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任太熙 노동부장관

“노조가 일자리 창출하는 신노동운동 펼쳐야”

  • : 권세진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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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까지 정부 타임오프 한도 확정, 연말까지 노사 합의 끝내야
⊙ 일자리 부족현상 심화될 것, 구인구직(求人求職) 시스템 개선 필요

任太熙
⊙ 1956년 경기 성남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 졸업.
⊙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정책위의장 역임.
⊙ 16~18대 국회의원. 現 노동부장관.
임태희(任太熙) 노동부장관은 임기 초기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0월 취임 직후 2009년 연말까지 뉴스에 나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뜨거운 쟁점이 됐던 노조법 개정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노조법 시행령 마련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노조법 관련해서 인터뷰에 많이 응했는데요.
 
  “일부 보도는 제 의도와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누더기법’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많이 나왔는데, 누구 입장에서 누더기법이라는 겁니까? 노동계 입장인지 경영계 입장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공정한 입장에서 봤을 때 노동법이 진짜 누더기인지 묻고 싶더군요.”
 
  ―유예나 부칙 조항이 지나치게 많지 않습니까. 노조법은 13년 동안 유예가 돼 왔고요.
 
  “노조법의 큰 이슈가 두 가지인데, 하나(복수노조)는 사(使)측이 싫어하고 하나(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勞)측이 싫어하는 것입니다. 이걸 맞바꾸는 형태이다 보니 유예가 계속돼 온 것이고요. 이번에도 노사 합의에 맡겨놓으면 거의 100% 또 유예될 상황이었어요. 그동안 노사정 합의라는 게 계속 유예하는 데만 합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2009년 11월)엔 시행에 본격 합의했던 겁니다. 제가 취임하고 노조법 이슈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의 유예 없이 노조법을 확실히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노사 양측의 불만이 많은데요.
 
  “노조법은 노사 간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정 당시에도 그랬고, 시행 및 정착할 때도 갈등이 계속될 겁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노사관계의 질적인 선진화가 이뤄지는 거죠.”
 
  ―노사관계 선진화의 구체적인 의미가 뭡니까.
 
  “노조의 기본원칙은 자주성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영계가 돈(임금)을 줬단 말입니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뜯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주기 싫지만 주는 게 편해서 주어 온 경우도 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노조법을 통해 정당하게 줄 돈은 주고, 노조는 당당하게 받을 돈을 받도록 하자는 겁니다. 나머지는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하고요.”
 
  ―타임오프 범위와 한도는 해당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한도를 정해 주는 거죠. 세부사항은 그 한도 범위 내에서 스스로 관리하고요. 법에 100% 의존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노사가 스스로 노사관계를 관리해야 합니다. 제도 취지에 맞게 서로 정당하게 요구할 것만 요구하자는 겁니다.”
 
 
  유예는 불가피한 선택
 
  ‘누더기법’이라는 말의 원인 중 하나가 된 유예조항에 대해 임 장관은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각각 6개월과 1년6개월씩 유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1월 1일 새벽 2시에 통과시켜 놓고 바로 시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처음부터 노조법 개정안은 1월 1일 임박해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아마 작년 11월쯤 합의가 끝났다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했을 겁니다. 노동계도 경영계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타임오프제도를 일단 시험 운영해 보고 본격 시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타임오프제도란 노조원이 노조 통상업무 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상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이 백지화되는 것 아닙니까.
 
  “‘통상업무’의 범위가 문제인데, 우리나라 노조에서는 분쟁도 통상적인 업무입니다. 투쟁교육도 통상업무지요. 그런데 그게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많이 연구했겠군요.
 
  “타임오프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조 전임자 월급을 기업에서 줬기 때문에 운영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노조법에서는 못 주게 돼 있으니 노동계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많이 연구를 했더라고요. 특히 민주노총은 심도 있는 연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계는 그동안 스스로 쟁취해 온 것이 많아 역량이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ILO(국제노동기구)의 법과 규칙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勞는 충분한 준비 했는데 使는 준비 없어 놀라
 
   ―노동계는 충분히 대비해 왔던 것 같은데 경영계는 어떻습니까.
 
  “경영계는 준비가 덜돼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이익과 재무관리에 역량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이제는 돈관리보다 사람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재무관리보다 노무관리에 더 집중해야 해요.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얘기합니다. 노동법 좀 연구하라고요.”
 
  임 장관은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의 준비 미숙에 대해 실망이 컸다는 의견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경영계는 노동계에 대해 ‘내가 먹여 살린다’ 또는 ‘내 수익을 뺏어가려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전 계속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을 경청했죠.
 
  “민주노총에서는 개정 전 법 그대로 가자고 주장하더군요. 경영계도 하도 언론과 시민들이 누더기법 운운 하니까 차라리 기존법 그대로 시행하자고 하더군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민노총과 경영계의 입장이 똑같다니요.”
 
  ―근거가 무엇일까요.
 
  “노동계는 충분히 준비하고 주장한 겁니다. 노동계는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법적으로 무력화시킬 준비가 돼 있었어요. 또 타임오프 조항을 이용해 노조 전임자 월급을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경영계죠. 기업인들에게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면 기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니 대부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더군요. 또 타임오프 제도가 노동계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경영계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경영계에 물어보고 싶어요. 노조법을 제대로 알고 주장한 건지, 모르고 주장한 건지 말입니다.”
 
  ―2월 9일 시행령이 통과됐는데, 노조법 관련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2월 중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본격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타임오프 한도에 대해서는 늦어도 4월 말 결론 내서 5월 중 고시가 나갈 겁니다.”
 
 
  노조, 상반기 중 전임자 구조조정해야
 
  ―기업과 노조도 할 일이 많겠군요.
 
  “노조는 상반기 중 전임자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조합비를 어떻게 운용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복수노조 이후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비해야겠지요. 노사정은 계속 협의해서 새 노조법을 연착륙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통이 있겠지만 올해 말 정도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타임오프 범위에 합의할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기업은 힘들어할 게 아니라 더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가 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선진 노사관계를 정착시킨 거죠. 기업이 노조와 투명하게, 당당하게 교섭하지 않으면 기업도 망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조항들이 많습니다. 복수의 노조가 서로 경쟁하면 노조도 투명해지지 않겠습니까. 정당한 교섭을 하려면 복수노조는 꼭 필요합니다. 어차피 초기엔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교통질서 지키는 것도 불편하지 않습니까.”
 
 
  국내 노동시장도 다양화될 필요
 
  임 장관은 최대 관심사가 ‘고용’이라고 했다. 올 초 한 TV 프로그램에서 “노동부 명칭을 고용부로 바꿀 생각이 있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수긍했고, 이후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변경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용문제는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이자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실물경기는 살아나는데 고용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용문제는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용과 실물경기는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이후 고용시장에 회복된 지표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330만명이 실업상태입니다. 우리 사회구조가 이런 일자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실업도 그렇지만 구인난(求人難)도 심각한데요.
 
  “구인구직 중개시스템이 지나치게 취약합니다. 토지나 자본을 보세요. 중개기관이 얼마나 발달해 있습니까. 부동산은 구하는 지역과 금액, 조건만 말하면 전국 매물을 다 검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또 얼마나 훌륭합니까. 부동산이나 금융 분야에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와 중개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인력시장은 그렇지 못해요.”
 
  ―국내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경직성이 문제입니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거죠. 예를 들어 금융권의 경우 1개월, 1년짜리 상품 등 종류가 다양하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준다는 상품까지 있지요. 부동산도 월세, 전세, 렌트 등 다양하지 않습니까. 일자리는 그렇지 못해요. 근로시간과 임금제도, 계약제도 등을 다양하게 마련해서 일할 사람이 조건에 맞춰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조건에 맞는 인재를 찾으면 되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다양한 근로계약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는 게 노동부가 해야 할 첫째 업무입니다.”
 
  ―근로 소외계층도 많은데요.
 
  “청년·근로빈곤층(워킹 푸어)·여성·베이비붐세대 등 4개 계층은 일을 하고 싶어도 자력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여성의 경우 경력이 단절되고 재취업 안되는 경우가 많고, 베이비붐세대는 이제 퇴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유지해 줘야 합니다.”
 
  ―앞으로 일자리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것 같습니까.
 
  “당분간 일자리 부족현상은 심해질 것입니다. 원인은 중국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산업 중 중국과 경쟁 중이거나 중국기업이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이 많은데, 이들 산업은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런 제조업은 중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 우리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게 되고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구인구직 시스템, 결혼중개업소보다 못해”
 
  ―‘고용노동부’로 명칭을 바꾼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우리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이 기업의 성과를 얼마나 내 몫으로 가져오느냐 하는 분배문제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나야 근로자 권익이 향상되는 거지 일자리가 줄면 어떻겠습니까.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노조가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노사가 함께 성과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고용, 즉 인력을 중시한다는 의미인 거죠.”
 
  ―노동운동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사람을 귀하게 만들면 근로자 대접하지 말라 해도 합니다. 인적자원이 귀해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조는 직업능력 향상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맨파워가 높아지면 근로자 권익이 침해될 수가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런 노동운동을 저는 ‘신노동운동’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노조도 일자리 창출사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노조가 근로자 및 가족의 다양한 교육도 맡을 수 있고요. 근로자들이 노조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면 기업도 노조에 도움을 주지 않겠어요?”
 
  ―노동부의 올해 일자리 창출 계획은.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현재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234개입니다. 집행하는 기관들도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이 정책들을 수요자 입장에서 평가해서 대대적으로 정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인 건수가 평균 16만 개입니다. 그런데 구직난은 계속됩니다. 연결하는 방법이 문제인 거죠. 구인구직 연결시스템이 물물교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혼중개업소보다도 못한 정도예요.”
 
  임 장관은 “고용지원센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구직자를 매칭해 주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서로의 요구를 조정해서 구직자가 더 나은 자리 또는 더 적절한 자리로 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밖에 전국 고교와 대학교에 전문적인 취업지원관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조법과 관련해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요.
 
  “다른 당 내부 문제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같은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런데 추 위원장이 뭘 잘못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당 의견도 거의 논의에 포함됐고, 다 반영시켰어요. 추 위원장은 옳은 길을 간 겁니다.”⊙
 
  사진 : 서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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