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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전화 현황과 사용실태 보고서

北 주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변혁의 수단이 될 것인가?

  •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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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나 시위,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휴대폰은 유사시 사회변혁의 수단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 전역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정전이 되면 기지국은 축전지로 가동된다.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전화는 ‘북한판’ 재스민 혁명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 1995년 이동통신 사업 시작했으나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로 전면중단
⊙ 2008년 사업 再開… 현재 휴대전화 사용자 220만명
⊙ 김정은, 휴대전화 독자 모델 개발과 대중화 지시
⊙ 현재 북한 全域에 이동통신망 깔려 있고 통화품질은 남한과 비슷
⊙ 기관 간부들, 국가에서 지급받은 휴대폰 도청 우려해 私的 통화 꺼려
⊙ “2011년 국가안전보위부, 미국産 도청장비 구입했다”
김정은이 2013년 8월 11일 북한의 ‘5월 11일 공장’에서 아리랑폰을 손에 쥔 채 살펴보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 국내 북한 연구단체가 작성한 ‘북한 휴대전화 사용실태 및 대북진출 방안’ 보고서를 입수했다. A4 용지 48쪽 분량의 이 문건은 2013년 9월에 작성한 것으로, 국내 모(某) 통신회사의 의뢰를 받은 북한개혁연구원(이사장 김승철)이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보고서는 최근에 입국한 탈북자 41명과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 경험이 있는 남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손전화’로 불리는 북한의 휴대전화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면서 머지않아 북한의 질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북한의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의 현황과 정책, 휴대전화 사용실태 나아가 우리 기업(통신회사)의 대북(對北) 진출 방안까지 담고 있다.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로 사업 중단
 
  북한은 1995년 9월 나진 선봉 경제특구에서의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태국의 록슬리(Loxley) 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록슬리 그룹은 원만한 대북 진출을 위해 대만·핀란드의 통신회사와 연합해 ‘록슬리 퍼시픽(Loxley Pacific, 이하 록스팩)’을 설립했다. 록스팩은 1998년 북한 조선체신회사의 합영회사인 동북아전화통신회사(NEAT&T)와 함께 나선시(두만강 하구의 함경북도 최북단 항구도시)에 무선호출기 1500 회선, 휴대전화 500 회선을 설치·개통했다. 이것이 북한 최초의 휴대전화 서비스이다.
 
  록스팩은 북한 당국과 1995년부터 2022년까지 27년간 나선 지역의 이동통신사업권을 갖는 MOU를 체결했다. 록스팩은 2001년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기지국을 설치하면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 9월까지 북한 전역에 40여 개의 기지국을 설치, 평양을 포함한 각 도 소재지와 주요 도로를 따라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북한에 제공된 휴대전화 통신기술 방식은 유럽식 GSM 방식으로, 북한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칩을 사용했다.
 
  그러나 록스팩은 2003년 가입자 수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용자가 부족한 이유는 북한의 경제 사정에 비해 휴대전화 구입비 및 이용 요금이 상당히 높았고, 경제특구인 나선시의 활성화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도청(盜聽) 등을 의식한 이용자들이 중국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정보 유출을 우려한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불법 사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활동도 벌였다. 그럼에도 북한에서는 평양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4년 4월 용천역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사고를 계기로 북한 당국은 전국에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기관에 보급했던 휴대폰을 회수했다. 당시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기폭장치로부터 작동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휴대전화와 관련된 일체의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金正日, 보위부의 반대에도 이동통신 사업 추진
 
2008년 12월 평양에서 열린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개통식에 로두철 내각부총리, 류영섭 체신상, 투자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 이스마일 후세인 북한주재 이집트 대사 등이 참석해 서비스센터를 돌아보고 있다.
  2007년 1월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은 다시 논의됐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국가를 대상으로 고(高)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던 오라스콤은 대북 진출을 위해 북한 당국과 몇 가지 사안에 대해 협의했다. 북한 내 이동통신 독점사업권을 얻는 대신 4년간 4억 달러를 투자할 것과 금융·건설 분야로의 투자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북한은 외자(外資)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북한과 오라스콤의 MOU 체결은 양 당사자 간에 손익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오라스콤은 MOU 체결 이후 6개월 뒤인 2007년 7월, 북한의 시멘트 공장에 1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발표하는데 이는 북한에 이뤄진 민간투자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에 고무된 북한 당국은 2008년 1월 오라스콤이 향후 25년간 북한 이동통신 운영권을 갖는다는 협정을 맺었다.
 
  오라스콤은 2008년 5월 이동통신망 시험에 성공했고, 그해 12월 15일부터 본격적인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라스콤과 북한 통신회사가 내세운 휴대전화 서비스의 브랜드명은 고려링크(Koryolink)였고,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오라스콤 그룹의 자회사인 체오 테크놀로지(CHEO Technology)였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2009년 들어 북한의 휴대폰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2010년에는 휴대폰 보급이 활성화됐으며, 이듬해에는 지방까지 대중화됐다. 국가안전보위부 출신의 한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2009년 이동통신 운영 초기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일에게 신변안전과 정보유출 등을 우려해 주민들의 휴대폰 사용 중단을 요청했으나 김정일은 그대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2013년 7월 현재, 국경 지역을 포함한 북한 전 지역에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하다. 휴대폰 사용자는 2011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중학교 학생에서부터 지방의 일반 장사꾼들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됐다. 대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2013년 7월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22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북한 정부는 휴대전화 자체 생산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8월 1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직접 북한의 휴대전화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휴대전화 생산에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포치(지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停電 대비해 기지국에 3일간 사용가능한 축전지 설치
 
2010년 9월 평양의 한 공원에서 젊은 여성들이 길거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이 사용하는 이동통신 방식은 유럽의 GSM 방식으로 출발했지만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북한은 록스팩사(社)가 GSM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2000년 초, 우리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CDMA 방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1차 남북 정상(頂上)회담으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였고, 남한에서는 CDMA 기술이 개발·완료돼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2002년 들어 삼성, LG, KT 등 국내 통신사업자 및 통신장비 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과 협상했다. 그러나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측의 반대와 기술 로열티가 미국으로 지급되는 데 대한 북한 당국의 반감, 그리고 CDMA 방식이 GSM 방식보다 도청에 있어 불리하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 등 정치·군사적 상황과 맞물려 남북 간의 이동통신 사업 추진은 결국 중단됐다. 2004년까지 록스팩에 의한 GSM 방식의 휴대전화 서비스만이 제공됐다.
 
  현재 제공되는 휴대전화 주파수 대역과 기술 현황에 대해 오라스콤은 언급을 꺼리고 있다. 북한 당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기술을 3G 이동통신(W-CDMA)으로 밝히고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우리와 유사한 기술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화상 및 데이터 통신은 기술상 가능하지만 급격한 체제 변화에 대한 우려와 데이터 처리 설비 부족 등으로 음성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현재 북한의 이동통신망은 평양시와 지방의 군 단위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 기지국이 설치돼 있어 전국적인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 지역의 경우 고층건물을 포함 중계기가 2km 간격으로 설치돼 있으며, 휴대폰 통화 불가능 지역이 거의 없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평양-나진, 평양-혜산, 평양-신의주 등 주요 본선(本線)철도와 도로변을 따라 이동통신망(중계기)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본선을 오가는 여객열차에서도 험준한 산악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철로를 따라 통화가 가능하다. 외진 곳에서는 도로와 철도에서 2km 이상 벗어나면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
 
  북한의 이동통신망 기지국(중계기)은 북한의 전력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층인터뷰에 응한 탈북자들은 정전(停電)이 되더라도 휴대폰 통화는 가능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력난에 대비해 이동통신망이 중단되지 않도록 기지국에 3일간의 정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축전지를 설치해 놓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는 지하철이 운행 중인데 지하철 내부에는 통신망이 구축돼 있지 않다고 한다.
 
  현재 이동통신망 체계는 북한 전역(全域)에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한 단일망이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권력 핵심기관은 별도 휴대폰 통신망을 갖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휴대폰 통화 품질 나쁘지 않아
 
  탈북자·대북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한의 통화 품질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인터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휴대폰 통화 품질을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했으며 이동통신망의 품질은 남한의 통화 품질과 차이가 없다고 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지국, 통신망 등을 구축한 오라스콤의 기술력은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통화 품질도 기본적인 수준에는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휴대전화를 사용해 본 탈북자들에 의하면, 통화 품질은 지방 군(郡) 지역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끼리의 통화 품질에는 문제가 없으나 유선전화와의 통화에서는 일부 정전이나 기기 문제로 인한 품질저하 및 통화중단 현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선전화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할 경우 “회선이 고장입니다” “기계 고장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들리면서 통화가 안 되는데 이는 해당 지역의 체신소나 체신국의 교환기 설비가 정전으로 작동 불능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양시의 중화군, 상원군, 강남군, 강동군 등 보안이 요구되는 특정 지역에는 이동통신 기능이 제한된다고 한다. 타 지역에서 이곳 지역으로 통화를 시도할 경우 휴대폰 통화 감도가 떨어진다. 평양과 청진 등에 거주했던 한 탈북자는 “이동통신망 구축이 안 돼 있기보다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통신망 기능을 제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휴대전화 통화 시 가장 자주 느꼈던 불만사항은 수신감도 안테나가 제대로 뜨지 않는다, 통화 연결이 잘 안 된다, 통화 중 연결이 끊어진다, 소리가 뚝뚝 끊긴다, 통화 중 잡음이 있다, 통화 중 울림현상이 있다 등 다양했다. 이 중에서 ‘안테나가 뜨지 않음’이라는 응답이 77%로 가장 많았고, ‘통화 중 잡음’이라는 응답이 52%로 그 뒤를 이었다.
 
  북한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휴대폰 통화 중에 이상한 신호음이나 미세한 음질 변화가 있을 경우 보위부 사람들이 도청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청을 하는지 아니면 기지국 설비 불량으로 인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오랜 시간 도청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통화가 도청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심층인터뷰에서 탈북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경험상 아는 것인데 통화 도중에 공간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도청되는 것이다. 특히 공짜로 국가에서 받은 휴대폰에서 그런 현상이 많았다. 휴대폰 쓰는 사람들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독자 이동전화 단말기 개발 노려
 
휴대폰을 사용하는 평양의 젊은 여성. 럭셔리한 디자인의 가방과 외제차 아우디가 눈에 띈다. 2013년 8월 평양을 방문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관계자가 촬영했다.
  최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휴대전화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아리랑 손전화기’의 생산과정을 시찰했다. 북한은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을 위해 ‘체오 테크놀로지’ 산하에 새로운 공장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심층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탈북자는 북한에서 생산된 휴대폰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한 탈북자는 “모든 종류의 휴대폰을 다 써보았다. 북한이 생산했다는 휴대폰도 분해해 보면 각종 부품에 중국글자만 보인다.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하는 말은 다 거짓이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 탈북자들이 사용해 본 휴대폰의 제조국은 62%가 중국, 32%는 이집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탈북자는 한국산 휴대폰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3%). 휴대폰 대중화 초기에 북한 당국은 이집트와 합작해 휴대폰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은 이집트 제품일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휴대폰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중국산 휴대폰이 급속히 증가한 것과 관련해 한 심층인터뷰 응답자는 “북한의 체신성 고위간부들이 김정일에게 원가절감과 외화벌이 등의 이유로 중국산 휴대폰을 제조·반입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린 이후부터 중국산이 급속히 늘어났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이동통신 기지국이나 중계기 설비도 중국산 또는 러시아산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계기 설비를 직접 확인해 본 탈북자 최○○씨는 “기계 부품에 중국과 러시아 글자들이 찍혀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이동통신 설비는 이집트와 중국, 러시아 제품들이 지역적 특성에 맞게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휴대폰을 구입할 때 규정상 일정 제한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고 한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사용하는 화폐로는 중국 위안화(CNY)와 미국 달러가 동시에 쓰이고 있다. 북한 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휴대폰 구입 시 지불한 화폐로는 중국 위안화 51%, 미국 달러 39%, 북한 돈 10%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서의 휴대전화 구입과정은 평양과 지방이 다르며,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경우와 기관에서 보급받는 경우도 절차에 차이가 있다. 북한 주민들이 구입하는 휴대폰은 도입 초기여서인지 전체의 65%가 새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제품의 경우는 불법으로 장마당이나 개인으로부터 구입한다.
 
  휴대전화 구입 목적으로는 구매자의 80% 이상이 장사나 밀무역 등 개인적인 영리활동을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성능이 1순위였고 가격, 디자인이 그다음을 이었다.
 
 
  휴대전화 구입경로
 
북한 이동통신 등록신청서. 한 탈북자가 2011년 11월 양강도에서 탈출 직전 촬영했다. 신청일시, 서명란, SIM카드 번호(전화번호), IMEI번호(전화기 고유번호), 가입 일시, 허가자의 서명란 등이 보인다. 각주에는 ‘보안일군, 검찰일군들은 담당 보위원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 구입경로는 어떻게 될까.
 
  공식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평양의 국제통신국(지방은 지방분국)과 지방의 체신관리국이다. 물물교환 또는 지인에게서 휴대폰을 뇌물로 받는 경우도 있다. 시장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거나 밀무역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전화 구입 시 신청서류에 이름, 생년월일, 출생지, 현주소를 기재해야 하는데 특이하게도 혈액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전화 가격은 여전히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자는 “2001년 당시에는 최초 구입 비용이 1500달러에 달했고 지금도 몇백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이 휴대전화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체신소나 전신전화국에 가서 신청서를 얻어 관련 기관의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면 휴대폰을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휴대폰 판매 주관 기관인 체신관리국에 아는 인맥이 있는가, 뇌물을 제공했는가, 권력기관을 통했는가에 따라 휴대폰 구입기간은 최장 3개월에서 며칠로 줄어들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휴대폰 구입기간은 응답자의 37%가 60~90일 사이였고, 33%는 인맥과 뇌물을 주고 즉시 구입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2010년에 270달러를 주고 손전화기를 샀는데 전신전화국에 친구가 있어 그의 도움으로 한 달 만에 구입했다”며 “공민증(주민등록증), 근무확인서(재직증명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체신관리국의 직원들이 잉여 휴대폰을 갖고 있다가 수요자에게 비싸게 파는 것이다. 두 번째는 휴대전화 사용자들끼리 서로 사고파는 경우이며, 세 번째는 장마당이나 시장에서 장물(贓物)을 구입하는 경우다.
 
  북한 당국은 1인당 1개의 휴대폰만을 허용한다. 한번 휴대전화를 사게 되면 처음에 부여받은 번호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국경 지역에서 밀수, 브로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두 개씩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 관계에서 불리해지면 자신의 연락처를 숨기거나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들끼리 휴대전화를 사고팔 때 서로 약속하는 게 있다고 한다. 탈북자 김○○씨는 “중고로 구입한 휴대폰으로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휴대폰 전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장마당에서 사서 잘 모른다’고 답하는 게 하나의 문화처럼 돼 있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고 했다.
 
  장마당에서는 훔친 휴대전화를 암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심칩만 갈아끼우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휴대전화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휴대전화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 중에는 보위부원, 인민보안부원 가족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가격으로 휴대폰을 매입해 높은 가격에 되판다.
 
 
  간부들, 도청 우려해 휴대전화로 사적 통화 안 해
 
휴대전화 단말기 모델.
  일부 권력기관 종사자들은 국가로부터 공짜로 휴대전화를 받는다. 특히 당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의 책임간부와 국장, 부장급 간부들은 국가로부터 일괄 지급받는다. 이 경우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체신관리국에서 휴대전화를 배송해 준다.
 
  북한 간부들은 국가에서 지급된 휴대전화는 도청 가능성이 있어 사적(私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가에서 지급한 휴대전화는 한 달에 300분 통화, 문자 200개만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형태는 절반가량이 바(bar)형이다. 슬라이드형과 폴더형도 있다. 모델은 많지 않다. 가장 오래된 모델은 2001년 무렵 나온 T95로 한때 ‘퉁퉁이’라 불렸다. 모양이 퉁퉁하고 단단하며 신호 출력이 세고 고장이 적어 북한에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종이라고 한다. 터치폰은 2010년에 나온 최신 모델이며 F107 기종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이동통신 사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사업 초기 휴대전화의 과도한 확산을 우려했지만 휴대전화가 북한 재정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자 허용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북한 당국은 휴대전화 구매와 요금 결제를 모두 외화로 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조선체신성 산하 통신기업인 조선체신회사는 북한의 가장 유력한 외화벌이 창구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간부들 사이에 가장 선호하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휴대전화가 사회(주민) 통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당초의 우려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통해 거둬들이는 거액(巨額)의 외화(外貨)에 파묻혀 버렸다.
 
  북한의 휴대전화 통화요금은 북한 돈 1400원이며 한 달에 총 300분을 제공받는다. 추가로 사용할 경우 충전카드를 구입해 쓰는데 재충전 날짜는 매월 15일이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모델에 따라 월 사용료가 같다는 주장도 있고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자들, 즉 사업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주민들은 매월 제공되는 통화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충전카드를 사서 쓴다. 충전카드는 100%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데 10위안에서부터 100위안까지 다양하다. 충전카드에는 북한 원화가 적혀 있지만 실제 구매 시 위안화나 달러로 판매되며 이는 체신관리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북한 당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휴대폰 문자를 통해 사상교육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남한에서 온 대북사업자들에게는 하루 10건 이상의 휴대전화 문자로 ‘통지문’을 발송하고 있다고 한다.
 
 
  ‘나쁜 말 도청기’ 미국에서 들여와
 
휴대전화 충전카드 앞면과 뒷면.
  북한 당국은 비공식적으로 휴대폰 도청과 검열을 수행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도 이를 알고 있어 사전에 조심한다. 2011년 이후 휴대전화 사용자가 급증하고 휴대폰 통화량이 늘면서 검열이 어려워지자 통화 중 특정한 단어가 포함되지 않으면 도청돼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휴대폰만을 대상으로 한 검열은 실시하지 않는다. 대신 불시에 주택검열을 할 때 휴대전화도 같이 검열한다. 1111상무, 109상무 등 비(非)사회주의 현상을 통제하는 검열조직이 이 업무를 맡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외국음악, 남한음악, E-Book, 외국영화, 남한 드라마, 게임 등이 적발되면 휴대폰을 빼앗고 죄가 중(重)할 경우 구속한다. 길거리 또는 버스에서 휴대폰 벨소리를 외국음악이나 남한음악으로 해놓았다가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을 때 들은 자 중에 단속기관 요원이 있으면 바로 휴대폰을 압수한다. 하지만 뇌물을 주면 바로 돌려준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가 100% 도청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1년 국가안전보위부는 특정 번호에 대해 도청하거나 특정단어를 선택해 자동으로 녹음하는 장비를 미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국경 지역에서 중국을 오가며 사업했던 한 탈북자의 말이다.
 
  “남조선으로 튄다는 말만 하지 않으면 도청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밀무역 등 국제사업을 하는 장사꾼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보위부원들은 ‘야, 제발 남조선으로 넘어간다는 말만 하지 말라. 내가 네 뒤를 봐주고 있는데 남조선으로 튄다거나 탈북자를 넘기는 사업을 하다 잡히면 나도 큰일 난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다른 탈북자 허○○씨의 얘기다.
 
  “미국에서 ‘나쁜 말 도청기’라는 것이 들어왔다고 들었다. 도(道) 보위부에 있는 사람이 내게 알려줬다. 그런 기계가 들어왔으니 통화할 때 말을 가려서 하라고 했다. 만약 통화과정에 마약, 인신매매, 개새끼 등의 특정 단어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도청된다고 했다. 휴대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보위부원들이 직접 도청할 수 없으니까 그런 기계를 사용한다고 했다. 이런 도청기가 각 도 보위부마다 있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위부원은 휴대폰을 엿듣기 위해 중계소를 방문, 도청 대상 전화번호를 중계기에 입력하고 보위부의 도청장치와 연결한다. 이런 방식으로 특정인물에 대한 도청을 실시해 단서가 잡히면 집중감시 및 체포해 구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능력 소멸로 점진적 붕괴과정에 있는 북한
 
  현재 북한 김정은 정권은 회생능력이 보이질 않는다. 변화의 가능성도 스스로 차단한 상태이며 나름의 회생과 변화 발전을 추구하겠지만 종국에는 권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일정한 시점에 가면 지도자 교체 또는 급속한 변화, 나아가 급변사태(모든 형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정일 사후(死後) 권력을 잡은 김정은은 다양한 정치적 메시지와 정책 이벤트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내부 여건이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최근 들어 위락시설을 건설하고 전쟁예비식량을 풀어 식량난을 해결하는 것 등은 일시적 효과가 있겠지만 체제안정과 경제회생에 주는 효과는 미미하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북중(北中) 국경을 통한 정보·물자·문화의 유입과 외부 라디오 방송을 통한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과거처럼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와 충성심은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따라서 1인 독재 체제는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북한은 점진적 정권 붕괴과정에 있다. 대부분의 간부, 지식인 출신 탈북자들 그리고 최근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5년 이내에 소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정한 변화는 김정은 체제 이후에서나 가능하다.
 
  한 지식인 탈북자는 심층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블루오션이라 여겨지는 북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과 향후 전망, 북한 체제의 변화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북한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휴대폰 사용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집회나 시위,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휴대폰은 유사시 사회변혁의 수단이 될 것이다. 다행히 현재 북한 전역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정전이 되면 기지국은 축전지로 가동된다.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은 ‘북한판’ 재스민 혁명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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