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인터뷰] 연극 ‘명동 1950’에서 최불암씨 모친 역 맡은 성우 고은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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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고은정씨.

“당시 살아있던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오상순, 박인환, 이진섭 같은 분은 직접 실물을 대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가 서울시의 예술문화 회복탄력성 키움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낭독공연 ‘명동1950’의 출연진 1세대 성우 고은정(86)씨의 말이다. 고은정 씨는 탤런트 최불암 씨의 모친으로 은성주점을 운영했던 이명숙 여사 역을 맡았다. ‘명동 1950’은 한국전쟁 직후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예술 창작활동을 불태웠던 예술인들 얘기다. 한국예총은 코로나로 위축된 예술인들을 응원하기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비대면 녹화공연으로 영상은 2월28일 유튜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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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아직도 고은정 선생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이 많다. 건강은 어떠신가요? 근황을 알려주세요.


“근황이랄 게 있나요. 할매가 그냥 사는 거지. 아침마다 쉬지 않고 기도하고, 성경 공부합니다. 또 꾸준히 스트레칭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곧 88살이 됩니다. 그 시점에 자서전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연결이 되면 사진을 정리할까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마음만 바빠 진척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Q. 성우로 데뷔해 초년병이던 그 시절을 그린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954년에 데뷔했지요. 전쟁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았을까 싶겠지요. 그 시절 구호품으로 살면서도 여전히 사랑도 하고, 즐거움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죠. 명동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명동은 응접실 같았어요. 당시는 전화가 귀했습니다. 거의가 전화가 없었지요. 그런데 방송에서 배역을 누가 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우리들이야 어린 사람들이고 공채였지만, 기성 배우들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최무룡, 복혜숙 이런 분들이 대부분 전화가 없어서 명동에 있는 다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말은 차 마신다고 했지만, 사실은 다방이 연락처였죠. 청자다방, 모나리자다방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당시 KBS는 정동에 있었습니다. KBS가 남산에 청사를 지어 옮겨간 것이 1957, 8년 무렵이었습니다. 저희는 54년에 들어가서 55년부터 일했으니까. 그런 곳에 모여있으면,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정동에서 부지런히 명동에 나가서 ‘누구 오시랍니다’ 하는 연락병 노릇을 했죠. 저는 다행히 학교 다닌다고 해당이 안 됐지만 몇 년 동안은 선배들 섭외하면 우리가 가기도 하고, 효과 보시는 분이 가기도 했습니다.”


Q. 은성주점 이명숙 여사 역할을 하셨습니다.


“바쁘지 않으신 분들은 그 양반을 많이 봤죠. 저녁이면 으레 그곳으로 갔었으니까. 성우들도 많이 갔죠. 선배 가운데 이혜경 씨라고 계셨습니다. 방송 효과를 담당했던 이상만 씨 부인인데. 그분은 자주 갔어요. 그 양반 집이니까 가곤 했죠. 그때만 해도 여자가 가는 술집이 귀했잖아요. 저는 한두 번 따라가기만 했을 뿐 즐길 시간이 없었습니다. 당시는 왜 그렇게 바빴는지 몰라요. 팔자였나 봐요.”


Q. 이 작품은 성우를 위한 것이라고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조수연 작가가 말했습니다.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그 시절 성우들은 라디오 마이크 앞에만 서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든 일을, 무대고 뭐고 상관없이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말이 너무 험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말을 훈련받은 사람들끼리 하는 게 전달력은 굉장히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상순 역할을 맡은 배한성 씨 말입니다. 배한성 씨는 오상순과는 생김새가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도 자기 나름대로 캐릭터를 설정하니까 오상순 이미지가 정확하게 살아났어요. 그걸 보니까 이게 참 귀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아직 이미지를 정확하게 살아있는 사람으로 전달하기가 어렵거든요. 소리만 내지. 배한성 씨 하는 걸 보면서 또 새로운 걸 느꼈어요.”


Q. 6시간 넘게 녹화하는 동안 한자리에서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젊은 후배들과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시겠는지요?


“건강이 허락하면 해야죠. 건강 비결은 별거 없어요. 열심히 성경 보고, 기도하고, 스트레칭은 나름대로 집에서 합니다. 저처럼 돈 안 들이는 사람 없을 겁니다. 약도 안 먹고요. 호호!”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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