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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와 대한민국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중국 견제용 미군 주둔’ 나올 수도

글 : 손학규  前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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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머니머신·화폐제조기’ 폄하에 대한민국 떳떳하게 맞서야
⊙ 한미동맹 발전시키되 자주 방위 능력 제고…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 日·獨 수준으로
⊙ 트럼프 집권이 유럽 극우에 희망… 배타적 국가주의 확산
⊙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북한과 수교 후 미·러·북 연대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
⊙ 세계 질서 급변, 정치적 아노미 벗어나려면 ‘총리 민주주의’ 개헌으로 7공화국 건설해야

孫鶴圭
1947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서강대 교수, 14·15·16·18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통합민주당 대표,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바른미래당 당대표 역임
지정학적 리스크가 흔들리는 한국을 더욱 흔들고 있다.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북한과 수교 후 미·러·북 연대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사진=조선DB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세계가 격동하고 있다. 우리는 내일 트럼프가 무슨 발표를 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초 불확실성의 시대(Age of Super-Uncertainty)’에 살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1호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78개를 무효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추구해 온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를 지배하던 자유주의 가치와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었던 자유무역을 거부하고 관세 폭탄의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리해서 미국이 강력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의 선봉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젤렌스키의 백기 투항
 
3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및 나토 주요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가운데)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세계 질서를 바꾸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2월 2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대가로 트럼프에게 선물로 가져온 광물협정에 서명하러 온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없는 종전(終戰)은 없다”고 항의하자 트럼프는 “당신네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 자꾸 그러면 우리가 나간다. 그러면 2주일을 못 버틸 거다”라고 겁박을 주면서 젤렌스키를 내쫓았다.
 
  거대한 힘을 가진 강대국의 횡포에 온 세계가 경악했다. TV로 생중계된 회담에서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앞에 놓고 세계를 위협한 것이다. ‘우리말을 듣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3월 3일,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고 3월 4일, 트럼프는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젤렌스키로부터 광물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서한을 받았다며 젤렌스키의 백기 투항을 보고했다.
 
  3월 2일과 6일 유럽연합(EU)은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유럽 방위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젤렌스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으나, 젤렌스키는 곧 트럼프를 만나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완전한 승리이며, 미국의 강권 앞에 약소국이 어떻게 쓰러지는지 만천하에 여지없이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하고,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파나마 운하를 회수하고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과장이나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결국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 지분을 갖고 있던 홍콩계 회사는 지분을 미국 측 회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백악관의 트럼프 집무실에 멕시코만을 미국만(美國灣·Gulf of America)으로 바꾼 지도를 걸어놓더니, 구글에서는 미국만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의 막강한 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가 단순히 관세 폭탄을 통한 보호무역과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팽창’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트럼프는 알래스카에 있는 디날리산의 이름을 매킨리산으로 바꿨다.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을 딴 것인데, 매킨리 대통령은 높은 관세장벽으로 보호무역을 폈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적 팽창 정책으로 필리핀, 괌 등을 점령하고 하와이를 병합했다.
 
 
  동맹국보다 경제적 이익이 우선
 
  트럼프는 현재의 세계 질서를 바꾸어 미국의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만을 상대로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울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며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방어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계기로 전후 질서의 기초가 되어 온 미국과 유럽의 가치 동맹도 계속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동맹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글로벌 계획에 동조하지 않으면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는 일본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일본과 좋은 관계지만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에게서 큰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과 같이 일본에도 ‘불공정 조약’을 이유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대만의 TSMC는 기존의 650억 달러에 더해서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투자가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중국의 대만 침공)은 분명히 매우 재앙적인 사건일 터”라고 말했다. 대만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미국의 관세장벽을 넘는 길이기도 하지만 대만의 안보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동맹, 우방에 대해서도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정리되면 중국, 또는 한반도로 초점을 옮겨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강대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크게 분할하는 구도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구도의 재편
 
  유럽은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유럽은 3월 6일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마크롱이 주장하는 핵우산론과 유럽군 창설에 동조했다. 이제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동맹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힘을 모으자는 자강론에 뜻을 같이한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이제는 유럽의 독자적 안보 체계를 구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의 안보 구도가 바뀌고 있다. 2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결의안과 안보리에서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이 각각 통과되었다. 러시아 규탄 내용이 담긴 우크라이나 안에 미국은 반대표를 던졌고, ‘러시아의 침략’을 뺀 미국 안에는 영국, 프랑스가 기권표를 던졌다. (한국은 양쪽 다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한 이후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편이 갈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변하고 있다. 자유라는 가치보다는 국익이 우선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재정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2024년 1년간 지출한 국채 발행 이자 비용이 8820억 달러(한화 약 1270조원)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약 두 배다. 재정적자는 1조8330억 달러였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제조업의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자 비용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려는 트럼프의 대책은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다. 세계 경찰의 역할을 축소하고, 관세를 통해 세입을 증대시키고, 동맹국에 안보 비용을 떠넘기고, TSMC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로 나타났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구호로 트럼프는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트럼프의 불법 행위는 사면되고 그의 사법 리스크도 극복되어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우경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생산직 노동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럽의 우경화
 
2월 23일 독일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알리스 바이델(가운데) 대표가 티노 흐루팔라 공동대표를 끌어안으며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러한 우경화(右傾化)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사민당의 숄츠 총리가 불신임당하고 총선에서 중도 우파 기민당·기사연이 승리해 기민당의 총리 후보 메르츠가 연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독일 총선에서 가장 큰 특징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대약진이다. 20.8%를 득표해 사민당을 이기고 원내 제2당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가 총선 때 독일을 방문해 AfD의 총리 후보 앨리스 바이델과 같이 연단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직은 다수당인 CDU·CSU가 AfD를 연정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AfD는 국경 통제 강화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CDU·CSU와 협조할 정도로 국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의 진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민 문제는 또 하나의 쟁점이었다. 불법 이민자들에 의한 테러와 범죄 증가는 사회의 안전을 크게 위협했다. 사민당이 추진해 온 개방적 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진 가운데, 이민자 수용 정책 폐지를 주장한 대안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극우 정당이 대거 진출했다. 벨기에에서는 ‘플람스의 이익(Vlaams Belang·VB)’이 총선 결과 2위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024년 9월 치러진 총선에서 나치(독일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계 인사가 만든 극우 성향 오스트리아자유당(FPO¨)이 제1당에 올랐다. 극우 정당이라 연정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과 연합해 총리 불신임안을 저지하고 현 정권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집권은 유럽의 극우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밴스 부통령이 유럽에 가서 극우 정당을 격려하고 이들이 환호할 정도로 트럼프는 우파 세력에게 연대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배타적인 국가주의가 확산하여 이민을 배척하고 관세 폭탄을 통한 보호무역주의가 세를 얻고 있는 가운데, 그 선봉에 트럼프가 있는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
 
  트럼프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치광이 전략은 원래 닉슨 대통령이 명명한 전략으로, 미친 사람처럼 위험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위협하여 굴복하게 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는 매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거짓말도 수없이 한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드디어 대한민국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는 3월 4일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관세를 4배 더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FTA를 맺고 있어서 사실상 상호 무관세다. 1조 달러가 들어가는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에 일본과 한국이 참여한다고도 주장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도 없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렇게 말해놓으면 우리나라는 이걸 무시할 수가 없다.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트럼프는 이것을 안다. 이것이 그의 거래 전략이다.
 
  트럼프에게는 동맹도, 우방도, 자유세계라는 가치도 없다. 오직 미국의 국익과 돈밖에 없다. 그는 “나의 전 생애는 거래(deal)다. 나는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의 모든 정치 행위가 흥정임을 시사했다. 그가 말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의 흥정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 문제와 노벨 평화상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트럼프는 북한 문제로 한반도를 건드릴 것이다. 미·북 대화를 통해 그의 또 다른 커다란 욕심, 노벨상을 챙기려 할 것이다. 북한과 교류해 미·북 수교를 이끌어내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안겨줬다는 명목으로 노벨 평화상을 타려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다른 목표, 즉 미국의 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북한과 수교를 하고, 러시아와 손잡고 미·러·북 연대로 중국을 포위해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이 과정에서 노벨 평화상을 타면 그의 정치는 화려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으로서는 남의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 한국의 안보는 미국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고, 다만 ICBM만 어떻게든 통제하면 된다. 미 국방장관과 트럼프가 북한을 ‘Nuclear Power’로 언급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북한과의 교류를 염두에 둔 계산된 표현이며, 앞으로 북한과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동결 내지 핵 군축 협상으로 가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이는 북한도 원하는 바로, 북·미 수교로 체제 안정을 보장받으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소하고, 투자 유치로 경제 발전의 기틀을 잡으면, 북한의 목표도 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는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하게 되면 우리는 머리 위에 핵무기를 이고 사는 형국이 된다. 또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 김정은이 내용적으로는 미군 철수를 바라지 않을지 모르지만 표면상·명분상 그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이를 대남 거래용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즉 ‘대(對) 중국 견제용 미군 주둔’으로 나올 때 우리는 입장이 난처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사정이 어떻게 발전하든 한미동맹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은 대북 관계나 대중국 관계를 위해서도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러나 동시에 자주국방, 군사적 자강책 또한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에 전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기댈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제 관계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은 역사의 분명한 사실이다.
 
 
  핵 재처리 시설 확보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가 제기될 때를 대비해서 자주적인 방위 능력을 훨씬 더 제고(提高)해야 한다. 방산 능력을 높이는 것은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군사 능력을 제고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제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도 미국에 적극 협조하면서 우리의 군함 제조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 제조 능력이다. 현재로서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유사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초를 확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능력을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확보해 놓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조선업 협력 등의 안보 협상에서 핵 재처리 시설 확보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이를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는 의회 연설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대한민국을 머니머신(현찰제조기)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부자 나라니 돈을 더 내라고 강압해 왔다. ‘우리가 너희 살려주었으니 빚 갚아라. 너희가 흑자를 내니 우리에게 세금 내라. 너희 수출 때문에 우리 기업이 안되니 생산 시설을 이곳으로 옮겨라. 안 그러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 우리가 너희 안보를 지켜주었으니 우리가 거기서 먹고 쓰는 물자는 너희가 다 대라. 안 그러면 미군 철수시키겠다.’ 이런 협박이다. 세계를 이끌고 지도하는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이제는 깡패가 되었다.
 
 
  대한민국 발전의 근원적 힘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한 나라인가? 6·25 참상 아래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고, 군사 독재의 어둠을 뚫고 나와 세계 최고의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쓰레기통에서 어찌 장미꽃이 피겠는가 하는 조롱 속에 세계 최고의 문화국가로 우뚝 섰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공짜로 이루어진 일인가? 막말로 ‘나이롱뽕’ 해서 얻은 것인가?
 
  미국의 도움이 컸다. 6·25 당시 우리나라를 지켜주었고, 한미동맹으로 안보 걱정 안 하고 이만큼 경제 성장을 하게 되었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로 배를 채웠고,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아프면 병원으로 데려가 인재를 살렸다. 미국의 도움으로 공장 짓고, 물건 팔아서 산업화를 이루었다. 군사 정권의 인권 탄압을 미국이 막아주어 민주화를 이룩했다. 정말로 고마운 미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참혹한 어려움을 겪고 이겨냈는가?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헉헉거리던 어머니는 “엄마는 짜장면을 못 먹어” 하며 면발을 자식 입에 넣어서 키우고, 서울 간 누나는 청계천에서 하루 14시간씩 졸면서 재봉틀 돌리며 번 돈을 동생 학비에 쓰라고 보내 우리나라의 일꾼을 키워냈다. 독일에 가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고, 베트남 전선에서 목숨 바치고, 아라비아 사막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산업의 기반을 닦았다. 세계를 누비며 물건을 팔고 기술을 배워온 기업인들은 선진화의 역군이었다. IMF 금융위기로 나라가 위태로워졌을 때 우리 엄마들은 장롱 속에 깊이 간직했던 금비녀를 꺼내 금 모으기로 나라를 살렸다. 이렇게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일으킨 것이다.
 
  누가 대한민국을 종이돈 찍어내는 머니머신·화폐제조기라고 폄하하는가? 누가 편의점에서 컵라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일하는 회사원들을 부자 나라 시민이라고 놀리는가?
 
  우리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세계를 향해서, 미국을 향해서, 가슴을 펴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잘할 수 있다고! 우리는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 할 일이 많다고! 우리 대한민국을 깔보고 짓누르지 말라고!
 
 
  내각제 개헌 하자
 
2025년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대한민국 헌정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여상규 헌정회 사무총장, 이시종 전 충북지사. 사진=조선DB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킬 당당한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의 최전방 동북아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안보의 요새다.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를 지키며 공산주의와 전제국가의 침입을 막는 보루다. 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주었다. 그러나 우리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우리는 이제 먹고살 만큼 되었다. 그런데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왔다. 생산력 저하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AI 시대가 왔는데 미리 대비하지 못해 허덕거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쇼크가 겹쳤다. 거기에 계엄, 탄핵사태까지 왔다. 온 국민이 혼미 상태에 빠졌다. 정치가 만든 아노미 상태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싸움이 제도화되어 있는 지금의 대통령제와 양당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권한만 휘두를 뿐, 누가 야당 지도자가 되어도 싸움만 일으킬 뿐, 나라는 계속 어지러울 것이다.
 
  국회가 정부를 구성하여 정부와 국회의 충돌을 방지하고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내각제로 가자. 독일식 내각제, 즉 ‘총리 민주주의’로 개헌해서 다당제 연립정권으로 가자. 그리하여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고 정치적 통합과 정책적 연속성을 확실히 보장하도록 하자.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7공화국으로 정치 체제를 개혁하자. 그리하여 선진국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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