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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경의 컬처토크 〈34〉내가 30대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글 : 임도경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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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숨에 읽어 버린 《오리지널스》라는 처세술 책
⊙ 베풀고, 전문적 지식에 신경쓰지 말고, 주변의 좋은 평판을 얻으라는데…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올해 34세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신작 《오리지널스(Originals)》.
  첫 장을 읽는 순간 다 읽어 버린 매력적인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올해 34세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신작 《오리지널스(Originals)》이다.
 
  처음 이 책 제목을 보고는 무슨 생물학 저서인 줄 알았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탐구 서적이려니 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사람들 사이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담은 일종의 처세술 책이었다.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하라고 코칭하는 그 수많은 처세술 책에 별로 감동한 적이 없었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역시 다르긴 달랐다. 서문과 목차만 훑어보고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랜트 교수는 20대에 세계 경영대학원 중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와튼스쿨의 종신교수가 된 기록을 세운 젊은 학자이다. 하버드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했고, 미시간대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모두 마친 수재다.
 
  젊고 의욕이 넘치는 학자답게 그는 이 책에 어떤 기자 못지않은 맹렬한 취재력이 필요했을 어려운 각계 명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존하는 각 분야 학자들의 인문학적 관점을 접목시켜 가면서 무엇이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지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그가 찾은 답은 그간 수없이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 온 정형화한 처세술과는 달랐다. 나름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이 아직 인생 경험이 그다지 많을 것 같지 않은 그 젊은 교수의 눈에 포착됐다는 게 신기할 다름이었다.
 
  그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대학의 종신교수가 되고, 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내고 있는 작가라는 잘난 경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탐구자적 입장에서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남긴 사람이나 단체의 숨은 동력을 객관적으로 ‘들춰내기’ 위해 애썼다. 그게 감동적이었다.
 
  그의 첫 번째 책은 2013년에 출간한 《Give and Take》였다. 그때 그는 이 책을 통해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기적인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이 책에서도 그는 탄탄한 사례를 인문학적 지식을 토대로 분석해 내 전문가들까지 감동시켰다.
 
  그 책을 내놓은 지 3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책 《오리지널스》는 베푸는 사람들 중 ‘독창성’을 갖춘 사람들이 성공했다는, 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분석을 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오리지널’이란, 특히 호소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가 ‘호소력’을 강조한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비상한 능력을 ‘남과 다르게 소통시키는 힘’으로 봤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조합하면 새것이 된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낀다.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라고 말했다.
  그가 첫 번째 책을 통해 강조한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도 결국은 소통의 본질이 ‘양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파악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왜 베푸는 것이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인지도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설명해 놨다.
 
  그가 소통의 시작을 ‘Give’에서 봤다는 게 신기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문화적, 혹은 정치·경제적 상황에 놓여 있지만 사람들끼리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본질적 문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다 늙어서 세상을 관조할 때 깨닫게 되는 그 사실을 서양의 30대 잘나가는 학자가 알아내고는 책에 담았고, 그게 연이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그가 거론한 독창성과 창의력이라는 단어는 사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온 말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데,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아서 못하나 라는 반감까지 드는 식상한 단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면, 무릎을 칠 만한 힌트를 들을 수 있다.
 
  독창성과 창의력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두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낀다.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라고 말했단다. 또 미국의 조직이론가 칼 웨이크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들의 옛날식 조합과 옛날 것들의 새로운 조합(new things and old things in new combination)”이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새로 조합하면 새것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필요하면 베끼기라도 하라는 말이다. 그의 말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얼마 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인기와는 무관한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해 옛날의 익숙한 기억들을 재조립해 구현하는 식의 독창성으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사회에 복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스토리라인은 1980년대 한국 상황을 뼈대로 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드라마를 식상한 형태의 구태의연한 드라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잊어진 ‘이웃 간의 정(情)’을 다시 들춰내며 통통 튀는 현대적 언어로 재현해 놓은 그 조합이 사람들에게 독창적인 드라마라는 인식을 주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그 결과 시장 파급효과도 대단했다. 주인공 여배우 한 명 광고수입이 1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다른 배우들 역시 그에 못지않은 고소득 연예인으로 등장했다.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은 분명 ‘오리지널’에 들어가리라고 본다.
 
  이렇게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재조합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하게 된다. 그게 바로 ‘오리지널’이 될 수 있는 길이라니 독창성과 창의력에 대한 그의 해석이 참신하고 발칙하기까지 하다.
 
  그가 이 책에서 제안한 재미있는 역설은 또 있다.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 전문가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또한 흥미 있는 제안이다.
 
  우리는 한 분야 전문가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시험에 통과를 하고 자격증을 따는 데 목을 매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남과 다르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분야에서 대단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인지 함정(cognitive entrenchment)에 발목을 잡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자기가 아는 것들 속에 갇히는 것이 인지 함정이다. 그래서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한 선임이 신참의 아이디어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일이 생긴다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그는 답답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 보편적인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보통 수준의 전문성과 함께 그 밖의 영역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주변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중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내가 지나온 길이 떠올랐다. 나 역시 기자생활을 했던 26년 동안 보편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지내 왔다. 친구와 수다, 취미생활 같은 건 시간낭비로 여겼다. 그때 내가 그런 것들과 적절히 동반을 했다면, 아마 인생 이모작 시기에 훨씬 풍요로운 선택이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김정운 전 명지대 심리학과 교수의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가 참신해 보였다. 그 ‘여러 가지 문제’라고 하는 타이틀이 쏙 마음에 들었는데, 그 말 속에 ‘제너럴리스트’적 관점이 담겨 있어서 그랬다. 그처럼 보편적인 문제에 관심을 둔 전문가는 ‘오리지널’이 되기 더 쉬울 것 같다.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그림을 배우러 떠나는 파격을 보여줬고, 이제 유명 작가로서도 우뚝 서 있다. 그만하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오리지널’이라고 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오리지널에 등극할 수 있을까? 그랜트 교수는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 갖출 능력으로 호소력을 꼽았다. 앞서 밝힌 것처럼 그는 ‘오리지널’에 대한 정의를 ‘특히 호소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호소력이 말재간보다는 힘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힘은 권력이 아니라 주변의 평판(그는 그것을 지위라고 이야기했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권력이 없어도 주변을 움직여 가는 힘이 있다. 그는 심리학자 에드윈 홀랜더의 ‘괴짜 점수(idiosyncrasy credits)’ 개념을 차용해 이 현상을 설명했다. 괴짜 점수란 집단의 기대에서 임의로 이탈할 수 있는 재량권을 말한다. 이런 권한은 동료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상태에 도전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외톨이 말단 직원은 ‘방자하다’는 평을 받으며 집단 따돌림까지 받을 수 있지만, 그럴 만한 지위를 얻은 사람(동료의 신뢰를 얻어 놓은 사람)이 똑같은 언행을 할 때는 관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 심지어는 ‘역시’라는 찬사까지 들을 수 있다.
 
  그런 지위를 확보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나 홀로 창의적이어도 절대 ‘오리지널’이 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아이디어에는 생명이 붙을 수 없다. 그래서 호소력이 중요하다는 게 그랜트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베풂’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팀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함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면, ‘괴짜 점수’를 얻게 되고, 그런 경우에는 집단의 보편적인 기대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는 재량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분위기를 바탕으로 ‘오리지널’로 등극할 수 있다. 아무리 창의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아이디어는 사장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성공의 원동력도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그는 오리지널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이 책에 담았다. ▲까칠한 보스가 사람 좋은 보스보다 내 의견을 지지해 줄 가능성이 높다. 사람 좋은 보스는 갈등을 싫어해 나서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일을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공통의 목표가 조직을 단결시키기보다는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소한 차이에 더 심각한 갈등을 느끼곤 한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들(vegan)이 육식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계란을 먹는 온건한 채식주의자들(vegetarian)을 더 혐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들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을 단결시키려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차라리 일하는 방식을 통일해 결속감을 주는 방법이 더 낫다. ▲조직문화에 ‘맞는’ 사람보다는 ‘보탬’이 되는 사람을 채용하라. 조직문화에 맞는 사람은 회사에 자극제가 될 수가 없다. 회사는 ‘보탬’이 되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줘야 성장한다. ▲투덜이와 오리지널은 다르다. 투덜이는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지만, 오리지널들은 무엇을 반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지’하고 나선다. 대안을 갖고 있다.
 
  이런 조언을 내가 누군가로부터 30대에 받을 수 있었다면, 그리고 내가 그 말에 귀 기울일 여유가 있었다면, 내 삶이 좀 더 풍성해졌을 것 같다. 물론 ‘오리지널’에 나이 제한이 없으니 누구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재부팅해 본다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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