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월 9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5584.87)보다 319.50포인트(5.72%) 하락한 5265.37에 개장했다. 한 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대 정책 발표가 한국 시각 오전 10시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동부 표준시(EST) 기준 오후 9시다. 이 시간대는 미국 자본 시장의 모든 거래가 멈춘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차단하고 충격을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의 정규 거래 시간은 현지 시각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이후 오후 8시까지 시간외 거래가 진행된다. 오후 9시는 정규장과 시간외 거래가 모두 종료된 ‘거래 진공’ 상태다.
이 시각에 발표되는 메시지는 즉각적인 매도 주문(Panic Selling)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알고리즘 매매에 의한 연쇄 폭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다음 날 오전 9시 30분 장이 열리기 전까지 약 12시간 동안 정보를 해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완충 시간(Buffer Time)’을 확보한다.
한국 시각 오전 10시는 한국과 일본 증시가 한창인 시간이다. 미국 증시가 멈춘 사이 아시아 시장은 트럼프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수행한다.
2026년 4월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연설 직후 한국 코스피 지수는 177.34포인트(3.24%) 떨어지며 5301.36을 기록했다. 반면 하루 전 마감한 미국 S&P 500 지수의 하락 폭은 1.2% 수준이었다. 아시아 시장이 미국발 악재를 선제적으로 흡수하며 위험 수치를 미리 반영한 결과다. 미국 백악관은 아시아 증시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본 장 개장 전 정책 수위를 조절하거나 보충 브리핑을 통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이중 장치를 가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주식 시장 상승을 핵심 경제 업적으로 강조해 왔다. 2018년과 2019년 미·중 무역 갈등 당시에도 주요 관세 부과 발표는 주로 미국 장 마감 이후나 주말에 이뤄졌다.
자국 투자자의 자산 가치 하락은 최소화하면서 외교·안보적 강공책의 위력은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다. 미국 증시가 개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면, 트럼프는 이를 ‘상대국에 대한 압박 성공’의 근거로 활용한다. 동시에 미국 시장에는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주며 지수를 지킨다.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미국 대통령의 ‘야밤 발표’가 반복될수록 한국 시장은 미국 증시의 충격을 대신 받아내는 ‘방파제’ 역할에 노출된다. 미국 투자자가 잠든 사이 한국 투자자가 실시간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