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역대급’ 의사 파업 이유? “文 정부 의료정책은 하나하나가 핵폭탄”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공공 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는 4대 惡 의료정책
⊙ 근본 원인 低酬價 외면하고 ‘퍼주기’ 정책만… 文케어는 포퓰리즘 끝판 왕
⊙ 10만 의사 회원 의협은 정치적 조직 아닌 의료 전문가 집단, 정부는 귀 기울여야

房常赫
가톨릭관동대 의대 졸업 / 제주 하나로의원 원장, 부산 형주병원 진료과장, 제주 해비치의원 원장,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역임 / 現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 참가자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의사들이 메스 대신 피켓을 들었다. 단단히 화났다는 뜻이다.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대대적인 파업이었다. 지난 8월 7일, 1만명의 전공의(專攻醫)가 병원 ‘밖’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8월 14일에는 개원의(開院醫)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원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현대사에 쓰인 굵직한 ‘의사 파업’은 단 두 번이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때다. 이번이 세 번째. 규모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2014년 불참했던 응급실과 중환자실, 혈액투석실 등 필수의료 부문 인력도 동참했다. 2만명의 의대생들도 대거 수업 거부를 선언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貼藥) 급여화’ 반대.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비대면 진료’도 추가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다. 파업을 앞두고 방상혁 상근부회장을 찾아가 봤다.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누구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현 정부의 의료정책은 하나하나가 모두 핵폭탄입니다.”
 
  앉자마자 한 말이다. 그가 조목조목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의대 정원 확대다. 지난 7월 23일, 정부는 의대생을 더 많이 뽑겠다고 했다.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왜 갑자기?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가 실감 났다. 8월 5일 보건복지부는 “현재 10만명인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6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OECD의 ‘보건통계 2020’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臨牀醫)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한의사 포함)이다. OECD 평균(3.5명)보다 낮다. 정부의 생각은 요컨대 이렇다. ‘의사를 많이 뽑으면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줄고 외과·흉부외과 등 기피과(忌避科)가 자연히 채워지겠지.’
 
  이번 발표로 학원가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지만, 현직 의사들은 진짜로 울었다. 절규 섞인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적인 의사 수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의사 증가율’과 ‘인구 감소율’을 봐야 한다고.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인구 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 2038년이 되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세금 쓸 곳은 여기가 아니라고.
 
  ―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게 맞습니까.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진료 보려고 두세 달씩 기다린 적 있습니까. 집에서 5분만 가면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나라 아닌가요. 한 빌딩에 병원 간판만 몇 개씩 달린 곳도 있죠. 전체 의사 수 문제가 아니라, 기피지역과 기피과에 인력이 부족한 거죠. 쏠림현상, 이게 전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일입니까.”
 
 
  의사 수 늘수록 의료비 폭증
 
  ― 마치 3D 업종 인력이 부족하니 취업준비생이 많아져야 한다, 이런 논리인가요.
 
  “그렇죠. 특히 의료는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와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입니다. ‘왜’ 기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죠. 예컨대 지금 의료 수가(酬價)로는 병원에서 외과 수술을 해도 경영에 도움이 안 됩니다. 지방은 더 심하겠죠. 만일 종합병원, 중소병원에 외과 의사 자리가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이다, 왜 마다하겠습니까. 개원했을 때도 환자가 많이 온다는 보장이 있으면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2003년에는 이걸 해결하겠다고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이라는 걸 줬습니다. 기피과 전공의에게 매달 50만원씩 더 주는 겁니다. 나중에 기재부에서 보니까 돈은 꾸준히 나가는데 나아진 게 없는 겁니다. 결국 폐지됐죠. 정부에서는 이 같은 땜질 처방의 한계를 봐왔으면서 이번에 또 똑같은 정책을 내놓은 겁니다.”
 
  ― 어찌 됐든 환자들에게는 의사 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잖아요.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 경제 기본 원리죠. 의료는 다릅니다.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요. 의사가 100명이 있다가 150명이 되면, 의료 지출도 똑같이 150으로 오릅니다. 건강보험연구원도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에 크게 기여한다’고 명시했고, 해외 연구보고도 일관되게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GDP가 2% 미만이면 의사 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아요.
 
  그뿐인가요. 무분별한 증원은 의학 교육의 수준을 떨어뜨려 결국 의료 질을 저하시킬 수 있어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최고 수준의 병상 수와 의료기자재,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접근성을 가진 나라예요. 이미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구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료정책을 펼쳐나가야죠. 교육과 의료는 특히 백년대계를 앞두고 설계해야 하는 분야 아닙니까.”
 
 
  공공의대, 또 다른 부실 의대 될 것
 
2019년 7월, 의료개혁을 위해 단식 중인 방상혁 부회장. 단식 7일째 되던 7월 15일 결국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극명한 온도 차. 그러나 조율 단계는 없었다. 정부는 이미 8월 중 2022학년도 의대 정원을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확정·통보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정원 배정 절차를 시행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확대 안(案)에는 ‘지역의사제’도 포함된다. 증원한 4000명 중 3000명은 10년간 의무적으로 지방에서 근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공공의대 신설’도 추진한다. 우선 2018년 폐교된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서남대학교의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은 2024년 3월부터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등 공공 필수의료 분야 인재로 양성할 계획이다.
 
  ― ‘지역의사제’는 어떻습니까. 3000명의 의사가 10년간 강제로 지방에서 근무하면 지역 불균형 해소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정부가 말하는 지역의사제는 국가장학금을 써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의 중증의료만 전공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전형 의대 출신들은 이를 전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사라지겠죠. 결국 전체적으로 중증의료 지원자들은 더 줄어들 개연성이 높습니다.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의사는 결국 한지(閑地) 의사, 이류 의사로 전락하게 될 거고요.
 
  의사들을 지역으로 배치하려면, 이렇게 강제로 10년 동안 묶어놓을 것이 아니고 근무여건과 안정성을 개선해야죠. 좋은 근무여건을 만들기 위한 재정을 병원에 투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의 개선과 국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공의대도 대책이 될 수 없어요. 공무원 신분으로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보다는 좋은 채용 조건을 제시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우선해야죠. 이는 또다시 부실 의대를 양산하는 정책일 뿐입니다.”
 
  ― 공공의대 설립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각 지역 내 효과적 감염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지역별 효과적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정부 직제(職制)의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가 독립해 보건의료의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 건강을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감염관리는 공중보건 영역에서 이뤄져야 하며 전국에 산재해 있는 보건소가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보건소가 공중보건 영역에 집중하도록 해야 하죠. 일반진료 영역을 폐지하고 공중보건 영역으로 특화해야 합니다. 또 기초단체장에 좌우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보건복지부 직할로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비효율적인 현 공중보건의 제도의 전면적 개편입니다. 1km 이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있어 진료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보건소는 100%고, 보건지소의 경우는 40%대에 이릅니다. 이러한 공중보건의 인원을 역학조사나 지역 공중보건과 공공의료기관에 투입하면 됩니다.”
 
 
  低酬價부터 개선해야
 
  무엇보다 시급한 건 따로 있다. 의료계 병폐(病弊)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저수가(低酬價)’ 문제다. 원인은 따로 있는데, 애꿎게 책상머리 대책만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의사들이 가슴을 치는 가장 큰 이유다.
 
  저수가는 쉽게 말해 ‘너무 싸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료비는 OECD 최저 수준이다. 강아지 분만보다 사람 분만 비용이 더 저렴할 정도다. 병원의 평균 의료수가가 원가(原價)의 80%라는 통계도 있다. ‘사람 살릴수록 병원은 적자(赤字)’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에 의사들이 몰리고, 생명과 직결된 외과·산부인과 등은 기피과가 됐다. 자연스러운 쏠림이다. 애당초 원인이 ‘수가 현실화’인데, ‘이것만 빼고’ 다 하려고 하다 보니 탁상정책만 쏟아졌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 연신 땜질만 하는 모양새다. 방 부회장은 “협회에서는 꾸준히 적정수가, 적정급여, 적정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 적정수가. 결국 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얘기인데, 낮은 비용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건 한국 의료의 장점 아닙니까.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직장인 기준, 매달 건강보험료를 30만원씩 낸다고 칩시다. 그런데 실손보험에도 모두 가입하고 있죠. 거의 필수로요. 보장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원이라고 한다면, 결국 매달 의료비로 40만원씩 내고 있는 겁니다. 그중에는 병원에 한 번도 안 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결국 국민들이 내는 의료비는 30만원이 아니라 40만원입니다. 의무적인 납부에는 조세저항감이 있지만 자발적으로 실손보험을 내는 덴 저항감이 덜하잖아요. 정부가 교묘히 그 시장을 키운 겁니다. 실손보험 10만원이면 건강보험에서는 6만~7만원으로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사업비가 안 빠지니까요. 그리고 지금 수가로는 진료의 한계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진료의 한계, ‘심평의학’
 
  ― 저수가가 당장 환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건강보험 저수가는 필연적으로 ‘심평의학’을 탄생시켰어요. 심사평가원에서 만든 지침대로 치료해야 한다는 현실을 비꼰 용어죠. 환자들은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알아서 잘 치료해주겠지’라고 생각하죠.
 
  지금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보다 심평원의 보험 기준이 우위에 있습니다. 언론으로 치면 과거 ‘보도지침’에 따라 기사를 쓰고 있는 격이죠. 지침에 따르면 1차 약을 먼저 보험으로 쓰고, 안 들으면 2차 약을 보험으로 쓸 수 있습니다.
 
  환자 10명 중 7~8명은 1차 약으로도 치료가 됩니다. 문제는 2~3명은 처음부터 2차 약을 필요로 합니다. 처음부터 센 진해거담제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고요. 진료해보면 알잖아요. 그런데 무조건 1차 약을 먼저 먹고 2차를 먹어야 되는 거예요. 괜히 병원에 한 번 더 와야 하고 치료 시기도 늦춰지죠. 심평의학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 처음부터 2차 약을 처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심평원에서 병원에 알려옵니다. 과잉진료라고요. ‘2차 약을 1차로 썼으니 약값을 물어내라’고 합니다. ‘삭감’이라고 하죠.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더 좋은 진료를 위해 병원에서 더 부담한 셈 치면 되니까요.
 
  문제는 약값을 물어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도 ‘진찰료를 돌려주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환자는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았다, 혹은 오진(誤診)을 했다고 오해할 수 있죠. 의사와 환자 사이 라포(rapport·신뢰)가 깨지는 겁니다. 의사들이 심평의학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죠.
 
  환자를 위해 필요한 약이나 치료도 보험 기준에서 벗어나면 불법인 상황이기 때문에, 의협에서는 의학적 원칙에 따라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야 된다고 꾸준히 얘기해오고 있습니다.”
 
 
  문케어, 포퓰리즘 끝판 왕
 
지난 2018년 5월 20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2차 문재인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사진=뉴시스
  ― 현장에서는 ‘수가 현실화’를 외치는데 정부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말합니다. 문케어의 골자죠.
 
  “모든 치료를 보험으로 해주겠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심평의학의 엄격한 잣대가 생겼는데, 이제 완전히 갇히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재정은 또 어떡하겠다는 겁니까. ‘무식하면 용감하구나, 의료를 몰라도 이렇게 모르나, 아무 말 대잔치구나.’ 문케어 처음 접하고 든 생각입니다.
 
  조삼모사로 떡 하나 미리 준다는 건데, 떡을 퍼줄 거면 남겨놓을 게 있는지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지속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범위를 산정하고, 그 안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포퓰리즘의 끝판 왕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 정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법에서는 정부가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보험재정에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해야 하고,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에 따라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지원해야 함―국민건강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책임을 명시한 거죠.
 
  지난 10년간 국고 미지급금은 18조4000억원입니다. 매년 증가 추이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요. 한편 국고지원율은 이명박(16.4%), 박근혜(15.4%) 정부에 비해 낮은 13.6% 수준에 그쳐 점차 줄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27.4%)과 대만(23.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죠. 문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늘어가고 있는데, 국고지원 등 재정수입 부분은 줄어드는 기형적인 상황이 초래된 겁니다. 이렇게 건강보험 재정이 탈탈 털리니 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니요. 허황되고, 꿈같은 얘깁니다.”
 
 
  ‘반값 한약’의 시대?
 
지난 6월 28일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결의대회’에서 첩약 급여화 반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꿈에서 깼다, 현실에서는 어떡해야 합니까.
 
  “재정을 어디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죠. 그저 포퓰리즘으로 상급 2~3인실 병실, MRI 급여화를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환자실, 외과수술, 소아심장수술 같은 필수의료의 수가를 제대로 쳐주고 중증 암환자, 희귀질환자에게 필요한 면역치료제, 표적항암제 같은 비싼 약을 먼저 급여화해야죠.”
 
  ― 이런 와중에 첩약 급여화 얘기도 나옵니다. 매년 500억원씩 투자해 3년간 시범사업 후 전면 보험화하겠다는 내용인데요. ‘반값 한약’이라며 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험 적용을 하려면 의학적 타당성, 비용 대비 효과, 약과 시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이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한의학은 그렇게 과학화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세포 개념, 해부학적 구조, 장기(臟器) 용도에 대한 아무런 의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 체질과 기(氣)의 관점에서 인체를 파악하고, 자연에 있는 약초 등의 약용 성분을 조합해서 치료에 적용한 학문이죠. 예컨대 석류가 여성의 몸에 좋다고 해서 석류를 보험화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 겁니다.
 
  무엇보다 500억원은 단순 의료 재정이 아니고 국민 세금입니다. 한정된 보험재정을 급한 데는 안 쓰고 한약에 쓰겠다는 게 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발상입니까. 제 계산으로 그 금액이면 일반진료 영역에서 10여 개 약을 보험화하고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첩약 급여화 또한 이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0월부터 시범 사업이 시작된다.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3개 질환에 대해 한약을 처방받을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 誤診 지름길
 
  의협 하면 가장 먼저 최대집 회장이 떠오른다. 워낙 존재감이 커서다. 그런데 방 부회장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몰라 봤을 뿐이다. 한땐 진료 참 잘한다, 소문 난 의사였다. 10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환자를 돌봤다. ‘심평의학’으로 치료의 한계를 느꼈다. 회의가 들어 가운을 벗었다. 대신 업계의 고질병을 고치고 싶었다. 2012년, 의협에 처음 발을 디딘 배경이다.
 
  인터뷰 동안 그는 ‘죽을 각오로’ 혹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을 종종 썼다. 보통은 잘 안 쓰는 말이다. 처음에는 ‘과장하는 경향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듣다 보니 아니었다. 진짜 목숨 걸고 싸운 전력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현대사에 기록된 두 번째 의사 파업. 당시 집단 휴진을 주도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인물이 바로 그다. 의협 기획이사 시절이다. 삭발은 기본, 무려 분신(焚身)까지 시도했다.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려는데 경찰이 저지했다. 간발의 차로 살았다. 그는 “진짜 죽을 생각이었다. 유서까지 써놨다.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면서 “전생(前生)에 엄청난 노력을 해서 이 삶을 얻은 것이 아니고 무(無)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다시 무로 가는 과정이라 여겼고, 그(희생)로 인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지금도 ‘방상혁 분신’을 치면 관련 기사가 여럿 뜬다.
 
  ― 2014년 파업 시 목숨 걸고 반대했던 원격진료, 당시 야당인 민주당도 같은 목소리를 냈죠.
 
  “재밌는 건 당시 저와 같은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이 지금은 원격진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름만 ‘비대면 진료’로 바뀌었을 뿐 같은 얘깁니다. 의료는 제대로 잘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진찰을 잘 해야 합니다. 청진(聽診), 타진(打診), 촉진(觸診)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떤 병인지 알아내고 그런 다음에 치료에 들어가야 해요. 비대면 진료는 보고 듣는 정보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거거든요. 얻는 정보의 양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당연히 오진 확률이 높아지겠죠.”
 
  ― 지난 5월,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한시적 전화진료·처방을 해본 결과 오진 사례가 제로(0)라고 했는데요.
 
  “당연히 부작용이 없을 수밖에 없죠. 그건 무지(無知)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당뇨병을 예로 들어봅니다. 합병증으로 실명이 될 수도, 다리가 썩을 수도, 콩밭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어요. 이때 비대면 진료로 당을 관리하면 환자들의 미세한 변화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가 썩는다? 환자들은 이걸 부작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아, 합병증이 발생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그걸 막을 수 있었어요. 의료는 편리성과 바꾸면 절대로 안 됩니다.”
 
 
  길바닥에 앉은 ‘코로나 영웅’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진 지난 3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 봉사 중인 방상혁 부회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 정부 때문에 거리로 나선 의료진은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 ‘코로나 영웅’이라 부른 이들입니다.
 
  “감염병 발원지에 문을 활짝 열었음에도 이 정도인 건 국민의 협조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희생한 의료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직도 너무 안타까운 건 감염자 수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중국발 입국자를 조기에 막았다면. 의협에서 일곱 번이나 얘기했는데 정부는 듣지 않았죠.
 
  대만이 대처를 참 잘했죠. 철저히 의학적 원칙에 따라 입국자와 마스크 반출을 즉각 막았습니다. 대만은 총리와 보건부 장관이 모두 보건의료 전공자입니다. 총통은 이들의 의학적 견해를 정치적인 고려 없이 경청했고요.
 
  우리나라는 연금을 공부하신 분이 장관을 하고 있으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의학적 고려에 따라 정책을 펼쳤으면 지금 수준의 10분의 1 이상으로 확진자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방 부회장도 그 ‘영웅’ 중 하나였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지난 3월 한 달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전쟁터가 있다면 이렇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나랏일’하는 데 의료전문가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최대집 회장에게 국회의원 출마를 권한 이유다. 최 회장은 “내가 출마하면 지금까지 냈던 의협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대신 당신이 나가라”고 했다.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나’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 선언. 몇 번? 22번. 당선권 밖, 그리고 멋지게 사퇴. 재도전 의사를 묻자 방 부회장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요구의 목소리가 있다면 재고(再考)는 해보겠다”고 했다.
 
 
  의협은 전문가 집단
 
  ―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많이 내서 그런지 의협을 정치색이 있는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공식적으로 표명해주면요.
 
  “국민 개개인은 누구나 본인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가 있죠. 의협의 회장, 부회장이기 이전에요.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는 집단입니다. 정부가 잘못된 의료정책을 펼치면 지적하는 거죠. 지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정부 시책에 반(反)한다고 정치색이 있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죠. 이런 차원을 벗어나 의협이 한 번이라도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면, 한번 보여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이번 파업에 여론은 극명히 갈립니다. 지지자들도 있지만,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어요.
 
  “‘전문직이고, 먹고살 만하면서 왜 저러나.’ 이런 얘기들 많이 하시죠.
 
  그런데 가만히 보세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보험화. 이런 주제들 지금 당장 의사들 밥그릇에 아무런 영향도 안 미칩니다. 최소 10년 뒤 이야기고, 그때 되면 은퇴하신 분들도 많겠죠. 잇속 챙기는 차원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정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절박한 마음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알아달라는 거예요. 뭐랄까…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의사들은 정말 이러다가 국민 건강에 위해가 갈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형진    (2020-08-20) 찬성 : 4   반대 : 47
주장에 타당한 논거가 없다....

2020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