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星 채권 500억원 중 얼마가 盧武鉉 캠프에 갔는지 오리무중
채권 상환일은 2007년 11월 말. 2007년 大選 정국의 핵폭탄
安熙正에 채권 15억원 준 삼성 구조본 상무 지난 7월 死亡.
채권 구입 직원은 작년 1월 미국 출국→지난 5월 귀국 후 잠적
채권 상환일은 2007년 11월 말. 2007년 大選 정국의 핵폭탄
安熙正에 채권 15억원 준 삼성 구조본 상무 지난 7월 死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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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錫炫 대사,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취중 대화에서 大選 지원활동 토로
지난 3월2일 오후 7시. 미국 워싱턴 시내의 한 한국음식점. 駐美 한국대사로 내정돼 워싱턴에 부임한 洪錫炫(홍석현·56) 前 중앙일보 회장이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을 이 음식점에 초청, 상견례를 위한 자리를 가졌다. 오후 7시에 시작된 저녁식사는 밤 11시에 끝났다. 폭탄주도 돌았다.
洪錫炫 회장은 최소 일곱 잔 이상의 폭탄주를 마셨다. 당시 그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자신의 두 가지 결점을 기자들이 취재 중이란 정보를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그가 李鶴洙(이학수·59)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나눈 대화를 안기부 미림팀에서 불법 도청한, 세칭 「이상호 X파일」이다.
MBC 李相澔(이상호·37) 기자가 입수한 이 파일에는 삼성이 洪錫炫 회장을 「전달자」로 하여, 李會昌·金大中 후보 진영을 포함해 기타 정치권에 건네준 정치자금 액수와 검찰 간부들에 대한 삼성의 전방위 로비 활동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의 공개를 막기 위해 삼성과 중앙일보 고위층은 그 내용을 취재 중인 취재진에게,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이 洪錫炫을 견제하기 위한 음해 공작의 일환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었다.
마음속의 부담을 덜어 내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 마이크를 잡은 洪錫炫 회장은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있었던 자신의 역할과 李會昌-盧武鉉 두 후보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가를 털어놓았다. 다소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그가 「오프 더 레코드(非보도를 전제로 한 공개)」란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그의 발언 내용은 한국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현지 재미교포가 발행하는 인터넷신문을 통해 공개되었다. 다음은 발언 요약이다.
<사람은 피가 흐르는 동물이어서 모든 것을 머리로만 판단할 수 없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李會昌 후보와 「상당히 밀접」했다. 그 2년 후에 내가 구속된 것은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하나의 교훈이 되었고, 1999년 이후 중앙일보의 변신은 나의 작은 깨달음의 산물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정말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李會昌 후보 쪽에 힘을 실어 주지 않은 것은 盧武鉉 후보를 도우려는 뜻에서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굳은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李會昌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을 때 나는 중앙일보 부장단 회의에서 『내가 DJ(金大中)라면 盧武鉉 카드를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盧武鉉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정치 공학적으로 그렇게 가상했다.
李會昌 후보는 경기高 출신의 엘리트라는 귀족적 이미지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盧武鉉 후보는 고교 출신이지만 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좋고 나이가 젊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대중들이 원한 것은 엘리트가 아니었다. 李仁濟 후보는 경상도 출신이 아니어서 必敗(필패)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통령 선거에서 盧武鉉 후보가 당선될 줄 알고 있었지만, 李會昌 후보를 찍었다. 중앙일보를 생각하며 내가 겪었던 고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盧대통령은 내가 한 번도 싫어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부친(편집자 注─李承晩 정부 시절에 법무·내무장관을 지낸 홍진기씨)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내가 당한 이 괴로움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부역한 사람의 아들, 빨갱이로 손가락질당한 사람의 괴로움을 안다.
나는 부잣집 맏아들이지만 부잣집 아들들의 병폐를 보고 자랐다. 나는 모범생으로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李會昌 선배는 너무 모범생이었다. 가진 것으로 보면 내가 귀족이겠지만, 그는 너무 귀족적이다>
정치자금은 기업 이익금의 10% 이내 |
| 검찰이 安熙正씨에게서 압수한 제1종 국민주택채권. 행방을 찾지 못한 500억원의「삼성 채권」은 이런 유형이다. |
李健熙 삼성 회장은 1995년 盧泰愚 前 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 때, 盧 前 대통령에게 1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盧泰愚 대통령에게 제공된 돈은 삼성그룹 산하 계열사에서 각출한 것이며 李健熙 회장은 삼성그룹 산하인 중앙일보 李鍾基 사장에게 자신을 대신해 盧泰愚 대통령에게 돈을 제공하도록 포괄적으로 승락한 뒤 돈을 제공할 때마다 사전과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실형을 선고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삼성과 중앙일보는 李會昌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원했다. 중앙일보 자체 여론조사에서 金大中 후보 지지도가 李會昌 후보보다 앞서는 경우에도 李會昌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보도했다. 李會昌 후보에게 건넨 정치자금은 金大中 진영보다 무려 열 배나 많았다는 게 정설이다. 洪錫炫 회장의 고백대로 중앙일보는 李會昌 진영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였다.
1997년 당시 洪錫炫 회장의 역할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들은 오너가 직접 주는 돈을 선호한다. 배달사고도 없고, 비밀도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1997년에 李鶴洙씨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이었다. 오너가 아닌 비서실장이 주는 돈은 정치인들도 받기를 부담스러워한다. 洪錫炫 회장은 李健熙 회장의 처남일 뿐 아니라 언론사 社主였다. 언론사 社主가 주는 돈을 거절한 정치인이 있다는 말을 여태까지 듣지 못했다. 洪錫炫 회장의 역할은 李鶴洙 비서실장에게서 받은 삼성 돈을 정치권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2년 후, 金大中 정부에서 洪錫炫 회장은 大檢 중수부에 소환돼 구속되었다. 모친으로부터 주식 처분대금 등 32억여원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18억여원을 포탈한 혐의 등이었다.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받고, 2000년 8·15 특사에서 사면 복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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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이상호 기자 |
洪錫炫 회장은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말했다. 부친 洪璡基(홍진기·1986년 작고)씨가 아들을 그렇게 키웠다는 것이다. 洪璡基씨는 경기高가 배출한 3대 수재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洪璡基씨는 1940년 일본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 일제시대 때 판사를 지냈고 정부 수립 후에는 법무부 조사국장, 해무청장, 법무·내무장관을 역임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李承晩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던 그는 4·19 후 출범한 許政(허정) 과도정부에서 부정선거 혐의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1964년에 출소한 그는 삼성 창업주 李秉喆 회장이 설립한 서울 중앙라디오방송(동양방송의 前身) 사장이 되었고, 1966년에는 중앙일보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洪璡基씨는 4남 2녀를 두었다. 장녀는 洪羅喜(홍라희·60)씨로 李健熙(이건희·63) 삼성회장의 부인이며, 그 밑으로 錫炫(56)-錫肇(석조·52·광주고검장)-錫埈(석준·51·삼성SDI 부사장)-錫珪(석규·49·보광 회장) 등 네 아들과 막내딸 洪羅玲(홍라영)씨를 두었다.
5共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2년 근무  |
| 李承晩 정부 때 법무·내무장관을 지낸 洪璡基씨. 洪錫炫 회장의 부친이다. |
洪錫炫 회장은 경기高 재학 중 학생회장을 맡았다. 학생회장 洪錫炫을 기억하는 경기高 동기들은 『리더십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이과(서울大 전자공학과)를 지망했으나, 졸업 후 미국 유학 시절엔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IBRD)에서 6년간 근무하고 1983년에 귀국한 그는 姜慶植(강경식) 재무장관의 비서관으로 官界에 진출했다. 姜慶植 재무장관이 全斗煥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자 그도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겨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 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이라는 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86년 삼성코닝 상무로 친정에 복귀했다.
洪錫炫씨는 1994년에 마흔다섯의 나이로 중앙일보 부사장에 취임했다. 朴正熙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법무장관·중앙정보부장을 두루 역임한 申稙秀(신직수·작고)씨가 洪錫炫 회장의 장인이다.
대통령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지 洪錫炫 회장은 동지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경기高 동문을 위시해 삼성 또는 중앙일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大選 캠프」라고 부를 만큼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이들은 수시로 모임을 가졌고, 이들의 부추김에 洪錫炫 회장은 상당히 고무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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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共 재무장관이었던 姜慶植. 홍석현 회장은 그의 비서관으로 官界에 진출했다. |
『洪錫炫 회장은 李健熙 회장의 손아래 처남이다. 나이도 일곱 살이나 어리다. 李健熙 회장은 어눌하게 보이지만 집안에서는 카리스마가 매우 강한 분이다. 李健熙 회장 입장에서 볼 때 洪錫炫 회장은 사랑스러운 처남이면서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처남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이 권력과 금력, 그리고 명예를 동시에 갖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재벌이란 배경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李健熙 회장 본인이 잘 알고 있다. 한때 시중에 李健熙 회장이 大選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李회장은 「나는 게을러서 못 합니다」고 점잖게 부인한 적도 있다』
주위의 소극적 지지로 대통령의 꿈을 접은 洪錫炫 회장은 대신 유엔 사무총장의 꿈을 키웠다. 盧武鉉 정부 출범 후, 여권의 한 인사가 그에게 유엔 사무총장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에 洪錫炫 회장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李鶴洙 부회장의 파워 |
|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구조본 재무팀의 사무실은 27층에 있다. |
삼성 비서실에 해당하는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의 李鶴洙(이학수·59) 본부장-金仁宙(김인주·47) 재무팀장 겸 부사장-朴載仲(박재중·46) 재무팀 상무 라인이 한나라당 자금지원 업무를 맡았다. 삼성의 「최고 실세」 라인이다.
李鶴洙 본부장(사장)은 李健熙 회장 비서실장으로 구조본 업무의 총괄 지휘자다. 그는 盧武鉉 대통령의 부산商高 1년 선배다. 나이는 대통령과 동갑이지만 대통령이 고교 진학 때 한 해 재수했다.
李鶴洙 본부장은 李健熙 회장이 신임하는 삼성의 2인자다. 1971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그는 그룹 내에서 「삼성 사관학교」로 통하는 제일모직과 제일제당에서 회계와 재무업무를 담당했다. 1985년에는 그룹 비서실 재무팀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의 전반적인 자금을 관리했고, 1996년에 회장 비서실장이 되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李鶴洙 본부장의 파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李秉喆 선대 회장 시절의 비서실장은 회장이 매일 출근하기 때문에 통제받는 비서실장이었으나, 李健熙 회장은 회사에 자주 나오지 않는 관계로 李鶴洙 비서실장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재무팀장으로서 삼성의 자금 흐름을 꿰뚫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역대 비서실장 중에서 가장 힘 있는 비서실장이다. 삼성 계열사의 웬만한 부회장들은 그 앞에서는 조심하는 편이다』
李鶴洙 본부장은 1994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사장에 취임했다. 그 얼마 후 盧대통령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로 위촉되었다. 당시 盧대통령은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3당 합당으로 위축된 「꼬마 민주당」의 당무위원이었다.
李鶴洙 본부장은 2년간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지내고 1996년 8월, 비서실 차장(사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2년 동안 盧대통령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盧대통령이 1994년 당시에 받았던 고문료에 대해 삼성의 한 임원은 『월 200만 원쯤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盧대통령이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로 위촉된 배경을 재벌 기업의 한 임원은 이렇게 해석했다.
『청문회 스타로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盧대통령은 당시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노동자의 편을 들고 대기업에는 비판적인 변호사였기 때문에 재벌로서는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분을 李鶴洙 대표가 고교 후배라는 이유로 자기 마음대로 고문변호사 자리를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李健熙 회장의 재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안이다. 먼 훗날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李鶴洙 대표에 대한 李健熙 회장의 신임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다』
李鶴洙 구조본 본부장은 盧武鉉 대통령과 삼성을 연결하는 고리다. 李鶴洙 본부장은 작년에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청와대, 『취임 전 변호사 활동 확인해 줄 수 없다』이 부분을 보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청와대 대변인실에 질문지를 보냈다. ▲대통령을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로 천거한 분이 李鶴洙 대표인지 李健熙 회장인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를 2년 동안 하다가 그만둔 이유가 무엇인지 ▲매달 고문료로 200만원을 받은 게 맞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실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의 상황이어서 대답할 수 없다. 사실인지의 여부도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기자는 「이상호 X파일」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李鶴洙 부회장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만나, 청와대에 보낸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李부회장은 한참을 묵묵부답하다가 『참 피곤한 세상이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검찰에 불려 다니는 요즘의 세상살이가 피곤한 것인지, 과거의 일을 밝히려 드는 기자의 취재가 피곤한 일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李鶴洙 부회장의 핵심 직계 金仁宙 사장李鶴洙 부회장의 핵심 직계가 金仁宙 재무팀장이다. 그는 올해 초 인사에서 구조조정본부 차장으로 승진했다. 구조본 차장은 사장급이다. 金仁宙 사장은 마산中·마산高를 거쳐 서울大 산업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했다. 그는 李鶴洙 부회장의 마산中 후배다. 金仁宙 사장은 李鶴洙 부회장처럼 제일모직에서 회계와 재무 업무를 배웠고, 비서실에서 재무팀을 맡아 李鶴洙 부회장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삼성 내부의 민감한 재무 현안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서 처리됐다.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그는 1~2년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왔다. 최근엔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높아가는 위상을 과시했다. 財界에서는 올해 마흔 일곱의 金仁宙 사장이 李鶴洙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에 오를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金仁宙 사장의 재무팀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7층에 있다. 이곳은 용무가 없는 경우엔 출입이 통제된다. 구조본에 소속된 他부서 직원들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재무팀은 직제상에 나타나지 않는 管財(관재)팀이란 비선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관재팀의 주 임무는 李健熙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다. 관재팀 실무자가 朴載仲(박재중) 상무인데, 그는 李鶴洙 부회장의 고려大 후배다.
2004년 1월10일, 大檢 중수부는 (주)창신섬유 강윤기 이사의 부산 집에서 액면가 1000만원짜리 제1종 국민주택채권 30장, 총 3억원어치를 압수했다. 이 채권은 (주)창신섬유 姜錦遠(강금원) 회장이 盧武鉉 대통령 후보 비서실의 자금담당 安熙正(안희정)씨에게 3억원에 할인해 주고 대신 받은 것이다.
姜錦遠 회장은 시그너스 골프장 주인인데, 盧武鉉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만큼 姜錦遠 회장과 가까운 사이다.
姜錦遠 회장이 받은 이 채권은 발행일이 2002년 11월18일로 대통령 선거 전이고, 상환일은 5년 후인 2007년 11월30일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기업들이 정치권에 준 정치자금은 이처럼 제1종 국민주택채권이었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발행하는 長期(장기) 低利(저리) 채권인데 1종과 2종, 두 종류가 있다. 1종은 상환기간이 5년이고, 2종은 20년이다. 이 채권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인기는 없으나 부동산 등기를 포함한 여러 인허가 과정에서 강제로 구입해야 한다.
제1종 국민주택채권은 수표처럼 부피가 가벼워 현금에 비해 전달이 용이하며 각종 인허가 서류에 첨부돼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 장점이다. 삼성이 李會昌 캠프에 현금 대신 255억원어치의 제1종 국민주택채권을 건네준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이다.
大檢 중수부는 盧武鉉 캠프로 들어간 삼성의 정치자금을 찾기 위해 이 채권을 추적했다.
2002년 당시 민주당의 파이프 라인은 두 갈래로 운용되었다. 盧武鉉 대통령 후보 비서실의 자금은 정무팀장 安熙正씨가 맡았고, 민주당 자금은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가 담당했다. 총무본부장은 李相洙(이상수) 의원이다.
검찰은 李相洙 총무본부장에 대한 조사에서 삼성이 민주당 選對委에 10억원의 정치자금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당은 이 중 7억원은 정식 영수증을 발급했고, 3억원에 대해서는 개인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해 주었다. 삼성이 건넨 채권은 흔적도 못 찾고, 대신 한화그룹이 제공한 국민주택채권 10억원과 금호그룹에서 낸 같은 종류의 채권 3억원을 발견하는 데 그쳤다.
검찰, 명동 바닥을 이 잡듯 뒤지다 |
| 2004년 초 검찰은 서울 명동의 채권 중개상들을 소환,「삼성 채권」을 이 잡듯이 뒤졌다. |
安熙正씨는 검찰 조사에서 李華泳(이화영·42·現 열린당 국회의원) 민주당 選對委 업무조정국장이 할인을 부탁한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李華泳 국장은 검찰에서 『그런 사실이 없으며, 무엇 때문에 安熙正이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금호그룹으로부터 받아 安熙正씨에게 할인을 부탁했다고 시인했다.
채권 수사에서 검찰은 관련자들의 부인으로 상당히 애를 먹었다. 검찰은 삼성의 자금 흐름에 정통한 李鶴洙 부회장과 金仁宙 사장을 소환, 추궁했으나 역시 성과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최대 채권시장은 서울 명동이다. 大檢 중수부는 명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검찰은 작년 초, 명동의 채권 중개인 거의 대부분을 검찰청으로 소환하는 방법으로 명동 바닥을 이 잡듯이 뒤졌다.
한 채권 중개인의 말이다.
『채권 거래는 모르는 사람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잔 돈 몇 푼 벌려고 정체도 모르는 채권을 샀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이 소개한 사람하고만 거래한다. 삼성에서 구입한 것은 액면가 1000만원짜리 제1종 국민주택채권이다.
검찰 수사관들은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이 채권을 산 삼성 직원의 이름과 채권 일련번호를 대라는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하고는 며칠 후에 재소환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추궁하니까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의 수사가 워낙 매서웠기 때문에 그 사건이 있은 후 명동의 채권 중개상들은 거의가 문을 닫았다. 1000만원짜리 1종 채권은 지금 명동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安熙正씨 공소장을 뒤늦게 변경한 사연명동 시장 조사에서 검찰은 삼성이 700억원 내지 800억원어치의 제1종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했고, 이 일에 삼성 직원 최혁○씨, 김철○씨 등 2명이 관련돼 있다는 점과 삼성이 구입한 일부 채권의 일련번호를 파악했다.
하지만 최혁○씨는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4년 1월에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고, 김철○씨도 국내에 없었다. 검찰은 이 2명에 대해 「입국시 통보」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는 즉시, 그 사실이 검찰에 통보되고 동시에 출국 금지상태에 처해졌다.
검찰은 확보한 채권 일련번호 추적에서 삼성이 구입한 채권 가운데 15억원을 창신섬유 회장 姜錦遠씨가 소지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그를 재조사한 끝에 安熙正씨로부터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安熙正씨는 그제서야 삼성 측으로부터 채권 15억원과 현금 15억원 등 모두 30억 원을 받았음을 뒤늦게 자백했다. 이 날이 2004년 3월7일로,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중간 수사 내용을 발표하기 하루 전 날이었다.
그 전까지 安熙正씨가 불법으로 받은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이 찾아낸 것은 21억9000만원이었다. 당시 安熙正씨는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 21억9000만원을 토대로 검찰은 安熙正씨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21억9000만원을 구형한 상태였다.
삼성 돈 30억원이 추가되면서 安熙正씨가 불법 수수한 정치자금 규모는 51억9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추가 기소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구형량도 징역 8년으로 1년 올렸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金榮馹(김영일) 의원이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된 그는 검사 출신이며 서울지검 특수2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安熙正씨가 삼성에서 받은 채권 15억원을 姜錦遠씨를 통해 현금화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의 大選 자금 수사는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권력」과 연결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자 검찰이 수사를 덮었다는 주장이다.
金榮馹 前 의원은 『검찰은 삼성이 2002년 大選에 대비해 구입한 제1종 국민주택채권 규모가 8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그 가운데 검찰이 찾아낸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2년 大選 자금의 진실은 찾아내지 못한 채권의 행방에 있다』고 말했다.
金榮馹 前 의원은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삼성에서 받은 채권 가운데 쓰고 남은 138억원은 삼성에 되돌려 주었다』며 『이 채권은 삼성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재가 확인된 「삼성 채권」은 李會昌 캠프에서 받은 255억원(이 중 138억원은 삼성에서 보관), 金鍾泌 자민련 총재에게 들어간 15억4000만원, 安熙正씨에게 준 15억원이 전부다. 결국 500여억원의 행방이 오리무중 상태다.
이 채권의 상환일은 거의가 2007년 11월 말이다. 때문에 2007년 大選 정국에서 이 채권이 핵폭탄으로 등장할 소지가 없지 않다. 이 채권은 상환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자가 소멸되고, 5년이 지나면 원금마저 소멸된다. 2012년까지 제시하지 않으면 휴지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한 채권 중개인은 『그 채권이 현금화를 위해 시중에 나올 경우, 소지자의 신분은 100% 공개된다』고 말했다.
安熙正씨에게 「삼성 채권」 15억원을 건넨 사람은 앞에서 언급한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朴載仲 상무다. 2004년 3월, 검찰 수사 당시 그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朴載仲 상무는 1991년에 1차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완쾌되었으나 1998년에 재발했다. 2차 완쾌된 상태에서 근무하다 2002년에 大選자금 전달이란 비밀스런 임무를 담당했고, 그러다 2003년에 3차로 위암이 재발해 삼성의료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검찰은 병실로 찾아가 朴載仲 상무의 진술을 받았다. 그는 安熙正씨에게 채권 15억원을 주었다는 사실과 해외에 나가 있는 최혁○-김철○ 두 사람이 채권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입원 중인 암환자여서 검찰 수사는 安熙正씨 진술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작년 5월21일 大檢 중수부는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마무리에 즈음한 발표문에서 검찰은 『이번 수사는 소위 「살아 있는」 권력 주변과 국회의원 등 정치권 비리에 대한 것이어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지닌 기업인들의 협조를 얻는 것이 지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검찰은 행방을 찾지 못한 「삼성 채권」 500억원에 대해 『채권의 일련번호를 알아야 추적이 가능한데, 이를 알고 있는 두 사람이 해외에 있어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내사중지 처분을 내렸다.
李鶴洙 부회장에 대해서는 「李會昌 캠프에 340억원, 盧武鉉 캠프에 30억원, 金鍾泌 자민련 총재에게 채권 15억4000만원 등 총 385억4000만원을 영수증 없이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大選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李鶴洙 부회장, 姜錦遠 회장 등 기업인들은 지난 5월, 석탄일 특사로 사면되었다.
채권 500억원의 행방을 추적할 결정적 증거일주일 후인 5월20일, 「삼성 채권」 500억원의 행방을 추적할 결정적 단서가 등장했다. 작년 1월 미국으로 출국했던 최혁○씨가 입국한 것이다. 최씨를 추적해 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본래 삼성증권 채권팀 차장이었다. 소속은 삼성증권이었지만 구조본 재무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활동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증권에서 공식 퇴사하고, 재무팀에서 필요로 하는 채권 등 비자금 관리를 해왔다. 800억원의 「삼성 채권」도 그가 중개했다. 최씨를 조사하면 盧武鉉 캠프로 흘러간 「삼성 채권」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
최씨가 귀국한 날, 大檢 중수부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통보를 받고 검거에 나섰으나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검찰이 최씨 검거에 주력하는 것은, 최씨와 함께 채권 매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철○씨가 작년 7월에 입국해 조사를 벌였으나 채권 매입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朴載仲 상무의 행적을 추적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 7월28일 위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아내는 서울 강남에 살고 있었다. 자식들은 모두 유학 중이었다. 그의 아내에 따르면 朴載仲 상무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편은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이 입원 중인 남편 병실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나중에 들었다. 검찰 조사에서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朴載仲 상무는 지난 1월, 입원 중인 상태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보다 상무 승진을 2년이나 빠르게 한 임원들은 아직 상무로 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삼성의 배려는 각별했다. 그의 장례 때는 金仁宙 사장이 참석했다.
朴載仲 전무의 행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망 직전까지 병실에서 MBC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당시 MBC에서는 「이상호 X파일」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유독 MBC 뉴스를 틀어 달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회사와 관련된 일인 것 같아 이유는 묻지 않았다. 남편은 뉴스를 보면서 혼잣말로 「윗분들이 걱정할 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세 번째 입원할 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전에 두 번 입원했지만 완치했기 때문에 무사히 치료 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도 남편의 심적 고통을 모르고 있었다.
생활 형편을 물어보자, 그녀는 『병원비 중 상당 부분은 회사에서 부담했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어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大選 후 돈 풍부했던 盧캠프대통령 선거가 끝난 2002년 12월26일, 민주당 選對委는 경기도 양평의 플라자콘도에서 해단식 겸 워크숍을 개최했다. 선거에서 고생한 각종 단체와 지역 책임자를 위로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1박2일로 진행되었다.
選對委 총무본부 업무조정국장 李華泳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安熙正씨가 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주는 격려금이라며 1억원을 내놓았다고 한다. 選對委 측은 이 1억원에 黨의 자금 1억원을 보태, 단체별로 500만원 내지 10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선거 후 盧武鉉 캠프에 돈이 풍족했다는 증거는 창신섬유 姜錦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에도 나온다. 인용하면 이렇다.
<검사: 진술인(姜錦遠)이 安熙正에게 위와 같이 3억1000만원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安熙正이 그 전에 진술인에게 돈을 맡겨 둔 것인가요, 아니면 빌려 준 것인가요.
姜錦遠: 2002년 12월19일 大選을 기준으로, 그 전에 제가 安熙正에게 돈을 주었다면 그것은 제가 무상대여하거나 그냥 준 것이라고 보면 되고, 大選 이후에는 제가 安熙正에게 돈을 줄 때를 전후하여 安熙正으로부터 제가 돈을 받았는데 거의 安熙正이 다른 데서 받은 돈을 저희 회사 자금으로 돌려 세탁해 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는 盧武鉉 캠프의 자금담당 安熙正씨가 大選 후에 「大選 잔여자금」이거나 「당선 축하금」 명목의 돈을 받아 姜錦遠 회장 회사에서 돈세탁을 했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삼성이 대통령 선거 전에 李會昌 캠프에 340억원을 주고, 盧武鉉 캠프에 40억원(安熙正씨에게 30억원+민주당 選對委에 10억원)을 주었다면 선거가 끝난 후에 그 차액을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금으로 내놓는 게 기업의 생존본능』이라고 주장했다.
잠적한 최혁○씨가 삼성이 구입한 채권의 규모와 일련번호, 사용처 등 새로운 사실을 공개할 경우, 검찰의 수사는 金仁宙 사장에서 李鶴洙 부회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李鶴洙 부회장이 종전처럼 『李健熙 회장의 私財로 채권을 구입하여 내 판단에 따라 정치권에도 주고 임직원 격려용으로 썼다』는 진술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검찰은 고심 중이다.
朴燦鍾 前 의원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
| 大選자금의 특수성과 책임의 한계성을 규정한 편지를 盧武鉉 대통령에게 보낸 朴燦鍾 前 의원. |
朴燦鍾 前 의원은 불법 大選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金榮馹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변호인이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鄭大哲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그의 경기高 후배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金榮馹 총장을 면회하는 자리에서 朴燦鍾 前 의원은 鄭大哲 위원장도 만나곤 했다.
작년 11월 말, 서울구치소 면회 자리에서 朴燦鍾 前 의원은 병색이 완연한 鄭大哲 위원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李會昌 총재를 만나서 청와대에 꼭 좀 전화를 걸어 달라』는 것이었다. 2002년 불법 大選자금 문제와 관련해 실무자들만 고생시키지 말고 그 내용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李會昌 후보와 盧武鉉 대통령이 담판지어 빨리 풀려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李會昌 후보가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朴燦鍾 前 의원은 지난 3월23일 盧武鉉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와 盧武鉉 대통령은 과거 부산변호사회 소속의 변호사로 같이 활동했고, 3당 합당 이후 「꼬마 민주당」을 같이 만든 인연이 있다. 이 편지에서 朴燦鍾 前 의원은 大選자금의 특수성과 책임의 한계성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중요 대목을 요약하면 이렇다.
<大選자금의 최종 귀속처는 大選 후보입니다. 기부 대상기업의 선정·교섭·획득 과정에는 李會昌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金榮馹씨는 획득된 자금사용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검찰은 金씨를 大選자금 모금 등 위법행위 전체의 책임자로 단정했습니다.
金씨가 더욱 억울한 것은 李會昌 후보와의 관계에 있습니다. 大選자금 속성상, 기증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알도록 확인하며 제공하는 것입니다. 거액이 기증되는데도 후보 자신이 모른다, 몰랐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정치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한나라당 경우도 大選자금의 획득, 사용의 최종 책임은 李會昌씨에게 귀속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사리가 이렇기 때문에 李會昌씨는 수사 초기에 검찰에 자수했습니다.
그는 검찰에서 大選자금의 모금, 사용 등의 행위들이 자신의 양해,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일로써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가 자수한 이상 검찰은 당연히 입건하고 피의자로서 필요한 조사를 하여 金榮馹씨 등 공범과의 관계를 따져서 종국적 처분을 했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자수한 그를 몇 시간 참고인으로 머물게 한 다음 「귀가」시키고, 한나라당 大選자금 위법행위의 최고 책임자는 金榮馹씨라고 단정, 구속 기소하여 징역 2년 형을 확정케 했습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 조사를 자청하라』검찰이 李會昌씨를 「귀가 처분」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대통령님 때문입니다. 민주당 불법 大選자금의 귀속점이 대통령 후보였던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를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워 후보간의 균형상 李會昌씨를 그렇게 처분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헌법상 대통령은 재임 중 소추만 유예될 뿐, 피의자로서 수사대상이 되고,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 것 입니다. 李會昌 후보가 자수한 이상, 대통령께서도 자수했어야 마땅합니다.
鄭大哲씨도 불법 大選자금의 속죄양이 되어야 합니까?
鄭씨는 黨의 대표로서 선거대책기구의 책임자였으나, 鄭씨 역시 大選자금 모금과정에 핵심적,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하부조직에서 저질러진 일들도 모두 그의 책임으로 전가됐습니다.
鄭씨의 경우는, 한나라당의 불법 大選자금 수사와의 균형상, 민주당 쪽의 속죄양으로 처벌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께 다음과 같은 건의를 드립니다.
대통령께서 먼저 불법 大選자금에 대하여 위법사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십시오. 아무리 작은 허물이라도 고해하고 위법사실이 있다면 스스로 조사를 자청하십시오. 그 다음, 이미 자수하여 사실을 밝힌 李會昌씨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입건하고 조사하십시오.
李會昌씨와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金榮馹씨와 鄭大哲씨에 대한 검찰의 처분, 형량 등이 적정한가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억울한 옥살이가 분명한 金榮馹, 鄭大哲씨 등을 李會昌 후보와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형 집행을 정지하십시오. 李會昌씨와 대통령께서는 金씨와 鄭씨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처지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과 나는 법조인으로서 형사소송법의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경구를 신봉하고 살아왔지 않습니까.
禮記(예기)에 「事親有隱而無犯 事君有犯而無隱(부모의 허물은 덮지만 임금의 허물은 밝혀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