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증, 칼슘·비타민D 복용이 예방에 도움… 베개 높게 베는 것이 좋아”
⊙ “메니에르증후군, 항히스타민제·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치료”
⊙ “전정신경염 환자들, 어지럽기 전 2주 터울 사이에 감기, 급성 바이러스 감염”
⊙ “메니에르증후군, 항히스타민제·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치료”
⊙ “전정신경염 환자들, 어지럽기 전 2주 터울 사이에 감기, 급성 바이러스 감염”
- 사진=게티이미지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병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순간적으로 고통이 너무 심해서 괴로워하는 병이 있다. 이비인후과 질환인 이석증, 메니에르증후군, 전정신경염이 그것이다. 이들 질병은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원인, 치료, 재발률 등이 판이하다.
노화가 원인, 40대 이상에서 발병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귀의 고막 뒤에 있는 3개의 뼈를 지나,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있습니다. 달팽이관 옆에 세반고리관(전정기관)이 있는데 회전 감각을 느끼기 위해 있고,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기관입니다. ‘귀의 돌’인 이석은 분필가루와 성분이 같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크기는 1~30㎛로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늘고 작은데 한쪽 귀에 20만 개 정도 있습니다. 이석은 전정기관 중 세반고리관과 달팽이관 사이에 있는 구형낭과 난형낭의 바닥에 붙어 있어요. 이석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 이석증입니다.”
― 이석은 왜 떨어지는 겁니까.
“이석은 물보다 비중이 무거워서 사람이 뒤로 기울면 이석도 기울고, 앞으로 쏠리면 이석도 앞으로 쏠리는 관성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입니다. 머리가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거나, 노화로 인해 이들이 떨어져 회전성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굴러다니면서 세반고리관을 자극하면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 이석이 20만 개라는데 이 중 한 개만 떨어져도 이석증이 생기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고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정확히 얼마 정도의 중량이 떨어졌을 때 이석증이 발병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석이 왜 떨어지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소아가 이석증에 걸리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며, 통상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한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노화와 연관이 있다. 이석증은 일종의 석회 성분인 이석이 부서져 질환이 생기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석이 약해져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뇌로 인한 어지럼증은 말이 어눌해져
이석증의 증상은 급성 어지럼증이다. 어지럼증이 지속하는 시간은 1~2분 이내다. 만일 20분 이상 어지럼증이 계속되면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 어지럼증과 함께 멀미, 식은땀, 변의, 요의, 구역질, 구토 등 동반 증상이 나타난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지럼증뿐 아니라 위장관 증상이 함께 오기 때문에 환자들이 굉장히 괴로워한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물론이고 자율신경계 이상이 동반되면서 멀미와 비슷한 오심(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돼 참기 어렵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가 말한 바로는 이석이 빠지는 세반고리관은 상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후반고리관의 3개로 구성돼 있다. 보통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때문에 이석증의 60~90%는 후반고리관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이 있으면 신경을 관장하는 뇌의 문제 혹은 평형기관을 관장하는 귀의 문제다. 하지만 둘의 증상은 확연히 다르다.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어지럼증이 오랫동안 지속했는지 갑자기 생겼는지를 봐야 합니다. 귀에서 발생한 어지럼증은 급성인 경우가 많고, 뇌에서 오는 어지럼증은 이보다 오래 지속된 경우가 많습니다. 뇌경색, 뇌출혈도 어지럼증 증상을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얼굴 감각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삼키는 것이 안 되는 증상을 보입니다. 뇌의 병변 증상과 귀로 인한 병변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 이석증으로 인해 귀가 안 들리거나 청각 이상이 올 수 있나요.
“이명이나 난청 등 다른 청각 증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석증은 주로 움직일 때, 새벽 시간에 빙글빙글 도는 증상이 있고, 누워 있으면 괜찮다가 어지럽기를 반복합니다.”
눈 검사로 이석증 진단
귀에 생긴 질환이지만 이석증의 여부는 안진(눈의 변화 검사)을 통해서 한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말이다.
“어지러운데 왜 눈 검사를 하느냐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석증은 눈 검사를 통해 진단하죠. ‘평형기관의 창’인 눈은 이석증에 걸리면 눈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석증이 회전성 어지럼증을 느끼는 질병이기 때문에, 눈도 착각해서 막 튑니다. 안진 검사를 통해 이석이 어느 반고리관에 빠져 있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어느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으며, 이석이 움직이는 상태인지 팽대부릉에 붙어 있는지에 따라 검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석증에 걸리면 반드시 전문의의 판단하에 이석증을 진단, 치료해야 합니다.”
― 이석증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병인가요.
“이석증은 악성이 아닌 양성이라 기본적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석이 녹아 없어지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명확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에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증상이 없어지기에 이석치환술로 치료합니다. 이석이 세반고리관의 어느 부분에 빠졌는지 특성을 파악하고 물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이석을 되돌려놓습니다. 이 경우 한 번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여러 차례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구토를 경감시키기 위해 멀미약과 비슷한 성분의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구토가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수액을 맞는 것도 추천합니다.”
― 예방법이 있나요?
“현실적으로 머리의 충격을 피하는 방법 외에 없습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베개를 높게 베는 것을 추천하고,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석증이 왔을 때는 어지럼증으로 인해 몸의 균형이 무너져 낙상에 의한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누워서 가만히 있거나, 주변의 물체를 붙들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급성 회전성 어지럼증은 대개 1~2분 내로 멈춥니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말한 바로는 이석증을 그대로 놔둘 경우 1개월 이내에 완치율은 후반고리관 64%, 측반고리관 89%(2005년 조사 결과)라고 한다. 평균 완치 기간은 후반고리관 39일, 측반고리관 16일 정도다.
메니에르증후군은 청각 증상 동반
똑같이 어지럽지만 메니에르증후군은 이석증과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메니에르증후군은 내이(inner ear·속귀)기관의 질환으로, 내이란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과 전정기관으로 나뉩니다. 내이기관 안의 액체 중 내림프액이 많아지고 압력이 높아지면서, 청각과 전정기관에 연관된 증상이 발현되게 됩니다. 메니에르증후군의 경우에는 자세에 따라 어지럼증이 심해지거나 발생하기보다는 어지럼증이 계속 유지되고 어지럼증의 강도와 증상 또한 다양합니다. 난청이나 이명, 귀 먹먹함 등 다양한 청각 증상을 동반합니다.”
― 메니에르증후군 진단은 어떻게 합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안진(눈 검사)을 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임상증상을 통해 판단합니다. 두 번 이상의 20분~12시간가량 지속하는 어지럼증이 발생하면서 변화하는 귀의 증상이 있는 경우(이명·이충만감·난청 등), 다른 전정질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가능성 큰 메니에르증후군(probable Meniere’s disease)으로 진단하며, 청력검사에서 중저음 난청이 확인되는 경우 명확한 메니에르증후군(definite Meniere’s disease)으로 진단합니다.”
적절히 치료 안 하면 난청과 전정기관 장애 올 수도
― 메니에르증후군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이석증처럼 물리적인 요법을 시행하기보다는 약을 통해 치료합니다. 이뇨제 및 베타히스티딘과 같은 항히스타민제가 많은 경우 사용되며, 난청이 동반된 경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및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이석증에서와 같이 어지럼증을 경감할 수 있는 약을 같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증상의 정도와 재발의 빈도에 따라 이외에도 수술적 치료 및 다른 약물의 고실내 주입술 등을 고려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하게 됩니다.”
― 메니에르증후군을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 생기는 후속 질환이 있습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난청을 동반한다는 점 때문에 방치할 경우 청력과 전정 기능이 점차 안 좋아진다는 문제가 있어서 반드시 위험인자를 교정하고 약물을 통해 치료해야 합니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난청과 전정 기능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기에 증상 발생 시 반드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죠. 무엇보다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일상생활에서 생활습관 관리를 해야 합니다.”
전정신경염은 감기 앓고 난 뒤 생겨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전정신경염에 대해 들었다.
“내이에는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으며, 여기서 수집된 평형감각의 정보는 전정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전정신경염은 이 전정신경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생기는 질환입니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차적 구심성 신경 또는 전정신경절의 직접 변성이나 전정동맥의 허혈(귀로 가는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것) 등으로 추정합니다.”
― 어지럼증 증상은 이석증, 메니에르와 똑같죠?
“전정신경염은 심한 어지럼증과 오심, 구토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수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석증은 주로 움직일 때 생기지만 전정신경염은 가만히 있어도 계속 어지럽기에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 전정신경염의 진단도 눈을 보고 합니까.
“눈으로 진단하는데 전정신경염 환자들에게는 전형적인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어지럽기 전 2주 터울 사이에 감기를 앓았거나, 급성 바이러스 감염 병력이 있습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걸을 때 몸이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환자 본인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기 때문에 전정신경염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MRI 검사로 정확히 진단합니다.”
― 전정신경염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항바이러스제를 쓰는 것이 도움 된다, 안 된다’는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증상 치료를 잘해야 하는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조기에 쓰면 호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환자가 탈수되지 않기 위해서 애씁니다. 전정신경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병입니다. 왜냐하면 한쪽 귀의 기능이 떨어져도 반대쪽에서 뇌가 보상 작용을 일으키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뭔가 결핍이 있는 곳 다른 쪽에서 보상으로 균형을 잡아준다는 개념입니다. 한쪽에 전정신경염이 오면 균형 잡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대쪽에서 도와줍니다. 이 외에 재활운동을 해야 합니다.”
― 귀가 아픈데 운동을 하나요?
“맞춤전정재활용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부신피질치료, 맞춤형 전정염 재활운동을 해야 합니다.”
전정신경염은 재발 거의 없어
문제는 이석증과 메니에르는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다. 전정신경염은 그렇지 않다.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정신경염은 재발이 드물다. 똑같은 증상이 생기면 다른 병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으로는 이석증 재발 환자 중 60%가 6개월 내로 재발하고, 5년 내로 20%가 재발한다. 특히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 생긴 이석증은 재발을 잘하고 예후가 좋지 않다. 물리적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는 이석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치료가 안 되는 이석증의 기간은 통상 1년으로 본다. 드물지만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얘기다.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입니다. 이석증은 이석이 약해져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머리에 충격을 주는 운동이나 행위를 피해야 합니다. 또 이석이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비타민D를 복용하면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 메니에르증후군도 재발을 하나요.
“생활습관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잦은 재발 및 관리가 미흡한 경우 영구적인 청각, 전정 기능의 손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환을 관리하고, 증상이 있을 시 치료를 그때그때 바로 받아야 하고 계속해서 관리해나가야 하는 질환입니다. 메니에르증후군은 내이의 압력이 높아져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저염식이 좋으며, 무리한 활동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술, 담배, 커피는 좋지 않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니에르증후군, 염분 섭취 조절 필요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메니에르는 물을 많이 마시고, 염분 섭취 조절을 해야 합니다. 특히 메니에르증후군은 수면의 질(質)이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양질의 공간에서의 수면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석증은 두부 외상을 조심해야 하며,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재발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골다공증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치성 이석증은 3개월~1년 가까이 이석증이 지속되는 경우인데 흔치 않지만 종종 일어납니다.”
한 번 이석증을 경험한 환자들은 재발했을 때 스스로 ‘이석증’이라고 판단하고,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하다고 의료진은 경고한다. 어지럼증 자체는 같지만, 다른 질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얘기다.
“이석증과 메니에르 모두 자체로도 힘들고 중요한 질환이지만, 같은 증상이 재발하였다고 하여 꼭 같은 질환이지는 않습니다.”
― 증상이 비슷해도 다른 질병일 수 있군요.
“네. 다른 질환들이 동반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당 질환이 뇌 쪽에서 유발된 경우 굉장히 위험할 수 있기에 미리 처방받아놓은 어지럼증을 경감하는 비상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노화가 원인, 40대 이상에서 발병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귀의 고막 뒤에 있는 3개의 뼈를 지나,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있습니다. 달팽이관 옆에 세반고리관(전정기관)이 있는데 회전 감각을 느끼기 위해 있고,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기관입니다. ‘귀의 돌’인 이석은 분필가루와 성분이 같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크기는 1~30㎛로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늘고 작은데 한쪽 귀에 20만 개 정도 있습니다. 이석은 전정기관 중 세반고리관과 달팽이관 사이에 있는 구형낭과 난형낭의 바닥에 붙어 있어요. 이석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 이석증입니다.”
― 이석은 왜 떨어지는 겁니까.
“이석은 물보다 비중이 무거워서 사람이 뒤로 기울면 이석도 기울고, 앞으로 쏠리면 이석도 앞으로 쏠리는 관성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입니다. 머리가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거나, 노화로 인해 이들이 떨어져 회전성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굴러다니면서 세반고리관을 자극하면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 이석이 20만 개라는데 이 중 한 개만 떨어져도 이석증이 생기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고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정확히 얼마 정도의 중량이 떨어졌을 때 이석증이 발병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석이 왜 떨어지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소아가 이석증에 걸리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며, 통상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한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노화와 연관이 있다. 이석증은 일종의 석회 성분인 이석이 부서져 질환이 생기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석이 약해져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뇌로 인한 어지럼증은 말이 어눌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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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지럼증뿐 아니라 위장관 증상이 함께 오기 때문에 환자들이 굉장히 괴로워한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물론이고 자율신경계 이상이 동반되면서 멀미와 비슷한 오심(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돼 참기 어렵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가 말한 바로는 이석이 빠지는 세반고리관은 상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후반고리관의 3개로 구성돼 있다. 보통 사람들이 누워서 자기 때문에 이석증의 60~90%는 후반고리관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이 있으면 신경을 관장하는 뇌의 문제 혹은 평형기관을 관장하는 귀의 문제다. 하지만 둘의 증상은 확연히 다르다.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어지럼증이 오랫동안 지속했는지 갑자기 생겼는지를 봐야 합니다. 귀에서 발생한 어지럼증은 급성인 경우가 많고, 뇌에서 오는 어지럼증은 이보다 오래 지속된 경우가 많습니다. 뇌경색, 뇌출혈도 어지럼증 증상을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얼굴 감각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삼키는 것이 안 되는 증상을 보입니다. 뇌의 병변 증상과 귀로 인한 병변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 이석증으로 인해 귀가 안 들리거나 청각 이상이 올 수 있나요.
“이명이나 난청 등 다른 청각 증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석증은 주로 움직일 때, 새벽 시간에 빙글빙글 도는 증상이 있고, 누워 있으면 괜찮다가 어지럽기를 반복합니다.”
눈 검사로 이석증 진단
귀에 생긴 질환이지만 이석증의 여부는 안진(눈의 변화 검사)을 통해서 한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말이다.
“어지러운데 왜 눈 검사를 하느냐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석증은 눈 검사를 통해 진단하죠. ‘평형기관의 창’인 눈은 이석증에 걸리면 눈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석증이 회전성 어지럼증을 느끼는 질병이기 때문에, 눈도 착각해서 막 튑니다. 안진 검사를 통해 이석이 어느 반고리관에 빠져 있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어느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으며, 이석이 움직이는 상태인지 팽대부릉에 붙어 있는지에 따라 검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석증에 걸리면 반드시 전문의의 판단하에 이석증을 진단, 치료해야 합니다.”
― 이석증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병인가요.
“이석증은 악성이 아닌 양성이라 기본적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석이 녹아 없어지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명확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에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증상이 없어지기에 이석치환술로 치료합니다. 이석이 세반고리관의 어느 부분에 빠졌는지 특성을 파악하고 물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이석을 되돌려놓습니다. 이 경우 한 번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여러 차례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구토를 경감시키기 위해 멀미약과 비슷한 성분의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구토가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수액을 맞는 것도 추천합니다.”
― 예방법이 있나요?
“현실적으로 머리의 충격을 피하는 방법 외에 없습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베개를 높게 베는 것을 추천하고,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석증이 왔을 때는 어지럼증으로 인해 몸의 균형이 무너져 낙상에 의한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누워서 가만히 있거나, 주변의 물체를 붙들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급성 회전성 어지럼증은 대개 1~2분 내로 멈춥니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말한 바로는 이석증을 그대로 놔둘 경우 1개월 이내에 완치율은 후반고리관 64%, 측반고리관 89%(2005년 조사 결과)라고 한다. 평균 완치 기간은 후반고리관 39일, 측반고리관 16일 정도다.
메니에르증후군은 청각 증상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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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메니에르증후군은 내이(inner ear·속귀)기관의 질환으로, 내이란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과 전정기관으로 나뉩니다. 내이기관 안의 액체 중 내림프액이 많아지고 압력이 높아지면서, 청각과 전정기관에 연관된 증상이 발현되게 됩니다. 메니에르증후군의 경우에는 자세에 따라 어지럼증이 심해지거나 발생하기보다는 어지럼증이 계속 유지되고 어지럼증의 강도와 증상 또한 다양합니다. 난청이나 이명, 귀 먹먹함 등 다양한 청각 증상을 동반합니다.”
― 메니에르증후군 진단은 어떻게 합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안진(눈 검사)을 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임상증상을 통해 판단합니다. 두 번 이상의 20분~12시간가량 지속하는 어지럼증이 발생하면서 변화하는 귀의 증상이 있는 경우(이명·이충만감·난청 등), 다른 전정질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가능성 큰 메니에르증후군(probable Meniere’s disease)으로 진단하며, 청력검사에서 중저음 난청이 확인되는 경우 명확한 메니에르증후군(definite Meniere’s disease)으로 진단합니다.”
적절히 치료 안 하면 난청과 전정기관 장애 올 수도
― 메니에르증후군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이석증처럼 물리적인 요법을 시행하기보다는 약을 통해 치료합니다. 이뇨제 및 베타히스티딘과 같은 항히스타민제가 많은 경우 사용되며, 난청이 동반된 경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및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이석증에서와 같이 어지럼증을 경감할 수 있는 약을 같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증상의 정도와 재발의 빈도에 따라 이외에도 수술적 치료 및 다른 약물의 고실내 주입술 등을 고려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하게 됩니다.”
― 메니에르증후군을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 생기는 후속 질환이 있습니까.
“메니에르증후군은 난청을 동반한다는 점 때문에 방치할 경우 청력과 전정 기능이 점차 안 좋아진다는 문제가 있어서 반드시 위험인자를 교정하고 약물을 통해 치료해야 합니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난청과 전정 기능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기에 증상 발생 시 반드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죠. 무엇보다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일상생활에서 생활습관 관리를 해야 합니다.”
전정신경염은 감기 앓고 난 뒤 생겨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전정신경염에 대해 들었다.
“내이에는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으며, 여기서 수집된 평형감각의 정보는 전정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전정신경염은 이 전정신경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생기는 질환입니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차적 구심성 신경 또는 전정신경절의 직접 변성이나 전정동맥의 허혈(귀로 가는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것) 등으로 추정합니다.”
― 어지럼증 증상은 이석증, 메니에르와 똑같죠?
“전정신경염은 심한 어지럼증과 오심, 구토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수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석증은 주로 움직일 때 생기지만 전정신경염은 가만히 있어도 계속 어지럽기에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 전정신경염의 진단도 눈을 보고 합니까.
“눈으로 진단하는데 전정신경염 환자들에게는 전형적인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어지럽기 전 2주 터울 사이에 감기를 앓았거나, 급성 바이러스 감염 병력이 있습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걸을 때 몸이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환자 본인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기 때문에 전정신경염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MRI 검사로 정확히 진단합니다.”
― 전정신경염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항바이러스제를 쓰는 것이 도움 된다, 안 된다’는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증상 치료를 잘해야 하는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조기에 쓰면 호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환자가 탈수되지 않기 위해서 애씁니다. 전정신경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병입니다. 왜냐하면 한쪽 귀의 기능이 떨어져도 반대쪽에서 뇌가 보상 작용을 일으키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뭔가 결핍이 있는 곳 다른 쪽에서 보상으로 균형을 잡아준다는 개념입니다. 한쪽에 전정신경염이 오면 균형 잡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대쪽에서 도와줍니다. 이 외에 재활운동을 해야 합니다.”
― 귀가 아픈데 운동을 하나요?
“맞춤전정재활용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부신피질치료, 맞춤형 전정염 재활운동을 해야 합니다.”
전정신경염은 재발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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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배성훈 강남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으로는 이석증 재발 환자 중 60%가 6개월 내로 재발하고, 5년 내로 20%가 재발한다. 특히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 생긴 이석증은 재발을 잘하고 예후가 좋지 않다. 물리적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는 이석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치료가 안 되는 이석증의 기간은 통상 1년으로 본다. 드물지만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얘기다.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입니다. 이석증은 이석이 약해져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머리에 충격을 주는 운동이나 행위를 피해야 합니다. 또 이석이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비타민D를 복용하면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 메니에르증후군도 재발을 하나요.
“생활습관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잦은 재발 및 관리가 미흡한 경우 영구적인 청각, 전정 기능의 손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환을 관리하고, 증상이 있을 시 치료를 그때그때 바로 받아야 하고 계속해서 관리해나가야 하는 질환입니다. 메니에르증후군은 내이의 압력이 높아져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저염식이 좋으며, 무리한 활동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술, 담배, 커피는 좋지 않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니에르증후군, 염분 섭취 조절 필요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설명이다.
“메니에르는 물을 많이 마시고, 염분 섭취 조절을 해야 합니다. 특히 메니에르증후군은 수면의 질(質)이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양질의 공간에서의 수면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석증은 두부 외상을 조심해야 하며,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재발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골다공증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치성 이석증은 3개월~1년 가까이 이석증이 지속되는 경우인데 흔치 않지만 종종 일어납니다.”
한 번 이석증을 경험한 환자들은 재발했을 때 스스로 ‘이석증’이라고 판단하고,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하다고 의료진은 경고한다. 어지럼증 자체는 같지만, 다른 질병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얘기다.
“이석증과 메니에르 모두 자체로도 힘들고 중요한 질환이지만, 같은 증상이 재발하였다고 하여 꼭 같은 질환이지는 않습니다.”
― 증상이 비슷해도 다른 질병일 수 있군요.
“네. 다른 질환들이 동반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당 질환이 뇌 쪽에서 유발된 경우 굉장히 위험할 수 있기에 미리 처방받아놓은 어지럼증을 경감하는 비상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