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문교양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펴낸 최명 서울대 명예교수.
최명 서울대 명예교수의 ‘설거지론(論)’의 마지막 회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9가지 방법론을 모두 설명했다. 최근 펴낸 인문교양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자세히 실려 있다.
잠시 떠올린다면 ① 설거지는 “먹고 난 후” 그릇을 씻어 치우고, ②남은 음식을 보관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작은 그릇에 옮기고 큰 그릇은 씻는다.
또 ③씻은 그릇이 마르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른 수건으로 바로 닦아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두고, ④,냄비·밥솥·프라이팬 등은 안팎으로 말끔히 닦는다.
이와 함께 ⑤식기뿐만 아니라 주방 곳곳을 씻고 닦고, ⑥행주를 빨 때 가끔 전자레인지에 행주를 넣어 1분간 돌리고 나서 말리며 ⑦싱크대를 비누로 싹싹 닦는다.
⑧저녁 설거지 후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⑨ 마지막으로 부엌바닥을 훔친 뒤 비누로 손을 씻고서 혹시 빠뜨린 것이 없는지 뒤돌아 본다.
‘이순신 전법’이라 불린 설거지론에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마지막 설거지론은 물 절약 이야기다.
최 교수는 어려서 마당에 수도는 말할 것 없고, 펌프도 없는 집에서 산 적이 있다. 시골서는 동네우물에서 먹는 물을 길어 와야 했고, 서울서도 물장수신세를 진 적이 있단다.
당시 어른들은 설거지를 우물가에 가서 했다. 어쩌다 기름기가 있는 그릇을 씻으려면,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수세미에 묻혀서 닦았다. 수세미도 귀해서 볏짚을 주먹만 하게 뭉쳐서 쓰기도 했다. 요즘은 산간오지나 낙도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생활이 편해졌다. 수도에선 더운물, 찬물이 트는 대로 나온다. 주방용세제인지 비누인지도 꾹 누르면 나온다. 다 그렇지는 않겠으나 많은 집에는 식당과 주방이 붙어 있다. 그러니 주부가 반찬 담은 그릇이 그득한 소반을 부엌에서 마루를 거쳐 안방으로 나르는 일도 없다. 예전에는 그렇게 살았다. 생활이 편해졌는데 그걸 느끼고 감사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까?
몇 가지 생각이다. 첫째, 1960년대 미국대학에서의 최 교수 경험이다. 큰 건물의 화장실에 가면, 〈Save Water, Gas, Electricity!〉라고 쓰인 팻말이 으레 걸려 있었다. “물, 가스, 전기를 아껴 쓰라!”는 말이다. 당시도 미국은 초일류 강대국이었다. 자원도 어느 나라보다 풍부했다. 그래도 자원을 절약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어떤가? 예를 들어 대중목욕탕엘 가보면 안다. 물을 너무 헤프게 쓴다. 자기 집에서도 그럴까? 물 값이 싸서일까? 우리나라도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아직 크게 느끼지 못하나, 언제 부족하게 될지 모른다. 물뿐이 아니다. 모든 자원은 유한(有限)하다. 아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근검절약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세금 걷는 데만 혈안이다.
둘째, 1970년 귀국해서의 일이다. 더러 만나는 최 교수의 고교 친구가 있었다. 한 번은 어쩌다 물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더운물이 나오는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는 서울의 한 일간지의 기자였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었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더운물 걱정은 안 해도 됐을 것이다. 연전에 작고했다. 어딘지 간 곳에도 수도에서 더운물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거기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캠페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셋째, 이순신 전법과 물 절약과의 관계다. 설거지 거리를 오는 대로 물리치지 않고 싱크대에 되도록 많이 모았다가 씻으면 물을 좀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되도록 수돗물을 약하고 가늘게 나오게 한다. 어쩌다 물이 세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잠근다. 그러나 이미 쏟아졌다. 엎질러진 물과 같다. 아깝다.
중국 고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등장하는 태공망 여상과 문왕의 그림들.
‘엎질러진 물’이라고 쓰다가 태공망(太公望)의 일화가 생각나서 적는다.
그의 본래 이름은 강상(姜尙)이다. 여(呂) 땅을 봉지로 받아서 여상(呂尙)으로 불리기도 한다. 위수(渭水)에서 늘 낚시를 하였다. 어느 날 주(周)의 문왕(文王)이 지나다가 둘이 만났다. 문왕은 일찍이 조부인 고공단부(古公亶父)가 ‘언젠가 성인(聖人)을 얻어 나라가 번창해진다’고 한 예언을 믿고, 성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태공(太公: 조부)이 대망(大望)했던 인물이라 해서 강상에게 태공망이란 호가 붙은 것이다. 태공망은 문왕의 아들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의 폭군인 주(紂)을 무찌르고 새 왕조를 여는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여상이 낚시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가난했다. 그래 마누라가 도망을 갔다. 그가 문왕을 만나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갔던 마누라가 그의 수레 앞에 와서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태공망은 물을 한 바가지를 떠오라고 했다. 물을 가져오자 쏟으라고 했다. 다시 담으라고 했다. 엎질러진 물이다. 여상은 옛 마누라를 용서하지 않고 그냥 떠났다고 한다. 도망간 것도 잘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은 것도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참지 못하고 도망을 갔을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그로부터 몇 백 년 후에 생겼지만, 여상은 제가(齊家)에 실패한 인물이다.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은 인물이란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
후세에 이르러 태공망은 낚시꾼의 뜻으로도 쓰인다. 여상은 곧은 낚시로 낚시질을 했다고 한다. 고기 잡을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시간을 낚고 있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