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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꼴찌의 반란’ 한국시설안전공단 강영종 이사장

“대한민국의 GDP는 우리가 40년간 건설한 시설물이 주는 이자(利子)입니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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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성장은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의 기적’ … 시설물 등 사회간접자본은
    그만큼 중요
⊙ 공기업 경영평가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최하 E등급에서 최상위 A등급으로 ‘고공(高空) 점프’
⊙ 한국시설안전공단 설립은 성수대교 붕괴가 계기
⊙ 시설안전·건설안전에 최근 지하안전(싱크홀)·지진안전 업무까지 추가
⊙ 관리해야 할 1, 2종 시설물 수 8만개 넘어
⊙ 미국 경제의 침체는 시설물 등 사회간접자본 방치의 결과 … 우리는 그 전철 밟지 말아야
  경기도 일산신도시 킨텍스 맞은편 옛 한국시설안전공단 본사 2층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자웅을 겨룰 만한 미남이, 그것도 185cm의 훌쩍한 키로 성큼 나타나 악수를 청했다. 시설안전공단은 6월 말 경상남도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잠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남복(福)’이 넘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강영종(康永宗·58·고려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6년 1월 취임했던 것이다. 그가 시설안전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이 공단은 구제불능의 상황 비슷했다.
 
  전국 공기업 가운데 2년 연속 E등급을 맞은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14개 준(準) 정부기관으로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강 이사장 부임 후 ‘기적’이 일어났다. 1년 만에 A등급을 받았는데, 일부 언론에 실제 성적표가 누출된 적이 있다. 그냥 A등급이 아니라 ‘1등’이었다는 것이다.
 
  시설안전공단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직접 계기가 돼 탄생했다. 세계적 건설기술을 지녔다는 유수 대기업(동아건설)이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에 세운 다리가 상판이 통째로 무너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 사고로 한국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성수대교 붕괴 후 출범
 
시설안전공단 직원들이 한 공공기관의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3년 만에 처음 성과급을 받게 돼 직원들이 좋아하겠습니다.
 
  “2년 연속 꼴찌한 것도 처음이고 E등급에서 한꺼번에 A등급으로 뛰어오른 것도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두 가지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그간 공단 직원들이 ‘숙제’만 했을 뿐 ‘시험’을 볼 생각을 안 했다고나 할까요.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데 골몰했지 업적 평가라든가 경영평가 같은 것에는 신경을 안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걸 개선했지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영평가실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만 맡겼을 뿐 직원들 스스로는 경영평가에 둔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대리시험’을 친 것이지요. 둘째는 자기 ‘숙제’만 했을 뿐 공단 전체의 정체성(正體性)이 부족했습니다. 자기 숙제만 하는 게 비판받을 순 없지만 전체가 다 잘되는 것과는 다르거든요.”
 
  — 시설안전공단의 출범이 조금은 비극적입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연결됐으니.
 
  “32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고는 시설물 건설 일변도로 달려오던 사회에 시설물 안전과 유지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일명 시특법)을 제정하고 ‘시설안전기술공단’을 출범시켰습니다. 1995년 4월이었는데 굉장히 속도가 빨랐지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난 지 불과 6개월 만에 시설안전을 책임질 공공기관을 설립했으니까요. 아마 지금도 전무후무한 ‘초특급’ 신설이었을 겁니다. 이후 공단은 2008년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데 국민들은 사고가 나서야 안전을 되돌아봅니다.
 
  “저희 공단의 업무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설물 안전 점검이 주 임무였는데 4년 전부터 건설안전 업무가 추가됐습니다. 그 일은 공단 산하의 건설안전본부가 맡고 있지요. 재작년에는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하안전’ 임무도 우리 공단이 맡게 됐습니다. 그러다 작년 9월 12일에는 경상북도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내진(耐震) 안전 진단 문제도 불거졌지요.”
 
  — ‘건설안전’은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 업무와 중복되는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은 사람(人)의 안전을 담당한다면 우리 공단은 ‘시설안전’을 담당하는 것이지요.”
 
  — 지하에 공동(空洞)이 생기는 싱크홀 사태는 어떻게 진단합니까. 땅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데.
 
  “GPR이라는 장비가 있습니다. 싱크홀 문제는 지하 공동도 있지만, 예를 들어 흙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면서 원래 있던 곳에 공동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슨 공사를 했다가 제대로 메우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것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지하안전법이 작년에 공포됐습니다.”
 
  — 한반도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합니다.
 
  “경주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지요. 당시 우리 공단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진이라는 게 아시다시피 횡적(橫的)으로 파동이 오잖아요. 기존의 건물들이 받는 하중(荷重)은 위에서 아래로 힘이 가해지는 중력(重力)하중이고요. 힘의 작용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내진설계가 돼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과도한 설계인지, 적정한 설계인지도 봐야 하고요.”
 
 
  지진 계기로 국가내진센터 추진
 
한 터널을 점검중인 공단 직원들.
  —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일대에 원자력발전소가 많은데 그곳도 공단의 점검 대상인가요.
 
  “원전(原電)의 경우 원자력 안전기술원이 맡고 있습니다.”
 
  — 시설안전공단이 작년 경주 지진 때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요?
 
  “당시 공단은 첫 지진 직후 긴급대응팀을 경주와 포항에 파견했습니다. 국민안전처 중앙지진재해조사단 업무지원 등을 포함하면 총 183개 현장에 연인원 164명이 투입돼 다양한 지원업무를 수행했습니다.”
 
  — 작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진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그때 의원들이 지진 관련 안전 대책 등을 집중 질의했기 때문에 제가 강호인 장관 대신 답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작년 경주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면서 지진에 대비한 시설물 안전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그도 그럴 것이 규모 5.8의 지진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였습니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으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저희 공단은 이 지진을 계기로 제기된 공적 임무를 감당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금년 초 ‘국가내진센터설립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추진단은 법령화 등 관련 절차 등을 마련해 국가내진센터 설립을 성사시키는 게 궁극적인 임무입니다.”
 
  — 국가내진센터가 정식 설립되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요.
 
  “정식 설립 이후 국가내진센터는 시설물의 내진설계, 내진안전진단, 내진안전진단 평가, 내진보강설계 적정성 검토, 내진보강 기술장비 인증, 내진교육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시설물의 관리 주무부처와 관리 기준에 따라 상이한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내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내진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우리나라 전체에 시설물이 몇 개나 됩니까.
 
  “우리나라는 지난 40 여 년간 쉬지 않고 시설물을 건설해 온 덕분에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1970년도에 800여 개에 불과하던 1, 2종 대형 시설물이 2016년 말에는 8만 개 가까이로 급증했습니다. 숫자상으로 보더라도 이제는 대형 시설물의 양적 증가 자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설물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봐도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 어떤 결론입니까.
 
  “1971년부터 1975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시설물이 약 50% 증가했을 때 GDP는 270%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시설물의 증가율과 GDP의 증가율이 거의 같아졌습니다. 시설물의 양적 증가를 통한 국가 경제력 향상도 이제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의미죠.”
 
  — 시설물의 양적 증가가 한계에 도달했다면, 시설물 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요.
 
  “시설물의 양적 증가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이미 건설돼 있는 시설물의 노후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시설 정책도 시설의 양적 증가를 위한 건설 중심에서, 시설 가치의 관리 위주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설물의 종합 성능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보수 시기를 결정하는 예방적 유지관리 체계 마련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입니다.”
 
  — 우리나라 시설물의 노후화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법률상 1종, 2종으로 구분하는데 1, 2종 시설물만 8만2000개쯤 됩니다. 최근에 법이 개정돼서 3종도 생겼습니다.”
 
 
  시설물 노후 대책이 중요 과제
 
공단 직원들이 교각시설 현황을 촬영하고 있다.
  — 3종 시설물은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데요.
 
  “17만 개에서 20만 개로 추산됩니다.”
 
  — 그렇다면 1, 2, 3종 시설물을 다 합치면 최소 25만에서 최대 28만 개라는 뜻인데 그걸 다 공단에서 관리합니까. 직원 530명이?
 
  “우리 공단에서 관리하는 것은 정기점검·정밀점검·정밀안전진단 가운데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시설물에 한해서입니다. 8만2000개의 1, 2종 시설물 가운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토부장관이 고시한 152개를 살피지요. 한번 점검하는 데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됩니다.”
 
  — 그렇다면 1, 2종 시설물 가운데 낡은 시설물의 비율은요.
 
  “시설물관리특별법상 1, 2종 시설물 가운데 사용 연수가 30년이 넘은 노후 시설물이 2014년 전체 시설물의 10.6%에서 2019년에는 13.9%, 2029년에는 34.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말은 앞으로 15년 이내에 낡은 건축물의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한다는 뜻입니다.”
 
  — 보통 시설물의 수명을 얼마로 봅니까.
 
  “통상 시설물의 수명은 40년 정도로 보지만 30년이 지나면 노후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시설물은 1960년대 말부터 근대화가 시작돼 1970년부터 집중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게 지금의 시설물들이 그때 지어진 것 같지만 1990년대까지는 평행선처럼 조금씩 우상향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3년 뒤면 이사장 말씀대로 노후화가 시작되는 30년째를 맞네요.
 
  “그렇습니다. 국내의 시설물은 3~4년 전부터 노후화가 집중적으로 시작됐고 지금부터 4~5년 후면 그 추세는 한층 더 심해질 것입니다. 사회간접자본(SOC) 노후화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수명 연장, 경제·사회적 비용 절감, 국민 안전 확보 방안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마땅합니다.”
 
  — 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이라고 너무 사회간접자본의 노후화와 그 성능 유지에 대해 민감한 거 아닙니까.
 
  “제가 이런 예를 하나 들까요? 미국이 왜 세계 일류국가가 됐을까요?”
 
  — 그야 다른 나라보다 사회간접자본에 더 일찍 더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겠지요.
 
  “맞습니다. 그런 미국이 지금 경쟁력이 뒤처진 게 사회간접자본 등 시설물의 성능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낡은 시설물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1조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학자들은 그보다 6~7배는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사회간접자본 등의 시설물이 노후화하면 그만큼 산업생산에 지장을 준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런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 GDP가 재작년에 1650조원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인구 수로 나누면 1인당 GDP가 나오겠지요. 그런데 거기에 착각이 있습니다.”
 
 
  시설물의 ‘이자’가 곧 생산
 
교각시설을 점검중인 시설안전공단 직원.
  — 무슨 착각인데요.
 
  “저는 항상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의 기적’이라고 합니다만 생산성을 만드는 것은 사람일까요, 시설물일까요?”
 
  — 당연히 사람이겠지요.
 
  “물론 사람이 뭔가를 만들지요. 시설물은 그냥 건설의 결과로 생각하고요. 그런 선입견 때문에 건설 자체를 세금 낭비로 생각하는 겁니다. 건설의 결과로 생기는 시설물은 생산을 하기 위한 투자지요. 일례로 우리나라의 1, 2종 시설물에 그동안 들어간 돈이 모두 1200조쯤 됩니다.”
 
  — 그건 건설 당시의 가치일 테고 지금 가치로 치면 훨씬 더 되겠네요.
 
  “맞습니다. 45~46년간 건설한 1, 2종 산업시설물의 가치가 지금 6600조쯤 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라는 게 사실은 시설물이 주는 이자(利子)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
 
  — ‘생산이 시설물의 이자’라고요?
 
  “그렇습니다. 우리 시설물에는 산업시설, 복지시설, 교육시설과 기타 시설이 있습니다. 이걸 다 합친 가치가 2경에서 4경쯤 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자산은 바로 이런 시설물에 토지, 유동자산, 사회·제도적인 자산, 인적 자산이 합쳐진 겁니다. 만일 2경에 이자율이 4%라고 가정하고 역산(逆算)해 보면 연간 1600조원어치가 생산되는 셈입니다. 제가 생산이 시설물의 이자라고 하는 것이 결코 과한 비유가 아닙니다.”
 
  — 만일 그런 시설물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관리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시설물의 회계상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 손실을 5%로 가정하면 1, 2종 시설물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앞서 말했듯 6600조로 추산되는데, 이것은 시설물을 가만 내버려두면 노후화로 인해 한 해 약 30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노후 시설물의 성능 개선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죠.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자되는 비용과, 기존 시설의 성능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를 분석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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