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北이 ‘착한 나라’가 되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 부담스러워해
⊙ 美·日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때 한국은 중국에 올인하면서 TPP 외면
⊙ 조지 소로스, “중국의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 해리스 美태평양함대 사령관, “센카쿠 분쟁 시 일본과 함께 싸울 것”
劉敏鎬
⊙ 55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 저서: 《일본내면풍경》《미슐랭을 탐하다》 등.
⊙ 美·日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때 한국은 중국에 올인하면서 TPP 외면
⊙ 조지 소로스, “중국의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 해리스 美태평양함대 사령관, “센카쿠 분쟁 시 일본과 함께 싸울 것”
劉敏鎬
⊙ 55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 저서: 《일본내면풍경》《미슐랭을 탐하다》 등.
-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9월 3일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對中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은 북한을 편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언제부턴가 매년 2월 초면 한국 신문·방송에 흥미로운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발(發) 편지다. 수신자는 청와대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생일 축하편지다. 근혜연맹이라는 단체에서 보내온 무려 64페이지에 달하는 편지다. 청와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박 대통령 생일에 맞춰 축하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생일은 설날 직전이다. 두 나라의 화해 분위기를 배경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도 한층 더 늘어났을지 모르겠다.
중국발 편지나 명동의 중국 관광객을 보면 한중(韓中) 두 나라는 최상의 밀월관계에 접어든 듯하다. 문제는 청와대와 명동을 벗어난 세계에서 보는 두 나라의 관계다. 편지가 아무리 오간다 해도, 경제·군사·외교 모든 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중 정상(頂上)이 어느 정도로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나라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벽이 가로 놓여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오해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한국 신문·방송들도 1월 6일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나타난 중국의 입장과 자세에 관한 성토다.
북한은 2020년까지 핵폭탄 100개도 만들 수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그 같은 핵폭탄 대량 제조의 서막이다. 이미 늦었지만, 뭔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단호한 대응’을 결의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작년 9월 군사퍼레이드의 현장 톈안먼(天安門)까지 갔다온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뭔가 긍정적인 답이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결과는 무반응이었다. 북한 핵실험 1개월 만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한반도 배치를 문제 삼기 위해서였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非核化)를 지지한다”는 하나마나한 총론적 얘기가 전부였다.
반면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핵 실험 바로 다음날에 연락이 왔다. 중국은 한 달 뒤였다. 여기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 편지까지 챙겨주는 사려 깊은 대국(大國)의 지도자가 한국, 아니 한반도 전체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애초부터 중국에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월간조선》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 수차례 강조했지만, 중국이란 나라는 애초부터 글로벌 감각, 동맹 관념이 없는 나라다. 원래부터 갖고 있던 중화(中華)사상에다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근대화에 뒤처졌던 데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나라다. 나라의 힘이 커지자 그 한(恨)을 모두에게 복수하듯 일방통행으로 풀어버리려 하는 나라다. 티베트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200년 전 미국의 인디언 학살을 들고나온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수”라고 강변하면서 13억 중국인의 뜻에 따라 홍콩과 타이완(臺灣)에 대한 협박통치와 공갈외교가 정당하다고 강변한다.
중국에 북한은 어떤 의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억지를 부린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결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반면, 한미일 공조는 한사코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공조체제는커녕, 기존의 대북(對北)제재 구도조차 허물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중국의 일방통행 외교는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때마다 중국에서 생일 축하 편지를 받고, 톈안먼 문루에 같이 오르고,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반일(反日)전선을 함께 펴고,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적극 참가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리라 믿는 것 자체가 망상이다.
중국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을 사랑해서가 절대 아니다. 북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국제정치경제학적 관점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설명해 보자.
만약 북한을 포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강한 통일 한국이 중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따위의 생각은 지극히 ‘한국적 세계관’의 소산이니 논외로 하자.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미일(美日)관계다. 북한이 ‘착한 나라’로 돌변하는 순간 미국과 중국은 직접 부딪치는 관계가 된다.
계속해서 국방력을 첨단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아직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중국도 항공모함을 여러 척 건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군의 작전능력과 전투력을 압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그 같은 시간을 벌기 위한 방패막이다. 북한이란 변수(變數)가 있기에 미중 두 나라가 한반도의 대부(代父)처럼 뭔가를 논의할 수 있다. 중국의 국가주석, 외교부장, 국방부장, 주미외교관들이 워싱턴에서 환대받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G-2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을 중국보다 차원이 낮은 변방(邊方)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미중은 직접 맞부딪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중국의 도움이 필요 없다. 중국이 직접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나라는 주변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글로벌 뉴스메이커였던 이란·쿠바·시리아 같은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중국과 직접 대응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의 공조도 보다 굳건하게 된다.
그런 상황이 기다리는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상대는 바로 미국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나가는 팽창정책을 펼수록 북한이라는 안전판은 더 필요하다.
BMD와 사드
이건 워싱턴도 알고 있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Defense, 이하BMD) 관련 문제는 워싱턴의 그런 심증을 더욱 굳게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BMD 제한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해 둔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해 왔다. 중국의 BMD를 규제하면서 미국의 핵 우위를 유지하려는 게 미국의 속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드(THAAD)와 관련해, 미국은 BMD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한국에 배치될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결국에는 중국 대륙에 대한 미국의 BMD 우위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사드의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BMD 공격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적극 나설 경우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도 없을 것이라 말한다.
지금 중국은 사드에 반대하면서도 미중 BMD 협의에는 나서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를 끊고 식량지원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이후 미중 직접 대치관계로 가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미중 BMD 협의를 통해 사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유리할지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중국은 북한 핵을 그대로 두면서 미중 직접 대치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사드는 ‘만만한’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풀어가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압력은 무형·유형으로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다. 현실적이고도 직접 피부로 절감하는 채찍도 있을 수 있다. 과거 이뤄졌던, 한국산 휴대폰 수입 금지와 같은 것은 ‘새발의 피’에 불과할 수도 있다.
타이완에서 차이잉원(蔡英文)이 총통으로 당선되자 중국은 타이완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 수를 3분의 1로 줄이는 제재(?)를 가했다.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공산독재국가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중국 관광객이 3분의 1로 줄어들 경우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타이완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깡패 외교다.
물론 당근도 있을 것이다. 간혹 근혜연맹발 편지나, 북한에 대한 유감 표명을 통해 달콤한 맛을 한국민에게 선사할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채찍과 당근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청와대, 한국 외교의 실력과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대륙대박론’의 환상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중국발 황화(黃禍)’를 보면 ‘대륙대박론’에 빠져 있던 서울의 정치인과 지식인의 세계관이 얼마나 좁았던가를 절감하게 된다. 중국 하나만 있으면 다른 나라 50개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대륙대박론’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장밋빛 환상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소식이 들린다.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12개 나라가 참가한다. 한국의 그림자는 없다. TPP 불참은 바다를 잊고 멀리해 온 반도의 1000년 고질병을 되살려주는 듯하다. 베트남과 페루조차 환태평양에 돌진하던 때, 한국은 모든 것을 대륙에 쏟았다. 한국이 ‘대륙대박론’에 빠져 있던 시기는 TPP가 준비되던 때와 겹친다. 워낙 비몽사몽(非夢似夢)에 빠져 있기에 미일 주도하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2014년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은 곧바로 일본을 넘어설 듯 기세등등했다. 대통령과 장관, 기업 대표들이 줄을 지어 시진핑에게 달려갔다. 바로 그 무렵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추락은 이미 2, 3년 전부터 예상되던, 국제적 상식이다. 그러나 한국은 ‘설마 심리’와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주변국의 발 빠른 움직임도 비웃었다. G-2라는 말이 당연한 상식처럼 한국 지식인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빠르면 2020년, 아니면 2025년, 203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판을 쳤다.
2016년 ‘대륙대박론’은 ‘대륙쪽박론’으로 변해가고 있다. 북한 핵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와 관련된 황화는 한층 더 심각할 전망이다. 조금만 밖을 보면 현재 벌어지는 중국발 황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보스 포럼의 두 話頭
그렇다면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비치는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경제만이 아닌, 정치·문화·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중국이란 나라는 글로벌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해마다 1월이면 등장하는, 스위스발 고정 뉴스가 하나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다. 새해 첫날부터 재벌 이혼 막장 스토리로 날과 밤을 샌 탓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다보스 포럼처럼 한국 내에서 철저히 무시된 뉴스도 없을 듯하다. 4차 핵실험을 한 북한이 다보스 포럼 초대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 정도였다.
“왜 다보스 포럼이 지구 밖 세상 뉴스로 취급됐느냐”고 서울의 친구에게 물어봤다. “4월 총선이 임박한데 누가 거기에 가느냐? 다보스란 것이 대통령 후보나 정치인 이미지 높이는 할리우드 레드 카펫 같은 곳 아니냐? 아마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내년에는 한국 정치가들로 터져 나갈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1월 20일부터 4일간 열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조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정치·경제·문화 실력자 1000여 명이 모였다. 전부 250개 크고 작은 포럼이나 파티가 열렸다. 다보스 포럼은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인 동시에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엮는 곳이다. 포럼보다 밤에 이뤄지는 ‘인비테이션 온리(Invitation Only)’ 파티가 한층 더 중요하다.
이번 다보스에서의 주된 화두(話頭)는 크게 두 가지였다. 유가(油價)와 중국 경제. 난민문제·테러리즘·인도·이란 이슈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와 중국 경제였다.
이 두 화두는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문제다. 올해 초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려간 것은 공급과잉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요 부족도 원인이다. 수요란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극적으로 떨어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유가가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더불어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도 점점 위기로 치닫게 된 것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핵심 이슈는 결국 중국 경제 문제였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중국 경제 문제를 대하는 다보스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경(硬)착륙(Hard Landing)이냐, 연(軟)착륙(Soft Landing)이냐’가 그것이다. 중국 경제의 추락을 기정사실로 본다는 의미다. 추락하기는 하는데 얼마나 깊이 떨어지는가, 라는 문제다. 2015년 6.9%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는 6.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안과 우려를 고려해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과 주요 국가지도자,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을 다보스로 보냈다. 리 부주석은 “중국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으며 서구가 걱정할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먼저 중국발 통계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가 아니라 3.5%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같은 불신은 있지만, 당장 국가부도나 금융위기 같은 경착륙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내수(內需) 개선과 금융과 산업구조 개선, 국영기업에 대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해야 연착륙 수준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올해 다보스의 특징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중국 경제 개혁에 관한 나름대로의 조언들을 중국 측에 던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신감에 찬 나라다. 지금까지의 성장경험 때문에 다른 나라를 눈 아래로 보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같은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런 중국이 남의 충고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소로스의 경고
다보스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곳이 아니다. 글로벌 차원의 이슈를 공동으로 풀어나가자고 ‘덕담(德談)’을 하는 자리다. 중국 경제 연착륙론 역시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덕담으로 채워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도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계 헤지펀드의 대명사, 86세의 조지 소로스다. 그는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전 세계의) 금융혼란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디플레이션과 채무다. 중국의 채무는 대외채무를 합칠 경우 GDP의 359%에 달한다. 중국은 수출주도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내수시장을 돌보지 않았다. 따라서 경착륙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조지 소로스의 얘기가 나간 뒤 중국은 공산당 매체를 총동원해 헤지펀드를 악마시하면서 비난했다.
조지 소로스의 발언 후 일주일 뒤인 2월 2일, 중국의 경착륙을 예감케 하는 중요한 통계 하나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왔다. 2015년 중국발 자본유출이 무려 1조 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2014년의 1343억 달러의 무려 7배에 달하는 돈이 갖가지 명목으로 외국으로 나간 것이다. 이는 중국의 위안(元)화 가치 하락과 디플레이션이 한층 더 심화된다는 의미다. 경착륙이 아니라 하더라도, 완만한 연착륙은 더더욱 아닐 것이란 전망이 2016년 중국을 대하는 글로벌 시각이다.
美태평양함대 사령관의 결의
1월 27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인도차이나-아시아-태평양 전략 기회(Strategic Opportunities in the Indo-Asia-Pacific)’라는 포럼을 개최했다. 연사는 단 한 사람,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었다.
해리 해리스 제독은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서툴지만 일본어가 가능하다. 일본통이라 보면 된다. 1941년 일본이 기습공격을 가했던 태평양함대의 최정상에 일본 피가 섞인 인물이 올라선 것이다. 미국 군인인 해리스 제독이 일본에 특별히 유리한 정책을 펼 리야 없겠지만, 일본에 대해 호감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대중(對中) 작전은 그런 배경을 가진 인물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 세계 최강의 전력(戰力)을 가진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부른 CSIS 포럼에 대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이 포럼에 대한 기사는 해리스의 CSIS 참석 사흘 뒤에 나왔다. 미국의 8900t급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중국 인공섬 주변을 통과했다는 일본발 뉴스에 덤으로 붙었다.
질문-응답시간을 포함해 55분간에 걸친 해리스 발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군은 미일동맹에 의해 함께 싸울 것이다.
둘째,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상 인공섬은 중국 영토가 아니며 역내(域內)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국은 국제법에 의거해 자유로운 항행의 자유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일본 언론은 해리스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두 번째보다 첫 번째 발언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동안 미국은 센카쿠 문제와 관련, 직접 개입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었다. ‘미일동맹에 의해 돕는다’는 식의 표현은 있었지만, ‘함께 싸운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에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약속을 얻어낸 셈이다.
두 번째 발언과 관련해 해리스는 자신의 결의를 증명이라도 하듯, 3일 뒤 미국 군함을 남중국해로 보냈다. 앞으로도 수시로 보내겠다는 것이 해리스의 의지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 자세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중국을 못살게 구는 미국을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장차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시비를 걸어오고, 미국 군함이 주변 바다를 순항할 때도 비슷한 논조의 보도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은 일본에 대한 반감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자신의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하다.
빈발하는 외국인 스파이 사건
중국 내에서 연거푸 벌어지고 있는 소위 외국인 스파이 사건도 중국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월 2일 기준으로 모두 4명의 일본인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상태이다. 이 중에는 70세 노인도 있다. 중국은 스파이 혐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상대가 자백했다는 것이 전부다. 일본 정부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4명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일 간 외교현안 중 하나다. 중국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 인권활동가와, 북한과 접한 단둥(丹東)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캐나다인 부부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프랑스 여기자를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지난 2월 초 갑자기 중국에 나타난 5명의 홍콩 출판인들도 반중(反中)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중국공안이 홍콩에서 납치해 갔다고 보고 있다. 이 다섯 명 중 2명은 각각 스웨덴·영국 시민권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다. 홍콩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1국 2체제라고 하지만, 수가 뒤틀리면 홍콩인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중국공안에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홍콩에서는 미국 국적 취득 붐이 불었다. 영국이나 유럽 국적으로는 안심할 수 없지만, 미국 시민권자라면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체포된 외국인 ‘스파이’들을 다루는 중국 정부의 방식은 원시적이다. 텔레비전에 등장시켜 자신이 스파이란 사실을 고백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가 1월 말 추방된 스웨덴 인권운동가 피터 다린의 경우를 보자. 1월 16일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된 내용이다.
“조사 도중 아주 좋은 대우를 받았으며 의료와 음식도 아주 좋았다. 나는 활동 중에 중국법을 어겼다. 중국 정부에 대단한 해를 입혔다. 중국인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나의 비행(非行)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 다시는 그 같은 비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초등학생 반성문이나 북한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민주주의 문명사회에서라면 입에 꺼내기도 부끄러운 행태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혹시 텔레비전을 지켜본 중국인들 중에는 백인을 자아비판에 나서도록 만든 중국의 위대한 파워를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동남아의 중국
중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자카르타~반둥 간 140km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공사를 따냈다. 총공사비는 55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전액융자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채무보증 불요(不要)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고속철도 수주권을 따냈다. 엄청난 정치자금이 인도네시아 정치권으로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거의 공짜로 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올해 1월 21일 기공식이 이뤄졌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중에 공사를 그만둘 경우 중국 정부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중국이 필리핀에서 마닐라~말로로스 간 철도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도중 철수한 전례(前例)가 있어서이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다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예정된 2019년까지 완공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에 반대하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통일 이후 국경을 접할 나라라는 점에서 일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까울수록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존경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은 국토면적이나 인구라는 측면에서 한국보다 수십 배 큰 나라다. 가만히 있어도 빨려들어가기 쉽다. 타이완은 물론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같은 동남아국가들은, 중국 쓰나미에 휩쓸려 버린 지 오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중국의 반(半)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나마 자주성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 필리핀 정도다.
중국과 북한은 일란성 쌍둥이
한국은 휴대폰과 한류(韓流)로 자존심을 세우며 중국발 쓰나미에서 ‘잠시’ 벗어나 있었다. 스마트폰과 K팝으로 중국을 사로잡을 것이란 꿈도 꿨다. 그런 생각이 ‘대륙대박론’에 올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깨어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이나 북한은 결코 다르지 않다. 거의 일란성 쌍둥이라 보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형은 돈 많은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동생은 불만투성이 문제아라는 점 정도일까?
공산독재국가인 중국이나 북한은 근본적으로 똑같다. 북한 핵 문제를 통해 ‘비로소’ 중국의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얘기다. 그렇지만 마침내 중국의 모습을 확연히 실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흔히 한국을 가리켜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라고 말한다. 특히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이 이만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우리가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정신적·문명적·문화적으로 중국에 꿀릴 것이 없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을 대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보다 크다고 해서, 혹은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에 굽히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대로 끝장이다. 중국에 기대면 기댈수록, 한국의 품격이 떨어질 뿐이다. 중국보다는 우리와 가치(價値)를 같이하는 나라, 우리가 배울 게 있는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륙대박론’은 애초부터 환상이었다!⊙
중국발 편지나 명동의 중국 관광객을 보면 한중(韓中) 두 나라는 최상의 밀월관계에 접어든 듯하다. 문제는 청와대와 명동을 벗어난 세계에서 보는 두 나라의 관계다. 편지가 아무리 오간다 해도, 경제·군사·외교 모든 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중 정상(頂上)이 어느 정도로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나라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벽이 가로 놓여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오해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한국 신문·방송들도 1월 6일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나타난 중국의 입장과 자세에 관한 성토다.
북한은 2020년까지 핵폭탄 100개도 만들 수 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그 같은 핵폭탄 대량 제조의 서막이다. 이미 늦었지만, 뭔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단호한 대응’을 결의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작년 9월 군사퍼레이드의 현장 톈안먼(天安門)까지 갔다온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뭔가 긍정적인 답이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결과는 무반응이었다. 북한 핵실험 1개월 만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한반도 배치를 문제 삼기 위해서였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非核化)를 지지한다”는 하나마나한 총론적 얘기가 전부였다.
반면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핵 실험 바로 다음날에 연락이 왔다. 중국은 한 달 뒤였다. 여기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 편지까지 챙겨주는 사려 깊은 대국(大國)의 지도자가 한국, 아니 한반도 전체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애초부터 중국에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월간조선》에 기고한 글들을 통해 수차례 강조했지만, 중국이란 나라는 애초부터 글로벌 감각, 동맹 관념이 없는 나라다. 원래부터 갖고 있던 중화(中華)사상에다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근대화에 뒤처졌던 데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나라다. 나라의 힘이 커지자 그 한(恨)을 모두에게 복수하듯 일방통행으로 풀어버리려 하는 나라다. 티베트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200년 전 미국의 인디언 학살을 들고나온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수”라고 강변하면서 13억 중국인의 뜻에 따라 홍콩과 타이완(臺灣)에 대한 협박통치와 공갈외교가 정당하다고 강변한다.
중국에 북한은 어떤 의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억지를 부린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결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반면, 한미일 공조는 한사코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공조체제는커녕, 기존의 대북(對北)제재 구도조차 허물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중국의 일방통행 외교는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때마다 중국에서 생일 축하 편지를 받고, 톈안먼 문루에 같이 오르고,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반일(反日)전선을 함께 펴고,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적극 참가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리라 믿는 것 자체가 망상이다.
중국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을 사랑해서가 절대 아니다. 북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국제정치경제학적 관점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설명해 보자.
만약 북한을 포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강한 통일 한국이 중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따위의 생각은 지극히 ‘한국적 세계관’의 소산이니 논외로 하자.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미일(美日)관계다. 북한이 ‘착한 나라’로 돌변하는 순간 미국과 중국은 직접 부딪치는 관계가 된다.
계속해서 국방력을 첨단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아직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중국도 항공모함을 여러 척 건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군의 작전능력과 전투력을 압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그 같은 시간을 벌기 위한 방패막이다. 북한이란 변수(變數)가 있기에 미중 두 나라가 한반도의 대부(代父)처럼 뭔가를 논의할 수 있다. 중국의 국가주석, 외교부장, 국방부장, 주미외교관들이 워싱턴에서 환대받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G-2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을 중국보다 차원이 낮은 변방(邊方)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미중은 직접 맞부딪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중국의 도움이 필요 없다. 중국이 직접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나라는 주변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글로벌 뉴스메이커였던 이란·쿠바·시리아 같은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중국과 직접 대응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의 공조도 보다 굳건하게 된다.
그런 상황이 기다리는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상대는 바로 미국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나가는 팽창정책을 펼수록 북한이라는 안전판은 더 필요하다.
BMD와 사드
이건 워싱턴도 알고 있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Defense, 이하BMD) 관련 문제는 워싱턴의 그런 심증을 더욱 굳게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BMD 제한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해 둔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해 왔다. 중국의 BMD를 규제하면서 미국의 핵 우위를 유지하려는 게 미국의 속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드(THAAD)와 관련해, 미국은 BMD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한국에 배치될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결국에는 중국 대륙에 대한 미국의 BMD 우위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사드의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BMD 공격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적극 나설 경우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도 없을 것이라 말한다.
지금 중국은 사드에 반대하면서도 미중 BMD 협의에는 나서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를 끊고 식량지원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이후 미중 직접 대치관계로 가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미중 BMD 협의를 통해 사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유리할지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중국은 북한 핵을 그대로 두면서 미중 직접 대치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사드는 ‘만만한’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풀어가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압력은 무형·유형으로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다. 현실적이고도 직접 피부로 절감하는 채찍도 있을 수 있다. 과거 이뤄졌던, 한국산 휴대폰 수입 금지와 같은 것은 ‘새발의 피’에 불과할 수도 있다.
타이완에서 차이잉원(蔡英文)이 총통으로 당선되자 중국은 타이완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 수를 3분의 1로 줄이는 제재(?)를 가했다.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공산독재국가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중국 관광객이 3분의 1로 줄어들 경우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타이완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깡패 외교다.
물론 당근도 있을 것이다. 간혹 근혜연맹발 편지나, 북한에 대한 유감 표명을 통해 달콤한 맛을 한국민에게 선사할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채찍과 당근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청와대, 한국 외교의 실력과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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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6일 새누리당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개최한 ‘AIIB 출범과 한국경제 활성화’ 강연. ‘대륙대박론’에 기울어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
그러나 장밋빛 환상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소식이 들린다.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12개 나라가 참가한다. 한국의 그림자는 없다. TPP 불참은 바다를 잊고 멀리해 온 반도의 1000년 고질병을 되살려주는 듯하다. 베트남과 페루조차 환태평양에 돌진하던 때, 한국은 모든 것을 대륙에 쏟았다. 한국이 ‘대륙대박론’에 빠져 있던 시기는 TPP가 준비되던 때와 겹친다. 워낙 비몽사몽(非夢似夢)에 빠져 있기에 미일 주도하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2014년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은 곧바로 일본을 넘어설 듯 기세등등했다. 대통령과 장관, 기업 대표들이 줄을 지어 시진핑에게 달려갔다. 바로 그 무렵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추락은 이미 2, 3년 전부터 예상되던, 국제적 상식이다. 그러나 한국은 ‘설마 심리’와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주변국의 발 빠른 움직임도 비웃었다. G-2라는 말이 당연한 상식처럼 한국 지식인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빠르면 2020년, 아니면 2025년, 203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판을 쳤다.
2016년 ‘대륙대박론’은 ‘대륙쪽박론’으로 변해가고 있다. 북한 핵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와 관련된 황화는 한층 더 심각할 전망이다. 조금만 밖을 보면 현재 벌어지는 중국발 황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보스 포럼의 두 話頭
그렇다면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비치는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경제만이 아닌, 정치·문화·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중국이란 나라는 글로벌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해마다 1월이면 등장하는, 스위스발 고정 뉴스가 하나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다. 새해 첫날부터 재벌 이혼 막장 스토리로 날과 밤을 샌 탓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다보스 포럼처럼 한국 내에서 철저히 무시된 뉴스도 없을 듯하다. 4차 핵실험을 한 북한이 다보스 포럼 초대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 정도였다.
“왜 다보스 포럼이 지구 밖 세상 뉴스로 취급됐느냐”고 서울의 친구에게 물어봤다. “4월 총선이 임박한데 누가 거기에 가느냐? 다보스란 것이 대통령 후보나 정치인 이미지 높이는 할리우드 레드 카펫 같은 곳 아니냐? 아마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내년에는 한국 정치가들로 터져 나갈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1월 20일부터 4일간 열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조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정치·경제·문화 실력자 1000여 명이 모였다. 전부 250개 크고 작은 포럼이나 파티가 열렸다. 다보스 포럼은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인 동시에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엮는 곳이다. 포럼보다 밤에 이뤄지는 ‘인비테이션 온리(Invitation Only)’ 파티가 한층 더 중요하다.
이번 다보스에서의 주된 화두(話頭)는 크게 두 가지였다. 유가(油價)와 중국 경제. 난민문제·테러리즘·인도·이란 이슈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와 중국 경제였다.
이 두 화두는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문제다. 올해 초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려간 것은 공급과잉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요 부족도 원인이다. 수요란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극적으로 떨어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유가가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더불어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도 점점 위기로 치닫게 된 것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핵심 이슈는 결국 중국 경제 문제였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중국 경제 문제를 대하는 다보스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경(硬)착륙(Hard Landing)이냐, 연(軟)착륙(Soft Landing)이냐’가 그것이다. 중국 경제의 추락을 기정사실로 본다는 의미다. 추락하기는 하는데 얼마나 깊이 떨어지는가, 라는 문제다. 2015년 6.9%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는 6.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안과 우려를 고려해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과 주요 국가지도자,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을 다보스로 보냈다. 리 부주석은 “중국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으며 서구가 걱정할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먼저 중국발 통계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9%가 아니라 3.5%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같은 불신은 있지만, 당장 국가부도나 금융위기 같은 경착륙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내수(內需) 개선과 금융과 산업구조 개선, 국영기업에 대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해야 연착륙 수준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올해 다보스의 특징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중국 경제 개혁에 관한 나름대로의 조언들을 중국 측에 던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신감에 찬 나라다. 지금까지의 성장경험 때문에 다른 나라를 눈 아래로 보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같은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런 중국이 남의 충고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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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한 조지 소로스. |
덕담으로 채워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도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계 헤지펀드의 대명사, 86세의 조지 소로스다. 그는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전 세계의) 금융혼란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디플레이션과 채무다. 중국의 채무는 대외채무를 합칠 경우 GDP의 359%에 달한다. 중국은 수출주도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내수시장을 돌보지 않았다. 따라서 경착륙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조지 소로스의 얘기가 나간 뒤 중국은 공산당 매체를 총동원해 헤지펀드를 악마시하면서 비난했다.
조지 소로스의 발언 후 일주일 뒤인 2월 2일, 중국의 경착륙을 예감케 하는 중요한 통계 하나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왔다. 2015년 중국발 자본유출이 무려 1조 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2014년의 1343억 달러의 무려 7배에 달하는 돈이 갖가지 명목으로 외국으로 나간 것이다. 이는 중국의 위안(元)화 가치 하락과 디플레이션이 한층 더 심화된다는 의미다. 경착륙이 아니라 하더라도, 완만한 연착륙은 더더욱 아닐 것이란 전망이 2016년 중국을 대하는 글로벌 시각이다.
美태평양함대 사령관의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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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美태평양함대 사령관. |
해리 해리스 제독은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서툴지만 일본어가 가능하다. 일본통이라 보면 된다. 1941년 일본이 기습공격을 가했던 태평양함대의 최정상에 일본 피가 섞인 인물이 올라선 것이다. 미국 군인인 해리스 제독이 일본에 특별히 유리한 정책을 펼 리야 없겠지만, 일본에 대해 호감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대중(對中) 작전은 그런 배경을 가진 인물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 세계 최강의 전력(戰力)을 가진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부른 CSIS 포럼에 대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이 포럼에 대한 기사는 해리스의 CSIS 참석 사흘 뒤에 나왔다. 미국의 8900t급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중국 인공섬 주변을 통과했다는 일본발 뉴스에 덤으로 붙었다.
질문-응답시간을 포함해 55분간에 걸친 해리스 발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군은 미일동맹에 의해 함께 싸울 것이다.
둘째,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상 인공섬은 중국 영토가 아니며 역내(域內)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국은 국제법에 의거해 자유로운 항행의 자유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일본 언론은 해리스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두 번째보다 첫 번째 발언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동안 미국은 센카쿠 문제와 관련, 직접 개입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었다. ‘미일동맹에 의해 돕는다’는 식의 표현은 있었지만, ‘함께 싸운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에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약속을 얻어낸 셈이다.
두 번째 발언과 관련해 해리스는 자신의 결의를 증명이라도 하듯, 3일 뒤 미국 군함을 남중국해로 보냈다. 앞으로도 수시로 보내겠다는 것이 해리스의 의지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 자세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중국을 못살게 구는 미국을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장차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시비를 걸어오고, 미국 군함이 주변 바다를 순항할 때도 비슷한 논조의 보도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은 일본에 대한 반감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자신의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하다.
빈발하는 외국인 스파이 사건
중국 내에서 연거푸 벌어지고 있는 소위 외국인 스파이 사건도 중국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월 2일 기준으로 모두 4명의 일본인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상태이다. 이 중에는 70세 노인도 있다. 중국은 스파이 혐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상대가 자백했다는 것이 전부다. 일본 정부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4명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일 간 외교현안 중 하나다. 중국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 인권활동가와, 북한과 접한 단둥(丹東)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캐나다인 부부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프랑스 여기자를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지난 2월 초 갑자기 중국에 나타난 5명의 홍콩 출판인들도 반중(反中)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중국공안이 홍콩에서 납치해 갔다고 보고 있다. 이 다섯 명 중 2명은 각각 스웨덴·영국 시민권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다. 홍콩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1국 2체제라고 하지만, 수가 뒤틀리면 홍콩인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중국공안에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홍콩에서는 미국 국적 취득 붐이 불었다. 영국이나 유럽 국적으로는 안심할 수 없지만, 미국 시민권자라면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체포된 외국인 ‘스파이’들을 다루는 중국 정부의 방식은 원시적이다. 텔레비전에 등장시켜 자신이 스파이란 사실을 고백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가 1월 말 추방된 스웨덴 인권운동가 피터 다린의 경우를 보자. 1월 16일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된 내용이다.
“조사 도중 아주 좋은 대우를 받았으며 의료와 음식도 아주 좋았다. 나는 활동 중에 중국법을 어겼다. 중국 정부에 대단한 해를 입혔다. 중국인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나의 비행(非行)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 다시는 그 같은 비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초등학생 반성문이나 북한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민주주의 문명사회에서라면 입에 꺼내기도 부끄러운 행태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혹시 텔레비전을 지켜본 중국인들 중에는 백인을 자아비판에 나서도록 만든 중국의 위대한 파워를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동남아의 중국
중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자카르타~반둥 간 140km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공사를 따냈다. 총공사비는 55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전액융자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채무보증 불요(不要)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고속철도 수주권을 따냈다. 엄청난 정치자금이 인도네시아 정치권으로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거의 공짜로 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올해 1월 21일 기공식이 이뤄졌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중에 공사를 그만둘 경우 중국 정부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중국이 필리핀에서 마닐라~말로로스 간 철도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도중 철수한 전례(前例)가 있어서이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다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예정된 2019년까지 완공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에 반대하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통일 이후 국경을 접할 나라라는 점에서 일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까울수록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존경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은 국토면적이나 인구라는 측면에서 한국보다 수십 배 큰 나라다. 가만히 있어도 빨려들어가기 쉽다. 타이완은 물론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같은 동남아국가들은, 중국 쓰나미에 휩쓸려 버린 지 오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중국의 반(半)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나마 자주성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 필리핀 정도다.
중국과 북한은 일란성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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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
필자가 보기에 중국이나 북한은 결코 다르지 않다. 거의 일란성 쌍둥이라 보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형은 돈 많은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동생은 불만투성이 문제아라는 점 정도일까?
공산독재국가인 중국이나 북한은 근본적으로 똑같다. 북한 핵 문제를 통해 ‘비로소’ 중국의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얘기다. 그렇지만 마침내 중국의 모습을 확연히 실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흔히 한국을 가리켜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라고 말한다. 특히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이 이만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우리가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정신적·문명적·문화적으로 중국에 꿀릴 것이 없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을 대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보다 크다고 해서, 혹은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에 굽히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대로 끝장이다. 중국에 기대면 기댈수록, 한국의 품격이 떨어질 뿐이다. 중국보다는 우리와 가치(價値)를 같이하는 나라, 우리가 배울 게 있는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륙대박론’은 애초부터 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