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전문가 3인이 진단한 글로벌 관세 전쟁

“90일 유예에 안심하지 마라. 이제 시작”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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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FTA’ 통해 미국에 시그널 줄 수 있어”
⊙ 多者협상보다 1대1로 다른 국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 ‘미국에 뭐든 가져와라’
⊙ 美 국채 금리 상승이 90일 유예로 이어졌다는 분석… “트럼프가 우려하는 건 미국 內 반발”
⊙ “시진핑, 트럼프 1기 때 관세 전쟁 학습… 미국과 대화 급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 시각)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사진=뉴시스
“‘내가 굉장히 화가 났어. 그 이유는 너희가 맞춰 봐. 시간 줄 테니, 화를 누그러뜨릴 방법도 너희가 찾아서 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겁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전(全) 세계는 당혹스러움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60여 개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했는지, 왜 갑자기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매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는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지, 관세 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말만 무성하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세계 주가지수가 널뛰기를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폭락했던 미국 증시는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유예하자 나스닥(12%대), 다우존스(7%대), S&P(9%대) 모두 하루 만에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한때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했다가 상호관세 유예로 역시 하루 만에 코스피가 2400선까지 회복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다.
 
 
  한때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고
 
  최영준(崔榮埈)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의 얘기다.
 
  “많은 경제학자가 ‘관세로 미국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다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미국 내(內) 물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복리후생이 나빠진다는 걸 트럼프가 모를 리 없습니다. 트럼프가 악(惡)효과를 알면서도 하겠다는 것이니 ‘맞다 틀리다’는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트럼프의 목적은 다른 데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제조업의 부흥을 얘기하며 자신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을 겨냥해 ‘과거에 미국이 갖고 있던 자동차·철강을 가지고 와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외교적으로는 미국이 패권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려고 합니다. 미국의 절대 1강(强) 구도가 중국의 급부상으로 흔들리니까, 미국이 가진 힘으로 몰아붙이는 정책을 쓰는 겁니다.”
 
 
  미 연방정부 수입 중 관세는 2% 미만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강인수(康仁洙)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대(對) 중국의 긴장 구도는 예견됐습니다. 트럼프는 처음에 다른 국가에 대해 기본관세(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처럼 말하다, 대통령이 되고선 그 얘기를 하지 않았죠. 가장 먼저 문제로 삼은 것은 멕시코와 캐나다의 마약 ‘펜타닐’이었습니다. ‘마약 유입을 막아라’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처하라’고 하다가, 그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25% 관세 부과’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후 품목별 관세를 들먹이더니, 중대 발표라며 70여 개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34%, 우리나라 25%, 일본 24% 등이었는데 관세율 계산법이나 논리 모두 이론적으로 결함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한미FTA 체결로 실질관세율이 0.7%에 불과한데, 트럼프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무역수지 적자 폭이 크다는 것은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미국에 손해를 입힌 국가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단순한 논리를 들이밉니다. 트럼프의 관세 행정명령 서명으로 전 세계 증시에서 약 1300조원(9000억 달러)이 증발했습니다.”
 
  ― 비(非)논리적인 얘기를 방향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죠?
 
  “미국의 무역 적자에 대해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갈취당했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36조 달러, 우리 돈으로 5경(京)원이 넘습니다. 미국 국채의 이자 규모가 2024년 8820억 달러로 급증했고, 이는 국방비보다 많습니다. 트럼프가 국민을 위해 소득세를 낮춰 주거나 법인세를 깎아 주거나 세금을 깎아 주는 데 지출해야 할 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연방정부가 파산할 수는 없으니 외국에 부담을 지우겠다는 심산입니다. ‘관세를 때려 그 수입으로 결손을 메우겠다’는데, 현실성이 없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은 적이 없거든요.”
 
  ― 관세 비중이 2%에 불과하면 결손이 채워질 리가 없겠군요.
 
  “관세 수입이 워낙 적고 더구나 FTA 체결 국가와의 실질관세는 거의 0%이니, 미국의 부실한 재정을 관세 수입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없습니다. 힘의 논리를 과시할 뿐입니다. 관세 얘기가 나오자 대만 회사인 TSMC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주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죠. 트럼프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라고 봅니다.”
 
  “미국 경제 사이즈를 100으로 놨을 때 중국은 65, 세 번째로 큰 독일과 일본은 각각 15 정도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사실상 무기력한 상태에서 트럼프가 다자(多者) 체제보다 1대1로 협상을 하고자 상호관세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국가들에 경쟁을 시키는 겁니다. ‘우리한테 뭐를 줄 것인지, 빨리 가져와라. 투자를 하든지 뭐라도 해라. 너희 하는 걸 봐서 유예시켜 줄 수 있다’는 거죠. 미국이 가진 압도적 힘의 우위를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근거 수치 조작… 인플레이션 부추길 것”
 
  트럼프의 관세 수치와 근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 내 경제학자들이 더욱 발끈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완전히 미쳤다. EU의 미국에 대한 관세율은 3% 미만일 텐데 어디서 39%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트럼프의 직감이다”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 기업연구소’의 경제학자 데릭 시저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들에서 일했던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은 “내가 본 것 중 최악의 자해(自害)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거대한 보호무역주의 충격을 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복관세로 경기가 더 악화될 수도
 
박인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박인원(朴仁元)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담은 수출국에 전가되어 미국 소비자에게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당장 관세 부과로 소비자는 경쟁력에서 뒤졌던 고가의 미국산(産) 제품을 사거나, 기존의 수입품을 웃돈을 주고 사거나, 저급한 대체 수입품을 제값보다 비싼 값에 사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시나리오처럼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늘려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된다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지며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몇 개월 이상 수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뿐이다.
 
  박 명예교수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다른 나라의 보복관세를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미국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혜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경기 침체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관세 정책에 대한 견해차로 트럼프 대통령과 멀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머스크가 관세로 인한 자동차산업 피해를 우려해 공개적으로 관세에 반대했지만 트럼프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아시아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도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월 9일, 미국인 수백만 명의 카드 소비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처음 맞은 주말의 카드 소비가 전주보다 33% 늘었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자살골’ 스무트-홀리法의 재판
 
  관세 정책이 누군가에게는 득(得)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실(失)이라는 것은 역사가 명확하게 증명한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학자들이 거의 100년도 더 된 케케묵은 일을 꺼내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미국 대공황 초기인 1930년,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와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2만여 개의 수입품에 59~400%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법안이었다. 당시 대통령 허버트 후버의 선거 캠페인 구호는 ‘모든 미국인의 차고에 자동차를! 모든 미국인의 식탁에 닭고기를!’이었다. 그러나 내수 부진으로 주가가 대폭락하며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지자, 고(高)관세로 수입품 가격을 높이면 미국인들이 국산 제품을 더 사고, 그러면 공장이 돌아가고 임금난이 해소되고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구실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농산품에만 부과하려 했으나, 전국 각지에서 생산자 이익단체가 워싱턴D.C.로 몰려들어 자기네 생산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높여 달라고 요청하자 밀가루, 설탕, 양모 등 2만여 품목으로 확대했다.
 
  미국 생산업자들은 해외산 물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면 자신들이 생산하는 물품이 더 잘 팔릴 것이라 보고 로비를 했지만,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와 중간재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달랐다. 원료에 관세가 붙으면 그들은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그러면 물건이 팔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제품 품목별로 ‘관세를 인상해야 한다’ ‘인상해서는 안 된다’며 이해관계가 갈리자 지역구 의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대(對)유럽 수출은 1929년에서 1932년 사이에 3분의 1로 줄었다.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동반 부진을 가져온 이 법안은 미국 경제사(史) 최악의 자살골이자 최악의 경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위축은 분명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최영준 교수는 “글로벌 시장의 위축은 피해 갈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가장 큰 위기는 시장의 위축입니다. 관세율 인상으로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 수요가 줄고, 수입품 가격이 물가를 상승시켜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겁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 시장 위축으로 덩달아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겁니다. 게다가 우리 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겁니다.”
 
  강인수 교수의 얘기다.
 
  “미국 내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부과된 관세는 일차적으로 수입업자가 냅니다. 수입업자가 손해 보고 장사할 리 없으니, 그만큼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 기업에 ‘외국 기업에 싸게 공급하라’고 하면 완충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은 100%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물가가 오르고, 주가는 내려가고, 폭동에 근접한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반발일 것으로 봅니다.”
 
  ― 미국 내 반대가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을까요?
 
  “트럼프가 갑자기 관세를 90일 유예한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일리가 있습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일본이고, 중국이 약 7600억 달러어치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가 갑자기 오르자 일본에서는 ‘중국이 이번 관세 전쟁으로 판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를 지탱하지 못해 국채를 더 발행할 것으로 전망해, 국가들이나 금융권이 미국 국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시장에 던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가 연일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를 90일 이상으로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그때 가서 보자’고 했다. 그의 입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박인원 명예교수는 “트럼프가 던지는 시그널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효과는 있었습니다. 모든 국가가 ‘죄수의 딜레마(두 사람의 협력적 선택이 모두에게 최선임에도 자신만의 이익을 고려해 결국 둘 다 나쁜 결과를 일으키는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국제 무역 환경이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실상 ‘끝까지 버티는 나라엔 응징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국은 ‘모두가 협력하면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위기 앞에서는 ‘일단 우리나라부터 살고 보자’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트럼프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무역 질서의 기본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일방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게 박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안보’를 카드로 활용해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합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신, 가능한 한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식의 전략입니다. 결국, 힘을 앞세운 일방적인 요구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억지 논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말아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25년 4월 8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안보 문제와 얽혀 있으니, 우리가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안보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예상되는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특히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최종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정책은 우리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도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못 하게 되면,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크게 미친다. 중국은 우리 중간재를 수입해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막히면 우리 중간재 수출도 줄어들게 된다. 더 나아가, 중국이 미국 대신 제3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들과 경쟁하게 되는 우리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 시장으로까지 제품을 밀어낸다면, 우리 내수 시장도 위협받게 된다”고 박 명예교수는 주장한다.
 
 
  “중국, ‘트럼프 1기’ 학습효과로 맷집 생겨”
 
  누가 뭐래도 트럼프 전쟁의 시작과 종착점은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은 강경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4월 11일 베이징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 세계를 거스르는 행동은 결국 자기 고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인수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의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트럼프와 2018년에 한번 붙어서 20% 정도 관세를 맞았습니다. 그때부터 중국은 ‘내수 쌍순환(內需雙循環) 전략’이라고, 내수를 해외 판매보다 큰 규모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이니까요. 종전에 20%였던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12% 정도로 떨어졌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3000억 달러가 되지 않습니다. 시진핑은 ‘중국 제조(中國製造) 2025’를 발표하면서 핵심 산업 부문에 치중했고, ‘딥시크’에서 보듯 일정 부분 성공도 거뒀습니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탁월한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고, 비야디(BYD)의 전기차는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 시진핑으로선 트럼프와의 전쟁에서 굽힐 이유가 없다는 말이군요.
 
  “중국 입장에선 ‘맷집’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니까 국가가 주도하면 국민이 따라가기도 하고요. 트럼프도 처음부터 ‘한 놈만 손본다’는 전략으로 중국에 145% 관세 부과를 얘기하다가 최근에는 ‘시진핑과 원래 친하다’면서 태도를 바꿨습니다.”
 
  ― 시진핑은 이런 유화(宥和) 제스처에 화답할까요?
 
  “하기는 하겠지만, 당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타이밍을 잴 겁니다. 시진핑은 미국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최영준 교수는 ‘뉴노멀의 등장’을 언급했다.
 
  “결국은 상품의 경쟁력, 질(質)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도 제품의 질이 좋으면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관세의 경제적 효과가 단기적으로 크지만 장기적으론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관세에 적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마다 지향점은 다를 겁니다. 더 높은 질의 제품을 만들거나,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어떤 경우는 사업 철수까지 고려할 겁니다. 결국에는 뉴노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겁니다.
 
  투자는 단기적이기보다 장기적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단기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것은 앞으로 비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널뛰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해 조급하고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인수 교수는 “조선업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수주량 기준 세계 1위입니다. 조선업은 일본과 중국이 전통적으로 강하고, 미국과의 협상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과 조선업 협력을 패키지로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 때 ‘방위비를 1년에 5% 이상 올리지 않는다’는 조항에 사인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그것도 없던 일로 하자고 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가 그것을 100%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트럼프의 말대로 ‘패키지 협상’을 하게 되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우회 수출길도 막혀”
 
2025년 4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을 갖고 미국 관세조치 등 통상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 기업에도 큰 골칫거리다. 우리 제조업이 해외에 구축한 생산 기지, 예를 들어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등도 높은 관세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를 통한 우회 수출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시장의 위축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박인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국+1’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처럼, 이제는 ‘미국 플러스 원’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즉,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요 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글로벌 차원에서 무역 활성화를 위한 외교·통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번 관세 전쟁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이어져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중국뿐만 아니라 우방국들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히려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국제 공조와 무역 다변화 노력과 연계하여, 우리 수출 시장과 품목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합니다.”
 
  현재 추진 중인 대응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 새로운 시장에서 한국의 몫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 관세 유예로 일정 시간은 번 것인가요?
 
  박 명예교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관세를 당장 부과하지 않고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고 유예하는 방식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 전반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대응 전략 없이 미국과의 협상에만 의존하다 보면, 실질적인 정책 대응은 미뤄지고,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관세율이 몇 퍼센트 오르거나 내리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유예기간을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 3월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논의된 한중일 FTA는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공통의 위기를 계기로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중일이 이 협상을 통해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선택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미국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강하게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관세 정책의 진정한 영향은 정부보다 민간, 즉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 미칩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설사 협상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부작용과 한계를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 명예교수는 “결국 정부 간 협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민간 부문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이다. 관련 업계 및 민간 협의체와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협력, APEC 활용도 한 방법”
 
  ― 국가 간 합의가 중요한 시점이군요.
 
  “미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트럼프식의 일방적인 통상 정책에 맞서, 이제는 그러한 게임의 룰 자체에 제동을 거는 반작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은 당분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미국과 맞서 싸울 가능성이 큽니다. 내부 결속과 대외 전략 차원에서 협상보다는 대립을 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협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계속 충돌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최하고 있는 APEC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이 자유무역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자유무역의 가치를 신뢰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 10개 중 캐나다, 멕시코,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6개국은 모두 APEC 회원국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전체 수출의 약 50%에 달한다. 이처럼 중요한 경제 파트너들이 모인 APEC이라는 다자 협의체는,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보다 훨씬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박 명예교수는 “지금 당장은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외교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자유무역 질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인수 교수도 2019년에 논의가 중단된 한중일 FTA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한국·중국·일본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국 장관들이 서로 손을 잡은 장면만으로도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 항상 위험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지역적인 편중, 상품 구조의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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