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총선 후 약 2주가 지난 21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관련 뉴스가 두 가지 올라왔다.  이날 그는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대위 오찬 초청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페이스북 글은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총선 다음날 비대위원장 사퇴 선언 후 그의 행보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행동한 것은 사퇴 선언 후 처음이다.

21일 보도된 두 가지 사실로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해 1) 당분간 휴식기 갖고 해외行 2)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도전 3) 정치와 거리두고 공적 영역 봉사 4) 1~2년 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대권 도전 등의 시나리오가 제시돼 왔다. 일단 그가 직접 페이스북 글을 올리면서 해외로 떠나 휴식기를 가질 가능성은 더욱 적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안철수 의원, 이낙연 전 총리 등이 선거 실패 후 해외행을 택했지만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의 해외행은 회피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문 앞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당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이 6월 조기전당대회를 치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금부터 활동에 돌입해야 한다. 물론 그의 당권도전을 원하는 세력이 적지 않고 끊임없이 당대표 출마 요청과 권유를 하겠지만, 이미 작년 말 보수세력의 열망과 권유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또 ‘등떠밀려’ 등판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일단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절한 것은 당분간 정치 전면에 나설 뜻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전 위원장에게 잇달아 손을 내민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먼저 화해의 계기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이 이를 거절하며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뜻을 확실히 했다.  

다만 지난 19일 대통령실의 오찬 제의를 거절하고 주말인 21일 페이스북에 사실상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미의 글을 남긴 것은 오찬 거절에 대한 의미가 과도하게 부여되는 것을 의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거절 사실이 보도되면 윤-한 갈등설과 한 전 위원장의 해외유학설 등이 더 확산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구설수를 방지하면서 앞날을 기약하는 영민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