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天惠 자연의 寶庫, 26만여㎡(약 7만9000평) 거대 수목원 사라질 위기
⊙ LH, 地主에 평당 10만원 보상한 땅 10년 후 1000만원에 분양
⊙ 수용 땅 10년간 방치해놓고 환매권 통지도 안 해… 이번엔 “땅 더 달라”
⊙ 무리한 개발로 멸종 2급 생물 위기…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안 해
⊙ 땅 주인 허락도 없이 ‘도로 낸다’는 광고로 분양 후 포클레인 투입
⊙ 知人에게 털어놓은 변창흠 LH 사장의 속내… “비용과 민원 두려워 철회 못 해”
⊙ 재단, 평생 모은 돈 1400억 모두 還元… 돌아온 건 “또 기부하는 셈 치시죠”
⊙ LH, 地主에 평당 10만원 보상한 땅 10년 후 1000만원에 분양
⊙ 수용 땅 10년간 방치해놓고 환매권 통지도 안 해… 이번엔 “땅 더 달라”
⊙ 무리한 개발로 멸종 2급 생물 위기…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안 해
⊙ 땅 주인 허락도 없이 ‘도로 낸다’는 광고로 분양 후 포클레인 투입
⊙ 知人에게 털어놓은 변창흠 LH 사장의 속내… “비용과 민원 두려워 철회 못 해”
⊙ 재단, 평생 모은 돈 1400억 모두 還元… 돌아온 건 “또 기부하는 셈 치시죠”
- 경남 양산 사송리 일대의 항공 사진. 울창한 숲이 현재 경암교육문화재단 소유의 수목원이다. 바로 앞과 경부고속도로 건너편 맨땅은 LH가 수용, 공사가 진행중이다.
마치 비밀의 화원 같았다.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오감(五感)을 마비시킨 요즘. 죽은 듯했던 그 감각은, 의외로 원시적(原始的)인 데서 깨어났다. 경남 양산시 사송리의 한 숲. 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산수화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무겁던 어깨가 대번 순하게 내려왔다. 초여름, 정점을 찍은 피톤치드가 폐부를 파고들었다. 덩달아 시야가 환해졌다. 모빌처럼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그 사이로 옥양목 이불 같은 구름이 보였다. 빨갛고 노란 깃털의 새, 밤색 다람쥐, 풀벌레와 돌멩이에 낀 이끼까지, 온갖 미물(微物)들의 생명력이 감지됐다. 기분 좋은 분주함이었다. 그러는 사이, 여울물 소리는 쉴 새 없이 고막을 간지럽혔다. 눈치 없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곳이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수십 년간 제 자식처럼 가꿔온 곳이에요. 수천, 수만 가지 생명이 움트는 이곳을 강제로 없앤다니, 말이 됩니까.”
진애언(76)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어쩐지 눈물을 머금은 듯 눅진하게 들렸다. 달곰한 낮잠에서 깬 기분이었다. 그때, 길 건너편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온통 잿빛이었다.
LH, 지주 동의 없이 강제 수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 중인 ‘사송신도시’다. 276만여㎡(83만4900평) 규모의 부지에 1만4900여 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각종 쇼핑, 여가 시설 등 상업지구도 형성된다. 2018년 2월 기공식 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엔 숲, 한쪽엔 신도시가 있는 모양새다.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숲은 총 26만여㎡(약 7만9000평) 규모다. 모두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소유다. 건너편,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땅 일부도 원래 재단 소유였다. 신도시 건립을 위해 2008년 내어줬다. 당시 보상금을 받은 땅은 4만3900㎡(1만5000평) 규모로, 대형 축구장 10개 정도 크기였다. 신도시 쪽과 길 건너 수목원 접점 지역에 걸쳐 있는 부지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지요. 그러나 최근 LH에서 땅을 추가로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 작업이 지주(地主), 그러니까 우리 동의 없이 강제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LH에서는 수목원 인근 땅 1만5000㎡를 추가로 편입했다. 경부고속도로 하부 연결 도로를 개설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 대부분(1만1317㎡)이 재단 소유다. 재단 측에서는 꾸준히 ‘편입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LH에서는 강제로 수용 절차를 밟는 중이다.
수목원의 전체 면적(26만여㎡)에 비해 강제 수용하는 땅(1만1317㎡)이 일부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땅이 없으면, 수목원도 있을 수 없다. 이곳이 유일한 입구이기 때문이다. 진 이사장은 “다른 곳에는 도저히 진입로를 낼 수가 없다”면서 “게다가 해당 부지에는 중생대부터 있던 화강암, 안산암 및 천연목과 각종 희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다.
지주와 기관 간의 땅 분쟁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때마다 일각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그냥 좀 양보하지. 한데 들어보자. 경암교육문화재단은 ‘기부’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진 이사장은 남편이자 재단 창립자인 송금조(98) 회장과 함께 이미 약 1400억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평생 모은 돈을 다 바친 셈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LH 한 관계자는 ‘이사장님, 그냥 기부하는 셈 치세요’ 하더군요. 아이고, 줄 수 있는 땅이면 10년 전에 진작 내어줬겠지요. 우리가 반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오직 그 생각만 하며 지난 수십 년간 꽃과 나무, 그리고 돌을 가꿔왔어요. LH에서는 또 그러더군요. ‘그 땅에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라고요. 재단은 수목원을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라고 했습니까? 자연을 살려두자는 거잖아요.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자는 거 아닙니까.”
매입 땅 방치 후 환매권 통지도 안 해
이뿐만이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LH에서 10여 년 전 가져간 땅도 문제가 있었다.
“신도시를 짓는다며 2008년 매입한 수목원 인근 부지 4만3900㎡(1만5000평)를 LH는 10년간 그냥 방치해놓았습니다. 실제로 신도시 착공은 2018년에 하지 않았습니까. 10년간 사업에 손도 대지 않았으면서 우리에게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던 거죠.”
토지 취득 후 5년간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환매권’이 발생한다. 원소유주가 땅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매입자는 이때 원소유주에게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그러나 LH 측은 이를 알리지 않았다.
“2008년 평당 10만원에 사 간 땅을 10년 후 평당 100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그 10년 동안 땅을 그냥 방치해놓아 수목원 입구는 수년간 공사터였어요. 그간 외부에 이 숲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틈틈이 모종과 묘목을 심어 가꾸었고요. 10년 동안 입구를 막아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입구 안 땅을 더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공사 과정이 투명한 것도 아니었다. 개발이 진행 중인 땅의 일부는 현재 재단 소유 수목원 내 계곡 줄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 4월까지 이 계곡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의 고리도롱뇽과 세계자연연맹 관심대상인 꼬리치레도롱뇽이 발견됐다. 실제로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이 논의될 만큼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지난 4월, ‘전설 속 동물’로 불리는 담비도 포착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 LH 측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훼손은 처벌 대상이다. 그 때문에 지역 내에서는 “LH가 선정한 업체에서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LH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재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소송으로
조금 더디지만, 모든 게 순리대로 될 줄 알았다. 비보(悲報)가 날아든 건 지난 2018년이다. 처음에는 양산시의 토지 수용에 대한 ‘의견제출 공고’였다. 재단은 즉각 ‘반대 의견’을 보냈다. 이후 2019년 4월, LH에서 ‘보상받아가라’는 공고를 띄웠다.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묵살이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LH는 신도시 분양 광고에 ‘연결 도로가 생긴다’는 내용을 크게 새겼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대화로 풀어보려 했다.
“처음에는 양산시에 전화를 했어요. 모 팀장이라는 분이 ‘우리는 이 일을 대행할 뿐’이라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대요. 그래서 LH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거기서는 또 양산시에 전화를 걸라고 하더군요.”
계속된 핑퐁. 이래서는 답이 없겠다 싶었다. 김일권 양산시장에게 서신을 보냈다. 팩스, 메일, 우편까지 총 세 통이었다. 묵묵부답. 변창흠 LH 사장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편지를 써봤다. 역시 답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포클레인은 계속 땅을 파기 시작했다. 당장 이거라도 말리자 싶었다. 포클레인 기사는 “할머니! 다쳐도 책임 안 져요!”라고 소리만 쳤다. 이 싸움, 혼자서는 무리였다. 소송을 결심했다. 4월 12일 LH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6월 22일 울산지방법원에 ‘토지 및 지장물 수용 재결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냈다.
소장(訴狀)은 “LH의 재단 소유 토지에 대한 추가 수용 재결 신청은 수용권의 공익 목적에 반하는 수용권 남용에 해당한다”면서 “재단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수목원에 지역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하지만 LH의 지구 밖 사업 승인(경부고속도로 하부 연결 도로 공사)은 개발 목적의 사업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할 개연성이 높고, 사업 목적 역시 사업시행자의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재단 측의 토지 사용 계획과 비교할 때 공공성이 떨어진다”면서 “재단은 이미 10여 년 전 사송리 일대의 토지 4만3900㎡를 LH에 귀속시켰는데, LH에서 10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이 일대 토지를 귀속시키는 것은 과거 수용한 토지의 가격이 급상승하여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LH는 지난 6월 29일 LH수용재결보상금지급안내를 통해 “(땅을) 보상받아가지 않으면 7월 17일 법원에 공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네 가지 대안 제시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형국. 절충안은 없을까. 재단은 LH 측에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진 이사장은 커다란 도면을 꺼내더니, 대안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설명했다.
“우선 기존에 나 있는 다리가 이미 있어서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도시 주민들이 조금 더 걸어야 하긴 하지요. 그게 불편하다면, 지금 도로를 내려고 하는 곳에서 200m만 가면 LH 땅이 있습니다. 이곳에 연결 도로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도로의 반경을 조금 줄이면 재단 땅을 거치지 않고 다리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정 안 된다고 하면, 최후의 방법으로 터널을 뚫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수목원 입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도시 주민들이 편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터널을 내는 것도 재단 측에서는 많이 양보한 겁니다.”
건축 전문가들의 ‘타당성’ 검증도 이미 마친 상태다. 모두 실현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LH 측은 네 가지 모두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LH 측에서도 재단에 제안한 사항이 있다. 우선 기존 진입로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진 이사장은 이에 “절개지(切開地)를 내어 가느다란 샛길을 만들어주겠다는 건데, 이는 자연을 해치는 방식으로 요즘 시대에 잘 하지 않는 공법”이라면서 “또한 그 샛길은 재단 땅이 아니라 LH의 땅으로, 수목원에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인이 다니는 길이 되기 때문에 재단에서는 별도의 담을 세워야 하며 LH 측의 이런 식의 행정이라면, 그 샛길을 언제 또 일방적으로 막아버릴지 모른다”고 했다.
LH에서는 또 “땅 수용 후 신도시 내 ‘경암공원’을 세워주겠다”고 했다. 재단 측은 이 또한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일견 사람들은 생각하겠지요. ‘공원까지 세워준다는데 그냥 양보하지’라고요. 그런데요, 신도시 녹지비율 때문에 LH는 어차피 공원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 땅에 있는 나무 몇 개, 화강암 몇 개 가져다 놓고 생색을 내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진 이사장은 이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LH의 책임자급은 한 번도 수목원에 와보지 않았다”면서 “직접 현장에 와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시뮬레이션 회의도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지, 모든 게 탁상에서 졸속으로 진행하다 보니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LH, 사실상 ‘강제 수용’ 인정
이제 LH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담당자와의 통화는 쉽지 않았다. 우선 본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 내용은 해당 지역본부 홍보팀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본부 홍보팀은 “홍보팀보다는 지역사업단에서 들을 내용”이라고 했다. 여차여차 다섯 번의 통화 끝에 이 내용을 알고 있다는 양산사업단의 한 관계자와 연결이 됐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재단에서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는데.
“원래 주민 공람(供覽)을 하면, 거의 대부분은 반대한다. 그들의 의견을 가능한 한 반영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또한 반대 의견을 다 수용하겠다는 의도로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다 수용할 수도 없고.”
― 그렇다면 공람의 목적은.
“법적으로 공고하게 돼 있으니 하는 거다. 그때 의견을 청취했다고 무조건 반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대하던 사람들이 설득한다고 해서 돌아서지도 않고.”
― 적어도 협의의 과정은 거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묻는다면, 미처 그러지는 못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통은 협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 정부기관은 원래 다 그렇다는 뜻인지.
“아니, 공기업이라서, 우리가 특별한 지위를 가져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절차상 그렇다는 설명을 한 거다.”
― 지주가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도로가 난다고 분양 공고를 냈던데, 허위 광고 아닌가.
“선(先)분양이라는 게, 원래 다 지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토교통부의 사업 승인을 받은 내용을 실은 것이다. 사업 승인도 없이 그랬다면 허위광고라는 말에 설득력이 있겠다.”
― 재단 쪽에서 우회도로 등 총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제안’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평면도상에 선 하나 그어서 대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LH, “再考의 여지 없다”
― 그 ‘실현 가능성’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비용 수반이 어렵다는 얘긴지.
“비용 문제가 아니라, 도로를 하나 만든다는 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영향평가랄지 심의랄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로라는 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하는 건데, 재단은 기술적인 부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도에 선 하나 죽 그어서 논리라고 내놓았다. 그걸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나.”
― 수용 진행 중인 부지 내 자연 훼손 논란도 있는데.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곳의 부지는 나무보다는 돌이 많더라. 우리는 그냥 돌이라고 보는데, 재단에서는 그 돌이 특별한 거라고 하더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돌도 아니고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돌은 아니라 생각했다. 재단 쪽에서는 그 돌을 특별한 존재로 여겨 수목원의 어떤 입구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좋겠다고 생각하니, 공사를 한다는 게 많이 서운하겠지.”
―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함부로 말하기가 그렇다. 양해 바란다.”
― 어쨌든 결론적으로 재고(再考)의 여지가 없다는 건가.
“이미 공사 진행이 많이 된 상황이다. 우리도 많은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경암에 대안 제시도 했는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방법이 없다.”
― 재단에서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글쎄, 이게 소송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본격적으로 간다면 우리도 응소(應訴)할 수밖에 없겠다.”
LH의 속내는? ‘민원이 두려워’
이쯤 되면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덮어두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속 시원한 답을 듣고 싶었다. LH가 양보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답은 의외의 곳에서 얻을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살펴보니, 경암재단의 수목원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을 애석해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저명한 학자들도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모 대학교의 A 교수다. 마침 A 교수는 변창흠 LH 사장과 친분이 있다. 2019년 4월 부임한 변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A 교수는 지난 5월 말, 변 사장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토지 소유자인 경암재단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A 교수는 메일에 “성공적인 사송신도시 조성을 위해서라도 공익적 차원의 수목원은 필요할 것”이라면서 “변 사장이 SH 공사 재직 당시 ‘스마트그린시티’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 스마트그린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사회와 함께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썼다.
4일 후, 변 사장은 A 교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꽤 허심탄회한 내용이다. 요는, ‘민원’과 ‘비용’ 문제 때문에 돌이키기는 힘들다는 것. 변 사장이 쓴 메일 내용 중 일부다.
“(상략)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됐을 뿐 아니라 필지가 매각됐고 대지 조성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 돌이키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단 부지와 접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건너편이 사송신도시인데, 재단 부지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지하 차도가 사송신도시의 중심지인 상업용지로 연결됩니다. 이 상업용지가 이미 분양이 완료돼 수많은 민원인이 있는 상태입니다. 통과 도로를 전제로 토지를 구입했기 때문에 도로가 개설되지 못하면 엄청난 민원이 예상됩니다.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면 재단 부지 통과 도로를 지하로 개설하는 것(터널)이 한 가지 대안일 텐데, 비용이 무려 350억원에 이르러 조성원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사송신도시는 사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지급할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중략) 민원인이 언론이나 기관장,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되길 고대합니다. (하략)”
변창흠 사장, “재단 사람들 좀 말려달라”
변 사장은 메일 말미에 “혹시 교수님께서 수락해주신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맡아주신다면 대안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도 썼다. 무슨 뜻일까. A 교수에 따르면 변 사장은 며칠 후 A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교수님께서 위원장을 맡은 후 재단 쪽 사람들을 좀 말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A 교수는 이후 6월 17일, 다시 변 사장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A 교수는 메일을 통해 “며칠 전 이장무 전 서울대학교 총장과 식사를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깊게 논의했는데, 우리 둘 다 결과적으로 수목원은 없애면 안 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시점, 변 사장이 LH 사장인 것이 기쁘다”면서 “창의적인 스마트그린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장무 전 총장은 변 사장의 서울대학교 은사(恩師)다. 변 사장은 한 달 가까이 이 메일에 답변이 없는 상태다.
문만 열면 되는데
지난 7월 6일, 사연 많은 그 수목원에 직접 가봤다. 양산 시가지에서 차로 10분이면 도착한다. 포클레인이 헤집어놓은 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문제의 ‘입구’가 나온다. 바리케이드를 올리자, 진입로에 커다란 화강암과 안산암이 장엄한 자태로 맞이했다. 어제도 이곳에 왔다는 진 이사장은 “올 때마다 풀이 한 뼘씩 자라 있다”며 아이 머리카락 만지듯 풀을 쓰다듬었다. 원시림에서 조금 벗어나면 진 이사장이 직접 가꾼 숲이 나온다. 1995년부터 꼬박 25년간, 손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작은 묘목 수천 그루가 지금은 웅장한 숲을 이뤘다. 좀체 보기 드문 느티나무 숲과 벚나무 숲도 있다. 25년 전 이곳을 찍은 항공사진과 지금을 비교해보니, 천지개벽 수준이다. 지금도 틈만 나면 씨앗이며, 모종을 심는다고 한다. 곳곳에 막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 귀여웠다. 진 이사장은 찬찬히 걸으며 나무와 꽃, 새와 다람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기 수국(水菊) 동산 보이죠. 저곳에 어린이 공원을 만들면 딱이겠지요? 엄마와 손잡고 동산에서 뛰어놀다가, 날아가는 까치를 보며 ‘엄마, 까치 까치 설날은 누가 작곡했어요?’라고 묻고, 엄마는 ‘저기 음악 박물관에 가볼까’라고 하는 거지요. 멋지지 않습니까. 여름이면 캔버스를 메고 온 아이들이 느티나무 숲에서 풍경화를 그리고, 엄마는 축사(畜舍)를 개조한 레트로(retro)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교양 강좌를 듣거나요. 주말, 아이들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쇼핑센터를 찾는다잖아요. 일부러 수목원을 만드는 시대, 이런 공간이 있으면 너무 좋겠지요. 이런 곳에서 에밀리 디킨슨이 탄생하는 거 아닐까요?”
진 이사장은 잠시간 시름을 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상수리나무고요, 저건 참나무예요. 배롱나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 멀리 모과나무도 있어요. 또 이팝나무, 은행나무, 매화나무….”
듣고 있자니, 아는 나무 이름은 다 나올 기세였다. 그가 나무 이름을 읊는 동안 잠깐 ‘봄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꽃나무가 일제히 개화하면 장관일 것 같았다. 물론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풀기만 한 삶
“뭐가 아깝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기다.”
재단의 창립자 송금조 회장이 평생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며 한 말이다. 송 회장은 2004년, 1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순수 공익재단인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세웠다. 지난 2003년에는 부산대학교의 양산캠퍼스 건립에 305억원을 기부 약정하고, 195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때 대학 측에서 기부금을 엉뚱한 데 써 이미 한 차례 쟁송(爭訟)을 겪었다. 진애언 이사장은 2016년, 《외로운 기부》라는 책에 당시 겪은 고초(苦楚)를 소상히 기록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송 회장은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가난 탓에 17세가 돼서야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를 가지 못해 친구의 집에 놀러 가 몰래 교복을 입어봤다는 일화도 있다. ‘교육열’이 울혈(鬱血)처럼 맺혔다. 군 복무 시절, 돈이 없어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설렁탕 한 그릇 못 사드린 게 한이 돼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점원부터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악착같이 수천억원대의 재산가가 됐다. 그런데도 부인이 세수한 물을 대야에 뒀다가 화장실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아끼고 아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오직 교육에 썼다. 수목원 또한 송 회장이 훗날 교육의 장으로 쓰려고 고이 남겨둔 땅이다.
곧 100세를 바라보는 송 회장은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원체 말수가 적은 ‘경상도 사나이’긴 하지만, 요즘엔 기력이 없어서 “어”라는 대답조차 힘겨워한다고 한다. 그래도 중요한 결재(決裁)만큼은 꼭 직접 하고, 이때 작은 단위 숫자 하나만 틀려도 기가 막히게 집어낸다.
“평생을 오직 교육만 생각하신 분입니다. 양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지역에 평생 번 돈을 다 바쳤지요. 사송리 숲도 꼭 아름답게 가꿔서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 쓰자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그게 유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을 지킬 수 있을까요.”
송 회장 부부의 집은 부산 서면이다. 진 이사장은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양산을 왔다 갔다 한다. “내 양산 갔다 올게요” 하면, 송 회장은 힘겹게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그가 며칠 전에 간신히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라가… 정부가, 우리한테 와 이라노….”⊙
“이런 곳이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수십 년간 제 자식처럼 가꿔온 곳이에요. 수천, 수만 가지 생명이 움트는 이곳을 강제로 없앤다니, 말이 됩니까.”
진애언(76)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어쩐지 눈물을 머금은 듯 눅진하게 들렸다. 달곰한 낮잠에서 깬 기분이었다. 그때, 길 건너편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온통 잿빛이었다.
LH, 지주 동의 없이 강제 수용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숲은 총 26만여㎡(약 7만9000평) 규모다. 모두 경암교육문화재단의 소유다. 건너편,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땅 일부도 원래 재단 소유였다. 신도시 건립을 위해 2008년 내어줬다. 당시 보상금을 받은 땅은 4만3900㎡(1만5000평) 규모로, 대형 축구장 10개 정도 크기였다. 신도시 쪽과 길 건너 수목원 접점 지역에 걸쳐 있는 부지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지요. 그러나 최근 LH에서 땅을 추가로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 작업이 지주(地主), 그러니까 우리 동의 없이 강제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LH에서는 수목원 인근 땅 1만5000㎡를 추가로 편입했다. 경부고속도로 하부 연결 도로를 개설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 대부분(1만1317㎡)이 재단 소유다. 재단 측에서는 꾸준히 ‘편입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LH에서는 강제로 수용 절차를 밟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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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7월 6일 수목원에서 나무와 꽃, 그리고 재단의 미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지주와 기관 간의 땅 분쟁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때마다 일각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그냥 좀 양보하지. 한데 들어보자. 경암교육문화재단은 ‘기부’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진 이사장은 남편이자 재단 창립자인 송금조(98) 회장과 함께 이미 약 1400억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평생 모은 돈을 다 바친 셈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LH 한 관계자는 ‘이사장님, 그냥 기부하는 셈 치세요’ 하더군요. 아이고, 줄 수 있는 땅이면 10년 전에 진작 내어줬겠지요. 우리가 반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오직 그 생각만 하며 지난 수십 년간 꽃과 나무, 그리고 돌을 가꿔왔어요. LH에서는 또 그러더군요. ‘그 땅에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라고요. 재단은 수목원을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라고 했습니까? 자연을 살려두자는 거잖아요.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자는 거 아닙니까.”
매입 땅 방치 후 환매권 통지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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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내 계곡. LH가 물줄기 위쪽에 포클레인 작업을 시작해 훼손된 상태다. 이곳엔 멸종위기 2급의 고리도롱뇽이 최근까지 살고 있었다. |
“신도시를 짓는다며 2008년 매입한 수목원 인근 부지 4만3900㎡(1만5000평)를 LH는 10년간 그냥 방치해놓았습니다. 실제로 신도시 착공은 2018년에 하지 않았습니까. 10년간 사업에 손도 대지 않았으면서 우리에게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던 거죠.”
토지 취득 후 5년간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환매권’이 발생한다. 원소유주가 땅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매입자는 이때 원소유주에게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그러나 LH 측은 이를 알리지 않았다.
“2008년 평당 10만원에 사 간 땅을 10년 후 평당 100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그 10년 동안 땅을 그냥 방치해놓아 수목원 입구는 수년간 공사터였어요. 그간 외부에 이 숲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틈틈이 모종과 묘목을 심어 가꾸었고요. 10년 동안 입구를 막아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입구 안 땅을 더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공사 과정이 투명한 것도 아니었다. 개발이 진행 중인 땅의 일부는 현재 재단 소유 수목원 내 계곡 줄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 4월까지 이 계곡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의 고리도롱뇽과 세계자연연맹 관심대상인 꼬리치레도롱뇽이 발견됐다. 실제로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이 논의될 만큼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지난 4월, ‘전설 속 동물’로 불리는 담비도 포착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 LH 측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훼손은 처벌 대상이다. 그 때문에 지역 내에서는 “LH가 선정한 업체에서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LH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재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소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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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유 수목원 내에 위치한 별채. 이곳도 향후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었다. |
“처음에는 양산시에 전화를 했어요. 모 팀장이라는 분이 ‘우리는 이 일을 대행할 뿐’이라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대요. 그래서 LH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거기서는 또 양산시에 전화를 걸라고 하더군요.”
계속된 핑퐁. 이래서는 답이 없겠다 싶었다. 김일권 양산시장에게 서신을 보냈다. 팩스, 메일, 우편까지 총 세 통이었다. 묵묵부답. 변창흠 LH 사장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편지를 써봤다. 역시 답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포클레인은 계속 땅을 파기 시작했다. 당장 이거라도 말리자 싶었다. 포클레인 기사는 “할머니! 다쳐도 책임 안 져요!”라고 소리만 쳤다. 이 싸움, 혼자서는 무리였다. 소송을 결심했다. 4월 12일 LH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6월 22일 울산지방법원에 ‘토지 및 지장물 수용 재결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냈다.
소장(訴狀)은 “LH의 재단 소유 토지에 대한 추가 수용 재결 신청은 수용권의 공익 목적에 반하는 수용권 남용에 해당한다”면서 “재단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수목원에 지역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하지만 LH의 지구 밖 사업 승인(경부고속도로 하부 연결 도로 공사)은 개발 목적의 사업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할 개연성이 높고, 사업 목적 역시 사업시행자의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재단 측의 토지 사용 계획과 비교할 때 공공성이 떨어진다”면서 “재단은 이미 10여 년 전 사송리 일대의 토지 4만3900㎡를 LH에 귀속시켰는데, LH에서 10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이 일대 토지를 귀속시키는 것은 과거 수용한 토지의 가격이 급상승하여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LH는 지난 6월 29일 LH수용재결보상금지급안내를 통해 “(땅을) 보상받아가지 않으면 7월 17일 법원에 공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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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이사장이 직접 가꾼 나무 숲. 지난 25년간 일일이 심은 묘목이 지금은 숲이 됐다. 숲 너머 보이는 하얀 건물은 아이들을 위한 갤러리로 쓰려 했다. |
“우선 기존에 나 있는 다리가 이미 있어서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도시 주민들이 조금 더 걸어야 하긴 하지요. 그게 불편하다면, 지금 도로를 내려고 하는 곳에서 200m만 가면 LH 땅이 있습니다. 이곳에 연결 도로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도로의 반경을 조금 줄이면 재단 땅을 거치지 않고 다리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정 안 된다고 하면, 최후의 방법으로 터널을 뚫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수목원 입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도시 주민들이 편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터널을 내는 것도 재단 측에서는 많이 양보한 겁니다.”
건축 전문가들의 ‘타당성’ 검증도 이미 마친 상태다. 모두 실현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LH 측은 네 가지 모두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LH 측에서도 재단에 제안한 사항이 있다. 우선 기존 진입로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진 이사장은 이에 “절개지(切開地)를 내어 가느다란 샛길을 만들어주겠다는 건데, 이는 자연을 해치는 방식으로 요즘 시대에 잘 하지 않는 공법”이라면서 “또한 그 샛길은 재단 땅이 아니라 LH의 땅으로, 수목원에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인이 다니는 길이 되기 때문에 재단에서는 별도의 담을 세워야 하며 LH 측의 이런 식의 행정이라면, 그 샛길을 언제 또 일방적으로 막아버릴지 모른다”고 했다.
LH에서는 또 “땅 수용 후 신도시 내 ‘경암공원’을 세워주겠다”고 했다. 재단 측은 이 또한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일견 사람들은 생각하겠지요. ‘공원까지 세워준다는데 그냥 양보하지’라고요. 그런데요, 신도시 녹지비율 때문에 LH는 어차피 공원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 땅에 있는 나무 몇 개, 화강암 몇 개 가져다 놓고 생색을 내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진 이사장은 이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LH의 책임자급은 한 번도 수목원에 와보지 않았다”면서 “직접 현장에 와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시뮬레이션 회의도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지, 모든 게 탁상에서 졸속으로 진행하다 보니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LH, 사실상 ‘강제 수용’ 인정
이제 LH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담당자와의 통화는 쉽지 않았다. 우선 본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 내용은 해당 지역본부 홍보팀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본부 홍보팀은 “홍보팀보다는 지역사업단에서 들을 내용”이라고 했다. 여차여차 다섯 번의 통화 끝에 이 내용을 알고 있다는 양산사업단의 한 관계자와 연결이 됐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재단에서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는데.
“원래 주민 공람(供覽)을 하면, 거의 대부분은 반대한다. 그들의 의견을 가능한 한 반영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또한 반대 의견을 다 수용하겠다는 의도로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다 수용할 수도 없고.”
― 그렇다면 공람의 목적은.
“법적으로 공고하게 돼 있으니 하는 거다. 그때 의견을 청취했다고 무조건 반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대하던 사람들이 설득한다고 해서 돌아서지도 않고.”
― 적어도 협의의 과정은 거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묻는다면, 미처 그러지는 못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통은 협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 정부기관은 원래 다 그렇다는 뜻인지.
“아니, 공기업이라서, 우리가 특별한 지위를 가져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절차상 그렇다는 설명을 한 거다.”
― 지주가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도로가 난다고 분양 공고를 냈던데, 허위 광고 아닌가.
“선(先)분양이라는 게, 원래 다 지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토교통부의 사업 승인을 받은 내용을 실은 것이다. 사업 승인도 없이 그랬다면 허위광고라는 말에 설득력이 있겠다.”
― 재단 쪽에서 우회도로 등 총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제안’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평면도상에 선 하나 그어서 대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 그 ‘실현 가능성’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비용 수반이 어렵다는 얘긴지.
“비용 문제가 아니라, 도로를 하나 만든다는 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다.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영향평가랄지 심의랄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로라는 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하는 건데, 재단은 기술적인 부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도에 선 하나 죽 그어서 논리라고 내놓았다. 그걸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나.”
― 수용 진행 중인 부지 내 자연 훼손 논란도 있는데.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곳의 부지는 나무보다는 돌이 많더라. 우리는 그냥 돌이라고 보는데, 재단에서는 그 돌이 특별한 거라고 하더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돌도 아니고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돌은 아니라 생각했다. 재단 쪽에서는 그 돌을 특별한 존재로 여겨 수목원의 어떤 입구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좋겠다고 생각하니, 공사를 한다는 게 많이 서운하겠지.”
―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함부로 말하기가 그렇다. 양해 바란다.”
― 어쨌든 결론적으로 재고(再考)의 여지가 없다는 건가.
“이미 공사 진행이 많이 된 상황이다. 우리도 많은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경암에 대안 제시도 했는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방법이 없다.”
― 재단에서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글쎄, 이게 소송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본격적으로 간다면 우리도 응소(應訴)할 수밖에 없겠다.”
LH의 속내는? ‘민원이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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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입구의 포클레인들. |
취재 과정에서 살펴보니, 경암재단의 수목원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을 애석해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저명한 학자들도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모 대학교의 A 교수다. 마침 A 교수는 변창흠 LH 사장과 친분이 있다. 2019년 4월 부임한 변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A 교수는 지난 5월 말, 변 사장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토지 소유자인 경암재단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A 교수는 메일에 “성공적인 사송신도시 조성을 위해서라도 공익적 차원의 수목원은 필요할 것”이라면서 “변 사장이 SH 공사 재직 당시 ‘스마트그린시티’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 스마트그린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사회와 함께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썼다.
4일 후, 변 사장은 A 교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꽤 허심탄회한 내용이다. 요는, ‘민원’과 ‘비용’ 문제 때문에 돌이키기는 힘들다는 것. 변 사장이 쓴 메일 내용 중 일부다.
“(상략)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됐을 뿐 아니라 필지가 매각됐고 대지 조성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 돌이키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단 부지와 접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건너편이 사송신도시인데, 재단 부지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지하 차도가 사송신도시의 중심지인 상업용지로 연결됩니다. 이 상업용지가 이미 분양이 완료돼 수많은 민원인이 있는 상태입니다. 통과 도로를 전제로 토지를 구입했기 때문에 도로가 개설되지 못하면 엄청난 민원이 예상됩니다.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면 재단 부지 통과 도로를 지하로 개설하는 것(터널)이 한 가지 대안일 텐데, 비용이 무려 350억원에 이르러 조성원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사송신도시는 사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지급할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중략) 민원인이 언론이나 기관장,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되길 고대합니다. (하략)”
변창흠 사장, “재단 사람들 좀 말려달라”
변 사장은 메일 말미에 “혹시 교수님께서 수락해주신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맡아주신다면 대안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도 썼다. 무슨 뜻일까. A 교수에 따르면 변 사장은 며칠 후 A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교수님께서 위원장을 맡은 후 재단 쪽 사람들을 좀 말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A 교수는 이후 6월 17일, 다시 변 사장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A 교수는 메일을 통해 “며칠 전 이장무 전 서울대학교 총장과 식사를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깊게 논의했는데, 우리 둘 다 결과적으로 수목원은 없애면 안 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시점, 변 사장이 LH 사장인 것이 기쁘다”면서 “창의적인 스마트그린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장무 전 총장은 변 사장의 서울대학교 은사(恩師)다. 변 사장은 한 달 가까이 이 메일에 답변이 없는 상태다.
문만 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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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심은 묘목 너머로 신도시 건설현장이 보인다. |
“저기 수국(水菊) 동산 보이죠. 저곳에 어린이 공원을 만들면 딱이겠지요? 엄마와 손잡고 동산에서 뛰어놀다가, 날아가는 까치를 보며 ‘엄마, 까치 까치 설날은 누가 작곡했어요?’라고 묻고, 엄마는 ‘저기 음악 박물관에 가볼까’라고 하는 거지요. 멋지지 않습니까. 여름이면 캔버스를 메고 온 아이들이 느티나무 숲에서 풍경화를 그리고, 엄마는 축사(畜舍)를 개조한 레트로(retro)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교양 강좌를 듣거나요. 주말, 아이들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쇼핑센터를 찾는다잖아요. 일부러 수목원을 만드는 시대, 이런 공간이 있으면 너무 좋겠지요. 이런 곳에서 에밀리 디킨슨이 탄생하는 거 아닐까요?”
진 이사장은 잠시간 시름을 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상수리나무고요, 저건 참나무예요. 배롱나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 멀리 모과나무도 있어요. 또 이팝나무, 은행나무, 매화나무….”
듣고 있자니, 아는 나무 이름은 다 나올 기세였다. 그가 나무 이름을 읊는 동안 잠깐 ‘봄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꽃나무가 일제히 개화하면 장관일 것 같았다. 물론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풀기만 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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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조 경암교육문화재단 회장과 진애언 이사장. |
재단의 창립자 송금조 회장이 평생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며 한 말이다. 송 회장은 2004년, 1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순수 공익재단인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세웠다. 지난 2003년에는 부산대학교의 양산캠퍼스 건립에 305억원을 기부 약정하고, 195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때 대학 측에서 기부금을 엉뚱한 데 써 이미 한 차례 쟁송(爭訟)을 겪었다. 진애언 이사장은 2016년, 《외로운 기부》라는 책에 당시 겪은 고초(苦楚)를 소상히 기록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송 회장은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가난 탓에 17세가 돼서야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를 가지 못해 친구의 집에 놀러 가 몰래 교복을 입어봤다는 일화도 있다. ‘교육열’이 울혈(鬱血)처럼 맺혔다. 군 복무 시절, 돈이 없어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설렁탕 한 그릇 못 사드린 게 한이 돼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점원부터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악착같이 수천억원대의 재산가가 됐다. 그런데도 부인이 세수한 물을 대야에 뒀다가 화장실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아끼고 아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오직 교육에 썼다. 수목원 또한 송 회장이 훗날 교육의 장으로 쓰려고 고이 남겨둔 땅이다.
곧 100세를 바라보는 송 회장은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원체 말수가 적은 ‘경상도 사나이’긴 하지만, 요즘엔 기력이 없어서 “어”라는 대답조차 힘겨워한다고 한다. 그래도 중요한 결재(決裁)만큼은 꼭 직접 하고, 이때 작은 단위 숫자 하나만 틀려도 기가 막히게 집어낸다.
“평생을 오직 교육만 생각하신 분입니다. 양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지역에 평생 번 돈을 다 바쳤지요. 사송리 숲도 꼭 아름답게 가꿔서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 쓰자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그게 유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을 지킬 수 있을까요.”
송 회장 부부의 집은 부산 서면이다. 진 이사장은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양산을 왔다 갔다 한다. “내 양산 갔다 올게요” 하면, 송 회장은 힘겹게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 그가 며칠 전에 간신히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라가… 정부가, 우리한테 와 이라노….”⊙
전문가 3인의 ‘이 땅을 지켜야 하는 이유’ 건축 / 승효상 건축가 “LH공사, 야만적이고 반문화적 도시 만들기 즉각 멈춰야” 이번 일이 발생한 원인은 LH공사의 전시대적 도시 만들기의 오래되고 잘못된 관행에 있다. 그들은 서양에서 이미 실패해 폐기되다시피 한 2차원적 도시계획을 늘 답습해왔다. 모든 땅을 평면으로 파악해 산이 있으면 깎고 계곡이 있으면 메우는 반환경적 토목공사를 우선시해왔으며 그래서 원래 땅이 가지고 있던 미세한 특징이나 아름다움은 새로 쌓은 축대 속에 파묻는 반문화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즉 터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무늬를 늘 지운 까닭에 결국 터무니없는 도시를 만드는 게 그들의 습성이다. 더구나 모든 땅은 항상 주변과 연결돼 있는데도 마치 독립된 섬처럼 이해하는 바람에 밀접한 땅을 무시하거나 적대해 피해를 주곤 한다. 이 경우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야만적이다. 지금은 생태와 환경의 시대이며 생명 존중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도 LH는 수십 년간 그대로인 것이다. LH는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원래 땅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하며, 다시는 이런 반환경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 환경 / 김경철 부산도시환경연구소 “멸종위기종 대거 서식지, 숲의 존치는 선택 아닌 의무” LH가 시행 중인 양산 사송지구 공공주택지구 사업 지역은 금정산과 접해 있으며 사업지구 내 하천(다방천)이 위치하는 등 어느 곳보다 자연생태적으로 중요하다. 금정산 계곡부는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의 중요한 서식지이며 숲은 각종 조류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지역을 수용해 도로를 개설하면 계곡부가 심각히 훼손된다. 산지 계곡은 숲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이며 각종 생물의 서식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태계 연결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수용지와 인접해 멸종위기종인 담비의 출현이 확인됐고, 천연기념물인 두견이, 황조롱이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숲의 존치가 필요한 지역인 셈이다. 아울러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시 누락한 부분에 대해 보호조치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환경부는 최근 생태계 단절에 대한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생태계 단절로 인한 생물의 이동 방해 및 생물 다양성 감소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의 개설보다 생태계 연결성을 통한 환경보호와 이를 통한 환경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수용하려는 토지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애초 도로 개설은 그린벨트의 지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지구과학 / 김상달 부산대 명예교수(前 대한지구과학교육학회장) “백악기 시대 화산암과 화강암 한번 없어지면 복원 불가능” 해당 부지가 있는 동면의 지질은 양산 단층선을 경계로 서부는 경상계, 동부는 신라통 울산층으로 구성돼 있다. 암석은 중생대 말 백악기의 화산암과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다. 암석의 연령은 9300만~74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암석은 한번 없어지면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재단에서 과학관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재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물금 원동 칼데라의 일부로 칼데라의 깊이는 1930m다. 칼데라의 하부로 양질의 화강암이 산재해 안정된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주변의 외륜산으로 인해 우수한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경관은 강원도 오지 등에서는 볼 수 있겠지만 경부고속도로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비교적 평지인 재단 측의 수목원은 그 접근성의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