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C, 200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인류 최초의 국제형사사법기관
⊙ 침략·집단살해·반인도·전쟁범죄 다뤄
⊙ 국정원, 도발징후 감청하고도 대비태세 강화 촉구에 ‘미흡’
⊙ 콩고민주공화국 군벌(軍閥)사태 등 4건 재판 중, 우간다·콩고·수단·케냐 관련 4건 조사 중
諸成鎬
⊙ 1958년생.
⊙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대학원 법학박사.
⊙ 육사ㆍ수원대 교수,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인권대사 역임. 現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일부ㆍ법무부ㆍ국방부 정책자문위원,
6ㆍ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국회 윤리위원회 자문위원.
⊙ 침략·집단살해·반인도·전쟁범죄 다뤄
⊙ 국정원, 도발징후 감청하고도 대비태세 강화 촉구에 ‘미흡’
⊙ 콩고민주공화국 군벌(軍閥)사태 등 4건 재판 중, 우간다·콩고·수단·케냐 관련 4건 조사 중
諸成鎬
⊙ 1958년생.
⊙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대학원 법학박사.
⊙ 육사ㆍ수원대 교수,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인권대사 역임. 現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일부ㆍ법무부ㆍ국방부 정책자문위원,
6ㆍ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국회 윤리위원회 자문위원.

-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상설국제형사재판소이다.
그간 ICC는 천안함 공격(폭침) 등 한반도 사태에 대한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는 등 ‘신중을 기하며 지켜보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을 목도한 ICC가 이번에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예비조사’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특정의 한반도 사태에 대해 인류사회가 국제법에 따라 개입하고 사법적(司法的) 단죄(斷罪)를 할 수도 있음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한반도 문제가 정치·외교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국제형사사법절차에의 회부 및 심사 가능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캄포 수석검사가 밝혔듯이 향후 ICC는 ICC규정(일명 로마규정)에 따라 예비조사를 실시한 다음, 의미 있다고 판단할 경우 후속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반인도행위조사위원회가 ICC조사 촉구
ICC의 예비조사는 시민단체인 ‘반(反)인도범죄조사위원회’(공동대표 겸 사무총장 도희윤)가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고발을 했기에 가능했다.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북한주민의 자유와 해방을 목표로 북한지역에서 자행된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감시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2009년 7월 24일 공식 출범했다. 이 단체에는 북한민주화위원회, 자유북한방송 등 탈북자(脫北者) 관련 단체와 피랍·탈북인권연대, 한민족인권수호대학생위원회, 6ㆍ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6ㆍ25참전국군포로가족회 등 50여 인권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반인도 범죄조사위원회’는 “천안함 주범-전쟁범죄자” 김정일의 ICC 고발 기자회견 및 ICC에 고발장 접수(2010년 6월 8일), 북한 반인도·반평화 범죄 중단촉구 국제회의 개최(6월 14~15일) 등의 활동을 해왔고,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인 11월 29일에는 ‘전쟁범죄자 김정일ㆍ김정은 ICC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일·김정은의 전쟁범죄 관련, 유엔안보리의 ICC 회부 및 ICC 조사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인도 행위조사위원회’의 이 같은 노력이 ICC를 움직이게 한 직접적인 동인(動因)으로 보인다. 12월 7일 오캄포 수석검사가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해 예비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이 ICC에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 점을 잘 말해 준다.
뉘른베르크ㆍ도쿄전범재판이 효시
![]() |
|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전범(戰犯)을 처벌하기 위해 열린 뉘른베르크전범재판. 국제형사재판의 효시가 됐다. |
전쟁범죄 및 인도법 위반 행위에 대해 국제적인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사법적·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제연맹 시절 ‘국제형사재판소 창설을 위한 협약’(The 1937 League of Nations Convention for the Creation of an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이 채택되기도 했으나, 이 협약은 끝내 발효되지 못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5~46년 독일 뉘른베르크와 일본 도쿄(東京)에서 각각 전범(戰犯)재판이 실시됨으로써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이루어졌다. 이 두 전범재판에 대해서는 ‘승자의 정의’(Victor's Justice)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고,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와 관련해서 특히 형벌 소급효(遡及效) 인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하였다. 그럼에도 이들 재판은 국제형사재판의 효시(嚆矢)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48년 12월 9일 유엔 총회는 ‘집단살해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약칭 Genocide Convention으로 이 협약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설치를 예정하고 있었다)을 채택했다. 이어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ILC)에 상설적(常設的)인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문제를 연구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ICC 창설문제에 대한 논의가 다소 활기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냉전(冷戰)이 격화되면서 이 문제는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에 대한 재판이 있은 후 50년 가까이 경과되도록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책임을 추궁받지 않는 관행(慣行)이 지속되자, 유엔 무대에서 개인의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기구의 설립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1989년 유엔 총회는 ILC에 대해 다시 ICC를 설립하는 문제를 심의하도록 임무를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ILC는 1994년 유엔 총회에 60개 조문과 부속서 및 주석서로 구성된 ICC 초안(草案)을 제출하면서 외교전권대표회의의 개최를 권고하였으나, 국제정치 여건의 미비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이후 1995년 제50차 유엔 총회는 ILC 초안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발전을 위하여 준비위원회(Preparatory Committee)를 설립하였다. 이 준비위원회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실체법, 절차법 및 조직법상의 제반문제에 대해 각국 정부가 제출한 각종 초안 및 수정안에 기초하여 이를 집대성한 최종통합초안(consolidated text)을 작성하였다.
인류 최초의 국제형사사법기관
![]() |
|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
ICC는 유엔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나, 유엔의 기관은 아니다. 이는 별개의 법인격(法人格)을 갖는 독립된 국제기구이다. 때문에 헤이그 주재 외교공관 외에 주ICC 외교대표부를 별도로 설치·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국제기구로서의 ICC의 본질은 국제재판소다. 구체적으로 첫째, ‘인류 최초의 국제형사사법기관’, 둘째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ICJ)와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ITLOS)에 이은 ‘제3의 상설적인 국제사법기관’,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의 처벌을 통한 국제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ICC는 국적을 달리하는 18명의 판사로 구성되는데, 판사의 임기는 9년이다. ICC에는 소장단(소장, 제1·제2 부소장), 재판부(예심재판부, 1심부, 상소부), 검찰부와 수석검사, 사무국 등의 기관이 있다.
현재 ICC 소장은 한국인으로서 서울 법대학장을 역임한 송상현 박사이다. 송상현 소장의 말에 따르면, ICC 소장의 활동은 전체 업무의 절반 정도가 재판업무이고, 나머지 절반은 국제기구 장(長)으로서의 외교업무라고 한다.
현재로선 ICC가 침략범죄에 대해 기소, 재판 못 해
ICC는 4가지 유형의 중대한 국제범죄에 대해 형사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것은 ① 침략범죄, ② 집단살해죄, ③ 인도에 반한 죄, ④ 전쟁범죄이다(로마규정 제5조 1항). 다만 이 중 침략범죄는 1998년 로마회의에서 그 정의와 관할권 행사요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 2010년 6월 로마규정 제123조에 의거, 침략범죄의 정의 및 관할권을 정하기 위한 외교전권대표회의가 열려 그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동(同) 합의의 시행시기, 즉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 행사시기는 2017년 재(再)검토회의에서 결정키로 하였다. 따라서 현재로선 ICC가 침략범죄의 범인을 기소하고 재판할 수는 없다.
이번에 ICC가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에 예비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사건들이 일견 당 재판소의 관할권, 특히 로마규정에 자세하게 명시된 전쟁범죄에 속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을 검토하면, 전자(前者)는 ‘적대적 국가나 군대에 속한 개인을 배신적으로 살해하거나 부상시키는 행위’(로마규정 제8조 제2항 b호 11)에, 그리고 후자(後者)는 ① ‘민간인 주민 자체 또는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아니하는 민간인 개인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로마규정 제8조 제2항 b호 1), ②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한 민간인 살상이나 민간시설에 대해 손해를 야기하는 공격’(동 규정 제8조 제2항 b호 4), 혹은 ③ ‘군사목표물이 아닌 민간대상물(마을, 촌락, 거주지 등)에 대한 공격(로마규정 제8조 제2항 b호 2) 중의 어느 하나 또는 둘 이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두 사건은 모두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에 명시된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의 존중 및 무력불사용 의무, 정전협정 제12항 및 제14항의 정전(停戰) 보장, 적대행위 금지 의무, 남북기본합의서 제9조의 불가침(不可侵)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구성한다.
다음, ICC의 관할권 행사에는 시간적·사물적인 제한이 있다. ICC는 로마규정 발효 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갖는다(로마규정 제11조). 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특정의 사태(situation)에 대한 ① 국가회부(State referral), ②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Security Council referral), ③ 수석검사의 독자수사(proprio motu) 등 3가지이다(로마규정 제13조). 국가회부 및 수석검사의 독자수사는 범죄발생지국 또는 범인소속국(가해자 국적국)이 로마규정 당사국이거나 관할권 수락선언을 한 국가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회부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지 않으며, 로마규정 비당사국에 대해서도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천안함이 피격, 폭침되어 46명의 승조원이 사망한 장소는 대한민국의 영해(領海) 내였다. 연평도 포격도 범죄 실행의 착수는 북한에서 이루어졌으나 범죄행위의 결과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발생하였다. 곧 두 사건의 범죄발생지국이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은 로마규정 당사국이므로 ICC는 이들 사건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배경하에서 ICC가 예비수사를 결정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참고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가 2009년 12월 10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운영 등 반인도범죄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하지만 이 건에서 범죄발생지국은 북한, 즉 로마규정 비당사국이었기에 ICC는 예비조사를 포함한 관할권 행사를 결정하지 않았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ICC, 범인신병확보 가능성 낮아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 등의 소추ㆍ처벌을 위해 ICC가 개입하는 법적 수순(절차)은 ‘예비조사 → 본조사 → 기소 → 체포영장 발부 → 신병확보 → 재판 개시’의 6단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ICC 검찰부는 재판소 설치근거인 로마규정을 서명ㆍ비준한 당사국(State Party)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소(referral)가 있거나, 개인 또는 단체의 탄원(communication)이 있으면 사안의 심각성 등을 따져 예비조사에 착수한다. ICC는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건의 탄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ICC가 예비조사를 통해 “관할권이 미치는 영역에서 범죄행위가 자행됐거나 자행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본 조사(formal investigation)에 착수하게 된다. 본 조사에 들어가면 ICC는 수사관을 파견, 증거 수집 등 심층적인 조사를 벌이는데, 가해자(加害者) 측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피해자(被害者) 측 정부와 공조해 조사를 벌이게 될 것이다.
본 조사에서는 예비조사의 결론인 ‘전쟁범죄나 반인도범죄 행위가 자행됐거나 자행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와 증언 등을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혐의자를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와 증언이 확보되면 ICC는 공식 기소한다.
ICC 검찰부는 이 과정에서 재판부에 핵심 용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 신병(身柄)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 체포영장은 수석검사의 요청에 따라 예심재판부(Pre-trial Chamber)가 제출된 증거에 기초하여 발부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ICC는 해당 국가에 긴급인도(引導)구속 또는 체포·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범인이 로마규정 당사국 내에 있을 경우 이 국가는 범인을 체포·인치한 다음 ICC에 신병을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로마규정의 비당사국은 범인을 ICC에 인도할 의무가 없다.
범인의 신병이 ICC로 인도되면, 이때부터 정식재판이 개시된다. 공판은 로마규정 제6부에 따라 진행된다.
ICC 검찰부가 북한 정권의 핵심 용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신병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ICC 예비조사, 법적ㆍ정치적 효과 있어
첫째, 북한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닐 뿐만 아니라 ICC의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이 전무(全無)하다.
둘째, 김정일은 중국과 러시아(연해주 지역)를 제외하고는 해외여행을 하지 않으므로 국외에서 그를 체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셋째, 김정일이 중국과 러시아를 일시 방문하더라도 이들 나라는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니어서, 범인을 체포하여 ICC에 신병을 인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넷째, 앞으로 김정일이 로마규정 당사국인 제3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아직 국내정치적 입지가 굳건히 다져지지 않은 김정은의 경우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해서 김정일 등 북한 최고지도자들에 대해 기소, 체포영장 발부 및 재판회부 등의 후속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C의 예비조사는 법적·정치적으로 매우 큰 의미와 효과를 갖는다. 최근까지 ICC가 접수한 9000여 건의 고발 내지 진정 가운데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은 13건에 불과했다(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기니, 그루지야, 온두라스,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콩고민주공화국, 북부 우간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 중앙 아프리카 및 케냐의 분쟁에 대한 예비조사). 이런 사실만 봐도 이번의 예비조사 착수는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또 김정일ㆍ김정은을 전쟁범죄인으로 조사한다는 사실은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대북(對北)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추가적인 대남(對南) 군사도발을 다소라도 억제하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만일 범죄 혐의가 확정돼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면, 그 법적 효과는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는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영장의 효력과 관련 공소시효도 없고 면책사유(免責事由)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송상현 ICC 소장은 체포영장 발부의 효력은 그 대상자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므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이 된다고 강조했다.
콩고민주공화국 군벌 사태 등 4건 재판 중
![]() |
|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르푸르 인종학살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
ICC가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이다. 유엔 안보리(安保理)는 2005년 3월 31일 수단의 다르푸르 인종학살 사태를 ICC에 회부하였다. 이 사건은 ICC 회원국의 회부나 수석검사의 독자수사로 수사가 착수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사물적 관할권 행사에 범죄발생지국이나 범인 국적국이 로마규정 당사국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즉 ICC는 수단의 로마규정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참고로 수단은 로마규정의 당사국이 아니다).
ICC(예심재판부)는 2009년 3월 4일 수석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입각, 오마르 하산 아메드 알바시르 현 수단 대통령이 2003~08년간 군대, 경찰, 정보기관 등을 통해 다르푸르 지역 민간인(Fur, Masalit, Zahawa 종족 등)에 대하여 고의적으로 또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살해, 절멸, 강제이주, 고문, 강간을 자행하였다고 판단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즉 반인도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현직 국가원수로는 최초의 사례이다. 하지만 ICC 회원국들의 비협조와 선택적인 외국방문으로 인해 아직까지 ICC가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정식재판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재판 중인 사건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 군벌사태가 대표적이다. 2002~03년간 콩고의 이투리(Ituri) 지역에서 천연자원을 놓고 군벌들 간에 무력분쟁이 발생했다. 이때 이투리애국저항군(Patriotic Resistance Force in Ituri)의 카탕가와 전국인종차별주의자전선(National Integrationist Fron)의 추이는 재화(財貨) 이동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보고로 지역을 공격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살해, 강간, 성적 노예화의 반인도범죄를 저질렀다. 2008년 9월 26일 ICC 예심재판부는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2009년 11월 1심 재판을 개시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무장 투쟁가인 토머스 루방가는 1999년부터 무장투쟁을 시작했는데, 무장투쟁 시기에 미성년자를 유인·납치해 소년병으로 부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성폭력 등 가혹행위를 자행하였고, 6만여 명의 양민을 살해하였다. 이에 ICC는 반인도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2002~03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에서 콩고자유운동이란 민병대(수장·벰바 곰보)와 반란군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벰바 곰보는 살해 및 강간의 범죄를 저질렀다. ICC는 2009년 1월 12~15일 이 같은 공소사실을 확인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밀로셰비치와 피노체트
![]() |
| 유고전범재판소 재판에 출두한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유죄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사망했다. |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대한 재판이다. 그는 크로아티아전쟁, 보스니아내전, 코소보전쟁을 일으킨 전쟁범죄, 1995년 보스니아 7000여 명의 이슬람교도에 대한 학살과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1만명 이상에 대한 ‘인종청소’ 지시 등 무려 66가지의 혐의로 2002년 2월부터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유죄(有罪) 선고를 받기 전에 2006년 3월 ICTY 감옥에서 돌연 사망했다.
이 밖에 전범이나 기타 국제범죄를 저지른 독재자의 심판사례로는 1994년 7월 1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935호로 설치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Rwanda·ICTR)가 르완다 종족학살 혐의로 기소된 칸반다 전 총리 등 주요 전범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것, 미국이 1989년 파나마의 전 대통령 노리에가를 마약밀매 등의 혐의로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회부하여 4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프랑스 법원과 파나마 법원이 각각 노리에가에 대해 궐석재판을 하여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영국 여행 중 스페인이 발부한 영장 때문에 체포됐던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2000년 3월 본국 강제송환된 후 칠레 검찰에 의해 인권유린 혐의 등으로 칠레법정에 섰다. 하지만 칠레 대법원이 2003년 7월 1일 피노체트에 대한 정신상태 감정 결과, 치매 증상으로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소중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사법적 단죄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
21세기 오늘의 국제법은 극악무도한 평화파괴사범, 인류의 양심에 거스르는 중대한 인권침해사범을 정의의 심판대에 올려 징치(懲治)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CC 예비조사 개시로 북한의 소행은 세계에서 14번째 예비조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최종 사법적 단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제 겨우 제1단계에 진입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예비조사에서 본조사를 거쳐 기소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김정일과 김정은을 ICC의 재판대에 세우는 것이 끝내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조치들이 북한 최고지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이번의 예비조사가 불량국가 내지 범죄국가 북한을 국제법적으로 순치(馴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