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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최초 인터뷰

‘UFO 납치 경험자들’

‘외계인이 인종 개량을 위해 납치!’

글 : 김영남  在美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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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인간의 형태로 변하고 混種 아기를 봤다’는 사람들의 진지한 이야기

⊙ “외계인들은 인간의 순화와 진화를 도와주고 있다”
⊙ UFO 문제의 가장 고차원인 납치현상의 실체에 대한 추적
⊙ 퓰리처상을 받은 하버드大 존 맥 박사는 왜 ‘납치’ 문제에 빠지게 됐을까?
⊙ 맥 연구소 기록담당관 “맥 박사는 외계생명체가 神이 아니었을까를 고민했다”
⊙ “이들은 내게 하이브리드 아기를 보여줬고 精子를 채취해간 것 같다”(경험자 스타인필드)
⊙ “이들(외계생명체)로부터 우주의 섭리를 배웠다”(경험자 매너위치)
사진=셔터스톡
  “나는 내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갈 때를 기억한다. 나는 별과 비슷한, 에너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행복하고 즐거웠다. 떠난다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간다는 것에 매우 흥분됐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것은 내가 부모님 침실 구석에 에너지로 만들어진 공(球)처럼 놓여 있었던 것이다. 에너지의 모습을 하고서 부모님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다음 기억은 내가 어머니 배 속에 들어가 있는 장면인데 임신 7개월쯤 됐던 것 같다. 오빠들과 언니가 떠드는 것을 들었다. 나는 이때 내가 ‘인간의 몸을 하고 지구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5세 때부터 외계(外界)생명체를 여러 차례 만났고 이들로부터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수잔 매너위치 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거주하는 그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비영리재단인 뉴에너지무브먼트의 회장이다. 대체 에너지 자원 개발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意識), 감정 등을 연구하는 활동도 해왔다. 성공적인 커리어우먼으로 각종 국제 콘퍼런스 등에 연사로 초청되는 인물이다.
 

  2021년 6월 25일 미국 정부의 미확인비행물체(UFO) 보고서 발표 이후 UFO와 외계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 최고의 군사·항공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이 “UFO는 기상현상이 아니고 실체로 존재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인간이 만든 것도 아니고 자연현상을 착각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기자는 지금까지 UFO를 목격했다는 여러 국가 전투기 조종사의 이야기, 외계생명체를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외계인에 의한 납치’ 현상을 알게 됐고, 미국에 거주하는 경험 주장자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9월부터 10월 초 사이에 진행됐다.
 
  이들의 증언을 소개하기에 앞서 용어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피랍자(abductee)’ 혹은 ‘경험자(experiencer)’라고 부르곤 한다. 앞서 소개한 매너위치 씨는 ‘접촉자(contactee)’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납치’라는 표현에는 무언가 강제적으로 끌려간 ‘피해자’라는 인상이 있는데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들과 ‘접촉’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용어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 기사에서는 ‘경험자’로 통일하고자 한다.
 
 
  수잔 매너위치의 증언
  “5세 때부터 반복적으로 외계생명체 목격… 이들은 내 몸을 검사했다”
 
수잔 매너위치. 사진=매너위치 제공
  매너위치 씨와의 인터뷰는 납치현상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달라.
 
  “첫 접촉은 다섯 살 때 일어났다. 언니와 방에 함께 있었는데 우주선이 하나 보였다. 언니는 우주선을 본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다른 것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집 뒤에는 단풍나무가 있었는데 우주선이 나무 위에 있었다. 우주선과 생명체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놀랍지 않았다. 평생 이들을 기다려왔던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 생명체를 봤다고 했는데 어떤 생명체였나.
 
  “우주선을 보고 난 뒤 생명체들도 보게 됐는데 무언가 에너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금씩 실체가 있는 형체로 바뀌었다. 내 말이 이해가 되는지 모르겠다.”
 
  ― 에너지 형태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홀로그램 같은 모습을 말하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다.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생물발광(生物發光·bioluminescence)이라는 표현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와 같았다(註: 반딧불이 같은 생물체가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현상). 이들 생명체는 몸이 빛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들은 내게 다가오는 과정에서 조금씩 형체가 있는 몸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손을 뻗더니 내게 텔레파시로 손을 똑같이 뻗으라고 했다. 이들은 뻗은 내 손의 오른쪽 손 검지와 엄지 사이를 꾹 잡았다.”
 
 
  외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오는 과정 기억
 
  ― 손을 만지고 나서는 무엇을 했나.
 
  “이들은 나와 눈을 마주 보며 손을 만졌다. 이 생명체들의 눈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텔레파시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내 몸을 만지는 것이 느껴졌고 ‘완전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당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였는데 이들로부터 사랑을 느꼈다. 부모님에게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이 생명체로부터 받는 사랑이라는 느낌은 훨씬 더 강력했다. 기억들을 종합해보면 내가 이들 생명체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 생명체들을 알았고 이들의 에너지를 느낀 것 같다.”
 
  매너위치 씨는 외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오던 과정이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웜홀 같은 것을 타고 우주를 가로질러 아래로 내려왔다. (註: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 사이의 구멍으로 이를 통해 먼 거리를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다는 가설에 나오는 통로이다.) 태양계에 접근하고 이 행성(지구)으로 오는 과정에서 빽빽한 밀도(密度)를 느꼈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다가 갑자기 속도가 확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는 지구에 오기 전 외계인들이 자신이 맡아야 하는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고 했다.
 
  “우주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하나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금 이 시각에 이 행성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신(神)’, 혹은 ‘원천(源泉·source)’과 계속 연결된 관계로 지내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태어날 당시의 기억도 있느냐’고 물었으나 이때 기억은 없다고 했다. 엄마 배 속에 있던 기억 다음은 몇 년이 흐른 뒤의 장면이라고 했다.
 
 
  “이 생명체들이 우리의 進化 돕고 있다”
 
  ― 다섯 살 때 생명체들과 만났고 계속해서 이들과 접촉했나.
 
  “자주 이들과 만났다. 꼭 우주선을 보지 않아도 우주선이 근처에 있다는 느낌이 있는데, 강한 진동 같은 것을 느낀다. 무언가 의식(意識)이 바뀌는 느낌이다. 이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실제로 ‘붕’ 떠 있는 것은 아닌데 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우주선이 보인다. 이들은 내게 일종의 실험을 하기도 했다. 무섭거나 징그럽지는 않았다. 내 중추신경을 검사하며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역량을 확인한 것 같다.”
 
  ― 정확히 어떤 검사를 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집 근처에 떠 있는 우주선 안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은 내가 있는 시공간(時空間)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을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했던 것 같다. 한 생명체가 내 옆에 있었고 무언가 불편한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나를 쳐다보며 공감할 수 있는지를 지켜봤다. 실험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나의 중추신경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 같았다. 여러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 같았다. 이런 내용들이 우주의 원천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이 생명체들이 우리의 진화(進化)를 돕고 있다.”
 
  매너위치 씨는 어른이 돼서도 외계생명체들을 계속 만났다고 했다. 차이점은 자신이 어렸을 때는 이 생명체들도 키가 작았지만 성인이 되자 2m가 훨씬 넘는 큰 생명체들이 나타났다고 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단순한 신체검사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생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번식되고 우주 사이를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교육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하버드대학교 천체물리학자인 루디 실드 박사와 논의했고, 실드 박사는 매너위치와 같은 경험자들이 외계생명체로부터 들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천체물리학 관점에서 성립되는지를 분석했다고 한다.
 
  ― 당신과 같은 경험자들이 말하는 우주의 이야기를 실드 박사가 사실이라고 증명해줬나.
 
  “나는 그에게 ‘생명체들이 내게 새로운 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다른 은하계일 것이라고 했다. 10년 정도 지난 후 그는 새로운 우주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내 말이 사실이라고 했다. 생명체들은 내게 (우주의) 탄생 과정과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앨런 스타인필드의 증언
  갑자기 사라진 기억, 무릎 뒤에 생긴 의문의 상처
 
‘외계인 납치 현상’을 경험한 앨런 스타인필드(왼쪽)와 이 문제를 연구한 존 맥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 사진=스타인필드 제공
  기자가 인터뷰한 두 번째 경험자는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앨런 스타인필드 씨다. 1956년생인 그는 1987년 당시 외계인에 납치된 적이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같이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둘 다 잠들었던 자세 그대로 누워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여자친구도 납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 외계인에 납치됐을 당시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미국 서부에서 동부 쪽으로 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행 중 차에서 잠이 들었고 잠든 기억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기절한 것 같은, 시간이 얼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현실의 시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내 무릎 뒤쪽에 네 개의 점이 사각형 모양으로 찍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날 밤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것 같았다.
 
  나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 위해 최면 치료사를 찾아갔다. 모든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았는데 내가 타고 있는 차에서 몸이 붕 떠서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 그러고는 생명체들을 봤는데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머리와 눈이 매우 컸고 인간과는 다른 생명체이며 지능을 갖고 있던 것으로 생각된다.”
 
  ― 네 개의 점이 생겼다는 뜻인가? 상처는 언제 없어졌나.
 
  “상처는 멍이 낫듯 한 달 정도 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그런데 무릎 뒤쪽에 어떻게 멍이 들 수 있나?”
 
 
  ‘하이브리드 아기’
 
  ― 납치 당시의 상황을 조금 더 듣고 싶다.
 
  “1987년 7월에 일어난 일이다. 처음에는 기억을 거의 못 하고 있다가 최면 치료를 받으며 떠올려냈다. 몸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인간에게는 여러 방식으로 작동하는 의식이라는 것이 있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내 머리를 통제해버렸다. 잠에 들게 하고 생각을 통제했다. 나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악(惡)한 생명체들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들이 우리의 DNA 등 유전자 정보를 채취하려고 한 것 같다. 우리의 DNA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 1987년에 일어난 일인데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는 것 같다.
 
  “어제 일어난 일처럼 또렷하다. 이런 형태의 트라우마를 겪는 기억은 평생 생생하게 남는 것 같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일을 잊을 수 있겠나? 이날 어떤 옷을 입고 있었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기억한다.”
 
  ― 만났다는 외계인들에 대해 더 듣고 싶다.
 
  “생명체들은 매우 특이했다. 술에 취하면 모든 사물이 뒤집힌 것처럼 보일 때가 있지 않나? 이처럼 의식에 변화가 생긴 상황에 빠진 것 같았다. 나는 이들이 우리의 시공간(時空間)에 있는 생명체들이 아니라고 본다. 친절했고 나쁜 애들 같지 않았다. 이들이 내 마음을 열어 더 큰 현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의식을 깨우쳐줬다. 물론 나쁜 생명체들도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혼종·混種) 아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유전자를 채취해간 것 같다.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데, 이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지난 몇십 년 사이 엄청난 기술의 진보를 이뤄냈는데, 인간이 직접 해낸 것일 수도 있으나 우리보다 고등(高等)생명체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외계인들이 하이브리드 아기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이들은 내게 작은 아기 한 명을 보여줬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 아기를 봤다. 내 정자(精子)를 채취해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날 사건으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됐다. 나는 이 문제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얼어붙은 날’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 내게 일기(日記)에 썼던 글을 하나 보내줬다. 그는 1985년, 즉 납치를 경험하기 2년 전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꾼 뒤 이를 일기장에 적었다. 당시에는 그냥 이상한 꿈을 꿨다고 생각했으나 납치를 경험하고 UFO를 연구하다 보니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납치 경험을 1987년에 한 번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겪은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보내준 일기장에 적힌 내용이다.
 

  〈나는 유람선에 있었다. 사람들이 춤을 추는 쇼를 보고 있었다. 금발 머리의 여성도 나와 함께 관람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계속 바뀌었다. 총 세 번 정도 바뀌었는데 매번 다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둘은 점점 더 친밀한 사이가 됐다. 이후 나는 대학교 기숙사 같은 곳으로 가게 됐다. 이 여성은 내게 그녀의 아기를 봐달라고 했다. 이 아기는 약 한 살쯤 됐는데 여느 아이들처럼 귀여웠다. 나는 아기와 함께 차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유람선 출구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 뒤 다시 배로 돌아와 아기 엄마에게 돌려줬다. 아기는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차를 태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무언가 나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타인필드 씨는 1987년 납치를 함께 경험했던 당시의 여자친구 제인과 30년 만에 다시 연락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제인에게 “그날 밤 일을 기억해?”라고 물었고 제인은 “응, 우리가 얼어붙은 날이잖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제인도 당시 상황이 발생한 얼마 후 최면 치료사를 만나 이날의 기억을 떠올려봤다고 한다. 제인은 최면 치료 과정에서 어떤 전기 장치가 그녀의 발목에서 스타인필드의 무릎 뒤쪽으로 연결돼 있던 것을 봤다고 한다.
 
 
 
‘진실은 소설보다 기묘하다’

 
  기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스타인필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아니냐’, 혹은 ‘악몽(惡夢)을 꾼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누군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믿음 체계가 편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경험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경험은 더 큰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認知)하게 만든다.
 
  내가 겪은 일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수만 명이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는데 모두가 이를 지어내고 있다고 보나?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 있다.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묘하다. 왜냐하면 소설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을 그려야 하지만, 진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나의 상황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매너위치: “누군가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거짓 기억을 떠올려내는 것이라면 이런 기억이나 주장이 평생을 따라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만난 접촉자들 중에는 이런 문제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인생의 방향이 크게 바뀐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납치현상을 경험하고 난 뒤부터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많은 사람은 인류가 이런 변화를 이뤄내는 것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어떤 사람은 무언가를 알기 때문에 믿고, 어떤 사람은 이들이 희망하는 일들을 믿는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고 있고 여전히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경험했다고 하는 일에 대해 제3자가 판단할 권리는 없다. 누가 감히 다른 사람들이 경험했다고 하는 어떤 일은 사실이고 어떤 일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나?”
 
 
  외계인 납치 문제 연구자 존 맥 박사
  하버드 의대 정신과 의사는 왜 외계인 납치 문제에 빠졌나?
 
존 맥 박사. 사진=존 맥 연구소 제공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 기자는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외계인 납치 문제에 있어 가장 선구자(先驅者)로 꼽히는 사람은 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 과장을 지낸 존 맥(1929~2004년)이라는 인물이다. 맥 박사는 납치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영웅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조롱하던 이야기를 가장 진지하게 연구한 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최근 들어 다시 한 번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올해 초 출간된 그의 전기(傳記) 《빌리버(Believer)》 덕분이었다. 이 책은 미국 국방부가 운영하던 비밀 UFO 연구 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한 2017년 《뉴욕타임스》 기사 필진(筆陣) 중 한 명인 랄프 블루멘탈이 썼다. 미국 정부의 UFO 보고서 발표를 이끌어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신뢰받는 베테랑 기자가 외계인 납치 문제를 연구한 맥 박사의 일대기를 책으로 쓰자 관심이 주목된 것이다.
 
  맥 박사를 소개하기에 앞서 알아둬야 할 점은 그가 평생 ‘외계인 납치’ 현상에만 몰두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의사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영국인 장교 로렌스의 전기(《A Prince of Our Disorder》)를 써 197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로렌스의 삶을 정신·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었다. 1970년에는 《악몽과 인간의 갈등(Nightmares and Human Conflict)》이라는 책을 쓰는 등 꿈과 인간의 의식(意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하버드 의대에서 활동하던 맥 박사는 1989년 말 우연한 계기로 ‘UFO에 의한 납치’ 문제에 빠지게 됐다. 동료 한 명이 외계인 납치 문제를 조사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들은 정상이 아닐 거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1990년부터 약 4년간 100여 명의 납치 경험자들을 만났다. 이들에 대한 장시간의 최면 치료를 통해 맨정신에선 떠올리지 못하던 납치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이런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그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맥 박사는 이 중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3명의 경험담을 추려 1994년 《납치(Abduction)》라는 책을 출간했다.
 
 
  외계인과의 섹스(?)
 
존 맥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이 1994년에 쓴 책 《납치(Abduction)》.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그의 책에 소개된 13명의 사례는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 점점 고(高)차원적으로 바뀐다. 첫 번째 사례부터 충격적이었다. ‘에드’라는 이름의 40대 남성은 맥 박사를 만나 고등학생 때 겪은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일부 소개한다.
 
  〈1961년 7월, 친구인 밥 백스터와 그의 부모와 함께 메인주(州)로 여행을 갔다. 부모는 오두막집에서 자고 나랑 백스터는 해안가에 세워둔 차 뒷자리에서 자려고 했다. 우리는 성욕(性慾)이 들끓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다. 이후 눈을 떠보니 나체(裸體) 상태로 우주선 같은 곳의 끝자락, 작은 방 같은 곳에 들어가 있었다. 벽들은 투명이었고 휘어져 있었다.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었다. 밖에서는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때 작은 여자처럼 생긴 것이 보였다. 은색 빛을 내는 금발 머리로 입과 코는 작았다. 눈은 크고 짙었으며 머리는 이마가 넓고 삼각형 같았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데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내게 이불 같은 걸 건네줬다. 나는 갑자기 성적(性的)으로 흥분됐고 우리는 관계를 맺었다. 가슴을 애무하며 내 성기(性器)를 그녀의 성기에 집어넣었다. 우리 둘 모두 함께 움직였다.〉
 
  이 기억은 에드가 맨정신으로 떠올린 것인데, 30년간 당시의 기억이 사라졌다가 맥 박사를 만나기 얼마 전 갑자기 다시 떠올랐다고 했다. 에드는 맥 박사와의 최면 치료 과정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떠올려낸다. 그는 맨정신에 갖고 있던 기억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실제 기억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이 여성의 눈은 크고 검은색이었다. 동공(瞳孔)이나 홍채(虹彩)는 없었다. 은빛 금발 머리였다. 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강제적으로 흥분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그녀가 내 머릿속에 각종 야한 생각을 집어넣었다. 이 여성은 내가 성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머릿속을 꿰뚫어 봤다.
 
  그녀는 “그걸 원하지?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될 거야”라고 했다. 그녀는 “특별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 내 정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너희 행성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튜브같이 생긴 게 내 성기 위에 올려졌다. 갑자기 매우 편안해졌다. 무엇인가가 성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매우 부드러웠으며 손으로 하는 것 같았다. 사정(射精)하고 나니 그녀가 “좋았어, 훌륭해”라고 했다.〉
 
  그의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경험 중에는 ‘성(性)’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외계인과의 성(性)관계, 정자 추출, 난자(卵子) 추출, 혼종 아기 출산, 전생(前生), 사후(死後) 세계, 여러 차례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 빛으로 소멸됐다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들로 이어져간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큰 주제는 대재앙, 혹은 종말론이다. 인류의 폭력적 행태로 인해 지구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언적 메시지를 외계생명체들이 납치 경험자들을 통해 전한다는 것이다.
 
 
 
‘UFO를 믿는 하버드대 교수’

 
  맥 박사의 책은 1994년 당시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들은 그를 ‘UFO를 믿는 하버드대 교수’ 등으로 불렀다. 마니아층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한 그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모든 사람이 그를 좋게 본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하버드대학교 동료 교수 중에서는 맥 박사가 하버드의 위상(位相)을 추락시킨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1994년 하버드 의대는 맥 박사의 연구가 법률이나 학교 방침을 위반한 것이 없는지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버드 역사상 테뉴어(종신재직권)를 받은 교수가 이런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위원회 소속 동료들은 맥 박사가 실체적 증거도 없이 ‘외계인에 납치된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자로서 무책임하다고 했다. 해당 위원회는 “맥 박사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할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별다른 위법 행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이들은 “맥 박사는 학자로서 다른 압박을 받지 않고 원하는 연구를 할 자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여러 정신과 전문의도 언론에 나와 맥 박사의 연구를 비판했다. 이들은 최면 치료라는 것이 상세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데 있어 무조건 효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맥 박사가 소개하는 경험자들이 유명세를 원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는 아직 모를 뿐… 믿음은 선택”
 
  맥 박사는 자신이 납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이유를 그의 책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는 “이 사람들과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 정신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정신적인 측면과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일관성이 있었고 관심을 받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아 한다”며 “이들은 이것이 그냥 꿈일 뿐이고 미친 생각일 뿐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고 했다. 맥 박사는 망상, 환각, 거짓말이라는 것은 기억을 단편적으로 조작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을 다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맥 박사는 ‘납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믿는다’는 식의 표현을 싫어했다. 그는 1994년 진행된 한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터 이들을 믿기 시작했느냐’라는 질문을 받고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믿는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가 맞는 표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믿음’이란 매우 위험한 표현이다. 이는 어떤 믿음 체계의 일부가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증언에 신뢰도가 있고 일부는 현실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표현이 맞다.〉
 
  그는 그의 책에서도 납치현상 연구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유보했다.
 
  〈외계인들이 납치 경험자들에게 어떻게 접촉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들의 목적과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에게 형체를 가지고 찾아왔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우리는 모를 뿐이다. 납치현상이라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완전히 도달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맥 박사와 末年을 함께한 부셰 씨의 증언
  “맥 박사는 外界생명체는 神이 아니었을까 고민했다”
 
‘존 맥 연구소’ 기록 보관 담당자 윌리엄 부셰. 사진=부셰 제공
  기자는 사후(死後) 20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납치현상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맥 박사가 실제로 무엇을 믿은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맥 박사가 생전(生前)에 UFO 납치 사건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재단인 ‘존 맥 연구소’라는 기관이 있다. 이 연구소는 존 맥 박사의 연구를 정리한 일종의 기록물보관소(Archive) 형식의 단체다.
 
  이 연구소에서 기록 보관 담당자(Archivist)로 근무하고 있는 윌리엄 부셰 씨에게 연락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맥 박사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그의 말년(末年)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2004년 9월 27일 존 맥 연구소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문이 올라왔었다.
 
  〈우리는 존 맥 박사가 영국 런던에서 숨졌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깊은 슬픔과 함께 확인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당시 공보담당관으로 활동했던 부셰 씨였다. 그는 존 맥 박사가 손으로 쓴 원고나 최면 치료 시간에 녹음된 파일을 컴퓨터 문서로 만드는 일을 하다 정식 직원이 됐다고 한다. 그는 “맥 박사가 컴퓨터 사용법을 잘 모르는 구식(舊式)이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며 “그가 손으로 쓴 원고를 가지고 오면 내가 타이핑하고 그가 계속 수정을 해나가던 일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다”라고 했다. 맥 박사의 말년을 함께하고 맥 박사 사후에도 연구소를 지키며 납치 경험자와 UFO 연구를 계속해온 그와 몇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개의 커리어
 
  ― 맥 박사와는 어떻게 함께 일을 하게 됐나.
 
  “맥 박사는 1990년대에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지금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녹취를 풀 수 없었다. 나는 카세트테이프를 받으면 이를 타자로 쳐서 맥 박사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 1998년 말부터 그와 함께 일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이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 맥 박사와 꽤 오래 일을 함께 하고 그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 맥 박사는 1990년대 중후반 들어 점점 학계의 주류(主流)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맥 박사가 이런 회의론(懷疑論)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때까지의 커리어 내내 여러 표창과 상을 받고 존경을 받아왔다. 그가 쌓아온 명성으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할 수 없는 첫 번째 사례가 (납치 문제) 아니었나 싶다. 그는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현실을 조금 슬프게 생각했을 수는 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가 옛 친구들이나 동료들에 대해 그냥 실망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처럼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한 것이다.”
 
  ― 맥 박사와 함께 납치를 연구하던 동료들의 의견은 어땠나? 이들 모두 맥 박사의 연구에 동의했나.
 
  “맥 박사가 두 개의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 맥 박사는 하버드 의대 소속으로 케임브리지 병원에서 레지던트들을 가르쳤다. 그는 병원 인근에 비영리단체를 하나 따로 만들고 외계인에 의한 납치현상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하버드가 돈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로렌스 록펠러 등이 지원했다. 록펠러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 중 돈이 가장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맥 박사의 연구를 지지했다. 하지만 하버드 의대 학생들은 조금 달랐다. 몇 명은 큰 관심을 가졌지만 많은 학생은 이런 연구가 맥 박사의 명성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맥 박사가 이 문제에서 관심을 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다.”
 
 
  ‘神과 접촉한 사람들’
 
  ― 맥 박사가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게 의도했다는 비판도 있다. 약물을 투여해 환각(幻覺)을 보게 했다는 등의 주장도 있다. 수많은 최면 치료 녹음파일을 들어본 사람으로서 이런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이런 주장에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납치 경험자들이 존 맥 박사를 만나기 전에는 외계인에 의한 납치현상을 전혀 모르다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부터 이런 주장을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경험자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기억 일부가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사람들은 납치현상이 발생한 처음 몇 분간을 거의 항상 기억했다. 납치현상을 한 번 겪은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겪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부셰 씨에게 맥 박사가 무엇을 믿었던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존 맥 박사의 여러 인터뷰와 글을 정리했다. 사람들은 존 맥이 외계인을 믿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의 가능성은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이 말하는, 다른 종자(種子)의 생명체를 봤다는 주장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맥 박사는 그러나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맥 박사는 ‘신(神)과 접촉한 사람들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존재가 납치 경험자들과 접촉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람들은 수천 년 전부터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영적(靈的)인 존재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았는데 이를 종교적인 의미로 인식했다. 하늘의 천사(天使)이거나 악마(惡魔)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요즘 들어 이런 공상과학과 같은 현상 뒤에는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맥 박사는 이런 이유에서 공상과학과 같은 이미지가 사실은 영적인 메시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며 이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증명할까요?”
 
  기자는 존 맥 박사의 전기를 쓴 랄프 블루멘탈 기자와 인터뷰하며 그는 왜 납치현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는지를 물었다. 50년 가까이 기자로 활동한 그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UFO 목격 사례의 경우는 전투기 조종사가 촬영한 영상 등 공식 자료가 있지만 납치 문제는 사람의 증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미친 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이고 정신질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유명해지려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무언가가 이들에게 실제로 일어났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어떤 차원의 현실에서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회의론자들은 납치 경험자들이 가위에 눌렸거나 환각을 본 것이며 대중의 관심을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이 사례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이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답변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정신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사람의 말을 근거로 연구를 하는 것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믿을 정도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물었다.
 
  “사람들의 주장이 신뢰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가 없는 문제들이다.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나?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정신과 의사들은 이렇게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다루는 직업이다. 실체가 있는 증거라는 것이 항상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달라”
 
  오랫동안 납치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는 부셰 씨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달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증거가 확인되고 난 뒤에 가져도 되는 것이다.”
 
  납치 경험자들과 이 문제의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 이 문제를 취재한 기자도 ‘무엇을 믿느냐’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 사람은 정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경험자 증언도 있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데 천재적인 이야기꾼이거나 정신병자, 아니면 진짜 경험한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기사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경험자들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기자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시(詩) 정도 분량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떠올려낼 수는 있겠지만 중·단편소설 분량을 바로 떠올려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오랫동안 소설을 써온 사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하버드 의대라는 최고 기관의 정신과 의사가 외계인에 의한 납치 주장자를 100명 이상이나 만나 정신질환이 없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니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맥 박사는 그의 책의 결론 부분에서 “우리는 아직 모를 뿐이고,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처음 그의 책을 다 읽고 ‘뭐 이런 허무한 결론이 있나’라고 생각했던 나는 취재를 계속할수록 나의 생각 역시 그의 결론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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