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이철 대표 초청 특강에 나선 親盧 인사(유시민·김현종·김수현·김용익·김창호·이재정·변양균·도종환)들… 유시민은 밸류 홍보 영상에도 참여
⊙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장 김창호, 밸류 이철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받아
⊙ 이철 대표는 유시민이 만든 국민참여당, 노사모, 노무현정책학교 출신
⊙ 이철·유시민과 국민참여당 활동한 밸류 직원 임○경씨, 임○헌으로 이름 바꾸고 시민사회수석실 행정요원 근무
⊙ 밸류 임직원 강연했던 親盧 실세들, “밸류, 사기업체인 줄 몰랐다”
⊙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친노·친문 실세들 회사 찾아오는데 밸류가 사기업체라고 생각할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나”
⊙ 친노 강연할 당시 밸류는 이미 돌려막기 통한 금융사기 범행
⊙ 밸류는 한때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받는 신라젠 최대 주주
⊙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신라젠 수사 담당하던 합수단 해체… 금융조사1부로 재배당
⊙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장 김창호, 밸류 이철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받아
⊙ 이철 대표는 유시민이 만든 국민참여당, 노사모, 노무현정책학교 출신
⊙ 이철·유시민과 국민참여당 활동한 밸류 직원 임○경씨, 임○헌으로 이름 바꾸고 시민사회수석실 행정요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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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친노·친문 실세들 회사 찾아오는데 밸류가 사기업체라고 생각할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나”
⊙ 친노 강연할 당시 밸류는 이미 돌려막기 통한 금융사기 범행
⊙ 밸류는 한때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받는 신라젠 최대 주주
⊙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신라젠 수사 담당하던 합수단 해체… 금융조사1부로 재배당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이하 밸류)는 국내 벤처투자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분야의 큰손으로 불리던 업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사업계획을 인터넷에 공개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 관련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그런데 밸류의 자금 운용 방식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의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폰지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후, 이후에 투자된 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수법에서 유래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투자로 주목받아온 밸류는 자사(自社)를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업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무인가 업체였다. 금융투자업체는 금융위원회에 수신(受信)과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밸류 이철 대표의 수법
그럼에도 밸류는 서울 강남에 버젓이 사무실을 차리고 영업사원 3000여 명을 동원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2011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영업직원들을 통해 일반인들에게서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조합은 조합당 49인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밸류가 조성한 투자조합의 투자자는 조합당 100명이 넘었다. 이들은 투자자 3만3000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7039억원을 유치했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자금이 모이면 대표이사와 영업사원들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20%를 떼어갔다. 나머지 80%를 투자해서 투자자들의 원금 보존은 물론 추가 수익까지 보장해야 했다. 적어도 매년 20%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내야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다. 세상의 그 어떤 투자전문가도 매년 20%의 고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연평균 수익률도 19.7%다.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원금보장과 확정수익을 약속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된다. 이 회사 대표인 이철은 투자금의 20%를 직원 월급과 회사 유지비로 써버렸고, 고객이 맡긴 투자원금 2000억원을 수익이라고 속여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손실을 본 사실마저 숨겼다.
2011년부터 파렴치한 불법이 자행됐는데도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밸류가 활동한 지 2년이 넘은 2013년 10월에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이렇다 할 조치 없이 2014년 6월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이 이후 두 차례 더 수사 요청을 했지만, 검찰 수사는 9월에야 시작됐다.
2015년 11월 검찰은 이철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1심은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다시 새로운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사기 피해액만 18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며, 피해자들의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이철 대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철 대표는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금융사기는 거래의 자유와 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로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적 약자들이어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며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는 등 오히려 형량을 높였다. 그러면서 “다수가 역할을 나눠 조직적·체계적·전문적으로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사기범행을 저질렀다”며 “저금리시대가 낳은 서민들의 기대를 악용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직장인들을 우롱했다”고 질타했다. 2019년 9월 15일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옥중경영’
이 대표는 2월 6일 추가로 기소된 불법 자금 유치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형까지 확정되면 이 대표는 총 14년6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2015년 구속됐다가 2016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 대표는 2018년 12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에 대한 1심 선고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에야 법정 구속됐다.
2015년 구속된 이 대표는 감옥에서도 ‘옥중경영’을 이어가며 불법 투자 유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밸류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투자금을 예전처럼 모을 수 없게 되자 이 대표 등은 투자자들에게 밸류 투자사인 ㈜비피유홀딩스에 투자하도록 한 뒤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5400여 명으로부터 619억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허가 없이 이뤄진 불법 투자 중개였다.
주목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크라우드 펀딩 분야의 큰손으로 불리던 업체라고 하더라도 3만3000여 명의 투자자는 뭘 믿고 7039억원을 투자했는가.
둘째, 2011년부터 밸류의 파렴치한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은 왜 모두 손을 놓고 있었는가.
셋째, 이 같은 상황에도 어떻게 이철 대표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2018년 12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에 대한 1심 선고로 징역 8월의 실형을 받은 이후에야 법정 구속됐는가.
이철 대표란 사람 배후에 소위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 버티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철, 親盧 핵심인사들과 밀접한 관계
취재 중 밸류가 매달 사무실에서 진행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명사특강에, 친노(親盧) 핵심인사들이 초청돼 특강 한 사실을 확인했다. 밸류 임원 신모씨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서다.
◆2012년 9월 김창호
사진을 보면 2012년 9월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김창호 동국대 석좌교수가 강연했다. 주제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였다. 대학시절 학생운동 언저리에 있었던 그는 1995년 서울대 철학과에서 ‘마르크스 사적 유물론 형성에 있어서 인간의 지위에 대하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앙일보》 학술전문기자로 언론계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3월 김 교수는 기자 생활 10년을 청산하고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학과장이 됐다.
교수 변신 한 달도 안 돼 김 교수는 차관급인 국정홍보처장으로 ‘발탁’됐다. 노무현 정권의 국정홍보처장이 된 그는 브리핑룸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사실상의 언론탄압 정책을 주도했다. ‘노무현의 괴벨스’라는 비아냥에도, 김 처장은 “우리가 간신인지 충신인지는 역사에 던져보자”며 맞섰다.
그는 국정홍보처장이 된 지 6개월 만에 노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 한 발언을 모아 자기 이름으로 《노무현 따라잡기》란 책을 내곤 “발언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만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당시 “비판 언론엔 취재 협조를 하지 마라”는 취지로 각 부처에 보도지침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경기 성남분당갑, 2014년 1월 지방선거 때는 경기도지사 야당 측 후보로 나서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다.
◆2012년 10월 김현종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012년 10월 특강자로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하인드스토리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통상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때 3년(2004년 7월~2007년 8월)간 통상교섭본부장을 했다.
그는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한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된 그는 이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 김 차장은 인화(人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종종 받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면피’ 걱정이 먼저인 기존 외교 관료들과 달리 일을 떠안는 것을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과 추진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자주(自主)파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에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거나,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기존 외교 관료의 문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김현종 차장 주도의 대미(對美) 강경책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드러냈다.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뒤 대규모 독도 방어 훈련에 나섰을 때 미국 측에서는 “비생산적”이라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외교부가 청와대 지침에 따라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자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원래 영토 분쟁에 개입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이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주일 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1963~1971년)한 부친(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을 따라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냈다. 이후 중·고교, 대학, 대학원은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2012년 11월 김수현
2012년 11월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부동산’에 대해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조세 저항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호흡을 맞추고,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입안한 그를 사회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으로 기용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 논란이 된 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며 두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탈원전 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원래는 경제적 관점에서 원전(原電) 비중을 줄여가자는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추진됐지만, 김 교수 중심으로 환경운동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게 청와대 일각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전공이 도시공학(석사)과 환경학(박사)이다. 정부 출연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이 격주로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세계 원전 시장 인사이트》(2019년 12월 13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비용이 500조원 넘게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의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이란 논문이 실렸다. 에경연은 이 논문을 공개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월 이재정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013년 밸류 특강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 교육감은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남북을 보는 잣대가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6·25전쟁의 책임에 대한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질문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여기서 규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더 따지자 “남침이라는 사실은 이미 규정돼 있는 것”이라고 겨우 고쳐 말했다. 서면답변에선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며 아직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장관 임명 후인 2007년 1월 2일 신년사에서 ‘북한 빈곤에 대한 남한 책임론’을 주장,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같은 해 4월 25일 대한상의 조찬 강연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대북(對北) 지원을 거론하며 “4500만 남한 인구의 1인당 아침 식사비보다 적은 것을 도와주면서 퍼준다고 얘기하면 주고도 욕먹는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의 유세연구본부장으로서 재벌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노무현 진영에 전달한 것이 밝혀져 감옥에 다녀왔다. 성공회대를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대학’으로 키운 그는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기여했으며, 제16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 교육감은 2014년 처음으로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될 때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됐다. 4년 뒤인 2018년에도 압승, 재선에 성공했다.
◆2013년 3월 변양균
2013년 3월 특강자(주제 ‘경제정책의 오해와 진실’)로 초청된 변양균 전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기획처 국장이던 2001년 민주당에 파견돼 당시 정책위 의장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를 보좌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부터 실세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 국가발전계획 ‘비전 2030’을 설계하는 등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2007년 9월 ‘신정아 스캔들’로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공직을 맡지 않았는데, 2016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 그룹에서 정책 참모 역할을 해왔다. 현 정부에서 변 전 실장의 영향력은 상당해 보인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1급)이 변 전 실장의 직계 후배들이다. 홍 장관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을 할 때 정책보좌관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변 전 실장을 도왔다. 이정도 비서관도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변 전 실장의 비서 역할을 했다. 당시 셋이 한 가족처럼 움직였다는 게 경제 관료들의 전언이다. 홍 장관과 이 비서관의 발탁에 변 전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부산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2002년에는 서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4월 김용익
2013년 4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공공의료, 한국 의료의 미운 오리 새끼’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고,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를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의약분업실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약 분업을 주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사회복지・노동 분야 정책을 다뤘다. 제19대 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지내며 대선 공약을 다듬었다.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이기도 한 그는 2015년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이 발행하는 웹진 ‘E-Health Policy’에 ‘공공의료, 한국 의료의 미운 오리 새끼’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 다음과 같이 밝혔다.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 후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철저히 외면했다. 공공의료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됐고 돈도 못 벌고, 관료주의에 빠져 있으며 불친절하고 실력도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투자를 외면하고 임금을 낮추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놓은 곳은 정부다.”
그런데 김 이사장이 설계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를 두고는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로 환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목표와 달리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심화하고 MRI 등 검사 급증에 따른 진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탓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 의료계는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한다.
현 정부에서 김 이사장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진석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보건·의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후 정책조정비서관을 거쳐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실장은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으로 일했지만, 보건의료 영역뿐 아니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복지 분야 전반에 대한 진보적 구상들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의 이름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증거인 ‘송병기 수첩’에도 등장한다. 경제부시장이자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씨가 작성한 이른바 ‘송병기 수첩’ 필사본에는 이 실장의 이름이 총 두 번 등장한다. 2017년 10월10일자와 2018년 3월31일자 메모에서다.
◆2014년 1월 도종환
현직 국회의원인 전교조 출신 시인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4년 1월 ‘시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도 의원은 아내와의 사별(死別) 등을 다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대 총선 때 충북 청주 흥덕에서 당선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문화예술정책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문화 공약을 주도했다. 2017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때 봉하마을에서 헌시(獻詩) ‘운명’을 낭독하기도 했다. 2015년 국정감사 때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직 생활 중이던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1998년 복직됐다.
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8대 대선 당시 대선 경선 캠프 이름인 ‘담쟁이 캠프’는 도 의원의 시 ‘담쟁이’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내홍으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빠졌을 때 옆에서 당 수습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도 의원의 시 ‘멀리가는 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매머드급’ 캠프 구성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2014년 새해 1100만명의 관객을 뜨겁게 울린 영화 〈변호인〉의 연출자 양우석 감독도 밸류에서 강연을 했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강연 직후인 2014년 5월 양 감독은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변호인〉은 개봉 전부터 많은 오해와 편견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떨치고 이해와 공감으로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용기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밸류는 양 감독에게 집중 투자했다. 양 감독이 ‘로커스’라는 회사에 재직할 때인 2014년 11월 밸류는 불법으로 125억원을 모금, 이 중 100억원을 로커스에 투자했다.
2015년 2월에는 로커스가 제작하는 한국형 애니메이션 〈빨간구두와 일곱난장이〉 투자를 명목으로 100억원을 모집, 이 중 50억원을 ‘(유)로커스극장애’ 계좌에 입금했다.
밸류는 사기 혐의로 이철 대표가 구속된 이후인 2016년에도 웹툰・영화 제작업체인 ‘헤드플레이’에 85억원을 투자해 33.2%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곳의 3대 주주인 ‘게니우스’란 회사는 양 감독이 100% 지분을 가진 영화제작사다. 헤드플레이는 2017년 5월 25일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투자했다. 이 영화는 지방선거에서도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 후보 1위가 되는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봉한 이 영화는 친노·친문 세력 결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밸류는 44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강철비〉에도 투자했다. 〈강철비〉는 양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강철비〉는 한국 정권 교체기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가정한 영화였는데 개봉 전부터 ▲짙은 정치색 내포 ▲반미 감정 조장 ▲북핵에 대한 그릇된 인식 ▲이념적 편향성 등이 지적됐다.
국방부는 이런 이유로 촬영 지원을 거부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직후 돌연 태도를 바꿨다. 군에선 “시나리오가 반군(反軍)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절대 군에서 지원하면 안 되는 영화인데 국방부가 정권 눈치를 봤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이철 밸류 대표의 이름이 나온다. 밸류는 자사 홍보를 위해 작성한 애뉴얼 리뷰(Annual review)에서 〈강철비〉의 기획·제작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2014년 8월 유시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하기에 열정적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2014년 8월 20일 밸류 임직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던 인물이다. 유 이사장은 2015년 밸류 강당에서 자신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팬클럽인 ‘U시민광장’은 2015년 전국을 순회하며 유 전 장관의 ‘어떻게 쓸 것인가’ 강연을 진행했는데, 서울 지역 강연 장소가 밸류 강당이었다.
유 이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의 ‘펙사벡’(신라젠이 보유한 항암바이러스 신약의 후보 물질)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당시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설명회 영상을 보면 유 이사장은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치켜세웠다. 유 이사장은 또 “제가 7년 전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우리나라는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임상시험)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유치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까지 신라젠의 최대주주는 밸류였다. 신라젠이 한때 코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것은 밸류의 투자가 시발점이 됐다. 밸류가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신라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유망 벤처업체로 떠오른 것이다. 설명회 당시 유 이사장은 이철 대표와 귀빈석에 나란히 앉아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을 축하했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행진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해 1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거액의 지분을 팔아치우는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유시민, 7000억원 사기 밸류 홍보 영상에도 참여
유 이사장은 밸류의 신라젠 홍보 인터뷰에도 응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검색창에 영문으로 ‘gogo venture’(https://www.youtube.com/channel/UCq0l7-AEJUnhOdc_LHf2c8g)를 입력하면 7000억원대 사기 투자 기업인 밸류와 관련한 영상이 나온다. 총 7개의 영상이 있는데 첫 번째 영상 제목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팩트체크’다. 밸류는 사기를 저지른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란 것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이다.
7개의 영상 중 〈코스닥 시총 3위 ‘신라젠’ 어떻게 상장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한다.
이 영상에 유 이사장이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유 이사장은 이철 대표와의 인연 때문에 2014년 8월 밸류 임직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고, 2015년 1월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행사에 참석해 축사한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영상이 유 이사장의 과거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밸류에서 했던 강연이나 신라젠 축사 영상을 자료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유 이사장이 따로 인터뷰 형식으로 신라젠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영상을 쓴 것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주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밸류일 가능성이 크다. 7개 영상 모두 밸류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을 인터뷰한 것도 밸류일 가능성이 크다. 신라젠이 만든 영상이었다면 축사 영상을 사용했을 것이다. 인터뷰 내용과 축사 내용은 같다. 게다가 영상에 나온 유 이사장의 복장은 신라젠 축사 때와 같다. 신라젠 축사를 마치고 밸류 측 인터뷰에 응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이 든 마이크는 신라젠의 창업주인 황태호 박사가 밸류 측과 인터뷰할 때 사용한 마이크와 같다.
결론적으로 유 이사장은 밸류 강연, 신라젠 축사 이외에 밸류와 신라젠 홍보 인터뷰를 한 것이 된다.
“제가 7년 전에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임상을 좀 유치하는 거? 그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7년 지났는데 우리나라가 기업이 이거를 하고 있다는 게 많이 신기했어요. 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자체가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볼 때.”
유 이사장이 신라젠 의혹과 연결됐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도 밸류와 그의 밀접해 보이는 관계 때문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유 이사장은 밸류와 관련이 있지 우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데, 꼭 우리와 연결된 것처럼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밸류, 신라젠 임상 3상 중단 미리 알고 있었나?
게다가 밸류는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이 중단될 것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밸류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411억원가량을 신라젠에 순차적으로 투자했다. 이 시기(2014년) 신라젠 사장이었던 곽병학씨는 경영진에 보내는 이메일에 “현재의 IT(종양 내 주사법) 방법에 의한 임상 3상 프로토콜은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따라서 동맥주사 방법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곽씨는 현 문은상 신라젠 사장의 처남이다. 4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밸류가 이런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곽 전 사장의 이메일 내용은 신라젠 창업자인 황태호 박사와 신라젠 사이의 민사소송 판결문에 나와 있다. 신라젠 창업자 황 박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하다 회사와 불화를 빚고 퇴사한 뒤, 신라젠과 민사소송을 벌였다.
황 박사는 펙사벡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성공하게 하려면 주사법을 IT에서 TAVE(간동맥투여법)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라젠은 황 박사에게 TAVE 연구를 맡겼다가 경영진이 바뀌면서 연구는 중단됐다. 현 신라젠 관계자는 “동맥투여가 가능한 허가받은 항암제가 없기 때문에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황 박사와 신라젠이 민사소송을 벌인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박사는 밸류 사무실에 방문도 하고 했다”며 “밸류가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이 중단될 것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월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파견했다. 2월 5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이 “다중 피해를 낳는 금융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며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최근 검찰 직제 개편으로 폐지됐다. 이후 신라젠 사건은 금융조사1부에 재배당됐다. 합수단은 주가 조작 등 금융 범죄를 신속히 근절하기 위해 검찰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과 손잡고 2013년 꾸린 조직이다. 지난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재판에 넘기며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비(非)직제 조직이라는 이유로 지난 1월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가 폐지했다.
친노 강연자들의 해명
2019년 11월12일자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국회에서 밸류 대표를 토론회 패널로 초청해 감독기관 인사들과 얼굴을 맞댄 일도 있었다.
기사 내용이다.
〈2015년 2월 국회에서는 민병두 의원 등 여야 의원들 주최로 ‘바람직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철씨는 민간분야를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했는데, 단속기관인 금융감독원 간부까지 참석했었다. 이씨가 구속되기 불과 7개월 전 상황이다. 민 의원 측은 이씨를 토론회 자리에 부른 경위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토론회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섭외했다. 개인적으론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정치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다는 영화감독이 밸류 초청으로 강연하던 시기, 밸류에서는 이미 돌려막기를 통한 금융사기 범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밸류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아는 인사나 해당 업종 관계자들은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노무현 정권 때 실세였던 정치인과 전직 관료들이 줄줄이 회사를 찾아오는데, 밸류를 금융사기업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나. 그들의 얼굴은 사업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보증서와 같았다”고 했다. 밸류에서 강연한 이 중 다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특강을 위해 초청된 인사들은 밸류가 파렴치한 사기업체였던 것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수현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철은 모르는 사람이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강의했다. 그런 사기 범죄가 있었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이재정 교육감은 “참여당에서 함께했던 이철이 요청해서 수락했을 뿐”이라고 했고, 도종환 의원은 “김창호 전 처장의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제가 일하던 로커스 사이에 투자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밸류로부터) 특강을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요청이 와서 (밸류에서) 특강을 했다”며 “특강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로 (밸류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헤드플레이 대표 등을 소개해준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한 데 대해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고 말을 바꿨다. 유 이사장이 이야기한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은 이철 대표다.
사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 실세들이 대거 밸류가 진행한 임직원 대상 특강에 초청・강연을 한 데에는 이철 대표의 정치권 인맥도 한몫했다. 유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창당한 국민참여당과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이 대표는 평소 정치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했다. 그는 국민참여당의 의정부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의정부을’ 출마를 검토했었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책학교’ 1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설립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개설했다. 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과 가치를 공유하고 리더십과 국가전략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최고의 정책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정책학교를 개설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비는 200만원(약 3개월간)이었다. 김수현 전 실장, 변양균 전 실장 등이 노무현정책학교에서 강의했는데, 이들은 밸류가 마련한 직원 특강에도 참여했다. 당시 연구원의 원장은 김용익 이사장이었다. 그 또한 밸류에서 특강을 했다.
문재인, ‘노무현정책학교’ 개강 홍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정책학교 개강을 홍보하는 팸플릿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평소 강조하셨던 말입니다. 노 대통령은 항상 공부하는 지도자였습니다. 시민들이 학습을 통해 깨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깨어 있는 시민들을 조직할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보셨습니다.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정신으로 진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시대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개혁적인 정책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갈 많은 ‘제2의 노무현’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밸류에 강연자로 나선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특강 한 번 한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충분히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2012년 9월 밸류에서 특강을 한 김창호 교수(전 국정홍보처장)가 밸류 이철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2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12월 구속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6억29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교수는 이 중 상당액을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씨가 먼저 자금을 요구하는 등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밸류 관계자 최근까지 靑에서 근무
취재 결과, 이철 대표의 비서로 밸류의 홍보 업무를 담당한 임모씨는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력이 있었다. 이후 임씨는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으로 옮겨 2012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으나, 민주통합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 임씨는 이름을 임○경에서 임○헌으로 바꾸고 최근까지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 6급 이하는 모두 행정요원이다. 핵심 관계자로 근무한 게 아니라고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문재인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는 데 요인하게 사용한 다량의 문건을 발견한 곳이 바로 행정요원 책상 캐비닛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임씨는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하면서 유시민 이사장, 이철 대표와 인연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월간조선》은 임씨가 유 이사장, 이철 대표와 국민참여당 활동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7000억원 사기 사건 중심에 선 밸류와 노사모, 노무현정책학교, 청와대 근무, 전·현직 친노 핵심 인사들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 관련 규제 완화를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그런데 밸류의 자금 운용 방식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의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폰지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후, 이후에 투자된 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수법에서 유래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투자로 주목받아온 밸류는 자사(自社)를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업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무인가 업체였다. 금융투자업체는 금융위원회에 수신(受信)과 투자에 필요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밸류 이철 대표의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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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사진=밸류인베스트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
이 회사 영업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자금이 모이면 대표이사와 영업사원들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20%를 떼어갔다. 나머지 80%를 투자해서 투자자들의 원금 보존은 물론 추가 수익까지 보장해야 했다. 적어도 매년 20%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내야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다. 세상의 그 어떤 투자전문가도 매년 20%의 고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연평균 수익률도 19.7%다.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원금보장과 확정수익을 약속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된다. 이 회사 대표인 이철은 투자금의 20%를 직원 월급과 회사 유지비로 써버렸고, 고객이 맡긴 투자원금 2000억원을 수익이라고 속여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손실을 본 사실마저 숨겼다.
2011년부터 파렴치한 불법이 자행됐는데도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밸류가 활동한 지 2년이 넘은 2013년 10월에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이렇다 할 조치 없이 2014년 6월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이 이후 두 차례 더 수사 요청을 했지만, 검찰 수사는 9월에야 시작됐다.
2015년 11월 검찰은 이철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1심은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다시 새로운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사기 피해액만 18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며, 피해자들의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이철 대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철 대표는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금융사기는 거래의 자유와 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로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적 약자들이어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며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는 등 오히려 형량을 높였다. 그러면서 “다수가 역할을 나눠 조직적·체계적·전문적으로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사기범행을 저질렀다”며 “저금리시대가 낳은 서민들의 기대를 악용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직장인들을 우롱했다”고 질타했다. 2019년 9월 15일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옥중경영’
이 대표는 2월 6일 추가로 기소된 불법 자금 유치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형까지 확정되면 이 대표는 총 14년6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2015년 구속됐다가 2016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 대표는 2018년 12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에 대한 1심 선고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에야 법정 구속됐다.
2015년 구속된 이 대표는 감옥에서도 ‘옥중경영’을 이어가며 불법 투자 유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밸류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투자금을 예전처럼 모을 수 없게 되자 이 대표 등은 투자자들에게 밸류 투자사인 ㈜비피유홀딩스에 투자하도록 한 뒤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5400여 명으로부터 619억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허가 없이 이뤄진 불법 투자 중개였다.
주목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크라우드 펀딩 분야의 큰손으로 불리던 업체라고 하더라도 3만3000여 명의 투자자는 뭘 믿고 7039억원을 투자했는가.
둘째, 2011년부터 밸류의 파렴치한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은 왜 모두 손을 놓고 있었는가.
셋째, 이 같은 상황에도 어떻게 이철 대표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2018년 12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에 대한 1심 선고로 징역 8월의 실형을 받은 이후에야 법정 구속됐는가.
이철 대표란 사람 배후에 소위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 버티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철, 親盧 핵심인사들과 밀접한 관계
취재 중 밸류가 매달 사무실에서 진행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명사특강에, 친노(親盧) 핵심인사들이 초청돼 특강 한 사실을 확인했다. 밸류 임원 신모씨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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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김창호 동국대 석좌교수. |
교수 변신 한 달도 안 돼 김 교수는 차관급인 국정홍보처장으로 ‘발탁’됐다. 노무현 정권의 국정홍보처장이 된 그는 브리핑룸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사실상의 언론탄압 정책을 주도했다. ‘노무현의 괴벨스’라는 비아냥에도, 김 처장은 “우리가 간신인지 충신인지는 역사에 던져보자”며 맞섰다.
그는 국정홍보처장이 된 지 6개월 만에 노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 한 발언을 모아 자기 이름으로 《노무현 따라잡기》란 책을 내곤 “발언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만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당시 “비판 언론엔 취재 협조를 하지 마라”는 취지로 각 부처에 보도지침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경기 성남분당갑, 2014년 1월 지방선거 때는 경기도지사 야당 측 후보로 나서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다.
◆2012년 10월 김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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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
그는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한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된 그는 이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 김 차장은 인화(人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종종 받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면피’ 걱정이 먼저인 기존 외교 관료들과 달리 일을 떠안는 것을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과 추진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자주(自主)파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에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거나,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기존 외교 관료의 문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김현종 차장 주도의 대미(對美) 강경책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드러냈다.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뒤 대규모 독도 방어 훈련에 나섰을 때 미국 측에서는 “비생산적”이라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외교부가 청와대 지침에 따라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자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원래 영토 분쟁에 개입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이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주일 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1963~1971년)한 부친(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을 따라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냈다. 이후 중·고교, 대학, 대학원은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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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원전,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 논란이 된 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부동산 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며 두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탈원전 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원래는 경제적 관점에서 원전(原電) 비중을 줄여가자는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추진됐지만, 김 교수 중심으로 환경운동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게 청와대 일각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전공이 도시공학(석사)과 환경학(박사)이다. 정부 출연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이 격주로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세계 원전 시장 인사이트》(2019년 12월 13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비용이 500조원 넘게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의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이란 논문이 실렸다. 에경연은 이 논문을 공개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월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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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사진=경기도교육청 |
그는 장관 임명 후인 2007년 1월 2일 신년사에서 ‘북한 빈곤에 대한 남한 책임론’을 주장,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같은 해 4월 25일 대한상의 조찬 강연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대북(對北) 지원을 거론하며 “4500만 남한 인구의 1인당 아침 식사비보다 적은 것을 도와주면서 퍼준다고 얘기하면 주고도 욕먹는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의 유세연구본부장으로서 재벌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노무현 진영에 전달한 것이 밝혀져 감옥에 다녀왔다. 성공회대를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대학’으로 키운 그는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기여했으며, 제16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 교육감은 2014년 처음으로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될 때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됐다. 4년 뒤인 2018년에도 압승, 재선에 성공했다.
◆2013년 3월 변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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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
2007년 9월 ‘신정아 스캔들’로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공직을 맡지 않았는데, 2016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 그룹에서 정책 참모 역할을 해왔다. 현 정부에서 변 전 실장의 영향력은 상당해 보인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1급)이 변 전 실장의 직계 후배들이다. 홍 장관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을 할 때 정책보좌관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변 전 실장을 도왔다. 이정도 비서관도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변 전 실장의 비서 역할을 했다. 당시 셋이 한 가족처럼 움직였다는 게 경제 관료들의 전언이다. 홍 장관과 이 비서관의 발탁에 변 전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부산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2002년에는 서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4월 김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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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 후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철저히 외면했다. 공공의료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됐고 돈도 못 벌고, 관료주의에 빠져 있으며 불친절하고 실력도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투자를 외면하고 임금을 낮추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놓은 곳은 정부다.”
그런데 김 이사장이 설계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를 두고는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로 환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목표와 달리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심화하고 MRI 등 검사 급증에 따른 진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탓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 의료계는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한다.
현 정부에서 김 이사장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진석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보건·의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후 정책조정비서관을 거쳐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실장은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으로 일했지만, 보건의료 영역뿐 아니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복지 분야 전반에 대한 진보적 구상들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의 이름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증거인 ‘송병기 수첩’에도 등장한다. 경제부시장이자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씨가 작성한 이른바 ‘송병기 수첩’ 필사본에는 이 실장의 이름이 총 두 번 등장한다. 2017년 10월10일자와 2018년 3월31일자 메모에서다.
◆2014년 1월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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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인 전교조 출신 시인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4년 1월 ‘시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밸류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은 밸류 측 홍보 화면 캡처. |
도 의원은 아내와의 사별(死別) 등을 다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대 총선 때 충북 청주 흥덕에서 당선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문화예술정책위 상임위원장을 맡아 문화 공약을 주도했다. 2017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때 봉하마을에서 헌시(獻詩) ‘운명’을 낭독하기도 했다. 2015년 국정감사 때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직 생활 중이던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1998년 복직됐다.
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8대 대선 당시 대선 경선 캠프 이름인 ‘담쟁이 캠프’는 도 의원의 시 ‘담쟁이’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내홍으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빠졌을 때 옆에서 당 수습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도 의원의 시 ‘멀리가는 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매머드급’ 캠프 구성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2014년 새해 1100만명의 관객을 뜨겁게 울린 영화 〈변호인〉의 연출자 양우석 감독도 밸류에서 강연을 했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강연 직후인 2014년 5월 양 감독은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변호인〉은 개봉 전부터 많은 오해와 편견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떨치고 이해와 공감으로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용기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밸류는 양 감독에게 집중 투자했다. 양 감독이 ‘로커스’라는 회사에 재직할 때인 2014년 11월 밸류는 불법으로 125억원을 모금, 이 중 100억원을 로커스에 투자했다.
2015년 2월에는 로커스가 제작하는 한국형 애니메이션 〈빨간구두와 일곱난장이〉 투자를 명목으로 100억원을 모집, 이 중 50억원을 ‘(유)로커스극장애’ 계좌에 입금했다.
밸류는 사기 혐의로 이철 대표가 구속된 이후인 2016년에도 웹툰・영화 제작업체인 ‘헤드플레이’에 85억원을 투자해 33.2%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곳의 3대 주주인 ‘게니우스’란 회사는 양 감독이 100% 지분을 가진 영화제작사다. 헤드플레이는 2017년 5월 25일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투자했다. 이 영화는 지방선거에서도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 후보 1위가 되는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봉한 이 영화는 친노·친문 세력 결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밸류는 44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강철비〉에도 투자했다. 〈강철비〉는 양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강철비〉는 한국 정권 교체기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가정한 영화였는데 개봉 전부터 ▲짙은 정치색 내포 ▲반미 감정 조장 ▲북핵에 대한 그릇된 인식 ▲이념적 편향성 등이 지적됐다.
국방부는 이런 이유로 촬영 지원을 거부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10일) 직후 돌연 태도를 바꿨다. 군에선 “시나리오가 반군(反軍)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절대 군에서 지원하면 안 되는 영화인데 국방부가 정권 눈치를 봤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이철 밸류 대표의 이름이 나온다. 밸류는 자사 홍보를 위해 작성한 애뉴얼 리뷰(Annual review)에서 〈강철비〉의 기획·제작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2014년 8월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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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밸류 대표는 국민참여당의 의정부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대표는 국민참여당을 매개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3월 19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제2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유시민 이사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유 이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의 ‘펙사벡’(신라젠이 보유한 항암바이러스 신약의 후보 물질)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당시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설명회 영상을 보면 유 이사장은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치켜세웠다. 유 이사장은 또 “제가 7년 전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우리나라는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임상시험)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유치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까지 신라젠의 최대주주는 밸류였다. 신라젠이 한때 코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것은 밸류의 투자가 시발점이 됐다. 밸류가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신라젠은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유망 벤처업체로 떠오른 것이다. 설명회 당시 유 이사장은 이철 대표와 귀빈석에 나란히 앉아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을 축하했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행진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해 1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거액의 지분을 팔아치우는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유시민, 7000억원 사기 밸류 홍보 영상에도 참여
유 이사장은 밸류의 신라젠 홍보 인터뷰에도 응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검색창에 영문으로 ‘gogo venture’(https://www.youtube.com/channel/UCq0l7-AEJUnhOdc_LHf2c8g)를 입력하면 7000억원대 사기 투자 기업인 밸류와 관련한 영상이 나온다. 총 7개의 영상이 있는데 첫 번째 영상 제목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팩트체크’다. 밸류는 사기를 저지른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란 것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이다.
7개의 영상 중 〈코스닥 시총 3위 ‘신라젠’ 어떻게 상장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한다.
이 영상에 유 이사장이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유 이사장은 이철 대표와의 인연 때문에 2014년 8월 밸류 임직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고, 2015년 1월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행사에 참석해 축사한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영상이 유 이사장의 과거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밸류에서 했던 강연이나 신라젠 축사 영상을 자료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유 이사장이 따로 인터뷰 형식으로 신라젠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영상을 쓴 것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주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밸류일 가능성이 크다. 7개 영상 모두 밸류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을 인터뷰한 것도 밸류일 가능성이 크다. 신라젠이 만든 영상이었다면 축사 영상을 사용했을 것이다. 인터뷰 내용과 축사 내용은 같다. 게다가 영상에 나온 유 이사장의 복장은 신라젠 축사 때와 같다. 신라젠 축사를 마치고 밸류 측 인터뷰에 응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이 든 마이크는 신라젠의 창업주인 황태호 박사가 밸류 측과 인터뷰할 때 사용한 마이크와 같다.
결론적으로 유 이사장은 밸류 강연, 신라젠 축사 이외에 밸류와 신라젠 홍보 인터뷰를 한 것이 된다.
“제가 7년 전에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임상을 좀 유치하는 거? 그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7년 지났는데 우리나라가 기업이 이거를 하고 있다는 게 많이 신기했어요. 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자체가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볼 때.”
유 이사장이 신라젠 의혹과 연결됐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도 밸류와 그의 밀접해 보이는 관계 때문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유 이사장은 밸류와 관련이 있지 우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데, 꼭 우리와 연결된 것처럼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밸류, 신라젠 임상 3상 중단 미리 알고 있었나?
게다가 밸류는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이 중단될 것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밸류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411억원가량을 신라젠에 순차적으로 투자했다. 이 시기(2014년) 신라젠 사장이었던 곽병학씨는 경영진에 보내는 이메일에 “현재의 IT(종양 내 주사법) 방법에 의한 임상 3상 프로토콜은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따라서 동맥주사 방법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곽씨는 현 문은상 신라젠 사장의 처남이다. 4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밸류가 이런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곽 전 사장의 이메일 내용은 신라젠 창업자인 황태호 박사와 신라젠 사이의 민사소송 판결문에 나와 있다. 신라젠 창업자 황 박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하다 회사와 불화를 빚고 퇴사한 뒤, 신라젠과 민사소송을 벌였다.
황 박사는 펙사벡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성공하게 하려면 주사법을 IT에서 TAVE(간동맥투여법)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라젠은 황 박사에게 TAVE 연구를 맡겼다가 경영진이 바뀌면서 연구는 중단됐다. 현 신라젠 관계자는 “동맥투여가 가능한 허가받은 항암제가 없기 때문에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황 박사와 신라젠이 민사소송을 벌인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박사는 밸류 사무실에 방문도 하고 했다”며 “밸류가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이 중단될 것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월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4명을 파견했다. 2월 5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이 “다중 피해를 낳는 금융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며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최근 검찰 직제 개편으로 폐지됐다. 이후 신라젠 사건은 금융조사1부에 재배당됐다. 합수단은 주가 조작 등 금융 범죄를 신속히 근절하기 위해 검찰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과 손잡고 2013년 꾸린 조직이다. 지난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재판에 넘기며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비(非)직제 조직이라는 이유로 지난 1월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가 폐지했다.
친노 강연자들의 해명
2019년 11월12일자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국회에서 밸류 대표를 토론회 패널로 초청해 감독기관 인사들과 얼굴을 맞댄 일도 있었다.
기사 내용이다.
〈2015년 2월 국회에서는 민병두 의원 등 여야 의원들 주최로 ‘바람직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철씨는 민간분야를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했는데, 단속기관인 금융감독원 간부까지 참석했었다. 이씨가 구속되기 불과 7개월 전 상황이다. 민 의원 측은 이씨를 토론회 자리에 부른 경위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토론회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섭외했다. 개인적으론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정치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다는 영화감독이 밸류 초청으로 강연하던 시기, 밸류에서는 이미 돌려막기를 통한 금융사기 범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밸류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아는 인사나 해당 업종 관계자들은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노무현 정권 때 실세였던 정치인과 전직 관료들이 줄줄이 회사를 찾아오는데, 밸류를 금융사기업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나. 그들의 얼굴은 사업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보증서와 같았다”고 했다. 밸류에서 강연한 이 중 다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특강을 위해 초청된 인사들은 밸류가 파렴치한 사기업체였던 것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수현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철은 모르는 사람이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강의했다. 그런 사기 범죄가 있었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이재정 교육감은 “참여당에서 함께했던 이철이 요청해서 수락했을 뿐”이라고 했고, 도종환 의원은 “김창호 전 처장의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제가 일하던 로커스 사이에 투자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밸류로부터) 특강을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요청이 와서 (밸류에서) 특강을 했다”며 “특강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로 (밸류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헤드플레이 대표 등을 소개해준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한 데 대해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고 말을 바꿨다. 유 이사장이 이야기한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은 이철 대표다.
사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 실세들이 대거 밸류가 진행한 임직원 대상 특강에 초청・강연을 한 데에는 이철 대표의 정치권 인맥도 한몫했다. 유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창당한 국민참여당과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이 대표는 평소 정치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했다. 그는 국민참여당의 의정부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의정부을’ 출마를 검토했었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책학교’ 1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설립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개설했다. 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과 가치를 공유하고 리더십과 국가전략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최고의 정책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정책학교를 개설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비는 200만원(약 3개월간)이었다. 김수현 전 실장, 변양균 전 실장 등이 노무현정책학교에서 강의했는데, 이들은 밸류가 마련한 직원 특강에도 참여했다. 당시 연구원의 원장은 김용익 이사장이었다. 그 또한 밸류에서 특강을 했다.
문재인, ‘노무현정책학교’ 개강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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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대표는 ‘노무현정책학교’ 1기 수료생이기도 하다. 사진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정책학교 개강을 홍보하는 모습이 담긴 노무현정책학교 팸플릿.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평소 강조하셨던 말입니다. 노 대통령은 항상 공부하는 지도자였습니다. 시민들이 학습을 통해 깨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깨어 있는 시민들을 조직할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보셨습니다. ‘노무현정책학교’는 노무현 정신으로 진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시대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개혁적인 정책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갈 많은 ‘제2의 노무현’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밸류에 강연자로 나선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특강 한 번 한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충분히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2012년 9월 밸류에서 특강을 한 김창호 교수(전 국정홍보처장)가 밸류 이철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억2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12월 구속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6억29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교수는 이 중 상당액을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씨가 먼저 자금을 요구하는 등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밸류 관계자 최근까지 靑에서 근무
취재 결과, 이철 대표의 비서로 밸류의 홍보 업무를 담당한 임모씨는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력이 있었다. 이후 임씨는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으로 옮겨 2012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으나, 민주통합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 임씨는 이름을 임○경에서 임○헌으로 바꾸고 최근까지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 6급 이하는 모두 행정요원이다. 핵심 관계자로 근무한 게 아니라고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문재인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는 데 요인하게 사용한 다량의 문건을 발견한 곳이 바로 행정요원 책상 캐비닛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임씨는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하면서 유시민 이사장, 이철 대표와 인연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월간조선》은 임씨가 유 이사장, 이철 대표와 국민참여당 활동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7000억원 사기 사건 중심에 선 밸류와 노사모, 노무현정책학교, 청와대 근무, 전·현직 친노 핵심 인사들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