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뭉크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안철우 지음 | 김영사 펴냄)

名作에 숨겨진 호르몬의 美學

  • 글 : 신승민 정경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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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연의 두려움과 혼란한 정신의 극치(極致)를 그려낸 에드바르 뭉크의 1893년 작(作) 〈절규〉. 뭉크는 왜 이토록 절규하는 걸까.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소장은 체내(體內) 각종 생리현상과 행동까지 조절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호르몬’ 관점에서 이를 분석했다. 안 소장은 “대상에 대한 강한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의 과잉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도파민의 작용이 억제되지 않고 내면에 극도의 영향을 끼치게 되면 무슨 일이든 비극(悲劇)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EBS 〈명의〉, KBS 〈생로병사의 비밀〉 등 TV 출연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호르몬 박사’ 안 소장이 최근 《뭉크씨, 도파민 과잉입니다》를 펴냈다. 세계적 명작(名作) 속에 숨어 있는 작가와 작중인물(作中人物)의 내면세계를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적 접근으로 풀어헤치고, 이를 다시 ‘실생활 건강 상식’으로 안내한다. 여기에 시(詩)와 역사까지 곁들인다. 말 그대로 ‘실용 인문학 의학서’라 할 수 있겠다. 초상화·풍경화·정물화에서 벽화와 석상에 이르기까지 분석 대상이 되는 작품의 ‘미적 형식’ 또한 다양해 ‘볼거리’가 많다.
 

  저자는 클림트의 〈키스〉에서 사랑과 정열의 호르몬 ‘엔도르핀’의 승화를 발견하고, 반 고흐의 〈담배 피우는 해골〉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그늘을 벗겨낸다. 천경자의 자화상(自畵像)에서 엿보이는 멜라토닌의 기근(饑饉), 르누아르의 오찬(午餐)이 보여주는 여유로운 식욕의 기쁨, 샤갈의 고향 가는 길을 인도하는 포근한 꿈결까지…. 안 소장은 “호르몬을 알면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입장까지 포용할 수 있다”며 “호르몬 세계는 정말이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처럼 광대하고 경이롭다”고 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에피파니(Epiphany·불현듯 알게 되는 깨달음 또는 철학적 발견)’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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