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金泰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역사의 심판 받는 각오로 해군기지 추진할 것”

  • : 백승구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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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소환 발의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 입어
⊙ 해군기지·관광港 건설로 제주지역 매년 1000억원 경제효과 볼 것
⊙ 무소속 신분 너무 외로워 정당 가입 고민 중

金泰煥
⊙ 1942년 제주 출생.
⊙ 전주고·제주대 법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학 석사.
⊙ 제주도 기획담당관, 남제주군수, 제주시장(官選),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시장(국민회의),
    34·35대 제주도지사(한나라당·무소속).
김태환(金泰煥·68)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9급 공무원에서 도백(道伯)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공무원 생활만 올해 46년째다. 그는 1970년대 내무부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경력을 빼면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제주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 다른 곳도 아닌 고향에서 ‘도지사 주민소환 발의’라는 ‘수모’를 겪었다. 민선(民選) 제주시장 시절 시민들로부터 ‘우리 시장님, 김태환 시장님’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그가 인생 최대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이다.
 
  투표율 미달로 공직 박탈은 면했지만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월간조선이 제주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50%를 밑돌고 있다. 타(他) 광역자치단체장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3선(選) 고지 달성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주민소환 발의당한 첫 도지사
 
  지난 1월 11일 제주도청을 방문했을 때 김태환 지사는 제주지역 돼지 농가의 구제역 예방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김 지사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이 의외였다.
 
  “지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반대세력으로부터 공동의 적(敵)이 됐어요. 특별자치도 실시로 제주도 내 4개 시군(市郡)이 통폐합되면서 자리를 잃은 지역 정치인들이 연합해 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으니 타도 대상이 확실해졌죠.”
 
  김태환 지사는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우근민(禹瑾敏) 전 지사의 후임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도지사가 됐다. 당선 이후 김 지사는 제주도 발전방안으로 특별자치도 전환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2006년 재선(再選)에 성공한 김 지사는 특별자치도 1년차부터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도입, 해군기지 건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영리병원 도입 등 각종 정책을 폈다. 호(好)불호(不好)가 명확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일부 계층의 반발도 거셌다. 그 때문에 그는 결국 ‘주민소환 발의’를 당한 첫 도지사가 됐다.
 
  ―주민소환 발의를 당하고 보니 심정은 어땠습니까.
 
  “상처치고는 너무나 큰 상처였어요. 아직도 아물지 않았고요. 해군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입니다. 단순히 군사시설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관광항(港)을 만드는 겁니다. 이른바 민군(民軍)복합항이죠.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앞뒤 따져 보지도 않고 반대만 했어요. 주민소환 발의에서 투표까지 한 달 동안 직무가 정지됐을 때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갈등해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기지가 건설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수십 차례 대화했고, 20여 일간 그곳에서 출퇴근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분들은 지금도 원점에서 다시 얘기하자고 해요. 설득이 쉽지 않아요.”
 
 
  매년 1000억 경제효과 있는 해군기지 안 하면 이상해
 
  ―해군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인데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었습니까.
 
  “중앙정부는 손을 놓더라고요. 제주도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제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해군기지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10년간 32개 사업에 8600여억원이 투입됩니다. 공사비 중 3100억원 이상의 사업을 제주도 내 업체가 수주하기로 돼 있어요. 해마다 1000억원 이상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이런 일을 안 한다는 게 이상하죠.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본격 공사가 진행될 텐데 아직 풀지 못한 갈등을 해소할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현재 어민 보상은 거의 완료됐고 토지 보상도 절반가량 진행됐어요. 아직도 반대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해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간 연석회의’를 만들어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김태환 지사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된 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관광·교육·의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국내외에서 끌어온 투자액이 8조9200여억원에 달해요. 그 이전 3년간의 투자액 3조3609억원에 비하면 270%나 증가했죠. 관광분야에서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18억 달러의 외자도 유치했어요. 영어교육도시, 항공우주박물관, 제주해양과학관, KAIST 연구시설 등 국책사업도 적지 않아요.”
 
  ―제주도에선 영리병원 설립도 가능한데 여기에 대해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요.
 
  “세계 의료시장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어요. 신성장 블루칩인 셈이죠. 고용효과도 높아요. 생산액 10억원당 고용인원이 16.3명으로 제조업 4.9명보다 세 배 이상 많아요. 의료산업은 청정산업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지역 여건에 딱 맞아요. 깨끗한 자연환경과 최고 수준의 휴양, 레저, 관광시설이 의료산업과 접목될 때 발전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 시설 도입 역시 그렇네요.
 
  “하지만 제주도가 추진하는 카지노 사업은 관광객 전용입니다. 도박시설이 아니에요. 복지와 공공의료 서비스의 재원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해요. 중국 마카오가 2003년 카지노를 개방한 이후 관광객이 연 22.8%씩 증가하고 있어요. 당시 마카오 1인당 주민소득이 제주도와 비슷했는데,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어요. 제주도가 카지노를 도입하면 관광객은 연간 30% 이상 늘어나고, 생산유발효과도 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요.”
 
  ―해군기지 건설, 카지노 도입, 영리병원 도입,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등을 추진하면서 반대 세력이 늘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제주도민, 반대만 하다가 손해 봐”
 
감귤 선과장(選果場)을 방문한 김태환 지사.
  “후세에게 먹고살 것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저의 책무입니다. 제주도에는 매년 6000명이 대학을 졸업해요. 육지와 달리 이곳에는 일자리가 극히 제한돼 있어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저의 과제입니다.”
 
  ―아무리 옳은 일을 추진하더라도 유권자의 지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제가 인기에 영합하는 사람이라면 해군기지나 영리병원, 카지노처럼 말 많은 정책을 시작도 안 했을 겁니다. 이제 제주도는 더 이상 반대만 해서는 안돼요. 저는 인기가 떨어져도 제주도가 살길이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해야죠. 역사의 심판을 받는 각오로 이런 일들을 끝까지 추진하려고 해요.”
 
  김 지사는 “제주도민은 지역 특성상 반대에 익숙해 있다”며 “반대만 하다 손해를 본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제주도에 우주항공기지를 설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역주민들이 반대하자 당시 도지사도 포기했지요. 제주도에 세우려고 했던 항공기지는 전남 고흥에 우뚝 섰습니다. 작년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고흥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지금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요. 제주도민 중에는 이 일을 후회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있어요. 경기도 여주에 있는 명품(名品) 할인 매장도 원래 제주도에 들어설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상인의 반대로 결국 여주로 넘어갔지요. 2006년 부산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도 제주도가 유치할 수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어요.”
 
  ―지역에서는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을 이전처럼 선출직으로 하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의 체감도가 아직까지 높지 않아 향수(鄕愁)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창원·마산·진해처럼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거꾸로 갈 수는 없지요. 머지않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겁니다.”
 
  김 지사는 교육시장 개방을 앞두고 영어교육도시도 추진 중에 있다. 김 지사의 말이다.
 
 
  영어교육도시 추진
 
‘시민과의 대화’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태환 지사.

  “영어교육도시는 제주도를 글로벌 교육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추진하고 있어요.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적은 비용으로 선진교육제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들의 기대도 커요. 국제학교 영리법인이 허용되고 내국인의 입학비율 제한도 없어요. 쾌적한 환경과 안전성, 문화적 충격 없이 외국유학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지난해 착공된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1조4000억원이 투입돼 2만3000여 명이 생활하는 정주형 영어전용도시를 목표로 한다. 2011년에 4개 시범학교가 문을 열고, 2015년까지 공·사립 12개교가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 영국 명문사립학교인 노스 런던 칼리지에이트 스쿨이 학교를 세우기로 결정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의 명문사립학교도 이곳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근민 전 지사의 지지율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 전 지사님은 도지사 시절 훌륭한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에 대한 도민의 평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저 또한 지금까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도민을 위한 일을 많이 해 왔다고 봅니다. 일시적인 고통이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을 쓰지 않다 보니 반대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오로지 도민을 위해 가시밭길, 험한 길은 제가 먼저 걷는다는 심정으로 일하겠습니다.”
 
  ―현재 무소속인데 선거를 앞두고 정당에 가입할 생각은 없습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소속 신분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법 제정, 제도개선 등과 같은 많은 일을 했어요. 하지만 정부와의 정책 조율과정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지요. 특히 지역에서 더 힘들었습니다. 무슨 정책 하나 추진할 때마다 도의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선거운동보다 더 어려워요. 무소속 상태라는 것이 지역 내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요. 정당을 선택할 때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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