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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1대 국회의원 인터뷰

미래통합당 지역구 男 최연소 김병욱 당선인

“黨과 국회에서 훈련된 예비정치인들 적극적 활용해야”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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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연고 없는 인물을 막 갖다 꽂는 공천은 잘못
⊙ 돈 있고 시간 있는 부유한 청년 말고, 당과 국회에서 훈련된 젊은 정치인 키워야
⊙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 기회 주니 黨 어려울 때 헌신
⊙ 8월 전당대회 개최, 물리적으로 불가능
⊙ 김종인 비대위 ‘무조건 찬성’은 아니지만, 그만한 대안 찾기 어려운 게 현실
⊙ 40대 기수론… 정치적·경제적으로 혜택 가장 많이 받은 86세대 물러나라는 의미

김병욱
1977년 출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 국회의원 비서관, 보좌관,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세분석팀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전문위원 역임 / 現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미래통합당, 경북 포항남구·울릉)
  지난 4·15 총선에서 참패한 후 미래통합당 내부에선 ‘40대 기수론’이 나오고 있다.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 보수 정치인이 당의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보수 정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40대 기수론이 현실화하려면 가뭄에 콩 나듯 당선된 40대 당선인들이 ‘구상유취(口尙乳臭· 아기 젖비린내)’로 타기하는 당내 분위기를 뚫고 자리를 굳혀야 한다.
 
  미래통합당 1970년대생 지역구 당선인은 김웅(70년생·송파갑), 윤희숙(70년생·서초갑), 배준영(70년생·인천 중-강화-옹진), 김은혜(71년생·성남분당갑), 강민국(71년생·진주을), 전봉민(72년생·부산 수영), 김성원(73년생·동두천-연천), 김형동(75년생·안동-예천), 정희용(76년생·고령-성주-칠곡), 황보승희(76년생·부산 중-영도), 김병욱(77년생·포항-남-울릉) 등이다. 미래통합당 비례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도 1970년대생 당선인이 3명(이종성-70년생, 조수진-72년생, 이용-78년생)이 있다. 총 14명의 40대 당선인 중 김병욱 당선인을 인터뷰한 것은 그가 지역구 최연소이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은 정희용 당선인과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95학번 동기지만 태어난 해가 다르다. 그가 10년 넘게 국회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정치 감각도 한몫했다.
 
 
  삼 남매 아빠
 
  ― ‘삼 남매 아빠’라는 타이틀이 지역(포항남 울릉)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밝히려 한 건 아니었습니다. 명함을 드리면서 인사드리러 다니는데 뵙는 분들 다수가 농반진반으로 총각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를 후보가 아닌 운동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때마다 ‘아이고, 제가 아가 서입니다(자식이 셋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셋이 될 만큼 나름 나이를 먹었습니다’라는 의미였죠. 그런데 지역민들이 아이가 셋이란 말에 호의를 가져주시더라고요. ‘삼 남매 아빠’가 제 캐릭터가 된 것이죠. 그래서 명함에 ‘삼 남매 아빠’라고 적었습니다. 예비후보 사무실 현수막에 막내 100일 때 찍은 가족사진도 넣었고요.”
 
  ― 아이들 덕을 봤네요.
 
  “막내딸이 늦둥이인데, 막내딸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덕담을 많이 들었습니다. 막내딸이 복덩이라고.”
 
  ― 오늘 어버이날인데 카네이션은 받았나요.
 
  “아, 아직 아이들이 좀 어려서요. 첫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둘째가 1학년, 늦둥이 막내딸은 작년 말에 출산했습니다.”
 
  ― 아이들 돌보랴, 선거운동하랴 부인께서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건데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 특히 아내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거 때 정말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하루에 3만 보 넘게 걸으면서 명함을 저보다도 많이 돌렸죠. 선거 기간에는 끄떡도 없더니, 선거 끝나고 병원에 가더라고요. 무릎이랑 허리가 아파서.”
 
 
  이유 있는 자신감
 
김병욱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당의 지역구 남자 당선인 중 최연소다.
  ― 솔직히 김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저는 자신 있었습니다.”
 
  ― 그래요?
 
  “지난 설날에 고향(포항 남구 연일읍) 갔을 때, 6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이 ‘60대나 20대나 모두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구나’였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소위 지역에서 오래 정치를 한 거물 정치인들은 거의 다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니, ‘지역민들이 이번만큼은 진짜 새로운 사람을 원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 ‘느낌’만으로 ‘확신’을 갖진 않잖아요.
 
  “거물들이 경쟁하니 신인이 출마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더군요. 오히려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유권자들이 새로운 사람을 원할 때 정치 신인인 제가 용기 내어 나가서 지역 변화를 이끌겠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인정해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명함을 돌리는데 반응이 정말 좋더군요.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는데, 반응이 진짜 뜨거웠습니다.”
 
  ― 출마한 후보자 중 열에 아홉은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죠.
 
  “새벽에 산악회 버스 가서 인사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니 다른 후보가 먼저 와서 인사하고 있더군요. 그 후보가 인사하고 나온 뒤 제가 들어갔더니 반응이 싸한 겁니다.
 
  제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미래통합당 공천 신청을 한 김병욱입니다. 제가 국회에서 13년 넘게 보좌진으로 근무했고, 이번에 고향 한번 바꿔보려고 큰마음 먹고 왔습니다. 일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인사하고 명함을 돌렸습니다. 적막이 흐르기에, ‘새벽부터 인사드린 게 불편하셨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박수를 막 쳐주시더군요. ‘맞다, 이번엔 진짜 바꿔보자’ 하면서요.”
 
  김 당선인은 젊은 후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가사로 담은 노래를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유튜브에 올린 이 뮤직비디오는 지역 내에서 화제가 됐다.
 
 
  공관위, 젊은 층 더 배려했어야
 
  ―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보수세(勢)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이 40대 후보를 인정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당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죠. 경북은 우리 당의 심장입니다.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고요. 포항에 변화를 주는 것이 경북이나 당이 젊게 바뀌고 있다는 상징적인 모습이 될 수 있었죠. 결국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도 이런 점을 인정해줬고요.”
 
  ― 공관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공천’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제가 지역구 당선인 중 최연소라는 게 안타깝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사실 지난번보다 당선인 평균 연령이 5세 정도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천 과정에서 젊은 층을 좀 더 배려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거의 낙선해서 제가 지역구 최연소가 되기도 했지만 젊은 후보들을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도권 험지에 공천해놓고 ‘우리도 젊은 사람 공천 많이 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거죠.”
 
  ― ‘퓨처메이커’를 말씀하시는 거죠.
 
  “지역구 공천을 하는데,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역 연고도 없는 인물을 막 갖다 꽂는 게 사실 말이 안 되거든요. 경쟁력이 있을 수 없죠. 설령 우리가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어려웠을 텐데 힘든 상황이었으니 말 다한 거 아닙니까. 지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을 공천한 것은 ‘너는 그냥 알아서 살아남아’라며 사지로 밀어넣은 것과 마찬가지죠.”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지역구 10곳에 ‘청년벨트’를 설정해 ‘퓨처메이커(미래 창조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청년들을 배치했다. 그러나 김민수 후보(경기 분당을) 외에는 청년 후보들이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었고,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험지’에 거의 버려지듯 내리꽂혔다. 경험도 전무하고 당의 도움도 없다 보니 보수세가 강한 경기 분당을에서조차 패배했다.
 
 
 
“우리 당 당직자나 보좌진 중에도 특출한 인재 많아”

 
  ― 청년들도 ‘멍’ 하는 공천장만 바라보기보다는 미리 고향 등 자신과 연관 있는 지역에서 활동해야 한 거 아닙니까.
 
  “당에서 미리 젊은 인재를 받아들이고 훈련·경쟁시켜서 그들이 자신과 연고 있는 곳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맞는 말이긴 한데, 당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젊은 인재가 있습니까.
 
  “대선, 지방선거 등 선거란 선거에서 모두 참패한 만큼 당에 들어오려는 인재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당의 총선 패배 요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시대에 뒤처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세상은 변했는데 냉전반공주의와 천민자본주의 패러다임에 집착했습니다. 정의와 공정, 연대와 공존의 21세기 시대정신을 거스른 채 ‘반(反)문재인’만 외쳤습니다. 옛것은 사라졌는데 새 가치엔 무관심한 것이죠.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자연히 젊은 인재들이 모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실 우리 당에는 젊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 젊은 인재가 많다?
 
  “지금까지 우리 당은 소위 ‘엘리트 청년’에게만 관심을 보였고, 그들에게만 기회를 주었죠. 좋은 말로 ‘엘리트 청년’이지 그들은 사실 ‘부유한 청년’이거든요. 정치할 만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청년들이죠. 그런 청년만 대우받으니, 실제 정치권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정치 감각’을 키운 당직자나 보좌진 등은 소외될 수밖에 없죠. 제가 보좌진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당 당직자나 보좌진 중에 정말 능력 있고 특출한 인재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갈이도 되겠죠.”
 
 
  보좌진·당직자의 수직적 관계부터 수평적으로 바꿔야
 
김 당선인은 “김종인 비대위가 맞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치를 여건이 안 되는 만큼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인물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김종인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 견해”라고 했다.
  ― 공감합니다만, 통합당은 민주당과 다르게 보좌진과 당직자를 수직적 관계로 보죠.
 
  “민주당은 보좌진·당직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같은 운동권 ‘동지’라 그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민주당은 오랫동안 당과 의원실에서 훈련된 사람에게 기회를 주죠. 제가 보좌관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게, 박홍근 의원이 김상희 의원 보좌관 출신인데 같은 상임위장에 나란히 앉아 의정 활동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면 당이 힘들 때 자신이 피해 보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헌신합니다.”
 
  ― 통합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처음으로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에게 가산점을 줬는데,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청년·신인·보좌진 가산점을 다 받았습니다. 중복은 안 되지만요. 저하고 경선한 분이 50대 신인이었는데 가산점을 7점 받았습니다. 저는 10점이었고요. 별 차이가 없었죠. 이 정도 가산점은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정치신인이 들어갈 틈이 없죠. 신인·보좌진·당직자에 대한 가산점을 좀 더 높여야 합니다.”
 
  ―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호영 의원이 예상외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우리 당이 난파선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난파선의 선장은 노련해야죠. 많은 분이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당을 새롭게 재정비할 수 있는 사람이 주호영 대표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 것이죠.”
 
  ―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으니 통합당 지도체제 문제가 결론 나겠네요.
 
  “지도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입니다. ‘김종인 비대위’에 최소 1년 임기를 보장해서 갈지,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할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치를지 빨리 결정해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당이 안정화가 됩니다.”
 
  ― 개인적으로 ‘세 가지 선택지’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쏠립니까.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오는 8월에는 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 구성 등 21대 국회가 뭘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시기에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당은 올스톱이 될 것입니다. 사실 전당대회 같은 선거 자체가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열의 소지가 큽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또 영남당이네, 친박이네, 친이네, 친황이네 이야기가 나올 텐데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난파선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당 현실로는 전당대회가 어렵다고 봅니다.”
 
 
 
김종인 비대위 조건부 찬성 이유

 
  ―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해야 한다는 건가요.
 
  “당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인물에게 우리 당의 수술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당이 자가치료로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그럼 이를 맡을 사람이 김종인 위원장뿐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대안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난파선의 선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맡는다고 할 분은 없습니다. 비대위원장은 일종의 독배입니다. 김종인 위원장보다 우리 당을 더 잘 살려낼 분이 있다면 당연히 모셔야겠죠. 그런데 과연 그분이 오시겠느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임기만 보장하면 온다고 한 ‘김종인 카드’가 가장 현실적일 수밖에 없죠.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에서도 역할을 했고, 민주당도 살려낸 경험이 있습니다.”
 
  ― 40대 기수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팔십이 넘은 김종인 위원장에게 당을 맡기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요.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한 것은 첫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지만 그분 옆에서 도운 비대위원들의 역할도 컸습니다. 김종인 위원장부터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이준석 최고위원 등 라인업이 좋았습니다. 개성 있는 사람들을 박 전 대통령이 잘 엮어서 잘 조율했죠. 당명도 바꾸고, 당색도 바꾸고. 우리 당이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을 완벽히 해냈죠. 만약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는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젊고 개성 있는 사람들을 비대위원으로 앉히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닐까요. 비대위원들을 하나로 엮는 것은 김 위원장의 몫이겠지만요.”
 
 
  비대위 대부분 실패?… 성공한 당대표는 얼마나 있나
 
  ― 일각에서는 역대 비대위는 대부분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당대표는 많나요? 성공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강재섭 전 대표 정도밖에 없습니다. 당대표가 성공하려면 결과론적이지만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선거에서 패배해 물러났잖아요. 비대위는 대부분 실패했으니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죠.”
 
  김 당선인은 자신이 김종인 비대위 찬성파로 비치는 걸 염려했는지 “김종인 비대위가 맞다는 게 아니다. 전당대회 치를 여건이 안 되는 만큼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인물난이 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종인 비대위’로 가지 않겠느냐는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 총선 직후 보수 정치권의 화두로 ‘40대 기수론’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20대 때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즉 50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죠. 그들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 과거나 현재 항상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86세대는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앴고, 걸어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국정감사 질의서를 직접 쓰는 등 보좌진과 수평적으로 일했죠. 국회, 정치권의 권위주의 타파에 애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보세요. 권위주의 타파를 외치던 그들이 기득권, 특권층이 됐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죠. 지금의 40대 기수론은 이렇게 오염된 고인 물인 86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 아닐까요.”
 
  ― 사실 70년대생은 한국 세대 담론에서 일종의 ‘투명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잖아요.
 
  “86세대는 성장 과정은 힘들었지만, 산업화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86세대는 민주화운동을 통해 정치적 주도권을 잡았고, 경제적으로는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입니다. 월급을 재형저축 통장에 저금만 해도 집을 살 수 있었죠.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휩쓸린 선배들이 대거 퇴직해 조기 승진하고 장기 집권 중이기도 하고요. 반면 70년대생들은 대학 졸업을 전후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30대가 되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탓에 존재감이 희미해졌습니다. 취업난 등 경제적 문제 앞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지금의 40대가 소위 ‘낀낀세대’라 ‘투명인간’이란 평가도 받는데 이제는 달라져야죠.”
 
 
  50대와 40대의 결정적 차이
 

  ―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요.
 
  “50대와 40대의 차이점은 많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권위의식의 유무입니다. 50대는 사회생활하면서는 권위주의 타파를 외쳤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권위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빠들이죠. 주위에 50대 선배들 보세요. 다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잖아요. 50대 선배들이 육아를 돕는 경우 봤습니까. 집안일 돕는 경우 봤습니까. 40대는 아니죠. 육아나 집안일 안 도와주면 집에서 내쫓기잖아요.(웃음)”
 
  ― 40대는 왜 권위의식이 50대보다 덜할까요.
 
  “남녀차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아들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남성의 대학진학률이 훨씬 높았죠. 하지만 90년대부터 바뀌었죠. 90년대 학번부터 남녀의 대학진학률이 비슷해진 겁니다. 남녀가 평등한 세상에서 살다 보니 남자가 우선이란 권위의식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이게 다른 쪽 권위의식에도 영향을 미쳤고요.”
 
  김 당선인은 “40대는 50대보다 대한민국에 긍정적이고 우호적”이라고 했다.
 
  “우리(40대) 세대 때 어학연수 붐이 불었습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스펙 쌓기가 중요시된 것이죠. 그때 많이 외국에 나갔는데, 공항마다 삼성 광고판이 있고 현대자동차가 굴러다니고 하니 ‘우리나라 대단하구나’ 하게 된 겁니다. 국가관이 투철해진 것이죠. 우리 전 세대는 그렇지 않잖아요. 국가를 투쟁의 대상으로만 봤으니까요.”
 
  ― 폭삭 망한 보수가 살아남으려면 권위적인 50대보다 그렇지 않은 40대가 나서는 게 답이라는 이야기네요.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86세대로 대표되는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키웠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성공해 존경받던 세대의 어두운 뒷모습을 엿본 탓이죠. 이 사태는 비생산적인 논쟁과 정치적 편 가르기로 대한민국을 분열시켰습니다. 지금의 40대는 ‘낀낀세대’라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권위의식 없는 첫 세대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86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세대가 될 수 있죠. 이러한 가교(다리) 역할은 97세대의 장점이자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포용적 리더십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치권과의 인연
 
김병욱 당선인은 강재섭 국회의원실 인턴 비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 대화해 보니, 아직 국회 입성 전인데도 정치 감각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국회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2003년부터 일했으니까요.”
 
  ― 정치권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2002년 9월 대학졸업반 때였습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대구시 발대식을 한나라당 대구시지부(현 대구시당협)에서 준비했는데, 영상이나 PPT 등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시지부 조직부장이 제 경북대 선배였는데 이 선배가 사회학과 동기한테 사람을 좀 추천해달라고 한 것이죠. 선배 동기는 정치외교학과인 저를 추천했고, 제가 발대식을 돕게 됐습니다. 발대식 후 곧장 대선 캠프에 합류했는데, 대선에서 패배했죠. 패배 후 졸업(2003년 2월)을 하고 당시 대구시지부 위원장(현 대구시당 위원장)이던 강재섭 의원실을 무작정 찾아갔죠. 저를 써달라고. 그때 인턴제도가 생긴 직후라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국회 생활이 시작된 것이죠.”
 
  강재섭 의원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 당선인은 이후 박보환·박상은 의원실 비서관, 이학재 의원실 비서관·보좌관을 지냈다.
 
 
  교육委 활동 원해
 
김병욱 당선인은 “포항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학교 등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사진=김병욱 당선인 유튜브 캡처
  인터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자, 그는 지역 이야기를 하나 꼭 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 구성 때 꼭 교육위원회에 가고 싶습니다. 포항에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데, 그 핵심에 교육이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도시 가족동반 이주 비율이 50% 정도밖에 안 되는 이유는 교육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온 가족이 이사를 안 오기 때문입니다. 포항에는 경제자유구역이 있으니 이곳에 국제학교, 영어유치원 등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교육위에 가야 합니다. 또 의과대학을 만들어야 하고요. 경북에는 대형병원(대학병원)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감 없이 드러났죠. 동국대 경주병원이 있지만, 동국대 일산병원에 무게감이 더욱 실린 게 사실입니다. 민주당에서 전남도 내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 중인데, 경북 포항에도 의과대학이 들어와야 합니다. 포항공대에 연구 중심의 의과대학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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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성    (2020-06-01) 찬성 : 0   반대 : 0
윤평중 칼럼에 나온 표현을 쓰는 꼴을 보니 이 분도 제대로 일 할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대체 통합당이 언제 냉전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 패러다임에 집착했는지??? 거꾸로 반공도 안하고, 자본주의 기본 원리도 지키지 않은게 통합당입니다만?? 근거는 없고 주장만 가득한 게 딱 윤평중스러운 인간이군요?? 소위 텃밭이라는 TK에 이런 인간들이 득시글하니 당이 망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죠.
  손병철    (2020-05-31) 찬성 : 2   반대 : 0
응원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훈련된 참신한 젊은 당료들이 많이 나와야 된다는것이 제 소신입니다. 그러고, 절대 부패하지 마세요. 모든것을 주넉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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