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당신이 듣고 싶은 옛 노래 ‘Everybody's talkin'’

[阿Q의 ‘비밥바’]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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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한 장면. 존 보이트와 더스틴 호프먼.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텍사스 촌뜨기 존(존 보이트)은 접시닦이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난다. 돈 많은 여자의 잠자리 상대로 나서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진 채.

 

카우보이 차림, 얼룩소 무늬 가죽가방, 라디오에서 들리는 로큰롤 사운드.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존은 뉴욕을 향한다. 그를 맞이한 것은 폐병환자 사기꾼 랏초(더스틴 호프먼).

돈이 있어 보이는 여인들은 걸려들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며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게다가 랏초에게 탈탈 털리고 그나마 가진 쌈지돈까지 사기당하고 빈털터리가 된다.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 랏초를 찾지만 돈은커녕 폐병으로 죽어가는 참혹한 랏초와 조우할 뿐이다.

 

이들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트고 도시 생활에 벌써 지쳐버린 존은 병들어 죽어가는 랏초의 소원대로 따뜻한 마이애미로 떠나기로 하는데.

 

화면 캡처 2022-07-16 125332.jpg

국내 개봉 당시의 영화 포스터.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주제곡으로 쓰인 ‘Everybody's talkin'’은 한 남자의 꿈을 담고 있다.

자신을 평가하고 깔보는 험난한 삶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판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바람을 노래에 담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곡은 밝지만 노랫말은 슬프다. 슬픔에 반짝이는 햇살과 같다고 할까. 그 햇살에 앉아 통기타를 치는 해리 닐슨을 떠올려 본다. 이 곡은 장르로 치면 포크 록(folk rock) 계열이다.

 

사람들이 날 보고 수군거려.

난 그들 말이 한 마디도 안 들린다구.

내 마음의 메아리만 울려.

Everybody's talkin' at me

I don't hear a word they're sayin'

Only the echoes of my mind

 

사람들은 멈춰 서서 쳐다봐.

난 그들 얼굴이 안 보인다고.

눈동자의 그늘만 보여.

People stoppin', starin'

I can't see their faces

Only the shadows of their eyes

 

해리 닐슨이 1968년 그의 앨범 Airal Ballet에 이 곡을 담았다. 그해 7월 싱글로 발매했으나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이듬해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Midnight Cowboy)>의 주제곡으로 곡이 피처링 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어 빌보드 Hot 100 차트 6위까지 올랐다. 빌보드 Easy Listening 차트에선 2위였다. (원곡은 프레드 네일[Fred Neil]1966년 처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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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감독 존 슐레진저( John Schlesinger)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었다. 미국 심의에서 대담한 성 묘사 때문에 X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슐레진저 감독은 닐슨의 곡 중 ‘I Guess the Lord Must Be in New York City’‘Everybody's Talkin'’을 고민하다가 ‘Everybody's Talkin'’을 영화 테마송으로 택했다고.

 

영화와 노래는 대박이 났다. 영화는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슐레진저 감독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Everybody's Talkin' 없이는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상상할 수 없다(one cannot imagine Midnight Cowboy now without 'Everybody's Talkin')”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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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계속 반짝이는 곳으로 갈거야.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내 옷에 걸맞는 날씨가 있는 곳으로 갈거라구.

I'm going where the sun keeps shinin'

Through the pouring rain

Going where the weather suits my clothes

 

북동풍을 거슬러, 여름 바람이 항해하고

(고래)처럼 바다를 건너뛰는

그런 곳에 갈거라구.

Banking off of the northeast winds

Sailing on a summer breeze

And skipping over the ocean like a stone

 

<나 돌아갈래>라는 귀거래사, 수구초심 주제는 동서양 문학의 단골 테마다. 이 노래 역시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노래다. 야멸찬 도시를 떠나 전원의 고향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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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있는 인물들이지만 산업화로 인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황석영의 소설 <삼포가는 길>의 마지막 대목이 갑자기 떠오른다. 노영달과 정씨는 막연히 고향인 삼포를 향한다. 어떻게 삼포가 천지개벽한 줄도 모른 채.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영달이 대신 정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고 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는 눈이 젖은 채로 웃고 있었다.

 

"내 이름은 백화가 아니에요. 본명은요 이점례예요.">


해리 닐슨도 5년 후 마이애미 코코넛 그로브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돌아간다. "I'm going where the sun keeps shinin'. Through the pouring rain"라고 노랫했듯이

이 곡의 빅 히트에도 불구, 그는 마이애미 해변으로 돌아가 비교적 무명으로 여생을 조용히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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