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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리덤포럼

인터뷰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 높이는 국가대표 선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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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국민의 신뢰받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것”
⊙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자유의 가치가 경시되고 포퓰리즘, 파시즘 확산 중”
⊙ “지난 5년 동안 우리 기업은 해외에 약 2943억 달러 투자, 해외 기업은 국내에 약 746억 달러 투자”
⊙ “반도체 선진국 된 것은 정부에 ‘반도체課’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얘기 있어”
⊙ “대기업 성장 제한되면 양질의 일자리 줄고, 중소·중견 기업에까지 영향”
⊙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 27%… 인텔(미국) 11.9%, TSMC(대만) 11%”
⊙ “지난 10년간 대기업 경제력 집중도는 낮아지고 있어”
⊙ “善意의 규제도 악한 결과 가져올 수 있어”

權泰信
1949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영국 카스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제19회 행정고시 합격 / 재무부 경제협력과·국제기구과·해외투자과 과장, 駐 영국대사관 재경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신비서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장·제2차관, 駐 OECD대표부 대사, 국무총리실 실장 역임. 現 전경련 부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사진=전경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자유’를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언급할 정도로 자유를 중시하지만, 아직 자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거나, 정책,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 자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번 ‘프리덤포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재무부, 재경원 경제 관료를 지낸 권 부회장은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국제기구, 해외투자, 국제금융 등의 업무를 맡았다. 주(駐) OECD대표부 대사를 지낸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전경련 상근부회장 자리에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2월부터 상근부회장을 맡아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 돈 함부로 가져가지 마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식에 재계 총수를 대거 초청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조선DB
  ― 경제적 자유와는 다른 얘기인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개인의 자유가 많이 훼손됐습니다. QR 코드 등록으로 정부와 내 동선을 공유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全) 세계적으로 자유의 가치가 경시되고 포퓰리즘, 파시즘이 확산 중입니다. 정부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큰 정부로 전환됐습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평균 추경(추가경정예산) 규모가 24조3000억원대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154조1000억원을 추경했습니다. 복지지출 확대, 사회보장성 급여 강화 등 정부 지출이 꾸준히 느는 상황에서, 선심성 복지 정책이 난립했습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WTO 기능 축소로 세계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로, 법치주의가 힘의 논리로, 다자주의가 일방주의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유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겠죠.
 
  “인류의 발전과 성장을 이끄는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존중할 때입니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전 1800년 동안 이룬 성장보다, 산업혁명 이후 100년 만에 이룬 성장이 더 컸습니다. 원동력이 바로 자유 존중입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 세계 GDP의 30%를 차지한 국가는 중국의 명(明)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명나라가 아닌 섬나라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까요? 당시 영국에서는 ‘내 신분을 함부로 구속하지 마라. 내 돈을 함부로 가져가지 마라. 강제로 군대에 동원하지 마라’ 등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이 나와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명나라는 왕조 국가여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재산이 될 수 없었습니다.”
 
 
  “‘자유’ 삭제는 북한과 다를 바 없는 행동”
 
  ― 우리가 일궈낸 ‘한강의 기적’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토대 위에 이룩한 것이죠.
 
  “미국에서 40년 살았던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을 제정해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6·25 직후 반공포로를 석방하면서 미국에 압력을 넣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결과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가면서 경쟁을 통한 성장을 도모하는 시장경제를 추구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양 위에 이병철(李秉喆), 정주영(鄭周永), 박태준(朴泰俊)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인이 등장해 한국 기업이 세대 무대를 누비게 된 겁니다. 저는 1980년대 미국에서 유학했고, IMF 직후에 영국에서 3년, 2006년 파리에서 대사로 3년을 지냈습니다. 처음 미국 유학을 갔을 때 한국이라는 국가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기업, 제품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제가 파리에서 근무할 때는 한국이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됐습니다.”
 

  ― 우리가 애써 지켜온 자유와 시장주의인데, 문재인 정부는 ‘자유’라는 단어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등 자유의 가치를 훼손했습니다.
 
  “북한도 민주주의를 표방합니다. 그들 스스로 ‘인민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은 북한과 다를 바 없는 행동입니다. 전 세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형평을 강조한 국가는 쇠퇴했고,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지켜온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사람들은 형평, 분배를 강조하면서 ‘같이 더불어 잘살자’는 주장에 쉽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개입해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 공산주의·사회주의입니다. 형평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국가는 오히려 가장 형평이 떨어지는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11월 9일에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2 서울프리덤포럼’에서 패널 토론에 나선 권태신 부회장. 사진=전경련
  ― 문재인의 지난 5년, 총평하신다면요.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기업은 해외에 약 2943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것은 약 746억 달러입니다. 국내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됐고, 국가 세수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도입했을 때 대기업·중견기업·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2021년, 230개사 대상)를 했더니, ‘우리의 규제가 외국보다 강하다’는 응답이 77.3%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노사 분규, 후진적 노동 규제로 연평균 근로 손실로 인한 피해는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가 평가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의 투자, 고용 여력이 약화됐고, 성장동력은 훼손됐으며 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됐습니다.”
 
  전경련의 자료로는 문재인 정부의 총 고정투자증가율은 박근혜 정부보다 4.8% 감소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일자리만 149만 명 늘었고, 정규직 일자리는 오히려 50만 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은 8.2% 올랐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 하위 10%의 월 임금은 4.1% 줄었다(한국노동사회연구원, 2020년 조사).
 
  ―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온 영국·미국·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민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영국·미국·프랑스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을 했죠. 저는 워싱턴DC를 종종 방문할 일이 있는데, 워싱턴 한국전 기념관에 쓰여 있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를 볼 때마다 뭉클합니다.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던 그들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니까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곧 국민 전체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13일 만에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취임식 날 5대 그룹 회장을 만났는데 이전 정부보다 상당히 빠른 편이었습니다. 취임식에서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으로 ‘성장’을 제시했고, 후보 시절부터 경제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해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향상 등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대기업을 공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 있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생각해온 ‘자유’와 ‘시장’이라는 것이 지난 5년 동안 많이 훼손됐기에, 권 부회장의 말은 더욱 절절하게 들려왔다.
 
  ― 사회 일각에서 대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은 여전합니다.
 
  “우리는 과거 축적된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방위·중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지다 보니 집중적으로 대기업을 육성했습니다. 상당수의 국민이나 특히 공무원들이 ‘정부가 대기업을 육성했다’며 대기업을 공기업처럼 인식할 수가 있습니다. 1980년 이전 산업화 시대와 지금의 대기업이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대다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해외 경쟁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 기업은 과도한 규제까지 적용받으며 불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기업은 순수 민간기업이고, 매출과 생산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2021년 국내 100대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51.2%입니다.”
 
  ― 해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데, 과도한 규제까지 받는군요.
 
  “사실입니다. 국내 최대 회사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58조원대)은 경쟁사인 애플(Apple, 시가총액 2995조원대)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아 대만의 TSMC 등 경쟁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포천(Fortune)》의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6개(2021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136개, 미국 124개, 일본 47개와 비교해 초라합니다. 대기업의 성장이 제한되면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어렵고, 중소·중견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규제가 생기면 기업들의 활동은 제약”
 
  ― 대기업을 옥죄면 그 기회가 중소기업에, 더 영세한 기업에 오는 양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 전경련이 ‘기업규제 3법 등 기업규제 강화가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국내 고용이 축소된다’는 응답이 전체의 37.3%, ‘국내 투자 축소’가 27.2%,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이 21.8%라고 답했습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설문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선의(善意)로 추진했을 수 있지만, 시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이해 없이 추진한 정책은 악(惡)한 결과를 가져왔고,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킵니다.”
 
  ―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가 나쁠 수 있는 거죠.
 
  “당연합니다. 좋은 의도를 갖고 만든 규제라도 일단 규제가 생기면 기업들은 거기에 묶여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해야 합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글로벌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차별 규제 등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 자유도, 체코·칠레보다 낮아

 
전경련 회원사 간담회 자리에서 축배를 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과 권태신 부회장. 사진=전경련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자유도는 OECD 38개국 중 22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동유럽 국가인 체코(17위), 남미 국가인 칠레(19위)보다 낮다.
 
  “경제 자유도가 높을수록 경제 성장과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과도한 세(稅) 부담, 경직된 노동시장, 강도 높은 규제 때문입니다.”
 
  ― 법인세도 지난 5년 사이에 늘었죠.
 
  “GDP 대비 법인 세수 비율은 한국이 3.4%, 영국 2.3%, 독일 1.6%, 미국 1.3%로 한국이 가장 높습니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를 보면 국내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이 해외 기업의 2배 가까이 됩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이 27%, SK하이닉스 26%이지만, 미국의 인텔은 11.9%, 대만의 TSMC는 11%에 불과(2018~2021년 평균)합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생산성 향상 없는 근로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기업규제 3법 등 최근 강화된 규제가 많아 기업들의 숨통이 막힐 정도입니다.”
 
  ― ‘대기업을 마치 공기업인 양 착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부지만 공무원들은 ‘대기업 쏠림 현상이 과도하니 국가가 적절한 선에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공직(公職)에 오래 몸담았지만, 정부 관료들은 ‘민간을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 사명감이 자칫 잘못하면 규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선진국이 된 것은 산업 태동기에 정부에 반도체를 규제하는 ‘반도체과(課)’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죠.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제 등 인위적인 개입은 시장을 오히려 왜곡시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 정부의 역할이 있긴 할 텐데요.
 
  “정책 담당자들은 기업의 투자, 고용,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교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CEO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시 회의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의 사기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대기업 R&D 세액 공제 확대해야”
 
권태신 부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을 지냈다. 사진=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재무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수석비서관실 비서관을 지냈고,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다. 한국 경제가 10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이 있는지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이슈가 된 에너지 절약만 해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얘기했던 것이 꾸준히 추진됐다면 지금처럼 에너지 과소비·다수입 구조가 굳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MB 정부 때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실내 온도는 20도 이하로 맞추고, 대신 내복을 입으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조마저 사라졌습니다. 영국·프랑스 사람들은 겨울에도 난방 대신 옷을 두껍게 입고 생활하면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습관이 돼 있어요. 국민도 변해야 합니다.”
 
  ― 무역수지 최장 기간 적자 상황에 대한 해법은 있을까요.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 활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R&D 세액 공제는 국가전략기술(반도체·백신·배터리) 및 중소기업 위주입니다. 하지만 일반 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고, 대기업에도 R&D가 필수인 만큼, 일반 산업과 대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해 수출 활력을 높여야 합니다. 또 2016년을 기점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외자원개발은 리스크가 높은 만큼 국가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바이오, 첨단 IT 같은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기업 규제 재검토할 시점”
 
전경련의 ‘2022 프리덤포럼’에 고등학생들을 대거 초청한 권태신 부회장의 취미는 스카이다이빙이다. 사진=전경련
  ― 우리는 특정 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제·산업 환경을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의 규모에 따라, 또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곳은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시장 내 기업의 점유율이 일정 수준(통상 50%)을 넘는지 여부 등으로 독과점 행위를 판단하고 규제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계열사 전체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상위 몇 개 기업을 지정해 규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규제를 하게 되면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우리 경제를 특정 그룹이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10년간 한국의 대기업 경제력 집중도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매출집중도(100대 기업 기준)는 2011년 58.1%에서 2020년 45.6%로, 자산집중도는 같은 기간 59.1%에서 50.6%로 낮아졌습니다. 지금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 전경련이 주최한 이번 ‘2022 서울프리덤 포럼’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고등학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민고등학교 학생 50여 명을 초청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한민고등학교는 군인 자녀 700여 명이 기숙 생활을 하는 학교입니다. 교훈이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는 한민인’이라고 합니다. 전경련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인 고등학생들이 누구보다 자유의 가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50여 명을 포럼에 초청했습니다.”
 
  ― 개인적으로 워낙 젊게 사시기도 하죠. 취미가 스카이다이빙이라고 들었습니다.
 
  “2011년에 미국 하와이에서 처음 도전했습니다. 사이판 상공에서 다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고, 전경련 부회장을 맡은 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전했습니다. 나라 경제도 답답하고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 다시 상공에 올랐습니다. 비행기에서 허공에 몸을 던지는 순간 모든 번뇌가 사라지더라고요.”
 
  권태신 부회장의 카카오톡 배경 사진은 그가 하늘을 나는 스카이다이빙 모습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전경련이 ‘2022 프리덤포럼’을 개최한 다음 날인 11월 10일. 포럼의 패널로 나서 영어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권 부회장은 피곤한 기색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임무는 전경련이 다시 재계의 맏형,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우뚝 서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일 테다.
 
 
  “전경련, 정부 지원 받지 않아 쓴소리 할 수 있어”
 
  ― 국내에 전경련 외에도 많은 경제단체가 있습니다. 전경련이 다른 단체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뭡니까.
 
  “순수 민간 종합 경제단체라는 점이 다른 단체와 다릅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감독을 받지 않다 보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고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정부에 쓴소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가장 큰 존재 가치입니다. 또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입장과 비전을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은 사실상 전경련이 유일합니다. 1961년 전경련 창립 이후 회원사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해왔고,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연간 생산액 및 부가가치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매년 거액의 법인세 납부를 통해 국가재정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 여전히 부정적으로 전경련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제·사회적 기여에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전경련은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기업이 성장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 중견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욕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경련은 국제회의에서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고, 이는 다른 경제단체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 독일산업연맹(BDI), 영국산업연맹(CBI)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전경련은 미국·일본·중국 등 전 세계 31개국과 32개의 양자 협력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순수 민간단체로 비즈니스 관점의 정책 분석을 하는 것은 물론, 자국 기업이 진출한 다른 나라, 국제적인 공통의 정책에까지 조언하는 단체입니다.”
 
 
  “4대 그룹, 언젠가 돌아올 것”
 
  ―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해 전경련의 힘이 더 약해 보입니다.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젊은 총수들이 한국 경제계를 이끄는 만큼, 전경련이 가진 역사와 노하우가 중요할 것입니다. B20(G20 경제계 모임), B7(G7 경제계 모임), BIAC(OECD 경제계 모임), ABAC(APEC 경제계 모임)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 전경련입니다. 올해 한미재계회의, 한일재계회의 모두 전경련 회관에서 열렸습니다. 미·영·불(美英佛) 등 선진국 정부는 전경련과 같은 민간 경제단체를 통해 기업 애로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기업이 잘돼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국부(國富)가 창출돼 국민을 위한 복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조선 시대의 사농공상(士農工商) 전통이 남아 있어서, 판검사, 정치인 등을 우대하고 상대적으로 기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정말 큰 걸림돌입니다. 전경련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들의 산실(産室)입니다. 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전경련이 앞으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경제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ESG, 올해는 경제안보 TF팀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자유’ ‘시장경제’ ‘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프리덤포럼도 이런 취지에서 개최한 것입니다. 허창수 회장께서도 오랫동안 전경련을 이끄시면서, 우리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에 대한 애정도 많으셔서 전경련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항상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격려도 많이 해주십니다. 그동안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고 대기업 편만 든다는 국민의 오해도 있었지만 저희가 한국 경제를 위해 더욱 열심히 발로 뛴다면 전경련의 위상도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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