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의 성능이 발전하면서 10여 년 전부터 공사 현장에서 설계 원본 안 보기 시작
⊙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격… 설계도면 원본 보면서 작업하면 부실공사·인명사고 줄이는 데 도움
⊙ 한국이 세계 정상 석권하고 있는 造船 업계 현장에서는 아직도 종이도면 보면서 작업
⊙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격… 설계도면 원본 보면서 작업하면 부실공사·인명사고 줄이는 데 도움
⊙ 한국이 세계 정상 석권하고 있는 造船 업계 현장에서는 아직도 종이도면 보면서 작업

- 2022년 1월 11일 신축 공사 중 붕괴한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사진=조선DB
몇 개월 전부터 이른바 ‘철근 누락’ ‘순살 아파트’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가, 사회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막대한 손해다. 작금의 사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작년 1월 광주(光州) 시내에서 철거공사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인천 검단 소재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단지 전체를 허물고 재시공하기로 했다. 재공사 비용 5000억원, 입주지연 보상금 500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나왔다. 지난 7월에도 경기도 지역에서 보강철근 누락 사례가 적발됐다.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정부는 위법행위 주체에 대해 ‘무관용 처분’을 내리는 등 건설 현장에서 자행되는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고 한다. 왜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걸까.
이번에 부각된 것은 ‘무량(無梁)판 구조’ 신공법이다. 기둥보를 많이 세우지 않기 때문에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원가가 절감되는 이점이 있다. 물론 요즘 세상에 시공회사들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철근을 일부러 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을 짚어보면 건설 현장에 종이로 된 설계도면(設計圖面)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IT 기기만을 주로 사용하는 건설 현장,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인리히 법칙과 하자 건수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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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도면.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공사 현장에서 종이로 된 건축도면을 보는 일이 사라져가고 있다. 사진=최동철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0월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는 5년 전에 비해 3.1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5년간 LH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瑕疵) 건수가 약 25만 건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2018~2020년까지 매년 2000여 건 수준에서 2021년부터 약 12만 건이나 증가했다. 이는 2021년부터 주택법 개정으로, 하자 기준이 중대하자, 경미하자로 나뉘는데 모두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년 12만 건은 가늠하기 어려운 숫자다. 분양가도 오르고 공사비 또한 오르는데 하자 건수 사고는 왜 계속 늘기만 할까?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다. 그러다 보니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의 성능이 발전하는 가운데,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종이로 된 설계도면이 사라지고 있다. 원본(原本)을 보고 시공하는 것이 약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작금의 건설업에서 일어난 사고들은 10여 년 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
최종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국가기관조차도 자료를 컴퓨터를 통해 받고 있다. 때문에 도면 전체를 보고 확인하는 것보다는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IT 기기를 사용해 조그만 화면에서 확대해서 확인하는데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수십 층의 건물을 짓는 건설 현장에 나가 보았다. 원본 도면을 보면서 공사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저 필요한 경우에만 A4나 A3에 해당 부분만 확대한 후 출력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AI 시대에 모든 IT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시켜 설계도면을 보고 시공하고 관리하고 감독하고 허가를 해주는 것은 일견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장의 관리자, 감리자 및 허가 관청 등에서는 전체적인 도면을 보고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 이러한 실수를 줄이려고 많은 보완책과 교차 확인을 철저히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사 현장에서 원본 도면 없이 IT 장비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 효과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만에 하나라도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현재처럼 IT 기기에만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현장 도면 중시하는 조선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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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회사에서 설계한 대형 선박에 대해 설명하는 신홍섭 한국해사기술 대표. 조선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도면을 보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하지만 건설 업종에서는 수백·수천 명의 인원이 상주하는 아파트나 건물 등을 건설하면서 현장 도면 없이 IT 장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만 A4나 A3용지에 해당 부분만 출력을 해 시공하고 있는 건설업의 현실이 맞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하는 것 같다. 사고가 난 후에야 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감리를 제대로 안 했다, 철근을 적게 넣었다, 관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 등 이유도 참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반복되는 사건과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한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
조선 업종은 건설업보다 더 뛰어난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활용도 면에서도 건설업보다는 몇 배를 앞서 가고 있다. 이러한 조선 업종인데 왜 원본 도면의 사본을 출력하여 현장에 배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간 수십 척을 건조하는 조선 업종에서는 현장 도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현장마다 수백·수천 명이 상주하는 공공재인 건물이 전국적으로 수백 개가 있다. 하지만 건설 업계에서는 현장 도면이라는 게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나비효과처럼 미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번개와 천둥이 동반된 태풍을 만든다. 세계의 조선 업체 중 1~4위가 다 우리나라에 있지만, 건설 업종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격(國格)까지도 손상시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사고가 많다. 그렇지만 그들은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예방하려고 한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건설업 및 원자력 등 많은 업종에서 원본을 출력하여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그들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산재 예방에 효과 클 것
정부 당국자나 건설 업계에서는 자기네보다 훨씬 앞서 가는 IT 기술이 있는 조선 업종에서 왜 현장 도면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동일 작업장에서도 어떠한 기둥에는 철근이 몇 개가 들어가는데 혹여 덜 들어갔다면 보강공사를 한다고 한다. 과연 해당되는 현장 도면 원본 복사본을 건설 현장에서 배포한다고 해서 눈에 띄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믿는 것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면 산업재해 예방에는 큰 효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발주처, 시공사, 감리업체, 허가기관인 관에서는 원본 도면을 갖고 철저히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관계자와 건설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