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高泳耉-徐東晩-李鍾奭의 이념·前歷·인맥 : 월간조선

서울 서대문 로터리에서 독립문 쪽으로 100m쯤 가면 육교가 하나 있고, 육교 왼쪽 편에 조그만 골목길이 있다. 이 골목길을 따라 가면 서대문 천주교회가 나오며, 교회를 지나면 경기대학으로 향하는 길과 독립문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그 양쪽 길 사이에 동네 골목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시장거리에 허름한 4층 건물이 하나 있다. 현재 내부 수리 중인 이 건물의 2층에 지금부터 14년 전인 1989년 3월경, 한 단체가 貰(세)를 얻어 입주했다. 이 사무실에는 고려대 대학원 학생이었던 丁모씨를 비롯해, 서울대 대학원생 鄭모, 성균관대 대학원생 李鍾奭(이종석)씨 등 그 당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지에서 북한학을 연구한다는 젊은 석ㆍ박사과정의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들은 매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 이 사무실에 모여 「조선노동당의 역사」, 「金日成著作 선집」, 金日成의 抗日 빨치산 활동을 영웅시한 「항일무장투쟁사」 등 북한에서 펴낸 原典을 갖고 북한을 공부했다. 金日成 주체사상을 맹목적으로 맹신하는 主思派가 대학가 운동권을 장악하고, 공산주의 서적들이 확산되던 시절이었다.

1950년대 중반 간첩으로 남파되었다가 전향한 것으로 알려진, 「실록 南勞黨」의 저자 金南植(김남식)씨가 이 사무실에서 이들 젊은 대학원생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공안당국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공안당국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사무실을 수시로 옮겼으나 독립문 일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정체불명의 이 사무실에 대해 비밀 아지트 소재지를 근거로 「독립문 연구실」이란 이름을 붙였다.

盧武鉉 정부의 초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 임명된 李鍾奭씨는 이 사무실 출신이다. 정부 기관에서 작성한 「李鍾奭 파일」에 따르면, <李鍾奭은 1988년 8월 정치학계의 좌익 성향 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에 가입, 1989년 3월 丁모 등 3명과 함께 「독립문 연구실」이란 비밀 아지트를 개설하고 金南植 등을 통해 북한 原典을 입수, 주체사상ㆍ남한혁명론ㆍ金日成의 抗日무장투쟁 등에 관해 집중 연구하여 대학 學報, 잡지 등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 전파 확산>했다는 것이다.

李鍾奭과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에 대하여

李鍾奭씨가 사무차장으로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이하 NSC)는 盧武鉉 정부의 외교ㆍ安保ㆍ통일정책을 총괄 조정 지휘하는 부서다. 朴正熙 대통령 시절인 1963년에 신설된 이 기구는 대통령, 국무총리, 통일부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이 정하는 약간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회의의 의장이다.

NSC와 國家情報院 관계는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10조(國家情報院과의 관계)에 의거, 國家情報院長은 국가 安全보장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모집, 평가하여 이를 회의에 보고하고 심의에 부치도록 되어 있다.

NSC의 사무를 처리하는 부서가 사무처이며, 사무처 책임자는 처장으로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보좌관 羅鍾一(나종일)씨가 처장을 겸임하며, 처장 바로 밑의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가 사무차장 李鍾奭씨다. 사무차장은 차관급이다.

盧武鉉 정부의 NSC는 金大中 정부의 NSC와 비교할 때 기능과 조직, 인원면에서 대폭 확대되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기존 NSC 사무처를 통합, 대통령 직할체제로 확대 개편되었고 인원도 80여명으로 기존 NSC 사무처의 10명에 비해 여덟 배나 증가했다.

사무처장 산하에는 전략기획실ㆍ정책조정실ㆍ정보관리실 등 3개의 室과 위기관리센터가 있다. 위기관리센터는 국가적 災害와 災難을 다루는 부서인데 앞으로 신설될 災難관리청과 국가안전위원회도 관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기획실은 중ㆍ장기 국가 안보전략을 기획하는 부서이며, 정책조정실은 북한 核문제와 韓美관계, 남북관계 등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각 부처의 입장을 조율하는 곳이다.

정보관리실은 國家情報院ㆍ통일부ㆍ외교부ㆍ국방부 등 安保 관련 부처의 정보를 매일 취합해 종합 판단을 내린 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곳으로, 이번에 신설되었다.

지난 4월22일 국회 情報委 주최의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高泳耉(고영구)씨에 대한 人事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李鍾奭 NSC 사무차장은 자신의 역할과 정보관리실의 임무에 대하여 이렇게 증언했다.

『외교 안보 부처들의 업무 중에서 조정하고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을 조정ㆍ협의하는 것을 제가 실무적으로 관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情報에 대해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이, 엄청나게 정보가 생산되어도 그것이 대통령 1인을 위해서, 단 두 페이지의 보고서를 위해서 존재했지 필요한 곳에 정보가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보관리실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정보를 원하는 곳에 유통시키는 것이 정보관리실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그 다음에 NSC 내에 역시 외교 안보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청와대內에 외교 안보 정보를 공급하는 방법은 필요에 따라서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지 정기적으로 보고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관리실의 현재 인원은 10자리 이하의 숫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國情院 만큼 분석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분석된 정보를 필요에 따라서 취합할 뿐입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鄭亨根 의원은 李鍾奭 참고인에게 『국군기무사나 國情院의 외교ㆍ안보ㆍ북한 관련 보고서를 李鍾奭 참고인이 전부 독점해서 받아서, 李鍾奭 참고인이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체제를 잡고, 國情院에 근무하는 동창 등을 통해 國情院 핵심 인사에도 관여하며 國情院을 장악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이 퍼지고 있다』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李鍾奭 참고인은 『사실무근』이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원 진학한 李鍾奭

李鍾奭(45) NSC 사무차장은 1958년생으로 성균관大 행정학과 78학번이다. 출생지는 경기도 남양주. 이 지역에서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李聖浩(이성호)씨가 그의 삼촌이다.

그가 대학을 다녔던 1978년은 朴正熙 대통령의 維新 말기였고, 이어지는 1980년의 光州사태로 대학가는 反정부 데모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李鍾奭 학생은 데모와는 거리가 먼, 考試 준비생이었다. 集示法(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재학 중 考試를 통과못한 그는 1984년 대학 졸업과 함께 직장에 취직,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걷다가 스물아홉의 나이에 성균관大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행정학에서 정치외교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석사 2년차이던 1988년 「한국정치연구회」에 가입하면서 李鍾奭은 진로를 바꾸게 된다.

「한국정치연구회」는 李壽仁(이수인ㆍ사망ㆍ前 영남大 교수, 평민당 국회의원), 崔章集(최장집ㆍ고려大 정치외교학과 교수), 孫浩哲(손호철ㆍ서강大 정치외교학과 교수), 孫鶴圭(손학규ㆍ前 서강大 정치외교학과 교수, 現 경기도 지사)씨 등 소위 진보 성향의 교수들이 보수 성향의 「한국정치학회」에 대항해서 1987년에 만들었다.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서구의 정치이론을 답습하는 기존의 연구 방식에서 탈피해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의 문제를 연구하겠다는 의도에서 「한국정치연구회」가 태동했다. 한국정치연구회는 ▲국제정치 ▲한국정치사 ▲정치사상 ▲정치이론 ▲북한정치 연구 등 5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앞에서 언급한 李鍾奭씨 등 젊은 대학원생들이 북한정치 연구팀 멤버였다. 이들은 한국정치연구회와는 별도로 독립문에 사무실을 얻어 북한 原典 공부를 시작했다.

「독립문 연구회」 탈퇴자 증언

기자는 「독립문 연구회」 멤버로 참여했다가 북한 原典을 통해 북한을 공부하면서 북한체제의 잔혹한 실상을 확인한 후 연구회를 탈퇴한 복수의 교수들을 만났다. 이들은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정치연구회는 어떤 단체였습니까.

『우리 사회에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이 1987년입니다. 全斗煥 대통령의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의 저항이 1987년 6ㆍ10 사태로 분출되었고 6ㆍ29 선언과 함께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돌입합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일부 소장파 학자들은 좀더 조직화해서 보수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며 사회 변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들은 민주화 바람에 편승해 좌파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정치연구회를 주도한 교수들은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에 가까운 시각을 가졌습니다. 극좌도 있고, 좌파적 성향의 자유주의자도 있었습니다. 한국정치연구회에 가입한 대학원생들은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계급론, 자본론,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집중 공부했습니다』

―「독립문 연구회」는 어떤 성격의 단체였습니까.

『1988년, 1989년 무렵의 대학가 話頭(화두)는 북한 바로 알기였습니다. 이 운동에 편승해 한국정치연구회 소속 대학원생 중 일부가 북한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독립문 부근에 사무실을 얻었습니다. 공안당국에서 말하는 「독립문 연구회」가 이 사무실입니다. 회원은 10명 남짓인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丁海龜, 鄭大和, 李鍾奭씨 등입니다. 북한 原典을 공부하고 통일문제 전문가라는 金南植씨를 초빙해 세미나도 가졌습니다』

丁海龜(49)씨는 연세大 행정학과 75학번이다. 대학 졸업 후 고려大 대학원으로 적을 옮겨 崔章集 교수 지도 아래 석ㆍ박사를 마쳤다. 「남북한 분단 정권 수립 과정 연구」란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 논문은 大邱 10ㆍ1 폭동을 주제로 썼다.

丁海龜씨가 쓴 논문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등장과 한국전쟁」, 「美軍政과 좌파의 노동운동」, 「美 군정기 인민정권 수립 운동」, 「분단과 이승만」 등 주로 해방 정국에 관련된 것이었다.

성공회 대학 사회과학부 조교수로 있는 丁海龜씨는 盧武鉉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치개혁연구실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鄭大和(47)씨는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상지大 교양학부 교수다. 국정홍보처에서 운영하는 K-TV에서 정치ㆍ사회문제 사회자로 활동 중이며 韓總聯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金南植(79)씨는 日帝시대 조선공산주의 운동을 하고, 광복 후 南勞黨(남로당)에 가입했던 사람이다. 越北 경력도 있다.

李鍾奭과 宋斗律 관계

―金南植씨는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독립문연구회에서 토론회에 초청한 북한 전문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간첩으로 남파되었다가 전향한 사람인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가와 재야 세력이 親北으로 쏠리던 1980년대 후반 親北 단체의 행사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가치 중립적이란 입장을 취한다고 하면서 북한 옹호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독립문 연구회에 나와서도, 예컨대 북한에서 발생한 反종파 사건에 대해 물으면 우리들의 구미에 맞게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李鍾奭 NSC 사무차장은 어떤 성향의 사람입니까.

『삼촌이 여당 국회의원이고, 본인은 대학 시절 운동권이 아닙니다. 親北 좌파적 시각을 가질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나이 어린 후배들과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생관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경쟁에서 처지지 않고 후배들보다 앞서 가려고 하다 보니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자기 것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가 대학원에 들어왔을 무렵,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시작되자 그는 북한學을 자기 것으로 特化(특화)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1988년 무렵 독일 훔볼트 대학 前 교수 宋斗律(송두율)씨의 「內在的(내재적) 접근론」이 국내 학계에 소개되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를 북한의 입장에서 보고 북한을 비판하기 전에 실체를 인정하자」는 것이 內在的 접근론입니다. 宋斗律은 「소련과 중국」이란 책 서문에 「사회주의 체제를 공부하기 위한 방법으로 먼저 이들의 체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판은 그 다음」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해하고 나서 비판하자는 논리는 말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해를 하고 나면 비판이 어려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 내재적 접근론을 북한학 연구에 깊이 활용한 사람이 李鍾奭입니다. 그는 영민했습니다. 북쪽으로 치우쳤을 경우, 한국 사회에서 발을 붙이기가 힘드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좌우를 균형 있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宋斗律의 內在的 접근론을 차용하면서도 비판이란 단어를 집어 넣어 「內在的 비판적 접근론」이란 자기 나름의 분석 틀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조선노동당의 지도 사상과 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 앞 부분에 연구방법론이 나오는데 「內在的 비판적 접근」을 취했다고 밝혀 놓았습니다』

李鍾奭씨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內在的 비판적 접근론」을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내재적 비판적 접근 방법이란 연구 대상이 되는 사회나 집단의 내재적 작동 논리(이념)를 이해하고 그것의 현실정합성과 이론ㆍ실천적 특질과 한계를 규명해 내려는 접근 관점을 말한다(중략). 그러나 북한 연구에서 이 접근 방법이 강조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많은 북한 연구가 북한의 내재적인 논리가 완전히 무시된 맹목적인 전체주의적 접근이나 표피적인 선정주의적 접근에 의해서 오염되어 왔기 때문이다. 본래 내재적 비판적 접근 방법은 독일의 루츠, 바이메, 宋斗律 등에 의해서 연구에 적용되고 국내에는 宋斗律 교수를 통해서 처음 소개된 내재적 접근법에 필자가 그 뜻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비판적」이란 말을 덧붙인 것이다>

「宋斗律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李鍾奭씨의 북한학 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의 틀을 제공한 宋斗律씨는 「김철수란 假名을 가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다(月刊朝鮮 1998년 8월호 참조). 이 사실은 망명한 前 북한 노동당 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저서 「북한의 진실과 허위」란 책을 통해 공개되었다. 「김철수」란 이름은 1994년 金日成 장례식 때 장례위원 서열 23위로 발표되었다. 이때 「김철수」는 다른 장례위원들과 달리 직책이 생략되었다.

독일에 거주 중인 宋斗律씨는 金日成 장례식 때 북한 「장의위원회」 초청을 받아 장례식에 참석했었고, 金正日도 만났다. 이러한 사실은 宋斗律씨가 시사 주간지 「한겨레 21」(1994년 8월1일자)에 기고한 「김주석이 떠난 북한 방문기」에 자세히 실려 있다. 宋斗律씨가 「김철수」란 주장은 宋斗律씨가 黃長燁 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國情院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더욱 굳어졌다. 국정원도 독자적인 정보수집을 통해서 宋斗律씨와 김철수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宋斗律씨의 內在的 접근론은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와 더불어 사회주의 이론이 위기에 몰리고 있던 시점에 발표돼, 국내 좌파 지식인들에게 국면 전환의 논리로 지원되었다.

李鍾奭 NSC 사무차장이 관계했던 「독립문 연구회」는 1989년부터 시작한 북한 연구 결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북한정치론」이란 이 책은 1990년 3월5일 백산서당에서 출간했다. 주체사상, 혁명 이론, 抗日 무장투쟁, 한국전쟁, 조선노동당의 구조와 발전 등 16장 4부로 이뤄진 이 책의 서문은 당시 한국정치연구회 회장인 李壽仁 교수가 썼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책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한국정치연구회에서 북한 정치를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획한 정치학 강좌 시리즈의 네 번째 공동 저작집이다. 이 책은 한국의 진보적 사회과학도들에 의해 처음으로 수행된 북한 정치 및 사회에 대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공동 연구라는 점에서, 그리고 반공적이고 反북한적인 시각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전망과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북한에 대한 규명과 비판적 이해의 시각에 의해 연구된 결과라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독립문 연구회」를 탈퇴한 복수의 교수들은 『북한정치론은 집필자 이름이 빠진 채 한국정치연구회 이름으로 출간되었지만 金日成의 항일 무장투쟁사와 한국전쟁 등은 李鍾奭씨가 집핍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 언급된 한국전쟁 부분을 요약, 발췌하면 이렇게 되어 있다. 참고 문헌은 「조선전사」, 「조선통사」, 「조선노동당 략사」, 「조선노동당 력사 교재」 등 거의가 북한 原典이다.

<어떠한 전쟁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서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은 수단을 달리한 정치의 연속으로 각 전쟁 주체들의 계급적 성격 및 전쟁 수행 의도가 그 전쟁의 본질과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쟁 이전 38선 부근에서 「작은 전쟁」이 행해지고 있었던 한반도에서, 6월25일 전면전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점은 무엇이었는가, 즉 北侵인가 南侵인가의 문제는 한국전쟁을 살펴보는 데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는 전쟁 주체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전쟁에 임했는가 하는 것이다>

金日成의 抗日 무장투쟁 부분을 요약 발췌하면 이렇다.

<金日成은 朝中(조중ㆍ조선과 중국) 국경지역이며 조선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東滿(동만) 일대를 배경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공산주의자들 중에서는 최고 지도자였다. 더욱이 그가 항일 연군 제1로군 6사 사장 시절 조국광복회 조직을 주관하면서 치른 보천보 전투 등 수차례에 걸친 국내 進攻 전투는 국내 조선인들 사이에 그의 이름을 신비화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오늘날 많은 金日成 비판가들이 그의 명망성을 부정하고 있으나 몇 가지 자료들은 金日成이 국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중 국내 민중들에게 알려진 그의 명망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은 1943년 「남조선의 소학교 6년생과 중학교 2년생을 모아 놓고 현재 일본에서(조선인 포함) 누가 제일 위대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을 무기명으로 조사해 보았다는 한 일본인의 진술을 들 수 있다. 그의 설문 조사 결과 놀랍게도 학생들 중 67%가 김일성을 써냈다고 한다>

주체사상을 실패로 단정

李鍾奭 NSC 사무차장의 석사학위 논문은 「북한 지도집단의 抗日 무장투쟁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연구」이다.

북한정치를 연구한 한 교수는 『보천보 전투를 비롯한 金日成의 抗日 빨치산 운동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일 뿐 학계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분야다. 李鍾奭씨는 북한의 자료를 제대로 검증 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관에서 작성한 「李鍾奭 개인파일」은 이 논문에 대해 「金日成 항일 투쟁을 미화 찬양했다」고 평가했다.

「독립문 연구회」의 한 멤버는 『석사학위를 끝내고 박사과정에 들어간 1990년 초반에 李鍾奭씨가 대학 學報나 校誌 등에 기고한 북한 관련 글은 매우 親北的 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3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李鍾奭씨는 기존의 태도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박사학위 논문의 「결론-평가와 전망」에서 그는 주체사상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주체사상은 유일 지도체계에 복무하면서 보편적 사상 이론으로 무모한 도약을 시도함으로써 굴절되었다. 특히 주체사상은 이 사상의 사회 역사원리가 金日成의 유일지도를 합리화시켜 주기 위해 목적론적으로 혁명적 수령관과 결합하면서 결정적으로 왜곡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원래 「인민 대중의 자주성 실현」의 사상으로 제시되었던 주체사상이 혁명적 수령관의 영향을 받아 「수령의 지도를 혁명과 건설을 성공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담보」로 주장함으로써 스스로가 역사발전의 주체로 천명한 「인민 대중」을 역사의 피동체로 전락시킬 논리적 모순을 내재적으로 담지하게 되었다(중략)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 수령, 즉 정권의 붕괴는 국가의 붕괴이자 전체사회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金正日 체제의 붕괴는 곧 전체사회의 붕괴로 직결되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사회의 존립과 발전을 전제로 한 유일지도 체계의 해체는 역설적이지만 이 체계를 자신의 권력기초로 삼고 있는 金正日이 스스로 이 체계의 해체에 나서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길은 위험하고 가능성도 불투명한 길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이 밖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李鍾奭 파일」에 기록된 활동

李鍾奭씨는 2년 만에 석사를, 4년 만에 박사를 끝냈다. 석사 학위 취득 후 경희大, 부산大, 서강大, 성균관 大에서 시간강사로 전전하던 그는 1994년 9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되었다. 연구위원이 되는 과정에서 당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었던 林東源前國情院長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후의 행적에 대해 정부 기관에서 작성한 「李鍾奭 파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994년 9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임용된 후에는 兩非論을 동원, 한겨레신문 등을 통해 정부 對北 정책 비판, 북한 對南 정책 비호,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 등 활동을 지속하면서 연구소의 대외적 공신력을 이용, 북한 학계 권위자로 행동하면서 1995년, 1997년 2회에 걸쳐 北京「남북학술회의」에 참가하고 방송 출연 등 활동 반경을 확대해 왔음>

이 파일에는 李鍾奭씨가 1988년 이후 대학 學報 등에 기고한 50여 건의 글과 강연회 발언 내용이 기록돼 있는데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거주 이전ㆍ여행 자유 제한은 사회주의 특성과 남북 군사 대치하에서 택한 방어적 조치이다(1990년 2월호 사상문화운동).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은 反北 이데올로기를 타파하고 자주적인 통일운동을 촉진시키는 범국민운동이다(1990년 역사비평 가을호).

▲통일의 제1요건은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자주성 확립과 평등의 존중이다. 駐韓 미군이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변명이다(1990년 3월 성균관大學報).

▲문민정부는 反共, 反北에 의존했던 냉전 수구세력과 결별해야 하며, 정권 안보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국가보안법 등 구시대적 反共反北 관계 법안은 폐기해야 한다(1994년 실천문학 봄호).

▲金正日은 오케스트라 연주 중 특정 연주자의 반음 착오까지 알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종자론이라는 영화예술론까지 내놓을 정도로 문예 이론도 상당한 수준이다(1994년 7월12일자 한겨레신문).

▲金正日 정권은 매우 안정적 구조를 띠고 있으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金日成 시대보다 더 적극적이다(1995년 2월 金正日 정권의 전망과 우리의 대응방향).

李鍾奭과 黃長燁의 논쟁

2001년 7월23일, 前 북한 노동당 비서 黃長燁씨는 「최근의 비판 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글을 全 언론사에 돌렸다. 黃長燁씨의 이 글은 李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한국일보에 기고한 黃비서의 미국 방문 부당성을 지적한 글에 대한 비판이다.

李鍾奭씨가 기고문에서 주장한 미국 방문 부당의 근거는 이렇다. 첫째 黃비서의 미국 방문은 국가 이익에 배치되기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 되며, 둘째 黃비서는 엄청난 고급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국가공무원과 같은 자세로 정부 의사에 무조건 순종할 의무가 있으며, 셋째 특수관리를 받고 있는 망명자에게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黃비서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李鍾奭씨 글에 대해 黃長燁씨는 조목조목 비판을 가한 뒤 이렇게 결론 내렸다.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세상에는 절대적인 천재가 한 사람밖에 없다는 주장을 반대해 보려고 헛되이 많은 애를 썼지만, 여기 남한에 와서는 천재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들이 풍기는 냄새 때문이다. 아마도 젖비린내인 것 같다>

북한에 대한 李鍾奭 사무차장의 최근 견해는 작년 10월에 발간된 그의 책 「새로 쓴 현대 북한의 이해」에 들어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李鍾奭 사무차장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기 위해서는 북한의 공식 문헌이 보여주는 규범과 현실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 쓴 북한의 이해」에서 李鍾奭 사무차장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북한은 우리의 敵이기도 하고 형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을 「적대적인 형제」로 규정한다. 敵이라는 「현실」과 끌어안아야 할 형제라는 「당위」가 모두 오늘의 북한 속에 공존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중적 현실 인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적대성을 감소시켜가며 공존과 동반자 관계로 이끌어가는 지혜와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필자의 북한 인식이다>

徐東晩의 東京 유학

국회 情報委 소속 여야 의원들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國情院 기조실장에 임명된 徐東晩(47)씨는 1956년생으로 李鍾奭 NSC 사무차장보다 두 살 많다. 徐東晩 실장은 경기高 출신이며 서울大 정치학과 75학번이다.

경기高 동문들이 기억하는 徐東晩 학생은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운동권 서클에 가입하면서 徐東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高泳耉씨에 대한 人事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徐東晩씨를 지켜본 경기高 동문들은 『이(증인) 서동만이가 그(경기高) 서동만이냐』고 말할 정도였다.

徐東晩 기조실장은 1978년 8월 긴급조치 7호 위반으로 구속된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았으나 당시 영등포지원 판사인 高泳耉現國情院長에 의해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이란 가벼운 형을 선고받고, 8개월간 옥살이를 한 뒤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국영기업체 사장이었던 그의 부친은 직장을 잃었다고 한다. 감옥에서 풀려난 운동권 출신들의 行路가 그렇듯이 徐씨는 출판 관련 일을 하며 1983년에 창립된 民靑聯 회원이 되었다. 당시 民靑聯 의장은 金槿泰(김근태) 現 민주당 의원이다. 徐씨는 민청련에서 열성적으로 일했다고 한다.

1986년 徐東晩씨는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東京大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에 적을 두고 국제관계론을 공부했다. 1990년에 석사학위를 받고, 1995년에 「북조선에 있어서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ㆍ1945~1961」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된 북한의 노동당ㆍ정부ㆍ사회단체ㆍ黨 대회 간부 이력서는 종래 발표된 북한 인명록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서동만을 아는가」

徐東晩씨의 석사,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가 東京大 와다 하루키(和田春樹)이다. 와다 하루키는 소련 및 북한문제 전문가이자 일본 사회당의 이론가라고 한다. 일본 사회당의 對北 정책 입안자는 와다 하루키로 알려져 있다.

정치외교학 전공의 한 교수는 와다 하루키에 대해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으며, 金日成의 항일 빨치산 투쟁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親北 학자』라고 평가했다.

와다 하루키를 국내에 최초 소개한 언론 매체는 월간 말誌이다. 월간 말誌는1995년 4월호에 와다 하루키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徐東晩씨가 東京大 박사과정 수료자 신분으로 썼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 6ㆍ25의 새로운 진실을 들어본다」라는 제하의 이 기사는 徐東晩씨가 질문하고 와다 하루키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중앙일보 권영빈 편집인은 지난 5월9일 「서동만을 아는가」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우리 사회의 관행상 친북 좌파란 「빨갱이」다. 빨갱이의 기본 조건은 6ㆍ25 전쟁과 주체사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서동만은 6ㆍ25를 「金日成의 참담하게 실패한 무력통일」로 규정하고 주체사상을 종파 사건을 계기로 권력집중화를 향한 개인 우상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런 그가 빨갱이인가>라며 徐東晩씨를 옹호했다.

그러나 와다 하루키와의 인터뷰에서 徐東晩씨가 던진 첫 질문은 6ㆍ25 전쟁의 성격 규정과 관련된 것이었다. 徐東晩씨는 와다 하루키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 사회에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은 「金日成의 적화야욕」일 것입니다. 이것에 대립되는 의견은 「누가 먼저 총을 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당시는 양 진영의 대치관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하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의 발생 원인에 대한 이 두 가지 통념에 대해서 평해 주시고 전쟁의 원인을 인식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 질문에 와다 하루키는 『1948년에 조선반도의 全지역을 스스로의 영토라 선언하는 두 개의 국가가 대항적으로 출현한 이상, 이들 국가는 평화적 수단이 아니라 군사적 수단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영토의 완전 지배를 지향하게 될 필연성이 있었습니다』라고 전제한 후 『질문하신 바의 두 개의 통념은 각각 나름대로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1995년 귀국한 徐東晩씨는 경남大 극동문제연구소에서 2년간 객원 연구위원으로 있다가 1997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이곳에서 4년을 근무한 후 2001년 3월 상지大 교수가 되어 교양학부에서 북한 정치를 가르쳤다. 그해 10월엔 李鍾奭씨와 함께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기획위원이 되었다.

徐東晩, 李鍾奭, 와다 하루키

귀국 후 徐東晩씨는 국방백서에 북한을 主敵이라고 표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글을 쓰기도 했고, 우리 해군 장병이 사망한 서해교전 사태 때는 『金正日이나 평양에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고 야전지휘관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주장, 파문도 일으켰다. 그는 「언론이여 색안경을 벗어라」는 제목의 대담에서는 「朝鮮日報는 수구세력의 거점이자 야당의 정치역할을 대행하는 정치세력」이라는 주장도 폈다.

徐東晩씨는 국회 情報委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와다 하루키가 親北 학자로 분류되고 있는 것을 아느냐』는 한나라당 李允盛 의원 질문에 『정반대의 평가도 듣고 있다』며 『잘못된 분류』라고 말했다. 그는 와다 하루키를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가장 양심적인…』이라고 옹호했다.

國情院 기조실장은 國情院 예산과 인사를 담당하는 정무직 차관급 자리다. 이러한 예산 집행을 통해 國情院에서 하는 모든 일을 소상히 꿰뚫는 자리다. 이런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국회 情報委는 여야 합의로 「親北 편향성」을 이유로 그의 기조실장 임명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李鍾奭 NSC 사무차장과 徐東晩國情院 기조실장은 학번이 다르고, 학교가 다르고, 운동 경력도 같지 않지만 와다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일치한다. 李鍾奭 사무차장은 대학원생 시절인 1992년 와다 하루키가 쓴 「金日成과 만주 항일전쟁」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主思派로 활동하다가 우파로 돌아선 한 정치학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기로 盧武鉉 대통령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이념적 색채는 없는 분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최종 학력이 商高인 盧대통령은 신분 상승의 한 수단으로 사법고시에 도전해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의 최대 목표는 대통령인데 盧대통령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와 대학가 운동권 세력을 발판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시민사회단체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더라면 당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와 운동권은 盧대통령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하나의 발판으로 이용한 도구였지 盧대통령 본인이 운동권이라는 것과는 본질이 다릅니다. 다시 말해 盧대통령의 머리 속에 운동권 논리가 일부 입력돼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李光宰, 대통령 의전팀장 徐甲源, 민주당 국책연구소 부소장 安熙正씨 등 盧대통령이 동지처럼 생각하는 측근들은 다릅니다. 이들이 전향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李光宰, 安熙正, 徐甲源

그는 盧武鉉 대통령 측근들의 前歷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연세大 83학번인 李光宰(38) 국정상황실장은 운동권에서 인정하는 전략가입니다. 데모 기획을 그처럼 빠르게,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데모 효과의 극대화 방안은 그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전면에서보다 주로 배후에서 일했습니다. 李光宰 실장은 졸업 후 부산에서 위장 취업하다 투옥된 경력이 있습니다.

고려大 83학번인 安熙正(38)씨는 고려大 애국학생회 사건과 反美청년회 사건에 연루돼 투옥 경력이 있는 운동권 핵심 멤버입니다. 대학가에 主思派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 말이며, 초창기 활동 무대는 서울대학으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서울大主思派는 1986년 전위조직으로 구국학생연맹을 결성하는데 이에 대응해 고려대에서는 애국학생회가 창설되고, 연세大엔 구국학생동맹이란 단체가 등장합니다. 이 세 개를 모두 主思派가 장악했습니다. 李光宰 실장은 연세대 구국학생동맹 멤버였습니다.

고려大의 애국학생회를 발전시킨 것이 安熙正씨 주도의 反美청년회입니다. 1989년에 결성된 反美청년회는 전국 대학가에 뿌리를 내린 反美 운동세력이었습니다. 이 反美청년회가 全大協(전대협ㆍ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前身입니다. 徐甲源(41) 의전팀장은 국민大 운동권 출신입니다.

이들은 李鍾奭-徐東晩씨와 「코드」가 일치합니다. 李鍾奭, 徐東晩씨가 국가 안보기관의 실무자로 임명된 배경에는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입니다. 親北 성향의 이론가와 1980년대 대학가 主思派 출신들이 지금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 國情院을 장악해 戰線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鄭燦龍(정찬용ㆍ53) 청와대 인사보좌관, 文在寅(50)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전력에서 볼 때 이들과 「코드」가 거의 같습니다. 이들이 戰線의 한 축 붕괴를 막기 위해 徐東晩 카드를 밀어붙였다는 논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제가 알기에 청와대內 비서관ㆍ행정관 중에서 20여 명이 과거 운동권으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盧武鉉 대통령은 운동권, 主思派 속에 싸여 있다는 현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너무나 조용한 高泳耉 국정원장

高泳耉(64) 국정원장은 강원도 정선 출신이다. 영월중학을 나와 국립체신高를 거쳐 1959년 건국大 법학과에 입학했다. 1960년 제10회 고등고시에 합격, 판사의 길을 걸었고, 1969년에 잠시 변호사 개업을 하다가 판사로 재임용되었다. 1980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법복을 벗고, 제11대 국회에서 민한당 의원을 지냈다.

李種南 감사원장, 한나라당 金淇春 의원, 全斗煥前 대통령의 법률고문 李亮雨 변호사, 朴燦鍾前 의원이 그의 考試 동기생이다. 朴燦鍾前 의원은 高泳耉 국정원장에 대해 『바로 옆에서도 숨소리를 들을 수 없는 조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져 있지만 투사가 아니고, 이념적 색깔도 없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게 朴燦鍾前 의원의 총평이다.

판사 시절, 주로 민사사건을 담당했는데 주목할 만한 판결이 없으며, 11대 국회에서 민한당 법사위 소속이었는데 속기록에 남아 있는 발언도 거의 없다. 북한 인권문제를 개인적으로 제기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高泳耉 국정원장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1986년), 민중정당 결성을 위한 민주화추진연합회 공동 대표(1990년), 박종철 기념사업회 공동 의장(1990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초대 회장(1994년), 한국인권단체협의회 상임 대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고문(2000년) 등 여러 단체에서 「얼굴」 역할을 해왔다.

『애국심을 느끼기 어렵다』

국회 情報委 인사 청문회에서 민주당 咸承熙 의원은 高泳耉國情院長 후보자가 스스로 작성, 제출한 인사 자료를 근거로 이렇게 평가했다.

<유감스럽게도 高후보자의 인생 역정을 살펴보면 과거 한때 권위주의 정권 탄압의 그늘속에서 인권보호를 위해서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그 이상의 국가에 대한 어떤 충직한 애국심 같은 것은 느끼가 어려워요. 高후보자는 20여 년 동안 黨籍을 다섯 번이나 바꾼 정치행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며 인생을 살아온, 정치철학이 없는 인물로 비쳐져 보입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高泳耉 국정원장은 대법원이 利敵단체로 규정한 韓總聯과 韓統聯에 대한 시각, 그리고 간첩 金洛中에 대한 평가에서 사상의 편향성을 드러냈다. 인용하면 이렇다.

〈柳興洙 위원 북한은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가장 위험한 세력이라고 생각하시지요.

高泳耉 그러한 측면과 앞으로 평화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남북의 협력, 공동 번영의 측면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柳興洙 위원 韓總聯을 어떻게 생각하며 수배자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高泳耉韓總聯을 利敵단체로 본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韓總聯에 대해서 利敵단체로 판단한 대법원의 판결은 5기 韓總聯에 대한 것입니다. 韓總聯은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성향이나 운동방식이 변화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된 사태에 대해서는 국가도 역시 변화된 사고에 의해서 韓總聯에 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柳興洙 위원 그동안 후보자가 보여 온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은 2000년도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고문직을 맡은 바가 있고, 이러한 것은 국가보안법의 일정 부분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폐지해 버리자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高泳耉 국가보안법에 대한 생각은 일정 부분 개정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咸承熙 위원 高후보자는 1992년 金日成으로부터 200만 불의 공작금을 받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당시 간첩혐의를 받았던 金洛中에 대한 석방운동을 한 적이 있네요. 또 1978년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상의 反국가단체로 판시된 한민통 前身인 소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약칭 韓統聯을 위해서 활동한 적도 있네요.

『북한 인권문제 제기한 일 없다』

高泳耉 그런 일이 있습니다. 金洛中씨 문제, 韓統聯 문제에 대해서 제가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뜻에서 그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있다하더라도 그들의 범죄 동기라든지 또는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했던 것에 대한 평가들로 비추어 보아서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순수한 뜻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鄭亨根 위원 후보자께서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한 적이 있습니까

高泳耉 개인적으로 제기했던 일은 없습니다.

千容宅 위원 韓統聯 대책위는 한통련의 反국가단체 규정 해제와 조직원의 자유 왕래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高泳耉 …

千容宅 위원 1995년 9월 대법원은 한민통이 韓統聯으로 명칭만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실체에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韓統聯 역시 反국가단체로 판시하고 있고, 국정원도 한통련을 反국가단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장에 임명된 이후에 韓統聯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高泳耉 그 판결들을 전부 검토해 보면 韓統聯을 反국가단체로 볼 만한 이유 說示(설시)가 매우 부족합니다. 제 법률적 견해에 따르면 韓總聯은 利敵단체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면 再審이라든지 새로운 판례 변경 등에 의해서 韓統聯을 反국가단체의 낙인으로부터 벗겨주는 것이 옳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李揆澤 위원 20만 명이 넘는 정치범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고, 재판 없이 사형이 집행되는 북한 인권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高泳耉 북한의 인권상태가 아주 열악하다는 인식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과연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실효성을 볼 때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朴相千 위원 과거 글이나 발언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신 인물인데 오늘 답변하는 것을 보면 온건 합리주의적인 인물로 부각이 됩니다.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편의적 변신인가, 아니면 우리가 잘못 안 것인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高泳耉 제 평소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金洛中은 밀봉교육을 받고 38년간 암약해온 고정 간첩이다. 체포된 그의 집에서는 北에서 받아 온 권총과 독액 앰플이 발견되었다. 북한에서 받은 100만 달러는 집 앞 장독 뒤에 묻어두었다가 적발되었다.

지난 5월9일 國情院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對共정책실이 폐지되고 對共 수사 기능은 축소되었으며 해외 정보, 外事, 방첩 기능이 강화됐다. 공안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려한 대로 國情院 고유 임무인 對共 수사 기능의 약화가 현실화되었다』고 말했다.

主思派와 연계된 간첩사건들

지난 4월30일 盧武鉉 정부는 참여정부 출범을 기념해 公安·노동사범 1424명에 대해 특별 사면을 단행했다. 民革黨 사건의 河永沃(하영옥), 영남위원회 사건의 박경순, 韓總聯 6기 의장 손준혁씨 등은 남은 刑 집행을 면제받고 이날 석방되었다.

前安企部對共수사관은 『대학가 主思派는 북한의 對南 간첩침투 부서인 對外연락부(일명 사회문화부)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말하고 民革黨 사건, 부부간첩사건, 영남위원회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民革黨(민족민주혁명당의 약칭)은 북한 노동당의 직접 지령 아래 움직인 지하 전위黨입니다. 대학가에 主思派 이론을 퍼뜨린 「강철 서신」의 저자 金永煥씨와 그의 서울大 법대 82학번 동기인 河永沃씨가 民革黨의 핵심 중앙위원이었습니다.

월간 말誌 기자였던 曺裕植, 金京煥씨는 이들의 하부 연락책인데, 金京煥씨는 金大中 정부 시절 金大中 대통령 인터뷰에 배석했습니다. 親北 위험인물이 버젓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民革黨 중앙위원 金永煥씨는 1992년 북한에서 보낸 잠수정을 타고 월북해 金日成을 만나고 공작금 40만 달러를 받아 왔습니다. 그 당시 金永煥씨가 탄 잠수정에는 북한 對南 공작의 전설적 영웅으로 알려진 할머니 공작원 李善實이 타고 있었고, 金永煥-李善實 호송 책임자가 부여에서 체포된 간첩 김동식입니다.

金永煥씨는 공작금 40만 달러 중 4500만원을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조직원 6명에게 지원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구속된 울산 동구 구청장 金昌鉉씨입니다. 영남위원회는 民革黨의 3개 하부 조직 중 하나입니다.

民革黨은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체포한 최정남·강연정 부부간첩사건에서 단서가 포착되었고, 이듬해 12월17일 우리 해군이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격침시킨 북한 잠수정 안에서 결정적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부부간첩은 高永復 서울大 명예교수 등 남한內 고정 간첩의 활동사항 점검과 독려, 유사시 서울지하철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안 수집, 재야 인사 포섭, 黃長燁씨 거주지 확인 등의 임무를 띠고 남파되었습니다. 이런 간첩사건이 이 정부 들어와 조작 운운하는 소리가 나와 울분이 치밉니다』

남한內親北 좌파들이 월간 말誌를 이용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民革黨 사건에서 확인되었다. 국가정보원은 曺裕植씨 구속영장에서, 曺씨가 말誌에 쓴 기사 중 「한국군의 신국방 전략과 군비 증강」(1991년 11월호), 「지금도 美 핵잠수함이 들어온다」(1992년 9월호), 「북한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성장지대로 떠오르고 있다」(1994년 12월호), 「북한군의 판문점 진입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1996년 6월호) 등을 對北 보고용 기사라고 적시했다.

부부간첩 사건의 교훈

民革黨 사건을 수사했던 國情院의 한 관계자는 『民革黨 조직원들이 北을 위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활동하자 北에서는 「신분이 노출될지 모르니 보안상 조심하라」는 지령을 내려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부간첩사건 수사에서 북한 공작원의 프로다운 수법에 놀랐다며 이런 예를 들었다.

『남파된 간첩들은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 독약 앰플을 반드시 소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간첩을 체포하면 맨 먼저 독약 앰플을 압수하는데 이를 알고 있는 부부간첩 강연정은 항문 속에 독약 앰플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독약 앰플 끝에 실을 매달아 놓아, 실을 당기면 언제든지 항문 밖으로 빠져 나오게끔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항문 속에 독약 앰플을 숨기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체포된 강연정은 수사관이 보는 앞에서 용변보는 척하면서 독약 앰플을 꺼내 입에 넣었습니다.

지켜보던 수사관이 급히 덮쳤으나 독약 앰플은 입 안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美 CIA에 부탁해 해독제를 구하긴 했으나 시간이 늦어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죽음을 代價로 하여 수사 교훈을 얻었습니다. 강연정은 對南 공작부서 대좌의 딸로서, 부부로 위장한 최정남의 상급자였습니다. 비록 북한 공작원이지만 정신 하나만은 투철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간첩들과 달리 강연정은 龍仁 공원묘지에 안장했습니다』

李鍾奭-徐東晩의 對北觀은 달라졌나

主思派에서 전향한 한 정치학자는 高泳耉-徐東晩-李鍾奭 체계의 국가 안보·정보 라인에 대해 『청와대 주변에 포진해 있는 운동권 主思派 출신의 비호 아래 親北 성향·사상 편향 인물들이 사실상 정보기관을 장악했다』고 단정하고 『盧武鉉 대통령과 이들을 격리시키는 일에 언론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는 羅鍾一 청와대 안보보좌관이 실무책임자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李鍾奭 체제로, 그리고 국가정보원은 高泳耉 원장이 아닌 徐東晩 체제로 예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독립문 연구회」 소속이었던 한 정치학자는 『이념 문제는 백지 상태와 다름없는 盧武鉉 대통령에게 있어서 가장 우려할 대목이 조언자들의 시각이라는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1990년대의 李鍾奭 학생을 의식해 10년이 흐른 지금의 李鍾奭 사무차장에 대해서도 豫斷(예단)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李鍾奭·徐東晩 라인에서 제시하는 對北정책이 대한민국 國益에 이로운지 아닌지, 옳은지 그른지를 지켜보고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李鍾奭·徐東晩 두 사람의 최근 對北觀은 국회 情報委에서 일단의 모습을 비쳤다. 李鍾奭 사무차장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인가』라는 鄭亨根 의원 질문에 『일정한 단계가 되면 거론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해 교전에 대해 「金正日이나 평양에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고 야전지휘관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 주장한 徐東晩 기조실장은 『왜 북한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느냐』는 千容宅 의원 추궁에 『반드시 북한에 유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가 安保 라인이 李鍾奭-徐東晩 체계로 굳어지면서 對共수사 실무자들은 자료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對共 수사관들이 수사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親北 좌파 용의자 자료를 대부분 파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더욱 문제인 것은 공안부서끼리 공유하던 國情院「公安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공안기관 관계자는 『재야에서 활동하다 盧武鉉 정부에 기용된 새로운 인사들의 신원조회를 하려면 公安자료를 참고해야 하는데 자료 접근이 봉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에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徐東晩씨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 李鍾奭 NSC 사무차장에게는 그의 핸드폰으로 몇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여비서로부터 『부재중』이라는 대답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