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과연 선거에서 진 것인가?
중간평가 성격의 歷代 지방선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번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왜 참패했다고 自認하곤, 공황 상태에 빠져버렸나?
중간평가 성격의 歷代 지방선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번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왜 참패했다고 自認하곤, 공황 상태에 빠져버렸나?

- 지난 6월 2일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2월 덕성여중을 방문해 “덕성여중이 잘하여 대한민국 교육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덕성여중은 학력(學力) 수준별로 방과(放課) 후 학교를 운영해 ‘사(私)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4월 10일 필자는 인터넷 기사를 열람하다가 깜짝 놀랐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당원협의회 위원장 회의를 열고 6·2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김영숙 전 교장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요지였다. 며칠 뒤 기독교사회책임과 선진화시민행동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의 결정은 정당이 교육감 선거에 간여할 수 없게 한 지방교육자치법 46조를 전면 위배한 결정”이라면서,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를 위해 ‘바른 교육 국민연합’을 출범시켜 후보단일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데 분노한다”고 했다.
바른 교육 국민연합의 보수후보 단일화 경쟁에 김씨는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한나라당이 자신을 미니까 단일화 경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사실상 단일후보로 떠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한나라당도 당초 김영숙씨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보수, 분열과 전략 不在로 교육감 선거 패배
‘바른 교육 국민연합’은 이원희(李元熙) 교총회장을 단일후보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원희씨는 결정 직후 자신을 ‘중도-보수 단일후보’라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정통 보수층은 ‘중도’란 말을 ‘좌익’보다 더 싫어한다.
이원희 후보는 ‘부적격 교사 10% 퇴출(退出)’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보수 단일후보. 반(反)국가적 전교조 교사 퇴출’이라고 했으면 보수적 유권자들은 “아, 이 사람은 확실한 보수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준이 막연한 ‘부적격 교사 10% 퇴출’ 공약을 보고, 전교조 교사가 아닌 교사들도 이원희 반대 운동을 했다고 한다.
투표 며칠 전부터 여권(與圈)에서 김영숙, 이원희 두 후보를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애국단체에서도 5월 28일 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론 조사에서 전교조가 미는 곽노현 후보가 앞서 가고 있었다.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가, 여론에서 김영숙 후보를 약간 앞서는 이원희 후보 쪽으로 단일화시키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으나 필자는 회의적이었다. 대동단결(大同團結)은 대의(大義)를 소리(小利)보다 중시하는, 이념무장이 잘된 사람들끼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표 이틀 전, 여권에서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낙관론이 나왔다. 이원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등으로 나왔고 기호가 1번이므로 득을 많이 볼 것이란 설명이었다. 6월 2일 투표 하루 전까지도 여권 인사들은 이원희 후보 당선을 자신했다. 투표함의 뚜껑을 여니 친(親)전교조 곽노현 34.3%(145만9535표), 이원희 33.2%(141만1752표)였다. 1.1%포인트, 4만7783표 차이였다. 정권과 후보들과 보수층이 협력하여 곽 후보를 ‘기적적’으로 당선시킨 셈이다.
여권은 교육감 생각도 하지 않던 김영숙 후보를 끌어들여 출마시켜 놓고는 지지율이 떨어지자 밀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퇴시키지도 못했다. 여권은 김 후보를, 보수단일화 경쟁에 불참하게 방치함으로써 보수층을 분열시켰다.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有權者)들은 난립(亂立)한 여러 비(非)전교조 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을지 몰라 방황하다가(이원희 후보가 중도-보수를 자처하니 더욱 헷갈렸다) 이원희씨에게 33.2%, 김영숙 후보에게 12.2%의 표를 갈라 주어 버렸다. 두 사람의 득표율 합(合)은 45.4%이다. 곽노현 후보를 11.1%포인트나 앞서는 표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일부 보수단체와 후보들의 이념부재(不在), 전략부재, 단합실패로 60%가 넘는 반전교조 표가 사표(死票)가 되었다.
6·2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여권의 기회주의와 게으름, 그리고 보수세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국의 미래세대를 전교조 세력에 넘겨주었다.
보수적 S씨가 민주당을 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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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교육감 후보의 난립으로 서울시 교육감자리는 ‘진보’ 후보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
경남도지사 선거도 이(李) 대통령이 인기 높은 현직 지사 대신 경남도민들에게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측근을 내려보내 출마시켰다가 친(親)노무현 무소속 후보에게 진 경우이다. 선거에 임하는 정권 측의 오만과 안이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방선거 다음 날, 개인택시를 타고 멀리 가는 도중에 선거에 대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60대 초반인 S 기사는 대구 출생이고 보수적인 시국관(時局觀)을 갖고 있었다.
“며칠 전 젊은 여대생을 태우고 분당까지 가는 길에 입씨름을 했습니다. 내가, 한명숙 후보가 ‘전쟁을 막는 현명한 방법 한명숙’이라는 구호를 붙여놓은 것을 가리키면서 ‘아니, 서울시장이 대통령인가, 자기가 전쟁을 막게’라고 했더니 이 여학생이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아니란 거예요. ‘그런 증거가 없다’고 우기는데 내가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게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S씨는 지난 6월 2일 선거에서는 일가족 네 명의 표를 몽땅 민주당 후보들에게 몰아주었다고 했다. 물론 한명숙 후보를 찍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감만은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해 가다 보니 여성인 김영숙 후보를 찍었다는 것이다. 그 전의 선거에선 항상 ‘한나라당 지지’였다고 했다.
“왜 이번엔 한나라당을 외면했느냐”고 물었더니 ‘강부자’ ‘고소영’ 이야기를 했다. ‘강남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고, ‘고려대학-소망교회-영남출신들’을 중용(重用)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부자(富者)를 감싸고 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선거판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한나라당 대표마저 재벌 2세이니 더욱 그런 인상이 굳어졌다고 했다. S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朴槿惠)씨를 포용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등 이 대통령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S씨는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당선에 협조해 준 박 전 대표 세력을 배제하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S씨의 경우, 천안함 폭침(爆沈)에 대한 우려와 북한정권을 감싸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분노보다는 부자를 위한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이나 견제의식이 더 강했다는 이야기이다. S씨는 지방선거에 참여하면서 안보적인 고려는 별로 하지 않은 듯했다.
安保를 피해간 한나라당, 安保로 정면 승부한 金文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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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지방선거 기간 중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시했다. |
민주당은 처음부터 천안함 폭침이 북한정권 소행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고(나중에는 마지못해 인정),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기면 전쟁이 난다”고 공격하는데 여당 대표는 그런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민주당을 상대로 한나라당이 “전쟁범죄를 편드는 이런 당 때문에 전쟁이 난다. 국민 여러분이 투표로써 전쟁을 막아달라”면서 총반격을 했다면 표를 더 얻었을 것이다. 안보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지 말자는 당이 휴전하(休戰下)의 여당일 순 없다. 정몽준 대표는 선거 다음 날 너무나 간단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남아공(南阿共) 월드컵 참관을 위해 한국을 떴다.
반면에 지방선거 운동 기간에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하여 가장 많은 발언을 하고, 종북(從北)세력의 선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가 222만 표가 넘는 표 차이로 유시민(柳時敏)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이는 안보를 너무 강조하면 손해를 본다는 한나라당의 일반적 인식과는 배치되는 결과이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야권(野圈)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며 유세 때마다 이 사업의 정당성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지사는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총선이 끝나고부터 민심이 기우는 걸 느꼈다”면서, “천안함 효과가 없었다고들 하는데, 저는 있었다고 본다. 그나마 천안함이 (야당으로 기우는 걸) 완화해 줘서 이만했지, 아니었으면 더 심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문수 지사의 성공이 정치인들에게 주는 교훈은 ‘안보 투쟁성’이 국가의 사활(死活)을 놓고 정치적 승부를 거는 모습으로써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안보문제를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쟁점화하여 성공했는데, 한나라당은 이 호재(好材)를 피해 가다가 졌다.
여당 참패, 야당 승리?
6ㆍ2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이 참패(慘敗), 민주당이 압승(壓勝)했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선거 다음 날 서둘러 패배라고 인정, 총사퇴했으니 졌다고 보는 게 맞는 일이지만 이를 ‘참패’라고 볼 수 있는가? 민주당이 대승(大勝), 또는 압승했다고 볼 수 있는가? 선거 전에 많은 언론은 수도권 3곳 중 두 곳을 차지하는 쪽에서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한나라당은 2150만 인구를 관할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켰다. 서울과 경기도엔 한국 경제력의 반 이상이 몰려 있고, 권력과 언론의 중심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시장선거에서 이긴 부산(인구 356만명)을 더하면 전국 인구의 반(2500만명)이다. 여기에 다시 한나라당이 이긴 대구, 울산, 경북 인구를 더하면 총 3400만명. 한나라당의 여섯 시장·지사가 관할하는 인구는 전국 인구의 약 3분의 2란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이 시장 및 지사 자리를 차지한 일곱 군데의 인구를 모으면 1030만명이다. 한나라당 시도지사가 민주당보다 3.4배 많은 관할 인구를 갖고 있다.
정당 지지율로 배분하는 비례대표 광역시의원 수에서도 한나라당이 36명, 민주당이 32명, 기초의원 비례대표에선 한나라당이 162명, 민주당이 154명이었다.
기초단체장(시장, 군수, 구청장) 당선자 수에선 한나라당(82명)과 민주당(92명)이 비슷하다. 광역시도의회 의원 수에선 한나라당이 252명, 민주당이 328명이었으나 구·시·군 의회 의원 수에선 한나라당이 1087명, 민주당이 871명이다.
정당이 관여하지 않게 되어 있는 교육감 선거에선 서울과 경기도에서 전교조가 민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층의 패배라고 봐야 한다.
1995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린 것은 1998년 선거를 빼면 처음이다. 1998년 6월 지방선거는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출범한 직후에 치러졌기 때문에 여당(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기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졌다.
1995년 6월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의 제1회 지방선거에선 16개 광역시ㆍ도지사 중 여당인 민자당이 다섯 곳, 야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 네 곳을 차지했다. 물론 서울시장도 민주당이 이겼다.
2002년 6월 김대중 정부 시절의 지방선거에선 야당인 한나라당이 16개 광역시·도지사 가운데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비롯하여 11곳을 차지했다. 기초 단체장 선거에선 한나라당이 140곳을 차지, 새천년 민주당의 44곳을 압도했다.
2006년 5월 노무현 정권 시절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이 16개 광역시ㆍ도지사 가운데 서울-경기도-인천을 포함하여 12군데서 이겼다.
한나라당적 인간
이렇게 보면 한나라당의 참패가 아니라 선방(善防)이라고 보는 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 지방정부는 한나라당이 8년간 장기집권하고 있었으니 견제가 강하게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중간평가 성격의 역대(歷代) 지방선거에서 여당으로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다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 나고, 민주당과 민노당이 북한 소행임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정권을 감싸는 행동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압승하여야 했지 않느냐는 보수층의 정서가 있는 건 사실이나 객관적인 기준은 되지 못한다.
문제는 이렇게 선거 결과를 당당하게 변호하고 나오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선거 다음 날 당 대표,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의(辭意)를 표했다. 상황 자체보다는 그 상황을 해석하는 자세가 승패(勝敗)를 가른다. 선방인데도 스스로 참패라고 인정하면 참패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가 맞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이다.
류근일(柳根一) 전 <조선일보> 주필은 선거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나라당의 최대의 패인(敗因)은 한나라당의 선거대책이 잘못되었던 것뿐 아니라, 한나라당적(的) 인간유형(類型)과 한나라당적 문화에 있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장수급과 장교단이 모두 (예외는 있겠지만) 이른바 실무형이다. 모두 고만고만한, 말끔한, 공부는 잘했을, 똑똑한, 반질반질한, 성공한 사람들이다. 대통령도 수능시험, 본고사(本考査), 면접시험, 실기(實技)시험, 근무태도 봐가지고 뽑았으면… 하고 바랄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가? 전사(戰士) 집단인 적(敵)이 험악한 공격을 해올 때, 다시 말해, 평시(平時) 아닌 전시(戰時)에, 전투복 아닌 외출복을 입은 채 전방(前方) 근무 아닌 후방(後方) 근무나 바라면서 총검술 백병전(白兵戰)이 닥치기 전에 휴전회담이 있기를 바라는 문화를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반독재 투쟁 당시에도 2선(線), 3선 정도에서 얼씬거리기나 하다가 훗날 출세를 하고 한나라당 사람이 된 뒤에 와서도, 그때의 겁 집어먹었던 자신을 겸연쩍어하면서 1선에 섰던 386 운동권에 대해 “나도 보수가 아니다”라며 은근히 켕겨하는 사람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패한 것은 당연 이상의 당연이다. 지난 대선 성공은 그들이 쟁취한 게 아니라, 유권자가 ‘묻지 마’로 만들어 준 것이다.>
선거는 공격적, 비관적으로 해야
6ㆍ2지방선거는 교훈을 많이 남겼다.
1. 선거는 역시 공격적으로 비관적(悲觀的)으로 해야 이긴다. 낙관적으로 오만하게 수비 위주로 하면 힘이 생기지 않고 지지층을 이완시킨다. 한나라당은 김정일 정권과 종북(從北)세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어야 했다. 지지층에게 ‘내가 찍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이기게 되어 있다’는 인상을 심은 게 실수였다.
2. 대기업 회장 출신의 대통령과 재벌 2세 대기업 현직 회장이 한나라당의 간판이 되어 치른 선거였다. 권력자와 부자에겐 본능적인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드러내는 한국인의 민심(民心)을 제대로 읽지 못한 느낌이다.
3.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승리는 그가 가진 서민성과 청렴성 이미지에 공격성과 안보 중시가 가세한 덕분이다. 안보에 무임(無賃)승차하는 게 체질인 한나라당 내 이른바 웰빙파의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4.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고 견제용이란 성격이 굳어지게 되었다. 불만이 많은 국민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현 정권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5. 한나라당의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출마, 한나라당 공천후보를 낙선시킨 경우가 많았다. 공천이 불공평했거나 한나라당의 생리가 대동단결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이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권은 단일화를 성공시킨 경우가 많았다.
6. 그동안 민주당이 불법폭력시위를 옹호하고 천안함을 격침시킨 김정일 정권을 감싼 데 대하여 많은 유권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정부 여당이 그 방향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옳은 것, 좋은 것, 진실된 것이 자동적으로 통용되거나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7. 정상적인 언론의 영향력이 줄고 인터넷 괴담(怪談)을 퍼뜨리는 비정상적인 언론구조가 유권자들의 분별력을 해치고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친다.
8. 친노(親盧)-좌경(左傾)운동권의 일꾼들이 많이 당선되어 주민행정에 영향을 끼치는 데 머물지 않고, 대북(對北)정책, 국가정체성(正體性)에도 손을 댈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중앙행정과 좌익이 주도하는 지방행정 사이에 갈등이 깊어질 것이다.
9. 서울 경기도 교육감에 좌경후보가 당선된 것은 약화되던 전교조에 활로(活路)를 틔워주었다. 앞으로 학부모들이 반국가적-반헌법적 교육행정을 감시, 법적으로 대응해야 할 짐을 떠안게 되었다.
10.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좌파는 오만으로 망한다’는 법칙이 재확인되었다. 역대 선거에서 좌파가 강해서 보수가 진 경우는 한 번도 없다.
1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존재감을 많이 퇴색시켰다. 정치인이 국정(國政)의 중심에서 오래 벗어나 있으면 잊힌 존재가 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약 1200만명의 문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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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천안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지난 5월 하순, <뉴욕타임스>는 데이비드 생거 기자가 쓴 기사에서, ‘천안함 폭침은 김정일이 명령한 것 같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을 전달하면서 ‘한국군의 조사는 잔해 속에서 발견된 어뢰의 일부 등 법의학적인 증거(forensic evidence)’를 제시했다는 표현을 썼다.
‘법의학적인 증거’란 범죄현장에서 채증(採證)되는 지문(指紋) 같은 것을 이른다. 이번에 민군(民軍)합동조사단(합조단)이 한글이 적힌 북한제 어뢰 파편을 발견한 것은 살인범의 지문을 찾아낸 것과 같다. 전투나 테러상황에서 이런 완벽한 조사는 세계적으로 예가 드물다. 어뢰 파편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북한소행임을 단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물증(物證)들이 많았다. 우리 군은 범행현장에서 북한제 어뢰파편뿐 아니라 범행순간의 녹음(지진파), 목격자 증언(물기둥을 본 사병), 그리고 당한 순간의 생존자 체험증언까지 완벽하게 확보했다.
민군합조단이 지난 5월 20일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여러 기관에서 국민여론 동향을 조사했다. 종합하면, 북한소행임을 확인한 군의 발표를 믿는 사람들이 약 70%, ‘믿지 않는다’는 이들이 약 20%, ‘모르겠다’는 이들이 약 10%였다. 약 30%의 국민이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수준의 확증(確證)에 동의(同意)하지 않았다. 국민의 30%란 약 1200만명의 유권자들이다.
문제는 이 1200만명의 구성이다. 이들은 못 배운 이들인가, 이들은 빈곤층인가, 이들은 피압박 소수민족인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젊은 층, 특정 지역 주민, 대학생, 화이트칼라(사무실 근무자), 민주당-민노당 지지자를 주력(主力)으로 한다. 활동적이고, 투쟁적이고, 배운 이들이다. 이 30%의 ‘진실부인(否認)세력’이 6ㆍ2지방선거 이변(異變)의 주력군(主力軍)이었다.
지난 5월 말 <조선일보-한국갤럽> 공동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남북경제 교류 중단 등 응징조치에 대하여 ‘찬성한다’는 대답이 60.4%, ‘반대한다’가 20.9%, ‘모름 무응답’은 18.7%였다. 주적(主敵)이 자국(自國) 군함을 격침시킨 데 대하여 비군사적 온건한 제재를 가하는 데도 찬성하지 않는 이들이 약 40%였다.
“앞으로 북한이 다시 침범한다면 자위권(自衛權)을 발동, 군사적 보복도 할 수 있다”는 정부방침에 대하여도 찬성 59.7%, 반대 25.7%였다. 북한이 재(再)도발했을 때 군사적 응징을 하지 말라는 것은 저항하지 말고 항복하란 말과 비슷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성인(成人)인구의 약 26%, 즉 1000만명 정도이다.
‘모름-무응답’까지 포함하면 어른 인구의 약 40%, 1560만명이 북한의 무력(武力)도발에 대한 무력응징에 찬성하지 않는 ‘평화지상론자’(至上論者)인 셈이다.
어른 인구의 약 40%가 적(敵)의 재도발에 대한 자위권 행사마저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이 북한정권의 위협을 받는 가운데서 국가체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령 김정일(金正日)이 기습하여 서울을 포위한 다음 현 위치 휴전을 제의하면서 ‘불응하면 핵(核)무기를 쓰겠다’고 협박할 때 이 40%는 “평화를 위하여 휴전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서울이 포위된 상태에서 휴전하면 한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다시 주춤거리는 이명박
비슷한 때, 미국인 중 절반가량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반대의견은 약 25%였다. 이는 ‘북한 재도발시(時) 자위적 무력응징에 반대하는’ 한국인의 비율과 거의 같았다. 즉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안보(安保)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외국인의 관점에 서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방적 경제체제를 가진 민주국가가 안보적 긴장을 오래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주가(株價)가 떨어진다, 투자심리가 위축된다, 실업률이 높아진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처음 발동되었던 애국심도 식고 이기주의로 돌아간다.
조지 부시의 이라크전(戰)도 초기엔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나 전사자(戰死者)가 천명 단위로 올라가자 애국심이 식기 시작하고 언론의 비판도 거세졌다. 부시는 퇴임할 때 역대 최저 지지율이었다. 트루먼도 6ㆍ25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휴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임했는데, 그때 지지율도 역대 최저였다.
독재국가는 여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나 민주국가는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쟁이나 대결은 지속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과 대결하여 이기려면 국민들의 일전불사(一戰不辭) 의지를 50% 이상의 지지율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응징책 발표 이후, 햇볕정책의 폐기를 선언하고 세상이 달라졌음을 국내외에 알리는 후속(後續)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에서 중도(中道)노선의 견지를 주장하여 보수층을 화나게 했다. 그는 지난 5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중도실용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도 선거 직전 대북풍선 보내기와 휴전선상의 대북방송을 보류하기로 하여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조치는 선거 때 보수층이 결집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부산 동서대학교의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미국인 B.R.마이어 씨는 지난 5월 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남한의 집단적 무시’(South Korea's collective shrug)라는 글에서 “여중생 둘이 미군(美軍)의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는 흥분하던 한국인들이 자국 군함이 적에 의하여 격침되고 46명이 죽은 데 대하여는 분노하지 않는 게 희한하다”고 했다. 그는 “남한에선 국가보다는 동족(同族)이란 점을 더 중시한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은 득을 본다”면서 “미국이 이런 피해자(남한)보다 더 나서서 북한을 응징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지방선거를 전후(前後)하여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 자세도 ‘한국 정부보다 앞서 가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여론은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친다.
선관위가 덮어준 이광재의 前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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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재 강원도 지사 당선자. 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
이광재씨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14만 달러와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814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후보 등록 때 재산, 병역, 납세실적 외에 형사 처벌 전력(前歷)도 공개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재판 진행 중인 사안은 의무 공개 대상이 아니라 이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중요 사실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가 이를 공표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광재씨는 지난 6월 11일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취임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지사직을 사퇴, 再선거를 해야 한다. 강원도 유권자들 상당수는, 선관위, 행안부, 그리고 후보들 사이에 묵시적으로 이뤄진 이상한 담합(談合)에 의하여 선거를 다시 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투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선관위가, 6ㆍ2 선거운동 기간 중 애국단체가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정권을 비호하는 친북세력을 비판하면, 이를 민주당 비판이라고 확대해석,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거나 경고 처분했다.
친북세력 비판을 ‘민주당 비판’으로 본 선관위
대전광역시 선관위원장은 지난 5월 27일자로 필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선관위는 이 문서에서 “귀하는 2010년 5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중구 부사동 소재)에서 국민행동본부가 개최한 ‘천안함 폭파범 김정일 규탄 국민궐기대회’에 참석하여 확성장치를 사용한 강연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친북(親北)세력’ 운운의 선거운동성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바, 이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60조 및 제255조의 규정에 위반되므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의(異議)신청을 냈다.
<본인은, 선관위가 위법행위라고 판단한 근거인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친북세력 운운의 선거운동성 발언’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선관위의 경고조치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근거로 하여 취해진, 즉 허위사실 내지 사실오인(誤認)을 근거로 취해진 위법한 행정조치이므로 마땅히 본인에 대한 경고조치를 취소하고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하여 사과하여야 할 것입니다.
약 36분에 걸친 본인의 강연 내용(별첨 녹취록 全文 참조 바람)은 천안함 폭침의 성격, 김정일의 도발의도와 책임과 그에 대한 응징방안,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제재 연설 내용, 국군이 침몰 원인을 밝혀낸 것의 의미, 중국의 태도, 북한정권의 천안함 폭침을 감싸는 남한 내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 그리고 국민의 자세 등입니다.
여기에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내용이 들어갈 소지가 없었습니다. 본인은 5월 25일 강연에서 지방선거를 거론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을 한번도 거명(擧名)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라는 주장을 한 적도 없습니다. 조사담당관도 5월 28일 본인과 한 통화에서 이 사실을 시인(是認)했습니다. 그날 강연장에 입회 나온 선관위 직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에게 다가와서 “강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라는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대한민국 언론인이,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자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의 대한민국 군함 공격과 그 행위를 감싸는 세력을 비판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한 셈입니다.>
대전선관위 직원은 필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거명하지 않고 종북세력 비판만 했는데 어떻게 선거운동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친북세력은 민주당을 지칭한 것으로 본다”는 말을 했다.
진실은 공짜가 아니다
같은 날 서울선관위도 안보전략연구소 등 6개 단체가 지난 5월 26일자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에 “천안함 관련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을 호도한 친북좌파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신문광고를 게재한 것을 공직선거법 93조, 255조 위반으로 보고, 경고조치를 내렸다. 6개 단체가 낸 이 광고에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서울선관위는 ‘위와 같은 광고내용은 유권자로 하여금 특정정당의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즉 서울선관위도 “천안함 관련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을 호도한 친북좌파 세력”이 지방선거에 나온 특정 정당, 즉 민주당 등 좌파정당이나 후보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전선관위 관계자는 친북세력 비판을 단속하는 것은, ‘중앙선관위의 지침을 따른 것이다’고 해명했다.
애국단체총연합회도 ‘북한을 두둔하는 세력’을 비판하는 광고를 냈다고 서울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연합회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귀 위원회는 ‘북한을 고무 찬양하는 행위’를 고무, 보호하자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선거를 통하여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집권한 예는 있다. 친북을 감싸주는 선관위가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면 민주주의가 반역자를 만들어 내는 온상이 될지 모른다. 선관위가 선거에 출마한 친북세력 비판 금지 조치를 계속한다면 김정일 세력이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장악, 공산혁명을 성공시키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래도 진실 앞에서 겸허한 60%의 건전한 국민들이 있다. 나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트루먼이 이야기했던 대로 정부는 착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격려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 60%의 국민들을 더 강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 60%가 우선적으로 교육되고, 조직되고, 그리고 정치세력화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60%의 교양이고 분노이다.
한나라당은 진실과 헌법과 국가 수호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지지층을 배신했다. 보수정당이 아니라 중도좌파 정당이 되었다. 이런 기회주의적 세력은, 이념으로 무장한 좌익세력에 흡수,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보수층을 버렸으니 보수층도 한나라당을 버려야 게임이 된다. 한나라당에 미련을 두고 짝사랑만 계속하는 보수층에 돌아오는 건 경멸뿐일 것이다.
보수의 겁약(怯弱)과 무능, 좌파의 종북성과 선동이 동시에 진행되어 한국사회의 진실에 대한 분별력이 총체적으로 마비되면 선악(善惡) 구분이 불가능해지고 정의감(正義感)도 사라지며 법치(法治)와 안보가 무너지고 최종적으론 자유도 잃게 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지만 진실도 공짜가 아니다. 싸워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