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5월 早期 대선 가능성… 여야는 지금 : 월간조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르면 3월 중 나올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2월 20일을 10차 변론 기일로 잡았고, 통상 변론 종결 후 2주 이내에 결정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종 변론 후 각각 14일과 11일 후 선고 결과가 나왔다.

3월 중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해 5월 중 ‘장미(薔薇) 대선’이 열리게 된다. 이 경우 늦어도 4월 초까지는 각 정당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여야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아직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여야 주요 주자들은 대선과 관련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이미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인물도 많다. 2월 중순 현재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 범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의원 등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지사까지 ‘3김’이 주목받고 있으며 국민의힘에서는 광역단체장들과 전·현직 다선(多選) 의원들, 전·현직 장관 등이 대권 도전의 뜻을 보이고 있어 후보가 1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이재명 일극체제 흔들리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이재명 대표.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 일색이다. 사진=뉴시스

현재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권 주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부터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해 왔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권 경쟁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재명 일극(一極)체제’가 이어졌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기는커녕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답보 상태다. 이 대표에 대한 대권 후보 지지율도 여권 주자들에게 추격당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비명(非明·비이재명)계, 특히 친문(親文·친문재인)계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져도 이 대표의 독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극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친문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당 시점과 맞물린다. 그동안 친문계는 당내에서 소수파였지만, 김 전 지사의 복당과 발언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復權)돼 피선거권을 회복한 김 전 지사는 지난 2월 7일 민주당에 복당했고 복당 당일 부산에서 노무현재단 특강을 하면서 사실상 공개 대선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 지지율이 ‘내란 세력’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친명계를 겨냥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욕 및 폄훼했던 언행들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리기 위해 당내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모두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를 향한 비판이었다.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연일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비판에 나서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며 이 대표와 친명계의 확장성 부족을 비판하면서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에 대한) 빨간불이 깜빡이는데 앞만 보고 갔다. 언론과 여론조사가 지속해서 경고음을 보냈지만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가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자 “말로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민주당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꼬집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이재명을 비판하면 ‘수박’이라는 멸시와 조롱이 끊이지 않는다”며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최근 광주·전남 지역을 2박 3일로 방문해 민심을 듣는 일정을 가졌다. 민주당 출신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 전 총리가 민주당의 핵심 지역인 호남을 방문한 것은 본격 대선 행보로 분석된다.

“노무현의 기적을 다시 이루겠다”(김동연 지사)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주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는 2월 13일 광주를 찾아 무등산 문빈정사 ‘노무현의 길’ 앞에서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며 “노무현의 기적을 다시 이루겠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열세를 딛고 역전극을 이뤄냈다.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된 민주 정권,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기 위해 노무현의 기적을 이곳 광주에서부터 만들어냈다”며 “다시 한 번 그 마음을 기리며 그 길을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이면서 ‘흙수저’ 출신인 인생스토리, 중도층 확장 가능성이 장점이지만 당내 입지가 약하고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과제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계엄-탄핵 사태 후 민주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또 김경수 전 지사, 임종석 전 실장 등 친문계가 친명계 공격에 나서자 당내 통합에 나섰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비명계의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한편 2월 13일 김경수 전 지사를 만났고 임종석 전 실장, 김부겸 전 총리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애초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는 이재명 대표가 중심인 민주당의 일극체제는 일견 견고해 보이지만 취약했고,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 일극체제가 유지됐던 이유에 대해 여당 소속 한 광역단체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차기 정권 집권을 위해서는 이재명 일극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서만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차기 집권 가능성이 떨어지면 일극체제도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이 대표가 일방적 공천을 하며 당을 완전히 ‘친정체제’로 구축했고, 초선 의원들과 친명계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그동안 친문계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도 차기 집권을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다수의 목소리에 밀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계엄-탄핵 사태는 오히려 이재명-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고, 친문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국힘 도전자 10여 명 달할 듯…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공식적·대외적으로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대선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대권 주자들은 이미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특히 가장 활발하게 대선을 준비 중인 인물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2017년 조기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홍 시장은 《월간조선》 1월호 인터뷰에서 “탄핵 대선을 치러본 사람은 나뿐이고, 트럼프-시진핑-김정은을 상대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연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륜과 배짱,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홍준표·오세훈·유승민·한동훈…

사진=조선DB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헌(改憲)을 내세우고 나서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2월 13일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해 현역 108명 중 48명이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오 시장은 줄곧 “개헌은 대권 행보가 아니고, 대선은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린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탄핵 정국에 들어선 직후부터 차기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고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국에 대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라는 점, 다른 여권 후보에 비해 중도 확장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자신의 강점으로 들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중도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인데 (보수 중에서) 중도 경쟁력은 내가 제일이고, 내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외에 대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인물은 한동훈 전 대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잠행 중인 한동훈 전 대표는 2월 말께 정치 복귀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나기 전 정치에 복귀한 후 탄핵이 인용되면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시나리오다. 당내 친한계 인사들은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꾸준히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시사하는 상태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언더73’ 모임을 만들어 한 전 대표를 통한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한 전 대표가 정치에 복귀할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 없이 정치개혁과 세대교체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나섰다 낙선한 원희룡 전 장관은 한동안 정치 활동을 하지 않다 2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를 공개 비판하며 주목받고 있다. 원 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헌재가 본분을 저버리고 헌법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을 대변하는 입장을 보였고, 대선에서 친윤계 대표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원희룡·유정복·임태희·안철수…

사진=조선DB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도 수도권 재선 광역단체장, 장관 2번(안전행정부·농림수산식품부), 국회의원 3선 등 탄탄한 경력을 강조하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제안하는 등 대선 도전의 뜻을 보이고 있다. 유 시장은 2월 초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능력 있고 검증된 ‘정직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오랜 공직 경험을 살려 위기의 국가를 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유 시장은 올해 초 전문가들을 영입해 특보단과 수석 8명 인사를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이명박 정부 인사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고심 중이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경기교육감 등 경력이 탄탄하다. 임 교육감은 《월간조선》에 “평생을 공직에서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려 했고 나름 발전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선 의원들의 대권 도전도 예상된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역 의원으로는 윤상현(5선·인천 동미추홀을), 안철수(4선·경기 성남분당갑), 김태호(3선·경남 양산을) 의원이 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체포 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도맡으며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고, 안 의원은 최근 ‘준비된 인물’임을 강조하며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러 차례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정책을 탄탄히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부산·경남(PK) 지역 출신이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결별 및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등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을 피력 중이다. 김기현 의원(5선·울산 남구을)과 나경원 의원(5선·서울 동작을)도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릴 경우 출마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김문수 출마 여부에 쏠린 눈

범여권 후보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권에 도전한다. 3월 말 만 40세가 되며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게 되는 이 의원은 2월 2일 홍대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할 뜻을 밝혔고, “나선 이상 끝까지 갈 것”이라며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며 ‘신(新)40대 기수론’을 강조했다. 과거 40대 기수론은 민주화의 상징이었지만, 신40대 기수론은 국제사회 변화에 맞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2030세대 상당수가 탄핵 반대 등 보수 성향을 드러내면서 이 의원이 얼마나 득표력을 갖게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로 수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피하고 있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이고 극우 보수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재명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가 거센 만큼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 대선체제 전환 준비 중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물밑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양당 모두 2017년 조기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는 만큼 당시 전국 순회경선, 방송 토론회 등 자료를 점검하고 탄핵 인용이 되는 즉시 경선 준비 과정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17년 민주당은 탄핵 인용 24일 만에 후보를 확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이 인용되면 즉시 대표직을 내려놓고 경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이 대표는 계엄 비판이나 심판론이 아닌 민생과 정책을 강조할 것”이라며 “철저하게 정책 중심으로 중도층을 공략해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조직 정비에 나섰다. 서울 6곳, 경기 9곳 등 전국 사고당협 25곳의 조직위원장을 공모했으며, 이르면 2월 중 새 조직위원장을 임명하고 전국적으로 조직을 정비한 후 탄핵이 인용되면 본격적으로 대선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2017년 국민의힘은 탄핵 인용 21일 만에 후보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한 핵심 당직자는 “2017년 대선 때는 패배가 거의 확정적이었지만 이번엔 정당 지지율 상승, 보수 세력 결집 등으로 상황이 다르다”며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중량급 인물과 새로운 인물이 10여 명에 달하는 만큼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