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이들을 반기기 위해 박수부대로 동원됐던 어릴 적 기억들
⊙ 시내에서 여는 각종 축제보다 기능올림픽 입상자를 위해 쓰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값져
⊙ 카퍼레이드든 뭐든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젊은이들을 격려할 방법 찾아야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시내에서 여는 각종 축제보다 기능올림픽 입상자를 위해 쓰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값져
⊙ 카퍼레이드든 뭐든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젊은이들을 격려할 방법 찾아야
임도경
⊙ (사)지역문화소통연구원 원장,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1970~80년대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을 하고 돌아오면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거국적으로 환영했었다.
세상이 각박해져서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남의 성공에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사라져서 세상이 더 각박해져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8월,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5연패를 하고 돌아온 한국 선수들이 “1970년대에는 세계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카퍼레이드도 하곤 했는데…”라며 기능인들이 푸대접을 받는 시대에 대한 넋두리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2년마다 열리는 세계 각국 17~22세 기술 인력들의 경연장이다. 이번에는 50개 분야에서 59개국 1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한국대표팀은 자동차 정비, 정보통신 등 42개 직종에 47명이 참가해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일로, 이들이 이룬 업적은 어떤 스포츠 종목의 금메달 못지않게 값지다. 기능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최고를 겨루는 전국기능대회를 거쳐야 하는데, 330대 1의 어려운 경쟁을 통과해야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이런 어려움을 통과한 후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는 건 국제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국내 스포츠 스타들 못지않게 명실상부한 업적을 쌓는 일이다. 카퍼레이드를 해줘도 될 만한 성과인 것이다.
맞다, 그랬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국제무대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금의환향하는 사회 각계각층 스타들을 맞이하는 박수부대로 동원돼 시청 앞에 집결했던 기억이 있다. 손에 작은 태극기를 들고 길가에 서서 환호하며 맞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학교에서부터 먼 길을 찾아왔던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
그때 고층건물 옥상에서 뿌리는 알록달록한 색종이 가루 속에 펼쳐졌던 카퍼레이드는 그들이 어떤 중요한 일을 하고 돌아온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무개차 위에서 자랑스럽게 손을 흔들던 그 ‘영웅’들의 목에 걸린 큼직한 화환은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화려했다.
주말마다 큰길 가로막는 행사가 왜 그렇게 많은지…
1983년 전두환 정권 시절,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카퍼레이드를 금지한 이후 이런 모습은 서울 도심에서 사라졌다. 간혹 지방지를 보면, 아직도 카퍼레이드를 하는 지역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서울시청 광장에서 보던 그 장대한 규모는 아닐 것이다.
이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간혹 어떤 상점에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으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실력을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가 들기 때문이다. 아마 내 나이 또래들은 같은 정서를 공유할 것이라고 본다.
카퍼레이드를 할 경우 물론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 자명하다. 잠시나마 카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의 교통을 차단해야 하니 우회하는 차량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낭비되는 기름도 아깝다. 여기에 동원되는 교통경찰 인력도 적지 않을 것이다. 몰려드는 사람의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각종 공공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니 이 또한 큰일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카퍼레이드가 아니더라도 서울 도심에서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공적 행사가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당장 시청 주변 길만 해도 그렇다. 광화문 가로수를 재정비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놓은 이후 그 공간은 거의 매 주말 갖가지 행사로 차량 출입이 통제된다.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통에서 천막을 쳐놓고 팔도 음식 페스티벌을 왜 벌여야 하는지 난 모르겠고, 도로 위에다 아이들 물놀이 기구를 펼쳐놓고 첨벙거리게 하는 까닭도 모르겠다. 그 넓은 광화문 광장이 한쪽은 각종 공연행사로 늘 시끄럽고, 다른 한쪽은 시위로 복잡하다. 서울역 주변도 마찬가지다. 바라볼 때마다 심란하다.
이런 행사로 길을 막을 때마다 광화문 주변 도로는 그야말로 우회차량으로 주차장같이 변한다. 그런 행사에 참여하는 소수의 사람을 위해 다수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도 없다. 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허울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적 차원의 결정도 사회적 질서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수도의 심장부에 간이 장터를 펼쳐놓거나, 어린이를 위한 간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통행을 제한하는 곳은 없다. 최소한의 국가적 권위는 지키는 것이 오히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는 한강놀이공원에서 하는 게 맞다. 놀이공원은 놀이를 위해 만든 공적 장소니 이런 용도에 더 적합하다.
식사 대접보다 카퍼레이드가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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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9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종합우승한 출전선수단 일행을 표창하고 다과를 베풀었다. 오른쪽은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 |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보이는 진정한 영웅의 상이 없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 비극의 씨앗이 아닐까 한다. 이들의 눈에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성공적인 직업은 연예인밖에 없는 것 같다. 아주 가끔씩,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나 여자 프로골퍼 박세리와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나타나 이들을 보고 어린 시절부터 목표를 갖고 성장한 ‘연아 키즈’ ‘세리 키즈’들이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걸 지켜보면,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은 아낌없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각계각층에서 등장하는 진정한 영웅들을 사회적으로 응원해 주는 카퍼레이드 같은 행사는 부활해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사회적 영웅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수부대를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방법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다. 요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같은 자리를 베풀었다. 43회까지 진행된 대회에서 한국은 19번 우승을 했지만,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선수단을 격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력 핵심부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나름 뜻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학벌보다는 기술, ‘스펙’보다는 능력의 길을 택해 국제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이 앞으로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능력 중심 사회’ 구축에도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학벌을 위해 앞다퉈 대학에 진학하고, 그 결과 대졸 청년실업이 양산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실사구시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미래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뜻은 좋았지만, 요즘 세태를 놓고 보면, 대통령의 이런 국정철학이나 국회의장의 각별한 응원에 감흥을 받은 청소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공식행사보다는 그들 눈앞에서 펼쳐지는 카퍼레이드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카퍼레이드와 같은 사회적 환영행사는 이 영웅들을 바라보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상을 드높인 주인공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는 의미가 있다.
세계무대에 우뚝 선 젊은이들을 격려해 주자
이번 국제기능올림픽 자동차 정비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서정우(19)씨는 전 분야 출전자 중 단 한 명에게만 돌아가는 최우수 선수상(알베르트 비달상)까지 받았다. 서씨가 받은 자동차 정비 부문 금메달은 우리나라에서는 14년 만이다.
이 어려운 상을 받은 서씨는 수상 소감에서 “주변에서 이 일을 보는 시선이 기름을 만지니까 ‘기름쟁이’라고 한다”며 다소 자조 섞인 말을 해 듣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성과를 일궈낸 청년의 가슴에 자긍심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임이 분명하다.
지금 이 대단한 일들을 특성화 학교 출신들이 이뤄내고 있다. 서정우씨는 신라공고 출신이다. 철골 구조물 직종으로 금메달을 딴 배영준(20)씨 역시 같은 학교 출신이다.
제빵 분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유재희(19)씨는 동광산업과학고 출신으로 올해 조리 특기생으로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 들어갔다. 피부미용 직종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김은성씨는 경북생활과학고 졸업생이다. 요리 부문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이재광(22)씨는 기술 특성화 대학인 대구공업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출신이다.
모두 일찍 자신의 적성을 찾아 기술을 익힌 청년들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특성화’라는 말은 ‘대세에 끼지 못한’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1순위고, 그다음 단계의 중위그룹에서 선택될 수 있는 차선책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을 안고 실업자 대열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일반 청년들보다 이들이 더 빠르고 확실하게 사회에서 대접받는 위치에 선다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에게는 훈장과 상금뿐만 아니라 국가기술자격시험 면제, 산업기능요원 복무, 취업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대기업에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출전 선수 중 14명은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이고, 현대중공업 6명, 현대차 2명, 한화 테크윈 2명 등이었다. 또 가구업체 에몬스는 전국기능대회 입상자를 우선 채용하기로 산업인력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을 고용한 기업에서 이런 기술력을 가진 인력들을 단순 기술직 노동자로 대우할 것이 아니라 사내 마이스터(Meister) 제도를 도입해 연구직과 마찬가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면, 보다 빨리 대기업 사무직 취업만 바라보며 실업자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대졸자를 양산하는 비효율적 사회 풍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력을 키워 세계무대를 정복하고 돌아온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카퍼레이드로 인해 차량통제가 이뤄지고 길이 막힌다면 난 기쁜 마음으로 교통체증을 견디겠다. 아니, 차를 세워두고 거리로 나가 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를 쳐주고 돌아오겠다.
기능올림픽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군분투해 세계무대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룬 경우에는 아끼지 말고 응원해 주자. 카퍼레이드 이럴 때 해주면 뭐 어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