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미래형 공장, 기피 공정을 로봇에 맡긴 후 생산성 36% 이상 향상. 13초마다 냉장고 1대 생산 가능
⊙ “GE에 가전 부문 매각하라”고 LG에 조언한 맥킨지, 23년 후에는 LG 창원공장 ‘등대공장’으로 선정
⊙ 실수하는 인간 선생보다 로봇 선생을 신뢰하는 아이들(미국 콩코르디아대 연구 결과)
⊙ “GE에 가전 부문 매각하라”고 LG에 조언한 맥킨지, 23년 후에는 LG 창원공장 ‘등대공장’으로 선정
⊙ 실수하는 인간 선생보다 로봇 선생을 신뢰하는 아이들(미국 콩코르디아대 연구 결과)
-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냉장고 생산 공정에서 일하는 로봇(앞쪽)과 근로자. 사진=김용호 사진가
등대가 반가운 건 불빛 때문일까, 불빛 너머를 지키는 등대지기 때문일까. 곧 무의미해질 의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7년부터 ‘등대 무인화’를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ICT) 기술이 접목돼 항해 장비가 발전한 데다 여타 환경 변화들 덕에 무인 등대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래 아이들은 아마 동요 ‘등대지기’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등대지기는 이제 기계가 대신할 테니 말이다. 3월 28일, 창원에 있는 국가산업단지 LG전자 창원공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총동원된 미래형 공장
서울에 있는 홍보팀은 LG전자 창원공장이 ‘등대공장’에 선정됐다는 점을 꽤나 강조했다. 등대공장은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선정하는 일종의 선진 공장 인증이다. 로봇과 AI가 일하는 공장이라니…. 노동의 미래를 보고 싶었다.(맹세코 진해 군항제를 보러 간 게 아니다.)
창원 국가산단은 창원역에서 차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산단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쾌적해 보였다. 기형도의 시 ‘안개’에 등장하는 풍경[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과는 대척점(對蹠點)에 있는 풍경이었다.
산단 곳곳에서 방산업체들의 간판이 보였다. 창원에는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7여 개의 방산업체가 있다. 폴란드에 수출한 K-2전차, K9자주포도 창원에서 생산됐다. 창원산단엔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자력산업 핵심 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방위 및 원자력 산업 집적지인 셈이다. 두 번째 국가산단도 들어설 예정이다. 103만 평 규모다. 역시 원자력과 방위산업에 집중한 산단이다.
LG 창원공장에 도착했다. LG전자는 1958년 ‘금성사’로 창립했다. 그러다 LG로 사명(社名)을 바꾼 게 1995년이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에 붙어 있던 ‘Goldstar(금성)’ 로고는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LG전자의 냉장고 생산 라인에 들어섰다. 노동의 미래를 보기 위함이다.
냉장고는 이전엔 부산공장에서 생산했다. 1965년부터다. 그러다 1976년 창원공장이 지어졌다. 이후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LG전자는 2017년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5G·로봇·자율주행·디지털트윈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했다. 공장 이름도 바꿨다. ‘스마트파크’다. 냉장고를 만드는 창원1공장은 스마트파크1, 세탁기·에어컨 등을 만드는 창원2공장은 스마트파크2로 불린다. 서울 마곡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는 ‘사이언스파크’다.
맥킨지의 역설
창원 스마트파크는 지난해 3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국내 가전업체로는 최초다. WEF는 지난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 등대공장을 선정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컨설팅과 함께 선정한다.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은 밤하늘에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비추는 공장이란 의미다.
흥미로운 건 맥킨지 컨설팅이 LG에 가전사업을 정리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1999년 맥킨지는 LG그룹에 ‘가전사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제너럴일렉트릭(GE)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이 부상하니 가전에서 손을 떼고 다른 사업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수익을 남겨 휴대폰사업의 적자를 메웠다. 매각하라던 창원공장은 23년 후 바로 그 맥킨지에 의해 세계 가전 공장을 선도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GE 가전 부문은 중국 하이얼에 팔렸다.
저만치 유난히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이 보였다. 연구개발(R&D) 센터가 자리한 건물이다. LG전자는 R&D 센터를 여러 곳에 분산해 배치했다. 얼핏 집적이 유리할 것 같은데, 분산해놓은 게 경쟁력의 비결이란다.
기초기술, 원천기술은 서울 마곡의 사이언스파크에서 연구하고 창원의 R&D 센터에서는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개발한다. 서울의 연구센터는 위치상 우수 인력들을 비교적 쉽게 모집할 수 있다. 창원 연구센터를 보면, 개발과 생산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니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 개발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매출 세계 1위에 올라서
1공장으로 들어섰다. 로비에서 스마트공장에 대한 홍보영상을 강제 시청했다. 다행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스마트공장은 사물인터넷, 센서, RFID(전자태그) 등의 신기술을 이용해 전체 공정과 생산품, 생산요소들을 디지털화한 공장이다. 그 결과 제품의 설계와 개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인다. 이러면 통합 관리는 물론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공정을 혁신할 수 있다.
냉장고를 생산하는 1공장은 전체 4층 규모다. 1, 2층에서 부품을 조립해 3층 메인 라인에서 생산한다. 4층에선 완성된 냉장고의 품질을 검사한다. 1층과 3층에 기계 자동화 설비가 있다. 3층으로 향했다.
냉장고 국내 1등 기업은 어디일까. 브랜드별 냉장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차피 1등은 LG 혹은 삼성인데, 양사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발표해댄다. 가전 전체로 보자면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는 2021년 미국 기업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 가전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다만 단일 브랜드 기준 매출 1위다. 소유 브랜드를 모두 합한 매출로 따지면 중국 기업 하이얼이 1위다. 하이얼은 일본의 산요와 미국 GE 가전 부문을 사들였다.
3층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이며 벽면, 선반 등 보이는 공간이 모두 상당히 정돈되어 있었다. 스마트화된 후 청결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한다. 설비에 부착되어 있는 센서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먼지 때문에 오작동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바닥 곳곳에는 낮은 저울처럼 생긴 기계가 돌아다녔다. 곳곳을 오가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로봇)다. 부품을 옮기는 로봇인데, 500kg 무게의 부품도 거뜬히 싣고 돌아다닌다. 이동 중 사람이 감지되면 멈춘 후 음악을 튼다. 배터리가 닳으면, 자동으로 충전대로 이동한다.
기피 공정, 로봇이 대신해
설명을 들으며 공정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로봇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다. 로봇 136대가 공정 곳곳에 배치되어 있단다. 로봇은 특히 인간 근로자가 기피하는 공정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냉장고 문 부착, 고주파 용접, 부품조립, 포장 등이다.
특히 냉장고 본체에 문을 붙이는 공정이 볼 만하다. 1.9m 크기의 로봇, 정확히는 로봇팔이 개당 20kg 나가는 문짝 두 개를 번쩍 들어 냉장고 몸체에 끼우고 조립한다. 1초의 망설임도 없다. 문 붙이는 공정은 건장한 젊은 남자들도 장시간 하기 힘든 공정이라고 한다.
사람이 작업하던 시절에는 근로자의 숙련도, 오전·오후 컨디션 차이 등에 따라 생산 시간과 제품의 질이 달라지곤 했단다. 20kg 무게의 냉장고 문을 번쩍 들어 작은 구멍에 끼워 넣어야 하는데, 숙련된 근로자가 아니면 제품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했다.
흔히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같은 모델의 제품이라도 품질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그런 걱정이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 근로자들은 용접도 한다. 냉장고 하단 부분에 컴프레서라는 부속이 들어간다. 냉매를 압축하고 순환시켜 냉장에 필요한 냉기를 만들어내는 냉장고의 ‘심장’이다. 로봇이 먼저 팔을 집어넣어 카메라로 위치를 파악한 후, 부품을 집어넣어 용접을 한다. 화염이 튀는 용접 공정 역시 대표적인 기피 공정이었다.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게 그렇게 불행한 일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은 인간 노동을 보완한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노동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관점이 있다. 로봇은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거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그중 하나다. 자동화와 노동의 관계를 연구해온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무리 AI가 대세고, 중요한 기술이라 해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노동 시장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늘린다”고 말한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유는 생산성 증가 때문이다. 2015년 발표한 논문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있는가〉를 보면 그는 “자동화와 노동이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입을 증가시켜, 전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아닌 게 아니라 로봇은 없고 사람들만 모여 일하는 공정이 눈에 띈다. 어떤 공정인지 물었다. PCB(Printed Circuit Board·회로기판)를 본체에 부착하는 공정이란다. 세심하게 해야 하는 공정이라 여전히 인간이 담당한단다. 당장 공장 안내를 하며 질문에 답해주는 이 또한 로봇이 아닌 사람이다. 먼 훗날엔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인간이 담당한다.
오터 교수의 말대로 인공지능 때문에 고용이 늘어난 직종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에 라벨링을 하는 직업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폭력, 증오 표현, 성적 학대 등의 표현이 담긴 문장을 별도로 분류하기 위해 수만 개의 말뭉치를 케냐의 아웃소싱 회사에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사마(Sama)라는 이 회사는 오픈AI 외에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도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는 일거리를 받는다. 케냐, 우간다, 인도에서 직원을 고용한다. 급료는 시간당 2달러를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온갖 폭력, 성적 학대가 담긴 데이터를 보며 일한다. 이들이 받는 심리적 타격이 생각보다 커서 회사는 계약기간보다 일찍 업무를 종료했다고 한다.
인간보다 로봇 신뢰하는 아이들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구가 도는 한 라인은 돈다.’ LG전자가 존재하는 한 라인은 돌아가겠지만, 인간이 언제까지 그 라인 옆에 서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기계의 노동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거라는 시각이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에 선보인 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사의 티나 일론도(Tyna Eloundou), 샘 매닝(Sam Manning), 파멜라 미시킨(Pamela Mishkin)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다니엘 록(Daniel Rock)과 함께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미국 노동력의 80%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체 일자리의 19%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그중 최소 절반은 대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목할 건 고소득 직종이 먼저 영향을 받을 거란 예측이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를 쓴 대니얼 서스킨드 영국 옥스퍼드대학 선임 연구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더 유능해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전문지식, 직관력과 판단이 요구되는 고숙련 전문직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반복적이고 틀에 박힌 작업은 기계가 처리하고 인간은 최종 판단을 한다고 여겨졌다. 딥러닝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인간 판단까지 대신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챗GPT는 미국에서 의사면허 시험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의료 현장에서 AI가 의사의 진단을 돕고 있다. 이미 2019년에 AI 변호사와 인간 변호사의 대결에서 AI가 완승했다.(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
지난 3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콩코르디아대 심리학과 교수 엘리자베스 바우만 연구팀은 아이들이 정확한 인공지능을 부정확한 인간 선생보다 신뢰한다는 걸 밝혀냈다. 3세, 5세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국제학술지 《인지행동발달》에 실렸다.
아이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 선생님’과 ‘젊은 여성 인간 선생님’이 책, 공, 컵 등에 이름표를 붙이는 걸 관찰했다. 로봇 선생님은 제대로 붙였고, 인간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틀린 이름표를 붙였다. 그런 후 두 선생님이 아이들이 본 적 없는 생소한 도구에 둘 다 틀린 이름표를 붙였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생소한 도구들의 이름을 물었다. 아이들은 두 선생님 중 로봇 선생님이 붙인 잘못된 이름표에 따라 사물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전 작업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정확했다는 걸 기억해서다. 인간이 같은 인간보다 정확한 기계를 더 신뢰할 수 있단 얘기다. 결국 미래 세대는 현세대보다 더 기계와 친숙하고 기계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10분 후 예측해 대처
공정을 둘러본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로비 벽면 화면에 ‘디지털 트윈’이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파크의 뇌와 같다. 실제 공장의 라인을 가상공간에 구현했다. 공정마다 설치되어 있는 바코드들과 센서, AGV를 통해 수집한 정보가 디지털 트윈에 모인다. 지금 어느 공정이 어떻게 어떤 속도로 돌아가고 있는지 디지털 트윈만 보면 즉시 알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10분 후에 생산 공정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 10분 후 어느 공정에서 어떤 부품이 부족하게 된다는 걸 예측하고 미리 부품을 옮겨놓게 한다.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떠오른다. 특정 개인이 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걸 미리 예측하고 체포한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로봇 근로자들과 디지털 트윈이 도입된 후 창원공장의 생산성은 36% 이상 향상됐다. 공정 품질도 47% 개선되고, 기계 고장이나 결품 때문에 발생하는 라인 가동중단 시간이 96% 줄었다. 스마트화 이전엔 한 달에 10시간 라인이 멈췄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한 달에 24분 멈춘다는 얘기다. 그 결과 13초에 1대씩 냉장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트윈에 집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직원별 생산성을 정밀히 측정하고 예상도 할 수 있을 터다. 미래엔 이 데이터에 기반해 직원을 해고할지도 모른다.
구글이나 아마존에선 이미 AI가 해고 직원을 결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구글은 지난 1월 직원 1만2000명을 내보냈다. 해고된 직원들 사이에서 구글이 알고리즘을 통해 해고 대상자를 가려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구글 측은 ‘알고리즘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노조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될 테지만, 그건 인간에게 좋은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호주의 정치철학자 팀 던럽은 저서 《노동 없는 미래(Why the Future is Workless)》에서 로봇이나 기술이 우리가 하는 모든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 말한다. 노동을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자유롭게 삶을 누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도입을 제안한다. 국가가 기계 때문에 일이 없어진 국민에게 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현재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공장을 나서며 든 생각이다.
택시를 탔다. 기사는 불쑥 창원공장에서 많은 이가 나가고 다시 많은 이가 신규 채용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LG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동시에 신규 채용도 한다. 2022년 초엔 기능직 사원 350명이 새로 들어왔다. 이들 중 일부는 로봇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다. 어쩐지 공장 라인에서 보이는 근로자 중엔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장이 스마트화되면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까? 아직 판단하긴 시기상조인 듯하다. 창원공장이 스마트화된 이후 로봇 오퍼레이터와 디지털 트윈을 운영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새로 채용됐다. 기존에 근무하던 인력이 재교육 후 로봇 관련 부서로 옮겨가기도 했다.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노동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노동조합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조직이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노조는 임금 인상, 채용 유지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어찌 풀어나갈지, 재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과 관계없는 정치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는 한국의 민주노총은 아예 논외다.
3월의 창원엔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창원 출신의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시 ‘꽃’). 챗GPT에 벚꽃 풍경을 시로 써달라고 주문해봤다. ‘벚꽃은 지나갈지 몰라도/ 그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아 있을 거야/ 벚꽃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아날로그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 AI 시대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기술 총동원된 미래형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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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좌상단에 R&D 센터가 보인다. 사진=LG전자 |
창원 국가산단은 창원역에서 차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산단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쾌적해 보였다. 기형도의 시 ‘안개’에 등장하는 풍경[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과는 대척점(對蹠點)에 있는 풍경이었다.
산단 곳곳에서 방산업체들의 간판이 보였다. 창원에는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7여 개의 방산업체가 있다. 폴란드에 수출한 K-2전차, K9자주포도 창원에서 생산됐다. 창원산단엔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자력산업 핵심 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방위 및 원자력 산업 집적지인 셈이다. 두 번째 국가산단도 들어설 예정이다. 103만 평 규모다. 역시 원자력과 방위산업에 집중한 산단이다.
LG 창원공장에 도착했다. LG전자는 1958년 ‘금성사’로 창립했다. 그러다 LG로 사명(社名)을 바꾼 게 1995년이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에 붙어 있던 ‘Goldstar(금성)’ 로고는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LG전자의 냉장고 생산 라인에 들어섰다. 노동의 미래를 보기 위함이다.
냉장고는 이전엔 부산공장에서 생산했다. 1965년부터다. 그러다 1976년 창원공장이 지어졌다. 이후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LG전자는 2017년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5G·로봇·자율주행·디지털트윈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했다. 공장 이름도 바꿨다. ‘스마트파크’다. 냉장고를 만드는 창원1공장은 스마트파크1, 세탁기·에어컨 등을 만드는 창원2공장은 스마트파크2로 불린다. 서울 마곡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는 ‘사이언스파크’다.
맥킨지의 역설
창원 스마트파크는 지난해 3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국내 가전업체로는 최초다. WEF는 지난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 등대공장을 선정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컨설팅과 함께 선정한다.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은 밤하늘에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비추는 공장이란 의미다.
흥미로운 건 맥킨지 컨설팅이 LG에 가전사업을 정리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1999년 맥킨지는 LG그룹에 ‘가전사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제너럴일렉트릭(GE)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이 부상하니 가전에서 손을 떼고 다른 사업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수익을 남겨 휴대폰사업의 적자를 메웠다. 매각하라던 창원공장은 23년 후 바로 그 맥킨지에 의해 세계 가전 공장을 선도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GE 가전 부문은 중국 하이얼에 팔렸다.
저만치 유난히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이 보였다. 연구개발(R&D) 센터가 자리한 건물이다. LG전자는 R&D 센터를 여러 곳에 분산해 배치했다. 얼핏 집적이 유리할 것 같은데, 분산해놓은 게 경쟁력의 비결이란다.
기초기술, 원천기술은 서울 마곡의 사이언스파크에서 연구하고 창원의 R&D 센터에서는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개발한다. 서울의 연구센터는 위치상 우수 인력들을 비교적 쉽게 모집할 수 있다. 창원 연구센터를 보면, 개발과 생산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니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 개발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매출 세계 1위에 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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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로봇이 500kg 무게의 자재를 스스로 옮기고 있다. 사진=LG전자 |
냉장고를 생산하는 1공장은 전체 4층 규모다. 1, 2층에서 부품을 조립해 3층 메인 라인에서 생산한다. 4층에선 완성된 냉장고의 품질을 검사한다. 1층과 3층에 기계 자동화 설비가 있다. 3층으로 향했다.
냉장고 국내 1등 기업은 어디일까. 브랜드별 냉장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차피 1등은 LG 혹은 삼성인데, 양사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발표해댄다. 가전 전체로 보자면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는 2021년 미국 기업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 가전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다만 단일 브랜드 기준 매출 1위다. 소유 브랜드를 모두 합한 매출로 따지면 중국 기업 하이얼이 1위다. 하이얼은 일본의 산요와 미국 GE 가전 부문을 사들였다.
3층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이며 벽면, 선반 등 보이는 공간이 모두 상당히 정돈되어 있었다. 스마트화된 후 청결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한다. 설비에 부착되어 있는 센서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먼지 때문에 오작동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바닥 곳곳에는 낮은 저울처럼 생긴 기계가 돌아다녔다. 곳곳을 오가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로봇)다. 부품을 옮기는 로봇인데, 500kg 무게의 부품도 거뜬히 싣고 돌아다닌다. 이동 중 사람이 감지되면 멈춘 후 음악을 튼다. 배터리가 닳으면, 자동으로 충전대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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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안에서 로봇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특히 냉장고 본체에 문을 붙이는 공정이 볼 만하다. 1.9m 크기의 로봇, 정확히는 로봇팔이 개당 20kg 나가는 문짝 두 개를 번쩍 들어 냉장고 몸체에 끼우고 조립한다. 1초의 망설임도 없다. 문 붙이는 공정은 건장한 젊은 남자들도 장시간 하기 힘든 공정이라고 한다.
사람이 작업하던 시절에는 근로자의 숙련도, 오전·오후 컨디션 차이 등에 따라 생산 시간과 제품의 질이 달라지곤 했단다. 20kg 무게의 냉장고 문을 번쩍 들어 작은 구멍에 끼워 넣어야 하는데, 숙련된 근로자가 아니면 제품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했다.
흔히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같은 모델의 제품이라도 품질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그런 걱정이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 근로자들은 용접도 한다. 냉장고 하단 부분에 컴프레서라는 부속이 들어간다. 냉매를 압축하고 순환시켜 냉장에 필요한 냉기를 만들어내는 냉장고의 ‘심장’이다. 로봇이 먼저 팔을 집어넣어 카메라로 위치를 파악한 후, 부품을 집어넣어 용접을 한다. 화염이 튀는 용접 공정 역시 대표적인 기피 공정이었다.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게 그렇게 불행한 일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은 인간 노동을 보완한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노동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관점이 있다. 로봇은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거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그중 하나다. 자동화와 노동의 관계를 연구해온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무리 AI가 대세고, 중요한 기술이라 해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노동 시장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늘린다”고 말한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이유는 생산성 증가 때문이다. 2015년 발표한 논문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있는가〉를 보면 그는 “자동화와 노동이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입을 증가시켜, 전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아닌 게 아니라 로봇은 없고 사람들만 모여 일하는 공정이 눈에 띈다. 어떤 공정인지 물었다. PCB(Printed Circuit Board·회로기판)를 본체에 부착하는 공정이란다. 세심하게 해야 하는 공정이라 여전히 인간이 담당한단다. 당장 공장 안내를 하며 질문에 답해주는 이 또한 로봇이 아닌 사람이다. 먼 훗날엔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인간이 담당한다.
오터 교수의 말대로 인공지능 때문에 고용이 늘어난 직종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에 라벨링을 하는 직업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폭력, 증오 표현, 성적 학대 등의 표현이 담긴 문장을 별도로 분류하기 위해 수만 개의 말뭉치를 케냐의 아웃소싱 회사에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사마(Sama)라는 이 회사는 오픈AI 외에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도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는 일거리를 받는다. 케냐, 우간다, 인도에서 직원을 고용한다. 급료는 시간당 2달러를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온갖 폭력, 성적 학대가 담긴 데이터를 보며 일한다. 이들이 받는 심리적 타격이 생각보다 커서 회사는 계약기간보다 일찍 업무를 종료했다고 한다.
인간보다 로봇 신뢰하는 아이들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구가 도는 한 라인은 돈다.’ LG전자가 존재하는 한 라인은 돌아가겠지만, 인간이 언제까지 그 라인 옆에 서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기계의 노동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거라는 시각이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에 선보인 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사의 티나 일론도(Tyna Eloundou), 샘 매닝(Sam Manning), 파멜라 미시킨(Pamela Mishkin)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다니엘 록(Daniel Rock)과 함께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미국 노동력의 80%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체 일자리의 19%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그중 최소 절반은 대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목할 건 고소득 직종이 먼저 영향을 받을 거란 예측이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를 쓴 대니얼 서스킨드 영국 옥스퍼드대학 선임 연구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더 유능해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전문지식, 직관력과 판단이 요구되는 고숙련 전문직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반복적이고 틀에 박힌 작업은 기계가 처리하고 인간은 최종 판단을 한다고 여겨졌다. 딥러닝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인간 판단까지 대신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챗GPT는 미국에서 의사면허 시험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의료 현장에서 AI가 의사의 진단을 돕고 있다. 이미 2019년에 AI 변호사와 인간 변호사의 대결에서 AI가 완승했다.(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
지난 3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콩코르디아대 심리학과 교수 엘리자베스 바우만 연구팀은 아이들이 정확한 인공지능을 부정확한 인간 선생보다 신뢰한다는 걸 밝혀냈다. 3세, 5세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국제학술지 《인지행동발달》에 실렸다.
아이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 선생님’과 ‘젊은 여성 인간 선생님’이 책, 공, 컵 등에 이름표를 붙이는 걸 관찰했다. 로봇 선생님은 제대로 붙였고, 인간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틀린 이름표를 붙였다. 그런 후 두 선생님이 아이들이 본 적 없는 생소한 도구에 둘 다 틀린 이름표를 붙였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생소한 도구들의 이름을 물었다. 아이들은 두 선생님 중 로봇 선생님이 붙인 잘못된 이름표에 따라 사물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전 작업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정확했다는 걸 기억해서다. 인간이 같은 인간보다 정확한 기계를 더 신뢰할 수 있단 얘기다. 결국 미래 세대는 현세대보다 더 기계와 친숙하고 기계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10분 후 예측해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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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 상황을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 사진=LG전자 |
디지털 트윈은 10분 후에 생산 공정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 10분 후 어느 공정에서 어떤 부품이 부족하게 된다는 걸 예측하고 미리 부품을 옮겨놓게 한다.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떠오른다. 특정 개인이 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걸 미리 예측하고 체포한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로봇 근로자들과 디지털 트윈이 도입된 후 창원공장의 생산성은 36% 이상 향상됐다. 공정 품질도 47% 개선되고, 기계 고장이나 결품 때문에 발생하는 라인 가동중단 시간이 96% 줄었다. 스마트화 이전엔 한 달에 10시간 라인이 멈췄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한 달에 24분 멈춘다는 얘기다. 그 결과 13초에 1대씩 냉장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트윈에 집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직원별 생산성을 정밀히 측정하고 예상도 할 수 있을 터다. 미래엔 이 데이터에 기반해 직원을 해고할지도 모른다.
구글이나 아마존에선 이미 AI가 해고 직원을 결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구글은 지난 1월 직원 1만2000명을 내보냈다. 해고된 직원들 사이에서 구글이 알고리즘을 통해 해고 대상자를 가려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구글 측은 ‘알고리즘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노조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될 테지만, 그건 인간에게 좋은 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호주의 정치철학자 팀 던럽은 저서 《노동 없는 미래(Why the Future is Workless)》에서 로봇이나 기술이 우리가 하는 모든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 말한다. 노동을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자유롭게 삶을 누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도입을 제안한다. 국가가 기계 때문에 일이 없어진 국민에게 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현재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공장을 나서며 든 생각이다.
택시를 탔다. 기사는 불쑥 창원공장에서 많은 이가 나가고 다시 많은 이가 신규 채용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LG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동시에 신규 채용도 한다. 2022년 초엔 기능직 사원 350명이 새로 들어왔다. 이들 중 일부는 로봇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다. 어쩐지 공장 라인에서 보이는 근로자 중엔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장이 스마트화되면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까? 아직 판단하긴 시기상조인 듯하다. 창원공장이 스마트화된 이후 로봇 오퍼레이터와 디지털 트윈을 운영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새로 채용됐다. 기존에 근무하던 인력이 재교육 후 로봇 관련 부서로 옮겨가기도 했다.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노동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노동조합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조직이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노조는 임금 인상, 채용 유지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어찌 풀어나갈지, 재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과 관계없는 정치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는 한국의 민주노총은 아예 논외다.
3월의 창원엔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창원 출신의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시 ‘꽃’). 챗GPT에 벚꽃 풍경을 시로 써달라고 주문해봤다. ‘벚꽃은 지나갈지 몰라도/ 그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아 있을 거야/ 벚꽃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아날로그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 AI 시대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