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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외국 비행기 ‘얻어타고’ 나갔던 李承晩·朴正熙의 비애 아나?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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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承晩, 美 군용기 타고 訪美했지만 안보와 관련해 할 말은 해
⊙ 朴正熙, 독일 정부가 돈 낸 루프트한자 여객기 타고 訪獨… 경제 자립의 의지 굳혀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 정부의 부담으로 독일 여객기를 타고 訪獨했다. 사진=조선DB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은 1954년 7월 25일 방미(訪美)길에 올랐다. 비행기는 헐 유엔군사령관의 전용기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에는 기착(寄着)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알류샨 열도의 에이택 해군기지와 시애틀에 잠시 기착한 것을 제외하면 40여 시간에 달하는 긴 비행이었다. 미국이 이승만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1년 전 체결된 휴전협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의회 연설 등을 통해서 ‘반공성전(反共聖戰)’을 소리 높여 외쳤다. 미국 정부는 기겁을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미국의 원조로 먹고사는 주제에 자기들을 흔들어대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도 아이젠하워를 두고 “고얀 사람!”이라며 화를 냈다. 미국은 이승만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더 많은 군사원조와 경제원조를 약속했고, ‘한미합의의사록’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줬다.
 
 
  “우리 국민들이 밥술깨나 들게 될 때까지는…”
 
  그로부터 10년 후인 1964년 12월 6일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독일(서독)을 방문했다. 이때 이용한 비행기는 독일 루프트한자의 보잉707기였다. 비행기 임차료(賃借料)는 10만5000달러였는데 한국 정부가 돈을 내지는 않았다. 독일 정부가 부담했다. 차관(借款) 빌리러 가면서 박 대통령은 비행기 운임까지 독일 정부에 기대야 했던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일행이 이용한 비행기는 ‘전용기’가 아니었다. 독일 본과 일본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기의 1등석과 2등석 절반을 비우고 그 중간에 커튼을 친 다음, 임시로 서울을 경유해 박 대통령 일행을 태우도록 한 것이었다. 2등석 후미부터 이코노미석은 도쿄에서 탑승한 일반 승객들이 이용했다. 이 비행기는 본으로 직행하지 않았다. 홍콩, 방콕, 뉴델리, 카라치, 카이로, 로마, 프랑크푸르트 등 중간 기착지를 모두 경유했다. 때문에 독일에 도착하기까지는 28시간이나 걸렸다.
 

  그 28시간 동안 박정희 대통령은 공부를 했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통역관 백영훈 박사를 붙잡고 ‘라인강의 기적’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등을 열심히 물어보았다.
 
  이동원 외무부 장관은 당초 독일 방문을 논의할 때에 박정희 대통령에게 “유럽의 중심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라면서 두 나라도 방문해보라고 권했다. 박 대통령은 “가난한 나라 형편에 나보고 관광이나 다니란 말이냐! 일하기 위해, 배우러 가는 것이다”라며 이 장관의 건의를 일축했다.
 
  서독 방문 기간 중 박정희 대통령은 에르하르트 수상을 만나 차관을 얻었고, 아우토반을 둘러보았다. 함보른 탄광에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만나서는 함께 눈물을 쏟으면서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놓자”고 다짐했다. 그날 정광모 《한국일보》 기자가 본의 숙소에서 박정희 대통령 부부를 만났을 때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정 기자에게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기왕에 정해진 동남아 순방만 마치고 나면, 우리 국민들이 밥술깨나 들게 될 때까지는 외국에는 나가지 않겠다.”
 
  “우리 국민들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게 만들어야겠다.”
 
 
  새 ‘공군1호기’ 타고 중동 순방한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지난 1월 새 공군1호기를 타고 중동 순방을 다녀왔다. 사진=청와대
  1965년 5월 16일 미국 방문 시 박정희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 전용기’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가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였다. 남의 나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을 의식해서였을까? 박 대통령은 출발인사에서 “다시는 빈곤과 굴욕이 없는 자주 자립의 역량을 배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존슨 대통령이 자기 전용기까지 내준 것은 월남파병 문제 때문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추가 파병을 약속하는 대신,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1억5000만 달러의 차관, 그리고 ‘기술 및 응용과학 연구소’, 즉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등을 얻어냈다.
 
  그 후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 시에는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임차한 비행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대통령 전용기 용도로 개조된 보잉747-400 항공기를 임차, ‘공군1호기’로 운용해왔다. 지난 1월 15~22일 중동 순방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 도입한 ‘공군1호기’(보잉747-8i)를 처음으로 이용했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미군 군용기, 서독 여객기,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얻어타고’ 갔다. 하지만 그들은 비록 지지리도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었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 그들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해야 할 말은 했고, 경제발전을 위해 받아내야 할 것은 받아냈다.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임기 말에도 신형 ‘공군1호기’를 타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K-팝’과 대한민국의 국력신장을 자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선배 대통령들의 비애와 노고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는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서 어떤 성과를 들고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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