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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인터뷰

국정감사 치른 여야 보좌진 15명, 그들이 말하는 애환과 보람

“우리 의원님이 주목받게 해야 한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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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國監은 野黨에서 치러야 재밌어
⊙ 국감 끝낸 보좌진, 이젠 大選 캠프에 관심
⊙ 이재명과 대장동이 국감 뒤덮어
⊙ 국감은 의원을 스타로 만들고 자기 이력서를 채우는 시간
⊙ 보좌진에게 필요한 것은 體力과 작문 실력
⊙ 네이버·카카오 총수가 국감에 나온 이유
⊙ 보좌진은 언제 보람을 느끼나
국회 운영위원회가 청와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의사당(국회 본청)에서 대각선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의원회관이 있다. 지하 5층, 지상 10층 건물에 의원실만 300개, 부대시설 등을 합하면 상주 인원은 약 4000명 수준이다. 국회의원·보좌진이 이곳에 상주하며 일한다. 의원실마다 보좌진 9~10명(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각 1명, 인턴 1명, 입법보조원 등)을 둘 수 있다. 지역구를 둔 의원은 보좌진 일부를 지역으로 파견해 지역구 관리를 맡긴다.
 
  보좌진에게 국정감사(국감)는 선거가 있는 해를 제외하곤 연중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추석을 마치고 매년 10월 초부터 4주가량 실시한다. 국감을 앞둔 의원회관은 밤늦게까지 의원실 창문을 통해 불빛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감을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사하고 견제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있어 국감은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한 경연장이고, 보좌진에게는 자기 능력을 입증하는 시간이자 생계가 걸린 전투 현장이다.
 
  야당 보좌진에게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를 치른 소감을 물었다. 이들은 보좌진만이 겪는 애환도 말했다.
 
 
  實名 8人, 匿名 7人 인터뷰
 
영등포에서 바라본 여의도 국회. 왼쪽이 국회의사당, 오른쪽이 의원회관이다. 사진=뉴시스
  인터뷰에는 진성오 보좌관(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김영상 보좌관(백종헌 의원실), 이한수 보좌관·박해주 비서(유경준 의원실), 신대경 비서관(태영호 의원실), 박형진 비서관(김은혜 의원실), 오세웅·박민지 비서(김병욱 의원실)와 익명 보좌진 7명[A·B·C·D·E(국민의힘), G·F(더불어민주당)] 등 총 15명이 참여했다.
 
  진성오 보좌관은 방송·미디어 정책 전문가다. 남경필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청에서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국감을 13번 치렀는데 이 중 세 차례는 경기도청에서 치렀다.
 
  김영상 보좌관은 보건복지가 전문 분야이다. 이번이 8번째 국감이고 복지위 경력은 5년 차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복지위를 경험한 몇 안 되는 보좌관 중 하나다.
 
  이한수 보좌관은 입법보조원으로 시작해 인턴, 비서, 비서관을 거쳐왔다. 남경필 경기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청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이번이 10번째 국감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유승민 후보 캠프에서 정책팀에도 있었다.
 
  신대경 비서관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다. 국회 밖에서는 통일인식 개선 운동, 통일교육,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수행 비서관을 지냈다. 이번이 4번째 국감이다.
 
  박형진 비서관은 7번째 국감이다. 민원, 제보 전화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찾아가며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으로 국감을 준비했다.
 
  오세웅·박민지 비서는 각각 7번째, 5번째 국감이다. 오 비서는 20대 국회에서 이학재 의원실 인턴을 했다. 김병욱 의원이 당시 이학재 의원실 보좌관이었다. 이 의원은 낙선했지만, 김병욱 보좌관이 당선돼 국회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박해주 비서는 이번이 첫 번째 국감이다. 의원실에서 일하며 대학원 석사 과정과 감정평가사 시험을 병행했다. 최근 감정평가사에 합격했다.
 
 
  보좌진이 말하는 국정감사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진성오 보좌관.
  “국감은 국회 연중행사 중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보좌진은 ‘이번에 제대로 이슈를 발굴해 의원을 스타로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준비합니다.”(진성오 보좌관)
 
  “한 해의 수확을 확인하는 시기입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 사명감 등 여러 복잡한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보좌진이 치러야 할 숙명이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감사하는 입장에서 상대방보다 2~3배를 더 알아야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만,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보다 많이 알기는 쉽지 않죠. 국감 두 달 전부터는 추석을 제외하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밤 11시까지 근무하며 엉덩이에 ‘국감 준비 습관’을 들였습니다.”(김영상 보좌관)
 
  “외교·안보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있기에 이에 걸맞은 수준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원실은 4년 임기 동안 국감 기간과 국감 아닌 기간을 구분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내용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임기 말 정권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또 의원님이 주장하는 내용이 국민에게 효율적으로 잘 전달되는 방법은 무얼까 늘 고민했고요.”(신대경 비서관)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국감이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 7월부터 준비했어요. 박사들이 쓴 연구보고서도 찾아보고 회의록을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미리 준비해놓은 자료를 많이 사용하지 못해 아쉽기도 해요. 대장동 일대 등기부 등본은 다 떼서 익숙한 이름이 있는지 검색하며 맨땅에 헤딩도 했죠.”(박형진 비서관)
 
  “‘의원님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제가 준비한 자료가 보도돼 화제가 되면 좋죠.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했는데, 정작 주목받지 못하면 아쉽기도 해요. 종일 앉아서 일만 하니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살도 많이 찌죠. 보통 자정까지 많이 일했어요. 이번 국감은 미리미리 준비한 덕분에 야근을 상대적으로 적게 했습니다.”(박민지 비서)
 
  “의원 이름이 보도돼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기사로 치면 단독, 특종 거리를 준비하는 셈이죠. 국감 기간에는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속상해요. 아이들 얼굴을 볼 시간이 없다는 점, 수면이 충분치 못하고,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이슈 선점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국감이 다가오면 오전 7시까지 출근해 새벽 3~4시까지 일해요. 퇴근하지 못한 날도 많아요. 주변 모텔에서 잠만 잔 뒤 다시 출근하는 경우도 있죠.”(국민의힘 A)
 
 
  성과 못 내면 의원실 나가야
 
의원실 모습. 왼쪽 하단의 검은 정수기 옆으로 응접실과 간이 주방, 의원 집무실이 나란히 붙어 있다. 창문에 가까울수록 직급이 높은 보좌진이 자리한다.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죠. 지위가 달렸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상당해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의원실에서 나가야 하니까요. 최선을 다했습니다.”(국민의힘 B)
 
  “대장동이다, 뭐다…. 의원들은 국감 내팽개치고 대선 후보나 따라다니고…. 맹탕 국감이었어요.”(국민의힘 C)
 
  “대선 앞둔 국감은 원래 이래요. 저도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옆 방은 국감은 포기하고 ○○○ 후보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해놓고 의원은 후보를 따라다녔어요. 저희 방도 올해는 적당히 했습니다.”(국민의힘 D)
 
  “생활밀착형 주제가 많았는데 대선 관련 이슈에 묻혀 아쉬웠죠. 이런 내용은 언론이 심층 보도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민주당 F)
 
  “의원이 국감을 중시하는 만큼 보좌진에게도 국감은 중요해요. 개인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한 기회거든요. 보도자료를 얼마나 냈고 또 보도량은 어떤지,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들은 제가 준비한 질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신경 써요. 이게 다 제 실적이고 경력 사항이 되니까요. 국감 두 달 전부터는 친구들과 약속도 잡지 않아요.”(민주당 G)
 
  대선을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은 대선 주자들과 관련한 정쟁(政爭)으로 채워지리라 예상됐다.
 
  지난 10월 1일, 국감 첫날부터 7개 상임위가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국감장에 설치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문제 삼으며 자리를 떠났다.
 
  국정감사에서 의원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질문(질의)은 3~5개다. 의원실 차원에서는 질의를 10개 정도 준비하는데, 이 중 의원이 취사선택한다.
 
  국감 질의는 질문과 답변 시간을 포함해 통상 7분, 5분, 3분짜리로 구성된다. 국감을 종일 하지만 위원회마다 의원이 10~15명씩 돌아가며 질의를 한다.
 
  국감이 파행되면 의원들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에서 사라진다. 의원들 뒤에 앉아 의원만 바라보며 대기하는 보좌진은 어떤 심정일까. 보좌진은 “퇴근이 늦어지니 짜증부터 난다” “준비한 질의를 써먹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오세웅 비서는 “국감 하루 일정 전체가 파행되지 않는다면 빨리 속개하는 게 낫다”고 했다. 파행된 시간만큼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국감 일정 하루가 통째로 파행되면 국감 마지막 날 여는 종합감사 때 파행된 부분을 다시 감사하지만 보충 감사 수준에 불과해 제약이 많다.
 
  A는 “하루에 2~3시간 정도 자며 준비했는데, 파행되면 준비한 질의를 써먹을 수 없게 돼 짜증이 난다. 퇴근이 늦어지는 건 그다음 문제”라고 했다.
 
  B는 “파행은 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여당이야 정부부처를 상대로 질의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뭐든 비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야당은 질의 시간(기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G는 “대장동 이슈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야당이 (무관한 내용을 갖고) 엮으려 했다. 우리 의원은 정책 질의를 해나갔는데, 정쟁 이슈에 묻혀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고생해가며 질의를 준비했는데, 파행되는 바람에 질의가 사장됐다. 포트폴리오를 쌓을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여당 보좌진 통해 분위기 파악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신대경 비서관.
  박형진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파행되면 두 가지 생각이 들어요. 먼저 ‘언제 집에 가나…’. 그다음은 ‘준비한 질의를 다 하지 못했는데…’. 어떤 주제는 앞서 질의를 먼저 해놓아야만 다음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럴 때 선행 질의를 마치지 못한 채 파행되면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국감이 속개될지 말지 모른 채 마냥 대기할 때입니다. 이때는 친한 여당 보좌진에게 연락해 ‘오늘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물어요. 그러면 ‘우리 의원님은 지역구에 내려갔다’는 식으로 알려주죠. 여당 의원이 자리를 떴으니 이날 국감이 더는 진행될 리 없잖아요. 당은 다르지만 같은 보좌진이니 서로 처지를 알고 필요한 정보는 주고받죠.”
 
  국민의힘 C는 이렇게 말했다.
 
  “국방위는 국감 첫날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느라 국방부 국감이 파행됐어요. 하루를 통으로 날려버렸죠.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나?’라고 생각했죠. 파행되면 차후 일정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대선 경선이다, 뭐다 하며 다음 일정도 잡지 않고 자리를 떴죠.”
 
  상대방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파행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외통위는 국감 첫날 외교부를 상대로 한 국감이 파행됐다. 태영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비판해왔는데,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PPT를 만들어 태 의원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태 의원 얼굴이 들어간 PPT를 국감장에 띄우니 국민의힘 의원들도 한데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계획에도 없던 입장문은 신대경 비서관이 초안을 짰다.
 
  “파행되면 보좌진도 찝찝해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데, 끝내지 못한 채 미뤄놓으니까요. 이슈를 다시 반영해 수정 보완한 자료를 준비하니 처리할 업무는 더 늘어납니다. 입장문 발표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면 새로운 업무가 생기는 거죠. 적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신대경 비서관)
 
 
  파행도 고려해 國監 진행해야
 
  진성오 보좌관은 “전술적으로 파행이 필요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좋지 않다”며 “우선 파행을 전제로 국감 질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첫 질의부터 중요한 주제는 다 털어내야 해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첫날 국감에서 대장동 피켓을 걸었다가 한 시간 동안 파행됐어요. 질의를 아껴뒀다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써먹지도 못해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와야 해요. 질의 순서가 뒤에 있는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활용해 미리 질의하기도 합니다. 파행도 정치적 의사 표현의 하나이니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복지위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장모 문제로 30분간 파행됐다. 민주당이 ‘사무장병원’을 문제 삼으며 윤 후보와 엮으려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유감 표명을 한 뒤에야 속개됐다.
 
  김영상 보좌관은 “복지위는 ‘코로나 시국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다른 상임위와 비교하면 여야 협의가 잘됐다”고 했다.
 
  지난 10월 20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출석한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에서 개(불도그) 인형과 양(羊) 가면을 들고 와 인형에 가면을 씌웠다. 민주당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국감장을 나갔다.
 
  송 의원은 왜 개 인형을 들고나왔을까. 한 보좌진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든 의원 이름을 알려야 하니까요. 개 인형을 보곤 ‘참 애쓴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수위가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겁니다. 19~20대 국회 때는 야생동물도 데리고 나왔어요. 자극적인 내용은 주로 의원들이 요구해요.”
 
  한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밖에서 보면 보좌진이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한다고들 생각해요. 하지만 당장 내일 어찌 될지를 알 수 없는 비정규직입니다. 생살여탈권을 쥔 의원이 ‘내일부터 그만 나오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미래가 불확실해요. 속은 문드러집니다. 살아남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유능하면 다른 의원실에서 서로 오라고들 해요. 보좌진에게 질의서는 자기 실력을 나타내는 보증서죠.”
 
 
  의원 생각, 가치관, 철학까지 파악해야
 
  보좌진은 “작문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의원이 가진 생각이나 철학을 글이나 질의서에 잘 녹여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질의는 단순 문의 수준을 넘어 비판과 발전적 제안, 가치관까지 담아내야 한다.
 
  국회의원 이름으로 나가는 축사, 연설문 등은 대부분 보좌진 손에서 탄생한다. 현실적으로 의원은 이를 직접 챙길 시간이 없다. 대다수 의원 인터뷰도 기자가 사전에 건넨 질문을 보좌진이 먼저 읽고 이에 대한 답을 달아 의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의원이 자기 생각을 조금 덧붙이는 수준이다.
 
  가끔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항시 준비된 의원들은 특별한 준비 없이 본인이 직접 기자를 상대하기도 하지만 상당수 의원은 보좌진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의원이 어떤 생각, 철학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 이른바 정무적 감각도 중요하다.
 
  보좌진마다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 다르고 의원이 요구하는 내용이 다르기에 국감을 준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민주당 의원실 F는 “제보는 기본이고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 각종 이익단체와 협업해 질의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했다.
 

  보좌진은 “수준 높은 질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질 좋은 기초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자료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자료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맨땅에 헤딩하듯 자료를 찾아 나간다.
 
  “일단 모든 걸 다 뒤져봐요. 기존 자료부터 언론 기사까지 싹 긁어서 우선 읽습니다. 많이 읽다 보면 궁금증이 생겨요. 제보도 받고요. 맘 카페나 교육 커뮤니티를 잘 관찰해요.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는 학부모 대상 교육에서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강의가 진행됐다’는 제보를 받고는 국감장에서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죠.”(박민지 비서)
 
  오 비서는 “지난해 국감에서 질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여부를 파악해 보완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질의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님이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문제의식을 갖고 본인이 직접 준비하는 질의도 많다”고 했다.
 
  김병욱 의원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 입학 문제 ▲전교조 출신 교장 임용을 위한 시험 문제 유출 ▲한국장학재단 정대화 이사장에 대한 문제 제기 ▲지방대학 활성화 방안 등을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 캠프에 참여했다. 몇몇 보좌진도 유승민 캠프에 파견 갔다. 국감은 오세웅·박민지 비서가 중심이 돼 치렀다.
 
 
  해가 갈수록 자료 확보 어려워
 
  보좌진은 “해가 갈수록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경기도는 야당이 자료를 요구하면 ‘해당 내용은 지방 사무에 해당하므로 국회 제출 대상이 아니다. 감사원이 요구하면 줄 수 있다’고 답하며 이재명 경기지사 임기 내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거부할 명분이 없을 때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해 보냈다. 사진에 찍힌 동물이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해야 하는데 사진을 퍼즐처럼 조각낸 후 머리나 꼬리 부분은 빼놓고 보내는 식이다. 이재명 지사가 언제, 어떤 용도로 관용차를 사용했는지 자료를 요구하면, ‘정치적으로’ 문제 될 만한 소지가 없는 일정이 담긴 내용만 제출하는 식이었다.
 
  일부 보좌진은 품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도 쓴다. 수감기관이 주고받은 공문서 수발신 내역을 교차해 검증하는 방법이다. 가령, 경기도가 성남시에 문건을 8건 보냈는데, 성남시는 국회에 ‘경기도에서 받은 문건은 5개’라고 한다면, 성남시는 문건 3개를 누락시킨 채 국회에 허위 보고를 한 셈이다.
 
  보좌진은 “의원실마다 국감을 치르는 인력이 제한돼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교차 검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제출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고…. 자료를 요구할 때 구체적으로 해야 해요. ‘첨부 자료를 달라’고 하면 말 그대로 ‘첨부 자료’만 딸랑 보내고 ‘첨부 문건’이나 핵심 자료는 주지 않아요. 저는 해외 보고서를 많이 참고해요. 과학기술 분야는 최신 경향을 빠르게 접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해외 보고서가 국내로 들어오는 데 3~6개월 걸리니 정부나 여당이 준비하는 자료는 6개월가량 뒤처진 자료예요.”(진성오 보좌관)
 
 
  정부부처, 자료를 빌미로 의원실 길들이기도
 
  A는 “부처별로 자료를 제출하는 태도가 다르고 자료 제출을 빌미로 야당 의원실을 길들이려 한다”고 했다.
 
  “자료를 주지 않으면 부처에 항의하는데, 강하게 나가면 부처에 ‘또라이’로 소문이 나고, 젠틀하게 대하면 만만하게 생각해요. 적당한 밀고 당기기, 강약 조절이 필요해요.”
 
  A는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은 자료를 직접 요구하거나 강제로 확보할 수 있지만 국회는 요구할 수만 있고 제출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며 “위증이나 자료 요구에 불응하면 처벌받게 돼 있지만 고발은 의원만 직접 할 수 있어 제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가 행정부를 상대하는 자료 요구 및 수집 전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형진 비서관은 “한두 달 동안 승강이해가며 받아내는 자료도 있다. 특히 국토위가 다루는 자료에는 의도치 않게 국토개발 정보 등이 담기기도 한다. 혹시나 유출될까 국토부뿐만 아니라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룬다”고 했다.
 
  이어 “제보를 20~30건 받으면 그중 신빙성 있는 자료는 1~2건에 불과하지만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듣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로 여기저기서 전화가 옵니다. 일일이 전화 받는 게 귀찮죠. 그래도 민원·제보성 전화나 이메일에 잘 응대하려고 합니다. 허투루 넘기지 않아요.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고 해결 방안도 보이거든요.”
 
  이한수 보좌관은 수감기관이 자료 제출을 꺼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다르잖아요. 공격하는 사람(국회)은 세금이 바로 쓰이고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는지 검증하자는 입장이고, 방어하는 사람(수감기관)은 잘못이 인정되면 징계를 받습니다. 국감에 잘 협조해야 모범적인 공무원인 것 같지만 자료를 많이 제출할수록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에요. 뻔히 줄 수 있는 자료도 주지 않은 채 ‘검토 중이다’ ‘수사 중이다’ ‘재판 중이다’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죠. 그러다 보면 국감은 끝나 있죠.”
 
  이 보좌관은 “경기도청에서 수감기관 자격으로 국감을 치른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내가 내놓은 국감 질의가 합리적인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진 않을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정부부처는 야당 의원실이 자료를 요구하면 대체로 소극적으로 응하지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나 간사가 여당이면 특별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해당 부처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기관에 우호적인 의원을 섭외한 후 어떤 질의를 주고받을지 사전 협조하기도 한다.
 
  민주당 G는 “국회에 출입하는 부처 협력관을 통해 질의 요지를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미리 질의를 알려 국감장에서 장관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여당 위원장·간사에겐 특별 자료 제공
 
  진성오 보좌관은 “부처가 특별 제공한 자료는 야당 의원 질의를 분쇄할 때 쓴다. 부처 사정을 자신들이 제일 잘 알기에 방어 논리가 있다”고 했다.
 
  일부 부처는 국감에서 문제가 되리라 예상되는 사안을 국감 전 미리 언론에 공개하며 개선 방향을 밝히는 등 야당이 문제 삼기 전에 선수(先手)를 쓴다. 매를 먼저 맞아 더 큰 매를 피하는 식이다.
 
  국민의힘 D는 “정부부처에서는 국회에 파견한 협력관을 통해 의원실에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야당 의원 지역구에 학교 현대화 사업 예산을 추가로 배정해주면 의원 처지에서는 지역 구민에게 자랑거리가 되기에 굳이 국감장에서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소관 부처를 너무 몰아세우면 부처에서도 해당 의원을 알게 모르게 무시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 협조가 더더욱 안 된다. 이 때문에 보좌진 사이에서는 ‘적당히, 선을 지켜가며 때려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한 보좌관은 “정부부처를 비판하면 언론에는 보도되겠지만, 정부부처에선 외면을 받아 정책 장악력, 정부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기관 입장에서는 비판만 하는 의원을 대우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與黨이 겪는 고충
 
2019년 4월 25일, 국회 본청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 등을 두고 여야 보좌진이 충돌했다. 사진=뉴시스
  여당은 여당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여당은 여당만이 갖는 고충이 있어요. 제가 여당 시절에 야당 때 하던 방식으로 모 부처를 엄청나게 팠더니 ‘여당인데 살살하라’는 전화가 왔어요. 더 윗선에선 우리 의원님한테 직접 전화를 했죠. 이럴 때면 보좌진으로서 좌절감이 생기죠. 문제의식을 갖고 질의했는데 여당이라는 이유로 질의도 제대로 못 하잖아요. 여당은 미리 짠 각본처럼 국감을 해요. 편하지만 의미가 없죠. 국감은 야당 입장에서 치르는 게 제일 재밌죠.”(박형진 비서관)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을 진행하는 부처는 야당 의원실에 적극적이다. 국방부는 ‘한국형 경항공모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야당은 이에 부정적이다. C는 국방부 관계자들이 의원실에 찾아와 보좌진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가 찾아와 설명하는데, 제가 한마디를 물으면 세 마디를 해가며 당위성을 설파하더라고요. 국방부가 예산을 축소해서 보고하는 경향이 있어요. 경항모 도입 예산을 2조6000억원이라 적었는데, 함재기도 사야 하고 주변 호위 군함도 꾸려야 하잖아요. 항모전단 하나를 구성하는 데 총 얼마가 드는지 물으니 ‘14조~16조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많이 든다고 따졌더니 관계자가 ‘총을 살 때 총알은 따로 계산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협력관들도 나름 고충이 있겠죠.”
 
  수감기관장은 주로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내역을 바탕으로 대비한다. 광역자치단체나 규모가 큰 기관은 국감 출석을 앞두고 책 두 권(500페이지) 분량에 담긴 예상 질의응답을 훑으며 흐름을 살핀다. 구체적인 답변은 국감장에서 실무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쪽지에 답변을 적어 전달하곤 한다. 정치인 출신 기관장·지자체단체장은 관료와는 달리 현장에서 민첩하고 유연하게 답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해관계에 따라 與野가 하나 돼
 
  과기방통위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국정감사 막판에 증인으로 불렀다. 당초 네이버 출신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이해진 창업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 보좌관은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불렀어요. 과방위 입장에서는 다른 위원회가 플랫폼 대기업(네이버, 카카오 등) 총수를 부르는데, 과방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른 상임위원회에 이슈를 빼앗긴다고 생각했죠.
 
  이건 여야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부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 국회 상임위원회 간 밥그릇 싸움이에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도 규제에 초점을 둔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신들을 통제하기보다는 플랫폼 육성에 관심이 더 많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이 문제를 다뤄주길 원하죠. 과기부 장관도 야당이 ‘플랫폼 산업은 과기부에서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니 내심 좋아했죠.”
 
 
  보람을 느낄 때
 
보좌진은 사진 찍는 실력도 중요하다. 의원들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보좌진은 언제 가장 기쁠까. 공통으로 ▲질의가 좋다고 칭찬받을 때 ▲질의가 언론에 많이 보도될 때 ▲자신이 만든 질의를 바탕으로 현장발 기사가 나갔을 때 ▲의원실에 자발적인 후원금이 들어올 때 ▲질의 덕분에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힐 때 ▲모르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 등이다.
 
  이한수 보좌관은 “대선 캠프 활동과 국감을 동시에 치르느라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좌파 시민단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시 차원에서 예산 퍼주기 사업을 했다. 이 ‘퍼주기 사업’이 서울시만이 아닌 전국에서 이뤄졌는데, 문재인 정부가 불법·편법 지원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하나는 지난 5년간 세금 6조원가량이 덜 걷힌 점을 문제 삼았다. 공무원은 복지포인트를 지급받는데, 일반 국민과 과세 기준이 달라 면세 혜택을 받는다.
 
  이 보좌관은 2013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꼬마가 공기통을 달고 국감장에 나왔어요.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본 아이였죠. 국감장에 나온 기업들은 법과 제도를 활용해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죠. 자본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여야 모두가 로비 대상이었죠. 그럼에도 여야가 협력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실태 파악과 보상이 이뤄지도록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가 추진한 ‘디지털 뉴딜’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핀 후 문제를 지적했어요. 예산만 2조8000억원인데 주로 단기 일자리, 알바 양성 사업에 돈을 썼죠. 또 넷플릭스 망 사용료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외국에 서버를 둔 넷플릭스가 한국 서버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한 뒤 수익을 얻지만 정작 망 사용료는 내지 않고 있죠.”(진성오 보좌관)
 
 
  약속 지키는 사람이 되고파
 
  김영상 보좌관은 결혼 4년 차이다. 국감 시즌이 아내 생일과 겹친다. 아내에겐 “두 달 동안 미안하다”고 하고는 큰 선물을 해준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지금 모시는 의원님은 보좌진 의견을 잘 수용하고 자율성도 보장해준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에 소외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복지위 활동에 더욱 신경 쓰고 전문성도 더 쌓고 싶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이번 국감 성과에 대해 71점을 주겠다”며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신대경 비서관은 “국감이 끝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이번 국감에 60점을 주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는 중 질의나 보도에 팩트(사실)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까 2~3번 반복해서 확인하며 국감을 준비했어요. 작년에는 처음 맡는 상임위라 의원님을 따라가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발맞춰 국감을 진행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유능한 의원일수록 밑에 직원은 힘들어요. 힘들지만 그만큼 배우는 점도 많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보람 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유경준 의원실은 의원이 직접 보좌진에게 1대 1 과외식으로 조세와 이와 관련된 정책을 가르친다. 박해주 비서는 의원실에 들어온 후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통계 기법이나 계산, 수치를 분석할 수 있는 훈련도 받아 이를 국정감사에 활용했다.
 
 
  ‘유경준대학교’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 이영현 비서관(왼쪽)과 박해주 비서.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가구를 통계 분석을 통해 구해냈다.
  박해주 비서는 유경준 의원실을 ‘유경준대학교’라고 표현했다. 유 의원이 1대 1로 가르쳐줄 때 어려운 부분은 없었냐고 물으니 “못 따라간 적은 없다”고 했다.
 
  박 비서는 우연한 기회에 국회에서 일하게 됐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의원은 통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이를 채용하고자 각 대학 통계학과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이를 보고 박 비서가 지원했다. 국회 채용은 주로 주변에서 국회 경력자를 추천받거나 국회 채용 게시판 공고를 통해 이뤄진다. 국회 보좌진 업무는 국회 경험이 없는 외부인이 맡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박해주 비서는 “가족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배워야 한다.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 의원님만큼 전문 지식을 갖추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번 국감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102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한수 보좌관은 박 비서의 강점은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라고 했다.
 
  “국민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통계 결괏값만 봅니다. 이 결괏값은 수많은 원자료(raw data)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분석 작업을 아무 데서나 할 수 없어요. 전국에 특정한 곳에서, 소수만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전문 통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국회에서 이 데이터를 보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가진 데가 두 곳 있는데, 한 곳이 우리 의원실이에요. 우리 의원님하고 박 비서가 이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죠.
 
  통계청이 ‘비정규직 ○○% 증가’라고 발표했을 때 우리 의원실은 17시간 미만 근로자는 ○○○○명, 30시간 미만 근로자는 ○○○% 증가처럼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세울 수 있죠. 박 비서는 우리 의원실이 보유한 하나의 무기죠.”
 
  박해주 비서는 같은 의원실 이영현 비서관과 함께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통계 실력을 발휘했다. 각종 통계를 조합해 향후 서울시 아파트값 인상과 이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향후 얼마나 증가할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해냈다. 이를 접한 당시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 비서에게 금일봉을 주곤 이 자료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國會서 일하며 雜지식 늘어
 
  오세웅 비서는 “단기 목표는 10년간 국회에서 근무해 연금 자격을 얻고 싶다”며 “국회 공무원으로 급여를 받으며 공부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일을 하면 할수록 요령과 잡다한 지식이 많아진다”며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국회에서 일하면 잡다한 지식이 많아져요. 집 앞에 전봇대가 있으면 일반인들은 불편하다고만 생각하지 이를 뽑아낼 생각은 못 해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하면 전봇대를 뽑을 수 있는지 알아요. 교통에 방해되는 전봇대는 한국전력 부담으로 뽑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잡 지식만 늘어가네요.(웃음)”
 
  박민지 비서는 “오 비서와 비슷하다”면서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게 재미있다.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길러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했다.
 
  박형진 비서관은 경기도 국감을 하루 앞둔 날이 이번 국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경기도 국감을 앞두고는 아침 6시20분에 퇴근했어요. 집이 일산인데 가는 데 40분이 걸렸죠. 퇴근길이 막히더라고요. 샤워만 하고 7시28분에 집에서 나왔어요. 전날 땀을 너무 많이 흘렸어요. 혹시나 의원실에서 하는 이야기가 밖으로 새 나갈까 봐 의원실 문을 모두 닫아 놓고 준비했거든요. 다시 출근하는 길에 어머니는 몸이 상할까 걱정하셨는지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는 거 아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인터뷰에 응한 보좌진 대부분은 “현행 국감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며 “상시 국감제도를 도입하거나 국감 진행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년 중 약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몰아서 진행하다 보니 ‘수박 겉핥기식’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보좌진에게 ‘보좌진으로서 목표가 있느냐’고 물었다. 6급 이하 비서들은 “전문성을 갖춰 비서관(5급)이나 보좌관(4급)으로 진급하고 싶다”고 했다. 5급 이상인 ‘관(官)’들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여의도에는 5년에 한 번뿐인 기회가 찾아왔다. 국정감사를 마친 보좌진이 노리는 곳은 각 당 대선 캠프다. 대선 캠프에서 활약해 선거에서 이기면 후보와 함께 청와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캠프에 가고 싶다고 해 누구나 갈 순 없다. 선택과 운이 필요하다. 당내 경선이 치러지기 전에 본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캠프에 합류해 ‘초기 멤버’가 돼야 한다.
 
  경선으로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후에는 캠프에 들어가는 게 더 어려워진다. 자신들이 모시는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으면 기회는 더 줄어든다.
 
  한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대선 캠프로 보좌진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한 겁니다.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5년에 한 번밖에 없잖아요. 의원이 캠프로 파견을 보내주지 않으면 사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도박이죠.
 
  대선 캠프에 갔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 안에서도 경쟁해야 해요. 대선에서 이긴 뒤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려고 경쟁을 하고, 그다음에는 청와대 자리를 놓고 다퉈야죠.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과 한정된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일이 벌어져요. 심적으로 고통스럽죠. 의원만 경쟁하는 게 아니에요. 보좌진도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팁니다.”
 
  보좌진의 의원회관 생활은 의원 눈치 보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부 의원실은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직급 낮은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보좌관 갑질 사건
 
  최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서는 한 4급 보좌관이 새로 들어온 9급 행정비서에게 폭언을 하고 쓰레기를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 보좌관이 의원 앞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이 9급 비서는 이날이 첫 출근이었다. 이 비서는 출근 당일 더는 일하지 못하겠다고 마음먹고는 퇴사했다.
 
  보좌진은 ‘국회에는 구멍가게 300개가 있다’고 말한다. 의원실마다 근무 환경과 문화가 제각각이다 보니 별의별 일이 벌어지고 이는 ‘카더라 통신’이 돼 의원회관을 유랑한다.
 
  그럼에도 국회는 어두운 면보다는 화려한 면이 부각된다. 어두운 면을 국회 밖으로 알리는 순간 더는 국회에서 일할 생각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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