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바뀌고 쏟아지는 각종 규제… 해외로 눈 돌리는 자산가들
⊙ 40년 투자 노하우 大방출, 해외 투자의 첫걸음은 “달러와 친해지기”
⊙ 내가 손혜원보다 한 수 위! “2억원으로 맨해튼에 집 사는 법”
⊙ 40년 투자 노하우 大방출, 해외 투자의 첫걸음은 “달러와 친해지기”
⊙ 내가 손혜원보다 한 수 위! “2억원으로 맨해튼에 집 사는 법”
- 사진=조현호
가수 타이틀은 진즉 뗐다. ‘나를 보러 와요’(1980) 하나로 많이도 우려먹었다. 이제는 부동산 투자자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무대보다 부동산 문턱을 더 많이 밟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 경력 장장 40년. 방배동, 압구정, 청담동, 삼성동, 논현동, 한남동, 이태원, 제주도를 넘어 뉴욕 맨해튼, LA, 마이애미, 하와이 등지에 알려진 자산만 200억원대다. 지난 5월 말 만난 방미는 “정권이 바뀌고 각종 규제들로 국내에서 부동산으로 돈 벌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지금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 돌릴 적기(適期)”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 책도 냈다.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로 발간 한 달이 채 안 돼 5000부가 팔렸다.
― ‘200억원대 부자’라는 수식어는 벌써 10년 전에 붙었다. 지금은 재산이 더 불었겠다.
“그때보다 적지는 않다. 당시 매물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니까.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국내외에 딱 반반씩인데, 국내에서는 추가 매입을 안 하려 한다. 국내 부동산은 활로가 막힌 듯하다.”
― 그래서 해외 투자를 하라?
“시간적, 경제적 여유와 관심만 있다면 무조건 시도해볼 만한 분야다. 특히 나 같은 다주택자라면, 더더욱. 이유를 다섯 가지만 들어볼까. 첫째, 서울 집값 이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둘째, 해외에는 옥석 같은 매물이 많다. 셋째, 달러 확보로 2차 재테크가 가능하다. 넷째, 국내 부동산의 다양한 규제를 넘을 수 있다. 다섯째, 국내 투자와 기본 공식은 같다. 어려울 것 없다는 말이다.”
―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여유’는 어느 정도인가.
“20만 달러(2억2000만원)만 있어도 뉴욕 맨해튼에 집을 살 수 있다. 물론 대출 끼고. 나도 첫 뉴욕 투자 때 구입자금의 70%를 대출받았다. 20만 달러 있으면 80만 달러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리나라는 더 이상 기회가 없나. 재개발 호재가 있잖나.
“수도권에 있는 부동산을 사들여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거다. 요컨대 새로운 먹거리가 없는 거지. 물론 강남은 여전히 부동산의 중심이고, 재건축은 틀림없이 돈이 되는 기회다. 정부정책에 휘둘려 안타깝게도 재개발이 안 되고 있는 압구정 현대・한양・미성 아파트가 있는 곳이 서초동에 새롭게 짓고 있는 곳보다 훨씬 큰 매력이 있다. 강남 메카인 청담동과 압구정 아파트들이 재건축된다면 현재 50억~70억원인 한강 뷰 가격이 100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해외로 눈 돌리는 고액자산가들
방미뿐만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로 눈 돌리는 고액자산가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로, 한국 시장에서는 ‘본전 지키기’가 녹록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내국인과 기업의 해외 투자는 꾸준히 늘어 3월 기준, 140억2880만 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육안으로도 감지됐다. 지난 5월 27일, 강남 신한아트홀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전망과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약 1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강연자로 나선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 코리아의 이희성 대표는 “고액자산가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투자 수익률이 높은 지역보다 안전하게 자산을 옮길 수 있는 미국을 더 선호한다”며 “특히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은 매매가 50억원으로 투자 이민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23일 하나은행에서도 글로벌 부동산 투자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국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임대 사업도 공실률이 높아진 서울보다 일본 도쿄 오피스나 상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소위 ‘부자’들이 해외로 눈 돌리는 추세긴 하다.
“지금 우리나라에 뭐가 남았나? 반도체 하나로 먹고살았는데 이마저도 반 토막 났잖아. 또다시 IMF까지 안 가면 다행이지만, 어쨌든 지금 국내 경기가 말이 아니다. 무너지면 회복 탄력성이 없는 상태다. 피골이 상접했다. 부동산 정책도 들쑥날쑥하고 전반적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열심히 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명제가 당연시돼야 하는데, 지금 가만히 보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된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 내 재산 내가 지키는 게 잘못은 아니잖나. 돈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갈고 닦은 게 많은데, 그걸 인정하기는커녕 ‘부정하게 돈을 모았다’는 인식만 심어주니 다들 나가는 거다.”
― 해외 투자 첫걸음은 뭔가. ‘종잣돈 모으기’처럼 뻔한 거 말고.
“달러와 친해지는 거다. 조금씩 바꿔서 갖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매일 환율 흐름을 보기라도 하면 도움이 된다. 작년 말에 112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금은 1180원대다(5월 말 기준). 5000만원만 달러로 바꿔놨어도 몇십만원 벌었다는 얘기다. 은행에 넣어둬 봐라. 그렇게 벌 수 있나. 1달러에 1130원 정도면 내수 경기가 괜찮을 때다. 1190~1200원 정도로 오르면 그 반대고. 지금 흐름으로는 곧 1200원이 될 것 같다. IMF 때 주식이 무너지고, 외국인 투자자가 돈을 달러로 바꿔서 들고 나갔더니, 나라가 휘청했지 않나.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면 타격이 덜했겠지.”
― 책을 보니, 해외 투자처로 주로 미국을 추천하더라.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공통의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다. 달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서든 쉽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이점도 함께 누린다. 운이 좋으면 환차익도 볼 수 있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한국과 집값 차이가 엄청나다. 그만큼 수익 폭도 크다. 10여 년 전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콘도 로열층을 32만 달러에 매입했다. 그게 지금은 100만~130만 달러에 거래된다. 미국 부호들이 좋아하는 샌타모니카 인근의 베니스 비치, 마리나 델 레이 등의 요트가 떠 있는 최고 전망의 집을 지금도 220만 달러(22억원)에 살 수 있다. 서울에서는 턱도 없는 가격이지.”
― 세금 체계는 어떤가.
“자산이 100억이라 쳤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종부세, 부유세(부자세), 종합소득세, 임대소득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재산세를 내야 한다. 미국은 재산세만 내면 된다. 종부세 같은 거 없다. 물론 임대를 주면 임대소득세는 내야 하는데, 3개월에 한 번씩만 내면 되고 이마저도 나중에 환급받는다. 또 ‘텐써티원(10/31)’이라고,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이전 부동산보다 더 비싼 부동산을 사는 경우 양도세를 죽을 때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도 있다.”
“영어 못 해도, 비자 없어도 OK”
― 40년 투자 노하우를 응축해보자면? 국내외 모두 통용되는 것으로.
“우선, 살 때 반드시 팔 때를 고려하는 것. 재테크 초보들은 시세보다 싸다고 덜컥 사는데, 부동산은 은행처럼 돈 필요할 때 빼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명심해라. 팔 때 가치를 고려해서 매입해라.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애가 타는 사람은 팔려는 사람이다. 둘째, 위치와 관리 상태가 좋은 부동산을 선택해라. 당연한 소리 왜 하는가 싶지? 의외로 지키기 힘든 조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빌라나 주택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게 이 이유 때문이라는 걸 알면 반은 성공이다. 셋째, 최초 분양가는 반드시 확인하라. 제일 좋은 게 최초 분양가에 사서 두 배 언저리 뛰었을 때 파는 것. 뉴욕 트럼프 플레이스를 최초 분양가인 32만 달러에 구입해서 60만 달러에 팔았는데, 당시 중개인이 차익을 가지고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했다. 단박에 거절했다. 이미 뉴욕 부동산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오른 마당에 사면 효율적인 매매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는, 다음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남겨두라는 것이다.”
―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게 미국서도 통하나 보네.
“그럼. 구매한 부동산이 최초 분양가에서 두 배 정도일 때 다시 파는 것도 노하우다. 욕심을 버리라는 뜻이다. 부동산이 절정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적당할 때 빠지고 다음 매물을 알아봐야 수익을 차근차근 쌓을 수 있다. 그 밖에 팁을 주자면, 매물을 볼 때 고정 임대소득 3%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꼭 따진다. 고정 임대소득을 확보해놓으면, 달러 환율이 유리한 곳에서 새로운 부동산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가 유리하다.”
― 사기 안 당하려면 영어는 필수겠다.
“못 해도 된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매수자와 매매자 모두 법적 대리인을 껴야 하는데, 이때 한인 변호사를 고용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비자도 필요 없다. 관광비자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다. 국회의원 손혜원씨도 그렇게 계약했다.”
― 그러고 보니 비슷한 시기 이웃집에 살았다고 들었다.
“내 집은 맨해튼 이스트(EAST)의 브롬프턴이었고, 손 의원은 웨스트(WEST)의 셰필드 콘도와 제이드 콘도를 매입했다. 2007~2008년께 브롬프턴 분양 받을 당시 부동산 관계자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손 의원도 두 콘도를 2007~2008년에 걸쳐 매입했다. 그 당시 이왕 살 거면 웨스트 쪽 트럼프 라인부터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물이 많았는데, 왜 굳이 고점에서 그 콘도를 샀는지 모르겠다. 결국 3년 정도 후에 되팔았을 때 두 개 다 거의 수익을 못 봤잖나.”
참고로 손혜원 의원은 지난 2007년 제이드 콘도를 74만3332달러(대출 46만9000달러)에 사서 2011년 72만 달러에 매도했다. 셰필드 콘도는 2008년 98만7703달러(대출 67만9000달러)에 사서 2014년 100만5000달러에 매도했다. 방미는 이에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인 2007년부터 4년 동안은 대출 이율이 굉장히 높았을 때”라면서 “게다가 관광비자로 부동산을 매입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못해도 8%는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콘도 대출금을 합하면 대략 100만 달러니까 편의상 10억이라고 해도, 이자 8%면 매달 600만원이 넘는 돈이다. 게다가 저 콘도의 관리비는 매달 900~1000달러 수준이다. 재산세를 뺀다고 해도, 1년에 1억이 넘는 거액을 보유 기간 3년 동안 ‘생으로’ 냈다는 얘기다. 수익은커녕 완전히 손해 본 장사였다. 투자 목적이었다면 완전 허당인 거다.”
― 미국은 무비자로 집 사는 외국인에게도 대출을 잘 내주나 보다.
“당연히 신용도 체크를 한다. 미국은 신용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데 떡 하니 몇십만 달러 대출을 준다? 말도 안 된다. 신용도 쌓는 방법으로, 미국 계좌를 터서 일정금액을 예치해놓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처럼 ‘적금담보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은행에 100만 달러를 넣어놓고, 67만 달러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중국과 동남아는 권장하지 않아”
― 그렇다면 투자하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딘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단독으로 소유할 수 없다. 서류에 현지인의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한다. 이때 현지인과의 수익 배분 문제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베트남은 더 조심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개입해서 결국 한국인들이 담합해 올려놓은 부동산 가격이라 진짜 가치를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베트남 돈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돈을 회수했을 때 아무래도 가치가 낮다. 물가가 저렴해 장벽이 낮게 느껴져 관심이 많이 갈 테지만, 적은 투자금이 들어가는 곳에서는 적은 수익금이 나올 뿐이다. 잔잔한 파도에선 서핑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라. 무엇보다 부자들은 법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안정적 투자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다.”
― 일본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 아닌가.
“벌써 20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다 제값으로 돌아왔다. 그땐 일본 사람들이 부동산을 자꾸 팔기만 하고, 사지 않으니까 매물이 남아돌았던 거다. 도쿄 시내인 하라주쿠나 신주쿠나 아카사카 이런 데가 제값으로 돌아왔다. 엔화도 이제 안정세로 들어갔고.”
― 생애 첫 투자는 언제였나.
“19~20세 때다. ‘나를 보러 와요’가 인기를 얻고 동명의 영화가 제작됐다. 운 좋게 출연 제의가 왔고 출연료로 700만원을 받았다. 1980년 당시엔 거금이었다. 이 돈으로 뭘 하지 싶었는데, 지방 행사에서 만난 유성온천 나이트클럽 사장이 온천 근처 과수원 땅 2000평을 소개해줬다. 큰 재미는 못 봤다. 서울 살면서 대전의 땅을 샀다는 거 자체가 실수였다. 땅은 특히 내가 잘 아는 곳이라야 한다. 어쨌든 부동산 투자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걸로 교훈 삼았다. 값진 경험이었다.”
― 40년 전 얘기네. 투자하면서 웬만한 정권은 다 거쳤겠다.
“전두환 정부 때부터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투자 상황이 여러 가지로 좋았던 것 같다. 이후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이 확 뜨면서 부자가 많이 생겼다. 김영삼 정부 때 IMF 터졌고… DJ 땐 조금 덜 했는데 참여정부 때는 시장 평가가 딱 반반으로 갈려,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무난했던 것 같고, 지금 문재인 정부까지 왔으니 총 8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팔 곱하기 오는 사십. 하긴 내가 사십 년 동안 투자했으니. 오래 살았다, 그쵸? 어쨌든 확실한 건 현 정부의 정책이 제일 못 쓴다.”
“악착같이 번 돈을 왜 환원해”

― 노래하던 방미가 어느 날 부동산 투자로 관심을 끄니, 그 저의(底意)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그러더라. 나와서 돈 많이 벌었다고 떠드는 게 수상한지, ‘저 ×부터 국세청에 신고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세금도 안 낸 사람이 이런 데 나와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면 벌써 잡혀갔겠지, 안 그런가.”
― 터놓고 말해, 투자 노하우를 알리는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어휴, 순수하게 생각해라. 해보니까 재밌더라. 그게 이유다. 내가 책 내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나. 이런 인터뷰한다고 나한테 누가 돈을 주나? 내 정보가 필요하면, 가져다 쓰라 이거다. 부자들은 자기 노하우를 공개 안 한다. 그럼 누구한테 이런 정보를 듣겠느냐 말이야. 득이 될 것 같으면 듣고, 싫으면 안 들으면 된다. 또 다른 기자는 나더러 투기꾼이라고 하질 않나.”
― 말이 나온 김에,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견해의 차이다. 내가 아무리 투자라고 해도 날 투기꾼으로 보면 투기지 않겠나. 좀 더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빠르게 자주 사고파는 게 투기, 진정성 있게 오래 갖고 있으면 투자 아닐까 싶다. 지금 40억원가량 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3억~4억원 할 때 사서 갖고 있는 경우라면 투기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나. 20억원 일 때 사서 최근에 팔아 20억원을 벌었는데 양도세로 10억원 낸 경우는 어떤가. 투기로 봐야 할까. 난 그렇게 안 본다.”
― 근데 어쩌다 보니 부자가 된 건가, 아님 이를 갈았나.
“시쳇말로 ‘흙수저’였다. 아버지가 이북 분이었는데 화투를 좋아하셨다. 술에 취해 행패도 많이 부리셨다. 어머니는 가게 점원 생활을 하셨고, 어려서부터 방 한 칸에서 어렵게 살았다.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이사만 서른 번 다닌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이를 갈았다. 돈 벌려고 코미디언 시험을 쳤고, 가수도 됐다. 근데 가수로도 돈을 많이 못 벌었다. 소속사만 벌더라. 그러다 2007년, 미국에서 이모가 운영하던 액세서리 가게를 인수하며 시작한 도매사업이 도화선이 됐다. 직원 14~15명에 하루 매출은 1000만~2000만원이 보통이었다. 그때 손가락뼈가 휘어질 정도로 액세서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밤새워 일하며 악착같이 모았다.”
― 이제 노래는 안 하나. 요즘 트로트가 대세인데.
“〈미스트롯〉이 난리긴 하더라. 이광수 대표가 내 뒤에서 춤추던 친군데 성공했더라고. 난 이제 노래 안 한다. 노래는 아무나 하나. 갈고 닦아야지. 이젠 하라 그래도 못하겠다. 투자자로 살 거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짐 로저스처럼.”
―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돈 나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자는 ‘돈도 많이 벌었는데 환원 안 하느냐’고 한다. 제일 듣기 싫은 소리다. 젊은 시절 뼈 빠지게 고생해서 나이 먹고 이제 돈 좀 쓰다가 죽겠다는데, 그 꼴을 못 보고 베풀라고 한다. 그건 내가 결정한다. 예전부터 요가원을 운영하며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하와이가 될지, 한국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자유롭게 와서 요가를 하며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만들 계획이다. 그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게 꿈이다.”⊙
― ‘200억원대 부자’라는 수식어는 벌써 10년 전에 붙었다. 지금은 재산이 더 불었겠다.
“그때보다 적지는 않다. 당시 매물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니까.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국내외에 딱 반반씩인데, 국내에서는 추가 매입을 안 하려 한다. 국내 부동산은 활로가 막힌 듯하다.”
― 그래서 해외 투자를 하라?
“시간적, 경제적 여유와 관심만 있다면 무조건 시도해볼 만한 분야다. 특히 나 같은 다주택자라면, 더더욱. 이유를 다섯 가지만 들어볼까. 첫째, 서울 집값 이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둘째, 해외에는 옥석 같은 매물이 많다. 셋째, 달러 확보로 2차 재테크가 가능하다. 넷째, 국내 부동산의 다양한 규제를 넘을 수 있다. 다섯째, 국내 투자와 기본 공식은 같다. 어려울 것 없다는 말이다.”
―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여유’는 어느 정도인가.
“20만 달러(2억2000만원)만 있어도 뉴욕 맨해튼에 집을 살 수 있다. 물론 대출 끼고. 나도 첫 뉴욕 투자 때 구입자금의 70%를 대출받았다. 20만 달러 있으면 80만 달러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리나라는 더 이상 기회가 없나. 재개발 호재가 있잖나.
“수도권에 있는 부동산을 사들여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거다. 요컨대 새로운 먹거리가 없는 거지. 물론 강남은 여전히 부동산의 중심이고, 재건축은 틀림없이 돈이 되는 기회다. 정부정책에 휘둘려 안타깝게도 재개발이 안 되고 있는 압구정 현대・한양・미성 아파트가 있는 곳이 서초동에 새롭게 짓고 있는 곳보다 훨씬 큰 매력이 있다. 강남 메카인 청담동과 압구정 아파트들이 재건축된다면 현재 50억~70억원인 한강 뷰 가격이 100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해외로 눈 돌리는 고액자산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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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강연 중인 모습. |
이 같은 움직임은 육안으로도 감지됐다. 지난 5월 27일, 강남 신한아트홀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전망과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약 1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강연자로 나선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 코리아의 이희성 대표는 “고액자산가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투자 수익률이 높은 지역보다 안전하게 자산을 옮길 수 있는 미국을 더 선호한다”며 “특히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은 매매가 50억원으로 투자 이민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23일 하나은행에서도 글로벌 부동산 투자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국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임대 사업도 공실률이 높아진 서울보다 일본 도쿄 오피스나 상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소위 ‘부자’들이 해외로 눈 돌리는 추세긴 하다.
“지금 우리나라에 뭐가 남았나? 반도체 하나로 먹고살았는데 이마저도 반 토막 났잖아. 또다시 IMF까지 안 가면 다행이지만, 어쨌든 지금 국내 경기가 말이 아니다. 무너지면 회복 탄력성이 없는 상태다. 피골이 상접했다. 부동산 정책도 들쑥날쑥하고 전반적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열심히 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명제가 당연시돼야 하는데, 지금 가만히 보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된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 내 재산 내가 지키는 게 잘못은 아니잖나. 돈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갈고 닦은 게 많은데, 그걸 인정하기는커녕 ‘부정하게 돈을 모았다’는 인식만 심어주니 다들 나가는 거다.”
― 해외 투자 첫걸음은 뭔가. ‘종잣돈 모으기’처럼 뻔한 거 말고.
“달러와 친해지는 거다. 조금씩 바꿔서 갖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매일 환율 흐름을 보기라도 하면 도움이 된다. 작년 말에 112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금은 1180원대다(5월 말 기준). 5000만원만 달러로 바꿔놨어도 몇십만원 벌었다는 얘기다. 은행에 넣어둬 봐라. 그렇게 벌 수 있나. 1달러에 1130원 정도면 내수 경기가 괜찮을 때다. 1190~1200원 정도로 오르면 그 반대고. 지금 흐름으로는 곧 1200원이 될 것 같다. IMF 때 주식이 무너지고, 외국인 투자자가 돈을 달러로 바꿔서 들고 나갔더니, 나라가 휘청했지 않나.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면 타격이 덜했겠지.”
― 책을 보니, 해외 투자처로 주로 미국을 추천하더라.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공통의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다. 달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서든 쉽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이점도 함께 누린다. 운이 좋으면 환차익도 볼 수 있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한국과 집값 차이가 엄청나다. 그만큼 수익 폭도 크다. 10여 년 전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콘도 로열층을 32만 달러에 매입했다. 그게 지금은 100만~130만 달러에 거래된다. 미국 부호들이 좋아하는 샌타모니카 인근의 베니스 비치, 마리나 델 레이 등의 요트가 떠 있는 최고 전망의 집을 지금도 220만 달러(22억원)에 살 수 있다. 서울에서는 턱도 없는 가격이지.”
― 세금 체계는 어떤가.
“자산이 100억이라 쳤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종부세, 부유세(부자세), 종합소득세, 임대소득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재산세를 내야 한다. 미국은 재산세만 내면 된다. 종부세 같은 거 없다. 물론 임대를 주면 임대소득세는 내야 하는데, 3개월에 한 번씩만 내면 되고 이마저도 나중에 환급받는다. 또 ‘텐써티원(10/31)’이라고,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이전 부동산보다 더 비싼 부동산을 사는 경우 양도세를 죽을 때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도 있다.”
“영어 못 해도, 비자 없어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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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초호화 아파트형 레지던스 트럼프 플레이스. 방미는 이를 분양가 32만 달러에 매입해 60만 달러에 매도했다. |
“우선, 살 때 반드시 팔 때를 고려하는 것. 재테크 초보들은 시세보다 싸다고 덜컥 사는데, 부동산은 은행처럼 돈 필요할 때 빼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명심해라. 팔 때 가치를 고려해서 매입해라.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애가 타는 사람은 팔려는 사람이다. 둘째, 위치와 관리 상태가 좋은 부동산을 선택해라. 당연한 소리 왜 하는가 싶지? 의외로 지키기 힘든 조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빌라나 주택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게 이 이유 때문이라는 걸 알면 반은 성공이다. 셋째, 최초 분양가는 반드시 확인하라. 제일 좋은 게 최초 분양가에 사서 두 배 언저리 뛰었을 때 파는 것. 뉴욕 트럼프 플레이스를 최초 분양가인 32만 달러에 구입해서 60만 달러에 팔았는데, 당시 중개인이 차익을 가지고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했다. 단박에 거절했다. 이미 뉴욕 부동산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오른 마당에 사면 효율적인 매매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는, 다음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남겨두라는 것이다.”
―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게 미국서도 통하나 보네.
“그럼. 구매한 부동산이 최초 분양가에서 두 배 정도일 때 다시 파는 것도 노하우다. 욕심을 버리라는 뜻이다. 부동산이 절정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적당할 때 빠지고 다음 매물을 알아봐야 수익을 차근차근 쌓을 수 있다. 그 밖에 팁을 주자면, 매물을 볼 때 고정 임대소득 3%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꼭 따진다. 고정 임대소득을 확보해놓으면, 달러 환율이 유리한 곳에서 새로운 부동산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가 유리하다.”
― 사기 안 당하려면 영어는 필수겠다.
“못 해도 된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매수자와 매매자 모두 법적 대리인을 껴야 하는데, 이때 한인 변호사를 고용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비자도 필요 없다. 관광비자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다. 국회의원 손혜원씨도 그렇게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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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이 매입한 맨해튼 셰필드 콘도의 전경.(출처: streeteasy) |
“내 집은 맨해튼 이스트(EAST)의 브롬프턴이었고, 손 의원은 웨스트(WEST)의 셰필드 콘도와 제이드 콘도를 매입했다. 2007~2008년께 브롬프턴 분양 받을 당시 부동산 관계자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손 의원도 두 콘도를 2007~2008년에 걸쳐 매입했다. 그 당시 이왕 살 거면 웨스트 쪽 트럼프 라인부터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물이 많았는데, 왜 굳이 고점에서 그 콘도를 샀는지 모르겠다. 결국 3년 정도 후에 되팔았을 때 두 개 다 거의 수익을 못 봤잖나.”
참고로 손혜원 의원은 지난 2007년 제이드 콘도를 74만3332달러(대출 46만9000달러)에 사서 2011년 72만 달러에 매도했다. 셰필드 콘도는 2008년 98만7703달러(대출 67만9000달러)에 사서 2014년 100만5000달러에 매도했다. 방미는 이에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인 2007년부터 4년 동안은 대출 이율이 굉장히 높았을 때”라면서 “게다가 관광비자로 부동산을 매입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못해도 8%는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콘도 대출금을 합하면 대략 100만 달러니까 편의상 10억이라고 해도, 이자 8%면 매달 600만원이 넘는 돈이다. 게다가 저 콘도의 관리비는 매달 900~1000달러 수준이다. 재산세를 뺀다고 해도, 1년에 1억이 넘는 거액을 보유 기간 3년 동안 ‘생으로’ 냈다는 얘기다. 수익은커녕 완전히 손해 본 장사였다. 투자 목적이었다면 완전 허당인 거다.”
― 미국은 무비자로 집 사는 외국인에게도 대출을 잘 내주나 보다.
“당연히 신용도 체크를 한다. 미국은 신용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데 떡 하니 몇십만 달러 대출을 준다? 말도 안 된다. 신용도 쌓는 방법으로, 미국 계좌를 터서 일정금액을 예치해놓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처럼 ‘적금담보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은행에 100만 달러를 넣어놓고, 67만 달러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중국과 동남아는 권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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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집 ‘나를 보러 와요’ 재킷 사진. 방미는 데뷔 때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해왔다. |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단독으로 소유할 수 없다. 서류에 현지인의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한다. 이때 현지인과의 수익 배분 문제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베트남은 더 조심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개입해서 결국 한국인들이 담합해 올려놓은 부동산 가격이라 진짜 가치를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베트남 돈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돈을 회수했을 때 아무래도 가치가 낮다. 물가가 저렴해 장벽이 낮게 느껴져 관심이 많이 갈 테지만, 적은 투자금이 들어가는 곳에서는 적은 수익금이 나올 뿐이다. 잔잔한 파도에선 서핑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라. 무엇보다 부자들은 법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안정적 투자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다.”
― 일본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 아닌가.
“벌써 20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다 제값으로 돌아왔다. 그땐 일본 사람들이 부동산을 자꾸 팔기만 하고, 사지 않으니까 매물이 남아돌았던 거다. 도쿄 시내인 하라주쿠나 신주쿠나 아카사카 이런 데가 제값으로 돌아왔다. 엔화도 이제 안정세로 들어갔고.”
― 생애 첫 투자는 언제였나.
“19~20세 때다. ‘나를 보러 와요’가 인기를 얻고 동명의 영화가 제작됐다. 운 좋게 출연 제의가 왔고 출연료로 700만원을 받았다. 1980년 당시엔 거금이었다. 이 돈으로 뭘 하지 싶었는데, 지방 행사에서 만난 유성온천 나이트클럽 사장이 온천 근처 과수원 땅 2000평을 소개해줬다. 큰 재미는 못 봤다. 서울 살면서 대전의 땅을 샀다는 거 자체가 실수였다. 땅은 특히 내가 잘 아는 곳이라야 한다. 어쨌든 부동산 투자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걸로 교훈 삼았다. 값진 경험이었다.”
― 40년 전 얘기네. 투자하면서 웬만한 정권은 다 거쳤겠다.
“전두환 정부 때부터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투자 상황이 여러 가지로 좋았던 것 같다. 이후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이 확 뜨면서 부자가 많이 생겼다. 김영삼 정부 때 IMF 터졌고… DJ 땐 조금 덜 했는데 참여정부 때는 시장 평가가 딱 반반으로 갈려,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무난했던 것 같고, 지금 문재인 정부까지 왔으니 총 8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팔 곱하기 오는 사십. 하긴 내가 사십 년 동안 투자했으니. 오래 살았다, 그쵸? 어쨌든 확실한 건 현 정부의 정책이 제일 못 쓴다.”

― 노래하던 방미가 어느 날 부동산 투자로 관심을 끄니, 그 저의(底意)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그러더라. 나와서 돈 많이 벌었다고 떠드는 게 수상한지, ‘저 ×부터 국세청에 신고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세금도 안 낸 사람이 이런 데 나와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면 벌써 잡혀갔겠지, 안 그런가.”
― 터놓고 말해, 투자 노하우를 알리는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어휴, 순수하게 생각해라. 해보니까 재밌더라. 그게 이유다. 내가 책 내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나. 이런 인터뷰한다고 나한테 누가 돈을 주나? 내 정보가 필요하면, 가져다 쓰라 이거다. 부자들은 자기 노하우를 공개 안 한다. 그럼 누구한테 이런 정보를 듣겠느냐 말이야. 득이 될 것 같으면 듣고, 싫으면 안 들으면 된다. 또 다른 기자는 나더러 투기꾼이라고 하질 않나.”
― 말이 나온 김에,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견해의 차이다. 내가 아무리 투자라고 해도 날 투기꾼으로 보면 투기지 않겠나. 좀 더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빠르게 자주 사고파는 게 투기, 진정성 있게 오래 갖고 있으면 투자 아닐까 싶다. 지금 40억원가량 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3억~4억원 할 때 사서 갖고 있는 경우라면 투기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나. 20억원 일 때 사서 최근에 팔아 20억원을 벌었는데 양도세로 10억원 낸 경우는 어떤가. 투기로 봐야 할까. 난 그렇게 안 본다.”
― 근데 어쩌다 보니 부자가 된 건가, 아님 이를 갈았나.
“시쳇말로 ‘흙수저’였다. 아버지가 이북 분이었는데 화투를 좋아하셨다. 술에 취해 행패도 많이 부리셨다. 어머니는 가게 점원 생활을 하셨고, 어려서부터 방 한 칸에서 어렵게 살았다.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이사만 서른 번 다닌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이를 갈았다. 돈 벌려고 코미디언 시험을 쳤고, 가수도 됐다. 근데 가수로도 돈을 많이 못 벌었다. 소속사만 벌더라. 그러다 2007년, 미국에서 이모가 운영하던 액세서리 가게를 인수하며 시작한 도매사업이 도화선이 됐다. 직원 14~15명에 하루 매출은 1000만~2000만원이 보통이었다. 그때 손가락뼈가 휘어질 정도로 액세서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밤새워 일하며 악착같이 모았다.”
― 이제 노래는 안 하나. 요즘 트로트가 대세인데.
“〈미스트롯〉이 난리긴 하더라. 이광수 대표가 내 뒤에서 춤추던 친군데 성공했더라고. 난 이제 노래 안 한다. 노래는 아무나 하나. 갈고 닦아야지. 이젠 하라 그래도 못하겠다. 투자자로 살 거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짐 로저스처럼.”
―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돈 나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자는 ‘돈도 많이 벌었는데 환원 안 하느냐’고 한다. 제일 듣기 싫은 소리다. 젊은 시절 뼈 빠지게 고생해서 나이 먹고 이제 돈 좀 쓰다가 죽겠다는데, 그 꼴을 못 보고 베풀라고 한다. 그건 내가 결정한다. 예전부터 요가원을 운영하며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하와이가 될지, 한국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자유롭게 와서 요가를 하며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만들 계획이다. 그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