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사태’ 꺼낸 후 9일 만에 ‘군사도발’ 암시한 김여정
⊙ ‘달러 가뭄’에 의한 경제난 대두… 문재인 정부에 현실적인 대북지원 요구 의도
⊙ 김정은이 ‘평양 주민 생활 보장’ 강조한 까닭은?… “평양조차 배급 안 나온 지 오래”
⊙ 대북제재 이후 처참하게 붕괴된 북한의 對中 무역… 누적 적자만 78억 달러
⊙ 무역적자 해소 수단인 ‘노동자 대북송금’ 막히고 코로나 때문에 ‘관광 수입’도 끊겨
⊙ “북한 경제 엄습한 충격으로 인해 불확실성 증폭되고 있어”
⊙ 관계 복원에 대한 조급함과 성급한 대북지원은 ‘금물’이란 전문가의 ‘제언’
⊙ 북한에 연일 온갖 조롱당하는 ‘한반도 운전자’는 어떤 행보 보일까?
⊙ ‘달러 가뭄’에 의한 경제난 대두… 문재인 정부에 현실적인 대북지원 요구 의도
⊙ 김정은이 ‘평양 주민 생활 보장’ 강조한 까닭은?… “평양조차 배급 안 나온 지 오래”
⊙ 대북제재 이후 처참하게 붕괴된 북한의 對中 무역… 누적 적자만 78억 달러
⊙ 무역적자 해소 수단인 ‘노동자 대북송금’ 막히고 코로나 때문에 ‘관광 수입’도 끊겨
⊙ “북한 경제 엄습한 충격으로 인해 불확실성 증폭되고 있어”
⊙ 관계 복원에 대한 조급함과 성급한 대북지원은 ‘금물’이란 전문가의 ‘제언’
⊙ 북한에 연일 온갖 조롱당하는 ‘한반도 운전자’는 어떤 행보 보일까?
북한의 대남 협박이 거세지고 있다. ‘군사도발’ 공갈까지 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긴장 상태를 조장하는 자는 바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다. 지난 3월 2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자, 김여정은 자신의 명의로 낸 첫 ‘담화’에서 ‘문재인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세 살 난 아이들’ ‘완벽하게 바보스럽다’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사실상 북한 독재 정권의 2인자로 부상한 듯한 언행을 보이며 대남 협박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담화’에서는 탈북자 단체가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전단과 관련해서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방치된다면,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로부터 9일이 지난 6월 13일에는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며 문재인 정부를 다그치면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여정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각종 비난과 조롱을 넘어 대한민국을 상대로 협박을 자행하는 까닭은 바로 현재 북한 독재정권이 처한 ‘경제난’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2016년과 2017년에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연달아 결의한 대북제재 5건에 의해 경제 부문에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할 의사가 없다. 설상가상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를 맞아 사실상 경제를 의존해왔던 중국과의 교역도 차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기반이 되는 ‘달러’가 부족해지고 경제난이 심화하자,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문재인 정부에 ‘대북지원’을 독촉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심 이반’ 현상을 무마하기 위해 현 상황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편 《로동신문》 등 대내용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조장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평양 옥류관의 주방장마저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치를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 협박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국내 연구자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일정 부분 예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북한 관련 다수 연구 결과와 통계를 종합했다.
독재정권 지지기반인 ‘평양’의 민심마저 흉흉하다
6월 8일, 북한의 이른바 관영매체인 《로동신문》은 그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전체 인민’이 아닌 ‘평양 시민’의 ‘생활보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은 평양시민의 생활보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주택 건설을 비롯한 인민 생활보장 관련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김정은이 북한 독재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의 생활 여건 개선을 지시한 것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권 지지층의 충성심 약화, 주민 불만 고조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실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6월 10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배급이 두 달 이상 나오지 않아 평양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서 이뤄진 배급은 지난 3월이 마지막이었다. 그것도 쌀이 아닌 옥수수를 줬다. 그마저도 6월 현재까지 3개월째 공급이 없는 상태다.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대거 발생했던 1990년대 중・후반 당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평양에서는 배급이 끊긴 일이 없었다.
이처럼 ‘초유의 사태’를 겪는 평양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들의 분노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 향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은 바로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 ‘한반도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작년 12월, 아산정책연구원이 ‘2020 아산 국제정세 전망’을 통해 전망했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북미대화 공전에 대한 불만표시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차원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북한은 북미협상 결렬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정부의 잘못된 중재 역할을 부각하고,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진전보다는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 내 남남갈등을 조성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각론으로 진입하기는 거부할 것이며 일부 상징적 조치에 상응하는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주장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시험을 꾸준히 진행하여 딜리버리 능력 확보도 꾀할 것이다. 이미 북한은 상당한 기술을 축적해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은 작다. 북핵협상 기류는 북한의 의도대로 흘러 비핵화보다는 핵 군축의 양상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2020년은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핵 포기’ 않는 한 풀리지 않는 대북제재… 유례없는 ‘달러 가뭄’ 초래할 가능성
앞서 밝혔듯 북한 독재정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의해 경제난을 겪고 있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결의된 안보리 대북제재 5건은 북한 교역 체계를 무너뜨렸다. 북한 수출은 제재 시행 2년 만에 붕괴했다. 수입 역시 감소하는데, 무역적자는 심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달러를 송금하던 북한 노동자들도 대북제재에 따라 더는 일하지 못하고 귀환했다. 북한 정권은 지금 유례가 없는 ‘달러 가뭄’을 맞는 셈이다.
2016~2017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독재체제 유지에 쓰는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을 연달아 내놨다.
북한경제전문가들은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시행 이전, 북한이 한 해에 벌어들인 외화 수입 규모를 40억~50억 달러라고 추정한다. 상기한 안보리 대북제재 5건의 총 기대 효과는 북한의 연간 외화 수입 중 25억 달러가량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 외화 수입의 절반 이상을 틀어막는 셈이지만, 실제 그 효과는 15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같은 사람들은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재촉했다” “제재 강화는 ‘새로운 접근’ 아니다”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할 필요 있느냐?”는 식으로 ‘대북제재 무용론’을 강변해왔다. 하지만 안보리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이미 김정은의 ‘입’을 통해 입증됐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김정은은 “시간이 없다”며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2일 열린, 북한의 이른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제재 해제 때문에 목이 말라”라고 언급하면서 다시 한 번 대북제재의 효과를 국제사회에 시인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대북제재의 중장기 효과: 석탄·철광석 수출제재가 북한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에 고통을 가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혹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제재 강화 초기 핵 문제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하던 북한이 2018년 하반기부터, 특히 2019년 들어 다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제재가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를 도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재의 ‘정책적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하여 ‘경제적 효과’도 불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수출은 제재 강화 이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 여파로 관련 산업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재의 여파가 시장에까지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외화보유액이 경제 규모 대비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환율 변동을 트리거(trigger)로 하여 ‘조만간’ 전반적인 시장 불안정이 초래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여기다 2018년부터 수입제재가 추가됨에 따라 향후 북한 경제가 받을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제재의 경제적 효과가 정책적 효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제재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제재의 경제적 효과가 확실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심화되는 무역적자 구조… 한계에 다다랐나?
각종 지표를 보면 북한 경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북한 대외 교역의 92%를 차지하는 대중(對中) 무역 현황과 북한의 외환보유고 추정치를 감안하면,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3월 19일 발표한 ‘2019년 북한-중국 무역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북제재 시행 이전인, 2016년 당시 북한의 대중 수출은 31억9200만 달러였다. 대중 수입은 26억3400만 달러였다. 대중 무역 흑자가 5억5800만 달러 발생한 셈이다. 2017년 들어서는 기존에 결의한 대북제재 영향을 받아 대중 수출액이 대폭 감소했다.
같은 해 북한의 대중 수출입은 각각 16억5100만 달러, 33억2800만 달러를 기록해 16억77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2017년에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 3건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해 북한의 대중 수출입은 각각 1억9500만 달러와 22억17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3억4500만 달러 증가한 20억2200만 달러였다. 2019년에는 대중 수출이 2억1600만 달러, 수입은 25억89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3억5100만 달러 늘어난 23억7300만 달러였다. 이처럼 북한은 안보리 대북제재 시행 이후 대중 무역에서 ▲2017년 16억7700만 달러 ▲2018년 20억2200만 달러 ▲2019년 23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액으로 따지면 지난 3년간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총 60억7200만 달러다.
여기에 본격적인 제재 이전 3개년 동안 쌓인 대중 무역적자 17억200만 달러를 고려하면, 지난 6년 동안 북한이 기록한 대중 무역 적자는 ‘77억74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경제전문가’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외환보유고를 30억~70억 달러라고 추산한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5억~58억 달러로 추정한다. 이 밖에 상당수 북한전문가들은 50억 달러 안팎으로 보고 있다.
지금껏 왜 북한의 환율과 물가는 ‘안정적’이었나?
최근 북한의 무역수지 현황과 외환보유고 추정치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이미 ‘경제난’에 접어들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환율과 물가가 폭등하는 식의 ‘경제위기’ 징후가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난 1월,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 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참고로,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가 국내 통화 기능을 완전하게 대체했거나 국내 통화와 달러가 병행해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외화가 국내 통화와 통용되는 경우에도 달러라이제이션이라고 표현한다.
〈북한의 시장 물가와 환율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6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과거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UN의 강력한 대북제재 영향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보유외화가 줄어드는 2017년 이후의 상황에서도 이러한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적으로 외화가 감소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아직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북제재 영향으로 북한의 외화가 줄어들고는 있으나 그동안 가치저장용으로 축적한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와 환율이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향후 북한의 보유외화가 축소되는 상황이 더욱 지속된다면 물가 및 환율의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으로 축소된다면,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동시 급등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치명타 맞은 김정은의 ‘관광 사업’
북한이 대북제재 시행 이후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해외 노동자 파송’과 ‘관광 사업’이란 외화 수입 원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대북송금액은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하는 북한 독재정권의 든든한 ‘돈줄’이었지만, 2017년 12월 결의한 대북제재(UNSCR2397)에 따라 지난해 12월 22일까지 모든 해외 파송 북한 노동자는 귀환해야 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송환 예외 대상인 ‘연수’ ‘유학’ ‘단기 방문’ 목적으로 위장해 재송출을 꾀했지만, 뜻밖의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김정은이 애지중지 육성하던 ‘북한 관광 산업’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의 몇 안 되는 외화수입 원천인 관광을 강조해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평남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강원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금강산 관광단지 ▲삼지연 관광단지 등 관광시설 시찰을 대폭 늘렸다. 중국은 북한의 ‘버티기’를 도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한을 후원해 비핵화 협상을 하는 미국을 견제하려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2019년 8월 20일, 《아사히신문》은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6월 방북 이후 대량의 대북 식량 지원을 결정했고, 북한으로 가는 자국 관광객 수를 500만명으로 늘리라고 각 여행사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중국 지원 덕분인지 김정은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과 ‘새로운 길’을 운운했다. “어떤 제재가 있더라도 핵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게 되자 위기를 맞았다. 다음은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4월 10일 발표한 ‘코로나19가 보여준 북한 경제의 취약성과 북한의 새로운 선택’이란 보고서 중 이와 관련된 대목이다.
〈현재 대북관광은 인도적 지원과 함께 유엔의 다자간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합법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유이한 수단이다. 제재로 인해 외화 유입이 막힌 북한은 이러한 제재체제의 구멍을 활용해 중국 관광객 방문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얼마나 많은 수의 중국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중국 방문객 수는 연 최소 35만명에서 최대 120만명이며, 연간 수익은 최소 1억7500만 달러에서 최대 3억60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은 김정은의 치적사업인 원산・갈마 해상관광지구 건설에 투입되는 북한 재원 규모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계획에 투입된 자본은 북한의 2018년 대중 수출의 두 배가 넘는 5억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올해 한 해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유행할 경우 북한 경제가 입을 수 있는 타격이다. 북한이 국경 폐쇄 조치를 완전히 철회하더라도 북한이 코로나19를 완벽히 퇴치했다는 증거 없이 중국이 자국 관광객의 방북을 승인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없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은 한국이 실시한 것과 같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감염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이는 북한이 자력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1990년대 중·후반 위기 당시와 현재 북한은 비슷한 상황”
문제는 이런 모든 조건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향후 북한을 ‘경제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29일, ‘2020년 북한 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란 보고서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와 데이터만으로 추론해보더라도 2020년 북한 경제는 상당한 곤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1990년대 북한 경제위기의 시작 당시와 2020년 북한 경제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현재의 북한을 비교하기 위해 먼저 1994년 당시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에 의해 누적된 경제 충격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무역 붕괴 상황이 비슷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보고서 중 관련 대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2020년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충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1994년 북한 경제가 경험했던 이른바 소비에트 쇼크에 비견할 만하다. 소비에트 쇼크의 경우 구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대외 환경의 기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현재의 대북제재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한 결코 사라지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소비에트 충격의 경우 원유를 비롯한 북한의 대외무역을 교란시켰다. 이것이 1994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산출량의 하락으로 연결됐다. 결국에는 1990년대 중・후반의 전면적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이와 유사하게 현재의 북한 경제가 직면한 대북제재 역시 우선적으로는 북한의 대외거래를 급격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무역의 위축세가 급기야는 총산출량의 하락을 비롯한 전반적 경제활동의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1994년의 북한 경제와 마찬가지로 2020년의 북한 경제 역시 이러한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이미 상당 부분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1990년대의 소비에트 쇼크는 적어도 1991년 이후부터 북한의 대외거래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1994년의 북한 경제는 이러한 충격의 누적적 효과에 이미 3년 이상 노출된 상태였다. 현재의 대북제재 역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대외거래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中北 접경 봉쇄 조치 해제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2020년의 북한 경제는 ‘코로나 쇼크’로 인해 1994년에 경험했던 ‘중국 쇼크’와 유사한 즉시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아예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과의 국경을 전면 차단하는 조치를 실시하였고, 이러한 조치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1994년의 북한 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2020년의 북한 경제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 운영에 필요한 필수 물자들의 수입이 중단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2020년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쇼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1994년 북한 경제가 경험했던 이른바 중국 쇼크에 비견할 만하다.
첫째, 두 가지 충격 모두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해당 연도에 발생하여 경제에 즉각적으로 충격을 미치는 즉시적 충격이라는 것이다.
둘째, 두 가지 충격 모두가 북한의 수입 부문, 다시 말해 북한 경제가 해외로부터 필요한 중요 물자들을 일시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교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994년의 중국 쇼크로 인해 당시 북한의 식량 수입이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20년의 코로나 쇼크의 경우에는 현재의 북한 경제 운영에 필요한 제반 물자들의 수입이 거의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두 가지 충격 모두 북한 경제가 여타의 추세적 충격으로 인해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는 우울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1994년 북한 경제에서는 소비에트 쇼크라는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2020년 북한 경제에서는 대북제재 쇼크라는 또 다른 형태의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당장 중국과의 인적 교류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를 위해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 전염병 확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문을 닫아놓으면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1994년 북한 경제를 강타한 추세적 충격과 즉시적 충격은 이후 북한 경제 전반을 붕괴시키는 극심한 경제위기로 발전했지만, 2020년 현재 북한 경제를 엄습한 추세적 충격과 즉시적 충격은 북한 경제의 기본 딜레마를 양산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과 시간은 우리 편… 비핵화 달성 계기로 삼아야”
이런 ‘위기’에 직면해 ‘체제 내구력’이 소진된 북한 독재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래에 무슨 사업을 하기 위해 지금 만나 얘기하자”와 같은 제안이 아니라 즉시 실효성 있는 대북지원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북전단’을 트집 잡아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도발 운운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문 대통령이 그나마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했던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9·19군사합의’를 모두 파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하겠다는 식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 협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올해 들어 아산정책연구원의 북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제언을 참고용으로 수록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북한의 대남협박과 도발에 단호한 대응’ ‘북한의 평화 공세에 대한 확대해석 주의’ ‘섣부른 대북지원 유의’ 등을 주문했지만, 자칭 ‘한반도 운전자’가 이런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연속된 행태에 대해 오히려 우리의 메시지는 갈수록 순화된 셈이다. 우리의 인내력과 대화 의지를 과시한다는 고려를 인정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여전히 자신들이 쥐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대화와 협력에 지장이 없다는 착시(錯視)를 불러올 수 있다.
남북한 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의 추진은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향후 추진될 수 있는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하여 우리의 목적을 희생하는 본말전도 식의 대응으로는 결코 평양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단거리발사체나 초대형방사포의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전략무기’를 과시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반복의 횟수는 늘어날 위험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 대남, 대외정책은 변화할 것인가?’(2020년 3월)에서
〈향후 북한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보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커졌다. 하지만 여기에 맞춰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과 진전에 서두를수록 북한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상황과 시간은 한국에 유리하다. 한국 정부는 예상되는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대한 성급한 확대해석을 지양하고, 인도주의적 성격이라도 대규모 대북지원은 한미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진 북한 상황을 고려해 보다 큰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전략적 취약성에 주목하여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한 북한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가 보여준 북한 경제의 취약성과 북한의 새로운 선택’(2020년 4월)중에서⊙
최근에는 사실상 북한 독재 정권의 2인자로 부상한 듯한 언행을 보이며 대남 협박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담화’에서는 탈북자 단체가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전단과 관련해서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방치된다면,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로부터 9일이 지난 6월 13일에는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며 문재인 정부를 다그치면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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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최근 ‘독재정권의 2인자’ 같은 언행을 보이며 대남협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와 함께 ‘민심 이반’ 현상을 무마하기 위해 현 상황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편 《로동신문》 등 대내용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조장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평양 옥류관의 주방장마저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치를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 협박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국내 연구자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일정 부분 예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북한 관련 다수 연구 결과와 통계를 종합했다.
독재정권 지지기반인 ‘평양’의 민심마저 흉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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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김정은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평양시민의 생활 보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이틀 뒤 “배급이 두 달 이상 나오지 않아 정권 핵심 계층이 사는 평양 민심마저 흉흉하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
김정은이 북한 독재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의 생활 여건 개선을 지시한 것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권 지지층의 충성심 약화, 주민 불만 고조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실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6월 10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배급이 두 달 이상 나오지 않아 평양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서 이뤄진 배급은 지난 3월이 마지막이었다. 그것도 쌀이 아닌 옥수수를 줬다. 그마저도 6월 현재까지 3개월째 공급이 없는 상태다.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대거 발생했던 1990년대 중・후반 당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평양에서는 배급이 끊긴 일이 없었다.
이처럼 ‘초유의 사태’를 겪는 평양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들의 분노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 향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은 바로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 ‘한반도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작년 12월, 아산정책연구원이 ‘2020 아산 국제정세 전망’을 통해 전망했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북미대화 공전에 대한 불만표시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차원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북한은 북미협상 결렬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정부의 잘못된 중재 역할을 부각하고,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진전보다는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 내 남남갈등을 조성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각론으로 진입하기는 거부할 것이며 일부 상징적 조치에 상응하는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주장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 시험을 꾸준히 진행하여 딜리버리 능력 확보도 꾀할 것이다. 이미 북한은 상당한 기술을 축적해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은 작다. 북핵협상 기류는 북한의 의도대로 흘러 비핵화보다는 핵 군축의 양상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2020년은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핵 포기’ 않는 한 풀리지 않는 대북제재… 유례없는 ‘달러 가뭄’ 초래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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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독재체제 유지에 쓰는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을 연달아 내놨다. 사진=뉴시스 |
2016~2017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독재체제 유지에 쓰는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을 연달아 내놨다.
북한경제전문가들은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시행 이전, 북한이 한 해에 벌어들인 외화 수입 규모를 40억~50억 달러라고 추정한다. 상기한 안보리 대북제재 5건의 총 기대 효과는 북한의 연간 외화 수입 중 25억 달러가량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 외화 수입의 절반 이상을 틀어막는 셈이지만, 실제 그 효과는 15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같은 사람들은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재촉했다” “제재 강화는 ‘새로운 접근’ 아니다”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할 필요 있느냐?”는 식으로 ‘대북제재 무용론’을 강변해왔다. 하지만 안보리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이미 김정은의 ‘입’을 통해 입증됐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김정은은 “시간이 없다”며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2일 열린, 북한의 이른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제재 해제 때문에 목이 말라”라고 언급하면서 다시 한 번 대북제재의 효과를 국제사회에 시인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대북제재의 중장기 효과: 석탄·철광석 수출제재가 북한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에 고통을 가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혹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제재 강화 초기 핵 문제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하던 북한이 2018년 하반기부터, 특히 2019년 들어 다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제재가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를 도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재의 ‘정책적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하여 ‘경제적 효과’도 불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수출은 제재 강화 이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 여파로 관련 산업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재의 여파가 시장에까지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외화보유액이 경제 규모 대비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환율 변동을 트리거(trigger)로 하여 ‘조만간’ 전반적인 시장 불안정이 초래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여기다 2018년부터 수입제재가 추가됨에 따라 향후 북한 경제가 받을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제재의 경제적 효과가 정책적 효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제재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제재의 경제적 효과가 확실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심화되는 무역적자 구조… 한계에 다다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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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의 통계에 따르면 안보리 대북제재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 2017년~2019년 북한의 對中 무역적자는 총 60억7200만 달러다. 출처=한국무역협회 |
한국무역협회가 3월 19일 발표한 ‘2019년 북한-중국 무역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북제재 시행 이전인, 2016년 당시 북한의 대중 수출은 31억9200만 달러였다. 대중 수입은 26억3400만 달러였다. 대중 무역 흑자가 5억5800만 달러 발생한 셈이다. 2017년 들어서는 기존에 결의한 대북제재 영향을 받아 대중 수출액이 대폭 감소했다.
같은 해 북한의 대중 수출입은 각각 16억5100만 달러, 33억2800만 달러를 기록해 16억77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2017년에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 3건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해 북한의 대중 수출입은 각각 1억9500만 달러와 22억17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3억4500만 달러 증가한 20억2200만 달러였다. 2019년에는 대중 수출이 2억1600만 달러, 수입은 25억89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3억5100만 달러 늘어난 23억7300만 달러였다. 이처럼 북한은 안보리 대북제재 시행 이후 대중 무역에서 ▲2017년 16억7700만 달러 ▲2018년 20억2200만 달러 ▲2019년 23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액으로 따지면 지난 3년간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총 60억7200만 달러다.
여기에 본격적인 제재 이전 3개년 동안 쌓인 대중 무역적자 17억200만 달러를 고려하면, 지난 6년 동안 북한이 기록한 대중 무역 적자는 ‘77억74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경제전문가’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외환보유고를 30억~70억 달러라고 추산한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5억~58억 달러로 추정한다. 이 밖에 상당수 북한전문가들은 50억 달러 안팎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의 무역수지 현황과 외환보유고 추정치를 감안했을 때, 북한은 이미 ‘경제난’에 접어들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환율과 물가가 폭등하는 식의 ‘경제위기’ 징후가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난 1월,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 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참고로,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가 국내 통화 기능을 완전하게 대체했거나 국내 통화와 달러가 병행해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외화가 국내 통화와 통용되는 경우에도 달러라이제이션이라고 표현한다.
〈북한의 시장 물가와 환율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6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과거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UN의 강력한 대북제재 영향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보유외화가 줄어드는 2017년 이후의 상황에서도 이러한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적으로 외화가 감소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아직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북제재 영향으로 북한의 외화가 줄어들고는 있으나 그동안 가치저장용으로 축적한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와 환율이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향후 북한의 보유외화가 축소되는 상황이 더욱 지속된다면 물가 및 환율의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으로 축소된다면,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동시 급등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치명타 맞은 김정은의 ‘관광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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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의 송금은 독재정권의 든든한 ‘돈줄’이었다. 세계 각국은 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자국에 체류하던 북한 노동자를 표면적으로는 모두 송환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김정은이 애지중지 육성하던 ‘북한 관광 산업’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의 몇 안 되는 외화수입 원천인 관광을 강조해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평남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강원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금강산 관광단지 ▲삼지연 관광단지 등 관광시설 시찰을 대폭 늘렸다. 중국은 북한의 ‘버티기’를 도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한을 후원해 비핵화 협상을 하는 미국을 견제하려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2019년 8월 20일, 《아사히신문》은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6월 방북 이후 대량의 대북 식량 지원을 결정했고, 북한으로 가는 자국 관광객 수를 500만명으로 늘리라고 각 여행사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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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양덕군 온천관광단지(위)’ ‘원산· 갈마 관광지구(아래)’ 등 관광시설 건설현장 시찰을 하며 ‘관광’을 강조했지만, 그의 구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치명타를 입었다. 사진=뉴시스 |
〈현재 대북관광은 인도적 지원과 함께 유엔의 다자간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합법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유이한 수단이다. 제재로 인해 외화 유입이 막힌 북한은 이러한 제재체제의 구멍을 활용해 중국 관광객 방문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얼마나 많은 수의 중국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중국 방문객 수는 연 최소 35만명에서 최대 120만명이며, 연간 수익은 최소 1억7500만 달러에서 최대 3억60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은 김정은의 치적사업인 원산・갈마 해상관광지구 건설에 투입되는 북한 재원 규모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계획에 투입된 자본은 북한의 2018년 대중 수출의 두 배가 넘는 5억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올해 한 해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유행할 경우 북한 경제가 입을 수 있는 타격이다. 북한이 국경 폐쇄 조치를 완전히 철회하더라도 북한이 코로나19를 완벽히 퇴치했다는 증거 없이 중국이 자국 관광객의 방북을 승인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없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은 한국이 실시한 것과 같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감염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이는 북한이 자력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모든 조건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향후 북한을 ‘경제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29일, ‘2020년 북한 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란 보고서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와 데이터만으로 추론해보더라도 2020년 북한 경제는 상당한 곤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 1990년대 북한 경제위기의 시작 당시와 2020년 북한 경제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현재의 북한을 비교하기 위해 먼저 1994년 당시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에 의해 누적된 경제 충격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무역 붕괴 상황이 비슷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보고서 중 관련 대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2020년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충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1994년 북한 경제가 경험했던 이른바 소비에트 쇼크에 비견할 만하다. 소비에트 쇼크의 경우 구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대외 환경의 기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현재의 대북제재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한 결코 사라지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소비에트 충격의 경우 원유를 비롯한 북한의 대외무역을 교란시켰다. 이것이 1994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산출량의 하락으로 연결됐다. 결국에는 1990년대 중・후반의 전면적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이와 유사하게 현재의 북한 경제가 직면한 대북제재 역시 우선적으로는 북한의 대외거래를 급격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무역의 위축세가 급기야는 총산출량의 하락을 비롯한 전반적 경제활동의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1994년의 북한 경제와 마찬가지로 2020년의 북한 경제 역시 이러한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이미 상당 부분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1990년대의 소비에트 쇼크는 적어도 1991년 이후부터 북한의 대외거래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1994년의 북한 경제는 이러한 충격의 누적적 효과에 이미 3년 이상 노출된 상태였다. 현재의 대북제재 역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대외거래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中北 접경 봉쇄 조치 해제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2020년의 북한 경제는 ‘코로나 쇼크’로 인해 1994년에 경험했던 ‘중국 쇼크’와 유사한 즉시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아예 2020년 초반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과의 국경을 전면 차단하는 조치를 실시하였고, 이러한 조치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1994년의 북한 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2020년의 북한 경제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 운영에 필요한 필수 물자들의 수입이 중단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2020년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쇼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1994년 북한 경제가 경험했던 이른바 중국 쇼크에 비견할 만하다.
첫째, 두 가지 충격 모두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해당 연도에 발생하여 경제에 즉각적으로 충격을 미치는 즉시적 충격이라는 것이다.
둘째, 두 가지 충격 모두가 북한의 수입 부문, 다시 말해 북한 경제가 해외로부터 필요한 중요 물자들을 일시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교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994년의 중국 쇼크로 인해 당시 북한의 식량 수입이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20년의 코로나 쇼크의 경우에는 현재의 북한 경제 운영에 필요한 제반 물자들의 수입이 거의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두 가지 충격 모두 북한 경제가 여타의 추세적 충격으로 인해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는 우울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1994년 북한 경제에서는 소비에트 쇼크라는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2020년 북한 경제에서는 대북제재 쇼크라는 또 다른 형태의 추세적 충격의 영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당장 중국과의 인적 교류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를 위해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 전염병 확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문을 닫아놓으면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1994년 북한 경제를 강타한 추세적 충격과 즉시적 충격은 이후 북한 경제 전반을 붕괴시키는 극심한 경제위기로 발전했지만, 2020년 현재 북한 경제를 엄습한 추세적 충격과 즉시적 충격은 북한 경제의 기본 딜레마를 양산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과 시간은 우리 편… 비핵화 달성 계기로 삼아야”
이런 ‘위기’에 직면해 ‘체제 내구력’이 소진된 북한 독재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래에 무슨 사업을 하기 위해 지금 만나 얘기하자”와 같은 제안이 아니라 즉시 실효성 있는 대북지원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북전단’을 트집 잡아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도발 운운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문 대통령이 그나마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했던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9·19군사합의’를 모두 파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하겠다는 식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 협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올해 들어 아산정책연구원의 북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제언을 참고용으로 수록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북한의 대남협박과 도발에 단호한 대응’ ‘북한의 평화 공세에 대한 확대해석 주의’ ‘섣부른 대북지원 유의’ 등을 주문했지만, 자칭 ‘한반도 운전자’가 이런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연속된 행태에 대해 오히려 우리의 메시지는 갈수록 순화된 셈이다. 우리의 인내력과 대화 의지를 과시한다는 고려를 인정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여전히 자신들이 쥐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대화와 협력에 지장이 없다는 착시(錯視)를 불러올 수 있다.
남북한 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의 추진은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향후 추진될 수 있는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하여 우리의 목적을 희생하는 본말전도 식의 대응으로는 결코 평양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단거리발사체나 초대형방사포의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전략무기’를 과시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반복의 횟수는 늘어날 위험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 대남, 대외정책은 변화할 것인가?’(2020년 3월)에서
〈향후 북한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보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커졌다. 하지만 여기에 맞춰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과 진전에 서두를수록 북한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상황과 시간은 한국에 유리하다. 한국 정부는 예상되는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대한 성급한 확대해석을 지양하고, 인도주의적 성격이라도 대규모 대북지원은 한미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진 북한 상황을 고려해 보다 큰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전략적 취약성에 주목하여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한 북한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가 보여준 북한 경제의 취약성과 북한의 새로운 선택’(2020년 4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