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의 한국] 박근혜 당선자는 외교·안보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 월간조선

박근혜(朴槿惠)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선(大選)에서 승리,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가게 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되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완성이 한 걸음 진전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자도 당당하게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성숙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미국보다도 먼저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말해도 될 일이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바로 위에 있는 북한이 차마 현대국가라고 말할 수 없는 폭압적 3대 세습 독재체제를 시작하는 무렵에 이루어낸 일이라는 점에서이다. 최상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박근혜 당선자는 최악의 독재정치를 상징하는 김정은 정권과 운명의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2012년의 18대 대선은 다른 대선과는 달리 국가 안보 및 외교 이슈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선거였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된 이상 박근혜 당선자가 당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국가안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을 잘살게 해주는 데 앞서 국민의 삶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을 첫 번째 책무로 삼아야 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처럼 직접적인 군사 위협 아래 있는 나라의 경우 국가안보의 확립은 그 어떤 일보다 선행(先行)되어야 할 일이다. 다행히 박근혜 당선자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 국가안보에 대해 신뢰를 주는 인물이다.

2012년 동북아시아 관련국 모두에서 정권교체가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재(再)집권했고,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섰다. 일본에서는 자민당이 압승, 아베신조 정권이 재등장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다.

중국·러시아·일본·북한의 새 정부들이 모두 과거보다 더욱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며, 각 정권들은 자기 나라 내부 기준으로 모두 강력한 보수정권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재선(再選)되었다. 2기 임기를 수행하는 미국 대통령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문제에 대처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미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국가이익을 강력하게 표현할 것이다.

이처럼 주변국 모두가 보수적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보수정권이 출현했다는 것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다행한 일이다. 국제 시스템의 대세에 적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9·11 직후 세계가 급격히 우경(右傾) 보수화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좌파 정권이 당했던 곤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北도 새 정부 간 보듯 도발하지 못할 것

박근혜 정부가 당면해야 할 최대의 안보 현안은 북한으로부터의 도전이다. 북한은 언제라도 대한민국에 정부가 존재한다는 현상을 ‘종식’시키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는 정권이다. 대한민국이 무력(武力)에 의한 통일을 포기한 것과 달리 북한은 가능하기만 하다면 무력 통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무력을 통한 통일도 가(可)하다는 북한의 전략은 끊임없는 대남(對南) 무력 도발의 원천이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존재 자체 및 무력 도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김대중(金大中), 특히 노무현(盧武鉉) 정권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을 아예 ‘주적(主敵)’으로 간주하는 것조차 거부했을 정도다.

지난번 선거에서 문재인(文在寅) 후보는 자신이 비서실장으로서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 당시 남북한 간 무력 충돌이 없었음을 자랑처럼 말한 바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핵(核)실험을 해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북한을 감쌌다.

박근혜 당선자는 북한에 굴종해서 얻는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후보는 “우리 군(軍)은 북한 도발을 포함한 어떠한 위협에도 억지와 응징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완벽한 방위태세를 확립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의지와 이를 위한 응징능력을 갖춤으로써 도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근혜 당선자는 ▲NLL 및 휴전선 도발 억지력 강화 ▲제주해군기지 사업 계속 추진 ▲전력(戰力)증강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早期)전력화(戰力化)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의 강온(强穩)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의 계획과 필요에 의해 대남 도발을 자행해 왔다. 북한의 대남 도발은 북한의 내부적 필요에 의해 그 빈도(頻度)가 늘거나 줄곤 했다. 북한의 대남 도발을 조장하는 내부적 필요성 중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북한 정권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김정일(金正日) 집권 초기인 1995~1996년 대남 도발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 바 있었듯이 아직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지 못한 김정은은 향후 1~2년 도발의 강도와 빈도를 대폭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안보 문제 대처

세계 각국의 여성지도자들은 대체로 외부도발에 강경 대응했다. 사진은 포클랜드 전쟁 이듬해인 1983년 1월 포클랜드섬을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세계 전쟁사를 보면 여성 지도자가 집권할 경우 이웃의 적국(敵國)들이 여성 지도자를 가벼이 보고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이 경우 여성 지도자들은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는 패턴을 보였다. 여성 지도자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적대국에 대해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반응했다.

1960년대 이스라엘의 여성 총리였던 골다 메이어는 군인 출신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를 ‘6일 전쟁’이라는 전격전(電擊戰)을 통해 굴복시켰다. 인디라 간디 인도 수상은 육군 대장 출신 대통령이 통치하는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 역시 장군 출신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포클랜드섬을 점령하자 단호한 공격으로 이를 되찾았다.

김정은 역시 대한민국의 여성 대통령을 얕잡아 보고 섣부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단호하게 북한의 행동을 응징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전쟁으로 확대된다고 해도 심히 걱정할 필요 없다. 미국은 전쟁이 발발할 시 적국의 군사력이 아니라, 적국의 지도자를 제거한다는 전략으로 군사전략을 수정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부터 전선(戰線)의 불쌍한 병사들이 아니라 후세인, 오사마 빈 라덴, 카다피 등을 직접 공격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미(韓美)동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한민국의 응징을 확전(擴戰·escalation)으로 되받아치려 할 경우 참수공격(斬首攻擊)으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럴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응징은 북한 체제의 내구력(耐久力)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다.

戰作權 문제 신중 기해야

북한의 도발은 물론 중국의 부상(浮上) 및 일본의 우경화 등 심각한 안보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미동맹 이상의 안전장치는 없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한미동맹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기회이며, 특히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계기이다. 북한은 미국의 지지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으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통미봉남 전략을 위한 전제 조건은 대한민국이 반미(反美)국가가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선거에 개입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호한 한미동맹의 지속은 한반도의 안전 확보는 물론 통일을 이루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다만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戰時)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및 한미연합사 해체는 박근혜 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안보 과제가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후보 시절 “‘전시작전통제권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정에 대한 한미 간의 주기적인 평가, 검증 내실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공약, 작전통제권 문제에 약간의 유연성, 융통성을 남겨두었다. 북한의 도발이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며, 주변국들로부터 오는 안보 위협 또한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해체시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변국들 모두에서 정권 변동이 있었고, 모든 신정부들이 우파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강대국에 걸맞은 행동을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 대통령 푸틴 역시 ‘강력한 러시아’의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오바마의 미국은 이미 2011년 말~2012년 초부터 아시아를 축(Pivot Asia)으로 삼는 정책전환을 도모하고 있으며 오바마 2기는 이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이미 중-일 간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 중-월남 간 남중국해 석유탐사 및 파라셀 군도 영유권 분쟁,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옌다오/스카보로 섬 및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영유권(領有權) 분쟁은 아시아의 군비(軍備)경쟁 원인이 되고 있으며 전쟁으로 비화(飛火)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한미동맹 약화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듯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 지역의 분쟁은 한편에 중국이 있고, 다른 편에는 중국의 이웃 나라들이 있으며, 이 나라들은 모두 미국의 지원을 추구, 혹은 확보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즉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적인 양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어도, 동북공정(東北工程), 청사공정(淸史工程) 등을 통해 대한민국과도 갈등 관계에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주변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일 역시 박근혜 정부가 당면할 심각한 안보 문제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역내 국가들과 양자(兩者)·다자(多者) 국방협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같은 공약의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범했던 “미·중(美中) 갈등 시 한국은 ‘균형자’가 될 것”이라는 전략적인 우(愚)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중 갈등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의 동맹을 단절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그 같은 잘못된 시도를 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 한국의 ‘냉혹한’ 전략 선택이 되어야 할 미국과의 동맹 강화, 특히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강화라는 어려운 선택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같은 탁월한 국제 전략가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반대했었다. 감정적인 차원을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난제(難題)를 해결한 것은 박근혜 당선자의 부친인 박정희였다. 박근혜 당선자는 아버지처럼 일본과의 안보 협력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2012년 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아니라 우파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한국은 북한의 집요한 적화 통일 노력에서 한 걸음 더 멀리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비정상적인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동포들을 구출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대한민국의 장정(長征)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할 향후 5년은, 북한의 도발은 물론 주변 4강의 대결과 압력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국가안보를 확보하고 통일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할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