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과 인터넷 포털

네이버는 親정부, 다음은 反정부로?

  • : 최경운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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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두 달여 뒤흔든 ‘쇠고기 파동’에서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광우병 논쟁을 장악한 인터넷 여론의 통로였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 없는 怪談과 일방적인 논리가 포털을 통해 확산증폭되면서 포털의 ‘언론 권력화’ 논쟁도 일고 있다.
아고라 알바 차단프로그램. 다음의 토론사이트인 아고라의 한 게시판에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글을 쓴 필자들의 아이디를 모아놓은, 이른바 ‘알바 리스트’가 잔뜩 떠 있다.
지난 4월 18일 타결된 韓美(한ㆍ미)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인터넷 포털’은 여론 확산의 주요한 통로가 됐다. 특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토론게시판 ‘아고라’(http://agora.media.daum.net)는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확산의 근거지였다. 이 때문에 진보 진영에선 다음 아고라를 ‘직접 민주주의의 聖地(성지)’라 불렀지만, 다른 한편에선 ‘디지털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다음이 쇠고기 파동에서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 가운데 포털 업계 1위인 네이버(Naver)는 ‘親(친)정부 포털’이란 공세를 받았다. 다음과 달리 광우병 논란이나 촛불시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편다는 게 공세의 근거가 됐다. 뉴스 서비스 편집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시달린 네이버는 결국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촛불로 상징되는 대중 에너지를 폭발시킨 다음 아고라와, 아고라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된 네이버. 쇠고기 파동에서 두 거대 포털 사이트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포털의 ‘언론 권력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쇠고기 파동에서 나타난 여론의 확산 속도는 엄청났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 보도한 MBC 이 방영된 지난 4월 29일을 기점으로 광우병에 대한 대중의 집단적 불안감은 1주일여 만에 극을 향해 치달았다. 불안감의 확산 및 증폭의 통로는 인터넷이었다. 특히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게시판은 광우병 논란 확산의 중심에 섰다.
 
  쇠고기 파동의 확산은 ‘인터넷 게시판 글?댓글?퍼 나르기’ 식의 인터넷 정보 확산 과정의 전형적인 과정을 밟았다. ‘아이디(ID)’로 표시되는 匿名(익명)의 發火者(발화자)들이 올린 게시글에 댓글을 붙이고 이 글을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 UCC, 인터넷방송, 이메일, 채팅,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각종 유무선 서비스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퍼뜨리는 구조였다.
 
  포털 업계 1위인 네이버의 가입자 수는 약 3200만 명, 아이디 숫자는 약 5000만 개이고, 다음은 아이디 숫자가 3800만 개에 달한다. 이들이 인터넷 댓글과 무한 복제 기능을 이용해 쉴 새 없이 퍼 나르고 여기에 이동전화 가입자 4426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500만 명인 한국의 IT 인프라가 가세하면 여론 전파의 신속성은 놀라울 정도가 된다.
 
  특히 새벽 두세 시에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인터넷 사이트에 무수히 많은 글들을 올려 대는 20~30대 네티즌들은 여론 동원의 戰士(전사)들이었다.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순식간에 50만~100만명을 동원하는 건 일도 아니다. 실제 촛불 시위가 심화되면서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연일 현 정부를 규탄하고 촛불시위 동참을 호소하는 격문이 초 단위로 올라왔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특히 다음 아고라가 쇠고기 파동에서 인터넷 여론의 거점이 된 이유로 다음이 구축해 온 플랫폼의 특성을 들고 있다. 다음이 그동안 아고라에 토론 게시판과 각종 이슈 請願(청원) 및 캠페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블로거 기자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포털 사용자인 개인을 미디어 플랫폼 내로 수용한 결과란 것이다.
 
  이는 다음이 검색 서비스 등 정보유통업에 치중한 네이버와 달리 일찌감치 ‘미디어’를 지향했다는 점과 연관돼 있다. 사이트 이름이 ‘미디어 다음’인 데서 알 수 있듯 다음은 사업 초기부터 미디어를 지향했다. 다음은 한때 자체적인 기자 인력도 운용했다. 다음 아고라도 기자 인력을 이끌던 石琮熏(석종훈) 현재의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가 2004년 12월 개설했다.
 
 
  인터넷의 여론 왜곡
 
  신문사 기자 출신인 석종훈 대표는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다음 아고라는 인터넷에 만든 (권력을 향한) 投石戰(투석전)의 공간”이라고 했다. 석 대표의 표현대로 다음은 ‘쇠고기 파동’이란 투석전의 멍석을 제대로 깐 셈이 됐다. 그러나 이번 투석전이 온전한 이성적 공론의 場(장)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온갖 괴담류의 루머와 악성 댓글, 일방적 논리가 난무하는 등 정보의 ‘非(비)검증성’ 문제 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선 무수히 많은 허위 사실이 떠돌았다. ‘미국인들도 풀 뜯어먹는 안전한 호주산 소를 수입해 먹는다’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도 오뎅·떡볶이 등을 통해 광우병에 걸린다’ ‘미국에선 소가 20개월이 넘으면 다 광우병에 걸린다’는 등의 허위 사실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증폭돼 ‘미국 소=미친 소=광우병 소’란 단순 도식으로 귀착됐다. 또 촛불 시위 과정에서 여대생이 전경의 군홧발에 걷어차이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 경찰의 과도한 진압 방식을 환기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대생 사망설, 성 폭행설’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여론을 들끓게 했다.
 
  검증 안 된 허위의 怪談(괴담)들이 퍼져 나간 데는 인터넷이 갖는 ‘익명성’과 ‘非(비)대면성’이 원인이 됐다. 정보의 편향성과 논쟁의 일방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캠코더와 노트북 컴퓨터, 무선 인터넷 시스템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촛불시위 현장 상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지만,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태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악성 괴담과 일부 전문적 시위 운동꾼에 대한 경계를 나타낸 기성언론의 보도는 인터넷상의 폭력적 선동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법적 영업 방해 선동과 조선·동아일보 사옥 및 기자에 대한 테러,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한 폭력도 인터넷상에서 정당화됐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포털과 방송이 상호 증폭 효과를 가져오면서 책임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誤譯(오역)왜곡 논란에 휩싸인 MBC 이다. 이 지난 4월 29일 미국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낸 이후 인터넷 포털은 광우병 괴담으로 도배가 됐고, 이를 통해 조성된 광우병에 대한 집단적 불안감은 다시 ‘여론’이란 이름으로 공중파를 탔다.
 
  이번 쇠고기 파동이 지난해 7월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을 때만 해도 미국 쇠고기 논란은 논리적 차원으로 진행됐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는 △韓牛(한우) 농가 생존권 보장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파의 반발 △질 좋은 쇠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권리가 맞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방송과 이에 대응한 일부 정치 성향의 인터넷 매체와 포털 커뮤니티의 선정적인 선전은 광우병 공포를 극대화시키면서 논리적 토론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지난 6월 26일 새벽에 촛불시위대가 광화문 조선일보사 건물 앞에 몰려와 신문사 현판을 떼내고 쓰레기와 오물을 버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 가능성
 
  지난 6월 말 인터넷 시장조사 업체인 메트릭스가 발표한 아고라 게시판 글 분석 결과는 ‘소수의 네티즌에 의한 여론 왜곡’ 가능성을 定量(정량)적 수치로 보여주었다. 4월 1일부터 6월 17일까지 아고라 게시판에 오른 글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명(ID 기준)이 2만 1810건의 글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으로, 1위는 3170개의 글을 썼고, 10위도 1561개의 글을 썼다. 또 조사대상 네티즌 6만 7626명 중 3.3%(2205명)가 올린 글이 전체 게시물의 50%(37만 3497건)를 차지했고, 10%(6763명)의 네티즌이 쓴 글은 전체의 71%(53만 365건)였다.
 
  하지만 이 분석을 둘러싸고도 인터넷의 여론 왜곡은 계속됐다. 메트릭스의 분석 결과에 대해 다음은 “상위 10명이 올린 글은 전체적인 게시판 분위기와 달리 대부분 親與(친여) 親(친)정부 성향”이라 반박했고, 이에 메트릭스는 “상위 10명 중 친여 성향은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7명은 反(반)정부 성향”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이 정리되기도 전에 다음 네티즌들 사이에선 “글 게재자 상위 10명이 모두 친정부 성향”이라는 근거 없는 내용이 퍼 나르기로 퍼져나갔다. 이게 인터넷이었다.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문어발식 ID 생성’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나 언론 사이트 등에서는 ‘제한적인 본인 확인제’가 시행 중이다.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본인 실명과 주민번호 확인을 먼저 거치도록 하는 것으로, 본인 확인만 거치면 실명이 아닌 ID로도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문제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하에서는 네티즌들이 거의 무제한으로 ID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盜用(도용)하거나 借名(차명) 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음은 일반 전화번호 인증 방식으로도 ID를 만들 수 있어 여러 사무실 전화를 이용해 얼마든지 복수의 ID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 ‘기사 편집권 포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에게 위촉장을 주고 있다.
  이렇게 생성된 수십 개의 ID를 번갈아 가며 사용해 포털 사이트에 도배 글을 올릴 경우 얼마든지 여론 조작이 가능하고 인터넷 검색 순위도 갈아치울 수 있다. 특히 인기 글을 결정하는 ‘찬성·반대’ 또는 ‘추천’을 표시할 때는 본인 실명 확인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인터넷의 여론 조성 메커니즘은 다음 아고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포털 업계의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 다음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점유율이나 순수 방문자수(UV) 등에선 여전히 다음을 압도하고 있지만 쇠고기 파동이 광우병 논란으로 심화된 4월 말부터 뉴스 부문 클릭수(PV·page view)에서 다음에 따라 잡혔다. 2003년 포털 업계 1위로 올라선 이후 처음이었다. 다음은 6월 시작페이지 설정자 수에서도 3월보다 198만 명이 늘어났고, 검색시장 점유율은 1.2%포인트 상승, ‘쇠고기 파동’의 特需(특수)를 누렸다.
 
  네이버는 또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친정부 포털’이라는 공세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네이버가 촛불시위를 생중계한 동영상 사이트 ‘아프리카(afreeca)’를 禁飭語(금칙어·포털상에서 검색 등에 사용할 수 없는 단어)로 정하면서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네이버는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네이버가 정치적 고려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순위를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는 공세가 집중됐다.
 
  네티즌 여론이 악화되자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崔輝永(최휘영) 사장은 지난 7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뉴스 서비스의 자체 편집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뉴스 편집권을 가짐으로써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편집권 포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포털 1위 업체의 ‘미디어 권력’ 포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네이버로선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란 게 인터넷 미디어 업계의 관측이다. 네이버나 다음은 그동안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종합뉴스 코너를 운용함으로써 네티즌을 포털로 집중시킨 만큼 뉴스 편집권은 주요한 사업 무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 업체인 다음은 미디어를 지향함으로써 초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뉴스 편집 권한은 인터넷 기업인 포털의 영향력 및 기업 이익 방어 차원에서 큰 무기였다”며 “언론 권력을 일정 부분 포기할 정도로 향후 사업 과정에서 ‘언론 권력화’ 논쟁이 부담스럽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포털 ‘언론 권력화’ 논쟁
 
지난 7월 8일 한겨레 신문사 주최로 열린 “촛불 세상을 바꾸다. 웹에서 광장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이 쇠고기 파동과 인터넷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이 ‘여론 왜곡’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란과 네이버의 ‘기사 편집권 포기’ 선언은 포털의 ‘언론 권력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포털이 그동안 거대 인터넷 언론사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언론으로서 져야 할 법적·사회적 책임에서는 비켜 서 있는 모순적 상황을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의 법적 지위와 의무를 규정한 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등으로, 이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는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자’다. 반면 신문법 등 언론 관계법에서 포털에 관한 규정은 없다.
 
  포털은 신문법 등에서 언론매체로 규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각종 명예훼손 소송에서 免責(면책)을 주장해 왔다. “언론매체가 제공한 기사에 의존하여 게재하는 정보 유통의 통로일 뿐 언론사가 아니므로 내용 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일부 명예훼손 소송에서 포털의 언론 기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서울고법 민사13부는 田麗玉(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포털이 언론의 핵심 기능인 취재·편집·배포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언론 매체에 해당한다며 NHN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에서 “포털 사이트는 기사에 댓글 공간을 마련해 기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때로는 기사의 내용을 넘어서는 정보교환 또는 여론형성을 유도하고 있고, 기존 어떤 매체보다 월등한 배포 기능을 갖추고 있다”면서 손해배상액도 1심보다 두 배로 올렸다. 포털이 자신들은 정보의 유통 통로에 불과하고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며 삭제 조치를 미뤄 왔던 ‘광고주 공격 운동’ 게시글에 대해서도 최근 방송통신심의위는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며 위법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미디어 업계에서도 포털을 향한 비판적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프리존뉴스, 빅뉴스 등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변희재 정책위원장은 “네이버나 다음은 뉴스 서비스 사업을 통해 언론 역할을 해왔고 미디어 다음은 차라리 거대한 ‘정치 웹진(webzine·인터넷 등 웹을 기반으로 한 잡지)’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거대 포털의 힘은 인터넷 검색 시장뿐 아니라 뉴스 등 인터넷 여론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검색 시장 점유율에서 70~80%를 넘는 네이버와 다음이 가진 언론 기능은 또 다른 형태의 뉴스 독점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막강한 언론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언론이 져야 할 법적·사회적 책임은 거의 지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기형적 권력으로 군림해 온 것입니다.”
 
 
  “포털은 특정 의견 죽일 수 있어”
 
이재웅 다음 최대주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이씨는 현재 다음 경영에서 물러나 자회사인 라이코스 대표를 맡고 있다.
  변 위원장은 네이버의 뉴스 편집권 포기 결정에 대해 “거대 포털에 미디어 기능은 뉴스 콘텐츠를 통한 막대한 수익뿐 아니라 여론 형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自社(자사)의 이익을 방어하는 위기 관리의 핵심 수단이었다”며 “그럼에도 네이버가 이를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여론 앞에서 결국 백기를 든 것”이라고 했다. 변 위원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변희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포털을 언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당연히 언론이지요. 미국의 검색 사이트 구글에 대해 누가 左右(좌우) 논쟁을 벌입니까? 하지만 우린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마치 네이버는 친우파, 다음은 친좌파 포털인 것처럼 공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두 포털이 미디어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털 측은 정보 유통 통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가 네이버나 다음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가정합시다. 그 이야기를 포털 뉴스 팀에서 어떤 자리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묻혀 버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기사배치 등 편집권을 무기로 자사의 이익에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기사는 얼마든지 死藏(사장)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언론이나 대중에 민감한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정치인들도 포털을 두려워하는 상황에 온 것입니다. 신문법이나 저작권법에 포털의 문제를 포함시키는 법제화가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흔히 기성 언론에 대해 재벌이 언론사를 소유하면 안 된다는 비판을 해왔는데, 인터넷 시장에서 재벌 격인 포털은 언론까지 거머쥐고도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입니다.”
 
  ―포털이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기성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은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등에 따라 자사의 보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는 類似(유사) 언론 기능을 하면서도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양산되는 허위 정보와 이의 무분별한 확산,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명예 훼손 및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에 대해 그동안 법적·사회적책임을 회피해 왔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 언론단체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48개 진보단체가 모인 ‘2007년 대선미디어연대’는 작년 大選(대선) 전 13대 미디어 개혁 과제를 발표하면서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무강화를 위한 법제화’를 요구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당시 “포털의 여론콘텐츠 시장에서의 독주가 가속화되고 있고 ‘미디어 생태계의 파괴자’라는 혹평도 제기된다”며 “포털은 실질적인 언론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장치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포털이 뉴스와 콘텐츠에 대한 편집권을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여론을 의도적으로 형성하거나 조작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포털의 미디어 권력화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진보 인터넷 매체 양측에서)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설명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기존 미디어의 질서나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미디어 수용자의 의식은 상당히 변했다고 봅니다.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 나타난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은 수용자들이 기존 미디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이런 인터넷 전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가능해진 것이지요.
 
  그렇지만 포털의 (언론 기능이) 대단히 기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의 경우 기성 언론사들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할 때 우리처럼 뉴스 전문을 공급하거나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가기도 전에 포털에 기사가 뜨게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지고 있는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 독립성 등 최소한의 룰은 필요합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포털 미디어가) 정치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 논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포털 권력화 논쟁 솔직해져야”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네이버를 설립한 이 의장은 삼성SDS 사내 벤처로 출발해 네이버를 포털 업계 1위 업체로 올려놓았다.
  이 회장은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 포털 측이 ‘포털 규제론’이라고 반발하는 것과 관련, “포털 규제론에 정치적 의도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포털 측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포털이 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법제화의 필요성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설명이다.
 
  “저는 학자나 포털, 언론, 정치세력이 포털 (언론 여부) 논란에서 솔직하지 못하다고 봐요. 포털은 분명히 언론이고 편집을 하고 있어요. 그걸 포털이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언론으로서 公的(공적)인 책무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든 다음이든 생리적으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언론에 부과되는 사회적 공익 보호, 책임성, 취재원 보호, 논조를 (공식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정치 세력 간 이해관계 때문에 ‘포털 규제론’에 대한 합리적 논의가 어렵지 않을까요.
 
  “정치적 입장이나 기성 언론사 논조에 따라 포털은 언론이므로 사회적 책무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대로 이런 조치는 인터넷 여론을 축소시킬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쪽 다 조금씩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명하게, 그리고 단계적으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사실 집권층에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인터넷 미디어 여론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고 반대 진영에서는 인터넷 공간마저 위축되면 어떤 무기로 싸울지 고민하지 않겠습니까? 일부 진보매체가 포털, 특히 다음 아고라 여론에 관해 긍정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네이버·다음 등 거대 포털의 인터넷 시장 독과점 구조는 저작권 문제로도 옮아 가고 있다. 인터넷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공룡 포털’의 저작권 침해로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실제 IT 콘텐츠 시장의 소비자 절대 다수가 인터넷으로 이동해 있고 그중 상당부분이 거대 포털에 넘어간 상황에서 영화·드라마·음악·미디어 등을 생산하는 중소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CP·Contents Provider)들은 이미 枯死(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2004~2005년에 인터넷에서 영화정보 사이트가 활기를 띠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포털이 영화정보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다른 중소 사이트를 완전히 죽여 버렸기 때문”이라며 “포털의 독과점 구조는 저작권 침해 문제와 겹치면서 특정 인터넷 시장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음반·만화 등 각종 저작권 협회들도 포털 사이트에 대한 줄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여론의 역풍도 거세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 등 IT 전문가들도 ‘공룡 포털’이 한국의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미디어협회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이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포털의 저작권 침해가 계속될 경우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살 길이 없다”며 “코스닥 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제3지대 인터넷 벤처들이 고사하는 원인 중 하나가 거대 포털”이라고 했다.
 
 
  “포털도 정치적 고려 시작”
 
  포털의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쇠고기 파동은 오히려 포털에 위기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5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네이버로선 뜻밖의 ‘친정부 포털’ 논란에 휘말렸고,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포털의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 문제와 저작권 침해 규제 등 ‘포털 규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대응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2~3년간 대외협력부서를 강화하며 위기 요소 관리에 힘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터넷 미디어 관계자는 “네이버는 기자 출신을 영입해 국회나 업무 관련 정부 부처 등의 입법 및 정책 방향을 탐색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노력을 했다”며 “최휘영 사장도 포털 관련 법제화 문제에 대해 국회에 가서 의원들도 만나는 등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했다.
 
  인터넷 업계에선 네이버에 비해 다음은 상대적으로 이 같은 의견개진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서비스 및 미디어 사업 전략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는 정치적 당파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전략을 펴왔다면 다음은 오히려 미디어 기능에 주력해 왔다”면서 “이런 차이는 네이버는 인터넷 정보 유통기업을 지향하고 다음은 미디어 기업을 추구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일련의 상황을 근거로 다음의 정치적 행보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파동에 따른 청와대 비서진 인사 쇄신 과정에서 金喆均(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담당 부사장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에 영입했다. 또 지난 7월 2일 석종훈 다음 대표가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 민간위원에 임명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관계자는 “청와대는 김 비서관 인선 배경으로 인터넷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지만 김 비서관이 다음에서 대외협력 파트를 맡아 왔다는 점에서 정부와 다음 간의 모종의 타협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쇠고기 파동에서 ‘안티 이명박’의 진원지가 된 다음을 어느 정도 통제하려는 정부와 인터넷 포털 관련 법제화 과정에서 자사의 이익을 방어해야 할 다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지난 6월 27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로 우리 사회 민주화에 긍정적 기여를 해 왔지만 제대로 된 법과 제도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지나치게 자유로운 상태에서 부정적 영향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사회적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에 포털을 포함시키는 문제와 포털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등과 관련한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IPTV 사업권자 선정 등 향후 포털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일정이 잇따르면서 이를 둘러싼 포털들의 대응도 거세질 전망이다.●
 
 

  ▣ 네이버와 다음
 
  네이버는 검색기능, 다음은 미디어 기능
 
  2002년 다음을 제친 이후 인터넷 포털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네이버는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11조 원대까지 올라갔다가 7월 현재 8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9200억 원에 달한다. 1997년 李海珍(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이 주축이 돼 삼성SDS의 社內(사내) 벤처 1호로 출발해 1999년 자본금 5억 원의 독자 회사로 설립한 지 9년 만이다. 회사 설립 4년 만인 2003년 이후 야후와 다음을 제치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0년 한게임과 합병해 2001년 사명을 NHN으로 변경했고, 주로 검색기능에 중점을 둬 왔다.
 
  포털 2위인 다음은 네이버에 1등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한국 인터넷의 절대 강자였다. 1995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박사과정에 다니던 李載雄(이재웅) 現(현) 다음 최대 주주가 설립했다. 그는 현재 경영에서 물러나 子(자)회사인 라이코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업 초기 메일과 카페로 출발한 다음은 미디어 기능을 지향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연락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인 다음 ‘카페’가 이재웅 씨의 히트상품이고, 한때 ‘미디어’를 지향하여 자체적으로 기자를 채용하고 ‘미디어 다음’이라는 온라인 언론도 만들었다. 시가총액 8300억 원대의 우량 인터넷 기업이다.
 
  이해진 의장과 이재웅 씨는 86학번으로 이해진 의장은 상문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고, 이재웅 씨는 영동고,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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