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박의우 교수의 기절초풍 법의학야화 〈3〉 腸이 파열되면 즉사할까

글 : 박의우  건국대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박의우
1952년생. 고려대 의대 졸업, 고려대대학원 법의학 석·박사 / 육군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
일본 도호대학 및 기타사토대학 의학부 연구교수 역임. 현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수사영화 〈조선명탐정2〉.
  #사례 1
 
  조선시대 말기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변사사건이 있었다. 1904년 경북 문경의 양반집 황씨 부인(26세)이 마을에 있는 천민의 집에서 목을 매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황씨 부인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남편 황씨는 부인이 시체로 발견되기 보름 전에 천민이 자신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겁탈하려고 시도하다가 도주한 사실이 있는데, 그 이후 자신의 처가 그 사실이 수치스러워 자살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관아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문경군수는 신고자 황씨를 포함한 여러 인물에 대한 증인신문을 했고, 사망한 황씨 부인에 대한 검시(부검이 불가능한 시대라 시체 외부로만 조사)도 시행했다. 검시 결과, 사망자 황씨 부인의 목에는 앞에서 뒤로 연결되는 두 줄의 수평 흔적이 존재했고, 그 외의 신체 여러 곳에서 색깔이 다양한 피하출혈(피부밑 출혈)이 발견됐다.
 
  증인에 대한 신문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황씨 부인은 이미 5~6년 전부터 천민과 정을 통해 왔던 사이인데, 언젠가부터 그 사실을 눈치챈 남편이 부인을 수차례 폭행했던 것이다. 결국 끈으로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교살)한 남편이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천민의 집으로 시체를 옮겨 매달아 놓은 사건이었다.
 
 
  멍의 색깔로 사망시각 추정
 
《사법제도연혁도보》에 실린 조선시대 검시 장면. 출처=서울대도서관 소장
  정상적으로 혈관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혈액이 혈관 바깥으로 나오는 수가 있는데, 이것을 출혈이라 부르며 신체 외부에서 식별이 가능할 때 피하출혈(좌상 또는 멍)이라고 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타박상도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충격(양압)이 가해져 생긴 좌상(挫傷)을 표현하는 단어다.
 
  피하출혈의 색깔은 일단 형성된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하출혈의 색깔이 변하는데, 이것은 헤모글로빈(hemoglobin·적혈구 속에 있는 철을 함유하는 빨간 색소인 헴과 단백질인 글로빈의 화합물)의 시간적 변화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헤모지데린(hemosiderin), 헤마토이딘(hematoidin), 빌리루빈(bilirubin)으로 변하는 것이다.
 
  처음 피하출혈이 생겼을 때는 청자색(靑紫色), 적자색(赤紫色), 담청색(淡靑色), 암청색(暗靑色)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된다. 출혈 부위가 비교적 얕은 경우에는 적자색으로 보이며, 깊은 부위에 생겼을 때는 청자색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 색을 단어로써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피하출혈은 수일 이내는 청자색 또는 적자색, 3~7일은 갈색 내지 녹색, 10~14일은 황색, 2~4주는 소실 등으로 색깔의 변화를 보인다. 피하출혈은 그것을 야기한 물체의 특징을 따라 독특한 모양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초리로 맞은 경우, 회초리의 폭에 해당하는 두 줄의 출혈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개개의 피하출혈의 색깔이 동일한지 여부까지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최근에 부각되는 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점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례 2
 
  어느 해 6월 말경 시골의 도로변에서 남의 집 보리타작을 도와주던 41세 남성이 사고를 당했다. 함께 일을 하던 사람들이 부근에 있는 보릿단을 가지러 간 사이에 탈곡기를 돌리기 위해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피대(皮帶·경운기와 탈곡기의 두 축을 연결하는 띠 모양의 물건)를 걸려고 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의 옷이 피대에 걸리면서 옷과 함께 몸이 딸려가 경운기에 부딪힌 후 땅바닥에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
 
  곧바로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했다. 허리뼈와 척추 골절이 발견되었으나 수술을 하지 않고 외부에서 고정한 채 다른 외상 진료를 했다. 복부에서도 다수의 피부까짐 소견이 있었기 때문에 외과적인 검사와 함께 입원치료를 진행했다. 환자는 입원 후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했으나, 의사는 장파열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환자는 사고를 당한 지 4일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
 
 
  경운기 사고 농민의 애꿎은 죽음
 
경운기를 동력원으로 벼를 탈곡하는 모습. 경운기와 탈곡기를 연결한 피대가 보인다. 사진=구글이미지
  사인은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 그에 따른 패혈증이었다.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장파열을 진단하지 못한 것이 과실이었는지 여부가 문제로 떠올랐다. 담당의사는 사인으로 ‘폐색전증(肺塞栓症·골절 부위에서 지방 성분이 폐장으로 이동해 생기는 일종의 지방색전증)’ ‘심근경색증’으로 판단했고, 장파열은 사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부검에 착수한 결과, 사망자의 복강 내에서는 약 2500cc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액체는 황록색 내지 진하고 탁한 색이었다. 액체 속에는 녹색의 고형물질(음식 성분)이 섞여 있었고 매우 강한 악취가 나 장파열 후 상당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소장의 파열 부위가 이상스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파열 부위는 직경 약 1.2센티미터로서 파열된 부위 가장자리(법의학 용어로 ‘창연’)는 단순한 파열상태가 아니라 외부로 뒤집혀 있는 양상이었다. 전문용어로는 외번(外飜)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입술에 비유하자면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유난히 입술이 뒤집힌 모양이다.
 
  파열 부위가 전체적으로 벌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국소적 생활반응에 해당한다. 또한 소장의 파열 부위 주변 조직은 다른 부위에 비해 상당히 팽대(膨大·늘어나서 커져 있는 상태)돼 있었고, 파열 부위와 그 주변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학적 검사에서는 소장 벽 전 층에 걸쳐 만성염증 소견과 함께 장막층(소장의 바깥층)의 괴사가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견을 종합해 보니 사망자는 경운기에 부딪혔을 때 이미 소장이 파열됐고, 조기에 장파열 진단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이었다. 사고를 당한 사실이 명백하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경우에는 복부 엑스선 촬영과 CT 촬영상 파열 소견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다른 수단(복부 천자 등)을 이용해 장파열을 확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인체에서 복부는 피부밑에 골격이 없이 각종 내장들로 가득 차 있는 부위다. 복부에서 등 쪽의 척추까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복부는 외부의 강한 충격을 받아도 그 충격을 내부의 장기들이 흡수하는 바람에 피부에는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복부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비록 단시간 내에 이상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후에 지연성으로 장기파열이 생길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로서 ‘비장(지라)의 지연성 파열’이 있다. 외상을 받은 후 수일이 경과한 시점에 뒤늦게 비장이 파열돼 위급한 상황이 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군에서 의무실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병사들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 군의관은 흔히 외상을 염두에 두고 “고참에게 구타를 당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구타당한 사실이 있어도 보복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때문에 군의관은 환자의 대답에 구애받지 않고 확실한 진단을 위해 복부천자(腹部穿刺·복부를 바늘로 찔러 복막과 내부 장기 사이에 혈액이나 장 내용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통상적으로 시행한다. 그만큼 장기의 파열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회 : 11323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7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영월에서 한달살기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