030은 인터넷으로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뉴스라고 하는 것을 소비하는 계층이 아니다. 사람의 심리는 자기의 선호에 맞는 것을 찾는다. 인터넷 콘텐츠는 그것이 특징이다. 뉴스든 영화든 그러면 당연히 자기 성향에 맞는 것을 찾아 들어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챔버’ 현상이 생깁니다. 한 번 빠져들면 나선형처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한 번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던 일들을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그 얘기를 하는 《조선일보》 뉴스가 조작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그냥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자기가 본 콘텐츠에서 ‘《조선일보》의 조작’이라고 하면 그대로 믿는 겁니다.”
― 무작정 믿어버린다는 겁니까.
“오늘날 유튜브를 보면 편향성이 없는 콘텐츠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먹방(먹는 방송 프로그램)도 점점 극단화되어가고 있고, 시사 유튜브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영향을 20대들이 받지 않나 싶습니다.”
한 대학생은 ‘박근혜의 어떤 점이 여태까지 용서가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유라(최순실의 딸)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유라가 ‘부자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비리로 학교 들어가고, 이화여대도 건성으로 졸업했잖아요. 그러면서 호의호식하면서 살았고, 공주라는 둥 언론에 보도됐잖아요. 너무 화가 나는 거죠.”
― 정유라가 내 것을 뺏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가 났나요.
“저는 하루하루 진짜 열심히 살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적이 많았어요. 정유라 얘기를 들으니까, ‘저런 애들이 내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조차 뺏어갔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 정유라와 직접 알고 지낸 것이 아닌데 내 일처럼 느껴졌다는 거군요.
“당시 그런 얘기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전해졌어요. SNS의 특징 중 하나가 서로 링크된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 그걸 읽다 보면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손에 닿는 곳의 얘기처럼 느껴지니까….”
대기업에 다니는 7년 차 30대 직장인의 얘기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 큰 반감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부재(不在) 때 국정 운영을 잘 했다고까지 생각을 했어요. 얼마 전에 황 대표가 휴가 기간 중에 국회에 출근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커피도 타줘서 나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은 정말 공감 능력이 없다고 느꼈어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는 거죠.”
― 왜 그렇게 느꼈나요.
“문득 황교안에게 줄 커피 타는 보좌관이 떠오르면서 제 경험과 오버랩이 되는 거예요. 우리 둘 다 약자 같은. 회사 전무님들 생각이 났어요. 황교안이 제가 밥 수발, 커피 수발을 들어야 하는 내 상사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조금 과한 비약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냥 그렇게 느껴져요. 제가 마치 그분을 보좌하는 처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출장 갔을 때 전무님이 커피를 사 오라고 해서 아메리카노를 사 갔는데 그냥 버리시더라고요. 원래 달콤한 라테를 드신대요. 그냥 한 번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요? 자유한국당과 더민주를 보면 딱 그 차이가 떠올라요.”
― 어떤 차이요.
“한국당은 아메리카노를 제 면전(面前)에서 버릴 것 같고, 더민주는 마시는 척을 하다가 제가 없을 때 버릴 것 같아요.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하소연을 하러 가면 더민주 국회의원은 ‘공감한다, 방법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해놓고서는 아무것도 안 할 것 같고, 한국당은 보좌관 몇 명 만나다가 끝내 국회의원 얼굴도 못 볼 것 같아요.”
“한국당, 새로운 얼굴·느낌 없다”
20대들이 자신의 세대의 어젠다와 정치적 올바름 등을 주로 얘기했다면, 30대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서너 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였다.
대기업 7년 차 직장인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시즌 2’죠.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고, 노무현 정부 때 일했던 사람들이 이 정부에도 들어가 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표방했던 정의, 서민, 상식, 분배 등의 어젠다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요.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좋은 느낌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건가요.
“30대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며칠 전에도 유튜브에서 ‘노무현 일대기’를 보면서 울었어요. 저런 대통령을 우리가 갖고 있었는데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거죠. 문재인 정부는 그 색채를 이어받았고, 더민주도 그 정신을 지키려고 하니까 당연히 지지할 수밖에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정치에 관심이 크다’고 말한 30대 여성 직장인의 얘기다.
“어느 국가든지 보수를 지향하는 당(黨)은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한국당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과거의 보수와 현재의 보수는 다를 수 있는데 오픈 마인드를 하지 않아요. 홍준표, 황교안, 나경원, 김성태, 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도 변하지 않았고요. 새로운 얼굴도 없고, 새로운 느낌도 없고…. ‘우리는 보수’라고 소리만 지르지, 자기들 내부에서조차 어떤 보수를 표방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보여요. 정치인들은 결국 일반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해야 하는데 공감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요.”
경제 실패로 문재인 정부 심판?
體感하기 어려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고,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30대 두 명의 대화를 살펴보자. 한 명은 “지난 대선에서 차마 홍준표에게 손이 안 가 안철수를 찍었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은 “그래도 홍준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A: 박근혜는 자신을 지지했던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어요. 정말 믿었는데 너무 처참한 거죠.
B: 박근혜가 잘못한 게 맞긴 한데, 지금 문재인 보면 ‘그래도 그 시절이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A: 나는 심지어 박근혜 탄핵에 반대를 했다니까. 주위 사람들한테 ‘평가는 나중에 해야 한다.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고까지 했는데.
사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나요.
A: 이런 말도 안 되는 탄핵이 벌어졌음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답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장제원이 컴백한 부분을 보고 정말…. 주위에서 한국당을 꼰대라고 하는데, 저는 꼰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대로 된 꼰대는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당을 보면 젊은이들을 이해할 생각은 없고, 달라진 것도 없고.
B: 저도 좀 그래요.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근거가 없어요. 곧 40대가 되는데 제 입장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죠.
사회: 직장인이니까 세금 문제에 민감할 것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가 침체된 것을 몸소 느끼지 않나요.
A: 한국당이 경제 실패를 문제 삼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는데, 저는 공감하기 어려워요. 제가 대기업에 다니다 보니 월급이 달라진 것은 없고요, 문재인 정책 때문에 2년 만에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B: 난 주 52시간제 하니까 오히려 좋더라. 예전에 야근을 얼마나 했는지. 물론 그렇다고 문재인이 잘했다는 건 아니고. ‘문빠’(문재인 지지세력)를 보면 불편하긴 하지. 뭘 믿고 저렇게 좋아하나.
A: 그에 못지않게 ‘문까’(문재인 반대세력)도 있으니까, 됐죠 뭐.
사회: ‘빠’와 ‘까’가 같이 존재하네요. 같은 세대에서도.
B: 30대는 특이한 게 중도층이 없어요. 예전에는 ‘너 누구 찍을 거야’ 하면 ‘그때 가서 생각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30대는 ‘모’ 아니면 ‘도’라는 느낌이 들어요. 문재인을 확실하게 좋아하든, 아니면 처절하게 싫어하든.
A: ‘빠’가 생기면 ‘까’가 생기고, ‘까’가 생기면 ‘빠’가 생기고.
사회: 여러분과 나이가 비슷한 세대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시즌 2’라고 하던데 동의하나요.
A: 같은 정부의 연속 선상에 있죠. 똑같은 사람들이 하고 있잖아요.
B: 노무현을 계승한 것은 분명하고 좀 더 정교하고 교활하게 계승한 것 같은데요.
“한국당, 표 타령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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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배경에 ‘안보’와 ‘경제’가 눈에 띈다. 2030세대에게 ‘안보’와 ‘경제’로 인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
이들 중 가장 선배인 30대 여성의 말이다.
“더민주 찍는 거죠. 한국당은 차마 찍을 수가 없잖아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추경 예산안 처리도 미루고, 더 웃긴 건 안 그런 척하면서 표(票) 타령만 하는데 제 소중한 한 표를 줄 수 없죠. 문재인 정부가 친북 정부라고, 북한에 퍼준다고 하는데 정말 짜증이 나더라고요.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했던 건 박근혜 아니에요? 반대로 말하면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이 그런 주장을 했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그걸 현실화시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친북이라고 하니까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어요.”
옆자리에 있는 두 번째 선배로 보이는 30대 여성의 말이다.
“우리가 기억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하나 봐요. 자기들이 한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뒤집죠? 북한에 당장 퍼주면 우리가 힘들어진다고 얘기를 하고,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는데,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북한이랑 관계를 유지하는 거예요.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나가고, 젊은 친구들이 한창때 군대 가고 그게 다 북한 때문인데,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그건 답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통일은 해야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군대에서 제대했다는 20대가 이를 이어받았다.
“북한 주민에게 가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그 돈이 결국 김정은한테 간다는 게 문제잖아요. 그걸 조장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고요. 그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죠. 군대에 있으면 우리의 주적(主敵)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게 되거든요. 한국당이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요.”
이들의 얘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한국당의 막말, 안보장사, 친일・반일 프레임, 노무현 정부의 연속 등이 화제로 이어졌다.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남녀(男女)간, 영호남별로 묘한 차이점이 있었다.
‘이니스프리’ vs ‘인이스탑’
그룹 인터뷰에 나선 20대들은 “20대 남자 대학생보다 여자 대학생이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지지층”이라고 말을 했다.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20대 여학생들의 얘기다.
A: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갔을 때 포털사이트에 사진이 올라왔는데 아이돌 같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근사한 대통령이 있었나’ 싶은 생각 있잖아요. 푸근하고 이해해줄 거 같고, 말을 다 들어줄 것 같은 이미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커피를 손에 들고 참모들이랑 내려오는 사진이 많아요. 문재인뿐만 아니라 임종석, 조국, 강경화 다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게 ‘문빠’(문재인 지지세력)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B: 저는 여대 다니는데 학교 카페에 가장 호응이 높았던 글 중의 하나가 ‘우리 인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였어요. ‘무엇을 하든 나의 지지를 줄 것이야’라는 식으로요.
사회: 대통령인데 연예인 같은 느낌이 드나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B: 진짜 그랬어요. 그냥 여태 보수 정권이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이왕 대통령이 된 마당에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요.
여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지자, 옆에 앉은 남자 대학생이 끼어들었다.
C: 그게 ‘이니스프리’잖아요. 화장품 브랜드를 본떠서 ‘인(人) is free’.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죠. 요즘은 ‘인이스탑’이 생겼어요. 편의점 중에 ‘미니스탑’ 있잖아요. 거기서 ‘미니(Mini)’의 ‘엠(M)’자를 빼서 ‘인이 스탑(인이 stop)’이라고 해요. ‘문재인 이제 그만’이라는 뜻이죠.
D: 문재인은 아이돌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이돌 좋아할 때 그냥 맹목적이잖습니까. 이유도 없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공격하면 마치 나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갖는데, 20대 여자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문재인 아이돌化’를 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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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30대 중에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시즌 2’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
“아이돌 그룹, 연예인을 향한 집단활동을 하는 것이 ‘나꼼수 세대’의 특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아이돌 정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로 선출된 의로운 대통령, 구태의연한 것과 반대되는 심벌이 스스로 된 겁니다. 20대 중의 일부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같은 정치인의 한 명으로 생각을 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 20대 여대생의 대화를 보면 절대적 지지인데요.
“그것이 특징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아이돌이 열애설이 터져도, 무대에서 실수를 해도 지지하고 그저 예쁘게만 바라봅니다.”
―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 친북 성향이라고 하면요.
“그 어떤 것도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습니다. ‘대깨문’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기존의 이념 프레임으로 자꾸 문재인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듯이 보이니까 20대들이 오히려 반감을 갖는 겁니다.”
― 어쩔 때 이 ‘아이돌’에게서 벗어납니까.
“외부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돌이 스스로 부패했을 때,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을 때는 대중이 움직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왜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더 지지하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결과는 없습니다. 제 주관적 판단으로는 이 정부 들어 여성의 오래된 사회적 요구들이 일시에 공적(公的) 토론의 대상으로 부상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는 미투도 관여돼 있고, 고위 공직자의 여성 비율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있고요. 이는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효능감(efficacy)으로 이어졌고, 이 효능감이 정치적 지지의 핵심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 그것이 결국 대통령의 ‘아이돌化’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대통령의 아이돌화는 20대가 주도한 것이 아닙니다. 소위 ‘문빠’라고 자기 규정하는 집단의 대다수는 40~50대입니다. ‘아이돌처럼 무작정 지지’가 특수 현상은 아닙니다. 팬덤의 강도와 맹목성을 따지면 ‘태극기 부대’를 따를 수 없습니다. 탄핵 전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 역사상 가장 맹목적인 집단입니다. 김구,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20세기 내내 카리스마 정치를 했던 정치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20세기 카리스마 대(對) 최근의 아이돌 정치군요.
“둘의 차이는 후자(後者)의 변동성과 휘발성이 전자(前者)에 비해 심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돌 정치의 위험성은 정치의 맹목성과 대중주의적 성격이 아니라, 불완전성과 전복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처럼 느껴져”
2030세대에게는 여전히 영호남의 지역색이 엿보였다.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20대 대학생의 얘기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선임이 누구냐에 따라 TV채널이 달라졌습니다. 경상도 출신이 선임이 되면 ‘TV조선’을 틀었고요, 전라도 출신이 선임이 됐는데 습관적으로 틀었다가 ‘또 TV조선이냐, 다른 채널 틀어라’고 해서 바꿨고요. 저는 의경을 나왔는데, 특히 5·18 얘기를 할 때는 영호남 출신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그들이 분명 투표도 다르게 할 것이고요.”
이를 듣고 있던 또 다른 20대의 얘기다.
“20대도 분명히 출신 지역에 따라 지지정당이 다르고, 또 그 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어른들의 지역감정과는 달라요. 저는 그 부분에서 희망을 엿보고 싶은데요. 예전에는 경상도가 전라도를 배척하고, 또 전라도가 경상도를 배척했다면 요즘 20대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너와 나는 다른 지역 출신이구나. 고로 우리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고 서로 인정을 하는 거예요. 여전히 지역감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이 고향이라고 밝힌 대기업 7년 차 직장인의 얘기다.
“제가 기억하는 한 항상 민주당에 투표를 했습니다. 친척들 모여도 거기에 이견(異見)을 다는 사람은 아예 없고요.”
― 자유한국당은 경상도 당이라고 느껴지나요.
“경상도 당이라기보다 아직도 기득권 같아요. 따라서 저 같은 사람이 더욱 적극적으로 더민주를 지지해야 하는 것이고요.”
― 지금 여당은 더민주인데, 야당인 한국당이 기득권 같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요.
“맞는 말이에요. 지금 여당은 더민주예요. 그런데 호남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한국당이 집권당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그럴수록 결집해야 하는 거고요.”
앞으로 정치인을 꿈꾼다는 호남 출신 20대 대학생의 말이다.
“집안에 상(喪)이 있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제 소개를 하면서 ‘앞으로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고 하셨습니다. 친척 중에 더민주 당원도 있고 해서 한창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했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 친척분이 아버지를 불러서 ‘아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 어쩌다가 저렇게 됐냐’고 했다고 합니다. 호남에서 한국당 얘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원재 카이스트 대학원 교수는 “2030세대에서조차 지역적 성향은 당연히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나타났듯이 나이, 학력, 재산 정도를 통제하고도 지역의 효과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무상급식 눈물, 김무성의 ‘노 룩패스’, 김문수의 ‘119’ 영상 아직 나돌아
2030세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물은 질문이 있다. ‘언론이 좌파에게 장악당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도, 소셜미디어, SNS 등을 통해서 번지는 자유한국당의 희화화(戱畵化)된 이미지를 희한하게 생각했다. 30대 직장인 셋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이들이 공통적으로 본 동영상이 있었다. 이들의 얘기다.
“자유한국당이 싫고 좋고를 떠나서 웃길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들었어요. 김문수가 119에 전화를 걸어서 ‘저 도지사입니다’ 하는 녹취 있잖아요. 그게 완전히 코미디잖아요. 다시 들어도 웃긴 거죠.”
옆에 있던 직장인은 “가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김무성의 ‘노 룩 패스’ 동영상을 보면 헛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 등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억’이 아니라 오늘 현재까지 그 동영상(녹취록)은 2030세대들이 자주 찾는 포털사이트에 쉽게 노출이 돼 있다.
이들과의 대화 후 찾아보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19 상황실에 전화를 해서 적절치 못한 대응을 한 것은 2011년 12월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보인 것은 2011년 8월이었다. 김무성 의원이 공항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자신의 캐리어를 보좌진에게 밀어 입방아에 올랐던 사건은 2017년 5월이었다. 짧게는 2년 전에서 길게는 6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 아직까지 2030세대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은 거의 없었다. 2017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2018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던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과 8월에는 박찬근(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의원과 김훈(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추행 혐의로 제명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당대표들은 막말로 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5월 31일 추미애 당시 당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정은 대통령”이라고 말실수를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12월 28일 당내 장애인위원회 행사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빚자 공식 사과한 바 있다.
2030세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마지막 질문은 늘 같았다. ‘자유한국당이 어떻게 하면 한 번쯤 그들을 믿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당명(黨名)을 바꿔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 50%를 바꾸면 믿겠다” “정책으로 승부해라” “의석 수의 50%를 그나마 우리와 소통이 되는 40대에 공천하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대안을 내는 젊은이들조차 이렇게 말했다.
“다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답을 한 것입니다. 왜냐고요? 어차피 그들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임을 잘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