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23세 기자, ‘청년 울리는 주택 청약 제도’ 들여다보니…

“청약 가점제, 2030 세대와 신혼부부에게 최대 장벽”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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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7 대출 규제, 청년층에게는 부담 더 커져”
⊙ “서울 청약은 상승 기대, 지방은 박탈감”
⊙ 1970년대에는 영구 불임시술자에게 청약 우선권, 현재는 ‘신생아 출생증명서’ 있어야 분양 우대
⊙ 잠실 르엘, 최저 당첨선은 70점…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69점)보다 높아
지난 2018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시민들이 서초우성1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리더스원의 견본주택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떨어졌습니다. 대체 청약은 어떤 사람이 당첨되는 건가요?”
 
  서울에 거주 중인 한 무주택자의 하소연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똘똘한 한 채’가 유행처럼 번지며, 청약 당첨 비법이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다루는 게시물이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청약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에는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있고, 심지어 한 시간당 40만원을 내고 ‘청약 컨설팅’을 받는 사람도 있다.
 
  주택 청약(住宅 請約) 제도란 ‘주택을 분양받을 목적으로 분양 공모에 응모해서 분양 계약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규 주택 분양 희망자가 일정액을 납부해 청약 상품에 가입하면 이 명단을 ‘대기자 명부’로 활용해 순차적으로 또는 추첨을 통해 주택 분양을 배정하는 구조다.
 
  기자 역시 3기 신도시 청약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약통장을 유지해 온 만큼 기대가 컸지만, 고양 창릉·하남 교산·부천 대장 등 세 곳의 청약 결과는 모두 탈락이었다. 3기 신도시 중 첫 본청약이자 가장 기대를 모았던 고양 창릉의 일반 공급 경쟁률은 최고 410대 1을 기록했다(S5블록 전용 84㎡ 기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경쟁률 456대 1에 버금갔다. 요즘 “청약 당첨이 로또보다 어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은 1순위 일반 청약 평균이 631대 1, 생애 최초 특별 공급은 917.24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이쯤 되니 청약 단체 대화방에서 사람들이 묻는다.
 
  “대체 청약은 어떤 사람이 당첨되는 걸까?”
 
 
  주택 청약 제도의 등장
 
  한국의 주택 청약 제도는 1977년 ‘국민주택 우선 공급 규칙’ 제정으로 시작됐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가 급증, 주택난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주택 건설과 공급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추첨제나 선착순 분양이 일반적이었지만, 부동산 투기와 공급 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국민주택청약부금’ 가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이듬해인 1978년, 청약 제도가 민영주택으로 확대되며 사실상 모든 분양 아파트에 청약 절차가 의무화됐다.
 

  1980년대에는 당첨권 전매와 불법 거래가 성행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새로 제정하고, 청약통장은 국민·민영·중형 주택 등 주택 유형별로 세분화했다. 국민주택과 중형국민주택을 신청하려면 적금식 불입 방식의 청약저축에 가입해야 했고, 민영주택을 원한다면 예치식 방식의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을 선택해야 했다. 청약저축은 20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청약예금과 부금은 가구주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이면 1순위, 6개월 이상이면 2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1983년에는 0순위 통장이 폐지되고 투기과열지구에는 채권입찰제가 도입됐다. 재당첨 금지 기간도 공공 5년, 민영 3년으로 강화됐다.
 
  1990년대 ‘200만 호 주택 건설 계획’과 함께 제도는 정교해졌다. 전용 85㎡ 이하 민영아파트의 절반은 35세 이상, 5년 이상 무주택 1순위자에게 우선 공급됐다. 아파트 당첨 경험자와 다주택자는 1순위에서 제외됐고, 과열을 막기 위해 장기 예치자에게 최대 250배까지 청약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일시 중단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
 
  2000년대 들어 주택 시장이 회복하자 규제가 다시 강화됐다. 2002년 투기과열지구지정 제도가 부활했고, 2004년에는 전용 85㎡ 이하 민간 아파트의 75%를 무주택 가구주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했다. 이후 전매제한 기간은 최장 10년, 재당첨 금지 기간은 조건에 따라 10년까지 늘어났다.
 
  2007년에는 실수요자 중심 공급을 위한 청약가점제가 도입됐다.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가입 기간(17점)을 점수화해 총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청약 제도의 뿌리가 됐다.
 
  2009년에는 공공·민영 주택 청약 기능을 모두 포함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출시돼 1인 1계좌 시대가 열렸다. 이는 1989년 청약부금 도입 이후 20년 만의 큰 변화였다.
 
 
  ‘로또 청약’
 
  최근에는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2024년 11월부터 월(月) 납입 한도가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는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도시기금 적자 보전을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연봉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의 경우 소득공제 한도가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됐다.
 
  청약 제도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로또 청약’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투기적 성격도 짙어졌다. 제도가 정교해질수록, 청약 당첨은 서민에게 점점 더 먼 꿈이 되고 있다.
 
  청약 기준은 세월이 흐르며 계속 변화해 왔다. 현재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자이거나 과거 1주택만 소유했던 경우에 한해 청약이 가능하며, 청약통장 가입도 필수다. 지역별·주택 유형별로 최소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가 다르고, 일부 공공주택은 일정 기준 이하의 부동산·자동차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믿기 어려운 가점 기준도 존재했다. 1977년 9월 15일 자 《조선일보》 〈아파트 분양에 불임 인파 반포 현장〉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반포주공아파트는 ‘고자촌’
 
반포주공아파트(반포 AID차관아파트) 추첨을 위해 청약자들이 줄을 선 모습. 1973년 7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분양 신청에 8404명이 몰려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서울역사아카이브
  〈우선 순위자가 아닌 김상화(35·회사원)씨는 아침 일찍 신청장에 나왔다가 불임시술자가 예상외로 많자 부인을 국립병원으로 데려가 불임시술을 받은 뒤 수술 증명을 제출했다. 박모(44)씨의 부인은 5년 전 불임수술을 받았으나 병원이 이전·폐업해, 다시 적십자병원에서 무난자(無卵子)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임모(71) 노인은 ‘피 한 방울이 아까운 처지에 무슨 수술이냐’며 수술을 말리는 아내의 만류로 신청을 포기했다.〉
 
  지금은 부촌(富村)으로 손꼽히는 반포주공아파트 청약은 불임시술자들 사이의 경쟁이었다. 이 단지가 한때 ‘고자촌’ ‘내시촌’이라 불린 이유다. 실제로 영구 불임시술자는 1976년 말 8만여 명에서 1977년 8월 말 14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내 집 마련 열기와 더불어 청약 우선권이 불임수술을 부추긴 셈이다.
 
  해외 취업을 하여 외화벌이에 일조했을 경우에도 청약에 가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당시에는 “1순위는 해외 취업자로 불임시술을 받은 자, 2순위는 불임시술자, 3순위는 해외 취업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영구 불임시술자에게 청약 우선권을 주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제도가 시행됐다. 현재는 정관수술 확인증이 아닌 신생아 출생증명서가 있어야 분양 우대를 받을 수 있다. 2024년 한국도시부동산학회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택 청약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청약 가점제는 자녀 1명당 10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청약 제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왔음을 보여준다.
 
  현재 청약은 〈오징어 게임〉보다 치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극심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잠실 르엘의 경우 청약 가점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고, 최저 당첨선은 70점이었다. 이는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69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해 산정되며, 7인 가족으로 무주택·가입 기간이 15년 이상이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평범한 부부가 잠실 르엘에 당첨되려면 아이 셋 이상을 둬야 간신히 커트라인에 걸릴 정도다.
 
  청약 열풍의 배경에는 코로나19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가 시행됐고, 풀린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2021년 4분기 국내 주택가격은 2019년 4분기 대비 약 18% 상승했다. ‘부동산 불패’ 심리가 확산되며 청약 경쟁도 과열됐다.
 
  문재인 정부는 폭등한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아파트값은 평균 6억8000만원(119%) 상승했다. 노동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통계청 평균임금)을 저축할 경우, 서울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03년 16년에서 2025년 32년으로 두 배 늘어났다. 청년층이 “부(富)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1000대 1’ 넘은 경쟁률도
 
지난 2022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이 한창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한때는 청약 실패 단지로 불렸다. 2022년 말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12억~13억원에 달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고, 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 규제가 겹치며 경쟁률은 3.69대 1에 그쳤다. 일부 주택형은 순위 내 마감에도 실패해 이후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시장 회복세로 1차 무순위 청약에는 899가구 모집에 4만 명이 몰려 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때 ‘실패한 청약’으로 평가받던 단지는 결국 모든 물량을 완판하며 시장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바뀌었다.
 
  현재의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집값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아, 사실상 서울 입주를 위한 마지막 수단은 ‘청약’뿐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잠실 르엘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보다 약 10억원 저렴해, 당첨만 되면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으니 말 그대로 ‘로또’인 셈이다.
 
  청약 열풍은 더욱 거세져 이제는 100대 1의 경쟁률도 흔한 수준이다. 2024년 9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청약에는 1025.6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이 붙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돼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자 청약통장이 대거 몰린 것이다. 2024년 7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의 경쟁률은 1110.3대 1에 달했으며, 2021년 경기 화성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809.08대 1을 기록했다. 2024년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268.7대 1),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242.3대 1) 등 주요 단지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이어졌다.
 
 
  “서울 입성할 수 있는 길이 끊긴 것 같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
  청약 가점 만점자조차 떨어지는 현실에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6억원 이하 비중은 10년 전 80%에서 최근 10% 중반 수준으로 줄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진입 가능한 집’이 사라지는 상황이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6억 미만의 주택에만 대출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대출이 불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 중인 A씨(28)는 “서울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끊긴 것 같다”며 “청약이 아니면 서울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경쟁률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로또 청약’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경쟁이 과열된 이유에 대해 강정규(姜晶奎·57)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분양가와 시세 차이, 공급 부족, 희소성이 결합된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첨 순간 큰 시세차익을 얻는 구조이기에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공급 물량이 한정되면서 희소성이 프리미엄을 만들고, 무주택자 우대 제도와 투자 심리, 군중 효과가 더해지며 이 현상이 고착화된 것입니다.”
 
  ― 최근 청약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진 이유는 어떤 구조적인 요인 때문입니까.
 
  “공급 부족과 규제, 시세와 분양가 차이 확대, 무주택자 우대 제도, 금융 환경, 인구·가구 구조 변화, 심리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 공급, 중위소득 이상 가구 소외될 수도”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지만, 정작 그 한 채조차 얻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도적으로 어떤 장벽이 가장 크다고 보나요.
 
  “청약 제도의 높은 가점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 현행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핵심인데, 2030 세대와 신혼부부는 이 세 요소에서 불리합니다. 결혼이나 독립을 늦게 하면 무주택 기간이 짧고, 자녀가 적거나 없는 경우 부양가족 수 가점에서 밀립니다. 또 학창 시절부터 청약통장에 꾸준히 납입하지 않았다면 가입 기간 점수가 부족하죠. 결국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추첨제보다 가점제 비중이 큰 인기 지역 청약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 대출 규제도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초기 자금 마련이 어려워졌습니다. 맞벌이 소득이 있어도 소득 대비 부채 상환 능력이 제한돼 원하는 집 가격대에 대출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 축적 속도가 느린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됩니다.”
 
  ―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청약 특별 공급 제도도 있지 않습니까.
 
  “특별 공급 제도가 존재하지만,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고 인기 지역에서는 경쟁률이 매우 높아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는 인식이 큽니다. 특별 공급도 일정 소득 기준,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중위소득 이상 가구는 오히려 소외될 수 있습니다.”
 
  서정렬(徐廷烈·61)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청년층이 청약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젊은 세대 본인들의 자산 규모로 매입이 어려운 탓이 작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보유 자산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고, 그에 따라 청약에 눈길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약이 안 되면 구축을 매입해서 생활해도 되는데, 서울 구축도 가격이 비싼 상황이니까 부모의 도움 없이 젊은 세대 본인들의 자산 규모로 매입이 어려운 탓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효과 미미할 것”
 
  지난 6월 27일, 이재명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및 1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금지했으며,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등 강력한 금융 규제를 통해 주택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생활안정자금 목적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대출에도 LTV 70%를 적용하는 등 금융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대해 강정규 교수는 “6·27 대출 규제는 청약 시장 전반에 자금 조달 부담을 높이고 투자 수요 억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 특히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은 규제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 판단입니다. 하지만 제도 보완, 특별지원, 청년 맞춤형 대출 제도 등이 병행되면 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서정렬 교수는 “효과가 미미한 대책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의 말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1, 2호 대책이 발표된 상황이지만, 청년 세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효성 측면에서는 대책 대상으로 언급은 되어 있지만, 효과가 있을까 하는 데는 의문일 정도로 생색내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탈서울’하는 청년들의 선택은 그들의 자발적 모험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탈출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지막 적응입니다. 이런 선택이 청년들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결국 사회 전체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 잠실 르엘의 경우 분양가가 높았고, 6억 대출제한이 적용되었음에도 청약에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왜 사람들이 청약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양 당시 가격보다 분양 이후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대변합니다. 분양 이후 몇억이 오르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청약 당첨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대체로 작동하지 못하는 한계도 청약 열풍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강정규 교수 또한 ‘6억 대출제한’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었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이 청약에 몰리는 원인을 “시세차익에서 오는 기대감”이라고 꼽았다. 그의 말이다.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면, 당첨만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서울 주요 입지의 신규 아파트는 당첨이 곧 자산 격차 해소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2030 세대는 상대적으로 자산 축적이 늦어, ‘한 방에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로 청약을 바라봅니다. 최근 전세 사기, 전월세 불안정, 고금리 월세 부담 증가로 인해 ‘임대보다 내 집’이라는 심리가 강화된 것도 청약 열풍에 한몫했습니다. 또한 서울 핵심 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안 나온다’는 희소성 인식이 강해 청약 쏠림을 심화시킵니다.”
 
 
  청약 기대감 낮은 지방
 
  다만 서정렬 교수는 ‘청약 열풍’이 수도권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단지 수는 308곳으로 수도권이 46.4%(143개), 지방이 53.6%(165개)를 차지했다. 지방 물량이 수도권보다 7%가량 많지만, 평균 청약 경쟁률은 수도권 71.4대 1, 지방 7대 1로 10배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서 교수는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청약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며 “서울·수도권의 청약 당첨은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높지만, 지방은 ‘로또 효과’가 낮아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서울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면 지방 청약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겠군요.
 
  “지방 청약은 분양가격이 높아 청약 열기가 대체로 낮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분양가격 자체가 이미 너무 높아 당첨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약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소위 청약 당첨 이후 서울처럼 가격이 오르는 ‘레버리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강정규 교수 또한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청약 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 매력을 높이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청약 시장 격차는 공급·수요 구조 불균형, 지역 경제·일자리 문제, 제도 설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단순히 ‘서울 청약 경쟁률을 낮춘다’는 접근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지방 핵심 입지 위주 공급 구조 개편, 일자리·경제와 연계된 수요 창출, 금융·세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합니다.”
 
 
  “주거 취약 계층 경험 등 가점 반영해야”
 
  청약홈이 마비될 정도로 과열된 청약 시장을 어떻게 개편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강정규 교수는 “투기와 실수요를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정교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유·거주 이력, 거주 의무 이행, 자금 조달 구조, 거래 패턴, 소득, 자산 대비 주택 규모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면 정부가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고, 청약 시장의 과열을 안전하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근본적으로 공급 확대 없이는 경쟁 구조가 바뀌지 않아요. 따라서 공급 확대를 근본 해결책으로 청약 제도를 개편해야 하며, 현행 가점제 중심 제도의 문제를 청년층 불만을 반영해 수정해야 합니다.”
 
  ―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청년·신혼부부 특별 공급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특별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중산층 청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 거주 경험을 주거 안정 노력으로 인정하거나, 청약통장 납입 기간이 짧아도 가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죠.
 
  또한 청약 가점 산정 방식 자체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는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청약통장 기간이 핵심이지만, 이를 생애주기 맞춤형 요소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 가점 항목을 신설해 20~30대 무주택 청년에게 일정 점수를 가산하거나, 반지하·고시원 등 주거 취약 계층 경험을 가점으로 반영하면 어떨까요?”
 
  결국 ‘로또 청약’이란 단어가 사라지게 하려면 공급 확대와 더불어 제도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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