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北韓’ 알리려고 쓴 《3층 서기실의 암호》… 총 14만부 팔려”
⊙ “전 세계가 ‘악마’로 여기는 김정은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만 ‘천사’로 미화… 공산 사회의 ‘우상화’냐?”
⊙ “문재인의 ‘脫원전’은 통일 시대 대비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 강력하게 반대한다!”
⊙ “1~2년 안에 북한 비핵화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 핵무장하는 길밖에 없다”
⊙ “북한 주민 의식 전환 유도하면 ‘북한판 재스민 혁명’으로 ‘정권 붕괴’시킬 수 있어”
⊙ “북한 주민에게 ‘맞춤형 외부 정보’ 계속 제공하는 게 실질적인 통일의 길… 정부가 나서야”
⊙ “전 세계가 ‘악마’로 여기는 김정은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만 ‘천사’로 미화… 공산 사회의 ‘우상화’냐?”
⊙ “문재인의 ‘脫원전’은 통일 시대 대비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 강력하게 반대한다!”
⊙ “1~2년 안에 북한 비핵화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 핵무장하는 길밖에 없다”
⊙ “북한 주민 의식 전환 유도하면 ‘북한판 재스민 혁명’으로 ‘정권 붕괴’시킬 수 있어”
⊙ “북한 주민에게 ‘맞춤형 외부 정보’ 계속 제공하는 게 실질적인 통일의 길… 정부가 나서야”
- 사진=조현호
태영호(太永浩) 전 주(駐)영국 북한(北韓) 공사는 북한 김정은(金正恩)에겐 ‘눈엣가시’다. 탈북한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으로서 북한의 대외 전략·전술을 간파해 그들의 속내를 폭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4월 27일 만나 내놓은 소위 ‘판문점 선언’ 이후 출간된 태 전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북한의 대대적인 평화 공세에 취한 우리 국민에게 경종을 울렸다.
태 전 공사는 이어 5월 14일, 국회 강연에서 “북한은 절대 핵(核)을 포기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결국 김일성 일가의 세습 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절대권력 구조를 허무는 핵 폐기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태 전 공사의 언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5월 16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태 전 공사를 가리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강변했다. 우리 정부가 태 전 공사의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요구를 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비난 직후 태 전 공사는 몸담고 있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처럼 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태 전 공사는 이전보다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한다. 그는 강연, 칼럼 기고는 물론 개인 블로그를 개설(8월 7일)해 ‘진짜 북한’을 알리는 데 매진한다.
이에 《월간조선》은 2016년 8월 17일 입국 이후 남한 생활 만 2년을 맞은 그를 만나 ▲북한 김정은의 핵 야욕과 협상 전략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 정권 붕괴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사직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판문점 선언’ 후 자유민주통일 운동에 나서야겠다고 결심”
— 남한에 온 지 2년이 됐습니다. 지낼 만합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대체로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나온 게 언제입니까.
“5월말에 나왔으니까, 이제 두 달 좀 넘었네요.”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내보낸 겁니까.
“거기서 내보낸 것은 아니고, 제가 사직서를 내고 나왔습니다.”
— 대외활동에 제약이 있었습니까.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에서 일하면 100%는 아니라도 대체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야 합니다. 내가 어디 가서 대외활동을 하려 하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 내규가 그렇게 돼 있어요. 기관책임자가 승인한 활동만 할 수 있어요. 연구원에 있을 때는 지도부에서 ‘이런 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하면, 그 의견을 존중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면 나와야지.”
— 연구원에서 자제해 달라던 대외활동이 뭡니까.
“구체적인 사항은 (연구원) 내부 일이기 때문에 다 밝히는 건….”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상부 기관인 국정원의 직접적인 통제는 없었습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직접 상대하는 건 연구원이니까요.”
— 북한은 자신들이 국정원을 통해 태영호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는데요.
“남한 ‘진보 정권’과 우리는 맞는 측면이 많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겁니다. 북한은 국정원 산하 연구원에서 태영호가 활동하는 건 ‘판문점 선언(4월 27일, 문재인-김정은)’ 위반이므로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을 포함한 ‘험악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후 연구원 내부에서 말한 사람은 없지만, ‘지도부가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느끼잖아요. 지금 정부는 ‘판문점 선언’으로 대북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나는 계속 북한의 속셈을 까밝히겠느냐, 조용히 있겠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북한의 핵전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시민운동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내 미래를 결정한 겁니다.”
— 소위 ‘판문점 선언’ 이후 연구원에서 대외 활동 자제를 요청했습니까.
“‘판문점 선언’ 이후라고 딱 찍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기류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연구원에서는 제 모든 대외활동을 사전에 서면으로 제출하고, 승인된 활동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연구원에 계속 있으면 봉급을 많이 받겠지만, 결국 내규에 따라 활동해야 합니다. 그럼 제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편한 삶을 살겠느냐’ ‘진실한 통일운동을 하겠느냐’ 중 설사 생활에 지장이 있더라도 나는 자유민주통일 운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대로 활동하겠다!”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습니까.
“누구의 간섭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심하고 있습니다.”
— 현재 활동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별다른 활동을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인터뷰 때 물었더니 “정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대로 활동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그렇죠.”
— 다른 나라로 망명할 생각은 없습니까. 미국이나 영국….
“그쪽으로 갈 계획은 없습니다. 저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 통일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통일운동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든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서 성공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 “제3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일이 없습니까.
“예, 없습니다.”
— 현재 국정원 경호를 받고 있습니까.
“그건 보안사항이라서 내가 밝힐 내용이 아닙니다.”
— 책(《3층 서기실의 암호》)을 왜 냈습니까.
“세미나에 가서 제가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내부 변화를 통해 북한을 뒤엎어야 한다’고 했는데, 별 호응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제 다음 사람은 ‘통일을 하려면 평화적 방법으로 해야 하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북한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쌀과 약을 보내고, 중산층에겐 살아나갈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김정은은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고, 신변 안전과 생활 수준을 보장하면, 세습 통치를 포기하고 권력을 내려놓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통일할 수 있다’고 했더니 다 손뼉 치고…. ‘어떻게 이런 얘기가 대중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북한을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을 모르거나,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북한을 실감 나게 알리려고 책을 냈습니다.”
— 초고에는 책에 실리지 않은 내용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출판 전문가들이 얘기하길 내용이 좋아도 600쪽을 넘기면 사람들이 공포증을 느낀다고 해요. 너무 얇으면 전문가들이 안 보고요. 상품성 있게 만들자고 해서 1/3 정도 뺐습니다.”
— 민감한 내용이라서 국정원에서 빼라고 한 건 아닙니까.
“전혀 아니에요. 내 작품인데 간섭하면 가만있을 수 없죠.”
— 얼마나 팔렸습니까.
“책을 낸 ‘기파랑’ 측에서 북한 관련 책은 인기가 없다고 해서 1쇄를 5000부만 찍었는데, 인쇄 당일에 다 나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1만부씩 찍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14만부가 팔렸습니다.”
“‘태영호 체포하라’는 대학생들 보며 자유민주주의 강점 느껴”
—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김경협)은 “통일부가 태영호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민간인 태영호’를 정부가 통제하라는 요구를 버젓이 국회에서 한 셈인데요.
“다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판문점 선언’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와 다른 의견을 누르려고 하고, 그 사람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상대방 인격을 깎아내리고 비아냥거리는 게 과연 국회의원의 올바른 모습인가? 과연 우리 헌법 가치에 맞는 행동인가?”
—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죠.
“그렇죠.”
— “태영호를 추방하라” “태영호를 북송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는데요.
“그런 청원도 있었고, 최근에는 일부 대학생들이 ‘태영호, 박상학을 체포하자’면서 시내에서 전단을 배포했는데, 나는 그것조차 예쁘게 봅니다. 젊은 애들이 나와서 나를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가.”
— 북한 정권의 ‘제거 대상 1순위’인데, 신변 위협은 없습니까.
“경호를 철저하게 해서 직접 느낀 적은 없습니다.”
— 정체불명의 우편물이나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일은 없습니까.
“협박성 메일은 없었지만, 그런 댓글들은 많았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상반된 얘기를 하다가 극렬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융단 폭격’을 당한 일은 없습니까.
“‘이놈아 통일을 해야겠는데, 너는 통일을 하자고 왔느냐 반대하자고 왔느냐?’면서 비난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오는데,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 북한은 “태영호가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
“국가 기밀 누설죄도 있죠. 북한은 해외 대사관 유지비도 제대로 주지 못합니다. 주영국 북한 대사관의 경우엔 외교관이 3명 있습니다. 조그마한 주택을 고쳐 3세대가 쓰는데요. 한 달에 주는 경비가 1만 달러도 안 됩니다. 그것조차 보내주기 어려워하는데, 무슨 돈이 남아서 횡령을 합니까. 그건 북한이 항상 탈북자들을 도덕적으로 깎아내리는 방법입니다.”
— 북한은 또 “태영호는 미성년자 강간범”이라고 강변했는데요.
“제가 강간미수죄 그다음에 국가 기밀 누설죄로 본국에서 송환하니까 처벌이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이 사람을 조사해야겠다고 할 때 ‘회의가 있으니 들어오라’는 식으로 ‘위장 소환’을 합니다. 그런 건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상식’입니다.”
— 국내엔 북한의 “태영호는 인간쓰레기’란 주장에 동조하는 종북(從北)세력도 많습니다. 지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당시 “종북세력이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는데요. 지금은 실감합니까.
“종북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의 활동이 우리의 의식이나 정책에 영향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지난 인터뷰 당시 “고정간첩조차 지금 와서는 북한을 지지하겠느냐?”라고 했는데요. 왜 우리 사회엔 ‘자생 종북세력’이 있을까요.
“북한의 라디오 방송과 책을 통해 북한을 접하다 보니까 북한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겁니다. 좌익은 평등을 중시하고, ‘세습’을 반대합니다. ‘세습’은 좌익의 ‘원수’인데, 국내 좌익 또는 종북세력은 북한의 권력 세습과 엄청난 인권 유린을 애써 외면합니다.”
— 종북세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많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적화(赤化)는 시간문제겠죠.”
— 그럴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거기까지는….”
—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간첩 명단인 소위 ‘황장엽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얘기가 많았습니다. 혹시 ‘태영호 리스트’는 없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핵·미사일에 돈 쓸어 넣는 김정은이 인민 걱정하는 지도자라니…”
—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봤을 때 앞으로 이 정부에 ‘쓴소리’를 많이 하게 될 텐데요. 그럼 정부가 압력을 가하진 않을까요.
“사람들은 제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완전히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남북교류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의 틀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단,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풀고, 5·24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식으로 가는 건 반대합니다.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이 북한 김정은을 천사처럼 평가하는 데 반대합니다. 과거 김정은은 ‘악마’였고, 지금은 김정은은 ‘천사’입니까?”
— 달라진 게 전혀 없죠.
“전 세계는 김정은을 ‘악마’로 여깁니다. 자기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죽이고, 수많은 사람을 공개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낸 사실을 전 세계가 다 아는데,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김정은을 천사처럼 얘기하면 외국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분단 상태에서 김정은이 북한을 지배하기 때문에 대화하고 교류하는 건 맞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하는 건 공산사회의 개인숭배, 우상화 아니에요?”
— 심지어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란 사람(이낙연)은 김정은을 가리켜 “백성 생활을 중시하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는데요.
“지금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김정은이가 백성을 위하는 지도자라면, 진짜 ‘인민’의 지도자라면, 수많은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겠습니까? 자기 가문의 세습통치를 어떻게든 끝까지 쥐고 가겠다면서 그 많은 돈을 쓸어 넣는 사람을 전 세계 앞에서 ‘인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지도자’라고 얘기한다? 이건 정말 할 소리가 아닙니다.”
—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임종석)은 국회의원 시절 “김정일 팬클럽이 생기고, 인민복이 유행한다. 이제 반(反)통일적이고 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김정은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도 이와 비슷한데요.
“임종석 비서실장이 어떻게 말했다 하는 건 아는 바가 없어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 과거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이었던 소위 ’전대협’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머리에서 나오는 대북정책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누구 머리에서 어떤 정책이 나왔는지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서 그 역시 얘기하기는….”
“김정은은 절대 핵 포기 안 해… 우리식으로 북한 해석하면 안 돼”
—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죠?
“당연하죠.”
— 문재인 정부는 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까.
“김정은은 비핵화 과정을 명백하게 얘기했습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얘기하기를 ‘김정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체제 안전만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어요. ‘판문점 선언’했다고, ‘미·북 정상회담’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는 게 아니에요.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이제 평화가 왔다는 식으로 전달하면 안 됩니다. 국민 여러분은 이걸 바로 알아야 합니다.”
—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 위협 제거’는 ‘주한미군 철수’죠?
“주한미군 철수라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군사 위협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니까 병력 줄이고, 복무 기간도 단축하고, 비무장지대에서 병력 철수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알면서도 따른 겁니까, 착각한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용 실장이 김정은을 만났을 때 김정은은 ‘비핵화는 선대 수령의 유훈이다.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어요. 단, 미국이 우리를 자꾸 위협하니까 핵무기로 맞서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이런 걸 해 준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도 하겠다는 겁니다. 전제조건이 있는 거예요.”
— 칼럼을 통해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위해 ‘종전선언’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유엔사가 사라지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실제 전쟁 억지 기능은 한미연합사가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유엔이 한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사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6·25 당시 참전했던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한반도에 전쟁이 났을 때 이들 나라가 유엔의 이름으로 한국과 함께 싸우겠다는 ‘국제연대’의 상징입니다. 이 같은 명분은 전쟁에서 중요합니다. ‘종전선언’에 따라 유엔사가 해체되면, 세계가 한반도를 지켜 준다는 국제연대의 고리가 끊기는 겁니다. 전쟁이 났을 때 유엔군 파병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되기도 어렵습니다. 6·25 당시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장개석(蔣介石, 중화민국)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유엔군 파병 결정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을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정부가 밝혀야 할 일이죠.”
— 북한의 핵이나 적화 야욕이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만 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겁니까.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필수 과정입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2년 안에 핵을 폐기하겠다’는 식의 문서를 북한으로부터 받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최소한 9·19공동성명(2005년) 내용처럼 북한으로부터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한다’는 정도의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문재인, ‘핵 폐기·인권 개선 없이는 미래 없다’고 김정은 설득해야”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또 이른바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요. 이거 계속 만나야 하는 겁니까.
“만나야 합니다. 김정은이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반인륜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걸 동등한 위치에서 말해 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한반도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한다면 김정은한테 ‘당신이 가는 길은 아니다. 빨리 핵을 내려놔라. 우리가 돕겠다. 인권 유린 계속하면 미래가 없다. 정치범 수용소 해체하고, 억류된 한국인들 내려 보내고, 이산가족 고향 방문도 하자’면서 한 걸음씩 움직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중 단 한 가지라도 김정은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래도 계속 얘기해야 합니다. 김정은에게 ‘네가 가는 길은 잘못됐다’고 해야 하는데, 4·27 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김정은은 분명히 자신을 선전하는 데 악용하겠죠?
“당연하죠. 4·27 회담 후 북한에서 기록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김정은의 용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판문점 선언’이 나왔다. 우리가 핵 만들고, 미사일 만들었더니 이제는 남한이 우리를 잘 모신다. 우리 젊은 지도자가 얼마나 위대하냐〉는 내용입니다.”
—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야 합니까.
“그렇죠. 가서 ‘진짜 마음을 터놓고 민족을 위해 큰일 하자. 핵무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고향에라도 가 볼 수 있게 하자’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북한 내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회담을 해야지, 회담하고 나와서 세습통치하는 김정은을 칭찬하고 인간미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진짜 모습을 가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뭡니까.
“북한에 많이 줬는데,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개성공단을 보세요. 우리가 개성공단을 왜 합니까? 한반도 전쟁을 방지하고, 우리의 발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노동자들 보수를 김정일·김정은한테 줬어요. 노예를 빌려다가 일 시키고, 노예 주한테 돈을 준 것과 뭐가 다릅니까?”
“외국이 부러워하는 원전 기술 포기하려는 ‘문재인의 탈원전’ 이해할 수 없어”
— 최근 북한산 석탄 밀반입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가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전락한 셈입니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글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민간업체가 정부 몰래 한 건지 조사 결과를 봐야겠죠.”
— 대북제재와 북핵 폐기에 가장 핵심적인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왜 북한을 포기하지 않습니까.
“중국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기 적수인 미국의 군대와 국경을 접하는 겁니다. 중국은 어떻게 하든 김정은 정권과 한반도 분단 상태를 유지해 미국이 중국에 가까이 오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 우리가 어떻게 하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대북제재를 조금씩 풀어 놓고 있어요. 북핵 폐기를 위해 중국의 대북지원을 차단하려면 강경하게 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결국 핵무장을 해서 군사적 균형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만약 1~2년 안에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힘들더라도 핵무장으로 나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脫原電)’을 외치는데, 핵무장을 선언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탈원전’을 반대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 영토 9만km²보다 더 넓은 영토가 생깁니다. 인구도 지금보다 50% 늘어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이런 시장이 열리는데 에너지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통일 효과를 국민이 느낄 수 없게 됩니다. 통일 준비 차원에서라도 에너지 공급 능력을 확보해 놔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은 원전뿐인데, 이걸 스스로 포기하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 통일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도 ‘탈원전’은 상당히 무책임한 정책인 셈이네요?
“국가와 민족의 전망을 생각해 볼 때 상당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의 핵 역량을 없애려고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글쎄요. 중국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은 그런 기술이 없어서 다들 안타까워하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힘들게 이룩해 놓은 걸 지금 와서 버린다? 그럴 정도로 우리가 잘사는 나라입니까? 참….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전 세계가 경제력 1/40에 지나지 않는 북한에 끌려다니는 우릴 비웃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남북경제연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남북경제연합의 단계까지 되면 6·15선언에서 밝혔던 통일방안으로 양 정상이 합의했던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찬성하나?”란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우리가 주장하는 국가연합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2017년 4월 25일)”고 주장했지만, 우리 헌법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과 ‘국가연합’을 구성하는 건 ‘위헌(違憲)’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채택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에 등장하는 ‘남북연합’은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전제로 통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7월 소위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는 “‘남북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공사는 “통일은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통일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남북연방제에 의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북한의 시스템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남북연방제는 불가능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통일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김씨 세습 왕조가 붕괴해야 통일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무너뜨립니까.
“▲전국적인 인민 봉기 ▲군사 쿠데타 ▲김정은 암살 등을 얘기하는데, 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단, ‘아랍의 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내부 주민들이 ‘변화’를 갈망할 때 한 청년의 분신자살이 불꽃이 돼 온 아랍 땅에 불길이 번지게 했습니다. 북한도 이런 식으로 붕괴할 겁니다.”
— 지난 인터뷰 때 북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외부 정보를 유입시켜야 한다고 했는데요.
“중요한 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 정서에 맞고, 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맞춤형 정보자료’를 많이 만들어서 북한에 넣어야 합니다.”
— 최근 개설한 블로그의 운영 목적도 그런 겁니까.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이 5만명 넘습니다. 평균적으로 매년 1만명씩 교체되니까, 10년이면 10만명이 바뀝니다. 이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쉽게 한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앞으로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 겁니다.”
— 북한 사람이 들어와서 볼까요.
“블로그 개설 첫날 18시간 동안 방문 기록을 보면 40개국의 7174명이 제 블로그를 찾아왔습니다. 외국에서 제일 먼저 접속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고 접근했겠어요?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사람들이 본 겁니다.”
— 어디서 많이 접속했습니까. 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는 곳입니까.
“그럼요. (휴대전화로 방문자 기록 통계를 보여주며)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의 순으로 접속했습니다.”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력 40배 컸다면 바로 ‘赤化’ 됐을 것”
— 북한 붕괴 전에 우리가 적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런 생각 해 봤습니까.
“북한이 핵무기를 쓰지 않는 한 적화는….”
— 예전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당연하죠. 얼마 전, 학생들 강연을 갔는데 한 학생이 일어나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통일된 다음에 우리 민족의 핵무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된다는 건데, 그 통일은 자유민주통일일까?’라고 물었더니 가만히 있어요. 어떻게 이런 황당한 논리가 젊은이들에게 파고들었는지….”
— 핵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적화통일 가능성은 남아 있죠. 그런 걱정 안 해 봤습니까.
“북한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연대해서 올바른 전략·전술을 편다면 북한은 붕괴합니다. 단,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려는 열기와 우리가 자유민주체제로 북한을 통일하려는 의지는 차이가 큽니다. 북한은 한반도를 먹으려고, 그 국가구조 안에 통일전선부를 만들고, 간첩을 남파하고, 지하당을 조직하는 반면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노력은 없었습니다. 우리 경제력이 북한의 40배인데요. 이게 반대라고 생각해 보세요. 바로 적화통일됐을 겁니다. 우리에겐 ‘힘’이 있어요.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밀어붙이지 않잖아요. 정부도, 국민도 통일을 밀어붙이려는 마음이 없었어요. 아니, 경제력이 40배 차이 나는데도 북한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 전 세계가 비웃습니다.”
— 그럴 의지가 없었던 거죠.
“없어요.”
—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까.
“정부가 안 하면 이제는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힘으로 해야 합니다.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서 모금도 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시켜야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었느냐? 정부가 아닙니다. 다 시민사회가 만들었습니다. 엊그제도 탈북자 단체가 페트병에 쌀, USB, 구충약을 담아 보냈거든요. 재미난 현상이 뭐냐 하면, 이 단체들이 구충약을 계속 들여보내니까 이제는 구충약이 너무 장마당에 흘러나와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 구충약을 사는 정도가 됐습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분들 보면 피 터지게 합니다. 돈도 없는데 교회에 호소해 쌀 한 톨씩 모아서 페트병에 USB나 구충약을 함께 담아 보내고…. 이런 일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이게 실질적인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5월 14일, 국회 강연에서 “북한은 절대 핵(核)을 포기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결국 김일성 일가의 세습 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절대권력 구조를 허무는 핵 폐기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태 전 공사의 언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5월 16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태 전 공사를 가리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강변했다. 우리 정부가 태 전 공사의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요구를 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비난 직후 태 전 공사는 몸담고 있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처럼 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태 전 공사는 이전보다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한다. 그는 강연, 칼럼 기고는 물론 개인 블로그를 개설(8월 7일)해 ‘진짜 북한’을 알리는 데 매진한다.
이에 《월간조선》은 2016년 8월 17일 입국 이후 남한 생활 만 2년을 맞은 그를 만나 ▲북한 김정은의 핵 야욕과 협상 전략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 정권 붕괴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사직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판문점 선언’ 후 자유민주통일 운동에 나서야겠다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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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4월 27일, 김정은과의 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왔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사진=뉴시스 |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대체로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나온 게 언제입니까.
“5월말에 나왔으니까, 이제 두 달 좀 넘었네요.”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내보낸 겁니까.
“거기서 내보낸 것은 아니고, 제가 사직서를 내고 나왔습니다.”
— 대외활동에 제약이 있었습니까.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에서 일하면 100%는 아니라도 대체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야 합니다. 내가 어디 가서 대외활동을 하려 하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 내규가 그렇게 돼 있어요. 기관책임자가 승인한 활동만 할 수 있어요. 연구원에 있을 때는 지도부에서 ‘이런 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하면, 그 의견을 존중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면 나와야지.”
— 연구원에서 자제해 달라던 대외활동이 뭡니까.
“구체적인 사항은 (연구원) 내부 일이기 때문에 다 밝히는 건….”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상부 기관인 국정원의 직접적인 통제는 없었습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직접 상대하는 건 연구원이니까요.”
— 북한은 자신들이 국정원을 통해 태영호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는데요.
“남한 ‘진보 정권’과 우리는 맞는 측면이 많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겁니다. 북한은 국정원 산하 연구원에서 태영호가 활동하는 건 ‘판문점 선언(4월 27일, 문재인-김정은)’ 위반이므로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을 포함한 ‘험악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후 연구원 내부에서 말한 사람은 없지만, ‘지도부가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느끼잖아요. 지금 정부는 ‘판문점 선언’으로 대북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나는 계속 북한의 속셈을 까밝히겠느냐, 조용히 있겠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북한의 핵전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시민운동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내 미래를 결정한 겁니다.”
— 소위 ‘판문점 선언’ 이후 연구원에서 대외 활동 자제를 요청했습니까.
“‘판문점 선언’ 이후라고 딱 찍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기류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연구원에서는 제 모든 대외활동을 사전에 서면으로 제출하고, 승인된 활동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연구원에 계속 있으면 봉급을 많이 받겠지만, 결국 내규에 따라 활동해야 합니다. 그럼 제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편한 삶을 살겠느냐’ ‘진실한 통일운동을 하겠느냐’ 중 설사 생활에 지장이 있더라도 나는 자유민주통일 운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대로 활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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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북한 권부의 실상을 파헤친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출간 이후 14만부가 팔렸다. 사진=뉴시스 |
“누구의 간섭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심하고 있습니다.”
— 현재 활동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별다른 활동을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인터뷰 때 물었더니 “정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대로 활동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그렇죠.”
— 다른 나라로 망명할 생각은 없습니까. 미국이나 영국….
“그쪽으로 갈 계획은 없습니다. 저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 통일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통일운동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든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서 성공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 “제3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일이 없습니까.
“예, 없습니다.”
— 현재 국정원 경호를 받고 있습니까.
“그건 보안사항이라서 내가 밝힐 내용이 아닙니다.”
— 책(《3층 서기실의 암호》)을 왜 냈습니까.
“세미나에 가서 제가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내부 변화를 통해 북한을 뒤엎어야 한다’고 했는데, 별 호응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제 다음 사람은 ‘통일을 하려면 평화적 방법으로 해야 하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북한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쌀과 약을 보내고, 중산층에겐 살아나갈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김정은은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고, 신변 안전과 생활 수준을 보장하면, 세습 통치를 포기하고 권력을 내려놓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통일할 수 있다’고 했더니 다 손뼉 치고…. ‘어떻게 이런 얘기가 대중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북한을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을 모르거나,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북한을 실감 나게 알리려고 책을 냈습니다.”
— 초고에는 책에 실리지 않은 내용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출판 전문가들이 얘기하길 내용이 좋아도 600쪽을 넘기면 사람들이 공포증을 느낀다고 해요. 너무 얇으면 전문가들이 안 보고요. 상품성 있게 만들자고 해서 1/3 정도 뺐습니다.”
— 민감한 내용이라서 국정원에서 빼라고 한 건 아닙니까.
“전혀 아니에요. 내 작품인데 간섭하면 가만있을 수 없죠.”
— 얼마나 팔렸습니까.
“책을 낸 ‘기파랑’ 측에서 북한 관련 책은 인기가 없다고 해서 1쇄를 5000부만 찍었는데, 인쇄 당일에 다 나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1만부씩 찍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14만부가 팔렸습니다.”
“‘태영호 체포하라’는 대학생들 보며 자유민주주의 강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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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가 5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다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판문점 선언’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와 다른 의견을 누르려고 하고, 그 사람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상대방 인격을 깎아내리고 비아냥거리는 게 과연 국회의원의 올바른 모습인가? 과연 우리 헌법 가치에 맞는 행동인가?”
—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죠.
“그렇죠.”
— “태영호를 추방하라” “태영호를 북송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는데요.
“그런 청원도 있었고, 최근에는 일부 대학생들이 ‘태영호, 박상학을 체포하자’면서 시내에서 전단을 배포했는데, 나는 그것조차 예쁘게 봅니다. 젊은 애들이 나와서 나를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가.”
— 북한 정권의 ‘제거 대상 1순위’인데, 신변 위협은 없습니까.
“경호를 철저하게 해서 직접 느낀 적은 없습니다.”
— 정체불명의 우편물이나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일은 없습니까.
“협박성 메일은 없었지만, 그런 댓글들은 많았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상반된 얘기를 하다가 극렬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융단 폭격’을 당한 일은 없습니까.
“‘이놈아 통일을 해야겠는데, 너는 통일을 하자고 왔느냐 반대하자고 왔느냐?’면서 비난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오는데,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 북한은 “태영호가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
“국가 기밀 누설죄도 있죠. 북한은 해외 대사관 유지비도 제대로 주지 못합니다. 주영국 북한 대사관의 경우엔 외교관이 3명 있습니다. 조그마한 주택을 고쳐 3세대가 쓰는데요. 한 달에 주는 경비가 1만 달러도 안 됩니다. 그것조차 보내주기 어려워하는데, 무슨 돈이 남아서 횡령을 합니까. 그건 북한이 항상 탈북자들을 도덕적으로 깎아내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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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전 세계가 김정은을 ‘악마’로 여기는데, 우리 정치 지도자들만 ‘천사’로 미화한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
“제가 강간미수죄 그다음에 국가 기밀 누설죄로 본국에서 송환하니까 처벌이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이 사람을 조사해야겠다고 할 때 ‘회의가 있으니 들어오라’는 식으로 ‘위장 소환’을 합니다. 그런 건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상식’입니다.”
— 국내엔 북한의 “태영호는 인간쓰레기’란 주장에 동조하는 종북(從北)세력도 많습니다. 지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당시 “종북세력이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는데요. 지금은 실감합니까.
“종북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의 활동이 우리의 의식이나 정책에 영향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지난 인터뷰 당시 “고정간첩조차 지금 와서는 북한을 지지하겠느냐?”라고 했는데요. 왜 우리 사회엔 ‘자생 종북세력’이 있을까요.
“북한의 라디오 방송과 책을 통해 북한을 접하다 보니까 북한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겁니다. 좌익은 평등을 중시하고, ‘세습’을 반대합니다. ‘세습’은 좌익의 ‘원수’인데, 국내 좌익 또는 종북세력은 북한의 권력 세습과 엄청난 인권 유린을 애써 외면합니다.”
— 종북세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많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적화(赤化)는 시간문제겠죠.”
— 그럴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거기까지는….”
—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간첩 명단인 소위 ‘황장엽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얘기가 많았습니다. 혹시 ‘태영호 리스트’는 없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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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7월 19일, 북한 김정은을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사진=뉴시스 |
“사람들은 제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완전히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남북교류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의 틀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단,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풀고, 5·24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식으로 가는 건 반대합니다.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이 북한 김정은을 천사처럼 평가하는 데 반대합니다. 과거 김정은은 ‘악마’였고, 지금은 김정은은 ‘천사’입니까?”
— 달라진 게 전혀 없죠.
“전 세계는 김정은을 ‘악마’로 여깁니다. 자기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죽이고, 수많은 사람을 공개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낸 사실을 전 세계가 다 아는데,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김정은을 천사처럼 얘기하면 외국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분단 상태에서 김정은이 북한을 지배하기 때문에 대화하고 교류하는 건 맞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하는 건 공산사회의 개인숭배, 우상화 아니에요?”
— 심지어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란 사람(이낙연)은 김정은을 가리켜 “백성 생활을 중시하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는데요.
“지금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김정은이가 백성을 위하는 지도자라면, 진짜 ‘인민’의 지도자라면, 수많은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겠습니까? 자기 가문의 세습통치를 어떻게든 끝까지 쥐고 가겠다면서 그 많은 돈을 쓸어 넣는 사람을 전 세계 앞에서 ‘인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지도자’라고 얘기한다? 이건 정말 할 소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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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의원 시절 “김정일 팬클럽이 생기고, 인민복이 유행한다”면서 “반통일적이고, 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문재인 청와대’는 임 실장과 같은 ‘전대협’ 출신을 비롯한 ‘운동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임종석 비서실장이 어떻게 말했다 하는 건 아는 바가 없어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 과거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이었던 소위 ’전대협’ 출신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머리에서 나오는 대북정책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누구 머리에서 어떤 정책이 나왔는지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서 그 역시 얘기하기는….”
“김정은은 절대 핵 포기 안 해… 우리식으로 북한 해석하면 안 돼”
—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죠?
“당연하죠.”
— 문재인 정부는 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까.
“김정은은 비핵화 과정을 명백하게 얘기했습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얘기하기를 ‘김정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체제 안전만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어요. ‘판문점 선언’했다고, ‘미·북 정상회담’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는 게 아니에요.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이제 평화가 왔다는 식으로 전달하면 안 됩니다. 국민 여러분은 이걸 바로 알아야 합니다.”
—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 위협 제거’는 ‘주한미군 철수’죠?
“주한미군 철수라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군사 위협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니까 병력 줄이고, 복무 기간도 단축하고, 비무장지대에서 병력 철수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알면서도 따른 겁니까, 착각한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용 실장이 김정은을 만났을 때 김정은은 ‘비핵화는 선대 수령의 유훈이다.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어요. 단, 미국이 우리를 자꾸 위협하니까 핵무기로 맞서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이런 걸 해 준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도 하겠다는 겁니다. 전제조건이 있는 거예요.”
— 칼럼을 통해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위해 ‘종전선언’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유엔사가 사라지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실제 전쟁 억지 기능은 한미연합사가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유엔이 한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사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6·25 당시 참전했던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한반도에 전쟁이 났을 때 이들 나라가 유엔의 이름으로 한국과 함께 싸우겠다는 ‘국제연대’의 상징입니다. 이 같은 명분은 전쟁에서 중요합니다. ‘종전선언’에 따라 유엔사가 해체되면, 세계가 한반도를 지켜 준다는 국제연대의 고리가 끊기는 겁니다. 전쟁이 났을 때 유엔군 파병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되기도 어렵습니다. 6·25 당시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장개석(蔣介石, 중화민국)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유엔군 파병 결정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을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정부가 밝혀야 할 일이죠.”
— 북한의 핵이나 적화 야욕이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만 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겁니까.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필수 과정입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2년 안에 핵을 폐기하겠다’는 식의 문서를 북한으로부터 받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최소한 9·19공동성명(2005년) 내용처럼 북한으로부터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한다’는 정도의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또 이른바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요. 이거 계속 만나야 하는 겁니까.
“만나야 합니다. 김정은이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반인륜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걸 동등한 위치에서 말해 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한반도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한다면 김정은한테 ‘당신이 가는 길은 아니다. 빨리 핵을 내려놔라. 우리가 돕겠다. 인권 유린 계속하면 미래가 없다. 정치범 수용소 해체하고, 억류된 한국인들 내려 보내고, 이산가족 고향 방문도 하자’면서 한 걸음씩 움직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중 단 한 가지라도 김정은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래도 계속 얘기해야 합니다. 김정은에게 ‘네가 가는 길은 잘못됐다’고 해야 하는데, 4·27 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김정은은 분명히 자신을 선전하는 데 악용하겠죠?
“당연하죠. 4·27 회담 후 북한에서 기록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김정은의 용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판문점 선언’이 나왔다. 우리가 핵 만들고, 미사일 만들었더니 이제는 남한이 우리를 잘 모신다. 우리 젊은 지도자가 얼마나 위대하냐〉는 내용입니다.”
—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야 합니까.
“그렇죠. 가서 ‘진짜 마음을 터놓고 민족을 위해 큰일 하자. 핵무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고향에라도 가 볼 수 있게 하자’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북한 내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회담을 해야지, 회담하고 나와서 세습통치하는 김정은을 칭찬하고 인간미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진짜 모습을 가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뭡니까.
“북한에 많이 줬는데,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개성공단을 보세요. 우리가 개성공단을 왜 합니까? 한반도 전쟁을 방지하고, 우리의 발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노동자들 보수를 김정일·김정은한테 줬어요. 노예를 빌려다가 일 시키고, 노예 주한테 돈을 준 것과 뭐가 다릅니까?”
“외국이 부러워하는 원전 기술 포기하려는 ‘문재인의 탈원전’ 이해할 수 없어”
— 최근 북한산 석탄 밀반입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가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전락한 셈입니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글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민간업체가 정부 몰래 한 건지 조사 결과를 봐야겠죠.”
— 대북제재와 북핵 폐기에 가장 핵심적인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왜 북한을 포기하지 않습니까.
“중국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기 적수인 미국의 군대와 국경을 접하는 겁니다. 중국은 어떻게 하든 김정은 정권과 한반도 분단 상태를 유지해 미국이 중국에 가까이 오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 우리가 어떻게 하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대북제재를 조금씩 풀어 놓고 있어요. 북핵 폐기를 위해 중국의 대북지원을 차단하려면 강경하게 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결국 핵무장을 해서 군사적 균형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만약 1~2년 안에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힘들더라도 핵무장으로 나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脫原電)’을 외치는데, 핵무장을 선언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탈원전’을 반대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 영토 9만km²보다 더 넓은 영토가 생깁니다. 인구도 지금보다 50% 늘어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이런 시장이 열리는데 에너지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통일 효과를 국민이 느낄 수 없게 됩니다. 통일 준비 차원에서라도 에너지 공급 능력을 확보해 놔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은 원전뿐인데, 이걸 스스로 포기하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 통일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도 ‘탈원전’은 상당히 무책임한 정책인 셈이네요?
“국가와 민족의 전망을 생각해 볼 때 상당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의 핵 역량을 없애려고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글쎄요. 중국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은 그런 기술이 없어서 다들 안타까워하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힘들게 이룩해 놓은 걸 지금 와서 버린다? 그럴 정도로 우리가 잘사는 나라입니까? 참….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전 세계가 경제력 1/40에 지나지 않는 북한에 끌려다니는 우릴 비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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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2010년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온 아랍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북한에서 발생한다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뉴시스 |
지난 대선 때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찬성하나?”란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우리가 주장하는 국가연합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2017년 4월 25일)”고 주장했지만, 우리 헌법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과 ‘국가연합’을 구성하는 건 ‘위헌(違憲)’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 채택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에 등장하는 ‘남북연합’은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전제로 통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7월 소위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는 “‘남북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공사는 “통일은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통일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남북연방제에 의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북한의 시스템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남북연방제는 불가능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통일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김씨 세습 왕조가 붕괴해야 통일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무너뜨립니까.
“▲전국적인 인민 봉기 ▲군사 쿠데타 ▲김정은 암살 등을 얘기하는데, 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단, ‘아랍의 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내부 주민들이 ‘변화’를 갈망할 때 한 청년의 분신자살이 불꽃이 돼 온 아랍 땅에 불길이 번지게 했습니다. 북한도 이런 식으로 붕괴할 겁니다.”
— 지난 인터뷰 때 북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외부 정보를 유입시켜야 한다고 했는데요.
“중요한 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 정서에 맞고, 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맞춤형 정보자료’를 많이 만들어서 북한에 넣어야 합니다.”
— 최근 개설한 블로그의 운영 목적도 그런 겁니까.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이 5만명 넘습니다. 평균적으로 매년 1만명씩 교체되니까, 10년이면 10만명이 바뀝니다. 이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쉽게 한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앞으로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 겁니다.”
— 북한 사람이 들어와서 볼까요.
“블로그 개설 첫날 18시간 동안 방문 기록을 보면 40개국의 7174명이 제 블로그를 찾아왔습니다. 외국에서 제일 먼저 접속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고 접근했겠어요?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사람들이 본 겁니다.”
— 어디서 많이 접속했습니까. 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는 곳입니까.
“그럼요. (휴대전화로 방문자 기록 통계를 보여주며)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의 순으로 접속했습니다.”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력 40배 컸다면 바로 ‘赤化’ 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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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문재인(우) 대통령이 김정은(좌)에게 ‘핵 포기’와 ‘인권 제고’ ‘각종 인도적 조치’를 주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뉴시스 |
“북한이 핵무기를 쓰지 않는 한 적화는….”
— 예전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당연하죠. 얼마 전, 학생들 강연을 갔는데 한 학생이 일어나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통일된 다음에 우리 민족의 핵무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된다는 건데, 그 통일은 자유민주통일일까?’라고 물었더니 가만히 있어요. 어떻게 이런 황당한 논리가 젊은이들에게 파고들었는지….”
— 핵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적화통일 가능성은 남아 있죠. 그런 걱정 안 해 봤습니까.
“북한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연대해서 올바른 전략·전술을 편다면 북한은 붕괴합니다. 단,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려는 열기와 우리가 자유민주체제로 북한을 통일하려는 의지는 차이가 큽니다. 북한은 한반도를 먹으려고, 그 국가구조 안에 통일전선부를 만들고, 간첩을 남파하고, 지하당을 조직하는 반면 북한 내부 변화를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노력은 없었습니다. 우리 경제력이 북한의 40배인데요. 이게 반대라고 생각해 보세요. 바로 적화통일됐을 겁니다. 우리에겐 ‘힘’이 있어요.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밀어붙이지 않잖아요. 정부도, 국민도 통일을 밀어붙이려는 마음이 없었어요. 아니, 경제력이 40배 차이 나는데도 북한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 전 세계가 비웃습니다.”
— 그럴 의지가 없었던 거죠.
“없어요.”
—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까.
“정부가 안 하면 이제는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힘으로 해야 합니다.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서 모금도 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시켜야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었느냐? 정부가 아닙니다. 다 시민사회가 만들었습니다. 엊그제도 탈북자 단체가 페트병에 쌀, USB, 구충약을 담아 보냈거든요. 재미난 현상이 뭐냐 하면, 이 단체들이 구충약을 계속 들여보내니까 이제는 구충약이 너무 장마당에 흘러나와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 구충약을 사는 정도가 됐습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분들 보면 피 터지게 합니다. 돈도 없는데 교회에 호소해 쌀 한 톨씩 모아서 페트병에 USB나 구충약을 함께 담아 보내고…. 이런 일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이게 실질적인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