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P, 이질적인 세력 간 연대로 대선 승리… 김문수-이준석도 이질적
⊙ 김문수-이준석 지지율 합, 이재명과 5.6%포인트 차이 불과… 18~29세에선 오히려 더 높아
⊙ 尹 탄핵에도 여전히 보수(31%)가 진보(26%)보다 많아
⊙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 프레임, 이재명 떠올리게 하는 逆효과
⊙ ‘현직’ 노무현, 2007년 대선 앞두고 黨 후보 위해 탈당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김문수-이준석 지지율 합, 이재명과 5.6%포인트 차이 불과… 18~29세에선 오히려 더 높아
⊙ 尹 탄핵에도 여전히 보수(31%)가 진보(26%)보다 많아
⊙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 프레임, 이재명 떠올리게 하는 逆효과
⊙ ‘현직’ 노무현, 2007년 대선 앞두고 黨 후보 위해 탈당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모델’이란 과거의 데이터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미래의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분석 도구다. 여론조사 결과, 경제 지표, 지지율 추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하여 특정 후보의 당선 확률이나 예상 득표율 등을 수치로 제시한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사례들을 통해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한편 ‘시나리오’는 다양한 가정(假定)과 상황 변화를 설정하여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미래의 특정 사건 발생, 후보의 전략 변화,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여러 가지 가능한 결과를 제시한다. 특히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한 결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DJP연대
한국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크게 5개 모델이 존재했다.
제1 모델은 흔히 말하는 ‘DJP연대(連帶)’다. 1997년 대통령 선거일을 47일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후보가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단일화에 공식 서명했다. 호남과 충청의 지역 연대 성격도 갖고 있었다. 공동정권의 국무총리를 맡는 조건으로 JP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단일화가 성사됐다.
DJP연대를 통해 김대중 후보는 충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43만여 표 차이로 눌렀다. 김대중 후보는 전국 40.3% 득표로 이회창 후보(38.7%)를 1.6%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제2 모델은 2002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에 실시된 단일화다. 정치적 협상이 아닌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 방식이 채택됐다.
2002년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에서 ‘노풍(盧風)’을 일으킨 노무현 후보는 막상 본선에서는 캠페인 중반까지도 지지율 10%대로 3위로 밀렸다.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2002년 11월 6일) 결과 노 후보 지지는 16.8%인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6.0%,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22.4%였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에서 “지금의 노무현 당 후보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며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가 결성됐다. 후단협은 정몽준 후보를 대타(代打)로 삼는 일종의 후보 교체론을 제기했다.

노무현, ‘후보 교체론’을 ‘후보 단일화’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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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1월 25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했다. 사진=조선DB |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2002년 대선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에 가장 영향을 준 요인으로 가장 많은 20.5%가 ‘노무현-정몽준 공조’를 꼽았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19.3%)보다 더 높은 수치다.
제3 모델은 2012년 대선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다. 협상도 경선도 없이 안 후보의 일방적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두 후보는 대선 44일을 앞두고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후보 선출 방식에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안 후보가 대선 28일 전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됐다. 국민 감동 없는 ‘반쪽짜리 단일화’로 문재인 후보(48.0%)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1.6%)에게 3.6%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제4 모델은 2022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다.
통상 단일화의 마지노선은 크게 세 단계다. 1차는 후보 등록일까지 단일화를 하는 것으로, 사퇴한 후보는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다. 2차는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 이뤄지는 단일화로, 투표용지에는 사퇴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라고 표시된다. 3차는 사전투표 개시 전에 단일화를 하는 것으로, 투표소에 ‘후보 사퇴’ 안내문이 부착된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마지막 마지노선인 사전투표 직전, 선거일을 6일 앞두고 정치적 협상을 통해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면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극적인 단일화 효과로 윤석열 후보(48.56%)는 여당 이재명 후보(47.83%)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신승(辛勝)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실패한 ‘金-韓 강제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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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7일과 8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단일화를 위해 만났지만, 결렬됐다. 사진=조선DB |
하지만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지키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제 단일화를 밀어붙였다. 5월 10일 새벽에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과 한 전 총리의 국민의힘 입당과 단독 후보 등록, 전(全) 당원 투표까지 후보 교체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급기야 김문수 후보는 이날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면서 서울남부지법에 대통령후보자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데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ARS)를 실시했다. 예상을 깨고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부결됐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추진한 후보 교체 절차는 중단됐고, 김문수 후보가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결론적으로 2025년 단일화 모델은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후보 교체론을 통한, 그러나 무산된 강제 단일화 시도였다.
그렇다면 김문수-한덕수 후보 단일화 모델은 왜 실패했나?
첫째,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주도하지 못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내가 져도 좋다. 이회창에게 정권을 넘길 순 없다”는 절박함과 함께 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방식을 수용하면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후보 아닌 黨 주도 단일화는 必敗
김-한 단일화는 그 반대다. 후보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주도했다. 한덕수 후보도 “단일화 룰과 방식, 시기 등을 국민의힘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의사를 김문수 후보에게 밝혔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5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덕수 후보와의 강제 단일화에서 손을 떼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共滅)의 길”이라며 “단일화를 해봤자 국민의 지지를 얻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시간에 쫓기듯, 상황에 끌려가듯, 후보가 아닌 당 지도부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 단일화로는 이재명을 막을 수 없다”면서 “강제 단일화는 대선 패배로 가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그 이면에 패배할 경우 당권 투쟁을 위한 것임을, 우리 국민과 당원들 모두 알고 있다”고 직격했다.
둘째, 당 대 당 후보 단일화가 아니다. 200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새천년민주당과 국민통합21 두 정당 간에 이뤄졌지만, 이번엔 2012년 모델에서와 같이 정당 후보(김문수)와 무소속 후보(한덕수) 간의 단일화 시도였다.
김문수 후보는 5월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는 해당(害黨)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도 안 한 사람과 단일화하라고 온 지도부가 이렇게 나오면, 본인들의 각본에 의한 ‘한덕수 추대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러면 우리 경선은 뭐고, 참여한 당원과 후보들은 뭐냐”고 꼬집었다.
선거보조금 문제
앞서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가지 원칙만큼은 분명하다”면서 “하나는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어떻게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까지 완료돼야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후보도 이튿날인 5월 7일 김문수 후보와 1차 단일화 협상 회동 직전 “11일까지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14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15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라면서 5월 11일 전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국민의힘과 한 후보 측에서 5월 11일을 후보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만약 그 전에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한덕수 후보가 먼저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한 후에 한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한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한 후보는 계속해서 무소속 신분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고, 국민의힘은 후보가 없기 때문에 선관위가 지급하는 국고(國庫)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공직선거법 84조는 ‘무소속 후보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52조는 무소속 후보가 정당 당원이 될 때는 후보 등록을 무효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무소속 한덕수’ 후보 선거운동에 선거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선거보조금 문제 때문에 정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김문수 후보의 버티기가 먹혀든 것이다.
셋째, 현직 대통령의 후광(後光) 효과가 존재하느냐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비록 임기 말이라고 해도 김 대통령의 권위와 집권당의 응집력은 견고했다.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구조였다. 다시 말해 노 후보는 ‘후광(後廣) 김대중’의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노 후보는 제3정당인 정몽준 후보와 여론조사 방식 후보 단일화를 채택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파면됨으로써 치르는 이번 대선엔 ‘현직’ 대통령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국민의힘은 친(親) 윤석열 세력과 친 한동훈 세력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는 강제 단일화를 추진할 힘이 없었다. 일부 언론에선 “친윤계 의원들이 ‘한덕수 추대론’을 앞장서서 띄우면서 시작된 후보 강제 교체 시도는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윤 전 대통령과 당에 기반이 없는 한 전 총리를 내세워 당권을 지키려는 친윤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한덕수 띄우기는 당과 용산의 공작”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에 익숙한 당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결국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가 부결되고,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구상은 실패했다.
한덕수-국힘 지도부, 정치력 보이지 못해
넷째, 후보 단일화에 대한 사전 약속의 취약성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다. 선거를 앞두고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10%대에 머물자 새천년민주당 내부에서 후보단일화협의회가 구성되어 압박하자 노 후보가 결단을 내렸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하며 ‘당심(黨心)’을 얻었다. 그런데 후보가 되자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각본 짠 한덕수 추대는 ‘대(對)국민 사기극’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한편 한덕수 후보는 단일화 방식에만 치중했지, 김 후보를 설득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 예를 들면 단일화 ‘방식’보다 더 중요한 단일화 ‘협상 내용’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1997년 대선 때 DJ와 JP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통해 집권 후 지분(持分) 배분에 대한 합의를 공표했다. 국무총리를 JP가 맡고 그 국무총리가 경제부처 임명권을 가진다고 합의했다. 한덕수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에게 어떤 지분도 약속하지 않은 채 ‘후보 등록 전 단일화’만 압박한 것이 패착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한덕수 차출 강행, 단일화 시한(11일) 최후통첩, 김문수 후보의 태도 변화,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면서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실패했다. ‘정치를 모르는 전략’의 대(大)실패였다.
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 파동으로 국민의힘은 선거 동력을 상실했다. 무엇보다 ‘명분 있는 후보 단일화’로 ‘이재명 비토’ 세력의 표심(票心)을 모으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김-한 후보 단일화를 원했던 당원들조차 후보 교체를 둘러싼 추태를 지켜보고는 대선 투표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마저 생겼다.
국힘, 변화 외치지만…
김문수 후보는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후임으로 당내 최연소(35세)인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 김문수 후보는 인선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개혁하고, 국민의힘의 모든 낡은 구태(舊態)를 치우고, 우리 당을 미래를 향해 끌고 나가는 엔진과 희망,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모셨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국민께서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가 5월 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정식 등록하자,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도 “김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일당독재, 사법독재에 이어 대통령 자리까지 (민주당이) 갖게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독재국가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독재국가를 막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김문수 후보와 함께 우리 모두 하나 돼 뛰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우리 모두 하나로 뭉쳐 이재명을 반드시 막아 내야 할 역사적 사명 앞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 정치적 입장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동훈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도 요청했다.
반면 한동훈 전 대표는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고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내놓았다.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하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관계를 절연해야 한다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즉각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당선된 점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한 전 대표는 “그러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불법 계엄 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위한 대리전(代理戰)을 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反이재명’ 프레임으로는 한계
김용태 비대위원장 지명자(당시)도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그리고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협치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서 인정해야 한다”며 “젊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뼈아프게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당에서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결단할 문제”라며 “윤 전 대통령이 결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거침없는 발언은 당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 내고 보수 통합에 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정당당’ 김문수 후보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줄기차게 제기하는 ‘국민의힘=계엄 옹호 내란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대응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달렸기 때문이다. 5월 12일 김 후보는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민주당의 ‘내란 종식 프레임’을 무력화(無力化)시키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인다.
조지 레이코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思考)의 체계’라고 규정한다. 성공적인 프레임 전략은 유권자들의 무의식적인 생각과 감정에 호소하고, 선거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구성하며, 경쟁 후보를 불리한 위치에 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프레임을 제시하여 대중의 사고를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규정된 프레임을 반박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과 같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는 “성(性)범죄자 트럼프는 안 된다”고만 외쳤다. 그런데 유권자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친 트럼프를 떠올리게 됐고,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과 후보 교체 논란으로 분열된 지지층을 ‘반(反)이재명’ 정서를 통해 다시 결집시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한국 대선에 적용하면,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프레임은 되레 이재명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없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집중 제기하며 “주가(株價) 조작 이명박은 안 된다”고 외쳤지만 530만 표 차이로 대패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김문수 후보는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핵심은 시대적 요구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는 강력한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개헌(改憲) 프레임’이 이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임기 단축과,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과 특권(特權)을 축소하는 개헌’을 제시해 개헌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이른바 ‘개헌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김문수=개헌·개혁 세력, 이재명=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제3후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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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1997년 대선 당시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 표를 분산시켜 김대중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사진=조선DB |
1997년 대선은 이회창-김대중-이인제 3자 구도로 치러져 김대중 후보가 2위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제3후보’ 이인제 후보가 19.2%(약 490만 표)를 득표해 대세론에 안주하던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3자 구도에서 제3후보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 준 사례다.
대선 후보 등록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3자 대결’ 구도 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5월7~9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52.1%)가 김문수 후보(31.1%)를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한길리서치·폴리뉴스 조사(5월 10일)에서도 이재명(44.8%)이 김문수(28.6%) 후보를 16.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대선 후보 공식 등록 후 이뤄진 첫 ‘대통령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글로벌이코노믹 조사(5월 11~12일) 결과, 김 후보 지지가 38.2%로 이재명 후보(49.5%)와 11.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준석 후보는 5.7%였다.
이재명 후보의 우위 체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치열한 접전(接戰)이 예상된다. 만약 2022년 대선 6일 전에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에 단일화가 이뤄진 것처럼 선거 막판에 김문수-이준석 후보 간의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판세는 요동칠 수 있다. 앞선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합은 대선 레이스 초반임에도 43.9%로 이재명 후보와 5.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공동정부’ 매개로 연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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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이질적인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서로 손잡고 공동정부 창출에 성공했다. 사진=조선DB |
하지만 선거엔 불변(不變)의 법칙이 하나 있다. ‘가장 이질적인 세력과 연대하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유신(維新) 반대 세력인 DJ와 ‘유신 원조’ 세력인 JP의 연합, 2002년 대선에서 ‘재벌 개혁’ 세력인 노무현 후보와 재벌 세력인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와 뒤따른 승리가 이를 입증한다.
그런 점에서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후보와 탄핵 찬성파인 이준석 후보도 1997년 DJP연합처럼 ‘공동정부’를 매개로 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후보를 사퇴하는 사람이 국무총리를 맡아 과학 및 IT 부처 임명권을 가지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중 적어도 한 명은 사퇴한 후보 정당 소속으로 한다고 합의할 수 있다. 대통령 임기 단축(3년)과 권력 분산형 개헌에 대해서도 합의할 수 있다. 그래야만 ‘반이재명 개헌 빅텐트’를 구축해서 개헌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
단일화하면 ‘진보 대 보수’ 박빙 승부
단언컨대 선거 막판에 ‘김문수-이준석 연대’가 이뤄져 ‘범(汎)진보 대 범보수’의 양자 구도가 만들어지면 선거 판세는 박빙(薄氷)이 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성공한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2.3%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서 범보수 박근혜 후보는 범진보 문재인 후보에게 3.6%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2022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성공한 범보수 윤석열 후보는 진보 이재명 후보에게 0.73%포인트의 박빙 차이로 승리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최종적으로 ‘범진보 대 범보수’의 양자 대결 구도가 구축되면 최종 결과는 ‘51 대 49’ 또는 ‘52 대 48’로 극적으로 역전될 수도 있다.
최근 선거에서 유권자 지형이 ‘2030(스윙보터) 대 4050(민주당 지지) 대 6070(국민의힘 지지)’으로 세분화되었다. 누가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전국지표조사(NBS 5월 5~7일)와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5월 7~9일)이 실시한 가상 3자 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그러나 2030세대에서는 다른 양상이 발견된다. 18~29세 연령층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 합이 이재명 후보보다 높다. NBS 조사에선 36% 대 27%,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46.6%대 42.6%로 앞섰다. 30대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앞서지만 NBS 3%포인트, 리얼미터 5.6%포인트로 큰 차이가 아니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았을 때 김문수-이준석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스윙보터’인 2030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념 성향 분포, 보수가 밀리지 않아
더구나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 분포를 보면 보수가 진보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진보(27.7%)와 보수(27.1%) 간에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진보 성향의 문재인 후보(41.1%)와 심상정 후보(6.2%)가 얻은 득표율 합은 47.3%였다. 반면 중도-보수 성향의 홍준표 후보(24.0%), 안철수 후보(21.4%), 유승민 후보(6.8%)의 득표율 합은 52.2%였다. 이들 중도-보수 3인 후보들 간에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그만큼 후보 단일화는 대선판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보수가 31.4%로 진보(21.4%)보다 훨씬 많았고, 여기에 보수의 윤석열 후보가 중도 성향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함으로써 한국 정치에서 한 번도 없었던 5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룩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말에 실시한 통합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파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31%)가 진보(26%)보다 많았다. 다만 중도층(32%)과 자신의 성향을 밝히지 않은 ‘유보층’(12%) 합이 44%나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들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2022년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37.9%는 선거 1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浮動)층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후보 지지율은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이준석 후보가 후보 단일화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뿐이다. 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홍사모·홍사랑·국민통합찐홍·홍준표 캠프 SNS팀 등으로 구성된 ‘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은 5월 13일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향후 홍 전 시장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윤석열 탈당은 단일화 필요요건
이번 대선은 계엄·탄핵 직후에 치러지는 조기 선거다. 단언컨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은 김-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김문수 후보는 5월 13일 “대통령이 탈당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 이런 것을 가지고 면책될 수가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는 현실이고, 승리가 목적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현직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10달 전에 여당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노 대통령은 “당 내부에서 저의 당적(黨籍)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다수의 국회의원이 당을 이탈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국민의 지지를 지켜내지 못한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탈당 이유로 ‘당적 보유는 당의 외연(外延) 확장에 장애가 될 수 있고, 대통령을 정략(政略)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 없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탈당을 했는데, 하물며 느닷없고 황당한 계엄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반대편은 강력하지만, 우리가 서로 믿고 단결한다면 결코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호소하고 나서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8.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