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哲承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 1922년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반탁전국학생총연맹 중앙위원장, 국회의원(7선), 국회부의장,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자유민주민족회의 상임의장, 헌정회 회장 역임.
6·25 하루 전인 1950년 6월 24일, 나는 38선 바로 아래 있는 경기도 포천 내시골에 다녀왔다. 그곳에 있는 내 소유의 작은 금광(金鑛)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해 5월 30일 실시된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落選)하는 바람에 빚을 진 나는 금광을 처분해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 38선 일대는 허접한 무장의 38경비대가 지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위해 청평에서 잉어 두 마리를 샀다.⊙ 1922년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반탁전국학생총연맹 중앙위원장, 국회의원(7선), 국회부의장,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자유민주민족회의 상임의장, 헌정회 회장 역임.
6월 25일 아침, 라디오에서는 북한의 전면 남침(南侵) 소식을 전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견지동 처가(妻家·지금의 서울 종로 SC제일은행본점 뒤편)로 반탁전국학생총연맹(전국학련) 동지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사태를 지켜보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자”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가 없었다.
서울 계동에 있는 김성수(金性洙) 선생 댁과 돈암동에 있는 조소앙(趙素昻) 선생 댁으로 달려가 봤지만, 그분들도 별다른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소앙 선생은 1948년 김구(金九)·김규식(金奎植) 선생과 함께 남북협상차 평양에 다녀오신 후 늘 “북한은 이미 병영(兵營)사회가 됐더라. 앞날이 걱정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내와의 이별
6월 27일 아침, 동지인 오홍석·양근춘·정진방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들은 당시 경무대경찰서(지금의 대통령경호처) 경비계장으로 근무하던 전국학련 출신 이규형(李揆亨)으로부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과 정부는 이미 수원으로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길이었다. 그들은 “빨리 서울을 떠나야 한다”고 재촉했다.
아내와 장모, 나이 어린 처남과 함께 피란민 대열에 섞여 한강을 건넌 것이 6월 27일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와 연로한 장모님 때문에 더 이상 길을 재촉할 수 없어, 노량진에 있는 처형(妻兄)집에 머물렀다.
이튿날 새벽 2시경, 천둥소리 같은 폭음이 들렸다. 한강다리가 폭파된 것이다. 새벽 일찍 피란길을 서둘렀다. 아내는 내게 “나는 몸도 무겁고, 노인(장모님)도 함께 있으므로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먼저 떠나라고 강권했다. 망설이는 내게 아내는 “전국학련 위원장인 당신은 공산당이 노리는 사람이다. 당신은 정부와 함께 먼저 내려가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재촉했다.
지금 생각하면 차마 못할 일이었지만, 결국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아내와 눈물로 이별했다. 아내와 장모에게는 수원 근처에 있는 친척집에 몸을 의탁하라고 했다.
피란민 대열에 섞여 터벅터벅 남으로 걸어 내려가자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신성모(申性模) 국방부 장관은 평소 이승만 대통령에게 “각하, 명령만 내리십시오.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압록강에 가서 발을 씻겠습니다”라고 호언하지 않았던가? 반공지도자들도 팽개치고 대통령과 정부만 먼저 도주하다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김성수 선생도 뒤늦게 정부가 수원으로 떠난 사실을 알고 간신히 서울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소앙 선생 등은 납북(拉北)되고 말았다.
한나절을 걸었지만, 시흥에도 이르지 못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전국학련 동지인 오홍석·양근춘 등이 트럭 위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전국학련 출신 학사경감으로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우택환 동지의 도움으로 트럭을 얻어타고 남으로 내려가고 있던 참이었다. 트럭에 올라타고 수원에 도착했더니, “용감무쌍한 우리 국군은 의정부를 탈환하고 북진 중”이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정부는 다시 대전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우리도 정부를 따라 대전으로 내려갔다.
대전에 도착하니, 충남학련의 최극(崔極·후일 국회의원 역임), 공병주, 천영성(千永星·후일 국회의원 역임) 등 동지 50여 명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나는 은행동 대흥여관에 전국학련 임시합숙소를 설치하고, 학도의용군 창설에 나섰다. 밤새 100만 학도 총궐기를 호소하는 수백 장의 격문(檄文)을 써서 시내 곳곳에 붙였다. 피란 내려온 전국학련 동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구국총연맹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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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탁전국학련 위원장 시절의 이철승 이사장. |
최극 등 학련동지들은 혈서(血書)로 된 입대지원서를 내게 갖고 왔다. 나는 지원서를 들고 이선근(李瑄根) 국방부 정훈국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 국장은 “지금은 무기도 없고, 급식도 어려워, 기존 부대를 재(再)편성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적이 이미 신탄진까지 왔다. 빨리 이곳을 떠나라. 대구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내게 학도인솔증을 써주었다. 나는 최극 동지 등 학도병 자원자 300명을 먼저 대구로 내려보냈다.
7월 4일, 충남 대덕군청에서는 조병옥(趙炳玉) 선생이 중심이 되어 구국총연맹이 결성됐다. 조병옥 박사가 위원장이 됐고, 김병로(金炳魯) 대법원장, 배은희 목사, 백남훈 선생 등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후일 신민당 총재가 되는 유진산(柳珍山) 선생은 청년부장, 나는 학생부장이 됐다. 300여 명의 전국학련 동지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야인(野人)이던 조병옥 박사는 군복 차림에 철모까지 쓰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가 위기를 맞아 지원병 모집, 민심 수습을 위한 선무(宣撫)활동에 나선 구국총연맹을 나는 ‘제2의 의병(義兵)운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후 조병옥 박사는 내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즈음 정부가 전북 전주로 이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동지 몇 사람과 함께 이시영(李始榮) 부통령, 김병로 대법원장, 김성수 선생, 김도연 선생 등을 모시고 전주로 내려갔다. 전북도청에서 전주비빔밥 한 그릇씩을 먹었다. 분위기는 침통했다.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은 북진(北進)통일을 호언장담하던 신성모 국방부 장관, 국군이 패퇴(敗退)하고 있는데도 거짓 보도만 했던 방송과 서울신문, 국가지도자들을 팽개치고 먼저 달아난 이승만 대통령 등을 성토했다. 때 이른 한강다리 폭파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있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
경황 중이었지만, 나는 잠시 틈을 내서 서신동에 있던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할머니와 아버지(李錫圭)에게 “정부와 함께 떠나자”고 간청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봉제사(奉祭祀)하고, 선영(先塋)을 모셔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떠나느냐”면서 “너는 반공(反共)투쟁을 했으니 떠나라”고 하셨다. 아버지라도 모시고 떠나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할머니를 두고 떠나실 리 만무했다. 아버지는 “내가 정치를 했느냐, 반공운동을 했느냐? 시골에서 낚시나 하던 사람에게 별일이야 있겠느냐?”며 남아서 할머니를 모시겠다고 하셨다. 결국 나 혼자 떠나 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주가 함락된 후, 인민군은 내 행방부터 찾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전주 지역 유지(有志) 400여 명과 함께 체포되어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인민군이 후퇴할 때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학살되셨다. 인민군은 희생자들을 몽둥이로 쳐 죽인 후 구덩이에 묻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이틀 후 할머니께서 시신을 수습해 선영에 모셨다.
할머니, 아버지와 헤어진 후 전북지사 관사에 들렀더니, 모두 이동준비로 분주했다. 정부가 전주로 오려다가 대구로 이동했다는 얘기였다. 나는 일단 대전으로 돌아갔다.
대구행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대전역으로 나갔다. 피란민 사이에 남루한 행색의 여인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거의 거지꼴이었다. 가만히 보니 아내와 장모님이었다. 옆에는 나이 어린 처남도 있었다. 순간 멍했다. 노량진에서 헤어진 후 생사(生死)를 알 수 없던 아내를 여기서 만나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아내는 “노량진에서 헤어질 때 약속한 대로 수원으로 갔지만, 거기도 곧 인민군이 들어오는 바람에 가까스로 마지막 남행열차에 올랐다”면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무작정 대전역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우리는 곧 헤어져야 했다. 아내와 장모님을 데리고 대구로 가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전남 벌교에 있는 사촌언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 인민군이 전라도까지 점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대구로 내려간 나는 동성로2가 동인치과 자리에 전국학련 임시본부를 차리고, 동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곳곳에 붙인 방문(榜文)을 보고 경북학련의 제상률·손문방·이용택, 충북학련의 김진영 등 수많은 동지가 찾아왔다. 나는 조병옥 내무장관, 정일권(丁一權) 육군참모총장, 이선근 정훈국장 등을 찾아다니며, 전국학련 출신 학도병들의 참전 문제를 의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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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낙동강 전선의 학도의용군. 오른쪽)대구死守를 지휘한 조병옥 내무장관. |
전국학련구국대 결성
7월 16일 대구에서 전국학련구국대가 결성됐다. 내가 대장, 양근춘이 총무, 오홍석이 편성을 맡았다. 전체 대원은 5000명 정도였다. 군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교복 차림인 사람도 많았다. 계급도 군번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비둘기 마크에 ‘학병’이라고 쓴 견장과 모표(帽標)가 그들이 학병임을 말해 주었다.
최극이 인솔하는 충남 학도병 제1진 300여 명은 일주일간의 집총(執銃) 훈련을 받은 후 김석원(金錫源) 장군이 지휘하는 3사단에 배속됐다. 김도린 포항학련 위원장 등 현지 학도병 300여 명도 이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포항 전면(前面)인 안강·기계 전투에 투입됐다가 60~70%가 희생됐다.
최근영·차후재·이승철 등 50여 명의 전국학련구국대 동지들은 일본 후지산에서 일주일간의 특수훈련을 받고 돌아와 유엔군에 편입, 안강·기계전투에 투입됐다.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던 중학생 대장 차후재·이승철 등 많은 학도병이 여기서 전사했다.
한편 경북학련은 전국학련이 대구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이용택·손문창·이태영·문순구·김수한(金守漢·전 국회의장)·유재봉 등이 중심이 되어 학도의용군을 모집했다. 이들은 대구농림학교에 마련된 임시훈련장에서 단기간 훈련을 받은 후 영덕지구전투에 투입됐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았던 이들은 바주카포(砲) 사수로 대전차전(對戰車戰)에 나섰다가 다수가 희생됐다.
조병옥의 대구 死守 연설
8월로 접어들면서 전황(戰況)은 더욱 급박해졌다. 김일성은 “8·15까지 남조선을 해방시키라”고 인민군을 독려했다. 8월 17일, 팔공산까지 진출한 인민군이 쏜 박격포탄이 대구시내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중 한 발이 대구역사(驛舍)에 명중했다.
그때 이미 정부와 국회는 부산으로 옮겨간 후였다. 시민들은 공황(恐慌)상태에 빠졌다. 이때 나선 분이 조병옥 내무장관이었다. 그는 시민들 앞에 나서서 호소했다.
“우리가 대구를 버리면 갈 곳이 어디 있느냐? 대구가 무너지면, 부산이 무너진다. 부산이 무너지면, 우리는 대한해협에 빠져 죽는 수밖에 없다. 대구를 버리면, 대한민국을 버리는 것이다. 대구를 사수(死守)하자!”
조병옥 박사의 호소는 감동적이었다. 대전에서 구국총연맹을 결성했고, 대구 사수에 앞장섰던 조병옥 박사를 나는 지금도 ‘제2의 이순신 장군’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6·25를 회상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도 조병옥 박사다. 조병옥 박사의 말처럼, 그때 대구를 사수하지 못했다면, 낙동강방어전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전국학련구국대 대장으로 대구 사수의 일익을 담당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양근춘을 대장, 장충식(張忠植·전 단국대 총장)을 부대장으로 하는 전국학련구국대 경남지구대를 창설했다. 정일권 육군참모총장과 협의해 500여 명의 학도병을 육군정보국에서 복무할 수 있게 했다. 정옥재 등 400여 명의 학도병은 김성주(金聖柱) 전 서북청년단 위원장이 이끄는 호림(虎林)부대에 파견되어 안동지구에서 유격대로 활동했다.
당시 인민군 첩자들이 피란민 속에 섞여 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인민군은 소년병들을 피란민으로 위장해 침투시키기도 했다.
나는 특무대장(지금의 국군기무사령부) 한웅진(韓雄震) 중령 등과 논의해 이덕원·정진방·김진영·장석원·반병철 등 100여 명을 특무대에 파견했다. 이들은 떡장수나 오징어장수로 변장하고 피란민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 가운데 숨어 있는 인민군 첩자들을 색출했다.
전국학련 출신 학도의용군의 활약
나는 조병옥 박사에게 건의해 200여 명의 전국학련 동지들로 학도경찰대도 만들었다. 이들은 일주일간의 단기교육을 받은 후 후방치안요원으로 활약했고, 나중에는 지리산 공비토벌에도 참여해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다.
당시 전국학련 출신 학도의용군의 활약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용산학련 위원장 김수룡, 강원학련 위원장 박광근 등 40여 명은 미(美)제1기갑사단 특별수색대에 편입되어 활약했다. 당시 미군들은 한국인들의 이념성향을 잘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전국학련 출신 학도의용군은 전적으로 신뢰했다. 이들은 낙동강을 넘어 김천에까지 침투해 적의 부대배치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들이 정보를 수집해 오면 미공군기들이 출격해 적진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낙동강 남부전선에서는 호남 출신 학도의용군들이 활약했다. 전국학련 출신 정진권(鄭振權·전 합참의장), 장영식(張榮植·전 한국전력 사장), 장재식(張在植·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50여 명은 제5사단에 편입되어 순천·진주·마산 전투에 참전했다.
일본에서 2주간 훈련을 받고 돌아온 장충식·양경일·최봉재·장세호·김호진 등 500여 명은 미 제24사단에 편입되어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당시 일본 유학 중이던 용산학련 출신 안기백·이학구 등은 재일(在日)학도의용군이 되어 돌아와 미 제8사단 소속으로 낙동강전투에 참전했다.
이처럼 당시 낙동강전선을 지키던 부대에는 학도의용군이 없는 부대가 없었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구해낸 것이다.
대구방어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꿈에 참혹한 모습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아마도 그날이 아버지가 전주형무소에서 인민군에게 학살당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1950년 9월 15일, 맥아더 원수(元帥)가 이끄는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 낙동강방어선을 지키던 국군과 유엔군도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다. 9월 28일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탈환했다. 얼마 후 나는 전국학련 선발대로 서울로 돌아왔다. 석 달 만에 돌아온 서울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견지동에 있는 처가로 돌아갔더니 집 일부가 폭격으로 부서져 있었다. 부서진 집 한쪽에는 송장 같은 몰골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전남 벌교에 있을 줄 알았던 아내와 장모였다.
아내 일행은 대전에서 나와 헤어진 후 약속대로 전남 벌교로 내려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곳까지 인민군이 들어오자 “죽어도 서울 집에 가서 죽자”라는 생각으로 패물을 팔아 고생 끝에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인간의 목숨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때로는 어이없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질기게 살아남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아내와 장모는 그 전란 통을 헤치고 고생 끝에 서울 집으로 돌아와 나와 재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 집을 지키고 있던 장인은 폭격으로 집이 부서질 때 집 안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6·25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6·25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을 충동질해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공산집단은 아직도 전쟁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 국군포로와 민간인 납북자들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북한공산집단이 6·25에 대해 사죄하고,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는 한, 6·25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정권 10년 동안 공식적으로만 8억 달러가 김정일(金正日)에게 들어갔다. 그 돈으로 김정일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었다. 친북용공(親北容共)교육이 공공연히 행해졌고, 국가예산으로 친북용공세력을 지원했다. 이적(利敵)행위를 하는 국적(國賊)을 품에 안고 10년을 산 셈이다.
얼마 전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對北)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와 함께 6·25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제라도 젊은 세대에게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또 어떻게 지켜졌는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건국사와 6·25에 대한 올바른 교육 없이, 올바른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기 때문이다.⊙
<정리=裵振榮 月刊朝鮮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