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대, ‘어정쩡한 오리형 장교’ 양성할 것”

지난 5월 18일 국회서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2차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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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실 주최로 ‘육·해·공사 통폐합과 수도권 축출의 문제점 진단’ 포럼이 열렸다.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2차 포럼이 열렸다.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실이 연 이날 행사는 ‘육·해·공사 통폐합과 수도권 축출의 문제점 진단’을 주제로 했으며 약 350명이 참석했다. 지난 4월 17일 개최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이슈 진단 정책포럼’에 이은 두 번째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포럼이다.


사관학교 통폐합을 진행 중인 국방부에서는 김홍철(공사 39기) 국방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국군사관학교(통합사관학교)’는 ▲육군사관학교(육사) 폐교 ▲육사 지방 이전 등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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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폐합한 뒤 국군사관학교가 배출할 ‘어정쩡한 오리형 장교’ 풍자 그림. 사진=제미나이

 

 

사관학교 통폐합은 사관학교 힘 빼기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어제(5월 17일) 김정은이 여단장급 이상 전 지휘관을 평양에 불러 회의를 했다.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군이) 갈지 방향을 제시했다. 북한은 지금 이러는데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가”라며 “국방부는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육군참모총장은 ‘공간력’, 병영 환경 미화 개선에 모든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지금 사관학교를 통합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으로 사관학교의 힘을 빼기 위함이다. 사관학교 출신들이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을 버텨온 힘”이라며 “이 힘을 빼 제거해야만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가는 데 걸림돌이 없어진다고 보고 있다. 단호하게 이야기해도 관심들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나폴레옹이 ‘군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군대는 장교 양성에 한 세대를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변혁은 쉽게 일어나지만, 군의 개혁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군의 전통과 전문성을 무시하면 전쟁에서 피로써 대가를 치른다”고 했다.


사관학교 통폐합 방관한 이들, 白書에 기록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은 “미국과 프랑스 등 군사 강국이 왜 각 군 사관학교를 유지하고 군별 전문 교육을 강화하는지 국방부는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육사 총동창회는 (사관학교 통폐합이라는) 자해 행위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맞서고, 또 방관한 자들도 모두 기록해 백서(白書)로 남겨 행적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동창회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무소불위의 권력도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독단은 무한정 펼칠 수 없었다. 결국 부패하고 망했다”며 “해당 집단만 망하면 괜찮지만, 나라까지 망하게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가 2년간 생도를 모집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3사)도 폐교 결정을 했지만 3사 총동창회가 나서자, 폐교 계획이 무산됐다. 우리가 침묵하면 후배들에게 물려줄 명예로운 학교는 사라지고 군의 미래는 어둠 속에 갇힌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국방위원장, 국방차관에게 ‘통폐합 반대’ 밝혔지만 답변 듣지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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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국민의힘 임종득, 성일종, 한기호 의원. 사진=조선DB

 

 

국회 성일종(국민의힘) 국방위원장은 “사관학교 통합의 문제점을 계속해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 차관을 만나 두 가지 부탁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로 ‘명분을 따지지 말고 현실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엘리트를 집중적으로 양성해 전투를 준비한다. 우리는 육·해·공군을 다 합쳐서 교육한다면 과연 북한에 대응해 싸울 수 있는 기관으로서 가능하겠는가? 서울이 아닌 곳에 사관학교를 세울 때 인재들이 몰려올 것인가? 이 부분을 깊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안규백 장관은 육사를 나오지 않았기에 (심각성을)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차관은 육사를 나왔지 않나. 차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정책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분명히 조율해 사관학교 통폐합을 막아야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차관에게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두 번째로는 ‘군별로 특성이 있다. 이를 하나로 묶었을 때 과연 각 군이 가진 특성과 가치를 보존하며 싸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군을 가장 잘 아는 차관이 앞장서서 (사관학교 통합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관학교 통합이) 기획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두희(육사 46기) 국방차관이 (사관학교 통합을) 하고 싶겠나, 군에 있는 많은 사람이 하고 싶겠나. 그런데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정책 용역이 실시됐다. 이미 (통폐합이라는) 방향을 정해놓고 진행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이런 의심이 더 합리적일지 모른다”고 했다.


임종득,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법안 준비 중”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얼마 전 국방부로부터 설명을 듣고는 많이 놀랐다”며 “설명을 듣기 전에는 국방부나 국방부 장관이 통합사관학교 설립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KIDA에 정책 용역 과제를 줬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명 당일 국방부 정책기획관의 입을 통해 나온 내용은 (국방부의 대외적인 입장과는) 달랐다. ‘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해서 추진하는 것이기에 이렇게(통합사관학교)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주 단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국방부 차관, 정책기획관, 정책실장 등 사관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미 국군통합사관학교 설치 TF가 만들어졌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아주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훈령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TF를 추진해서 (통합사관학교를) 어디로 보낼지,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며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국민 우롱이자 안보를 걱정하는 많은 이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득 의원은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사관학교는 호국 간성을 기르는 요람이다. 국방부가 특정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고 사관학교 교육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된다면 국가 안보는 위험하다”고 했다.


또 “(현 정부에서) 자유주의 체제의 근간인 삼권 분립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사관학교 통폐합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역사의 큰 흐름은 도도히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 역사가 기억하도록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국군사관대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임종득 의원은 ‘사관학교 설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 의원은 “국회에서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통과 반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사관학교 통폐합 밀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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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이 사관학교 통폐합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김세진(육사 67기, 예비역 육군 소령)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사관학교를 스스로 와해시키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며 “사관학교 통폐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방부가 밀실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해병대를 해군에서 분리·독립시키는 ‘준4군 체제’를 추진하면서 사관학교는 통합하는 논리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진 사무총장은 국방부가 추진 중인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 현황을 지적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관학교 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시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여기에 개별 분과로 ‘사관학교 개혁’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이론적 근거나 실증 사례 검토 없이 사관학교를 통폐합한 후 ‘2(공통 교육)+2(군별 교육)’ 학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KIDA에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이라는 정책 용역을 의뢰했으나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4월 8일 국방부 장관은 통합사관학교 교육을 ‘2년+2년’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22일에는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국방부 훈령으로 제정해 시행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통합사관학교인 ‘국군사관대’는 1~2학년은 군별 구분 없이 통합해 기초 소양과 전공 기초교육을 한 뒤 3~4학년은 전공 심화 교육과 군사훈련을 각 사관학교에서 실시하는 ‘2+2 네트워크형 통합’이다.


이를 두고 각 군이 추구하는 전문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세진 사무총장은 “현재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TF)이 활동 중이며, 6월 중·후반에는 사관학교 통폐합안(육사 폐교 및 지방 이전 포함)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후 관련 법률안 제정 및 예산 반영 작업이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80년 역사를 장교 양성 체계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 4월부터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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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사무총장 발표 자료 중 일부.

 

 

지난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 1차 포럼에는 이두희 국방차관이 참석했다. 당시 이 차관은 “국방부는 다양한 제안과 비판을 경청하고 사회적 공감 속에서 합리적 정책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2일 국방부 훈령에 따라 국군사관대 추진 TF가 운영 중인 점을 들어 김세진 사무총장은 “훈령은 실무자, 과장, 차장, 국장, 실장, 차관, 장관의 서명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1차 포럼 이전에 서명이 이루어졌다면 국방부가 ‘경청 의사’를 밝힌 것은 기만이며, 포럼 이후에 서명이 이루어졌다면 포럼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추진 과정에도 문제점이 많다. 기존 사관학교 설치법을 무시하고 국군사관학교라는 세상에 없는 개념을 창조했다. 각 군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으며 밀실에서 비공개로 추진 중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 설문이 현역 간부를 넘어 외부인에게까지 유출되었으며, 수십 명이 동시에 중복 입력해도 전혀 제약이 없는 방식으로 설문이 진행되었다. 이는 연구 오염을 의미한다.


일정이 지나치게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합동성 강화 ▲교육 효율화 ▲예산 절감 ▲인구 절벽 대응 ▲미래전 대비 등이다. 하지만 전 세계 군대는 각 군 분리 운용으로 합동성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사관학교, 추세는 분리 운영


현 체제에서도 개선과 개혁을 할 수 있으며 무작정 통합부터 할 경우 시설·교육 체계·장비 등 비용이 오히려 폭등한다.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으며, 오히려 대폭 증가한다. 통합이 인구 절벽 대응책이 될 수 없다.


미래전은 각 군의 전문성을 세분화·강화한 뒤 고도로 협업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미국, 북한,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훈(戰訓)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러한 전훈을 무시하고 통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전 세계 사관학교는 분리 운용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당 국가의 생도 및 장교들을 직접 연구한 결과이다. ‘통합사관학교’로 알려진 독일도 학위 과정만 연방대학교에서 통합 운영하며, 군사 교육은 육·해·공군 별도로 철저히 분리돼 있다.


국방부가 ‘통합 모범 사례’로 호주와 캐나다를 제시하나 캐나다는 통합 후 부작용으로 재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국군사관대 추진 TF, 관련 전문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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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사무총장 발표 자료 중 일부.

 

 

김 사무총장은 훈령 내용도 문제 삼았다. 훈령이 국군사관대 추진 TF의 정책 기획, 법규 연구, 운영 방안 수립, 교과과정 설계, 대내외 협력 등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수행할 관련 전문가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태릉 육사를 완전히 폐교하고 1~2학년은 대전 자운대에서 교육한 뒤 군을 선택하는 3학년부터는 전남 장성 또는 경북 영천(3사), 진해(해사), 청주(공사)로 흩어지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전 대응과 관련해 “이른바 국군사관대를 통해 배출되는 장교는 연 배출 인력의 14%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를 제외한 학군단(ROTC), 3사, 학사 장교 출신은 합동성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는 국군사관대가 다른 출신 장교들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나아가 합동성 강화가 진정한 목표라면, 부사관 교육기관과 병 교육을 담당하는 육군훈련소, 해군·해병 교육단, 공군 기본군사훈련단도 통합해야 하지 않나.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국방부의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육사 폐교는 연좌제이자 정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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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가 내란을 일으킨 사관학교이므로 폐교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김세진 사무총장은 “이 논리라면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도 폐지해야 한다. 출신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연좌제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80년간 사관학교 동문은 국민의 군대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 왔다. 소수의 일탈을 근거로 장교 양성 기관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수많은 동문의 헌신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육·해·공사 동문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대한민국 산업화에도 기여했다”고 했다. 


김세진 사무총장은 “국방대학교가 서울 수색에서 논산으로 이전한 후 교육 수준과 인지도가 현격히 하락했다. 공군사관학교는 서울 대방동에서 청주로 이전한 후 안정화까지 수많은 비용과 시간(10~15년)이 소요됐다”며 “수도권 이전의 결과는 이미 검증된 바 있다. 검증된 실패를 더 큰 규모로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규백 장관은 최근 2030 청년 자문단을 구성해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육사·해사·공사·3사 생도들과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현역 군인들과 대화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소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장관, 차관, 정책실장은 단 한 차례도 육사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의 본질은 통합을 빙자해 육사·해사·공사를 와해하고 한국군의 전문성을 약화하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 벌어지는 일이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에는 육군사관학교를 폐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국방부, 즉각 TF 훈령 폐기해야


김 사무총장은 “사관학교 통폐합은 개혁이 아니라 국방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국방부는 즉각 해당 훈령을 폐기하라. 각 사관학교에 정치적으로 개입하지 마라. 개혁을 원한다면 각 사관학교를 직접 방문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관학교 교육 개혁은 군 구조 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미래 군 구조 혁신 방향 안에서 사관학교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전문가 없는 졸속 추진은 국방력을 반드시 약화할 것”이라며 “사관학교 통폐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관학교를 스스로 와해시키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치 논리로 대한민국 군사 전문성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군사관대, ‘어정쩡한 오리형 장교’ 양성


대전대 군사학과 정한용 교수는 “1·2학년 생도의 통합 교육은 효율성 문제가 아닌 각 군 고유의 정체성과 교육 환경을 약화하고 오히려 거대한 단일 파벌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 수도권 축출 문제도 단순 이전 문제가 아닌 우수 인재 확보와 국가 안보 인프라의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정한용 교수는 장차 국군사관대가 배출할 장교를 두고 ‘어정쩡한 오리형 장교’라고 했다. 이는 육군·해군·공군 중 어느 쪽의 정체성과 전문성에도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채 군사 철학이 모호해진 장교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팩트풀니스》 저자 한스 로슬링은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단일 관점 본능을 제기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도 통합이라는 하나의 해법만으로 ▲지원율 감소 ▲우수 인재 확보 ▲합동성 강화 ▲교육 효율화 등 서로 다른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수 인재·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 교수는 “장교 양성 체계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다. 역사와 전통, 전문성, 조직 문화, 국가 정체성이 결합한 매우 복합적인 영역”이라며 “이 문제는 군사력 구조 설계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합동성은 교육 기관을 통합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합동성은 군 구조와 지휘 체계, 작전 개념, 장교단의 전문성이 결합해 나타나는 결과적 능력이다.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 개혁도 단순한 조직 효율화가 아니라 1980년 이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이후 드러난 합동 작전 문제에 대한 군사적 성찰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사관학교를 통합한 것이 아니라 합참의장 권한 강화, 통합 지휘 체계 개편 같은 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군사 전략과 군 구조 논의보다 교육 기관 통합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설계도도 없이 건물 외형부터 바꾸려는 접근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통합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군대를 만들 것인가, 이 군대를 이끌 장교는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다.”


사관학교, 헌법 가치와 군사전문 직업주의 확립해야


정한용 교수는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기관이 아니라 장교라는 존재의 본질을 형성하는 정체성 생산 기관”이라며 “장교 교육의 출발점은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나는 장교로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나는 장교로서 무엇에 충성하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헨리 키신저는 ‘정통성이 무너진 곳에 전쟁이 찾아온다’고 했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정통성 역시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사관학교 교육 체계의 방향은 통합사관학교가 아니라 헌법 정체성과 군사 전문 직업주의의 확립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새뮤얼 헌팅턴의 말처럼 최대한 객관적인 문민 통제를 유지하되, 군을 정치 논리로 끌어들이는 주관적 문민 통제는 경계해야 한다”며 “합동성도 각 군의 역사성과 전문성, 헌법적 충성심 위에서 가능하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권력은 권불십년이다. 정치적 논리와 시류에 편승하는 개혁으로 국가 안보의 뿌리인 사관학교 교육 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사관학교 교육 체계는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혼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군 독립 주장해 구속된 미 육군 장교


공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낸 정창욱(예비역 공군 소령) 박사는 “대학 교육이 4년제가 된 이유는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시스템을 찾아낸 결과”라며 “4년제 학사를 바탕으로 전공을 나눠 분야별 기초적인 전문성 향상을 추구하게 됐다”고 했다.


정 박사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 공군이 육군에서 독립하게 된 배경도 군별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 미 육군 장교 출신인 빌리 미첼은 ‘공군은 너무나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기에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따라 항명죄로 기소됐으나 사후 의회 훈장을 받았다. 사관학교도 각 군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4년제 교육 과정으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지금의 졸속 행정은 미래 전장 환경에 유능한 지휘관 배출을 방해해 국가 존속을 위협하는 명백한 오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발전하려면 서로 토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졸속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장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다루어야 할 무기 체계는 발전하고 있다. 전문성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합동성이 어우러져야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전문성 함양을 위해 각 교육 기관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교육 철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내면화하며 전해지는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엘리트 장교의 필요성


정창욱 박사는 “행정적인 2+2년 교육은 깊이 있는 가치를 심어주기에 매우 부족하다. 엘리트 장교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질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장을 했음에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군이 안보 서비스를 너무 잘 제공해 왔기 때문”이라며 “지금 각 군의 사관학교 4년 교육도 모자랄 판인데 이것을 2+2로 나누는 방식은 안 된다.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통합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각 군에서, 자기 병과에서 제대로 된 지휘 결심을 하기까지는 최소 영관 장교가 돼야 한다. 자기 병과에서 전문 지식이 쌓여야 타 병과와의 협동이 가능해지고, 타 군과의 합동성이 생긴다.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합동성 교육이 시작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합동성은 ‘합동성 교육’을 통해서 얻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행과 평가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주관적 문민 통제’의 문제점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박사는 ▲문민 통제 ▲통합군과 합동군 ▲안보 문제에 관한 토론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문민 통제는 현대 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대원칙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이것이 객관적이냐, 주관적이냐에 따라 다르다. 새뮤얼 헌팅턴은 《군인과 국가》에서 ‘정치권력이나 정부가 정치적·이념적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안보 수요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군을 길들이는 주관적 문민 통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대원칙이 아니다’고 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통합군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합동 군제와 통합 군제의 장단점을 논할 수 있으나, 양쪽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는 않겠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국토 여건이 절체절명인 상황이므로 순식간에 행동하고 격파해야 한다는 취지로 통합군을 운용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독재 정권을 가진 나라들이 대부분 통합군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통합군 체제가 정치권이 길들이기에 더 쉽기 때문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한국에 정착된 문민 통제가 ‘주관적 문민 통제’라면, 국방 개혁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도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한민국은 흔들린다. 주관적 문민 통제하에서는 이러한 사관학교 통합 논의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 문민 통제’라면 안보 수요만을 기준으로 장단점을 충분히 토론해도 무방하다.”


육사 이전은 軍脈 훼손


김태우 박사는 “정부와 국방부는 대한민국에 객관적 문민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동기를 마음에 품고는 사관학교 통합을 합동성 강화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내세우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위험하다. 우수 인재 유치의 어려움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군맥을 끊는다는 점이다. 태릉(화랑대)은 육사의 요람이 아니라 한국군이 출발한 곳이다.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와 전통을 깡그리 정리하겠다는 것은 군을 망치는 길이다. 화랑대에 손을 대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육군도 반성할 점이 있다. 많은 분이 헌신하고 봉사했지만, 일부는 줄서기를 먼저 했다. 묵묵히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민 통제 방식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문민 통제를 주장하는 정부나 정치권은 ‘임기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하며 군보다 높은 수준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도덕적으로 더 타락하고 더 무능한 사람들이 직책을 가졌다는 이유로 군을 상대로 문민 통제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대북 정책에서 ‘유화책’과 강경책을 상황에 따라 하되 튼튼한 군사력이 항상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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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기호 의원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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