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석에서 박경미로 靑 대변인 바뀐 후 일절 콜백 없어
⊙ ‘항해사’ 출신이라 ‘월북’했다는 식으로 말한 해경청장 귀싸대기 날리려다 참아
⊙ 반기문 전 총장 면담 주선해준 하태경 의원, 여전히 큰 도움
⊙ 사건 직후 만난 문재인 정부 사람들 모두 다 남의 일처럼 생각
⊙ 내 동생이 조오련, 박태환씨보다 헤엄 잘 친다는 게 말이 되나
⊙ ‘항해사’ 출신이라 ‘월북’했다는 식으로 말한 해경청장 귀싸대기 날리려다 참아
⊙ 반기문 전 총장 면담 주선해준 하태경 의원, 여전히 큰 도움
⊙ 사건 직후 만난 문재인 정부 사람들 모두 다 남의 일처럼 생각
⊙ 내 동생이 조오련, 박태환씨보다 헤엄 잘 친다는 게 말이 되나
지난해 9월 21일, 북한군은 서해 최북단 해상(海上)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를 총으로 쏴 죽인 후 시신을 불태웠다. 이씨의 고등학생 아들은 그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청와대는 유족 측의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살 공무원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최근 청와대 대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고도 답을 하지 않은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래진씨는 박경미 대변인에게 ‘VIP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가능 시간에 통화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화면을 보면, 박 대변인은 해당 메시지를 읽고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경기도 안산에서 ‘매연 저감장치’ 만드는 회사를 혼자 운영하는 그를 만났다.
靑, 일절 콜백 없어
― 여전히 박경미 대변인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고 답이 없습니까.
“네. 제가 왜 답을 안 하는지 궁금해서 아는 기자를 통해 박경미 대변인에게 좀 물어봐 달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물으니 박 대변인이 ‘시민사회수석에게 직접 연락하시는 게 낫겠다’고 했다는군요.”
― 그런 이야기는 직접 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강민수 대변인이 나가고 난 후 청와대의 콜백은 일절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제가 연락하면 늦더라도 꼭 답은 해주셨죠. 관련 브리핑이 있을 때 저에게 따로 전화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 시민사회수석에게는 연락해보셨나요.
“연락을 두 번 정도 했는데 그분도 안 받더라고요. 아마 청와대와 정부에서 제 대응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건 초반에는 무엇을 요청하면 곧장 연락을 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6시간 후, 12시간 후, 24시간 후로 늘다가 요즘에는 연락을 안 주더군요.”
― 사건이 이슈가 될 때는 정치인들에게서도 자주 전화가 왔죠.
“이슈가 될 때는 일주일에 7~8회씩 정치인들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많았죠. 당시 국감 시즌이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전화 걸어 물어봤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희 의원(현 문화체육부 장관),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 등이 이곳을 찾아와 만났죠.”
― 어떤 의원이 가장 큰 도움을 줬습니까.
“하태경 의원요. 지금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의원들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모르잖아요. 사건 직후 국방위 소속 의원실로 전화 걸어 도움을 요청했거든요. 그때 유일하게 하 의원이 ‘형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직도 연락을 자주 하죠. 하 의원은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한국 회장인데, 저에게 작년 11월 24일 연맹이 개최한 총회서 발표할 기회를 줬습니다. 당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Tomas Ojea Quintana)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화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그에게 ‘한국 정부가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유엔과 킨타나 보고관이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한국 정부에) 항의, 관련 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도 주선해주고요. 유엔 쪽에 연결도 해줬고. 박진 의원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IPCNKR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세계 각국 국회의원의 모임이다. 지난 7월 8일 이씨는 해양경찰에 대한 수사와 관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 옆에는 하 의원이 있었다.
해경청장 귀싸대기 날리려 했다
― 사건 직후 통일부·외교부·국방부와 해양경찰청장 등을 만나 면담을 가졌잖아요. 모두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돕던가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사람들이잖아요. 국방부 장관을 만났을 때 동생이 북한군에게 사살된 상황이 담긴 특수정보(SI)를 공개해달라고 했습니다. 비밀 엄수 서약을 하고 저만 보겠다고 했죠. 그래도 군사기밀이라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너무 화가 나서 ‘당신네는 북한 4군단 예하 졸병들한테 놀아난 한심한 집단이다. 특수정보를 보기 전까지 당신들의 월북 주장을 절대 신뢰할 수 없다’고 했죠. 원래 2시간 정도 면담하려고 했는데, 1시간 정도 하다가 제가 그만하자고 하고 나왔습니다. 후에 제가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행정소송을 했는데… 이겨서 자료가 공개되면 뭐 합니까. 이미 자기들 입맛에 맞게끔 다 마사지해놨을 텐데요. 게다가 정말 국방부는 제 동생에게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려고 애쓰더군요. 사건도 잘 알지 못하면서요.”
― 사건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요.
“예를 들어 배석한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작전차장에게 북한군이 동생을 배로 끌고 갔다고 하는데, 얼마나 끌고 갔느냐고 물었어요. 작전차장 답변이 1~2마일 정도라는 겁니다. 제가 ‘장난하느냐’고 하니, 4~5마일로 정정하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5마일이면 10km 가까이 되는데 그 끌려가는 과정에서 동생은 익사 또는 심정지로 죽었을 것이다. 총살 내지 화형은 당신네가 북한과 짠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을 빨갱이로 몰다니요. 제 동생은 목숨 걸고 불법 중국 어선을 단속한 공무원이자 애국자였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왜 불참하느냐 거기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외교부가 북한을 강력히 질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청했는데 당시 ‘왕따 논란’이 있어서인지 노력은 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워낙 면담 시간이 짧아 요청 사항을 서면으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강 전 장관은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안 했습니다. 원론적 외교 화법으로만 대화했죠. 저는 해경청장과의 만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동생이 ‘항해사’ 출신이라 ‘월북’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귀싸대기를 날리려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그 논리대로라면 항해사 출신들은 다 예비 월북자입니까? 엄청난 명예훼손 발언입니다. 해경청장은 반드시 법적 응징이 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 항해사 출신이라 연평 바다를 잘 알아서 월북했다는 논리였나요.
“그렇죠. 제 동생이 연평 바다를 잘 안다고 했잖아요. 당시는 서풍이 불고 유속이 매우 빨랐습니다. 연평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이런 날 월북하겠다고 바다로 뛰어듭니까? 제가 해경청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겁니다.”
동생이 조오련과 박태완보다 빨리 헤엄쳤다니…
― 해경은 동생분이 조류를 거슬러 수십km 거리를 헤엄을 쳐서 북측 해역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위험한 월북’을 시도했다고 하는데요.
“동생 실종 지점에서 북한 해안까지의 최단 거리는 약 21.5km입니다. 헤엄을 쳐서 이동하기는 불가능하죠. 특히 이 지역은 조류가 강하고 물때도 자주 바뀝니다. 해경 말대로라면 제 동생은 박태환·조오련 선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영해 월북한 게 됩니다.”
아시아의 물개라는 조오련이 1980년 8월 11일 0시5분 부산 다대포를 출발, 대마도 소자키 등대에 도착하는 데 13시간16분10초가 걸렸다. 그는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배가 나올 정도로 사전에 지방을 키우고, 횡단 중 1~2시간마다 영양죽을 먹었다. 당시 조오련은 30세였다. 피살 공무원은 40대에 마른 체격이었다. 이씨는 작년 11월 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해경청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은 어땠나요.
“이인영 장관에게 김정은에게 보내는 서신 전달을 요청했습니다. 요청 후 통일부에 서신 전달이 잘 됐는지 물었는데, ‘답을 못 하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도대체 ‘왜 답을 못 하느냐’고 하니, 소위 핫라인이 가동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저는 ‘어차피 이 서신 전달 못 하니까 자꾸 물어보지 마라’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난 문재인 정부 사람들 모두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최근 이씨는 통일부에 서신 전달 의지가 전혀 없음을 파악하고 해외 북한대사관을 통해 김정은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이씨는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직접 나서야 했다. 주(駐)홍콩 북한영사관·주몽골 북한대사관에 ‘통일부 장관을 통해 전달한 서신이 전달되지 않아, 직접 북한대사관을 통해 올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이씨가 김정은에게 보낸 A4 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지금까지도 잠 못 이루고 있다”며 “왜 우린 같은 동포이면서 목숨을 잃어야 하고, 비극을 마주한 채 살아가야 하는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동생의) 차디찬 시신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으로 나날을 보낸다”며 “국가 간 이해충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따뜻한 동포애 마음은 열려 있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동생에게 실제 도박빚 있었는지는 재판에서 따질 것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월북의 근거로 고인의 채무 금액, 도박 횟수와 시기 등을 공개한 것을 ‘인격권 침해’로 판단했다.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당시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이라고 표현하고, 월북 증거라며 피해자의 금융거래 내역과 채무 총액 등을 언론에 공개한 건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중간수사 발표 당시 해경이 발표한 피해자의 채무 금액은 수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며 “채무 상황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면서 명예와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해경청장에게 “당시 수사 발표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실무를 관장했던 해경 수사라인 관계자에 대한 경고 조치를 하고, 실종·변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월북 감행 시 사살하기도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진정은 각하했다.
― 인권위 판단에 만족합니까.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은 해양경찰청장과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
― 해경은 중간수사 발표 때 도박빚 때문에 월북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도박빚이 있었습니까.
“실제 동생이 도박빚이 있었는지, 있다면 규모가 얼마였는지 등은 재판에서 따질 겁니다. 해경이 도박계좌로 송금했다는 그 계좌가 해외계좌예요. 그쪽에서 확인을 안 해줍니다. 도박빚인지 아닌지 알 수 없죠. 제가 참 궁금한 게 있어요. 동생이 빚이 있는 건 맞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하면 빚이 생기잖아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한번 제수씨한테 물어봤어요. ‘빚을 왜 졌느냐’고요. 그랬더니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생겼다는 겁니다. 동생의 금융자료를 보면 저와 제일 많이 거래했습니다. 제가 사업하다가 돈이 없을 때 동생이 억대 이상을 해줬어요. 본인도 빚내서 해줬겠죠. 제가 동생한테 1만~2만원 받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해경은 그런 저를 조사 한 번 안 한 겁니다. 동생 금융자료를 조사할 때 제일 많이 거래한 사람을 조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 해경한테 한 번도 연락이 안 왔습니까.
“동생이 실종된 게 2020년 9월 21일이니까, 23일에 연락이 와서 동생이 ‘월북이란 말을 썼느냐’고 묻더군요. 제가 너무 황당해서 ‘뭐야?’ 했다니까요. 이미 그때부터 해경은 동생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워 몰고 가려 한 것이죠. 저는 배후에 블루하우스(청와대)가 있다고 봅니다.”
“‘월북’ 프레임 배후는 청와대”
― 왜죠.
“문재인 대통령은 동생이 피살되고 6일 뒤인 2020년 9월 2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뤄져야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거짓말이었잖아요. 저도 9월 23일 선배가 선장인 목포 어업지도관리선에 탑승해 동생을 찾았어요. 제가 선배한테 NLL 최북단으로 가자고 했죠. 끝까지 올라갔는데 북한에서 배 통신 장치에 대고 무지막지하게 욕을 하더라고요. 입에 담을 수 없는.”
실제 사망한 이씨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가 어업지도관리선 무궁화 15호에 탑승해 녹취한 국제상선 통신망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한라산 하나, 여기는 백두산 하나”로 시작하는 부당통신을 한다. 부당통신은 북한이 우리 측에 하는 일방적 통신을 말한다. ‘한라산 하나’는 대한민국, ‘백두산 하나’는 북한을 뜻한다. 해당 부당통신에는 이어 “너희 함대가 우리 수역을 침범하였다. 즉시 밝혀라” “유사시 발생할 책임은 너희들에게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에 우리 군도 7분이 지난 오전 8시12분에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라고 응답하면서 “우리는 관할 해역서 우리 국민에 대한 탐색 활동 중이다. 귀측은 더 이상 우리 관할 해역의 정상활동에 대해 억지 주장을 하지 마라”고 답한다.
이씨는 정부가 사건을 축소, 혹은 월북으로 몰기 위해 곧 드러날 뻔한 거짓말을 했다고 본 것이다.
이씨는 “수사를 담당한 해경이 청와대에 불려간 것을 봤다”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사건 경위를 듣기 위해 해경을 방문했는데, 담당이 청와대에 갔다고 했다. 수사 지시를 받으러 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해군이 당시 동생이 탄 배의 선장을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해군작전사령부 원 스타가 전화를 걸어 선장에게 라이프 재킷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명령조로 말하면서 없어진 라이프 재킷이 있느냐고 했는데, 선장이 저에게 말하기를 라이프 재킷이 정확히 몇 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0%
― 앞서 동생이 빚이 있다고 했는데,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없었습니까.
“전혀요. 우리가 5남 2녀인데, 제가 첫째고 동생이 넷째입니다. 형제 중에 넷째 동생이 가장 착했습니다. 저하고 거의 매일 연락하고, 형제 중에 저랑 가장 친했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다 보니 맏형인 제가 아버지 역할을 하고 그랬거든요. 힘들면 ‘형 나 힘들어’ 하고 분명히 이야기했을 텐데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사고 전전날 통화 때도 말입니다.”
빚 때문에 동생이 월북했다는 해경의 조사 결과에 울화가 치미는 듯 이씨가 말했다.
“아니, 빚 때문에 월북한 거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대출을 받은 삼성의 수장 이재용 회장도 가장 먼저 월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은행빚 있는 중산층들도 다 북한으로 가야 하고요. 정선 카지노에서 빚진 사람들도 다 북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제 동생을 월북자, 빨갱이로 모는 겁니까.”
― 문재인 정부는 왜 그런 걸까요.
“그 시기에 현 정부에 타격을 줄 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옵티머스라든지. 이런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해 동생을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실제 당시 이런 이야기가 돌기도 했고요. 그리고 동생이 월북한 게 아닌 게 밝혀지면 그건 해상경계 작전실패입니다. 당연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겠죠. 떨어질 별들이 수두룩했을 겁니다. 군인들 말고도 옷을 벗거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다수고요. 정부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게 부담이 됐겠죠.”
조 바이든 美 대통령, 편지 읽었을 가능성 커
― 첫째 조카는 문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썼는데 전달이 잘 됐습니까.
“제가 주한 미국대사관에 확인해보니, 전달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악관에서 내놓은 북한 인권과 관련한 입장을 보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지 않습니까.”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군은 2021년 2월 4일 편지를 미국대사관에 전달하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군은 편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정 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의해 침해를 당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고 믿고 있다”며 “대한민국 18세 학생의 억울한 호소도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해 서신을 보낸다”고 했다.
이군은 북한이 아버지를 죽인 행위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김정은은 우리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북한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이군은 “대한민국 국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우리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저의 작은 외침을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누구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꿈에 나타난 동생
그는 오는 9월 동생의 ‘피살사건 1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법적으로 ‘실종’ 상태인 동생의 사망 신고를 위해서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되는 모습을 군이 관측했지만, 당사자가 확실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법은 비행기 추락이나 선박 침몰 등 ‘위난(危難)에 의한 실종’의 경우 1년이 지나면 사망을 인정해준다.
“동생의 장례를 치러주고 곧장 문재인 대통령을 직무유기, 살인방조죄로 형사고소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충분히 군을 동원해 구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형제 중 유일하게 동생 일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다.
“다들 걱정하지만 제가 형제 중 가장 전문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장서는 것이지요. 제 고향이 바다가 있는 완도인데다가 원양어선 항해사를 5년 했습니다. 원양선사에서 5년 근무하기도 했고요. ‘물에서 타는 자전거(Waterider)’ 개발을 30년 이상 하기도 했죠. 바다를 제일 잘 아니까 동생이 헤엄쳐서 월북한 게 아니란 확신을 갖는 것이죠.”
이씨는 “한 2주일 전쯤(지난 6월 중순) 처음으로 죽은 동생이 꿈에 나왔다”며 “동생이 ‘형님, 이 사건이 해결 안 돼서 제가 아직 원혼으로 구천을 떠돌고 있으니 빨리 해결 좀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너무 억울해서 못 떠나는 것이다. 꿈이 너무 선명했다.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고, 명예회복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청와대는 유족 측의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살 공무원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최근 청와대 대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고도 답을 하지 않은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래진씨는 박경미 대변인에게 ‘VIP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가능 시간에 통화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화면을 보면, 박 대변인은 해당 메시지를 읽고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경기도 안산에서 ‘매연 저감장치’ 만드는 회사를 혼자 운영하는 그를 만났다.
靑, 일절 콜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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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오후,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상조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네. 제가 왜 답을 안 하는지 궁금해서 아는 기자를 통해 박경미 대변인에게 좀 물어봐 달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물으니 박 대변인이 ‘시민사회수석에게 직접 연락하시는 게 낫겠다’고 했다는군요.”
― 그런 이야기는 직접 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강민수 대변인이 나가고 난 후 청와대의 콜백은 일절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제가 연락하면 늦더라도 꼭 답은 해주셨죠. 관련 브리핑이 있을 때 저에게 따로 전화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 시민사회수석에게는 연락해보셨나요.
“연락을 두 번 정도 했는데 그분도 안 받더라고요. 아마 청와대와 정부에서 제 대응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건 초반에는 무엇을 요청하면 곧장 연락을 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6시간 후, 12시간 후, 24시간 후로 늘다가 요즘에는 연락을 안 주더군요.”
― 사건이 이슈가 될 때는 정치인들에게서도 자주 전화가 왔죠.
“이슈가 될 때는 일주일에 7~8회씩 정치인들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많았죠. 당시 국감 시즌이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전화 걸어 물어봤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희 의원(현 문화체육부 장관),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 등이 이곳을 찾아와 만났죠.”
― 어떤 의원이 가장 큰 도움을 줬습니까.
“하태경 의원요. 지금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의원들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모르잖아요. 사건 직후 국방위 소속 의원실로 전화 걸어 도움을 요청했거든요. 그때 유일하게 하 의원이 ‘형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직도 연락을 자주 하죠. 하 의원은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한국 회장인데, 저에게 작년 11월 24일 연맹이 개최한 총회서 발표할 기회를 줬습니다. 당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Tomas Ojea Quintana)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화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그에게 ‘한국 정부가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유엔과 킨타나 보고관이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한국 정부에) 항의, 관련 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도 주선해주고요. 유엔 쪽에 연결도 해줬고. 박진 의원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IPCNKR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세계 각국 국회의원의 모임이다. 지난 7월 8일 이씨는 해양경찰에 대한 수사와 관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 옆에는 하 의원이 있었다.
해경청장 귀싸대기 날리려 했다
― 사건 직후 통일부·외교부·국방부와 해양경찰청장 등을 만나 면담을 가졌잖아요. 모두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돕던가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사람들이잖아요. 국방부 장관을 만났을 때 동생이 북한군에게 사살된 상황이 담긴 특수정보(SI)를 공개해달라고 했습니다. 비밀 엄수 서약을 하고 저만 보겠다고 했죠. 그래도 군사기밀이라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너무 화가 나서 ‘당신네는 북한 4군단 예하 졸병들한테 놀아난 한심한 집단이다. 특수정보를 보기 전까지 당신들의 월북 주장을 절대 신뢰할 수 없다’고 했죠. 원래 2시간 정도 면담하려고 했는데, 1시간 정도 하다가 제가 그만하자고 하고 나왔습니다. 후에 제가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행정소송을 했는데… 이겨서 자료가 공개되면 뭐 합니까. 이미 자기들 입맛에 맞게끔 다 마사지해놨을 텐데요. 게다가 정말 국방부는 제 동생에게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려고 애쓰더군요. 사건도 잘 알지 못하면서요.”
― 사건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요.
“예를 들어 배석한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작전차장에게 북한군이 동생을 배로 끌고 갔다고 하는데, 얼마나 끌고 갔느냐고 물었어요. 작전차장 답변이 1~2마일 정도라는 겁니다. 제가 ‘장난하느냐’고 하니, 4~5마일로 정정하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5마일이면 10km 가까이 되는데 그 끌려가는 과정에서 동생은 익사 또는 심정지로 죽었을 것이다. 총살 내지 화형은 당신네가 북한과 짠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을 빨갱이로 몰다니요. 제 동생은 목숨 걸고 불법 중국 어선을 단속한 공무원이자 애국자였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왜 불참하느냐 거기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외교부가 북한을 강력히 질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청했는데 당시 ‘왕따 논란’이 있어서인지 노력은 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워낙 면담 시간이 짧아 요청 사항을 서면으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강 전 장관은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안 했습니다. 원론적 외교 화법으로만 대화했죠. 저는 해경청장과의 만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동생이 ‘항해사’ 출신이라 ‘월북’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귀싸대기를 날리려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그 논리대로라면 항해사 출신들은 다 예비 월북자입니까? 엄청난 명예훼손 발언입니다. 해경청장은 반드시 법적 응징이 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 항해사 출신이라 연평 바다를 잘 알아서 월북했다는 논리였나요.
“그렇죠. 제 동생이 연평 바다를 잘 안다고 했잖아요. 당시는 서풍이 불고 유속이 매우 빨랐습니다. 연평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이런 날 월북하겠다고 바다로 뛰어듭니까? 제가 해경청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겁니다.”
동생이 조오련과 박태완보다 빨리 헤엄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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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일 오후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동생 실종 지점에서 북한 해안까지의 최단 거리는 약 21.5km입니다. 헤엄을 쳐서 이동하기는 불가능하죠. 특히 이 지역은 조류가 강하고 물때도 자주 바뀝니다. 해경 말대로라면 제 동생은 박태환·조오련 선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영해 월북한 게 됩니다.”
아시아의 물개라는 조오련이 1980년 8월 11일 0시5분 부산 다대포를 출발, 대마도 소자키 등대에 도착하는 데 13시간16분10초가 걸렸다. 그는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배가 나올 정도로 사전에 지방을 키우고, 횡단 중 1~2시간마다 영양죽을 먹었다. 당시 조오련은 30세였다. 피살 공무원은 40대에 마른 체격이었다. 이씨는 작년 11월 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해경청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은 어땠나요.
“이인영 장관에게 김정은에게 보내는 서신 전달을 요청했습니다. 요청 후 통일부에 서신 전달이 잘 됐는지 물었는데, ‘답을 못 하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도대체 ‘왜 답을 못 하느냐’고 하니, 소위 핫라인이 가동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저는 ‘어차피 이 서신 전달 못 하니까 자꾸 물어보지 마라’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난 문재인 정부 사람들 모두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최근 이씨는 통일부에 서신 전달 의지가 전혀 없음을 파악하고 해외 북한대사관을 통해 김정은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이씨는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직접 나서야 했다. 주(駐)홍콩 북한영사관·주몽골 북한대사관에 ‘통일부 장관을 통해 전달한 서신이 전달되지 않아, 직접 북한대사관을 통해 올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이씨가 김정은에게 보낸 A4 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지금까지도 잠 못 이루고 있다”며 “왜 우린 같은 동포이면서 목숨을 잃어야 하고, 비극을 마주한 채 살아가야 하는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동생의) 차디찬 시신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으로 나날을 보낸다”며 “국가 간 이해충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따뜻한 동포애 마음은 열려 있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동생에게 실제 도박빚 있었는지는 재판에서 따질 것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월북의 근거로 고인의 채무 금액, 도박 횟수와 시기 등을 공개한 것을 ‘인격권 침해’로 판단했다.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당시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이라고 표현하고, 월북 증거라며 피해자의 금융거래 내역과 채무 총액 등을 언론에 공개한 건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중간수사 발표 당시 해경이 발표한 피해자의 채무 금액은 수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며 “채무 상황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면서 명예와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해경청장에게 “당시 수사 발표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실무를 관장했던 해경 수사라인 관계자에 대한 경고 조치를 하고, 실종·변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월북 감행 시 사살하기도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진정은 각하했다.
― 인권위 판단에 만족합니까.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은 해양경찰청장과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
― 해경은 중간수사 발표 때 도박빚 때문에 월북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도박빚이 있었습니까.
“실제 동생이 도박빚이 있었는지, 있다면 규모가 얼마였는지 등은 재판에서 따질 겁니다. 해경이 도박계좌로 송금했다는 그 계좌가 해외계좌예요. 그쪽에서 확인을 안 해줍니다. 도박빚인지 아닌지 알 수 없죠. 제가 참 궁금한 게 있어요. 동생이 빚이 있는 건 맞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하면 빚이 생기잖아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한번 제수씨한테 물어봤어요. ‘빚을 왜 졌느냐’고요. 그랬더니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생겼다는 겁니다. 동생의 금융자료를 보면 저와 제일 많이 거래했습니다. 제가 사업하다가 돈이 없을 때 동생이 억대 이상을 해줬어요. 본인도 빚내서 해줬겠죠. 제가 동생한테 1만~2만원 받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해경은 그런 저를 조사 한 번 안 한 겁니다. 동생 금융자료를 조사할 때 제일 많이 거래한 사람을 조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 해경한테 한 번도 연락이 안 왔습니까.
“동생이 실종된 게 2020년 9월 21일이니까, 23일에 연락이 와서 동생이 ‘월북이란 말을 썼느냐’고 묻더군요. 제가 너무 황당해서 ‘뭐야?’ 했다니까요. 이미 그때부터 해경은 동생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워 몰고 가려 한 것이죠. 저는 배후에 블루하우스(청와대)가 있다고 봅니다.”
“‘월북’ 프레임 배후는 청와대”
― 왜죠.
“문재인 대통령은 동생이 피살되고 6일 뒤인 2020년 9월 2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군사통신선을 통해 연락과 소통이 이뤄져야 남북의 국민이나 선박이 해상에서 표류할 경우에도 구조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거짓말이었잖아요. 저도 9월 23일 선배가 선장인 목포 어업지도관리선에 탑승해 동생을 찾았어요. 제가 선배한테 NLL 최북단으로 가자고 했죠. 끝까지 올라갔는데 북한에서 배 통신 장치에 대고 무지막지하게 욕을 하더라고요. 입에 담을 수 없는.”
실제 사망한 이씨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가 어업지도관리선 무궁화 15호에 탑승해 녹취한 국제상선 통신망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한라산 하나, 여기는 백두산 하나”로 시작하는 부당통신을 한다. 부당통신은 북한이 우리 측에 하는 일방적 통신을 말한다. ‘한라산 하나’는 대한민국, ‘백두산 하나’는 북한을 뜻한다. 해당 부당통신에는 이어 “너희 함대가 우리 수역을 침범하였다. 즉시 밝혀라” “유사시 발생할 책임은 너희들에게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에 우리 군도 7분이 지난 오전 8시12분에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라고 응답하면서 “우리는 관할 해역서 우리 국민에 대한 탐색 활동 중이다. 귀측은 더 이상 우리 관할 해역의 정상활동에 대해 억지 주장을 하지 마라”고 답한다.
이씨는 정부가 사건을 축소, 혹은 월북으로 몰기 위해 곧 드러날 뻔한 거짓말을 했다고 본 것이다.
이씨는 “수사를 담당한 해경이 청와대에 불려간 것을 봤다”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사건 경위를 듣기 위해 해경을 방문했는데, 담당이 청와대에 갔다고 했다. 수사 지시를 받으러 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해군이 당시 동생이 탄 배의 선장을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해군작전사령부 원 스타가 전화를 걸어 선장에게 라이프 재킷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명령조로 말하면서 없어진 라이프 재킷이 있느냐고 했는데, 선장이 저에게 말하기를 라이프 재킷이 정확히 몇 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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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진씨가 지난 7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윤 전 총장 측 제공 |
“전혀요. 우리가 5남 2녀인데, 제가 첫째고 동생이 넷째입니다. 형제 중에 넷째 동생이 가장 착했습니다. 저하고 거의 매일 연락하고, 형제 중에 저랑 가장 친했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다 보니 맏형인 제가 아버지 역할을 하고 그랬거든요. 힘들면 ‘형 나 힘들어’ 하고 분명히 이야기했을 텐데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사고 전전날 통화 때도 말입니다.”
빚 때문에 동생이 월북했다는 해경의 조사 결과에 울화가 치미는 듯 이씨가 말했다.
“아니, 빚 때문에 월북한 거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대출을 받은 삼성의 수장 이재용 회장도 가장 먼저 월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은행빚 있는 중산층들도 다 북한으로 가야 하고요. 정선 카지노에서 빚진 사람들도 다 북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제 동생을 월북자, 빨갱이로 모는 겁니까.”
― 문재인 정부는 왜 그런 걸까요.
“그 시기에 현 정부에 타격을 줄 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옵티머스라든지. 이런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해 동생을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실제 당시 이런 이야기가 돌기도 했고요. 그리고 동생이 월북한 게 아닌 게 밝혀지면 그건 해상경계 작전실패입니다. 당연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겠죠. 떨어질 별들이 수두룩했을 겁니다. 군인들 말고도 옷을 벗거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다수고요. 정부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게 부담이 됐겠죠.”
조 바이든 美 대통령, 편지 읽었을 가능성 커
― 첫째 조카는 문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썼는데 전달이 잘 됐습니까.
“제가 주한 미국대사관에 확인해보니, 전달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악관에서 내놓은 북한 인권과 관련한 입장을 보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지 않습니까.”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군은 2021년 2월 4일 편지를 미국대사관에 전달하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군은 편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정 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의해 침해를 당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고 믿고 있다”며 “대한민국 18세 학생의 억울한 호소도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해 서신을 보낸다”고 했다.
이군은 북한이 아버지를 죽인 행위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김정은은 우리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북한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이군은 “대한민국 국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우리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저의 작은 외침을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누구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오는 9월 동생의 ‘피살사건 1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법적으로 ‘실종’ 상태인 동생의 사망 신고를 위해서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되는 모습을 군이 관측했지만, 당사자가 확실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법은 비행기 추락이나 선박 침몰 등 ‘위난(危難)에 의한 실종’의 경우 1년이 지나면 사망을 인정해준다.
“동생의 장례를 치러주고 곧장 문재인 대통령을 직무유기, 살인방조죄로 형사고소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충분히 군을 동원해 구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형제 중 유일하게 동생 일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다.
“다들 걱정하지만 제가 형제 중 가장 전문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장서는 것이지요. 제 고향이 바다가 있는 완도인데다가 원양어선 항해사를 5년 했습니다. 원양선사에서 5년 근무하기도 했고요. ‘물에서 타는 자전거(Waterider)’ 개발을 30년 이상 하기도 했죠. 바다를 제일 잘 아니까 동생이 헤엄쳐서 월북한 게 아니란 확신을 갖는 것이죠.”
이씨는 “한 2주일 전쯤(지난 6월 중순) 처음으로 죽은 동생이 꿈에 나왔다”며 “동생이 ‘형님, 이 사건이 해결 안 돼서 제가 아직 원혼으로 구천을 떠돌고 있으니 빨리 해결 좀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너무 억울해서 못 떠나는 것이다. 꿈이 너무 선명했다.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고, 명예회복시켜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