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자들에게 '광복=독립=건국'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히라"고 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복'의 역사-의미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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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이 1947년 설립한 건국실천원양성소 2기 졸업식 사진. 임정 요인들도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에 '건국'과정에 들어서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 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면서 “윤 대통령이 김 관장과 동일한 역사관을 가졌는지,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따졌다.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박 대표는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역사 인식이고, ‘광복절’과 ‘건국절’은 서로 다른 개념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광복(光復)은 사전적으로는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는’ 것은 언제인가?  

1945년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기는 하지만 ‘광복’된 날은 아니었다. 이후 3년간 남한에서는 미군정이, 북한에서는 소련군정이 시행됐고, 한반도에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가 수립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5.10 총선, 5.20 제헌국회 개원, 7.17 헌법제정, 7.20 초대 대통령 선출 등 일련의 건국 과정을 거쳐 해방 3주년을 맞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주권을 가진 자주독립국으로 출범했음을 세계에 공포했다. 당연히 이날이 대한민국이 ‘주권을 되찾은 날’, 즉 '광복절'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독립’이고 ‘건국’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직후 4대 국경일을 정하면서 당초 일련의 건국 과정이 완성된 이날을 ‘독립기념일’ 로 기념하기로 했으나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 등에 맞춰 ‘광복절’로 이름을 변경했다. 역사적 사실로 보나 사전적 의미로 보나 ‘광복절=독립기념일=건국절’인 것이다. 

건국 당시 정치지도자들도 '광복=독립=건국'으로 인식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8월 15일 ‘대한민국 독립 1주년’ 기념사에서 “민국 건설 제1회 기념일인 오늘을 우리는 제4회 해방일과 같이 경축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뿐이 아니었다. 한국민주당의 뒤를 이은 야당 민주국민당을 이끌던 김성수도 “금(今)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만 4주년이 되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세계에 선포한 지 1주년이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무부장 출신이자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창당 주역인 신익희 국회의장도  1950년 광복절에 “대한민국 독립 2주년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건국 당시의 인물들은  '해방≠건국' ‘건국=독립=광복’이라고 명쾌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해방’과 ‘광복’의 의미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산(起算)하게 된 것이다.

 

광복회 등에서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941년 11월 28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포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보면, ‘국권회복 과정’인 ‘복국(復國)’과 ‘정식 정부의 수립’을 의미하는 ‘건국’을 구분하고 있다. 이는 임시정부 스스로도 자신들이 ‘건국’된 나라의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권회복’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은 당시 독립운동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여운형이 해방 직후 만든 조선건국준비위원회나 김구 선생이 귀국 후 만든 건국실천원양성소 등에서 보듯 그들은 ‘해방’과 ‘건국’을 별개의 과제로, '해방' 이후에 '건국' 과정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해방’ 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따진 것을 보면,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뭔지 '불온한 역사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광복절=독립기념일=건국절'이다. 그럼에도 '광복절'과 '건국절'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은 그가 해방에서 건국에 이르는 현대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고사하고 ‘광복’의 사전적 의미조차 모른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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